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직전 꼬리 내린 트럼프의 굴욕적 선택
전쟁 중단과 확전 갈림길과 막다른 골목 속에서
이란 시민의 용기와 미군 내부에서 커지던 불만

드론 소모전과 해협 봉쇄가 깨뜨린 불패의 신화
신뢰와 동맹, 페트로달러 동시에 흔들리는 미국
베트남보다 더 큰 전략적 패배와 역사적 전환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최최최최최최최후'의 통첩을 한 4월 8일의 마감 시한까지 많은 이들이 조마조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것은 수십 년 만에 닥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하루'였다. 트럼프는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했고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도구함 속의 모든 수단"을 말하며 핵무기의 사용을 암시했다.

 

하지만 불바다와 지옥을 겁박하던 트럼프는 마감 시한 직전에 갑자기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면서 다시 꼬리를 내렸다. 이것은 이란 침략전쟁의 결말에 대한 트럼프의 거의 8번째 말 바꾸기였다. 사실 트럼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했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경제적·군사적 손실과 지정학적 굴욕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정신 승리'로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전쟁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확전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큰 패배와 회복 불가능의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실패로 기울어진 이 전쟁의 결과를 다시 바꿀 수 있는 선택지는 트럼프 앞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선택은 당장의 굴욕적 후퇴는 피하지만, 미국의 패권에 훨씬 더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훨씬 더 많은 이란 시민에 대한 대량 학살과 전 세계 수많은 시민을 큰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보편적 상식을 가진 많은 이들은 트럼프가 첫 번째 선택을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트럼프는 최악의 막말, 욕설, 공갈을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잡이로 쏟아내다가 '정신 승리'의 가림막으로 굴욕적 실패를 덮는 길을 택했다. 

 

8일, 수도 테헤란의 엔켈라브 광장에서 미국과의 2주 휴전 발표 이후 이란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8 [AFP=연합]
 

여기에는 많은 요소가 작동했지만, 특히 두 가지가 두드러졌다. 하나는 트럼프가 "이란의 모든 다리와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협박하자마자 수많은 이란 시민들이 다리와 발전소로 몰려나오던 장면이다. 독재정권의 살인 진압에도 포기하지 않고 거리에 나섰던 이란 시민들은 이번에는 트럼프의 폭격과 학살에도 무릎 꿇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최후통첩 이후부터 미국의 전직 군 장성들 속에서 나온 '지금 트럼프의 명령은 불법적 전쟁범죄에 대한 명령이기에 누구든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베트남전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곳곳으로 메아리치면서 미군은 내부적 붕괴로 패배한 바가 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나서는 군인들의 수가 기록적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지금 트럼프와 미국은 마치 불을 지른 다음에 그것을 끄지도 못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도망치려는 망나니처럼 보인다. 따라서 2주간의 임시 휴전과 그 이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왜 트럼프가 이런 처지로 몰렸는지 그동안을 돌아보며 잠정적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란 침략전쟁을 단지 "40년 동안의 꿈"을 위한 네타냐후의 꼬드김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트럼프는 나름대로 이것이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통제하고 세계적 패권을 재확인하기 위한 효과적 카드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하비가 말했듯이 "중동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 석유 공급을 좌우하고, 세계 석유 공급을 지배하는 자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냉혹한 사실이었다.

베네수엘라 침략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가,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는 지금이 다시없을 기회'라는 네타냐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배경에는 이런 야욕이 있었다. 그리고 하메네이 참수에 성공한 초기만 해도 트럼프의 앞길은 밝아 보였다. 혁명으로 이란에서 쫓겨난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는 "이슬람 공화국이 무너지고 있다", "승리에 가까이 왔다"며 흥분했다.  

 

이번에 트럼프는 드러내놓고 전쟁범죄를 협박했다 -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도 "미국은 왜 최고의 군사 대국인지 입증했다. ··· 전광석화 같은 공격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라며 트럼프를 찬양하고 아부하기 바빴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짧은 외출”, “즐거운 소풍”이라고 부르며 여유만만했다. 3개의 항모 전단을 동원하고 하루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그들이 쓰러졌을 때 두들겨 패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전쟁광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로 전장을 수평적으로 확산시키며 걸프 국가들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제 전쟁은 이란의 3000만 원짜리 드론을 미국의 60억 원짜리 미사일로 격추하기 급급한 비대칭적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고성능 레이더와 초고가 전투기들도 조잡한 드론과 구식 미사일들에 파괴되어 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전 세계 경제와 무역 전체가 중단되기 시작한 것이 결정타였다. 석유뿐만 아니라 비료, 물자들이 운송되지 않으면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원망과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여기에 '저항의 축'의 하나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까지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하자, 세계 경제는 동맥경화를 넘어 심장마비 증세로 발전해 갔다.

 

트럼프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십만 명의 지상군을 투입해서 이란 전체를 점령하고 정권을 교체하거나, 하르그섬과 주변 해안을 군사적으로 장악해 호르무즈를 열거나, 하다못해 특공대라도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빼앗아 오면서 '핵개발을 막았다'고 포장해야만 했다. 처음에 트럼프는 "나는 지상군 투입에 울렁증이 없다"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졌다. 특히 이것은 4월 초의 이란에서 추락한 미군 조종사 구출 작전을 통해 명백해졌다. 단 1명의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서 수백 대의 항공기와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서도, 수송기와 헬기 4대가 파괴된 것은 미군의 능력이 아니라 무능을 보여준 결과였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관련 타스님 통신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주 휴전' 발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의 협의 이후 통행이 가능하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2026. 04. 08 [타스님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군의 대규모 사상이 불가피한 지상 작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결국 트럼프는 시간이 갈수록 험악하고 천박한 표현의 협박을 쏟아내는 '입을 통한 전쟁'으로 나아가며, 뒤로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협상 메시지를 전달하며 구걸하는 처지로 전락해 갔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2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지금까지의 과정만 봐도 이번에 미국이 입은 상처는 매우 깊고 심각하다. 먼저 신뢰의 위기다. 이제 협상을 하다가 뒤통수를 치고, 말을 수시로 바꾸는 미국의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비대칭적 소모전 속에서 미군의 고비용 저효율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군사적 능력은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다'는 신화도 무너졌다.

 

또한 이것은 동맹의 위기다. 과거에 미국의 동맹들은 함께 전쟁을 하거나, 적어도 '우리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의 동맹국들은 '사고 치고서 우리 보고 수습하라는 거냐'며 미국의 부탁을 거절했다. 심지어 일본과 한국 같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들도 모두 미국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지금 나토(NATO)는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석유를 달러로 구입하고, 그 돈으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고, 그것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지탱해주던 '페트로 달러' 체제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것을 주도하던 걸프 국가들은 '과연 우리 땅의 미군 기지가 우리를 지켜주는가, 아니면 우리를 공격의 표적으로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에 빠졌다. 이란은 석유 대금과 호르무즈 통행료를 위안화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고, 의회에서 탄핵 방안이 쏟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대통령 직무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가 돌이킬 수 없어지면서, 트럼프가 선거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4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4.8. EPA 연합
 

이것은 트럼프로 대표되는 국제적 극우 네트워크와 신나치 정치세력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네타냐후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은 막나가고 있지만, 미국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이스라엘의 폭주도 영원할 수 없다. 이번에 이스라엘의 방공망도 한계를 드러냈고, 이스라엘과 '손절'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미국 패권의 중대한 위기로 수렴되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는 준비, 목표, 계획, 전략이 모두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란을 침략했다가 '전략적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이것은 거꾸로 미국의 경쟁 패권국인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에서의 미국의 패배보다도 더 큰 전략적 패배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56년에 수에즈 운하를 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침공했다가 세계 패권을 놓치며 몰락하기 시작한 영국과도 비교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을 침략한 2026년 2월 28일은 미국 패권 몰락의 세계사적인 전환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지금의 '정신 승리'를 넘어서 이것을 뒤집기 위한 온갖 꼼수를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휴전 합의 다음 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대대적으로 폭격해서 300여 명을 학살했고, 트럼프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더라도, 네타냐후가 발목을 잡으면 쉽지 않은 처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런 식의 '가짜 휴전', '휴전 사기극', '휴전 협정 밥 먹듯 위반', '협상하다가 뒤통수치며 폭격하기'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주특기이다.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조종한다는 풍자 이미지 - 출처: X

 

이란 전쟁에서 일단 빠져나간 후, 쿠바에 대한 침략 전쟁으로 화풀이하며 망신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떤 수를 쓰든 트럼프와 미국이 지금의 전략적 혼수상태와 역사적 추락을 벗어날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이란 침략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란에서도 신정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시민들이 숨 쉴 공간을 찾고 다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과 폭격도 중단시켜야 한다. 그것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모든 선을 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던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중단시키고 책임을 묻는 것으로 향해야 마땅하다.

 

중국의 사상가였던 루쉰은 "사람을 무는 개라면 육지에 있든 물에 빠져 있든 상관없이 패야 한다. 물에 빠진 개를 패지 않으면, 그 개는 뭍으로 기어올라와 당신을 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평화와 정의를 바라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서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사정없이 두들겨야 하는 순간이다. 그들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

 

‘마가’ 논객과도 척진 트럼프 “지능 낮은 것들”…전쟁 비판에 감정

 
 

실명 거론하며 “멍청하고 미친X들”
저격당한 유튜버들 “요양원에나 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비판해온 극우 인플루언서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논객들이 자기에게 등 돌리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과의 관계를 ‘손절’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왜 터커 칼슨·메긴 켈리·캔디스 오언스·알렉스 존스가 수년 동안 줄곧 나를 공격해왔고, 특히 이들이 넘버원 테러 지원국인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안다”고 썼다. 이어 “아이큐(IQ·지능지수)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멍청이들”이라며 “그들 스스로도 알고, 그들의 가족도 알고, 다른 모든 사람도 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모두 텔레비전(방송국)에서 쫓겨났고, 자기 프로그램을 잃었으며, 이제는 티브이에 초대조차 못 받는다. 그들은 미친놈(NUT JOBS)들이고 문제아들”이라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언급한 네 사람은 한때 트럼프 지지자를 자처했던 극우 논객이자, 유튜브·팟캐스트 진행자다. 그러나 미-이란 전쟁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 전쟁이 마가의 이념인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해, 미국 이해와 직접 연관도 없는 이란에 군대를 보냈다는 것이다. 595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오언스는 지난 7일 트럼프가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자, 그를 “미친 집단학살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글에서 오언스를 향해 “존경받는 프랑스 영부인을 남자라고 공격하는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오언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남성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다가, 마크롱 부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 당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브리지트) 영부인은 남자가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승소해) 많은 돈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나한텐 프랑스 영부인이 캔디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지난 1일 백악관 오찬에서 ‘브리지트가 마크롱을 학대한다’고 조롱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칼슨에 대해서도 “대학도 마치지 못했다”고 비꼬며 “폭스뉴스(진행자)에서 해고됐을 때 이미 망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면 훌륭한 정신과 의사를 만나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칼슨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영향력에 놀아나선 안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논객들’은 패배자이며, 앞으로 영원히 그럴 것이다”라며 “그들은 마가가 아니다. 패배자들이고 그저 마가에 붙어먹으려 할 뿐”이라고 조롱했다.

 

당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오언스는 트럼프 게시물에 대해 “할아버지(트럼프)를 요양원에 보내드리자”고 제안했다.    < 천호성 기자 >

 

 

 

 

‘관련 보도로 작전 차질…취재원 밝혀야’
전례 없는 전시 노골적 언론 압박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이란에 격추된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작전을 보도한 언론을 비난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의해 격추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구출 작전을 보도한 기자와 언론을 공개적으로 겨냥하며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도가 이란 쪽에 군사 정보를 제공해 구조 작전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누설자를 찾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보도는 이란에 의해 격추된 F-15E의 2명의 조종사 중 즉시 구조되지 못하고 이란 영내에 고립된 조종사의 존재와 이를 구출하기 위한 미군의 특수작전을 전한 기사였다. 트럼프는 이런 보도로 인해 이란이 두 번째 실종 요원의 존재와 구조 시도를 명확히 인지하게 됐으며, 이 때문에 작전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 누설자를 찾기 위해 매우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정보 출처를 제공한 내부 인원을 색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나아가 “해당 언론사에 가서 ‘이건 국가안보 사안이니 취재원을 넘겨라,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원을 넘기지 않을 경우 기자 구속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위협성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미군은 이 요원을 구출하기 위해 특수부대, 전투기, 폭격기, 공중급유기 등 100대가 넘는 항공 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을 전개했다. 미군은 이란군을 교란하기 위해 추락한 조종사가 이미 탈출해 지상 차량으로 이동 중이라는 기만 작전까지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발언은 전쟁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노골적인 언론 압박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보도를 ‘누설’로 규정하고, 언론사를 상대로 취재원 공개를 강제하며 처벌을 시사한 것은 미국 내 기자 보호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평가이다. 언론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국가안보 관련 사안을 취재하는 언론 전반에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법무부와 수사 당국이 실제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나설 경우, 전시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공익적 보도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법적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NATO, 한국, 일본, 호주 직접 거론 동맹 전반에 불만 노골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8월11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사태와 이란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포함한 주요 동맹국들의 기여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일본·호주를 직접 거론하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동맹 전반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며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돕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토는 결국 미국이고, 우리가 핵심인데 정작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며 “나토는 착륙기지 제공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 대상을 아시아 동맹으로까지 확대했다. 그는 “누가 우리를 돕지 않았는지 아느냐. 한국, 일본, 호주”라며 “일본에는 5만명, 한국에는 4만5000명의 미군이 배치돼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핵무기를 가진 김정은 바로 옆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를 언급하며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어떤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김정은이 지금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했을 것”이라며 전임 행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중동 국가들의 협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등은 훌륭했다”고 언급하며 동맹 간 ‘기여 격차’를 강조했다. 다만 쿠웨이트의 경우 미군 항공기를 오인 사격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군 사격이 아니라 ‘비우호적 사격’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김원철 기자 >

 

왜 미국 민주주의는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

● WORLD 2026. 4. 7. 10:3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②]

무너진 하부 구조, 고장 난 상부 구조
구조화된 무력감, 무능한 민주당 겹쳐
시민저항 정치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해

트럼프는 위기 원인 아닌 드러난 증상
종신제 연방대법원은 고착된 권력기관
최종적 결정 내리지만 교정할 수단 없어

 

3월 28일 미국 시카고에서 벌어진 반 트럼프 시위. 게티이미지 AFP 연합
 

오늘의 미국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도대체 왜 아무도 이 상황을 막지 못하는가. 법원은 어디에 있습니까. 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언론은 왜 이토록 무력합니까. 그리고 미국 민주당은 왜 늘 원칙과 절차를 말하면서도, 정작 눈앞의 권력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까. 이 질문은 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개인이 너무 강해서가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를 제어해야 할 구조가 이미 오래전부터 약화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이라기보다, 그 위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증상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여전히 헌법을 가지고 있고, 선거를 치르며, 의회와 법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민주주의의 형식은 멀쩡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실제로 민주주의를 방어할 수 있느냐입니다. 오늘의 미국은 바로 그 지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미국 자본주의의 하부구조가 먼저 침식되었고, 그 위에 세워진 정치제도와 시민의 감정 구조가 함께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먼저 무너진 것은 미국의 경제적 하부구조

 

오늘의 미국 위기를 트럼프 개인의 언행이나 정당 간 양극화만으로 설명하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더 깊은 곳을 봐야 합니다.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쳐야 할 경제적 하부구조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침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자본주의의 선택은 분명했습니다. 자국 산업의 재건이 아니라, 금융수익과 주주가치의 극대화였습니다. 미국 기업과 자본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글로벌 경영(Global Management)’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혁신과 생산성 개혁으로 끌어올리기보다 더 싼 임금과 더 느슨한 규제를 찾아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은 금융의 중심을 유지했지만, 정작 자기 사회를 떠받칠 생산의 토대는 스스로 허물어 왔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가 보여주듯, 미국 제조업 고용은 장기적으로 구조적 감소세를 보여 왔고, 특히 2000년대 이후 그 하락은 훨씬 더 가팔라졌습니다(미국 노동통계국, 2018; 미국 노동통계국, 2025.9.19).

 

이것은 단지 산업구조 조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자기 사회를 재건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사회를 비워가며 수익을 챙기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는 뜻입니다. 공장이 사라졌고, 마을이 쇠락했으며, 노동의 자부심이 무너졌습니다. 러스트벨트(Rust Belt)의 몰락은 단순한 지역경제의 후퇴가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가 허물어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지배 엘리트는 이 문제를 생산 재건이나 산업 민주화의 방향으로 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국 경제는 쌍둥이 적자를 안은 채 군비를 계속 키우고, 제조업은 해외로 내보내며,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을 중심축으로 유지하는 구조를 더 깊게 굳혀 왔습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재정 상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체제의 병리입니다. 미국 재무부 집계상 국가부채는 이미 38조 달러대 후반에 접근했고, 의회예산국(CBO)은 2026 회계연도 재정적자를 1조 9천억 달러로 전망했습니다. 같은 전망에서 2026년 순이자 지출은 1조 달러를 넘고, 총지출은 7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제시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일반정부 총부채를 GDP 대비 120%대 후반으로 제시하고 있어, 미국은 이미 주요 선진국 가운데서도 매우 높은 부채 부담 구조에 들어와 있습니다(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국제통화기금 IMF, 2026.2.25).

한마디로 말해,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생산국가라기보다, 부채를 굴리며 군사비를 키우는 금융패권국가의 말기 증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2024년 군사비는 9,970억 달러로 다시 늘어났습니다(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이 구조는 단지 경제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토대를 갉아먹는 정치 문제입니다. 민주주의는 결국 “이 사회가 나를 먹여 살리고 지켜줄 수 있다”는 최소한의 집단적 신뢰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정치·경제 엘리트는 그 신뢰를 스스로 파괴해 왔습니다.

 

더구나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아이러니하게 중국의 성장과 중국 제조업에 대한 의존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생산 기반을 비워가면서도 값싼 중국산 상품과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소비와 금융 팽창을 유지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한동안 중국의 제조업 역량 위에서 자국 금융질서의 연명을 이어온 셈입니다. 패권국가로서는 기이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 월가의 시대 뒤에 빅테크 올리가르히가 올라탔다

 

그러나 미국의 문제는 단지 제조업 붕괴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늘의 미국은 금융자본의 나라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을 움직이는 핵심 권력은 점점 더 빅테크(Big Tech)–AI–방산 자본의 올리가르히(oligarchy)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축은 월가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서는 금융자본 위에 다시 플랫폼 권력, 데이터 권력, 감시 권력, 군사기술 권력이 결합한 새로운 지배블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안두릴(Anduril), 팔란티어(Palantir), 스페이스X(SpaceX) 같은 기업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기술혁신이 아닙니다. 이 기업들은 국가안보, 감시, AI 전장, 우주 인프라, 미사일 방어체계와 결합하며 국가의 군사·정치 기능 자체를 민간 독점자본과 접합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안두릴과 팔란티어는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소프트웨어 개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트럼프 2기 들어 AI·과학기술 국가전략 자문 구조에도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직접 포진하고 있습니다(Reuters, 2026.3.24; Reuters, 2026.3.25). 즉,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단지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닙니다. 이제는 금융–빅테크–방산–AI 자본이 국가를 공동 경영하는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을 듣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4.30 연합
 

이러한 변화는 미국 민주주의에 치명적입니다. 왜냐하면 이 새로운 지배세력은 단지 시장을 독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 전쟁, 감시, 여론, 플랫폼, 국가계약, 안보담론까지 함께 틀어쥐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이제 선거의 차원에서만 약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경제구조의 차원에서, 정보구조의 차원에서, 국가권력의 차원에서 동시에 포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이 구조의 바깥에서 난입한 파괴자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이 구조가 낳은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형상입니다.

 

■ 미국 민주당은 노동과 서민의 정당에서 체제관리 정당으로 이동했다

 

그렇다면 미국 민주당은 왜 이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을까요.흔히 나오는 답은 미국 민주당이 무능해서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미국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미국 사회를 지배해 온 구조 자체와 충분히 결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상징되는 공업지대의 노동조합과 도시 산업노동계층에 강한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이 붕괴하고 금융화가 심화되면서, 그 재정적·정치적 기반은 점차 노동조합 중심 구조에서 금융자본, 전문직 엘리트, 실리콘밸리 후원 네트워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후원금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 민주당이 더 이상 “노동의 언어”로 사회를 읽기보다, 시장과 기술과 제도를 관리하는 언어로 사회를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미국 민주당은 빌 클린턴(Bill Clinton),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조 바이든(Joe Biden)으로 이어지는 상당한 집권 경험을 가졌지만, 그 시간 동안 미국 시민 다수는 “미국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감각을 거의 얻지 못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멈추지 않았고, 군비는 줄지 않았으며, 적자는 누적되었고, 제조업의 쇠퇴도 되돌려지지 않았습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특히 2008년 금융위기는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위기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질서의 실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그것을 체제 전환의 계기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체감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월가는 구제되었지만, 시민의 삶은 그대로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 민주당의 친금융자본적 성격은 대중에게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금융개혁의 단호한 전환보다 국가재정과 유동성을 동원한 체제 봉합이 앞섰고, 그 선택은 장기적으로 미국 대중의 분노를 미국 민주당으로부터 떼어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후 미국 민주당은 한동안 실리콘밸리의 대규모 후원과 기술낙관주의의 수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피터 틸(Peter Thiel)을 비롯한 테크 우파와 다수의 빅테크·벤처 자본가들은 점점 더 공화당과 트럼프 진영으로 이동하거나, 최소한 거래 가능한 권력으로서 트럼프를 선택하는 길로 돌아섰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보수화가 아니라, 규제보다 독점, 민주주의보다 기술귀족정, 공공성보다 올리가르히를 선택한 이동이었습니다(Reuters, 2025.10.9; Reuters, 2026.3.25). 즉, 미국 민주당은 노동의 정당에서 금융과 기술 엘리트에 더 가까운 정당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중의 상실감과 굴욕감, 분노와 불안을 정치적으로 번역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정치는 사실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정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체감하느냐에 의해 움직입니다.

 

그런데 미국 민주당은 오랫동안 이 감정의 층위를 읽는 데 실패해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은 옳은 말을 하면서도, 많은 시민에게는 점점 더 멀고 느리고 차가운 정치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선거기술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를 비판했지만, 트럼프를 낳은 구조와는 끝내 결별하지 못했습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은 견제장치가 아니라 고착장치가 되었다

 

이제 상부구조를 봐야 합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가 더 심각한 이유는 단지 제도가 느리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고장 난 제도를 고치는 일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미국 연방대법원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와 연방판사는 사실상 종신직입니다. 미국 헌법과 의회 해설에 따르면, 이들은 중대한 위법이 없는 한 정해진 임기 없이 자리를 유지합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인선의 정치적 효과가 짧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누적됩니다. 한 번 기울어진 사법지형은 선거 한두 번으로는 거의 되돌릴 수 없습니다(미국 의회 헌법해설, 2026).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정질서의 최후 보루로 여겨져 왔지만, 오늘날에는 민주주의의 자기교정을 가로막는 고착 장치로 비판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최후의 기관이, 오히려 권력구조의 장기 고착을 떠받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의 미국 연방대법원은 단지 보수화된 기관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정치적 편향이 장기 고착된 권력기관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 종신제가 더 이상 안정 장치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미국에서는 그것이 민주적 책임성의 부재와 정치적 면책의 제도화로 기울고 있습니다. 판사들은 선출되지 않지만 사회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시민이 그 판단을 직접 교정할 수단은 거의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의 루초 대 커먼코즈(Rucho v. Common Cause) 판결입니다. 연방대법원은 노골적인 정당형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 문제에 대해, 그것이 부당할 수는 있으나 연방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민주주의의 대표성 자체를 훼손하는 구조적 왜곡을 보고도 법원이 한 발 물러선 것입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19.6.27). 이 흐름은 2024년 트럼프 대 미국(Trump v. United States) 판결에서 더 노골화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대해 광범한 형사상 면책을 인정했고, 그 결과 “권력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헌정질서의 핵심 원칙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미국 연방대법원, 2024.7.1).

 

이것은 단지 판결 몇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점점 더 민주주의 방어 장치가 아니라, 민주주의적 교정이 거의 불가능한 권력의 상층 보호막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탄핵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연방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은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어려운 제도입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는 가능해도, 상원에서 유죄와 파면을 위해서는 3분의 2라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미국 상원, 2026). 헌법개정은 더 어렵습니다. 양원 3분의 2, 그리고 주(州) 4분의 3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선거인단 개혁이든 대법관 임기제든 구조개혁은 거의 봉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2025).

 

이 점에서 미국은 한국과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은 두 차례 대통령 탄핵을 통해, 큰 비용을 치르면서도 최소한 헌정질서의 자기교정 능력을 보여준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미국 시민사회와 미국 민주당이 느끼는 무력감의 더 깊은 바닥에는, “우리가 분노하고, 투표하고, 거리로 나와도, 구조 자체는 잘 안 바뀐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를 더 무력하게 만듭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제 권력을 견제하는 기관이 아니라, 한 번 기울어진 권력구조를 세대 단위로 고착시키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민주주의는 느리고, 권력은 빠르다

 

오늘의 위기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정보환경과 시민의 감정 구조까지 봐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린 체제입니다.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토론해야 하며, 심의하고, 표결하고, 판결해야 합니다. 원래 그래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폭주를 막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권력은 완전히 다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플랫폼은 숙고보다 반응을, 설명보다 자극을, 맥락보다 분노를, 사실보다 속도를 보상합니다. 최근 연구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구조가 정치적 적대감과 양극화를 증폭시키고, 자극적·적대적 콘텐츠 노출을 통해 정서적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Science, 2026).

 

바로 여기서 트럼프식 정치는 강해집니다. 그는 늘 설명보다 자극을 선택하고, 논증보다 적을 설정하며, 복잡한 현실보다 음모론적 단순화를 택합니다.

이 방식은 민주주의에는 해롭지만 오늘의 정보환경에는 매우 잘 맞습니다. 그래서 시민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도, 실제로는 더 적은 현실을 이해하게 됩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맥락은 사라지고, 뉴스는 많지만 공적 판단 능력은 약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인 공유 가능한 현실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리고 시민은 점점 더 강하게 체감합니다.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느린가. 왜 저쪽은 당장 움직이는데, 이쪽은 늘 절차만 말하는가. 이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위험해집니다. 시민이 민주주의의 느림을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으로 체감하기 시작할 때, 권위주의는 이미 절반쯤 성공한 것입니다.

 

■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굴복하지 않았다

 

미국 전역에서 열린 ‘No Kings’ 시위는, 고장 난 제도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제도의 무력화에서 드러나지만, 동시에 그것은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저항 속에서도 확인된다.3월 28일 벌어진 미국의 반 트럼프 시위. AFP 연합
 

그러나 여기서 글을 멈추면, 우리는 오늘의 미국을 절반만 보게 됩니다. 미국의 하부구조는 침식되었고, 정치제도는 고장 났으며, 미국 민주당은 체제를 바꾸지 못했고, 정보환경은 독성화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이미 굴복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시간으로 3월 29일, 미국 현지 3월 28일에는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대규모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습니다. 주요 보도에 따르면 이 시위는 미국 50개 주 전역 3,200건이 넘는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급 항의 행동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8백만 명 이상 참여라는 수치는 현재로서는 주최 측 추산으로 보아야 하지만, 이번 행동이 미국 사회의 깊은 저항 에너지를 보여준 것은 분명합니다(Reuters, 2026.3.28).

 

이 장면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오늘의 미국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 시민의 저항 능력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옵니다. 여전히 분노합니다. 여전히 저항합니다. 여전히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에서 더 심각한 것은, 그 저항을 정치적·제도적 전환으로 번역하는 능력이 약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거리의 분노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의회 개혁과 정당 재편, 사법 통제와 정보환경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시민의 힘은 존재하지만, 그 힘을 제도 변화로 연결해줄 매개 장치가 낡고 약해져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이 보여주는 비극은 저항이 없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저항이 아직 충분히 번역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 결론: 오늘의 미국은 이중 붕괴 속에 있습니다

 

오늘의 미국 민주주의 위기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부구조는 무너졌고, 상부구조는 고장 났으며, 시민은 그 사이에서 구조화된 무력감을 학습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미국은 제조업을 버리고 금융을 택했습니다. 쌍둥이 적자를 누적하면서도 군비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금융자본 위에 빅테크–AI–방산 올리가르히가 올라탔습니다. 그 위에 놓인 정치제도는 종신직 연방대법원과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탄핵, 거의 봉쇄된 헌법개정 구조, MAGA화된 의회와 체제관리 정치에 머문 미국 민주당 때문에 스스로를 고치기조차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연방재정 전망과 국가부채, 군사비 증가, 그리고 연방대법원의 장기 고착 구조는 바로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미국 의회예산국, 2026.2.11; 미국 재무부 Fiscal Data, 2026;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2025.4.28).

 

그리고 그 결과 시민은 민주주의의 느림을 문명의 신중함이 아니라 무능과 패배의 감각으로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비대칭이 오늘의 위기입니다. 민주주의는 느리기 때문에 무능해 보이고, 권위주의는 빠르기 때문에 유능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느림은 본래 무능의 증거가 아니라 폭주를 막기 위한 문명의 장치였다는 사실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민주주의가 다시 시민에게 “실제로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감각을 회복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 감각이 사라질 때, 민주주의는 헌법책 속에서는 살아 있어도 현실에서는 패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미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무거운 경고는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습니다. 대개는 먼저, 사람들이 그것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 방식으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이처럼 하부구조는 무너지고, 상부구조는 고장 나며, 시민의 신뢰까지 침식된 미국은 이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위기는 일시적인 정치 혼란에 그칠 것인가. 아니면 미국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남긴 채, 더 노골적인 권위주의와 과두적 지배, 그리고 대외적 폭력에 의존하는 체제로 더 깊이 기울어 갈 것인가. 이제 문제는 왜 미국 민주주의가 트럼프를 막지 못하는가를 넘어서, 이런 미국이 앞으로 어떤 국가로 변해갈 것인가에 있습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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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shington Post.

「No Kings protests fill streets at over 3,300 rallies in all 50 states」, 202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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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rd No Kings protest draws millions from across U.S. to push back on Trump administration」, 2026.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