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55% "미국 비호감"…20여 년만에 '첫 역전'

● COREA 2026. 8. 25. 11: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트럼프 관세 반대 85%, 이란 대응 반대 약 75%
호감도, 2018년 80%에서 작년 61%, 올해 45%
'신뢰할 만' 비율 바이든 때 83%에서 57% 추락
'세계 평화·안정 기여'는 3년 전 74%에서 47%로
주한미군 현역 병력, 올 3월 기준 약 2만3400명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의 과반이 미국에 비호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퓨리서치 센터는 4일 공개한 올해 봄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55%가 미국에 '비호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의 39%에서 16%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또한 작년에 9%에 그쳤던 '매우 비호감' 비율은 올해엔 18%로 크게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교육정책 홍보를 위해 마련한 ‘개학’ 주제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 08. 24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인 55% "미국은 비호감"…20여 년만

 

반면, 미국에 '호감'을 표명한 한국인은 작년에는 61%였지만, 올해는 45%로 절반 미만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2년 차였던 2018년의 80%에 비하면 35%포인트 폭락했다. 퓨리서치는 이번 조사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한미 연합군사연습 축소 지시가 있기 전에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해 지금은 대미 호감도가 더 떨어졌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퓨리서치는 "미국을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한국인의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국 성인의 57%가 여전히 미국을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봤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의 83%에서 2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미국이 국제 정책을 결정할 때 한국 같은 국가들의 이익을 고려한다고 보는 한국인의 비율도 줄었다. '상당히' 또는 '어느 정도' 고려한다고 답한 한국인은 21%에 그쳤다. 동일한 문항을 갖고 마지막으로 조사했던 2023년엔 38%였다.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상당히' 또는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의 비율도 2023년 74%에서 올해 47%로 추락했다.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와 비호감도. 2026. 08. 24. [출처., 퓨리시처]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관세 반대 85%, 이란 대응 반대 75%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적인 관세 정책엔 한국인의 대다수인 85%가 비판적이었다. 이 중 63%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답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 찬성 비율은 14%에 그쳤다. 퓨리서치는 "올해 초 트럼프는 한국 국회가 제안된 무역 협정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했고, 그 후 국회는 해당 협정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이란 대응 방식엔 한국인의 약 4분의 3이 비판적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7%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대답했다. 퓨리서치는 "트럼프는 연합군사훈련의 축소를 요구하면서 미국이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원을 꺼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편 선제공격을 시작으로 6개월의 대규모 군사 작전을 벌이고도 이란에 고전을 면치 못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24일 일단 군사 작전을 뒤로 물리고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차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밝힌 대표적인 제재 품목에는 디지털 자산(가상화폐), 기술, 금, 항공, 해운 관련이다.

 

한국군과 미군 병사들이 파주에서 진행 중인 한미 군사연습 도중 군용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5년. 연합뉴스

 

주한미군 병력, 3월 기준 약 2만3400명

 

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대미 호감도가 낮아졌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미국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그러나 그 비율은 84%로 작년(89%)보다 소폭 줄었다. 2025년 조사에서 24개국 중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꼽은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뿐이었다. 또한 한국인은 계속 북한을 가장 큰 위협으로 인식하는 걸로 조사됐다.

 

주한미군 병력 규모와 관련해, 퓨리서치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인적자원데이터센터(DMDC)를 인용해 2026년 3월 기준 약 2만3400명의 미군 현역 병력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미군 규모는 10년 이상 수천 명 안팎의 변동을 보이며 약 2만5000명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돼왔다. 2014년 3월 당시엔 주한미군 현역 병력은 3만 명이 넘었다.                                                                                             < 이유 기자 >

 

 

 

이진숙, '여자 히틀러' 발언에 김민석 대표 고소
'5·18폄훼 포럼'서 5공 실세 허화평과 나란히
진보당 "이진숙, '여자 전두환'표현은 수긍하냐"

 

"그래서 '전두환의 비서실장' 허화평 예우했냐" 
이진숙 "여자 전두환 제외는 절차 단순화 위해"
김민석 "여자 전두환, 한국서 발 붙여선 안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024년 7월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4. 연합뉴스

 

'5·18 폄훼 포럼'을 열어 파문을 일으킨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자신을 '여자 히틀러'라고 지칭했다며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를 고소한 가운데, 진보당은 24일 이 의원을 향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자의 파렴치한 적반하장"이라며 "'여자 전두환'은 수긍하냐"고 직격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여자 히틀러'만 (고소 이유로) 콕 집었는데 그렇다면 '여자 전두환'이라는 표현은 수긍하냐"며 "그래서 '살인마 전두환의 비서실장' 허화평까지 굳이 ('5·18 폄훼 포럼'에서) 바로 옆에 앉혀두며 예우를 차렸냐"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도둑이 매를 든 격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악랄하게 모독하고 폄훼하면서 지금까지도 고통받는 광주시민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모욕'이라는 대못을 박은 자가 바로 이진숙 아니냐"며 "'히틀러'라는 표현에서 정말로 모욕감을 느꼈다면, 거꾸로 광주시민들과 우리 국민들이 받았을 모욕감부터 되짚어볼 수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표는 당시 이 의원을 직접 지칭하지도 않았다"며 "(이 의원이) 문맥상 자신을 가리킨다며 고소에 나섰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표현이 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금뱃지야말로 심각한 모욕을 당하고 있다"면서 "이진숙이 지금 당장 제출해야 할 것은 고소장이 아니라 바로 (국회의원) 사퇴서"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24일 피고소인 김민석(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이 쓰여진 고소장을 들고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6.08.24. 유튜브채널 위풍당당이진숙 갈무리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5일 민주당 전남광주 순회경선에서 '5·18 폄훼 포럼'을 국회에서 열어 파문을 일으킨 이 의원을 향해서 "민주주의와 5·18을 지켜내겠다. 이진숙이 5·18을 폄훼하면 (재적의원) 3분의 2로 제명할 수 없다면, 국회법을 고쳐서 과반수로 1년 자격정지를 내릴 수 있게 해서 실질적으로 국회에서 아웃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자 전두환도, 여자 히틀러도 대한민국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김 대표를 모욕죄 혐의로 고소했다. 이 의원은 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저를 '여자 히틀러'라고 지목하면서 저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했다"며 "제가 어째서 여자 히틀러냐"고 따졌다.

 

이 의원은 "5·18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포럼을 주최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포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건 기자의 생각이고, 질문의 전제가 틀렸다"고 답했다.

그는 '여자 전두환'이라는 표현을 고소장에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형사소송 절차를 훨씬 더 단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1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에서 허화평(왼쪽 첫번째) 등과 함께 앉아있다. 2026.8.13 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에서 '5·18 폄훼 포럼'을 개최한 이 의원은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과 맨 앞줄 내빈석에 함께 앉은 바 있다. 허 이사장은 1979년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12·12 군사쿠데타의 밑그림을 짜고 실행에 옮긴 이로 '5공화국의 핵심 실세'로 불렸다. 허 이사장의 참석으로 일각에서는 '5·18 폄훼 포럼'이 전두환을 복권시키려는 숨은 의도와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 김시몬 기자 >

 

국회 운영위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 가결… 국힘 의원 전원 불참

여야 협의 불발 직권상정 “그대로 넘기면 극우 5·18 폄훼 요구 반복”
“윤리특위 구성해 실제 제명안도 강력 추진”

 
 

 

▲한병도 국회 운영위원장이 2026년 8월25일 전체회의에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 표결결과 가결됐다고 선포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국회 운영위원회가 5·18을 폄훼하는 주장이 쏟아진 국회 포럼을 개최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한병도 국회 운영위원장은 25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의원 이진숙 제명 촉구 결의안’ 의결 안건을 직권상정한 뒤 무기명 표결을 실시했다. 투표 결과 총 투표수 17표 중 가 17표로 이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한 위원장은 밝혔다. 한 위원장은 표결에 앞서 이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이 숙려기간 20일이 경과하지 않았지만 생략하는 의결을 한 뒤 직권상정했다. 한 위원장은 여야 간사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협의는 일을 하기 위해 거치는 절차”라며 “협의가 안 됐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직무유기”라고 직권상정 배경을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 의원에 대한 제명촉구 결의안 외에 즉각 윤리특위가 구성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하겠다라며 윤리특위를 통해서 반드시 단죄하고 절대 이 문제에 대해서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특히 “5·18은 국가가 판단을 끝낸 역사다. 대법원은 1997년 신군부의 행위를 내란죄로 확정했고, 국회는 특별법을 만들어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공식 인정했고 2021년에는 그 왜곡을 처벌하는 조항까지 새로 넣었다”라며 “왜곡을 처벌하겠다고 법을 만든 그 국회에서 이진숙 의원이 버젓이 왜곡의 자리를 열었다. 법정에서 이미 허위로 판정된 주장에 학술과 재조명이라는 이름표만 바꿔 붙였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원장은 “그러고는 스스로 집단 괴롭힘이라 주장한다. 광주 학살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어디서 감히 괴롭힘이라 할 수 있느냐. 국회는 이 일을 그냥 넘겨 왜곡을 묵인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8월14일 국회 소통관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두고 한 위원장은 “1980년 5월 광주가 목숨으로 지키려 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이라며 “그 헌법으로 세워진 국회에서 그 헌법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그 헌법을 지켜낸 항쟁을 부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순히 제명 촉구 결의를 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라며 “국회가 신속히 윤리특위를 구성해서 이진숙 징계안을 심의하고 가장 중한 징계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사과도 없는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의 활동도 보나마나다. 뻔뻔한 모습을 보면 저희가 기대할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극우 세력이 국민의힘 위원들에게 이진숙 위원처럼 ‘세미나 개최를 해 달라, 문제가 없지 않냐’ 이런 요구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조현호 기자 >

 

문제는 대법관 제청권 아닌 대법원장의 추천 독점

● COREA 2026. 8. 25. 06: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법관추천위 복원하고 법원행정처는 폐지해야
‘제청’은 유신 헌법이 만들어낸 상하 관계 용어

박정희가 사법부 통제하려 법관추천위 폐지
법원행정처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조직

 

며칠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통령이 하라는 분을 무조건 제청해야 된다면 헌법에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후 이른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제청(提請)’이라는 용어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처럼 하부 기관이 상부 기관에게 올려 ‘비준’이나 ‘동의’를 청(請)한다, 쉽게 말하자면 ‘여쭌다’는 의미이다. ‘제청’이란 결코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대등한 기관 간에 사용될 수 있는 용어라면 ‘제안’이나 ‘건의’ 정도의 용어가 타당하다. 그러므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말하는 것은 어느 의미로 보면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하부의 위상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 돼버린다.

 

법원행정처장이 강조했던 이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서 처음 출현하였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이 본래부터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유신 헌법은 기존에 존재하던 법관추천위원회가 폐지하고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바꿔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조항이 현재의 헌법에 이르기까지 계속하여 명문 규정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물론 현재 세계 어느 나라도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나라는 없으며, 이는 이른바 ‘유신 잔재’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뉴스

 

박정희는 자신의 영구 집권 구상에 당연히 하부조직으로서의 사법부를 상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헌법에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과 자신의 ‘임명’이라는 용어로써 명백하게 명문화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사실 이 ‘제청’이라는 용어가 헌법에 규정화되어 있고서는 사법부의 독립을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게 된 상황인 셈이다.

 

원칙적으로 사법부는 3권으로 분립된 국가기관 중 민주적 정당성에 있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의하여 사법부 역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사법부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는 결코 국민 위에 군림하여 지배하는 조직일 수 없다. 법원 구성의 민주성 확보와 국민의 사법참여 그리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통제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면 문제는 제청권과 임명권 간의 갈등보다도 대법관 추천 절차에서의 대법원장 독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사법부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박정희가 사법부의 하부조직화를 위해 폐지한 법관추천위원회의 복원이 중요한 과제이다. 법관추천위원회의 정상화를 통하여 비로소 대법원 구성의 정상화를 기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법원행정처가 폐지되어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한마디로 제왕적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다. 법원행정처는 일본 제국 시대에 일본의 전체 법원과 재판관을 지배하고 통제했던 사법성(司法省)을 그대로 모방한 전형적인 ‘일제 잔재’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법원행정처라는 시스템은 사법 후진국인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법원행정처는 인사관리실이나 기획조정실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법원 전체를 통제하는 강력한 중앙을 구축시킨다. 그리고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이 법원행정처라는 강력한 중심을 토대로 하여 완성된다.

 

한편, 우리나라 사법부의 법관 인사제도는 수많은 승진단계가 존재하고 이를 사법구조와 직결시킴으로써 인사와 조직이 맞물려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중앙집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일원화된 중앙집권체제를 토대로 하여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권력이 법원 상층부를 경유하여 하부까지 전달되기에 용이한 체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법관의 독립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사법 후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어느 국가도 법관을 인사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를 앞세운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은 이미 큰 문제다. 특히 독점적인 인사권은 시급히 바뀌어야만 한다. 독일 기본법 제97조 제2항은 법률의 판결이나 법률이 정하는 형식 및 이유에 의해서만 법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전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법관의 전보 인사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특정 법원의 법관으로 임명되면 퇴직까지 계속 한 법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진정한 사법 독립도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박정희가 바꾼 지금의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린 곳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행정처장이 들고 나온 ‘제청권’은 박정희의 유신 헌법에 처음 규정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유신 헌법은 박정희의 영구 독재를 위하여 감사원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규정하였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국회 탄핵을 어렵게 만들었던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헌법 규정도 본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통령 탄핵에 재적의원 과반수만의 의결로 가능했던 헌법 규정이 유신 직전인 1969년 개정한 헌법에서 대통령 탄핵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현재와 같이 재적의원 2/3의 찬성으로 수정했던 것이다.

 

헌법은 결코 신성불가침일 수 없다. 국민 생활과 시대적 변화 그리고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수정되어야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30차례에 가까운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더구나 지금 헌법에는 맞춤법조차 틀려있는 조문도 있다. 바로 즉, 헌법 제72조 규정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로 규정하고 있는데, 당연히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가 맞는 맞춤법이다. 이 조항도 박정희의 5.16 쿠데타 이후 개정한 헌법에서 출현한 착오다. 세계 어느 헌법에도 찾아볼 수 없는 검사의 독점적 영창청구권 규정도 검찰조직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한 박정희 유신 헌법의 작품이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글자의 헌법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부끄러운 ‘박정희 헌법 시대’를 이제 그만 벗어나야만 한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대법, '골프 접대' 김인택 판사에 정직 3개월…왜 이 시점?

 

작년 9월 뉴스타파 보도로 부적절 처신 알려져
대법관 임명 제청 앞서 서둘러 마무리한 건가
2023년 7월~지난해 5월 여섯 차례 골프 여행
재판 중 알면서도 명품 의류 대리 구매하게 해

 

약식기소 다음날 명·김영선 "무죄" 다음날 전보
김 판사 기소 불복 정식재판 청구,11월 첫공판
조 대법원장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흔들림 없이"
김 헌재소장 "헌법의 시선으로 겸허한 성찰을"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김인택(56)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창원지법에서 근무하던 지난해 2월과 5월 현대산업개발(HDC) 계열 신라면세점의 한 팀장과 골프 해외여행을 즐겼다. 문제의 팀장은 다른 사건으로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골프 여행으로 출국할 때마다 김 부장판사의 손에는 명품 의류가 들려 있었다. 그 팀장에게 자신의 여권을 사진으로 전달해 옷들을 구매하게 했다. 제값의 80~95%를 할인 받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싼값에 산다고 좋아할 일인데 그는 결제하지 않고, 문제의 팀장이 대신 결제했다. 물론 그는 나중에 옷값을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명품 대리 구매 의혹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서였다. 법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언론에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하고도 김 부장판사는 꿋끗이 법대에 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렀는데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문제의 팀장은 관세청에 고발돼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지만 그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인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5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명씨의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전날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엄숙하게 판결문을 읽어내려간 것이었다. 이런 낯부끄러운 일에도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같은 달 6일 창원지법을 떠나 수원지법으로 전보됐다. 4일 약식 기소 처분, 5일 명태균 씨와 김 전 의원에 무죄 판결, 6일 인사 명단 게재를 보면, 마치 각본을 짠 듯 착착 실행된 느깜마저 든다 

 

대법원이 김 부장판사의 잘못된 처신이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진 지 거의 1년 만인 지난 13일 정직 3개월과 징계부가금 347만 4632원의 중징계 처분을 내린 사실이 24일 관보 게재를 통해 알려졌다.

 

관보에 따르면, 징계대상자는 지인인 황모 씨로부터 2024년 10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06만 33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60만 9200원 상당의 왕복항공권 및 56만 2132원 상당의 숙박을 제공받고, 같은해 5월 3일부터 같은 달 6일까지 124만원 상당의 왕복항공권을 제공받고, 황씨가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3년 7월 27일부터 지난해 5월 6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함께 해외여행을 하는 등 부적절한 친분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당초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오래, 뿌리 깊게 두 사람은 유착돼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 부장판사는 앞으로 3개월간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그 기간 보수를 지급받지 못한다.

 

그는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정유선)에 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그의 재판 첫 공판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이다. 

 

약식기소는 혐의가 가벼워 재산형이 적당할 때 검사가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을 구하는 절차다. 청탁금지법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한 해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의 벌금형이 확정돼도 판사 직은 유지할 수 있다. 헌법 규정상 판사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파면되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김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확정한 대법원이 이날에야 관보에 게재해 공개한 사정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이홍구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각각 손봉기(60)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57)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난 19일 임명 제청하기 전에 김 부장판사 징계를 서둘러 마무리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1 연합뉴스

 

한편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으로 정부·여당과 긴장을 이어가고 있는 조 대법원장은 이날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대한변호사협회 주최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축사를 통해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지난 2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이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임을 명확히 확인하고, 이를 침해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국민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노력을 강조했다.

 

올해 서울중앙지법과 창원지법에서 시범 운영한 '민생사건 적시처리 재판부'를 통해 법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를 놓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최근 사법제도의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언제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변호사 단체를 비롯한 법조계와 긴밀히 소통해 사법제도가 오직 국민을 위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축사에서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의 의의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재판소원 제도는 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법조인에게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헌법의 시선'으로 자신의 판단을 더욱 겸허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또 "사법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지만, 어떤 변화도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제도의 효율성과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공정한 절차 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재 또한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사법 제도에 발맞춰 국민의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맡은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3월에 의원 112명이 탄핵안 서명했으나 무산
김민석, 대표 취임하자마자 "사퇴"로 몰아치기
'법치 파괴 조희대 물러나야' 전국 현수막 지시
국회의장엔 "대법원장 무법" 단호한 조치 요청

 

그러나 탄핵까진 아직…'자진 사퇴'가 공식 입장
법적·정무적 난점 많아 여론전부터, 시기 저울질
"조희대 씨 충분히 탄핵될만…국민께 더 알려야"
"행동 들어가면 완벽한 100점 맞을 준비 시작"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2026.8.19. 연합

 

이재명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를 '1+1'으로, 그것도 '서면 제청'하고 심지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후보 추천 결과는 백지화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집권여당이 연일 사퇴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상고심 파기환송 사태와 12·3 비상계엄 관련 헌법·법률 위배 행위 등을 사유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에 범여권 의원이 112명이나 서명했음에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풍'을 우려해 포기했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번엔 실제 탄핵까지 밀어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련 기사 "조희대 탄핵 3월에 가능했는데…뼈아픈 실기"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20일 당 차원에서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도록 지시했다. 김 대표는 20일 오전 세종 은하수공원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김남준 홍보위원장을 임명한 후 전국에 현수막 두 개를 필수 게첩하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며 "하나는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합니다'이고 또 하나는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라고 밝혔다.

 

당 대표 후보이던 지난달 30일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다음은 사법개혁"이라며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은 마냥 미루고 9월 퇴임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진행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직무유기가 도를 넘었다. 후임 제청을 즉각 하지 않고 헌정 수호 차원의 탄핵을 피할 수 있겠는가?"라고 경고했던 김 대표는 전날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조희대 씨는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 집무실을 찾아 조정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조정식 의장님의 원만한 정치적 리더십과 풍부한 경륜에 기초해 이번 국회가 나라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정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국회로 기록되었으면 좋겠다"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의 제명을 거론한 데 이어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차원의 '단호한 시정' 조치도 요청했다.

 

김 대표는 "국회는 헌법 기관 가운데 국민에 의해서 선출된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조희대 대법원장 관련 사태에 있어서 지난 계엄 내란을 국회에서 막아낸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풀어냈으면 좋겠다"며 "대법원장 스스로가 내란 시기부터 씌워져 있는 국민적 혐의를 해소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무법에 무법을 더하는 현재의 상황을 국민들이 인내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자기 정화되고 견제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제대로 되지 못할 때에는 국회가 사명감을 가지고 한편으로는 사법개혁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잘못된 조치에 대해서 단호하게 시정을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저희 당도 노력할 테니 의장님도 잘 지도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법부의 '자기 정화'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 그 경우 국회의장도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26.8.19. 연합

 

원내 사령탑인 한병도 원내대표도 보조를 맞췄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대법관 기습 제청을 '대통령 임명권 침해'로 규정한 뒤 "어제 법사위는 제청을 장시간 지연한 연유와 기습 제청한 경위, 추천인 4인 후보 중 특정인을 배제한 채 본인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불공정한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는지, 후보자 선정 기준을 철저히 따져 묻기 위해 대법원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끝내 불참했다"면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인사 농단을 저질렀다. 즉시 대국민 사죄하고 대법원장직을 사퇴하라"며 "단순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대한민국 사법의 최고 심판 권한을 가진 대법관 자리를 조희대 한 사람 마음대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못한다면 인사 농단을 해서라도 판을 깨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짚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 역시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당 공식 입장으로 촉구했다. 그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정치적 충돌의 장으로 만들고도 어떠한 설명도 않는 것은 국민 기만이자 오만의 극치다. 조 대법원장은 더 이상 숨지 말고 법사위에 출석하라"면서 "계엄 당시의 행적부터 대선 직전 파기환송, 대법관 제청 지연과 기습적 서면 제청까지 국민 앞에 책임 있게 답하라. 끝내 답변을 거부하고 사법농단을 계속한다면 그 역할을 책임질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는 있으나 김민석 지도부는 아직 탄핵 추진 계획까지 직접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3월 정청래 지도부 때처럼 전국 단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을 직무 정지시키는 사상 초유의 선택을 한다는 건 엄청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해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생 중심 정치'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취임하자마자 대법원장 탄핵에 나설 경우 중도층을 비롯한 다수 여론이 과연 긍정적으로 반응할지 낙관하기도 어렵다.

 

특히 조 대법원장의 '사전 조율 없는' 대법관 제청 행위가 법리적으로 위헌 등 탄핵 사유가 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당장의 탄핵소추 계기로 삼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경우 사법부 전반의 강력 반발은 불문가지이고 그에 따른 극한 대치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지점이다. 국민적 지지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민심 이반을 가속화하고 수구·극우 세력의 반동 명분을 키워줄 심각한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9월 16∼19일 서울에서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가 열린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조기 탄핵 이행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20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뒤 처음으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8.20. 연합

 

청와대는 이번 서면 제청 사태를 두고 공개 충돌을 자제하면서 탄핵엔 더욱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 6일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청와대도 공감하고 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즉각 "대법원장의 탄핵 및 거취와 관련해 청와대가 공감한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은 바 있다. 김성회 원내대변인도 이날 한병도 원내대표 주재의 정책조정회의 뒤 기자들에게 "사퇴 요구를 당의 입장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탄핵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리적·정무적으로 난점이 많아 김 대표는 일단 당 내부적으로 탄핵소추안 마련 및 법률 검토 등 준비는 하되,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위한 여론전에 주력하면서 공감대를 좀 더 확산시킨 뒤 탄핵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그 같은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저는 조희대 씨가 이미 탄핵 될만한 충분한 자질과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아직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하는 국민께 충분히 알릴 시간을 조금 더 갖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을 다시금 '조희대 씨'라고 호칭한 김 대표는 "이미 탄핵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 결정을 하는가 아니냐와는 별론으로 하고, 당에서 어떤 행동에 들어갈 경우에 완벽한 100점짜리를 맞을 수 있는 준비는 시작하겠다"면서 "다만 굳이 그렇게까지 않고도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기 때문에 온 국민의 요구로 물러날 수 있도록 하는 충분한 설명을 하는 것도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 김호경 기자 >

 

'대법관 후보' 전례 없는 제청 반려카드 부상…후속 시나리오는

 
후보추천위원회 다시 꾸릴 가능성…대법관 장기 공석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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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 조희대 대법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1 [연합]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제청 요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법원의 향후 대응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제청 과정을 두고 "협의를 건너뛴 유례없는 일방 통보"라고 규정하며 재제청 요구 등 후속 방침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할 경우 대법원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해당하는 새 후보자를 검토할 전망이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권리가 있고 거기에 따라 대통령과 국회는 임명권과 동의권을 행사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손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헌법상 임명권을 행사해 제청을 반려하는 가능성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면서 후보자 천거 작업부터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조직법상 추천위원회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꾸려지고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산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신속한 후속 인선을 위해 앞서 작년 12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추천을 위해 구성된 추천위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위원회는 각계에서 천거돼 심사에 동의한 이들 가운데 3명 이상을 후보자로 추천한다. 앞서 추천된 후보들이 다시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사례를 보자면, 지난 2012년 7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 제기로 자진사퇴하자 대법원은 2주 만에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했다.

 

대법원은 당시 신속한 인선을 위해 기존 추천위를 재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위원회를 처음부터 다시 꾸렸다. 이후 추천위가 후보자 3명을 새로 추천하기까지는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대법원이 앞서 추천위에서 추천된 후보들 가운데 1명을 다시 제청하는 방법도 검토될 수 있다.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다.

다만 이들 후보를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진 만큼 후보를 바꿔 제청하더라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방식이 되든 대법관 장기 공백 상황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뒤 5개월 넘게 1명이 공석인 상태다.

 

청와대가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낼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이 경우 대법관 2명이 장기간 공석인 상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미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