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두환 회고록 왜곡"확정…제소 8년여 만에

● COREA 2026. 2. 13. 14:4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상고 제기 시점으로는 3년 4개월 만
35일 만에 이재명 파기 환송과 대조
부인과 장남에 7000만원 배상 명령
문제된 대목 삭제 안하면 출판 못해


"항쟁 발생 46년, 한참 지연된 정의"

 

고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 자료사진
 

2017년 4월 출간된 '전두환 회고록'이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북한군이 개입했다거나 헬기 사격은 없었다는 주장 등 이 책의 51개 항목이 허위란 사실이 인정된다고 12일 원심을 확인했다. 소송 제기 8년 8개월 만이며, 상고가 제기된 지 3년 4개월 만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자선거법 파기 환송을 상고 제기 35일 만에 신속히 결정했던 것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고 조비오 신부는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는데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또 북한군 침투설이나 계엄군의 총기 사용이 자위권 발동이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와 5·18 단체는 2017년 6월 전씨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과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전두환 회고록이 일부 세력의 근거 없는 주장에만 기초해 5·18을 왜곡하고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회고록 내용 일부를 삭제하고 7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는데 대법원도 1·2심 판단이 옳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회고록 가운데 51개의 표현이 명백한 허위라고 못 박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5·18 왜곡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전씨 사후 소송을 물려받은 부인 이순자 씨와 아들 전재국 씨는 배상 책임을 지게 됐고, 해당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책을 출판하거나 배포할 수 없게 됐다.

 

김정호 원고 측 법률 대리인은 "지연된 정의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5·18이 일어난 지) 46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왜곡과 폄훼와 싸워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슬픈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5월 단체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 완전한 진실 규명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씨 회고록 1권 '혼돈의 시대(1979~1980)' 초판에는 ▲"'발포 명령'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헬기사격은 없었다 ▲5·18은 '폭동' 외에 표현할 말이 없다 ▲나는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 등 취지의 표현이 담겨 있어 논란이 됐다. 전씨는 또 회고록을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 신부를 일컬어 "가면을 쓴 사탄(이거나) 또는 성직자가 아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2017년 8월 회고록 1권 초판의 특정 표현은 허위 사실이라며 이를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과 배포를 할 수 없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놓았다. 이에 전씨 측은 같은 해 10월 지적된 부분을 검게 칠한 '회고록 1권 2판'을 출간했고, 이듬해인 2018년 1월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들은 추가 허위 사실을 지적하며 2차 민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 해 5월 원고들이 제출한 2차 가처분을 받아들여 출간·배포 금지 결정을 내렸고, 이후 전씨 측은 회고록을 다시 펴내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1·2차 본안소송을 병합해 일부 표현을 검게 칠한 회고록 1권 2판을 두고 심리를 진행했다. 1심은 2018년 9월 원고 일부의 손을 들어줬다. 회고록 내용 70개 중 69개를 허위 사실로 인정했으며, 오월단체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합계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오월단체 4곳에 각 1500만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이다.

 

전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지난 2021년 11월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민사소송은 부인 이씨가 법정 상속인 지위로서 이어 받아 계속 진행돼 왔다. 2심도 2022년 9월 이씨와 재국씨가 1심과 같은 액수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고록 표현 63개 중 51개가 명확히 허위사실로 인정돼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해당 표현 전부 또는 일부를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발행·인쇄·복제·판매·배포를 할 수 없다고 명령했다.

 

2심은 또 전씨가 회고록에서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병사를 '시위대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고 적시한 내용을 허위 사실이라고 처음 인정하기도 했다. 오월단체들은 1심에서 승소했으나 해당 대목을 삭제하라는 취지의 부대 항소를 냈는데, 2심은 삭제 명령을 내리면서도 전씨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전 전 대통령은 별도의 형사 재판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은 피고인의 사망에 따른 공소기각 결정으로 종료됐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