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 멈춰,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 서두르지 않을 듯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인하 행보를 멈춘 것이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정책이 촉발할 인플레이션 압력과 이미 단행한 금리 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이용 가능한 지표들은 경제활동이 견실한 속도로 확장돼 왔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고용 증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실업률은 안정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는 지난해 말까지 사용되던 ‘고용 둔화 위험이 더 크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고용과 물가 위험을 균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기 둔화로 고용이 더 나빠질 위험과 관세 등으로 물가가 다시 오를 위험을 동시에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연준이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은 미리 정해진 경로가 아니다”며 “앞으로의 금리 결정은 회의 때마다 경제 지표를 보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와 관련해서도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효과는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새로운 대규모 관세 인상이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리 동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압박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파월 의장의 후임을 “곧 발표할 것”이라며 “새 연준 의장 체제에서는 금리가 크게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후임자에게 조언한다면 ‘선출 정치인에 끌려가지 말라’는 것”이라며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최근 자신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통화정책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12명 가운데 파월 의장을 포함한 10명은 금리 동결에 찬성했지만, 스티븐 마이런 이사와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했다.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사이며,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미셸 보먼 이사는 동결에 찬성했다.
연준 결정 이후 뉴욕 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소폭 상승했고, S&P500과 나스닥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반면,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은 가격도 하루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관세·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하며 5회 연속 금리를 유지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6월 전후를 가장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정치적 압박,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결과가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 김원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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