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다음주 대화” 발언에 선 긋기
하메네이, 휴전 후 첫 연설 “미국에 승리”

 
 
22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1차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회의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과의 협상과 관련해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날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다음 주 이란과 대화”가 합의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26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의 채널인 이린(IRI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재개에 대한 어떠한 합의나 약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그들이 협상을 배신한 불편한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우리의 향후 결정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는) 결정은 이란 국민의 복지에 기반한 것이며 감정이나 피상적이거나 일시적 고려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방송 영상을 공유하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까지 협상 계획이나 의제는 없고, 협상 대표단도 구성되지 않았다”라며 “5차 간접 회담에서 그들은 우리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제안을 제시했다. (중략) 우리는 이 제안이 수용될 수 없고 다음 회담에서 우리만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알렸다”며 “우리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지속과 제재 해제라는 두 가지 핵심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게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을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만의 중재로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5차 핵 협상은 농축 우라늄 등을 둘러싼 양국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합의를 이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후 이달 15일 6차 회담 개최를 이틀 앞둔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하며 12일 동안 교전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핵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란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26일(현지시각)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이슬람 공화국의 창시자인 고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초상화가 걸린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26일 휴전 이후 처음으로 이란 국영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에 등장해 “미국은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란-이스라엘 교전에) 개입했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 전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슬람공화국(이란)은 승리를 거뒀고 미국에 엄청난 모욕을 안겼다”고 말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등을 공습하고 주요 군 지휘관을 암살해 양국 교전이 시작된 이후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하 비밀 장소 등에 은신해왔을 것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추정해왔다. 교전이 계속되고 있을 당시인 지난 19일 이란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영상 연설을 했다.   < 최우리 기자 >

 

이스라엘 국방장관 “하메네이 암살 시도…깊이 숨어 기회 없어”

“제거에 미국 허가 필요하지 않아”

 
 
지난해 11월 7일 이스라엘 카츠 당시 이스라엘 외무장관.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스라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하메네이 사살 관련해 미국의 승인을 구했는지 묻는 말에 ‘미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왔다면 우리는 그를 제거했을 것”이라며 하메네이의 위치를 많이 수색했지만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카츠 국방장관은 칸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우리의 시야에 있었다면 그를 데리고 나갔을 것”이라며 그를 죽일 계획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하메네이가 이를 알고 지하로 매우 깊숙이 들어가 우리에게 발각된 군 지휘부와도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카츠 장관은 하메네이를 죽이는 작전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았는지 묻는 말에 “이런 일에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 내각 내 극우파 중 한 명으로 이번 충돌 과정에서 하메네이 제거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하메네이를 ‘현대판 히틀러’라고 부르며 “(그는) 더는 존재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휴전을 한 뒤인 26일 채널13과의 인터뷰에서는 하메네이를 사살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휴전 전과 후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하메네이에게 “벙커 깊숙한 곳에 머무르길 바란다”며, 지난해 이스라엘이 지하 은신처를 폭파해 제거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마지막과 비유했다. 휴전 이후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더라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이란 대사관 밖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깃발을 든 지지자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왼쪽)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의 사진을 들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그곳에서는 안전하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 그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는 며칠 뒤 입장을 바꿔 정권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또 이스라엘이 필요한 경우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 또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이후 레바논을 공습하며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킨 상황과 비교했다.  < 최우리 기자 > 

댄 케인 미 합참의장 “패트리어트 부대들 한국과 일본에서 파병된 미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26일 미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알링턴/AP 연합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이 26일 브리핑을 열고 이란 핵시설을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했다는 행정부의 평가에 의문을 제기한 미국 언론을 비판하며 여론전을 벌였다. 그는 ‘작전이 성공적으로 수행됐다’고 강조했지만 새로운 평가보고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선 이란이 미군 기지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 요격에 참여한 부대 중 일부가 순환 배치된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포대라는 점도 확인됐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란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를 향해 1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의 요격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 패트리어트 부대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파병된 미군”이라며 “이들은 중부사령부 책임구역 내에서 가장 우수한 미사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치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미는 주한미군 패트리어트 포대 일부를 중동에 순환재배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패트리어트는 요격 고도가 15~40㎞에 이르는 지대공 미사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40~150㎞) 및 천궁-Ⅱ(15~20㎞)와 함께 한미 연합 방공 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케인 의장은 이란의 공격 조짐이 감지된 이후 대부분의 병력은 기지에서 철수했고, 약 44명의 미 육군 병사와 2개 패트리어트 포대가 기지 방어를 담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들은 이란이 발사한 14발 중 13발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 케인 의장은 “이번 작전은 미군 역사상 단일 작전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패트리어트 교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공습 며칠 전 포르도 지하 시설로 통하는 환기구들을 콘크리트로 덮으려 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케인 의장은 “우리는 그 콘크리트 덮개의 정확한 크기까지 알고 있었다. 첫번째 폭탄이 이를 제거했다. 이후 후속 폭탄들이 통로로 진입해 초속 1000피트 이상의 속도로 지하 복합시설 내부로 내려간 뒤 임무 구역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전날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랫클리프 등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란의 핵 능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주요 핵시설은 수년간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우리는 새롭게 수집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언론을 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바라는 유전자가 언론에 내재해 있다”며 “반쪽짜리 진실과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추가로 공개한 평가내용은 없었다. 케인 의장은 “우리는 전투를 수행할 뿐 결과를 평가하는 기관이 아니다. 평가는 정보기관의 몫”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임무 성공을 주장하면서도 이란이 미국의 공습 전 고농축 우라늄을 다른 데로 옮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본 것(정보) 중에 우리가 그런 장소에서 타격하기를 원했던 것을 정확히 타격하지 못했다고 시사하는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내가 검토한 정보 중에 물건들(표적들)이 옮겨졌다거나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는 내용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기지 근처에 있던 차와 트럭들은 환기구를 콘크리트로 덮으려는 작업자들 용이었다”라며 “어떤 것도 시설 밖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다”고 적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추모 행진 집회 과정 중 경찰과 충돌
증세반대 시위 60명 희생 1년 만에 또

25일 케냐 나이로비 중심업무지구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물대포를 맞고 있다. 이번 시위는 국회의사당 난입으로 이어졌던 ‘Z세대 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EPA 연합
 

동부 아프리카 케냐에서 일어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또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증세 반대 반정부 시위에서 60여명이 희생된 지 꼭 1년 만이다.

 

25일(현지시각) 에이피(AP)통신, 영국 가디언, 케냐 매체 ‘케이티엔(KTN) 뉴스 케냐’ 등 외신에 따르면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주요 도시 곳곳에서 세금 인상 반대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지난해에 이어 또 일어났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400명이나 속출했다.

 

이날 집회는 지난해 국회의원들의 세금 인상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회를 습격했다가 목숨을 잃은 시민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해 6~7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위는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했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평화롭게 거리를 행진하던 시위대에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거나 곤봉으로 시민들을 때렸고, 시민들은 정부 비판 목소리를 키우며 거리에 불을 지르거나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다.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사회 각 분야의 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케냐 법조협회(LSK), 경찰개혁실무그룹, 케냐 의사협회는 “케냐가 직면한 정치적 난국에서 벗어나 대화와 해법을 찾을 수 있길 기도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페이스 오디암보 엘에스케이(LSK) 법조협회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미 목숨을 잃 사람들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는 국민이 또 목숨을 잃는 역설이 발생했다”며 “경찰의 만행과 과잉 진압으로 희생된 모든 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올리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케냐에서는 실업, 정부 과잉 행정, 물가상승 등 다양한 정치 사회적 문제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진 상태였다. 특히 한 교사가 이달 소셜미디어에서 고위 경찰관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됐다가 사망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이 이 시위에 참여한 상인을 근거리에서 쏴 죽인 사건이 알려지면서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더 많은 시민이 결집했다.             < 윤연정 기자 >

화상으로만 참석하고 현장엔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정부 구성원들과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집행 우려 때문에 올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2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내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만 참석한다고 이날 밝혔다. 브라질 정상회의 현장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러시아를 대표해 참석할 계획이다.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은 “국제형사재판소 요건과 관련해 몇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며, “브라질 정부가 푸틴 대통령을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2009년 출범한 신흥 개발도상국 경제 협력체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이 속해있다. 2023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도 브릭스에 합류가 승인됐다. 올해 1월 브라질이 브릭스의 순환 의장국이 됐다. 올해 브릭스는 쿠바·볼리비아·카자흐스탄 등 약 9개국의 신규 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3월 푸틴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명의 아동을 납치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전쟁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영장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124개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 입국하면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영장 발부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은 해외 이동에 제약이 생긴 상태다. 202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도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다만, 이 재판소는 독자적 체포 수단이 없어 회원국의 협조 없인 영장 집행이 어렵고 제재 수단도 마땅치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인 몽골에 방문했지만, 몽골 정부는 체포 영장을 집행하는 대신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들을 통해 보도했다. 중국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처음으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대신 참석할 계획이다.       < 김미향 기자 >

 

푸틴 ‘체포 영장’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궁금한 3가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권리 위원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동권리 담당 고위 관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불법적으로 이송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성명을 내어 17일 재판부가 푸틴 대통령,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 등 두 사람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재판소가 러시아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칸 검사장은 한 달께 전인 지난달 22일 국제형사재판소 전심재판부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체포 영장 발부를 청구했다.

 

1. 왜 체포영장 발부했나

국제형사재판소 전심재판부는 두 사람이 러시아 점령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송하도록 한 데에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가 최소 아이들 수백명을 고아원이나 보육원에서 데려가 러시아에서 입양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친서방 나치 정권의 핍박을 받는 친러 주민을 구원한다’는 식의 전쟁 명분을 선전하고 러시아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 아동 2000명 이상을 러시아로 이동시킨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19일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시작된 뒤로 우크라이나 어린이 1만6000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추방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심재판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아동이 러시아 가정에 더 쉽게 입양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위가 국제형사재판소 로마 규정 8조 2항에 명시된 전쟁범죄, 곧 “불법적 추방이나 이송 또는 불법적인 감금”, “인질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카림 칸 검사장은 향후 증거가 확보되는대로 체포 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푸틴 대통령 등 두 사람 외에 다른 러시아 관계자에게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 

 

2. 푸틴 체포 가능할까?

 

국제형사재판소가 발부한 체포 영장은 러시아의 전쟁범죄와 관련한 중요한 조치이지만,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체포돼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살해(제노사이드),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된 경우 국가원수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현직 국가원수를 기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 스스로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할 수는 없고,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가입한 회원국이 체포해 인도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체포될 수 있는 국가에 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 밖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이런 종류의 어떤 결정도 법의 관점에서 무효하고 효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칸 검사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이에 반박하며 “로마 법령 제27조는 개인의 공식적 지위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적 재판관들도 영장 발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궐석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 개시 시점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칸 검사장은 여전히 피고인 없어도 재판 전에 재판관들이 혐의에 대한 증거를 평가하는 심리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체포영장 의미는?

 

체포영장은 국제사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과 관련한 책임을 묻고 서방에서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 해외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으로 여행을 할 경우 해당 국가는 국제법상 의무에 따라 그를 체포해 재판소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체포 영장을 받은 푸틴 대통령, 리보바-벨로바 아동권리 담당 위원이 해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원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일본 등 123개국이다. 러시아는 2016년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에서 탈퇴했고, 미국, 중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가원수급 인사인 오마르 알 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등과 같은 대열에 오르는 오명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한테서 체포영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그를 △2차 대전 뒤 뉘른베르크에서 재판을 받고 처벌된 나치 전범 △1990년대 발칸 전역에서 전쟁, 학살 등을 자행해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투옥됐다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살인, 성폭행, 소년병 이용 등을 도운 혐의로 시에라리온 특별 법정에서 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라이베리아 독재자 찰스 테일러 등에 비유했다.   <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