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임명한 ‘심복’들이 후임이 된 모순


제헌헌법엔 “참의원‧민의원 의장이 권한대행”
박정희 쿠데타 이후 총리‧국무위원들로 변경

절대 국회에 권한 넘기지 않겠단 독재자 의지
미국‧프랑스도 의회 지도부가 권한대행 맡아

한덕수보다 더 가관인 최상목의 기만적 행태
계속 내란 비호하면 탄핵하고 악법 폐기해야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이주호 부총리,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2.4. 연합
 

내란수괴 윤석열이 탄핵 된 뒤 한덕수나 최상목 등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이 권한대행을 수행하는 지금의 제도 자체가 엉터리다. 대통령이 임명한 ‘심복’들이 탄핵 된 대통령의 후임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모순이고, 지금 명백히 확인되듯 커다란 부작용과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헌헌법에는 “국회의장이 권한대행”이었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 지금과 같은 권한대행 규정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제헌헌법 제52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참의원의장, 민의원의장, 국무총리의 순위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었다. 제2공화국 헌법도 이 규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의 명문 규정은 박정희에 의해 개악되었다. 바로 박정희 군사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1963년의 헌법에 지금과 같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권한대행 제도로 뒤바뀐 것이다. 그 헌법 제70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에 정한 국무위원의 순위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절대 국회에 권한대행을 넘기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심복들에게만 뒤를 잇게 하겠다는 독재자의 의지가 그대로 담겨있는 악법 규정이었다. 그리고 이렇듯 악의적으로 뒤바뀐 규정은 아무런 수정 없이 지금의 헌법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박정희의 ‘유훈 통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권한대행 규정은 우선순위 3인이 모두 의회 지도부로서 상원의장, 하원의장, 상원 임시의장의 순이며, 그다음으로 행정부 각료 15명 중 외교부 장관(국무부 장관)이 가장 상위 순서이다. 역시 대통령제인 프랑스의 경우에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혹은 유고 시에 상원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최상목, 계속 내란 비호하면 탄핵 만이 답이다

 

현재의 권한대행 제도는 유사시에도 결코 국회에는 그 권한을 넘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임명한 자신의 심복들로서 후임자로 삼겠다는 독재자 박정희의 뜻이 그대로 연출되고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한덕수 전 권한대행은 임명자 윤석열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기만적인 행태를 이어가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초하다가 탄핵되고 말았다. 그 뒤를 이은 최상목은 오히려 더 가관이다.

 

최상목은 법원에서 결정한 체포영장 집행에도 내란수괴 윤석열과 경호처를 비호하는 궤변만을 늘어놓고 있다. 엊그제는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하여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달라”며 말 같지도 않은 제안을 하였다. 지금 국힘이 일관되게 내란수괴 윤석열과 보조를 맞추면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철저히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 시점에서 국힘이 민주당과 ‘합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상목이 “여야 합의”를 말한다는 것은 특검을 거부하겠다는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설사 양보하여 최상목이 그토록 강조하는 ‘여야 합의’를 인정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재적 278명, 찬성 210명, 반대 63명, 기권 14명으로 통과한 상설특검법이야말로 이미 여야의 합의를 거친 법률이 아닌가? 국힘에서도 18명이 찬성하였고 기권한 국힘 의원도 14명이었다. 국회 본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국힘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찬성하였을 뿐 아니라 기권과 반대라는 나름의 의사 표시를 함으로써 ‘합의’한 법률이다. 왜 그렇게 여야 간에 합의되어 통과한 법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는가! 더구나 상설특검법은 무조건 지체없이 대통령이 특검을 추천하고 임명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률이 정한 그 의무를 한 달이 지나도록 유기하면서 뭉개고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에서 정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2025.1.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최상목은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2016년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청와대에서는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전경련(현 한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를 비롯하여 미르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하였고, 삼성을 비롯해 재벌 대기업들이 미르재단에 300억 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했던 회의였다. 네 번에 걸쳐 열린 이 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끈 사람은 다름 아닌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었다.

 

그러나 최상목은 자신은 “최순실이 개입됐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지시에 따라 실무적인 절차만 했을 뿐이라고 강변하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었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에게 건네줬다는 쪽지(이 쪽지는 사실 국회 예산 폐기와 비상입법기구 설치 예산 책정 등 엄청난 내용이다)를 자신은 보지도 못했고 차관에게 그대로 넘겨주었다고 발뺌했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발언에 불과하다. 박근혜 탄핵 당시와 그대로 겹치는 행태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사람은 바로 윤석열 검사였다. 결국 최상목은 처벌은커녕 기획재정부로 돌아와 제1 차관으로 승진까지 했다. 권력자에게 맞춤형으로 갖은 아부를 다하면서 온갖 기회주의적 처신의 달인으로 단련된 ‘잘 나가는’ 고위 관료들의 특성이 철저히 몸에 밴 최상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듯하다. 무엇보다도 윤석열은 최상목의 서울 법대 2년 선배였다. 그 뒤 최상목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 참여하게 되었고, 대통령실 초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었다. 윤석열이 2022년 6월 7일 최상목의 생일을 맞아 서울 종로에서 ‘피자 오찬’까지 챙겨준 일은 유명하다. 윤석열이 평소 “상목아”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관계였다.

 

윤석열 정부 시기 이 나라 경제는 급전직하하였다.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었던 최상목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최상목은 경제수석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회의에 참석하여 “20년간의 중국을 통한 ‘한국경제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면서 ‘중국의 대안시장’으로서 ‘유럽’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탈중국 노선’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서 이후 대중국 수출은 급감했다. 반면 그가 강조하던 유럽 시장 진출은 거의 진척이 없었다. 결국 유례없는 대규모 무역 적자 사태가 초래되었다. 한편 최상목은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자초했다. 이 과정에서 최상목은 지난해 6월부터 줄곧 상속세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고 매일 같이 강조했는데, 당시 본인이 상속세 개편의 직접 수혜자라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국회가 아닌 심복에게 뒤를 잇겠다는 박정희의 유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권한대행 제도는 독재자 박정희가 만든 지극히 그릇된 제도로서 현재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향후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악법이다. 최상목은 박정희 군사독재의 유산인 현 권한대행 제도의 최대 수혜자다. 그가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열망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처럼 일관되게 내란의 편에 계속 선다면 그의 앞길엔 탄핵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민들레 소준섭; 전국회도서관 조사관 >

 

박정훈 대령   “국민 지지 덕분”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 모두 무죄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오전 10시 박 대령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사건 선고 기일을 열고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상관명예훼손 혐의 역시 무죄가 나왔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했다고 폭로한 뒤, 방송에 출연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함께 받아왔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19일 수해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채아무개 상병이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뒤 7월30일 이 전 장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전 장관은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 전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박 대령은 이런 결재 번복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 오연서 기자 >

 

‘무죄’ 박정훈 대령 “국민 지지 덕분…채 상병과 약속 지키겠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선고공판에 출석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뒤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겼다며 항명 등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앞으로도 채상병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것이 정의고 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 대령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법원 앞에는 군인권센터,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 뿐 아니라 응원봉 등을 든 시민 400여명이 모여 박 대령을 응원했다. 박 대령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이어 박 대령은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가야할 길이 멀기도 하고 험하기도 하겠지만, 저는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 다하겠다”며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19일 수해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 채아무개 상병이 순직한 사건을 수사한 뒤 7월30일 이 전 장관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9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전 장관은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다음날 이 전 장관은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박 대령은 이런 결재 번복에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숙대 연구윤리위, 김 씨에게만 결과 통보
“30일 안에 이의신청 받아 최종 결과 발표”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석사 논문 표절 조사를 3년 가까이 묵혀 온 숙명여자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연구윤리위)가 최근 표절 여부에 대한 잠정 결론을 내고 이를 김 씨에게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절로 판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연구윤리위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숙명민주동문회에 결론을 공개하지 않아 숙명민주동문회가 반발하고 있다.

 

숙명여대와 숙명민주동문회 설명을 7일 종합하면, 연구윤리위는 지난 3일 김건희 논문 표절 의혹을 제보한 숙명민주동문회 쪽에 ‘연구부정행위 제보 건 조사 경과사항 안내’ 전자우편을 보내 “본조사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심의했고 본조사 결과를 확정해 피조사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고 전했다. 김 씨의 석사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자체 결론을 냈으며, 그 결과를 김 씨에게 보냈다는 얘기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30일 안에 (김건희의) 이의신청이 있다면 다시 연구윤리위 회의가 개최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만일 이의신청이 없다면 본조사 결론 그대로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숙명여대는 김 씨의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파울 클레의 회화의 특성에 관한 연구’)을 놓고 표절 논란이 일자 2022년 2월 예비조사를 시작한 뒤, 같은 해 12월 본조사에 착수했다. 규정상 본조사는 예비조사 결과 승인 뒤 30일 안에 착수하고 시작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하게 돼 있는데, 본 조사 기간만 2년, 예비조사를 포함하면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에 학내 반발이 지속했고, 지난해 6월엔 ‘김건희 논문 검증 진상 규명’을 약속한 문시연 총장이 당선됐다. 이후 연구윤리위도 새로 구성됐다.

 

대학본부와 숙명민주동문회 쪽에도 연구윤리위의 조사 결과가 표절인지 아닌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숙명민주동문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결과를 확정해 제보자와 피조사자에게 통보한다’는 연구윤리위 규정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다만 조사 결과는 ‘표절’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숙명민주동문회와 교수들이 2022년 8월 자체적으로 표절 여부를 조사한 결과, 김건희 논문의 표절률은 최대 54.9%였다.

 

김건희 씨는 숙명여대 석사 논문 외에도, 국민대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시절 논문에서도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표기하는 등 부실·표절 의혹이 일었다. 국민대는 2022년 8월 “부적절한 논문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당시 관행, 심사 자료 유실 등을 들어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7일자 32면 전면광고 … 사실상 ‘내란 선동’에 가까운 내용

 

 
 
2025년 1월7일자 조선일보 32면 전면광고.
 

조선일보가 지면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부정선거 국회의 불법 탄핵’으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한테 ‘즉시 복귀’와 ‘반역 헌재재판관 토벌’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실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의견광고가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 사실상 ‘내란 선동’에 가까운 내용인 만큼, 게재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자 조선일보 32면을 보면 “윤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하여 국가 통치권을 행사하시라! 부정선거 국회의 불법탄핵은 원천 무효다!”라는 문구가 담긴 전면 광고가 실렸다.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등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를 근거없이 ‘불법’이라 하고, 현재 국회를 ‘부정선거 국회’라고 하는 등 극우 일각의 주장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다.

 

이어지는 문구는 더 극단적이다. “헌법재판관들이 모조리 종북 좌파 편에서 불법재판을 강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애국국민 후원 아래, 윤 대통령은 일어나 반역 헌재재판관을 토벌해야 한다” 등 헌법재판소를 겨냥한 폭력적인 구호가 담겼다. “이재명 일당의 반란으로 헌정이 무너졌다“, “검찰·경찰·좌파 언론이 한패거리가 되어 국가적 반란에 가담하고 있다” 등 야당과 수사기관, 언론을 한데 묶어 “종북 좌파 반란군”이라고 지칭하는 표현도 있다.

 

이 광고는 ‘대한민국국민모임’이라는 단체에서 낸 것으로 보인다. 광고 하단에 후원 계좌를 안내하고 있으며 “자유민주세력연합, 자유민주총연합, 자유대한국민모임 전국 300개 자유애국단체 3백만 회원 일동”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에 표기된 유튜브 채널에는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극우 집회 영상이 올라와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조선일보 광고와 관련해 “이는 내란 수괴 혐의 등으로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이 정지된 윤석열이라는 사람에게 다시 내란을 일으키라고 선동·요구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표현의 자유 영역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선일보로서는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 의견광고를 게재함으로써 이를 통해 ‘조선일보가 이번 사안을 대하는 태도의 일부를 드러낸 것’이라는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광고가 실린 경위를 파악하고, ‘내란 선동 광고’라는 비판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조선일보 사쪽 관계자에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 한겨레  박강수  최성진 기자 >

 

조선일보, 내란죄 입장 모호하고 尹 체포 거부엔 “극단 정치” 양비론

윤석열 체포 거부 비판하면서도 ‘공수처’ ‘불법시위’ 비판으로 ‘희석’
올 들어 윤석열보다 ‘이재명’ ‘민주당’ 비판 사설 많아

 
 
▲조선일보 사옥 갈무리
 

지난달 3일부터 이어진 비상계엄·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의 조선일보 논조는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경쟁사에 비해 명확하지 않고, 양비론적이었다. 대통령과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는지, 대통령 거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찾기 힘들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사법부, 탄핵 집회 참가자들을 공격하는 기사도 냈다. 조선일보 내부와 독자권익보호위원회에서도 논조에 대한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계엄·탄핵 국면에 모호한 태도 보인 조선일보

 

‘전략적 모호성’이란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전략을 뜻한다. 단호한 입장을 내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는 방식이다. 현재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전략적 모호성’이 연상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체포불응에 대해 비판하지만 핵심 쟁점인 내란죄 적용 여부, 거취 문제에 대해선 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1면 톱기사부터 달랐다. 지난달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뒤 나온 지난달 16일자 지면. 동아일보·중앙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출석 거부를 1면 톱으로 정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검찰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주요한 화두로 본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톱기사로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인터뷰를 다뤘다. 기사 제목은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다.

 

▲지난달 1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비교적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행태에 대해선 비판하지만, 핵심 사안인 거취 문제에 대해선 직접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달 4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설마하던 대통령 탄핵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날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고만 했다.

 

국민의힘이 ‘질서 있는 퇴진’을 제안한 지난달 10일에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논설위원·논설실장 등 칼럼을 통해 탄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나 임기 문제는 민주당이 안달하지 않아도 결국 법과 순리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보도가 이어지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지난달 9일 회의에서 “계엄 해제,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등 위헌적 계엄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를 전하는 조선일보의 톤이 지나치게 조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비상계엄·탄핵 국면에서의 적극적이지 않은 논조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보도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게 1면인데, 현재 조선일보 1면을 보면 어떻게 구성되는지 한눈에 보인다. 다른 신문과 비교해 우리가 어떤 논조로 가는지 누가 봐도 명확하다”며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객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내부에서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다른 기자 역시 조선일보 내부에서 논조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비판 사설보다 많은 이재명·민주당 비판 사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문재인 정부·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함께 내놓고 있다. 현재 상황을 초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사설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이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조선일보에서 사설 18건 중 민주당·이재명 대표 비판 내용이 주된 내용인 사설은 6건이다. 윤석열 대통령 비판을 주로 다룬 사설은 3건에 그쳤다. 이외에 대통령과 여·야, 공수처 등을 두루 비판한 사설은 2건이다. 공수처를 만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사설도 있었다.

 

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사설에서 공수처가 내란죄 혐의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권 조정을 졸속으로 한 결과”라고 비판했으며, 민주당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28건 ‘연쇄탄핵병’ 민주당도 이 전체 사태에 큰 책임 있다>에서 “거의 ‘연쇄탄핵병’에 걸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민주당도 이 전체 국정 혼란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면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공조수사본부의 체포영장 집행에 거부하자 지난 4일 조선일보는 1면 기사 제목을 <극단 정치가 만든 ‘대통령 체포 5시간 대치’>로 꼽았다. 원인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가 아닌 정치적 갈등의 결과로 해석되게 한 것이다. 이날 3면에선 공수처 권한 및 영장집행 절차의 문제를 윤석열 대통령의 법 위반 문제와 동일한 분량으로 다뤘다. 다른 보수언론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보다는 윤 대통령 문제에 무게를 실어 차이를 보였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다룬 조선일보 1면 기사와 사설 제목. 자료=조선일보, 그래픽=이우림 기자
 

내란 혐의 제외가 문제? 2017년엔 문제 안 삼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제외한 것을 두고도 조선일보는 강한 비판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사설 <매일 “내란범” 공격하더니 정작 탄핵 소송선 뺀다니>에서 “민주당이 내란죄를 철회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최대한 빨리 끝내 대선으로 직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내란 혐의 제외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논리이기도 하다.

 

반면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 <‘내란죄 철회’ 정쟁 벌이는 정치권… 헌재 판단에 맡겨라>에서 “내란죄를 중요 사유로 명시했던 만큼 취소 사유가 명쾌하지 않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이를 이유로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당시 탄핵소추 사유서에서 뇌물죄·강요죄를 제외하자고 제안했을 때 조선일보는 문제 삼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017년 1월21일 8면 <증인 줄이고 쟁점 추리고… 속도내는 탄핵심판>에서 “국회가 헌재에 낸 소추의결서에는 박 대통령 헌법 위반뿐 아니라 8가지 법률 위반 행위와 뇌물, 강요 등 죄명까지 줄줄이 포함돼 있어 국회 스스로 탄핵 심판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할 뿐, 공소장 변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지난 6일 조선일보 1면 기사 갈무리

 

불법시위 비판에 ‘우리법연구회’ 색깔론까지

 

‘불법시위’ 프레임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1면 <부활하는 불법시위>에서 남태령 집회를 언급하며 “민노총이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의 불법시위가 잦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농민들의 집회가 불법시위라고 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이 2017년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집회를 불허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 1면 <法이 무너졌다>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도로를 막은 사진을 게재하고, 2면 <관저 앞 10차선 도로 점거… 불법시위 거리 된 한남동>에서 불법시위 프레임을 또다시 꺼냈다.

 

판사들에 대한 색깔론도 고개를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에서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공수처가 ‘판사 쇼핑’을 했다는 주장까지 했다. 주요 일간지 중 이 부장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것을 직접 비판한 신문사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뿐이다.  <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비상계엄 환영했던 부끄러운 과거 반복하려는가 [아침햇발]

 

 
 
7일 오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이춘재 | 논설위원

 

 “비상한 경우에는 비상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 어제 17일 19시를 기하여 이 나라는 비상조치를 선포하였다. (…) 우리는 이 사태에 직면하여 오늘 우리에게 부닥친 안팎의 모든 정세를 살펴보며 조국의 앞날의 걸어가는 길을 내다볼 때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치로서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 헌법기능의 일부 정지와 이에 따르는 몇 가지 조치가 선포된 것은 새로운 헌정질서의 정립을 위하여 만부득이한 조치였음은 말할 것도 없고 (…) 이번 비상조치에 의하여 많은 국민들은 충격도 없지 않았을 것이지만 (…) 각자의 직책에 더욱 충실하며 민족적 대의에 기여하기를 권고해 마지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체제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1972년 10월18일치 조선일보 사설이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실종된 야만의 시대였다지만, 지금 이 신문 기자들이 봐도 낯뜨거울 것이다.

 

조선일보는 7년여 뒤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잔혹하게 진압한 직후 이런 사설도 썼다. “광주사태를 진정시킨 군의 어려웠던 사정을 우리는 알고 있다. (…)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1980년 5월28일)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전두환에 대해선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천성적인 결단은 그를 군의 지도자가 아니라, 온 국민의 지도자상으로 클로즈업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1980년 8월23일)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전두환에게 잘 보인 덕분인지 5공화국 내내 잘나갔다.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당시 부동의 1위였던 동아일보가 동아방송을 잃는 등 경쟁지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신문이 최근 12·3 내란사태를 보도하는 태도는 40여년 전의 흑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물타기’로 윤석열과 내란 비호 세력을 돕는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처럼 차마 편들지는 못하겠는지, 내란 세력을 단죄하려는 수사에 딴지를 건다.

 

이 신문은 지난 6일치 ‘법이 무너졌다’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내란죄 수사권 없는 공수처 수사’, ‘판사의 입법권 침해 영장 발부’ 등이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거부에 빌미를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빌미’를 제공한 건 바로 조선일보다. 체포영장 집행 전날인 2일 ‘법 위에 선 판사’라는 기사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얼굴 사진까지 실어 공격했다. 체포를 위한 수색영장에 ‘(군사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가 허락해야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10·111조 적용 예외’라고 기재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 원칙과 법률을 어긴 것”이라는 익명의 전문가 멘트를 받아 마치 위법한 영장인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법원은 5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런 주장을 일축했다. “피고인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수색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137조가 적용되며, 그 경우 형사소송법 110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영장에 이 내용을 기재한 것은 “법령 해석이라는 사법권 범위 내에서 법관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해서도 “이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의 혐의사실에는 내란죄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죄의 혐의사실이 포함돼 있어 공수처법에 포함된 범죄”라며 “이와 관련 있는 내란죄를 혐의에 포함했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법 해석 권한이 있는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7일치 사설에서 “계엄과 같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 신문의 한 편집국 간부가 쓴 칼럼은 할 말을 잊게 한다. 12월3일 밤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 부대가 국회로 출동하기 직전 야당 의원에게 관련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 “몰래 정치적으로 줄을 댄 군인” 탓이란다. 쿠데타를 막기 위해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을 “정치질”이라고 비난할 일인가.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 신문의 ‘윤석열 편지가 불러 모은 분열의 깃발’ 기사(3일치 1면)에 대해 “혼란과 대립을 강조하면서 내란 범죄와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전선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인 것처럼 프레임을 뒤섞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물타기’가 극우 세력의 준동을 부추긴다는 사실을 조선일보는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