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흘째, 산악 지역 구조 애먹어

추락하면서 폭발 추정…잔해 뿔뿔이

2분새 수직 낙하? 사고 원인 ‘미궁’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 부근에서 22일 한 주민이 초와 향을 켜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우저우/로이터 연합뉴스

 

132명이 탄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지 사흘째지만, 생존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블랙박스(자동 기록장치)가 발견돼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23일 중국 당국은 사고 현장인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야산에 소방대원·경찰·인민해방군 등 수천여명의 구조 요원을 투입해 구조와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지형이 험한 오지인 탓에 현장 접근부터 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가 야산에 추락한 뒤 폭발한 것으로 추정돼, 항공기 잔해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생존자는 물론 희생자 유해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의 블랙박스가 이날 사고 현장에서 발견됐다. <인민일보>는 발견된 블랙박스가 비행 경로가 기록된 데이터기록기(FDR)인지, 조종석 대화기록기(CVR)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블랙박스를 통해 미궁에 빠진 사고 원인을 일부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수습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응급처치지휘본부는 22일 밤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고 원인과 구조 작업 현황 등을 설명했다. 주타오 민항국 항공안전판공실 주임은 “이번 사고에 대한 조사는 매우 난이도가 높다”며 “현재까지 확보한 정보로는 사고의 원인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블랙박스를 아직 수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8000여m 상공에서 수직 낙하한 것으로 알려진 사고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 주임은 “사고기는 21일 오후 2시20분부터 고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교신에도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오후 2시23분에 항공기의 레이더 신호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추락하기 전 3분 동안 비정상적인 상황을 인지한 광저우 공항 관제탑에서 조종사에게 긴급 연락을 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항공기 항로추적 누리집 ‘플라이트 레이더24’를 보면, 21일 오후 1시15분 쿤밍 공항을 이륙해 광저우로 향하던 여객기는 1시간여 뒤 고도 8907m에서 비행하다가 오후 2시20분43초부터 급격히 고도가 낮아졌다. 이후 1분52초 뒤인 2시22분35초에 고도 983m를 기록하다가 사라졌다.

 

플라이트레이더24의 동방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고도 기록.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날 ‘플라이트 레이더24’를 인용해 “조종사가 여객기 추락 직전 상승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후 2시21분55초 7425피트(2263m)에서 2시22분5초에 8600피트(2621m)까지 상승한 뒤 추락했다고 전했다. 추락 직전 10초 동안 약 358m를 상승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하얀 물체가 하늘에서 야산으로 수직 추락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돌고 있지만, 이 영상이 실제 동방항공 여객기의 추락 모습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의 사고 현장을 22일 구조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우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류허 부총리와 왕융 국무위원을 현장에 파견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류 부총리 등은 지난 21일 저녁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함께 우저우에 도착해 탑승객 구조 작업과 사고 수습, 사고 원인 조사 등을 지휘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사고 직후 “구조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번 사고로 4227일에 이르는 중국 여객기 무사고 운행기록이 깨졌다고 밝혔다. 2010년 8월24일 허난한공 여객기가 헤이룽장성 이춘시 린두공항에 착륙하다 지면에 부딪혀 두 동강 나면서 화재가 발생해 42명이 사망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제이피모건(JPM) 통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이자 비용 전달

 

지난 13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모스크바/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국가부도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1990년대 한국의 외환위기나 러시아의 모라토리움(채무상환 유예) 선언과 달리 돈은 있지만 갚을 방법이 없어져서다.

 

당장 디폴트 위기는 넘겨

 

국가부도는 세가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사전에 갚기 어렵다고 채무상환 유예를 선언하는 모라토리움과 국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신용평가사가 실질적인 부도라고 판단해 신용등급을 기술적 부도(selective dafault) 등급으로 강등하는 경우다. 러시아는 달러로 발행한 국고채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됐다. 외환보유액이 약 6400억달러(약 776조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인 대외 보유고는 동결됐고,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16일(현지시간)은 디폴트를 판가름짓는 날이었다.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인 1억1700만달러(약 1450억원)를 갚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18일 <시엔엔>(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달러로 이자를 지급했다. 러시아가 환거래은행인 제이피모건(JPM)을 통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이자 비용을 전달한 것이다. 이로써 당장은 디폴트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초 달러를 쓸 수 없어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미국의 국고채 이자비용 등에 대한 금융제재가 5월25일까지 유예됐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국고채 상환 또는 이자 비용 지급 등에 대해서는 5월까지,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6월까지 금융제재에 예외를 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은행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유예기간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는 러시아가 달러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지급한 이자가 개별 투자자에게 바로 전달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한 채권자가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며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채권자는 아직 이자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이자 비용이 시티은행까지 전달됐더라도 개별은행마다 준법규칙이 달라 지급에 대한 판단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디폴트시 영향은?

 

러시아가 디폴트에 처할 경우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여년 만이다.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끈 볼셰비키는 혁명으로 차르(황제)를 몰아낸 뒤 제정 러시아의 채무 변제를 거부한 바 있다.

 

러시아의 디폴트 최종 판단은 사실상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다. 채무불이행이 이뤄진 뒤 한달의 유예기간을 준 뒤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디폴트 선고를 내린다.

 

러시아는 이미 국제 제재로 충격을 입고 있지만 디폴트시 더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이미 달러당 루블 환율은 지난해 70루블에서 130루블까지 치솟는 등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상황이다. 여기에 석유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이며, 3천억달러 이상의 외환 보유고가 동결돼 이를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러시아의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7.0%로 예상하며 지난달 전망보다 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금융제재를 포함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고, 경기침체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디폴트가 될 경우 수년 간 외국 자금을 활용할 수 없게 돼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 티머시 애시 분석가는 “디폴트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시엔엔>에 말했다.

 

반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지금으로서는 아니다. 전세계 은행들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1200억달러로 작지는 않지만 체계적으로 연결된 위험은 아니다”고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에서 밝혔다.

 

케이비증권 정대호 분석가는 “디폴트가 일어나더라도 금융시스템에 가할 충격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동성이 부족해서 나타난 기존의 사례와 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 재정위기 당시보다 유럽은행 손실 흡수력 개선, 파급효과가 글로벌 시장에 미칠 대외적인 익스포저가 작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유럽 쪽 은행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대응 능력이 있는데다 이미 러시아 제재가 한달 가량 진행돼 시장에 반영돼 그 충격이 과거처럼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위기를 보면 파악되지 않는 곳에서 불거진 경우도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반역자·쓰레기" 외친 푸틴, 전쟁 중 장수까지 숙청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연방보안국장 등 체포

 "침공 후 고전하자 아첨에 '속았다' 깨달은듯"

  영 "러 최고사령부 불화"…푸틴 심리 두고 우려 지속

 "반역자·쓰레기" 외친 푸틴, 전쟁 중 장수까지 숙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이들을 두고 '반역자', '쓰레기'라 부르며 '정화'를 약속한 이후 군 고위 지휘관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탐사보도 단체 벨링캣의 러시아 수석조사관 크리스토 그로제프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국가경비대 부사령관인 로만 가브릴로프 장군이 연방보안국(FSB)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로제프는 체포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군사 정보를 유출해 인명 손실을 부른 혐의나 연료를 낭비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이번 작전(우크라이나 침공)이 큰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며 "전쟁 중에 장수를 갈아치우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가브릴로프 장군이 과거 대통령의 경호를 맡은 FSO의 사령관을 지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 국가경비대는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을 해왔으며 많은 사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우크라이나 침공 전 첩보 작전을 담당했던 FSB의 국장과 부국장도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이 솔다토프와 이리나 보로간 등 러시아의 두 언론인은 FSB 제5국의 책임자인 세르게이 베세다 대령과 부책임자 아나톨리 볼류크가 부패와 정보 실패 혐의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기고한 글에서 "마침내 푸틴이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인다"며 "그 부서는 푸틴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손실이 커지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가브릴로프 장군을 포함해 고위 군사·정보 지휘관에 대한 숙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방의 제재로 더욱 궁지에 몰리자 푸틴 대통령은 16일 TV 연설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자국민에 대한 비판에 쏟아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들은 진정한 애국자와 쓰레기, 배신자를 구별할 수 있고, 그들을 우연히 입안에 들어온 날파리처럼 뱉어낼 것"이라며 "이처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사회의 자체 정화는 우리나라를 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서방 군사당국과 군사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고립된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영국 국방부 제임스 히피 정무차관은 이러한 표현이 '광적'이고 '엄청나게 위험한' 것으로, 러시아 최고사령부에 실제 불화가 있다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히피 차관은 "정말로 위험하다고 볼 만한 행동을 푸틴 대통령이 고려하도록 만드는 절박함이 있다"며 "그의 심리 상태가 어떤지, 얼마나 절박해질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CNN은 많은 전문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좌절을 겪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국내에서 복수심에 불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하게 탄압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자국민을 위협하는 전략에 의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푸틴 대통령이 잠재적인 반역자를 처리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법집행기관과 보안당국에 그들이 반대의견을 가진 인물을 다룰 더 큰 권한이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냉전 역사학자인 세르게이 래드쳰코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연설의 목적에 대해 공포를 심어주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치 전문가인 R폴리티크의 타탸나 스타노바야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제가 보기에 푸틴과 함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 같다"며 "그의 연설은 절망, 격한 감정, 무력감이었다"고 썼다.

 

그는 "이것은 종말의 시작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의 팔을 비틀고 가두고 감옥에 가둘 것이지만, 이미 미래는 없다. 모든 게 부서지고 미끄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기업연구소(AEI)의 엘리자베스 브로 선임 연구원은 CNN에 이 연설이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고립돼있었는지를 보여준다며,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대해 놀라움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고 이제 곧 다가올 러시아 국민들의 반발을 걱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유럽우주국, 러시아와 함께 하려던 화성 탐사선 발사 않기로

 

러시아 제재 맞춰…다른 대안 찾기로

미국 협력 기대…2026년 이전 어려워

러 우주국장 “독자적으로 발사하겠다”

 

유럽우주국 화성탐사선 엑소마스의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러시아와 함께 올해 화성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를 발사하려던 계획을 공식 중단했다.

 

유럽우주국은 17일 22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유럽우주국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비극적 결과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결정이 우주에 미치는 영향을 알지만 유럽우주국은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 조처를 전폭적으로 준수한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은 올해 9월 중 화성 착륙선과 로봇 탐사차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러시아의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엑소마스는 2018년 기술적 문제, 2020년 코로나19 발생에 이어 이번에 정치적 이유로 일정을 세번째 연기하게 됐다. 이로써 유럽우주국의 화성 탐사는 아무리 일러야 2024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태양 공전 주기가 2년인 화성은 적절한 탐사선 발사 시기가 2년마다 돌아온다.

 

                   러시아가 제작을 맡은 착륙 플랫폼 ‘카자초크’. 유럽우주국 제공

 

착륙선과 로켓 맡았던 러시아

 

엑소마스는 애초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협력해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2012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무산되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게 됐다. 러시아는 엑소마스 프로그램에서 착륙선(카자초크)과 로켓(프로톤)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탐사차에도 러시아의 장비가 일부 실린다.

 

유럽우주국은 앞으로 엑소마스 프로그램을 계속할 가능한 대안을 찾기 위한 신속 연구를 수행할 권한을 사무총장에게 부여했다.

 

요제프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유럽 단독으로 할지, 아니면 다른 협력국들과 함께 추진할지 선택해야 한다”며 “나사와 새롭게 협력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사가 우리를 지원하겠다는 매우 강한 뜻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발사 일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2026년 이전은 아닐 것”이라며 “그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이 엑소마스 프로그램의 첫번째로 2016년에 발사한 화성 궤도위성. 유럽우주국 제공

 

러시아 로켓 이용한 발사 일정 모두 취소

 

러시아는 이에 대해 독자 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로스코스모스 국장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메시지에서 “우주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슬픈 사건”이라며 “우리는 자체 착륙 모듈을 다시 만들고 이를 로켓 앙가라에 실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독자적으로 탐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우주국은 또 지난달 말 러시아 로스코스모스가 프랑스령 기아나우주기지에서 직원들을 철수시킴에 따라 소유즈 로켓으로 발사할 예정인 5가지 위성 임무가 모두 보류됐으며, 대체 발사 계획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우주국과의 협력은 그대로 유지된다. 유럽우주국은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은 우주정거장과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명목상 계속 운영한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대통령실 보좌관 “명확히 규정된 안보 필요”

 

 

러시아와 4차 평화협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러시아 쪽이 언급한 ‘오스트리아·스웨덴 모델’을 거부했다.

 

우크라이나 협상 대표단 중 한 명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평화협상은 우크라이나 주권을 지키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16일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 직접 전쟁 중이다”며 “따라서 오직 우크라이나 모델이어야 하고 법적으로 보장되는 안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른 모델이나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아침 우크라이나가 오스트리아나 스웨덴과 같은 중립국이 되는 평화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국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이날 러시아 매체 <아르비시>(RBC)인터뷰에서 협상에서 일부 조항은 합의에 근접하고 있음 “중립국 지위가 안전보장 조치와 함께 지금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포돌랴크 보좌관은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동맹이 필요하고 “명확히 규정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중립국 모델은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국가가 참가해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기원 기자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총리, 키이우 ‘깜짝’ 방문…“우크라 지지”

젤렌스키 대통령 “강력한 지지의 증거”…감사 표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왼쪽부터)와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라 피알라 체코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가는 열차 안에서 함께 지도를 들여다 보고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 EPA 연합뉴스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 3국 총리가 함께 러시아군의 포탄이 날아드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동유럽 국가 정상들의 ‘깜짝’ 방문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5일(현지시각) 저녁 소셜미디어에 ‘자신과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함께 키이우에 왔다’며 함께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여기 전쟁으로 찢긴 키이우에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서 자유가 독재의 세계에 맞서 싸우고 있고, 우리 모두의 미래가 줄타기하고 있다”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이들과 함께 앉아서 당국자들의 전쟁상황 브리핑을 받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이들의 방문에 대해 “강력한 지지의 증거”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키이우 방문은 며칠 동안 준비된 것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비밀리 추진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폴란드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들은 폴란드 국경에서 함께 기차로 7시간 이상 여행해 키이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이번 방문을 함께 추진한 구체적인 경위와 여행 경로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들 3국 총리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키이우를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그들의 키이우 방문이 유럽연합의 동의를 받았고 유엔(UN)에도 통보됐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당국자들은 3국 총리의 키이우 방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는 유럽연합과 무관한 개별적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관련 질문을 받자 이들의 방문을 공적으로 인정하진 않는다면서도 “나토 회원국과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방문은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 사이 키이우와 주변 도시에 대한 폭격과 공세를 강화하며 키이우 진입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세 나라와 우크라이나는 특히 과거 냉전시절 동유럽의 공산권 국가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연대감이 더욱 각별한 것으로 보인다.

 

얀사 총리는 이번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질 유럽 국가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침공이 유럽의 핵심 가치와 삶의 방식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며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는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

 

젤렌스키 “우리는 1초도 포기 생각 않아” 연설에 미 의원들 기립박수

9·11테러 등 들며 미국인에 지원 호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화상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해 키이우 포기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더많은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공습이 날마다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키이우) 포기는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다. 녹색 티셔츠를 입고 그가 등장하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 또는 방공무기 지원 호소에 할애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나 2001년 9·11 테러를 들며,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하늘을 죽음의 원천으로 만들었다”며 “나는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캐나다 의회 연설에 이어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설정을 다시 호소했다. 그는 비행금지 구역 설정이 “너무 많은 요구냐?”고 되물은 뒤, 그렇다면 방공 무기와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을 요청하고 있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의 나토의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중간에 아이와 여성이 울부짖는 등의 광경이 담긴 1분 30초 가량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기계가 멈출 때까지” 대 러시아 제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미국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 즉시 떠나야 한다. 왜냐하면 그곳은 피가 흘러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고도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 나는 대통령이 세계의 지도자 되기를 기원하다.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뜻이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통역 없이 영어로 말했다. 조기원 기자

 

러시아를 꿇린 31살 우크라 장관의 사이버 전투 

 

 

땅, 바다, 하늘에 이어 사이버 공간을 제4의 영토로 선언하고 사이버군대를 창설한 국가가 여럿이다. 미국은 2009년, 한국은 2010년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정보전쟁을 대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정보전이 또하나의 최전선이 되는 현대전 양상을 드러낸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체제 불안을 유도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케이지비(KGB) 출신의 정보전 전문가다. 러시아는 미사일과 폭탄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이버전에서는 패퇴하고 있다.

 

이 전선의 선봉엔 31살의 우크라이나 최연소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우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 장관이 있다. 침공 이튿날 페도로우는 사이버 공간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 구글, 애플, 넷플릭스, 인텔, 페이팔 등을 상대로 메시지를 올려 ‘참전’을 요구했다.

 

애플은 러시아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와 서비스 전면 중단으로 호응했다. 스페이스엑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페도로우의 요청 이틀 만에 자사의 위성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장비와 서비스를 공급했다. 구글은 러시아에 악용될 수 있는 지도의 교통정보를 중단하고 페이스북은 러시아 국영 매체의 접속을 차단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푸틴에게 죽음을”과 같은 침략자들을 향한 폭력적 혐오 표현도 한시 허용하기로 했다. 페도로우의 호소에 따라 사이버 공격을 수행할 ‘아이티(IT) 민병대’가 수십만명 단위로 조직됐고, 저항 지원을 위한 암호화폐 펀드도 6000만달러(740억원) 이상 모금이 이뤄졌다.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때 28살 장관이 된 페도로우는 디지털마케팅 기업가 출신이다. 그는 취임 뒤 ‘스마트폰 정부’를 내걸고 2024년까지 정부 서비스를 100% 온라인화하고, 20%를 사람 개입 없이 자동 제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 앱을 이용한 속도 위반 벌금이나 세금 납부 서비스가 제공 중이다. 디지털은 세대별로 서비스 경험과 이해 수준이 다른 영역이다. 대만의 오드리 탕, 프랑스의 플뢰르 펠르랭, 세드리크 오 등 30대 디지털 담당 장관들이 나이가 아니라 혁신과 실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새 정부의 디지털 정책 책임자도 젊은 전문가가 맡을지 관심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언론인…일단 벌금형, 추가처벌 위험

 

러 국영방송 편집자에 34만원 상당 벌금형

시위 전 반전영상 제작관련이라 추가처벌 가능성

대표 야권인사 나발니에 새 혐의로 13년형 구형도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가 14일(현지시각)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는 스튜디오에 들어가 전쟁 중단을 촉구한 러시아 여성 언론인이 벌금형을 받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방송 <채널1>의 편집자 마리나 옵샨니코바는 14일 저녁 이 방송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브레먀’가 진행되는 동안 스튜디오로 들어가 “전쟁 반대, 전쟁을 중단하라, 선전선동을 믿지 말라, 그들은 여기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쓴 종이를 들었다. 그녀는 ‘전쟁 반대’ 등을 외치기도 했다. 매일 밤 9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수백만명이 시청하는 인기 뉴스 방송이다.

 

옵샨니코바는 이에 앞서 전쟁 반대를 촉구하는 동영상도 만들었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그녀는 동영상에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거짓말을 하도록 놔두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인들이 좀비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우리는 조용히 비인도적인 정권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옵샨니코바는 사건 직후부터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3만루블(약 34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 벌금형은 반전 동영상 제작에 대한 처벌이며, 생방송 도중의 행동에 대해 따로 처벌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최근 전쟁과 관련된 ‘가짜 뉴스’를 엄하게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가, 옵샨니코바가 더 엄한 처벌을 받을 우려도 있다.

 

옵샨니코바는 재판 뒤 기자들에게 “이 행동은 내 개인의 반전 결심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싫어하기 때문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를 받는 동안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 변호사도 만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사람인 옵샨니코바는 평소 정치 문제를 논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이들, 반려견, 가정 이야기를 주로 하던 사람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그녀의 행동을 찬양한 반면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난동(훌리거니즘)’으로 규정했다.

 

러시아 정부의 주민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새로운 범죄 혐의로 추가 처벌될 위기에 몰렸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검찰은 이날 나발니에 대해 사기와 법정 모독 혐의로 1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2020년 8월 러시아 정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나발니는 지난해 2월 사기 혐의 등으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나발니는 이날 법정에서 “전쟁에 맞서는 것은 독재에 맞서는 것이다. 이는 또 푸틴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숄츠 독 총리 개전 뒤…국방비 GDP 2% 방침 밝혀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B. 2019년 5월21일 키프로스 리마솔 근처의 공군기지에서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독일이 미국의 첨단 스텔스기 F-35를 구매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군비증강을 선언하며 취한 가시적인 첫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독일 국방장관은 14일 독일 공군이 보유한 노후기인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35를 35대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람브레히트 장관이 이번 구매 계획에 대해 독일 연방군을 위한 “훌륭한 전진”이라고 평했다고 전했다. 독일공군 지휘관인 잉고 게어하르츠 중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격에 대한 답변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단결과 신뢰할 만한 억지력 확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독일·영국·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토네이도 전투기는 비상시 독일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탑재해 운용하는 임무가 부여돼 있다. 그러나 배치된 지 40년 가까이 되어 노후화하면서 교체 수요가 제기돼 왔다. 이번에 독일이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의 5세대 전투기 F-35를 구입하면, 토네이도 전투기를 대신해 전술핵 운용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독일은 또 유럽 여러 나라가 공동개발에 참여한 유로파이터 전투기를 추가 구매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유로파이터는 적군의 방공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등 다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전투기 구입 계획은 지난달 올라프 숄츠 총리가 군비증강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국민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1천억 유로(135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첫 행보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으로서 반성과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군비 강화 등 군사적 행보를 자제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안보 정책에 대한 재검토 및 군비증강의 압력이 커져 왔다.

 

그러나 이번 F-35 구매로 에어버스와 다소항공 등이 공동 개발해온 6세대 전투기 ‘미래전투항공체계’(FCAS)의 앞날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프랑스 등은 2040년부터 라팔 전투기와 유로파이터를 교체할 ‘미래전투항공체계’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유럽 공동 프로젝트인 미래전투항공체계 개발이 “절대적인 우선순위”라면서도, 노후화한 토네이도 전투기 교체는 당장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도 이날 F-35 구매와 관계없이 미래전투항공체계 프로젝트를 장기 과제로 계속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F-35 구매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핀란드는 지난해 12월 F-35 전투기 64대를 84억유로(약 11조원)에 주문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