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이력으로 ‘고문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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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초대 민청련 의장을 고문한 이근안(가운데)씨가 1999년 11월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1988년부터 11년 가까이 도망 다니다 자수한 이씨는 7년의 실형을 살고 나온 뒤 목사로 변신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군사정권 시절 악랄한 고문 수사를 자행해 ‘고문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88) 전 경감이 25일 사망했다.

 

26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이씨는 건강 악화로 입소해 치료를 받던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전날 숨졌다.

 

1970∼80년대 치안본부 대공수사관이었던 이씨는 고문 등 가혹 행위로 허위 자백을 받아낸 이력으로 ‘고문기술자’라는 별칭까지 얻은 인물이다. 이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 등 주요 공안 사건에서 고문을 주도했고, 1981년에는 ‘서울대 무림사건’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 표창을 받았다.

 

이씨는 1985년 9월 김근태 당시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을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전기고문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김근태 의장의 변호인단이 고문 경찰들을 고발했으나, 이씨의 신원이 알려지지 않아 고발장에는 ‘이름 모를 전기고문 기술자’로만 기재됐다. 이후 3년만인 1988년 12월21일 한겨레가 이씨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보도하면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1988년 12월 21일 한겨레신문 1면 기사의 일부.

 

그뒤 11년간 수배를 피해 도피 생활을 하던 이씨는 1999년 자수했고, 고문·불법 구금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이씨는 2006년 출소한 지 2년 만에 목사 안수를 받고 종교 활동을 했다. 이씨는 종교 활동 중 ‘과거를 반성한다’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애국’이라고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씨는 2010년 2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똑같이 일할 것”이라며 “당시 시대 상황에서는 ‘애국’이었으니까. 애국은 남에게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이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듬해 그가 소속됐던 교단은 이씨의 목사직을 박탈했다.

 

이씨가 관여한 공안 사건은 최근까지 고문으로 인한 조작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24년 6월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와 국가가 고문으로 인한 허위자백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어부 고 박남선씨의 유족에게 총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 “그는 고문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나 반성의 뜻을 밝히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며 “가해자의 죽음은 그가 저지른 만행을 지울 수 없으며, 민주주의 역사에 새겨진 피해자들의 고통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회는 “오랜 세월 고통을 견뎌온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깊은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근안의 사망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확고히 지키며,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올바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 임재우 기자 >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

88세 사망 소식이 안기는 당혹감

이해찬·김근태 고문 후유증 때 이른 죽음 대비
이근안 목사 안수 받고 스스로 용서받았다 말해
전두환 90세 장수와도 겹쳐 …천수는 우연일까

 

때로는 누군가의 죽음은, 특히 그것이 천수를 누린 자연사라면, 그 죽음이 쉽게 용납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죽음은 본래 애도의 대상이지만, 어떤 죽음은 추모를 보내기가 힘들다. 아니, 애도를 보내는 것 자체가 부정의라고 해야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한 사회가 그 죽음을 받아들이려면 필요한 선행 조건이 있는 죽음이다. 사죄와 반성, 그리고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만 하는, 그것 없이 천수를 다한 자연사라면 그 인물의 죽음 이상으로 한 사회가 일종의 '죽음'을 겪게 되는 그런 죽음이다. 이를 테면 그런 죽음은 사회의 허락, 정리와 청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허락을 구하지 않은 채, 대신 스스로를 용서한 채 한 인물이 '일방적으로' 먼저 가버렸다.

 

교회에서 신앙 간증을 하는 고문기술자 이근안. S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고문 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이 25일 숨졌다는 소식이 하루 뒤인 26일 알려진 것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갖는 복잡한 심경, 적잖은 당혹감이 바로 그렇다.

 

향년 88세. 이른바 '천수'(天壽)를 누렸다. 88이라는, 인간의 삶의 길이로는 결코 작지 않은 그 숫자의 생애를 보내고 자연사한 인물의 죽음 앞에서 떠올리게 되는 몇몇 인물들이 있다. 두달 전에 별세한 이해찬 전 총리, 그의 향년은 73세였다. 지금의 장수 시대에는 너무도 때 이른 죽음의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겪은 혹독한 구타와 고문의 후유증이 꼽혔다.

 

그리고 이 전 총리의 별세와 함께 다시 환기됐던 이름 하나를 이근안의 죽음을 맞아 다시 선명히 떠올리게 된다. 김근태 전 의원. 민청련 의장이었던 그야말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근안으로부터 23일간의 ‘지옥’을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의 향년은 겨우 64세였다. 고문 후유증으로 오랜 고통을 겪다가 60대 중반,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전 총리나 김 전 의장처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근안의 고문으로 인해 삶이 파괴되고 결국 일찍 세상을 뜬 이들 중의 하나가 이을호 민청련 상임위 부의장이다. 김 의장과 함께 끌려가 이근안 일당에게 23일에 걸쳐 수십번의 전기고문과 물고문을 당한 그는 후에 이렇게 술회한다.

 

“잠 안재우고, 물고문 며칠 하면 변이 안나온다. 전기고문과 칠성판이 더해지면 '내가 올빼미'라는 환상이 든다. 죽고 싶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을호는 결국 김 의장이 사망한 지 10년 여 후에 고문후유증에 따른 복합증세로 세상을 떠나 김 의장이 묻혀 있던 마석 모란 공원묘원 묘역으로 뒤따라갔다.

 

이근안은 '고문 기술자' 외에도 '인간 백정', '지옥에서 온 장의사' 등의 별칭으로 불렸다. 그의 고문 수법은 잠 안 재우기, 물고문, 전기고문, 날개 꺾기, 통닭구이, 관절 빼기에 이르기까지 실로 ‘현란’했다. 남영동에 끌려갔던 이들이 증언하는 '칠성판' 물고문은 나무판자에 사람을 눕히고 가죽끈으로 묶어 물을 퍼붓는 방식이었다. 뛰어난 고문 기술로 영화 〈1987〉에서 박처원 남영동 대공분실장이 가장 아꼈다는 부하가 바로 이근안이었다. 1981년 '서울대 무림사건'에서도 가혹 행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목됐던 그는 그해 내무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래도 난 애국을 한 것이었다"고 2012년 12월 14일 이근안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지묵을 댔다.  2012.12.14 연합 자료사진  
1999년 10월 28일의 이근안. 연합 자료사진 

 

민주화 이후 수배된 그는 12년간 도피 끝에 자수했고, 받은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출소 이후 그는 목사가 됐다. 공개 간증을 통해 과거를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신앙을 통해 용서받았다고 했다. 자신이 스스로를 사면한 것이었다. 그리고 생전 자서전에는 이런 말도 남겼다. "간첩과 사상범을 잡는 것은 애국이었다." 교회 신앙 간증에서는 "고문도 하나의 예술이다"고 하기도 했다.

 

이근안의 천수는 또 다른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광주 5·18 유혈 진압의 주범 독재자 전두환이다. 그는 호사를 누리며 살다가 2021년 만 90세로 자연사했다. 사죄 없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처벌 없이 그는 편안하게 죽었다.

 

이근안에게 전성기를 안겨준 것이 전두환의 독재였다면, 두 사람의 천수는 우연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 한국 사회의 한 구조적 현실처럼 보인다. 국가폭력에 짓밟힌 몸은 더 일찍 무너지지만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이들은 장수하는 뒤집힌 역사와 현실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근안의 죽음을 이렇듯 그의 사망 뉴스 한 줄로 쉽게 보낼 수 없는 이유다.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이해찬 전 총리의 이른 죽음과 그 두 달 뒤의 고문기술자의 자연사. 70을 갓 넘기고, 70에 못 미쳐 세상을 떠난 이해찬과 김근태, 두 사람의 몸이 무엇을 증언하는지를 묻는 것. “고문이 애국이고 예술이었다”고, 자신을 스스로 용서한 이의 88년의 장수와 함께 물어야 할 일이다.                                                            < 이명재 기자 >

 

 
 

 

 

 

한국-캐나다 연합훈련 참가차 출항…잠수함 수주전 속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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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함, 캐나다 간다 (창원=연합)  =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에서 열린 '도산안창호함(SS-Ⅲ)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 출항 환송 행사'에서 가족과 지인이 승조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3천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은 오는 6월 예정된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잠수함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다. 이날 진해기지에서 출항해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까지 편도 약 1만4천㎞를 항해한다. 이는 우리나라 잠수함 항해 거리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국내 기술로 독자 건조한 3천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SS-Ⅲ)이 대한민국 잠수함 역사상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다.

 

오는 6월 있을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한 출항으로,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 국내 기업이 뛰어든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더욱 주목받는다.

 

해군은 25일 오전 경남 창원시 잠수함사령부 연병장에서 곽광섭 해군 참모차장 주관으로 도산안창호함 환송행사를 개최했다.

 

도산안창호함의 이동 거리는 진해군항에서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 에스퀴몰트항까지 편도로만 1만4천여 km에 달한다. 우리나라 잠수함 항해 거리로 역대 최장 기록이 될 예정이다.

 

도산안창호함은 태평양 횡단 중 미국 괌과 하와이에 기항해 군수품을 적재하고 하와이에서부터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 2명(부사관)이 편승해 빅토리아까지 함께 항해한다.

이후 캐나다 해군과 연합협력훈련을 하고 6월 말 하와이에서 미국 해군이 주관하는 다국적 해상훈련 림팩(RIMPAC)에 참가한 후 국내로 복귀한다.

 

한국 잠수함이 하와이까지 간 적은 있지만,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은 처음이다.

 

 

도산안창호함은 진해군항의 바닷물을 담은 3천t급 잠수함 모형 캡슐 2개를 가지고 간다. 태평양 횡단 뒤 두 캡슐에 캐나다 바닷물을 추가로 담아 양국이 하나씩 나눠 간직할 예정이다.

 

해군은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잠수함의 개척 정신과 양국 해군의 우호 협력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천t급 잠수함에 캐나다 해군 잠수함 승조원이 편승해 훈련 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한미 연합대잠전 훈련 '사일런트 샤크'에 참가한 안무함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캐나다는 2030년 중반 도태 예정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대체 전력으로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발주하는 CPSP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에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전성능을 보유한 한화오션의 3천t급 '장보고-Ⅲ 배치-Ⅱ'를 제안했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경쟁중이다.

 

캐나다는 이달 초 한국과 독일로부터 제안서를 받았으며 6월말께 최종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 이정현 기자 >

곽광섭 해군참모차장, 격려 (창원=연합)  = 곽광섭 해군참모차장이 25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기지에서 열린 '도산안창호함(SS-Ⅲ) 한국·캐나다 연합협력훈련 출항 환송 행사'에서 박시환(6)군이 아버지와 헤어져 울자 격려하고 있다. 3천t급 잠수함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은 오는 6월 예정된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대한민국 잠수함 최초로 태평양을 횡단한다. 이날 진해기지에서 출항해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까지 편도 약 1만4천㎞를 항해한다. 이는 우리나라 잠수함 항해 거리로 역대 최장 기록이다. 

 

한-캐나다, 국장급 경제안보대화…잠수함 수주 관련 논의

 

 
한-캐나다 국장급 경제안보대화 [외교부 제공]

 

 한국과 캐나다가 25일 서울에서 국장급 경제안보대화를 열고 잠수함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김선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과 김영만 산업통상부 통상정책국장대리가, 캐나다 측에선 외교부의 조야 도넬리 동북아국장과 에마뉘엘 라무흐 전략국장, 혁신과학경제개발부의 제이미슨 맥캐이 외국인투자심사국장이 참석했다.

 

한국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전과 관련한 산업적 협력 방안을 소개했다.

 

양측은 또 글로벌 지경학적 환경 변화, 자국 우선주의 확산 등 글로벌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재외공관을 활용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등 공급망 교란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차기 '한-캐 2+2 장관급 경제안보대화'를 충실히 준비하고 실질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 민선희 기자 >

 

 

전투기 개발 비용 8조8천억원
수입산은 도입비 30%, 유지비 70%
부품·수리 의존 벗고 자주국방 현실로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한국형 전투기 케이에프(KF)-21 양산 1호기를 공개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안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 5200만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이 전투기는 우리가 반세기 넘게 꿈꿔온 자주국방의 뜨거운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5일 경남 사천 한국우주항공산업(KAI)에서 열린 ‘한국형 전투기'인 케이에프(KF)-21 보라매 양산 1호기 출고식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독자 기술로 설계하고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케이에프-21이 마침내 출고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 대통령은 왜 케이에프-21 양산 1호기 출고에 대해 “자주국방의 위용을 떨치게 된 것”이란 의미를 부여했을까. 케이에프-21에 대한 궁금증을 추려 문답으로 정리해봤다.

 

―전세계에서 4.5세대 이상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얼마나 되나.

 

“한국은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국가·지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뿐이다.”

 

―4.5 세대 전투기란 무엇을 말하나.

 

“전투기는 첨단 무기 체계와 기술의 집합체이다. 1세대 전투기는 프로펠러 대신 제트엔진을 사용해 아음속으로 비행, 2세대 전투기는 제트엔진을 달고 초음속 비행, 3세대 전투기(미국 F-4, 소련 미그-23 등)는 레이더와 미사일 장착, 4세대 전투기(미국 F-15, 소련 Su-21 등)는 항공전자장비와 정밀유도무기 장착, 5세대 전투기(미국 F-22 등)는 상대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 특징이다. 4.5세대인 케이에프 21은 4세대와 5세대 사이에 있다. 4세대 전투기보다 항공전자장비 성능이 향상됐고 5세대의 특징인 스텔스 기술이 일부 적용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케이에프(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이 위대한 순간은 저절로 오지 않았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산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천명한 이래 숱한 난관에도 우리 연구진과 군 관계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고 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한국형 전투기 사업은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한국형 전투기 체계개발사업은 공군 노후 전투기 에프(F)-4, 에프(F)-5를 대체하고 미래 전장운용개념에 부합되는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후 7차례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6차례나 ‘타당성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사업이 헛돌았다. 돈이 너무 많이 드는데 사업이 성공할지 불투명하고 투입 비용 대비 이윤을 남길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애초 군 내부에서도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미국과 유럽 같은 항공선진국이 아닌 한국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굳이 전투기를 만들 필요가 없고 △성능이 검증된 미국 전투기를 사오는 게 빠르고 싸고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형 전투기 사업에는 개발 비용만 8조8천억원이 들어간다. 이 돈은 일선부대에 전투기를 배치할 양산비용과는 별도다. 개발 비용·기간·성능 등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성능 좋은 아우디를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돈으로 왜 쏘나타를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발하느냐’는 식의 불만이 군 안팎에서 계속 나왔다. 지난 2009년 9년 만에 사업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지난 2015년 체계 개발사업이 시작됐다.”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케이에프(KF-21) 양산 1호기가 공개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이후에는 어려움 없이 사업 속도를 냈나?

 

“국내 회의론을 극복한 뒤에는 미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란 거대한 장벽이 등장했다. 미국은 한국형 전투기 관련 관련 4개 핵심 장비의 체계통합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미국이 ‘기술보호정책’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한 기술은 △위상능동배열(AESA·에이사)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EOTGP) △전자전 재머(RF Jammer) 등 4개 분야였다.

 

2015년 10월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직접 기술 이전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거절했다. 특히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레이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형 전투기 개발이 실패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등의 개발에 나서 ‘불가능하다’는 애초 예상을 딛고 성공했다.”

 

―미국은 왜 동맹국인 한국에 기술을 넘겨주는 데 인색했나. 한국이 미국의 비협조에도 굳이 국산 전투기를 개발한 이유는.

 

“미국은 ‘무기는 팔아도 기술은 안 판다’는 무기 수출 원칙을 갖고 있다. 미국이 이런 원칙을 고집하는 것은 한국형 전투기가 양산되면 장차 한국에 팔 미국 전투기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려던 이유는 전투기 독자 플랫폼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돈 주고 사온 전투기가 고장 나면 주요 부품은 우리 마음대로 수리하지 못하고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독자 플랫폼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2011년 ‘타이거 아이’ 사건이 자주 등장한다. 타이거 아이는 에프(F)-15케이(K) 전투기의 동체 밑에 장착돼 있는 센서로, 밤이나 악천후에도 정확하게 폭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2011년 8월 미 국방부 조사단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들은 한국이 미국에서 사온 타이거 아이를 무단분해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한국 공군은 ‘타이거 아이가 고장이 너무 자주 나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려고 정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미국 조사단은 고함을 지르고 책상과 벽을 주먹으로 치는 등 한국 공군 관계자들을 몰아붙였다고 한다. 미국은 겉으론 타이거 아이 봉인 무단 훼손을 문제삼았지만, 속으로는 한국이 타이거 아이를 분해한 목적이 당시 개발중인 한국형 전투기에 적용할 기술을 빼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미국은 전투기를 팔고 난 뒤 부품과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돈을 번다. 통상 30년 가량 사용하는 전투기 총 운용비 가운데 최초 도입비는 30%이고 유지 보수비용이 70%를 차지한다. 미국은 전투기를 팔고 나면 부품값을 계속 올려, 부품비와 수리비는 미국이 부르는 게 값이다.

 

부품과 수리 문제는 ‘바가지’ 가격뿐만 아니라 공군 전투력에도 큰 지장을 준다. 전투기 핵심 부품을 미국에서 들여와 수리하는 데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이 기간에는 전투기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한국이 전투기를 만들면 수리 말고 어떤 장점이 있나?

 

“미국 전투기를 수입하면 수리보다 더 큰 문제는 전투기 무장시스템 업그레이드에서 생긴다. 한국이 국산 미사일 등을 개발해 전투기에 달아 시험하려고도 해도 미국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하지 않으면 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 개발에 발목이 잡힌다. 아무리 최신 전투기라고 해도 미사일 등 무기를 달고 첨단 전자장비와 네트워크를 구성하지 않으면 하늘에 떠있는 쇳덩이에 불과하다. 최신 항공전자 장비가 들어간 전투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때 하지 않으면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2021년 4월9일 한국형 전투기 시제기 출고식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산 전투기의 장점으로 △우리가 필요한 시점에 언제든 제작해 실전에 투입할 수 있다 △언제든지 부품을 교체·수리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획득한 에이사 레이더를 비롯한 최첨단 항공전자 기술을 케이에프-16, 에프-15케이와 같은 기존 전투기에 적용해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다 등을 꼽았다.”

 

지난 2024년 11월28일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한국형 전투기 케이에프-21이 1000소티 비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소티(sortie)는 항공기 한 대가 임무 수행을 위해 출격한 횟수를 뜻한다. 케이에프-21이 지난 2022년 7월 시제1호기 첫 비행을 시작한 이후 1000소티 무사고비행 기록을 달성한 것은 항공기 안전성을 확득했다는 의미다. 사진은 케이에프-21 시제4호기의 1000소티 비행 모습. 한국항공우주산업 누리집

 

―이날 양산 1호기 출고는 어떤 의미가 있나.

 

“2021년 케이에프-21 시제기 1호기를 출고했고 2022년 7월 첫 비행에 성공했다. 시제기는 모두 6대가 제작됐다. 케이에프-21에는 20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고, 제 성능을 발휘하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2022년 이후 4년간 모두 6대의 시제기 비행을 통해 조종 안정성과 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기기의 성능 검증, 공대공 무장 적합성 확인 등을 거쳤다. 지난 2023년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해 양산 착수의 기틀을 마련했고, 지난 2024년 6월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케이에프-21 총 20대 양산계약을 맺었고 이날 양산 1호기 출고식을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를 목표로 케이에프-21을 공군에 실전 배치할 방침이다. 앞으로 케이에프-21이 낡은 미국제 전투기를 대체하고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서 영공을 수호하게 되면, 자주국방을 말이 아닌 현실로 보여주게 된다.” < 권혁철 기자 >

 

 

스스로 만든 기술이 나라를 '우뚝'하게 만들어

우리 힘으로 만든 전투기가 나라의 자랑이 되다

[오늘의 토박이말] 우뚝하다

 

봄이 한결 더 가까워짐을 느끼는 가운데 반가운 기별이 들려왔습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전투기 KF-21 첫 번째 비행기가 세상에 나왔다는 기별이었습니다. 경남 사천에서 열린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전투기가 처음 나온 것을 함께 기뻐했고, 앞으로 우리 기술을 더 키워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이 기별을 들으며 떠올린 우리말이 바로 ‘우뚝하다’입니다.

 

[오늘의 토박이말] 우뚝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우뚝하다’를 두 가지 뜻으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높이 솟아 눈에 잘 띄는 상태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남보다 뛰어나다'입니다. 먼저 난 털보다 나중 난 뿔이 더 우뚝하다는 옛말처럼, 뒤에 시작했어도 더 크게 자라 돋보일 때 우뚝하다고 합니다. 또 한때 어려움을 겪었더라도 다시 일어나 남보다 뛰어난 모습을 보일 때도 우뚝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뚝하다는 높이 서고 뛰어나 당당한 모습을 함께 담은 말입니다.

 

우리의 한국형 전투기 이야기도 이런 우뚝함과 잘 어울립니다. 다른 나라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기술을 우뚝하게 세우는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애쓴 끝에 첫 양산 전투기가 만들어졌고, 그 열매로 우리 기술이 세계 속에서 우뚝하게 된 것입니다.

 

‘우뚝하다’는 말은 우리 삶에서도 자주 쓰입니다. 마을 어귀에 큰 나무가 우뚝하게 서 있으면 든든해 보이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실력이 늘어 남보다 우뚝하게 되면 사람들의 칭찬을 받습니다. 처음에는 뒤처진 것처럼 보여도 꾸준히 노력하면 누구나 우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뚝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시간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사람도 나라도 우뚝하게 서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기술을 하나씩 만들고, 사람을 키우고,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렇게 쌓아 간 힘이 모일 때 나라의 미래도 더 우뚝하게 설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힘이 있을 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며 내가 우뚝하게 세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공부일 수도 있고, 꿈일 수도 있고, 성실한 생활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노력 하나가 쌓이면 언젠가 나도 당당하게 우뚝하게 되어 있을 것입니다. ^^

 

[여러분을 위한 덤]

 

우리는 날마다 작은 우뚝함을 만들어 갑니다. 어제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하면 실력이 우뚝하게 자라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면 자신감이 우뚝하게 서게 됩니다.

서로 격려하고 도우며 살면 우리 사회도 더 우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 보며, 내일은 더 우뚝하게 되는 하루를 열어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토박이말]

 

▶ 우뚝하다

뜻: 1. 두드러지게 높이 솟아 있는 상태이다.

     2. 남보다 뛰어나다.

보기: 우리 기술이 세계 속에서 우뚝하게 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한 줄 생각]

 

스스로 만든 기술이 쌓일수록 나라의 미래도 우뚝하게 됩니다.                    < 이창수기자 >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연합

 

대전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 화재 현장에서 실종자 3명이 추가로 발견됐다. 마지막으로 발견된 실종자들도 심정지 상태로 확인되면서 이번 화재로 인한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소방당국은 20일 오후 발생한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화재 현장에서 추가 수색을 통해 나머지 실종자 3명을 모두 발견해 수습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화재가 발생해 무너져내린 동관 2층에서 이날 오후에 차례로 발견됐다.

 

21일 오후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의 건물에서 소방 관계자가 인명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
 

앞서 주검이 수습된 9명은 이날 새벽 동관 2층 헬스장 창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날 밤 최초로 발견된 희생자는 동관 2층 휴게실 앞 계단 쪽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수습된 3명까지 치면 실종자 14명 중 13명이 동관 2층에서 발견된 것이다. 다른 1명은 동관 1층 남자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이로써 이번 화재로 인한 희생자는 14명으로 늘었다. 전날 화재 발생 뒤 연락 이 두절된 것으로 파악된 이들이 모두 희생당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부상자는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부상자들은 병원 3곳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관 2명도 다쳤다. < 박찬희 기자 >

 

20일 밤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화재 진압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대전시청 1층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숨진 14명 신원 확인 중

 

 
 
대전 대덕구의 한 공장에서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튿날인 21일 오전 국과수와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원 기자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22일 대전시청에 마련됐다. 정부는 실종자 14명의 주검을 모두 수습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9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3차 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과 지원 대책 등을 점검했다.

 

먼저 정부는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심리 상담과 장례, 생계 지원 등을 이어간다. 신원 확인을 앞당기기 위해 경찰의 유전자 분석 장비를 추가 투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대전시청 1층에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돼, 내달 4일까지 운영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사고 수습 과정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되며, 사고 원인 조사와 현장 합동 감식에 유가족 참여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3시에는 유가족과 피해자를 대상으로 관계기관 합동 설명회를 연다.

 

행안부는 대전시에 재난특별교부세 1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 예산은 화재 현장 잔해물 처리와 구호 활동, 2차 피해 예방 등에 쓰인다.

 

정부는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점검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에는 이번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샌드위치 패널 구조와 불법 증·개축 문제 등 건축물 안전 관리 전반을 재검토하도록 했고, 소방청과 고용노동부에는 유사 사업장 긴급 점검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께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쳤다. 부상자는 중상 25명, 경상 35명이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 장수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