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에 기생하는 거짓·혐오 걸러내야

● COREA 2026. 7. 7. 11: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파괴하는 거짓과 범죄, 폭력 선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권력을 비판하고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며,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말할 자유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현실은 우리가 알던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이며, 그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이제 거짓 정보는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정교하게 제작되고 있다. 조회수를 노려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며 혐오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알고리즘은 자극적인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운영자들은 그 대가로 광고와 후원 수익을 챙긴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는 온라인을 통로 삼아 급속히 퍼져나가며, 특정 지역·세대·성별이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 표현은 일상의 언어처럼 소비된다. 일부 극단주의 커뮤니티에서는 역사 왜곡과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이 레거시 미디어에 버금갈 정도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플랫폼 생태계와 맞물려 파생된 구조적인 사회 문제다.

 

이른바 ‘사이버렉카 근절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 시행된다. 과거의 정보통신망법이 게시물을 사후에 삭제하는 수준의 대응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예방과 관리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났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지는 않을지,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기준이 모호하지는 않은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충분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권한이 커질수록 남용의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판단 기준과 플랫폼의 과도한 검열 가능성에 대한 감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러한 우려가 법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사회적 문제에는 새로운 법 제도가 필요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제도 등도 시행 초기에는 적지 않은 논란을 겪었으나, 이후 개정과 판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법은 완성된 상태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집행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축적하며 다듬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정 정보통신망법 역시 같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허위 정보와 혐오, 불법 정보가 초래하는 사회적 피해를 외면할 수 없는 현 시점에 일정 수준의 공적 규율은 시대적 요구다. 동시에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은 향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사법적 검증을 거쳐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법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진정한 자유는 책임이 따를 때 더욱 오래 지속된다.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회를 파괴하는 거짓과 범죄, 폭력 선동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 응원 화환 보낸 이진숙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불쏘시개로 삼아 극우들이 준동할 빌미를 주는 그릇된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의 구호를 둘러싼 징계 논란은 본래 청소년들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교육적 조치라는 범주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개입이 이어지며 이 사건은 점차 다른 층위로 확전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던 영역이,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둘러싼 충돌의 장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과정에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통해 징계 절차와 학교의 대응 과정을 공개하며 사안을 외부로 드러냈다. 이는 특정 정치적 평가라기보다 교육 행정에 대한 점검과 정보 공개의 성격이 강했으나, 결과적으로 사건이 사회적 논쟁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이번 징계를 ‘과도한 처분’이라며 문제의 방향을 돌렸다. 정점식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은 해당 구호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조치가 학생 선수들의 진로를 고려할 때 지나치게 무겁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 사건을 5·18이라는 역사적 의미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연결하는 구조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학생들의 일상적·우발적인 구호를 역사적 맥락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며, 교육적 문제를 민주당이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으로 비친다. 일례로 지난 5월 스타벅스에서 불거진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을 보면, 특정 브랜드 이미지와 군사적 상징, 그리고 시기적 맥락이 결합했을 때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상징과 맥락이 반복적으로 결합할 경우 일정한 의미 구조가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표현이 등장한 배경을 분리해서 읽을 수 없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가장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이번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진숙 의원의 궤변이다. 이 의원은 ‘배재고 학생들과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보냈음을 밝히며, 화환 리본에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글귀를 넣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방송통신위원장 시절 겪었던 해직 사태를 언급하며, 공포를 느꼈을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화환을 보냈고, 이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주역이라 치켜세웠다. 형식적으로는 학생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교육 사안을 역사·정치 프레임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모자라 본인의 서사까지 덧씌운 파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의원의 국회 입성 시 우려했던 일들이 이번 배재고 사태를 시작으로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강경숙 의원이 교육적 지도와 징계의 비례성 문제를 지적하는 사이, 이진숙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징과 맥락의 결합을 통해 사건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체계의 충돌 속에 사건의 중심에 있어야 할 학생들의 문제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교육적 지도와 학생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시작된 논의가 결국 정치적 진영 갈등으로 퇴색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배재고 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교육 현장에서조차 혐오가 응원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미래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치적 불쏘시개로 삼아 극우들이 준동할 빌미를 주는 그릇된 메시지를 더 이상 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배재고, 광주일고 찾아 허리 숙여 사과
광주일고 “화해하며 더 성숙하게 성장하자”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꿈과 희망이 담겨야 하는 야구장에서 배재고 선수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달 29일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상처가 일주일 홍역 끝에 눈물 담긴 사과와 따뜻한 화해의 말로 아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를 방문한 서울 배재고 야구부 36명 전원과 학부모, 지도자, 교직원들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향해 허리를 크게 숙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까지 포함해 80여명인 방문단이 광주일고 교정에 들어설 때부터 일부 배재고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주일고 강당에서 열린 사과 행사에서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이렇게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 관계자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뗀 뒤 “저희 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서 인성이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웠다”고 말했다.

 

5.18 조롱 구호로 지탄을 받은 배재고 야구부의 주장(왼쪽) 선수가 6일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를 찾아 사과문을 광주제일고 야구부 주장 선수에게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오영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고 있었고, 저희의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해서 부끄럽다”며 “ 모든 분의 상처를 보듬기에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자로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눈물로 사과했다. 이 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훔친 뒤 “이제 화합의 미래로 나가야 한다. 가슴속 깊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감독은 자필로 쓴 사과문 두 통을 전달하며 허리를 숙였다. 광주일고 야구부 학생들과 교직원 등 50여명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광주일고 선수 대표는 사과에 대해 “이번 일은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조윤채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도 “힘든 한주였다”고 소회를 밝힌 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는 반성하면 되고,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가슴에 묻기보다는 서로 화해해야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경기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연합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오히려 배재고 쪽을 위로했다. 이 교장은 “어머님(학부모)들이 들어오실 때부터 눈물 흘리고 계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도 울먹이고 있다”며 배재고 학생들에게 어깨를 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어깨 움츠리지 마시고 고개 들고 다음에 저희 학생들과 만날 때 정말 당당하게, 서로 기량을 맘껏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게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했다.

 

배재고 학생들은 광주일고 교정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한 뒤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에도 참배하며 사과 일정을 마무리했다. 묘지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과 함께 배재고 총동창회장인 배우 임호씨, 광주일고 동문들이 동행했다. 묘지 참배 전 이규연 교장은 정 교육감을 따로 만나 “아까 학교에서 말하지 못했는데 배재고 야구부의 재심에 신경 써달라”고 말했고, 정 교육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배재고(왼쪽 흰옷)와 광주제일고(오른쪽 검은 옷) 야구부 학생 선수들이 6일 오후 전남광주특별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함께 참배하고 있다. 이날 참배에 앞서 광주제일고를 방문한 배재고 야구부 36명 모두와 지도자, 교직원들은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 및 광주시민들에게 지난 5·18 조롱 응원에 대해 허리 굽혀 사과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공동취재사진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도중, 상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고함을 질러 ‘혐오 응원’을 한 배재고 쪽에 출전정지 6개월을 통보했다.

 

정 교육감도 참배 현장에서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 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김용희 기민도 기자 >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광주제일고등학교·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참배하고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최근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5·18 조롱 응원 구호로 공분을 샀다. 연합뉴스

 

"5·18 성역화" 망언 이병태 부위원장 결국 사퇴

 

청와대 사퇴 권고 발표 두 시간여 만에 백기
배재고 징계에 "표현의 자유 보장" 억지
헌법과 형법에 규정된 것 이해 못한 발언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 없는 궤변

총리급 예우 누리는 공직자가 이런 처신
'실용과 통합' 정부 인사 적절성 돌아봐야
배재고 선수 36명 전원 광주제일고 찾아
"많은 고통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중징계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던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6일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가 사퇴를 권고한 지 두 시간여 만에 '백기'를 들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해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청와대는 "책임과 권한이 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임명된 주요 구성원으로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며 "이후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병태 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5 연합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지목한 발언도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직격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인데, 이재명 대통령도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한다. 그런데,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실제로 인사를 잘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때때로 잘못된 인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어 세간에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조롱 섞인 말이 돌기도 했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실망을 주는 인사가 자주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중용),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중용),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출신 중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사를 고속승진시킴으로써 내란 정권의 탄생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때때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로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이 “5·18이 성역화됐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논란이 발생해 청와대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공개 경고한 일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통합’을 내세운 인사스타일의 적절성 여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들을 들여다보자. 그는 지난달 29일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와의 야구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부적절한 혐오 구호를 외쳐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했고,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사퇴 요구에 대해선 “비판도 표현의 자유”라며 일축했다. 이 부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야구 응원 구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처벌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응원 구호가 적절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 비판도 표현의 자유지만, 발언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했다.

 

이와 다른 갈래로 이 부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수백조 원 규모의 사업이 현 대통령 임기 내 큰 진척을 이루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아 구설에 올랐는데, 그는 과거에도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반일이 반대로 비정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서울 배재고 학생 선수 36명 전원과 일부 교사, 학부모 등 80여 명이 6일 광주제일고를 찾아 이 학교 야구부 학생들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6.7.6 서울시교육청 제공 연합
 
서울시교육청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스타벅스 가야지" 등 응원 구호를 외쳐 거센 비판을 받은 서울 배재고 야구부가 작성한 자필 사과문을 6일 공개했다. 이날 배재고 야구부 소속 학생선수 36명 전원과 일부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이 광주일고를 방문해 사과문을 낭독했다. 2026.7.6 연합
 

이 부위원장은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표현의 자유는 옳고 바른 말을 할 권리가 아니라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그가 이런 주장을 내세울 만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인지를 살펴보자.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라는 학력을 갖고 있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법학적 견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가 법학을 공부한 경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보편타당한 학문적 근거 없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멋대로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그의 무모함이 매우 놀랍다.

 

이제 이 부위원장 발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자. “표현의 자유는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다(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이다)”,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표현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그의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허황된 것인가를 대한민국 헌법의 틀 안에서 살펴보자.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표현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권의 핵심적인 것이고 민주사회의 초석이 되므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는 아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서는 안 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도덕률에 위반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며, 이 내재적 한계를 위반한 표현의 자유는 그 자유를 남용한 것이 된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과 법리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가급적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자유는 아니며, 이렇게 보는 것이 법학계의 기본입장이고 판례이다.

 

만일 이 부위원장의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고 본다면, 명예훼손죄·모욕죄 등의 형벌 규정(형법 제307조, 제311조)도 위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명예훼손적·모욕적 표현을 할 자유를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다”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또 가령 어떤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다수의 사람에게 수치감과 불쾌감을 안겨 줘도 이를 비판·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을 부인하는 것인가? 이런 식의 주장은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그 자신만의 궤변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5 청와대 제공 연합
 

이상 간략히 살펴본 바를 통해 이 부위원장의 인식과 발언이 얼마나 법적으로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은 성찰 없이, 아무런 법학적 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허튼 생각을 함부로 세상에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다.

 

법학은 사회적 통념과 상대적 원리를 기초로 당위론적·가치론적 입장에서 정의로운 질서를 탐구하는 규범학문이다. 타인 내지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는 자신만의 헛된 생각이 마치 ‘세상을 규율하는 유일한 진리인 양’ 처세하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매우 위험하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는 고위 공직(총리급 예우를 받는 직책이라고 한다)을 맡은 사람으로서 함부로 할 얘기인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재명 정부의 탄생과 성공을 지지해온 많은 국민들이 이병태 부위원장을 공직 부적격자로 생각해 분개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이런 사람을 고위 공직에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잘못이 아니라 이러한 자를 고위 공직에 발탁한 이재명 대통령의 잘못이다”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 이선신 기자 >

 

혐오 방치가 만든 오늘날 못 돌아보는 근시안
고위공직자로서 말의 책임도 지지 않는 몰양식

국정 과제엔 공개 제동…이런 사람 중용해야 하나

 

남의 문해력 탓하는데 청와대 경고 통할지 의문

최민희 의원 “5·18 폄훼와 조롱이 무슨 표현의 자유냐.

왜곡된 역사의식, 5·18영령과 유공자 및 민주주의와 국민모독”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5. 연합
 

이른바 '스타벅스 응원가'로 배재고 야구부가 징계 받은 것을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고 주장해 논란에 휩싸인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주장을 이어가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18 폄훼와 조롱이 무슨 표현의 자유냐”고 직격했다.

 

최민희 의원은 4일 저녁 페이스북에 이 부위원장을 향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책임 회피하지 마시고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가로 불거진) 5·18 폄훼와 조롱에 대해 ‘잘못된 것이다’ 용기 있게 지적하시고 본인의 잘못도 인정해 사과부터 해주시기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최 의원의 글은 이 부위원장이 자신의 ‘5·18이 성역이 됐다’ 발언에 대해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다. 이는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 중에 하나”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최 의원은 이 부위원장에게 “대한민국 어디에서건 ‘김일성만세 외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냐. 혹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신 적이 있으신지, 아니라면 지금부터 리버럴 관점에서 주장하시겠단 것이냐”며 “5·18 폄훼와 조롱이 무슨 표현의 자유냐. 왜곡된 역사의식에 기초한 5·18영령과 유공자 및 민주주의와 국민모독”이라고 했다.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4월15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
 

부총리급인 이 부위원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스타벅스 응원가’로 징계를 받은 배재고 야구부와 관련해 “이 땅에 5·18이 성역이 된 것”, “북한의 모습”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에 최민희 의원은 전날 “이 부위원장이 묻네요. ‘5·18은 성역입니까’ 답해 드립니다. 네, 맞습니다. 민주주의의 성역입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인 이 부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통합·실용 인사 기조에 따라 지난 3월 규제합리화위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 책사’로 불려온 보수 인사다.

 

이날 오전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부위원장이 개인적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바 있다. 이는 혐오와 조롱에 대한 정보의 단호한 거부 기조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특히 정부 소속 기관의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에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청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 고나린 기자  >

 
 

‘형사소송법 개정 TF’ 가동 예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보완수사권 폐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정책위,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실무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2일 밝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결정할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가 정부안을 내지 않고 국회에 공을 넘기면서 당내에서는 논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한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민주당은 검찰 개혁 완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티에프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 보완수사권 폐지라는 시대적 과제를 빈틈없이 완수할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의 목표는 국민 권익과 인권 보호”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형사사법 시스템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겠다”며 “위원장이 선출된 11개 상임위(10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만이라도 먼저 회의를 열어 시급한 민생 현안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그는 “원내지도부가 전날 대통령과 만찬을 갖고 향후 입법 과제를 논의했다”며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티에프를 중심으로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과 인프라 투자 예산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또 “폐업, 소상공인 정책자금 상환 부담 완화 조치, 도산 사업장 근로자 보호를 위한 체불임금 국가 지급 등 생계와 직결된 대책들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국회가 (민생 입법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국민의힘에 엄중히 묻는다. 국회의장 권한에 따른 상임위 (의원 명단) 배정마저 거부하고 전원 사임계를 제출해 국회를 마비시키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며 “민생마저 보이콧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무의미한 고집을 멈추고 오늘이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어놓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정혜민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