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진실과 정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COREA 2026. 4. 4. 13: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대통령의 ‘서훈 취소’ ‘시효 폐지’ 재추진은 큰 의미


가해 주체도 ‘국가폭력’도 새기지 못한 ‘백비’
가해·피해 유족들 ‘향쟁론’ 여부로 첨예하게 맞서

4.3을 ‘사건’으로 둘 것인가, ‘정명’ 찾아 줄 것인가
출범 6년인데도 파행 중인 추가 진상조사 보고서

관계자들 반성과 함께 살아있는 자의 책무 다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제주4·3 78주년 추념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미리 제주를 방문하여, 3월 29일 제주4·3 피해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했어요. 4·3 진압의 공로로 받았던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민·형사 시효의 완전 폐지를 재추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유족들의 오랜 바램이었지만, 대통령이 이런 언급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어요.

 

그동안 제주4·3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의 처리에 있어서는 대체로 ‘진실과 정의’가 아니라 ‘진실과 화해’를 지향해 왔습니다.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지만, 가해자를 색출하여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라는 이름으로 회피했던 것이지요. 가해자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에 대한 법적 처벌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인 것이지요.

 

군경에 쫓기다 눈보라 속에 스러져간 모자를 형상화한 '비설'

 

‘정의’ 대신 ‘화해’ 택한 제주 4·3 특별법

 

이러한 모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기를 끝내고 민주주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진실과 화해위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위원장이었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그의 저서 『용서 없이 미래 없다』 중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우리 각자가, 아니 우리 모두가 끔찍한 악행을 저지를 만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 그 범죄자들과 똑같은 영향을 받고 똑같은 세뇌를 당하더라도 나는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그들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거나 못 본 체하자는 말이 아니다. 그저 하느님의 자비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 중 한 명이 그렇듯 서글픈 처지에 이르렀음을 한탄하며 함께 울어 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값싼 동정심이 아닌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하느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나도 저들과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라고.”

 

2000년에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는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에는 가해의 주체도 없고 국가폭력이라는 의미도 나타나지 않아, 당시의 시대적 조건에서 이루어진 타협의 산물이었던 것이 분명한데요.

 

그 결과 개인별 보상을 포기한 대가로 집단보상의 형태로서 평화공원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특별법 개정을 통해서 다시 개인별 보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4·3을 규정하는 법조문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채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여전히 가해자는 국가유공자로 서훈을 받고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으며,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틈만 나면 제주4·3을 좌익폭동으로 몰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평화공원 홈페이지

 

‘백비’에 새겨질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명’

 

제주 4·3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해 오는 가운데,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정명(正名)이었어요. 4·3평화기념관 전시실 입구에 누워 있는 백비(아무 것도 새기지 않은 비석)에 ‘항쟁’이라는 비문을 새겨 세워야 한다는 염원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만 높았지, 왜 항쟁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인지를 학문적,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어요. 따라서 정명은 결국 미완으로 남고 말았습니다.

 

제주4·3은 다른 사건에 비해서 기간도 길었고, 시기별로 성격도 다양했어요. 당장 어느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제주 지역공동체 내부에서의 살상행위도 이루어졌어요. 특히 무장대나 우익 단체 구성원들은 같은 제주도 지역 주민을 이념적으로 다르거나, 상대 측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살상을 했습니다. 공동체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에 의해 경찰지서와 함께 경찰 가족들이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러니까 4·3을 그날로 국한시켜 본다면 그것은 좌익 세력들의 무장봉기였던 것이지요. 따라서 보수 인사들은 여전히 4·3에 대해서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2003년 진상조사보고서는 그러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그 기원을 1947년 3.1절 행사에서 찾는 우회로를 찾은 것인데요.

 

현재 유족회 내부에는, 무장대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경찰 및 민간인 유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항쟁’을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데요. 만약에 항쟁을 밀어 붙이게 되면 유족회의 분열 갈등이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회는 아마도 가장 나중에 항쟁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정명은 화해와 상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명을 기다리며 기념관 전시실 입구에 누워있는 백비. 필자 촬영

 

4.3의 최종 책임자는 이승만

 

사실 4·3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어떻게 명명하느냐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다른 항쟁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구자 및 활동가들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하게 사용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사람들 입에서 오르내리는 명칭이 정명이 될 텐데요. 비록 국가에 의한 명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선언이 구체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이 따라야 할 것인데요. 무엇보다 제주 4·3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2003년의 진상조사보고서는 처음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작성되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군경 측의 비협조와 사료의 부족 등으로 인해서 미완성으로 남았어요. ‘경찰 등 주요기관의 관련문서 폐기와 군 지휘관의 증언거부, 미국 비밀문서 입수 실패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집단인명피해 지휘체계를 볼 때,중산간마을 초토화 등의 강경작전을 폈던 9연대장과 2연대장에게 1차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이 두 연대장의 작전기간인 1948년 10월부터 1949년 3월까지 6개월 동안에 전체 희생의 80% 이상을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하고, 강경작전을 지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추가진상조사보고서 작업의 파행과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

 

그런데 2020년의 특별법 개정에 따라 시작된 추가진상조사보고서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어 지역 사회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2024년 말까지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보고서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중앙위원회에 보고되고 국회의결을 거쳐 지금쯤에는 이미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어야 마땅했는데요. 중간에 위원들이 교체되면서 6개월을 연장했다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행정안전부에 곧바로 제출해 버리는 파행을 겪었지요. 30억 원이 넘는 국고가 투입되었음에도 그마저 아직 미완성인 상태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초안’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절차와 결과물에 대한 일부 추가진상조사분과위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에서는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어요.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났지만, 초안에서 진전된 결과물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제시했던 4·3 진압의 공로로 받았던 서훈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마련과 민·형사 시효의 완전 폐지 재추진이라는 과제는 대단히 엄중한 사실확인과 근거의 제시를 필요로 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있는 추가진상조사보고서가 반드시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민들에게 국가를 대표하여 사과를 했을 때에도, 진상보고서에 근거했던 것이지요.

 

78주년 4.3 추념식. 필자 촬영 

 

오늘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주 4·3 78주년 추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대통령이 제시한 국가폭력의 희생자였던 제주의 희생자들과 행방불명자의 기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원래대로 한다면 추가진상조사보고서를 완성하여 오늘 추념식에서 제단에 봉헌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발언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진오 역사학자·상명대 명예교수

 

부디 내년에 열리는 추념식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추가진상조사보고서에 입각한 보다 진전된 언급이 나오기를 소망해 보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책임을 맡은 관계자들의 처절한 반성과 확실한 마무리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이니까요.

 

안중근 순국 116주기…이번엔 찾을 수 있을까

1910년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상세 묘사
"뤼순 감옥서 1㎞밖에 마잉푸 산 중턱에 묻어"
"발굴하지 못하도록 지하 2.1m 깊이에 매장해"

전문가들 "유해 발굴 하려면 남북이 대화해야"

 

안중근 의사 서거 116주기인 26일 이규수 전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서거 약 5개월 뒤인 1910년 9월 10일 보도된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공개했다. 2026.3.26. 이규수 전 교수 제공
 

안중근 의사 유해가 중국 다롄(大连)의 뤼순(旅順) 감옥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 약 2.1미터(m) 깊이로 매장됐다는 내용을 담은 과거 일본 신문 기사가 발굴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 가운데, 이번에 나온 사료가 유해 발굴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안 의사는 사형집행 전 동생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했던)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해다오"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116년 동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뤼순 감옥서 1㎞ 떨어진 마잉푸…지하 2.1m 깊이"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기인 26일 이규수 전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안 의사 순국 5개월여 뒤인 1910년 9월 10일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현 마이니치 신문)에서 보도된 '안중근의 묘'라는 제목의 기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전 교수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2020년쯤 일본에 머물면서 이 자료를 찾았다"고 전했다. 

 

신문에는 당시 현장의 상세한 묘사와 함께, 구리하라 사다키치 전옥(典獄, 뤼순감옥 형무소장)의 설명 등이 담겨 있다. 구리하라는 안 의사를 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뤼순감옥 보고서에 따르면 구리하라는 안 의사가 형무소에서 '동양평화론'을 완성하도록 사형 집행일을 늦춰달라고 한 바 있다. 또 안 의사가 순국 직전 "어머니가 보내주신 흰 한복을 입고 죽고 싶다"고 한 요청을 흔쾌히 허락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기자는 구리하라가 특별히 붙여준 '안내자'를 따라 "감옥에서 약 10정(약 1㎞) 떨어진 묘지로 향했다"면서, 안 의사의 묘가 있는 터에 대해 "울타리도 담도없는 산 중턱, 무성한 잡초 사이에 규칙적으로 두 줄을 이루어 50~60기의 무덤이 서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고개를 들어 보면 정면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 정상에 청나라 통치 시기의 기병영(騎兵營) 터가 거의 완전한 형태의 흙담으로 남아 있고, 고개를 숙이면 오른편으로 마잉푸(馬營浦)라 불리는 작은 부락 거리의 한쪽 끝으로 약 1정(약 109m) 떨어진 남쪽 산기슭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마잉푸(옛 둥산포·東山坡) 일대는 안 의사 유해가 매장된 지역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곳 중 하나다. 현재는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알려졌다.

 

안중근 의사 서거 116주기인 26일 이규수 전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서거 약 5개월 뒤인 1910년 9월 10일 보도된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공개했다. 2026.3.26. 이규수 전 교수 제공

 

신문에서는 안 의사의 묘 위치도 특정했다. 기자는 "2~3년 전 다롄에서 중국인 환전상을 꾀어내어 2천 엔을 강탈하고 그를 교살한 모토야마 겐이치(本山謙市), 야마무라 세이이치(山村精一) 등을 비롯해 불과 얼마 전 처형된 중국인 살해범 혼다 오토마쓰(本田音松), 일본인 살해범 위안광가오(袁廣高) 등 두 강도의 흙이 마르지 않은 새 무덤과 인접한 지점"이라며 "한 조각의 나무 표식도 세우지 않고, 한 덩어리 돌멩이도 놓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이처럼 표식도 없이 안 의사의 묘를 만든 것은 일제의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구리하라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실은 당시 안중근의 형제가 너무나 유해를 원했던 점과 우리 일본인들의 격앙이 심했던 탓에 신중하게 고려했다"며 "겉에는 성명을, 뒤에는 사망 연월일을 기록한 것을 묘표로 세우지 않고, (관과 함께) 묻어서 흙을 덮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방치해 일부러 매장 지점의 형태와 흔적을 완전히 감췄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묘는 발굴되지 못하도록 다른 죄수와 달리 더 깊이 팠다고 한다. 구리하라는 "특별히 들여온 백목(白木,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목재)으로 일본식 침관(寝棺, 시신을 눕히는 관)을 만들었다"면서 "일반 죄수와 같이 지하 4척(약 1.2m) 이내에 묻지 않고 특별히 7척(약 2.1m) 아래로 깊이 묻었다. 매장한 장소는 감옥 부속 수인 묘지 안이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사는 '방외생'(方外生)이라는 인물이 작성했다. 이 교수는 방외생이 고마츠 모토고(小松元吾) 기자의 필명이라고 설명했다. 고마츠 기자는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기자, 도요신문사 통신원 등으로 활동한 언론인이자, 미술가이다. 고마츠는 안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기 나흘 전 공판을 그림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그가 남긴 공판 스케치는 재판 관계인들의 표정이나 분위기 등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다. 이 교수는 고마츠에 대해 "당시 양심적인 일본 기자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안중근 의사 서거 116주기인 26일 이규수 전 히토츠바시대 교수는 서거 약 5개월 뒤인 1910년 9월 10일 보도된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기사를 공개했다. 사진은 기사를 작성한 고마츠 모토고 기자. 2026.3.26. 이규수 전 교수 제공

 

"안 의사 유해발굴, 남북 대화 없이는 어려워"

 

안 의사의 유해 매장 위치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리보다 앞서 1970년대 김일성 주석 지시로 조사단을 파견했지만, 유해 수습에 실패했다. 남북은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유해 발굴을 공동으로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진 못했다. 이후 안 의사 유해발굴 사업은 중국 정부가 남북이 합의로 정확한 매장 지점을 특정하면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 국빈 방문 중 시진핑 주석에게 안 의사 유해 발굴에 대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달엔 안 의사 유묵이 11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소식을 엑스(X)에서 전하며 “정부도 안 의사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보훈부는 지난 18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민관 협력단'을 발족하고, 유해발굴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에 확인된 마잉푸 일대는 중국 측 협조로 현지 답사는 한 적 있지만, 본격적인 발굴 작업으로는 나아가지 못한 곳이다. 정부와 학계 등에선 이곳이 문화재 지역인 점 등을 고려해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를 활용한 비파괴 방식으로 조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중근 의사.

 

다만 중국의 협조를 구하기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이 남북 합의로 정확한 매장 위치를 특정하면 협조하겠다고 한 만큼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과 남북의 외교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 또한 매장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일본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들도 필요하지만, 여기에 아직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함세웅 신부는 지난 21일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16주기 추모식에서 "남북이 합의하지 않고서는 유해발굴이 절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북의 경직된 마음을 바꿔서 우리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선조를 모시고 있다는 부분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도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기본적인 대전제인 남북의 대화가 막혀 있다"고 지적하며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해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전국지표조사’ …국정 방향성 평가도 ‘신뢰’ 67%

민주당 지지도 동반 상승 46%…국민의힘 18%
여당 역할 ’잘한다’ 53%…제1야당 '잘한다'16%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3.26

 

이재명 대통령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멈출 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덩달아 상승곡선이고 집권 여당의 역할을 ’잘한다’는 평가도 높다. 반면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도·평가는 최악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2026년 3월 23일 ~ 25일(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응답자 이념성향: 진보 286명, 중도 354명, 보수 241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방식의 전국지표조사(NBS·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 3.1%p)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는 긍정적 평가는 69%,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는 부정적 평가는 22%로 나타났다(모름/무응답 10%).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대통령 취임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 성향층과 중도 성향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각각 92%, 71%로 높은 반면, 보수 성향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50%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에서도 긍정 평가 49%, 부정 평가 30%이다. 모름이 22%로 유난히 높은 것이 눈길을 끈다.

 

주요 정책 평가: 국민생활 안전정책(72%) 긍정 가장 높아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성에 대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67%,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매우+대체로)는 응답이 25%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모든 연령층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긍정적 응답 비율이 높은 가운데, 40대와 50대에서 긍정적 응답이 각각 81%, 76%로 크게 높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 성향층과 중도 성향층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응답이 각 91%, 70%로 높은 반면, 보수 성향층은 ‘잘못된 방향’이라는 응답이 53%로 조사됐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정책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는 ‘국민생활 안전정책‘ 72%, ‘지역균형발전정책’ 63%, ‘교육정책’ 61%, ‘노동정책’ 58%, ‘대북 정책’ 56% 순으로 나타났다. 모든 정책 분야에 대해 진보 성향층과 중도 성향층에서는 긍정 평가 비율이 과반을 차지한 반면, 보수 성향층의 경우 ‘국민생활 안전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정책 분야에서 부정 평가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정당지지도: 더불어민주당 46%, 국민의힘 18%, 태도유보 30%

 

‘집권 여당 역할 잘한다’ 53%, ‘제1야당 역할 잘한다’ 16%

지방선거 ‘여당 힘 실어줘야’ 53% > ‘야당 힘 실어줘야’ 34%

 

정당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46%, ‘국민의힘’ 18%, ‘조국혁신당’ 2%, ‘개혁신당’ 2%, ‘진보당’ 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없다+모름/무응답 30%).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의 역할을 ’잘한다’는 평가는 53%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긍정 평가는 85%였으며, 진보 성향층의 긍정 평가는 80%, 중도 성향층의 긍정 평가는 50%(부정평가 43%)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이 제1야당의 역할을 ‘잘한다’는 평가는 16%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긍정 평가는 35%였으며, 보수 성향층의 긍정 평가는 28%(부정 평가 69%).

 

 

제9회 지방선거에서 ‘현 정부의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53%,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34%로 나타났다(모름/무응답 13%).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여당 지지’가 높게 나타났고, 이념성향별로는 진보 성향층에서는 ‘여당 지지’가 84%, 보수 성향층에서는 ‘야당 지지’가 64%로 높은 가운데, 중도 성향층에서는 ‘여당 지지’와 ‘야당 지지’가 각각 52%, 34%로 조사됐다.

 

 

추경 편성: 찬성한다 53% > 반대한다 34%

차량 5부제 민간 확대: 찬성한다 59% > 반대한다 36%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고려에 대해서는 ‘중동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어려움을 고려해 추경에 찬성한다’가 53%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추경에 반대한다’ 34% 보다 높게 나타났다.

 

진보 성향층과 중도 성향층에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각각 79%, 53%로 높은 가운데, 보수 성향층에서는 ‘반대한다’는 응답이 57%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계층 인식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추경에 찬성하는 양상이다.

 

중동 상황 악화로 인한 경제 부담 증대에 대한 대응책으로 차량 5부제 등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를 민간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가 59%로 ‘반대한다’ 36% 보다 높게 나타났다. 40대 이상의 경우, ‘찬성’ 비율이 과반을 차지한 반면, 30대 미만은 ‘반대’가 타 연령대 대비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 강기석 기자 >

 

 

소속 기자, 사장 배임 혐의 고발…'내란' 의혹 제기

"퇴진해야" "노조 등 내부 미온적 대응 벗어나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사장의 12.3 비상계엄 사전 협조 의혹 등을 제기한 이 회사의 전 기자를 고소한 사장에 대해 연합뉴스 현직 기자가 사장을 고발했다. 이주영 연합뉴스 테크부 과학전문기자는 26일 연합뉴스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황대일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권 시기에 임명된 연합뉴스의 현 사장에 대해 여러 의혹과 문제제기 및 거취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고발이 그와 관련된 연합뉴스 내부의 기류를 보여주는 것인지 주목된다. 

 

이 기자는 이 게시글에서 “연합뉴스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황대일 사장을 비판한 한 퇴직 기자를 형사 고소하면서 본인 개인의 명예 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에 대해 회사 인력과 재원을 투입한 것은 업무상 배임 행위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12.3 계엄 전후 연합뉴스 송고 기사에 대한 조사를 주장한 권영석 전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을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연합뉴스 사옥. 

 

황 사장은 고소장에서 “연합뉴스 사원들이 사장과 그의 육사 선배인 전 국방장관 김용현과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하며 내란 전후 연합뉴스 송고 기사를 전면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표현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합뉴스 사장은 육사에 다니다 퇴학당하고 고대를 나온 극우파’라는 표현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연합뉴스 사장의 사회적 평가를 현저히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적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게시글에서 또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폭넓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할 연합뉴스가 경솔하게 법적 조치에 나섬으로써 비판에 재갈 물리기로 대응한다는 인식을 심어줘 언론사로서의 품위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황 사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거듭 제기하면서 황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황 사장이 취임사에서 징비록을 쓰겠다고 공언하고 감사실이 공정성을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 규정을 고치고, 감사실을 동원해 과거 정권시절 송고된 기사와 기사 작성자를 대상으로 감사를 했다”면서 “어느 언론사가 사장 직속 기구인 감사실을 통해 기자와 기사의 공정성을 감사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12·3 비상계엄 내란 이후 황 사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에 대해서도 “윤석열 비상계엄 내란 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신상품이 나와서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옹색하기 그지없는 변명에 불과하다”면서 “교체 사유가 무엇인지 소상히 밝혀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황 사장이 과거 극우성향 매체 '미디어X'에 [황대일칼럼]이라는 이름으로 [역사학계, 홍범도 붉은 행적 '묻지마 두둔']과 ['독립군 몰살' 자유시참변의 최대 수혜자는 홍범도] 등의 글을 쓴 것을 둘러싼 논란 등까지 거론하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를 이끌어갈 리더의 자격이 없으며 황 사장이 계속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은 연합뉴스를 더 망칠 뿐이니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자신과 연합뉴스의 내란 관련 보도를 둘러싼 여러 여러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황 사장과 연합뉴스 전현직 기자들 간의 비판과 고소, 고발 공방으로 연합뉴스 내부의 관련 움직임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 기자의 게시글이 말하고 있듯 “연합뉴스 사원으로서, 노동조합 조합원으로서 현 경영진의 부조리를 더는 용납할 수 없으나 이에 대한 노조의 미온적 대응도 수긍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 경영진의 거듭된 부조리한 행위에 대한 강력한 문제 제기”가 내부에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 이명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