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인데도 박빙 지지율 보이는 민주당-국힘... 그 이유 네가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유성호/연합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슷해졌다는 결과를 두고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왜 탄핵 정국인데도 이처럼 여당 지지도가 높은지 묻는 내용인데,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총선 직전으로 돌아간 보수 성향 지지자의 적극성

이번 주 1월 4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40% 대 국민의힘 38%, 지난주 1월 3주에는 더불어민주당 36%-국민의힘 39%로 두 당의 지지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탄핵 정국인데 왜 이렇게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냐면서 혹시 '판이 바뀐 것인지'를 묻는 분들이 많다.

특히 ARS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국민 대표성은 약하지만 고관여자 중심 표층 여론을 보여줄 수도 있는 ARS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특이사항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무선 RDD 응답률이 ARS에서조차 상당히 높아졌다.
② ARS에서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③ ARS에서는 중도 성향자의 보수 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난다.


공통적으로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진보 성향자 대비 매우 강해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선관위를 통해 통신 3사로부터 제공받는 가상번호보다 무선 RDD번호의 응답률이 나쁘지 않다. 아마도 통신사에 가상번호 전환을 거부했던 사용자까지 RDD에서는 응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

이번 글에서는 ARS 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기보다는 보수 성향자의 응답 적극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강해져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자 한다. 최근 보수 성향자의 비율은 2024년 국회의원 선거 직전인 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2월 5주 보수 성향자는 363명이 응답했는데,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3%, 국민의힘은 40%였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은 39%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4월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번 1월 4주 조사에서 보수 성향자는 362명이 응답했다. 총선 직전과 비슷하다. 그럼, '왜 이렇게 보수 성향자가 마치 여론을 좌지우지 하듯 상대적 응답 적극성이 강해진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봐야 한다. 몇 가지 주요한 이유 각각을 살펴보자.

불모지로 변한 제3지대, 보수 대안 정당 부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기각 등 현안 관련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남소연


첫째, 지지자 이탈이 최소화 될 수 있는 정당 경쟁 구도를 생각해볼 수가 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외에 국민의당이 있었다. 같은 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38석이나 얻은 큰 정당이었다. 교섭단체를 단독으로 구성할 정도였고, 신생 정당으로 상당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더군다나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던 2017년에는 바른정당도 있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중심이 돼 만든 정당에 대한 보수성향자의 지지도가 상당했다는 사실은 생각해볼 지점이다.

정당 지지도 비교(2017년과 2025년 1월)두 번의 탄핵 정국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도를 한국갤럽 조사결과에서 가져와 비교해봤다.한국갤럽


이처럼 대안적 정당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황은 매우 다르다. 지금은 보수 성향자가 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정당이 개혁신당 정도인데, 전체 지지도가 높지 않아서 바람을 일으키기 어려운 것 같다.

그렇지만, 2017년 1월 분산된 보수성향자들의 지지도를 합산한 결과와 비교를 해도 지금 국민의힘 지지도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고, 무당층 규모는 더 적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스캔들과 애국심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유성호


둘째,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의 성격을 보면 과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이유는 직권남용 등이었고 이번에는 비상계엄 선포이니 이번이 더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는 독자가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엔 박 전 대통령이 연루된 스캔들성 내용을 담은 주장이 언론과 뉴미디어에 많이 쏟아졌다. 심지어 외신에서도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했다는 내용을 다룰 정도였다. 이런 이슈에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같은 편이라고 목소리 높일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대선 때 지지했던 유권자의 지지 철회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철저히 이념의 문제가 됐다. 물론 비상계엄을 선포한 측이 제시한 이유가 그렇다는 거다. 근거가 있건 없건 그런 주장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일관되게 '애국' 프레임에 호소하고 있고, 그에 따라 대선 시기 지지했던 유권자가 지지를 표명하는 데 심리적 부담감이 낮아졌다. 또한 대통령이 어떻든 간에 보수 성향자 자신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애국심에 불타오른다고 주장하는 게 문제될 게 없으니,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도 덩달아 매우 강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같이 이념에 호소하는 애국심 프레임은 갈등 상황을 만들기 충분한 것 같다. 스캔들의 경우 한쪽 진영에서 터진다고 해서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세력을 탓하거나 공격하기 어렵지만, 이념에 의한 갈등은 다른 진영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만들기 충분한 것이다. 보수 성향자들의 적극성이 여론조사 응답에만 그치지 않고 폭력행위로도 이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프레임 설정과 이슈 파이팅, 그리고 민주당의 대응

보수 성향자의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이 강화된 이유 중 셋째로 생각해볼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와 윤 대통령의 구속까지 일련의 상황에서 보수 성향자와 진보 성향자의 관여도가 상반된 방향으로 달라져 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크게 흐름을 훑는다면, 비상계엄 선포→국회의 계엄 해제→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 후 가결→한덕수 총리 탄핵소추안 가결→탄핵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철회→윤 대통령 체포 및 구속의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진보 성향자들은 긴장감이 풀릴 수 있고,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보수 성향자들은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속담에 '화장실 가기 전과 갔다 온 후 생각이 달라진다'라고 하는데, 진보 성향자가 화장실을 다녀온 심리상태라면, 보수 성향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는 것이다. 간절함이 다르기에 여론조사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넷째로는 행위자 측면에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의 대응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내란 프레임'이 갖는 중요성이 너무 커 오히려 하위 프레임 개발과 이슈 파이팅을 진척시키는 데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아닌가 싶다.

'내란'이라고 하면 사실상 전면전을 연상시키고 절박감이 대단히 고양된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느끼는 다급함을 정치권에서 받아들이면, 조급함으로 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 다수는 '내란의 종식'과 민생에 미칠 '악영향 최소화'에 관심이 가기 마련인데, 이런 다급함이 정치권으로 오면 정당 간 갈등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관련 우려감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렇지만, 언론은 오히려 정치적 갈등 양상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 여권은 야권의 민생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처럼 군다'라는 등의 지적을 하고 나섰지만, 정작 눈에 띄는 민생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미래 권력은 중도가 선택

2025년 1월 6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으로 달려간 '찐윤' 의원들의 모습. 김기현 대표 오른쪽 뒤에 김석기 의원이 서있다.김석기 의원 블로그 갈무리


한국갤럽의 이번 1월 4주 조사결과처럼 보수 성향자가 많이 잡혔다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40%의 지지도를 보였다. 심지어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이재명 대표는 31%로 횡보하는 등 강세가 여전하다. 중도 성향자 중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30%이고 2위인 김문수 장관이 4%다. 국민의힘 인물 중 가장 높은 선호도인 11%를 보여준 김문수 장관의 중도 확장력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초고관여 보수 성향자의 주장에 발목 잡힌다면, 정권 말기 일부 '순장조'가 대통령실에 잔류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의 구성원 모두가 '순장조'가 되려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 언제쯤 과거와 단절하는 결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몇몇 ARS 조사결과에 지나치게 놀라 여론조사 기관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데, 과연 그럴 일인가 싶다. 그 조사는 그것대로 이해를 하고 대표성이 더 높은 조사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민주당이 더욱 힘써야 할 영역은 '민생 관련 프레임 전술', '당의 포지셔닝 전략' 등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민생에 주목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정치 세력도 다가올 큰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 오마이 김봉신 기자 >

* 인용 여론조사
한국갤럽이 의뢰처 없이 자체적으로 1월 21~23일 3일간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재명 vs 국힘 대선주자 초박빙…박근혜 탄핵 때와 다른 판세, 왜

보수 유권자, 박근혜 땐 보수 지지 여부 고민했다면
이번엔 국정운영 평가 아닌 정치대결 인식 더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밤사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소영 기자 
 

대선 양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초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와이티엔(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9.4%)를 벌인 결과, 이재명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41% 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이 조사는 케이스탯리서치가 조선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유권자 603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6%)한 결과에 견줘 양자 대결 격차가 확연히 좁혀졌다. 이 조사의 양자 대결에선 이재명(37%)-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29%), 이재명(37%)-오세훈(28%), 이재명(38%)-홍준표(28%), 이재명(38%)-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23%) 구도였다(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런 여론 흐름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 대선 주자에게 크게 뒤졌던 것과 차이가 크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이사는 이날 한겨레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유권자들이 탄핵 뒤에도 계속 보수를 지지해야 할지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탄핵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다는 바람을 숨김없이 표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자 구도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들의) 선호도가 떨어짐에도 양자 구도에서 비슷하게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도 보수 유권자들 다수가 이번 대선을 진영 대결로 뚜렷하게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을 집권 세력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아닌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승리해선 안 되는 정치적 대결장’으로 보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여권 후보들이 백중세를 보인 양자 대결 결과를 두고 “여권의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하는 가상 대결 결과는 현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보수 진영의 결집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는 것에 대해선 긴장감을 드러냈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 체포가 지연되면서 극우·보수 진영의 조사 응답률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구속 뒤엔 탄력을 받아 결집도가 더 견고해졌다”며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도 서서히 결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비호감층’이 두터운 이 대표의 한계가 갈수록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높은 비호감도 덕분에 당 지지율이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오른쪽 유권자의 결집도가 강한 만큼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을 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서영지 엄지원 고경주 기자 >

 

'법의 권위 추락' 지적하면서 '헌재 공격' 광고 실어


극우세력의 내란 선동 마당 제공해 법치 무너뜨려
실소 자아내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

 

조선일보가 법이 짓밟히는 현실을 고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이 23일부터 새로 내보내고 있는 <법은 왜 짓밟혔나>라는 제목의 시리즈물은 서울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우리 사회에서 법의 권위가 얼마나 실추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고 법의 권위 실추와 붕괴 실태를 짚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을 비판하면서 법이 얼마나 권위를 잃었으면 법원이 공격받겠느냐고 말하는 식의 이같은 시각에는 법원 공격 사태의 논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보인다.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이른바 '프레임 비틀기'다. 

 

조선일보의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의 기사 제목들. 위쪽부터 2025년 1월 23일자와 24일자 제목. 

 

게다가 이같이 법의 권위 추락을 걱정하고 개탄하는 조선일보는 정작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며 '최종 판관' 역할을 하는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을 공격하는 광고를 버젓이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3일 뒤이며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날인 22일자에 헌법재판소를 향해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 "말 그대로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해 놓고서는 법치의 한 보루인 헌재를 공격하라는 광고를 실은 것이다. 

 

신문에서 흔히 기사는 위에 실리고 광고는 아래에 실린다는 점에 빗대 표현하자면 조선일보의 지면은 위에서 한 말을 아래에서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가당착을 보여준다. 극우세력의 내란을 선전·선동하며 ‘법을 짓밟고’ 있다.  할 말을 한다는 1등 신문의 '헌법 유린 광고 장사'가 실소를 자아낸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는 첫날 ‘국회 입법 권한의 정파적 남용’을 성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들어 과반의석(170석)을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거침없이 통과시켜왔다면서 이를 ‘입법 폭주’라고 명명하고 이중 상당수가 ‘이재명 대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쓰고 있다. 입법부의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신조어까지 지어내 붙였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사적 이익을 뒷받침하는 법들’이라는 조선일보의 규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 신문이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기사들의 결론과 일치한다. 정치에서의 입법 활동, 국민의 지지를 받아 다수당이 된 야당의 정책 제시를 당대표 개인을 위한 법이라고 함부로 단정하고 있다.

 

이 대표 선거법 2심 판결을 앞둔 이른바 ‘방탄용 법안’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발행 시 중앙정부가 의무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개정안, 식량주권과 농민 생존권 보장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까지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24일 시리즈의 두 번째 기사는 사법부를 겨냥했다. <수사권 조정 후 늘어난 '법의 회색지대'… 여론에 휘둘리는 판사>라는 제목으로 사법부가 불신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12‧3 내란 수사 과정에서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 어느 수사기관에 내란죄 수사권이 있느냐로 논란을 빚었다면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유무 혼선을 법원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해줘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주장을 펴느라고 윤석열 변호인단 소속인 윤갑근 변호사의 “수사권 없는 기관이 관할권 없는 법원에서 받은 불법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는, 이미 무리한 주장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강변을 다시 인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5년 1월 22일 26면에 실린 극우 단체들 명의의 전면광고. 헌법재판관들을 위협하는 내용이다. 
 

이같이 정치권, 정확히 말하자면 야당과 사법부를 겨냥한 비판을 매섭게 펼치면서 법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질타한 조선일보는 스스로 그 법을 흔들고 위협하는 이들을 위한 선전장을 내주고 있다. 22일 <조선일보>는 지면 26면에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 등 8인 헌법재판관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라는 표제의 전면광고를 실었다. <법은 왜 짓밟혔나> 시리즈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이다.

 

‘자유민주세력연합-자유민주총연합-자유대한민국모임 전국 300개 자유애국단체 300만 회원 일동’ 명의의 이 광고는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 “애국 청년학도들이시여! 헌법재판소로 집결하라!”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내용이다. 광고는 헌법재판관들을 ‘좌편향 재판관’이라고 비난하고는 "만에 하나 졸속 재판이나 편파적 재판 운영으로, 불법적 탄핵 인용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무서운 국민 저항으로 엄중한 단죄와 처벌이 내려질 것임을 강력 경고하는 바이다"라며 사실상 탄핵이 인용되더라고 불복할 것이라고 선언함과 동시에 '국민 저항'을 운운하며 헌법재판소를 협박했다.

 

이 광고는 비상계엄 이후 조선일보에 실린, 극우적 주장을 담은 일련의 광고들 중 하나다. 지난 13일 이 신문의 32면 광고에선 “청년 백골단과 자유민주 민병대는 반란군을 체포하라”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을 행사해 공산 반란군을 토벌하라” “반역 헌재 재판관을 토벌하라”는 내용이다.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무력으로 쳐서 없앤다'는 뜻의 ‘토벌’이라는 말까지 써 가며 선동하고 있다. "자유민주 애국민들이여, 일어서라"라며 "이재명과 민노총 반란군과의 전쟁이다. 광화문광장과 헌법재판소로 집결하자"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의 결집을 호소하며 이재명 대표와 민주노총을 향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22일 내놓은 논평 <헌법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 앞장선 조선일보를 규탄한다>는 “혼란한 정세 속에 ‘1등 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가 국민 여론을 반영한 건강한 공론장 조성에 이바지하기는커녕 헌법 유린 광고 장사로 내란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언련도 지적했듯이 이같은 광고는 ‘신문 광고는 사회 통념상 용납할 수 없는 저속한 표현 또는 폭력적인 내용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을 위반한 것이랄 수 있다.

 

민언련은 “돈만 된다면 언론의 공적 책임은 내팽개친 채 극우 선동에 나서도 된다는 것인가. 조선일보는 친일과 독재 협력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과거에 민주주의 파괴 부역이란 오명까지 올릴 게 아니라면, 지금 당장 헌법유린 광고 장사를 통한 내란 선전·선동을 멈춰라”고 비판했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사무실 앞에 보란듯 '천공 인터뷰' 기사 전시


'중국인 99명 체포' 보도근거 묻자 "나가라"
보도한 기자, 여러 매체 전전…신뢰 논란 이력
수상한 익명 취재원…국정원 퇴직요원 가능성
권영해 안기부장 중심의 반공 파벌 인맥일 수도

대표 2명 중 1명은 국새 사기 옹호한 특이 이력
다른 대표 1명은, 하나재단 직장 내 성희롱 파문

선관위·주한미군 "거짓뉴스" 비판에도 못들은 척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2025.1.19. 연합 [공동취재]
 

지난 19일 새벽 벌어진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는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20세기 중반 이승만 정부 때 활약하던 서북청년단같은 극우 깡패집단이나 80년대에 횡행하던 백골단의 폭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단의 재등장이었다. 대체 이러한 일들이 왜 벌어졌고 이들의 배후는 누구이고 어떤 집단인지 집요한 추적이 뒤따라야 한다. 민주주의는 가끔씩 감기에 걸린 듯 재채기를 하고 종종 비틀거렸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는 회복해왔고 단단해져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폭동세력에 대한 관용없는 처벌, 올바른 분석과 대책이다. 

 

권력감시 탐사보도 그룹 <워치독>은 '폭동의 배후'를 쫓는다. 가장 먼저 '부정선거 음모론' 가짜뉴스의 진원지인 <스카이데일리>라는 매체를 짚기로 했다. 이 매체를 누가 만들었고 뒤에서 지원해왔는지 살폈다. 가짜뉴스 의혹을 받고 있는 매체 기자들을 만났고, 해당 언론사 관련 정보를 샅샅이 추적했다. 취재 결과, 극단적 반공주의에 심취한 언론인들, 국정원 퇴직 요원들, 신천지와 전광훈 등 극우종교집단, 국민의힘 내란 세력들이 <스카이데일리> 주변에 짙게 어른거리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매체는 단순한 음모론자들이 아니라 왜곡된 신념으로 무장한 극우 정치집단의 확성기 같은 곳으로 분석된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본사. 2025.1.22.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스카이데일리> 찾아가보니…'천공 인터뷰' 홍보하듯 문 앞에

 

"주한미군이 무슨 SNS에 입장을 밝힙니까. 정말 주한미군 책임자가 쓴 글인지 확인됐어요? 저희는 그게 더 의심스럽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스카이데일리> 사무실 앞에서 맞닥뜨린 이 언론사의 경영 책임자는 해명보다는 주장을 쏟아내기 바빴다. 표정은 단호했고, 목소리는 무거웠다. <스카이데일리>의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근 건물에서 계엄군이 주한미군과 공동작전으로 중국국적자 99명을 체포했다"는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사령부가 SNS(X, 옛 트위터)에 지난 20일 "완전한 허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카이데일리> 매체 책임자라며 기자들 앞에 나선 이 남성은 반박과 보도 근거를 설명하기보다는 "주한미군 같은 곳에서 SNS에 입장을 낼 리가 없다. 취재원은 밝힐 수 없고 반론권 행사도 하지 않겠다"고 한 뒤 더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쓴 허겸 <스카이데일리> 기자는 사무실 바깥 복도에 서 있는 <워치독> 취재진을 바라볼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문은 이내 굳게 닫혔고 취재진은 퇴거를 요구받았다.

 

<스카이데일리> 사무실 문 앞 복도에는 이들 매체가 발행한 신문들이 전시되듯 여러 개 펼쳐져 있었다. "윤 대통령 탄핵 가당찮아…임기 다 채운다" 라는 제목의 천공 단독 인터뷰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6월3일자 발행 신문, "선관위·거야 폭주…헌정질서 몰락 부른다"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12월23일자 발행 신문,  "트럼프는 부정선거 가만두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2024년 12월27일자 발행 신문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법원 폭동을 일으킨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러한 보도들에 심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쳤던 구호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는 서울 서부지법 앞에서 외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 언론사에 대해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음모론 배후는 밝혀질 수 있을까.

 

파문을 일으킨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 온라인 뉴스 및 지면. 2025.1.24. 워치독설 방송 갈무리

 

언론계 "허겸 기자, 이직 잦고 기사 신뢰도 문제 많았다"

 

<스카이데일리>의 이번 음모론성 보도의 출처는 겉으로는 '소식통'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익명의 기사 댓글이 발단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시사주간지 <시사인(IN)>이 보도한 '12.3, 선관위 연수원서 실무자-민간인 90여명 감금 정황'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에 "그 민간인이라는게 중국인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최상단에 게재됐다. 이어 다음 날 구독자가 150만 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신인균 국방TV'가 해당 기사를 인용하며 "감금된 사람들이 중국인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전하고, <스카이데일리>는 같은 날 칼럼을 통해 "수원 선관위 연수원의 중국인 해커부대 90명이 누구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선관위가 해당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고 "계엄 당일 선거연수원에는 선관위 승진자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공무원 88명, 외부강사 8명 등 총 96명이 숙박하고 있었고 계엄군이 청사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16일 "한·미 군 당국이 경기 수원시 선거관리연수원에서 체포한 중국인 간첩들(99명)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주한미군이 "완전한 거짓"이라고 기사를 부정한 지난 20일에도 이 매체는 "중국인 간첩 혐의자 중 우선 체포대상 인물이 주일미군기지를 거쳐 미국 본토로 압송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이어갔다. 그러나 취재의 출처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즉 익명의 전언뿐이었다.

 

2016년 연합뉴스 기사를 악용한 스카이데일리 영상. 스카이데일리가 유튜브에 올린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 영상에 등장하는 사진은 연합뉴스가 2016년 10월 12일 보도한 불법조업 중국선원 사진이다. 연합뉴스는 당시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해경에 붙잡힌 중국어선 선원들이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로 들어와 검역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진을 2025년 중국인 간첩으로 둔갑시킨 셈이다. 2025.1.24. 연합
 

미국에서 <뉴스버스>에 기사를 보내온 이상연 기자는 <스카이데일리>의 비상적인 보도의 배경과 관련해 해당 기자 개인의 성향도 짚었다. 이상연 기자는 문제의 기사를 쓴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에 대해 "애틀랜타와 워싱턴DC의 한인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민경욱 전 의원의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해 관련 기사를 보도해왔다"고 밝혔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허 기자는 뉴시스 사회부 시경캡(경찰팀장)과 법조팀장, 국제부 시드니 특파원, 호주동아일보, 재외동포신문 편집국장, 애틀랜타 중앙일보 편집데스크, 워싱턴 중앙일보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기자 경력으로 봤을 때 이직이 매우 잦은 편이다. 미주에서 활동하는 한 기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허겸 기자가 미주 중앙일보 시절 민경욱을 쫓아다녔다. 미주 중앙일보에서도 내부에서 기사 신뢰성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최종적으로 파이어(Fire, 해고) 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가짜뉴스의 배경을 허겸 기자 개인의 특이한 정치 성향 탓으로만 분석하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이 기자는 2015년 <재외동포신문>이란 곳에서 근무한 이력이 확인된다. 이때 허 기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관련 눈에 띌 정도의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 그는 이 시장을 인터뷰 한 보도에서 "이재명은 무상복지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실천 중인 정치인"이라고 직접 언급했다. 특이하게도 그는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기고한 시민기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은 허 기자가 과거에 쓰던 이메일과 거의 같은 형식의 아이디로 <오마이뉴스>에 글을 써온 흔적들을 찾았는데 주로 그가 과거 거주했던 호주 소식이나 노조 소식, 진보 성향의 글 등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 허겸 기자가 보이고 있는 극우적 성향과 달리 10여 년 전에는 진보적 가치들에 더 귀기울였던 흔적들이다.

 

허겸 기자가 재외동포신문 근무 시절인 2015년 6월 25일 작성한 이재명 대표 인터뷰 기사. 무상복지 정의를 새롭게 정립하고 실천 중인 정치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2025.1.24. 재외동포신문 갈무리
 

또 허겸 기자는 호주와 미국 등지에서 활동한 경력이 뚜렷하다. 이 과정에서 취재 인맥이 미국 쪽이나 정보 계통 관계자들에게 닿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받는 정보의 신뢰성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기사에 밝힌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누구일까.

 

'스카이데일리 익명의 소식통'은 국정원 퇴직 요원들일 가능성

 

그 흔적은 '중국인 간첩 일부가 미국 본토로 압송됐다'는 주장을 펼친 지난 20일자 <스카이데일리> 기사에서 일부 확인 가능하다. 허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이 사실을 확인해 준 복수의 소식통은 본지의 '5·18 진실 찾기'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신뢰를 쌓은 국내 정보 계통 관계자들"이라고 밝혔다. 허 기자는 지난해 '5·18 진실 찾기'라는 제목의 기획을 통해 지만원 씨나 이순자 씨(전두환 부인) 등의 인터뷰를 싣거나 '5·18 북한 개입설' 등을 주장해 왔는데, 특히 '북한 개입설'의 출처는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라고 스스로 보도에서 밝혔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비록 안기부(현 국정원)를 나온지 오래 됐지만 그의 안기부 인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카이데일리>가 접촉했다는 '정통한 소식통'이 바로 현 국정원 내 극단적 반공주의 세력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은 한 때 국내 정보 계통 최상위에 있었던 인물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1994~1998년 안기부장을 지낸 권 전 부장은 1997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대선 당선을 막기 위해 '북풍공작'을 펼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재미교포 윤홍준 씨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한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했다. 또 권 부장은 판문점 총격 사건을 일으켜달라고 북쪽 인사에게 부탁한 이른바 '총풍' 사건에도 연루됐다. 그는 김대중 정부 들어, 검찰에 구속됐고 1999년 징역 5년형을 받았다.

 

스카이데일리 허겸기자가 쓴 권영해 전 안기부장과 특별대담 형식의 인터뷰 기사. 2025.1.24. 스카이데일리 갈무리
 

김대중 정부 때 안기부가 국가정보원(국정원)으로 간판이 바뀌고 민주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개혁이 이뤄졌지만, 국정원 내에는 여전히 '반공주의 파벌'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맹목적인 반공주의자인 이들은 퇴직자인 이른바 '오비(OB, Old Boy)'들과도 소통하며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신봉하는 극우수구 세력들 사이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권 전 부장을 중심으로 한 국정원 반공 파벌 인맥이 허 기자의 취재원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12·3 내란 사태에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정보사 OB들의 개입이 확인된 바 있다. 왜곡된 '반공 신념'으로 뭉친 정보 계통 OB들이 곳곳에서 암약하는 시기에 '문제의 부정선거 음모론 기사'가 유통되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의문 부호를 남긴다.

 

스카이데일리 곳곳 신천지·전광훈·천공·세계일보의 흔적들

 

<스카이데일리> 매체를 이끌어가는 임원진과 개별 기자들의 성향도 이번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매체는 특히 극우 성향의 종교집단과 밀접해 보이는데 지난해 6월 이 매체의 등기상 대표이사인 조정진 발행인 겸 편집인은 윤 대통령 부부 멘토로 알려진 천공(본명 이천공)과 특별대담을 하고 신문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천공은 해당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당하지 않고 임기 5년을 다 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3일자 스카이데일리 지면. 이 매체 발행인 겸 편집인이 조정진 씨가 천공(본명 이천공)과 인터뷰한 내용이 1면에 실려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또 지난 2023년까지 특정 기자들이 신천지예수교(신천지)와 관련된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올리기도 했는데 이들은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도 제법 깊은 듯 하다. 유튜브 채널 <전광훈TV>는 최근 "주말에 스카이데일리에서 강한 것(보도)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고 방송을 해 전 목사 쪽과 이 매체가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보여줬다. 이른바 극우 성향 종교들과의 교집합에 공교롭게 <스카이데일리>가 있는 것이다.

 

또 이 매체를 운영하는 경영진들은 국민의힘 극우 인사들과 가깝다는 게 언론계의 전언이다. 이 매체는 의료·보건 매체에서 활동했던 민경두 전 대표가 2011년에 세운 인터넷 신문이다. 민 전 대표 등에 대해 잘 아는 한 언론사 부장은 <워치독>에 "스카이데일리는 물주인 민 전 대표가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정치 출마를 목적으로 세운 언론사"며 "민 전 대표의 약점을 잡은 현 조정진 대표가 지분을 얻어서 현재는 대표이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등기상 회사가 '스카이데일리닷컴'과 '스카이데일리' 2개로 나뉘어 존재한다. 민 전 대표는 등기상 현재 사내이사로 물러나 있고, 2021~2022년경 민 전 대표가 영입한 조정진·조민호 전 세계일보 논설위원이 각각 스카이데일리닷컴과 스카이데일리 대표를 맡고 있다. 

 

조정진·조민호 두 대표의 이력도 특이하거나 문제의 소지가 많다. 두 사람은 모두 통일교 계열인 세계일보에서 '파워 게임'에 밀려난 이들로 분류된다. 특히 세계일보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정윤회 문건'을 단독 보도한 뒤, 50여 일 만에 회장 교체 보도가 나오는 등 적잖은 내홍에 시달린다. 당시 조민호 전 위원은 사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학자 총재(문선명 아내)가 공식적으로 (나를) 사장으로 임명했다"면서, 일부 언론에 임의로 보도자료를 뿌려 파문을 일으켰다.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경영권 탈취 시도 및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 반발했고, 이에 조민호 전 위원과 이를 도운 조정진 전 위원 모두 자택대기 명령을 받았다. 대표 각각의 면모도 눈 여겨볼 만하다.

 

스카이데일리 닷컴 법인 등기. 세계일보 논설위원 출신 조정진 대표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가짜뉴스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스카이데일리닷컴의 조정진 대표는 세계일보 시절 주로 문화부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기자 시절 대한민국 4대 국새(옥새) 제작 여론 조성에 상당히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4대 국새는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결국 장인이라던 민홍규 씨는 전통 방식으로 국새(옥새)를 제작한다고 대한민국 정부를 속여 거액을 받아챙긴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그러나 조 대표는 민 씨를 희생양이라고 두둔하며 <누가 국새를 삼켰는가>라는 책까지 펴냈다. 또한 조 대표는 통일부 출입을 하기도 했는데, 반공 성향의 기사를 많이 썼다고 한다. 조 대표와 함께 근무한 전직 세계일보 기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편집회의에서 만나면 조정진은 '김정일 동선을 다 알고 있다'는 둥 이상한 소리를 했다"며 "통일부를 출입하면서도 반공 성향의 기사를 많이 썼다"고 떠올렸다.

 

조민호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조 대표에게 임명장을 준 이는 2023년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은 겸직이 되지 않지만 조 대표는 스카이데일리 대표를 등기한 상태로 임명장을 받아 재단 이사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조 대표는 경고에도 여전히 등기에서 이름을 내리지 않고 있다. 또한 조 대표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 통일부 감사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현재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인 조 대표는 아내가 제왕절개를 했다는 직원의 말에 '그게 뭐 애를 낳은거냐, 박스에 꺼낸거지'라고 폭언을 하고 반바지 입은 여직원에게는 '반바지 입었네'라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 밖에 북한이탈주민 직원을 '바퀴벌레'라고 하거나, 특정 국회의원 이름을 언급하며 '걸레'라고 하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통일부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는 조민호 대표에 대한 '해임' 등 중징계를 권고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인 스카이데일리 조민호 대표. 최근 직장 내 성희롱으로 해임 등 중징계 권고를 통일부로부터 받았다. 2025.1.24. 워치독설 방송화면 갈무리
 

"중국간첩 체포" 근거 내놓을까? '518 음모론' 보도 근거도 경찰에 뭉개

 

<스카이데일리>는 과연 이번 법원 폭동까지 낳은 '부정선거 음모론' 보도를 도운 '정보기관 소식통'이 누군지 경찰이나 판사에게 밝힐까. 이점을 예측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흔적이 있다. 지난해 1월과 10월 광주광역시와 5·18기념재단은 "5·18 북한 개입설"을 보도한 허겸 기자와 권영해 전 안기부장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허겸 기자는 지난해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워치독> 취재 결과, 허겸 기자는 지금까지도 경찰에 북한 개입설의 근거나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18 재단 관계자는 "허겸 기자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는 받았다. 경찰은 기자에게 취재 근거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안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겸 기자에 대해 경찰은 이번에 큰 논란이 된 기사를 쓴 당사자인 것을 재차 파악했고, 끝까지 허 기자가 취재 근거자료를 내지 않으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뷰 중인 스카이데일리 직원. 자신을 경영지원실장이라고만 소개한 남성은 워치독 취재진에게 "주한미군 같은 곳에서 SNS에 입장을 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뿐 아니라 전 세계 미군이 SNS로 주기적으로 공개 메시지를 내고 있다. 2025.1.24.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워치독>은 <스카이데일리>와 허겸 기자에게 반론을 듣기 위해 찾아갔으나, 직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취재진을 몸으로 밀어내는 등 물리력을 행사해 제대로 된 입장을 듣기 어려웠다. 다만, 경영지원실장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취재진에게 "'독자께 알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취재 과정은 당연히 적절한 경로로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허겸 기자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자신을 40년 경력의 기자라고 밝힌 한 남성은 취재진에 "허겸 기자가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대신 설명했다.

< 김성진·허재현·조하준·김시몬 워치독 기자 >

 

지도부는 극우 지지층 눈치를 살피며 윤석열 탄핵심판 결과주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의 모습.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이 22일 조기대선 출마를 시사하며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우 지지층의 눈치를 살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조기대선을 향한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엠비엔(MBN) 유튜브에 출연해 “저는 늘 대선에 도전할 꿈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니까 저한테 출마 여부를 묻는 건 별로 필요 없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유 전 의원은 한발 더 나가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층한테 ‘제가 후보가 돼야 이재명을 이길 수 있다’는 그 얘기를 해야된다”라며 “우리가 정권을 빼앗겨서 대한민국이 위험해진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 저를 지지해 달라”고도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4선 서울시장으로서 꾸준히 여러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쌓은 경험은 제 개인 것이 아닌 일종의 공공재”라며 “이런 공공재는 여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아예 “차기 대선후보 자격”으로 “미국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 초청으로 8년 만에 워싱턴을 방문했다”고 적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6.3%)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31%)의 뒤를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7%), 홍 시장(6%),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오 시장(4%) 등 순이었다. < 한겨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