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특위 증언…"특별한 혐의 발견 못해"

서영교 "2기 수사팀, 남욱에게 허위 자백 받아"
윤석열 사단, 주요 사건 독식…"한동훈이 배치"
엄희준·강백신, 정식 발령 전 대장동 기록 검토

이건태 "발령 전 수사기록 본 건 권한침해·불법"
엄희준, 이재명 기소하며 정진상 조사도 안 해
양부남 "유동규 말만 믿고 허위 공소장 쓴 것"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정용환 서울고검장 직무대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고검장은 대장동 1기 수사팀장이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대장동 사건 1기 수사팀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당시 수사팀장의 증언이 나왔다. 또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로 전격 교체된 대장동 2기 수사팀의 부장검사들이 정식 발령이 나기도 전에 직무대리로 사건 기록을 미리 검토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정 전 실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통령에게 대장동 수익 일부를 나눠갖기로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공소 사실을 꾸미면서도, 정작 정 전 실장을 조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검찰이 '정적 죽이기'를 위해 표적수사, 조작수사를 하고 허위 공소장을 썼다는 의혹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장동 1기 수사팀장 "이재명 혐의점 발견 못했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전날인 7일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정용환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 수사1부장(현 서울고검 검사장 직무대리)과의 질의에서 1기 수사팀이 이 대통령과 김 전 부원장, 정 전 실장의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 서영교 위원장 > 정용환 검사님, 1기 대장동 수사하셨죠? 1기 대장동 수사할 때 이재명, 김용, 정진상 혐의가 있었습니까?

◎ 정용환 검사 > 1기 수사팀에서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서영교 위원장 > 1기에서 수사하셨습니까? 어디 수사하셨습니까? 대장동?

◎ 정용환 검사 > 저는 대장동 본류라고 불리는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습니다. 

○ 서영교 위원장 > 1기 대장동을 수사하는 와중에 김용도, 정진상도, 이재명도 혐의점이 없었다. 이 말씀이시죠?

◎ 정용환 검사 > 저희는 저희로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어 서 의원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압박과 회유를 받아 진술을 번복한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2021년 10월 미국에서 귀국하자마자 체포될 때 제이티비시(JTBC)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남 변호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이재명을 아예 모른다" "내 입장에선 (이재명은) 합법적인 권한을 이용해서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10월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JTBC와 한 인터뷰 화면을 띄우고 설명했다. 남욱은 당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재명을 아예 모른다" "이재명은 합법적인 권한을 이용해서 사업권을 뺏어간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서 의원은 "(그러나) 2022년 9월 16일 이주용이라는 검사가 재판 갔다 오는 남욱을 사냥하듯 데리고 온다. 그리고 구치감에 넣는다"며 "남욱을 구치감에 2박 3일 가둬놓고 정일권 검사는 남욱의 자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거 아니냐' '여기 계속 있을 거냐'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드러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일을 당하고 남욱의 진술은 다 바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 의원은 "이주용(검사) 위에 강백신과 엄희준(당시 부장검사), 고영곤(당시 차장검사), 송경호(당시 서울중앙지검장)가 있을 것이고, 그 위에 한동훈(당시 법무부 장관), 윤석열(당시 대통령이)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주요 사건 수사를 독점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당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 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 등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대장동 사건 2기 수사팀 ▲김용 부원장 사건 수사팀 ▲위례 사건 수사팀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1기 수사팀 지휘 라인에 반복 등장한다며 "이들을 해당 자리에 배치한 것은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이 없는 상황에서 인사검증단을 통해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범죄자를 잡으라고 있는 검사가 사람을 잡고, 대선 후보를 표적으로 삼아 수사해도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엄희준·강백신, 정식 발령 전 대장동 사건기록 검토"

 

이날 국조특위에서는 엄희준·강백신 검사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2022년 5월 공판5부 부부장 검사 직무대리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2기 대장동 수사팀은 2022년 7월부터 가동되는데, 정식 발령을 받기 전에 수사 기밀을 들여다본 정황이다.

 

민주당 이건태 의원은 엄희준·강백신 검사에게 "윤석열 정권 들어선 직후인 2022년 5월 두 사람은 서울중앙지검 발령 받았냐"고 물었고, 이들은 "공판 5부 부부장이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느냐'는 질문엔 "맞다"고 답하며 "(고형곤)차장을 통해서였는지, 직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지시로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강백신 검사(왼쪽)와 엄희준 검사(오른쪽)가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직후인 2022년 5월 공판5부 부부장 검사 직무대리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대장동 사건 기록을 검토했다고 시인했다. 대장동 수사팀은 2022년 7월부터 가동되는데 정식 발령을 받기 전에 수사 기밀을 들여다본 정황이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2기 수사팀을 미리 투입해 사전에 사건 기록을 검토한 사실은 당시 사건 담당인 1기 수사팀에도 비밀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1기 수사팀장 정용환 검사는 '2기 수사팀이 이재명·김용·정진상을 기소하기 전에 1기 수사팀과 협의하거나 의견을 물은 적 있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저와 협의나 의견 공유는 없었다"고 답했다. '2022년 5월 엄희준·강백신이 서울중앙지검에 배치된 이후 반부패 1부나 3부 검사들과 접촉하거나 지시한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그 부분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판부 부부장 직무대리로 파견된 검사들이 반부패부 사건 기록을 열람한 자체가 권한남용이고 불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 검사는 당시 사건 기록에 대해 "원본 1부 내에서 분산해서 보관한 걸로 기억한다. 드라이브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서 권한 부여받은 사람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일 접근 권한'에 대해선 "저나 당시 차장, 검사장도 부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검사는 '수사 기밀인데 주임검사가 아닌 사람도 보는 게 적법하냐'는 질문엔 "(권한을 줬을 수 있는) 검사장, 차장 등을 상대로 확인해봐야 한다"며 "그 경위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우리 검찰청법에 부장검사는 부를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 지휘 감독엔 수사 기록 관리도 포함된다"며 "(당시 1기 수사팀장이었던) 정용환 부장의 허락 없이 차장이나 검사장이 아무런 승낙이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기록을 볼 권한을 줬으면 부장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고 불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서 의원은 "1기 수사팀장(정용환)은 2022년 7월 초까지 있었고, 엄희준·강백신 두 사람은 2022년 5월에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수사 자료를 검토했다는데 가능한가"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판부 검사로 직무대리 발령이었는데 다른 사건들 기록을 검토하고 열람하는 게 적법한지 검토해봐야 할 거 같다"며 "서울고검 인권침해 티에프(TF)에서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6.4.8. 국회방송 갈무리
 

"이재명 기소하며 정진상 조사 안해…유동규 진술만"

 

대장동 2기 수사팀이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는 사실도 민주당 양부남 의원의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정 전 실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대장동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보고했다는 내용으로 공소 사실을 꾸미면서, 정작 정 전 실장을 조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양부남 의원 > 정진상 실장을 데려다가, (정진상) 당신이 이재명 대표에게 428억 원을 준다고 보고했다는 조서 받은 적 없죠?

◎ 엄희준 검사 > 예, 그런 조서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양부남 의원 > 그러면은 어떻게 공소장에다가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에게 보고해서 승인받았다는 내용을 쓸 수가 있습니까? 

◎ 엄희준 검사 > 유동규 씨가 그렇게 진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양부남 의원 > 유동규가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한테 보고했다(고 말했다)? 유동규가 말했다고 공소장에 그렇게 씁니까?

◎ 엄희준 검사 > 구체적인 내용은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유동규 씨 진술이 있었습니다. 

○ 양부남 의원 > 최소한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에게 보고했다면 정진상 조사를 해야 됩니다. 정진상 조사를 하려면 최소한 정진상이 이재명 대표가 보고했다는 녹취 파일이라도 있어야 돼요. 그것도 없잖아요? (중략) 유동규가 정진상이 이재명에게 보고한 현장을 봤다는 겁니까?

◎ 엄희준 검사 > 진술의 신빙성은 재판부에서 판단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양부남 의원 > 아니, 이러한 증거 없이는 공소장에 쓸 수가 없는 겁니다. 검사가 이렇게 공소장을 써도 됩니까?

엄 검사는 양 의원 추궁에 "유동규 진술 외에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 의원은 "이렇게 (공소장을) 쓴 것은 희망 사항과 위에서 내려온 목표 사항을 적어놓은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무죄가 나든 상관없고, 기소하면 (검사의) 미션은 끝나고 목표는 달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 의원은 "당시 이재명 대표가 당시 얼마나 파렴치한 사람이 됐는가. 428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대장동 배임 범죄행위 동기 목적을 설정한 것이다. (정진상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면)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정적 죽이기, 표적수사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검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니까 수사권까지 없어진 것 아니냐"면서 "조작 공소장" "허위공소"라고 비판했다.

엄 검사는 양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면서 "다른 증거를 종합해서 증거 관계를 갖춰서 기소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 김성진 기자 >

 
 

'찐윤' 이시원은 왜 대북송금 사건에 적극 개입했을까

 

조선아태위를 '대북 금융제재 대상'으로 바꾸려
이화영 핵심 혐의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쐐기
형량 높이고 이재명 더 확실히 옭아맬 수 있어
박상용 "외국환거래법 내용 그대로 제3자 뇌물"
기재부가 찬물…"조선아태위는 제재 대상 아냐"


이화영 변호인 김현철이 사실조회 회신 끌어내
대북송금 전제 흔들리자 윤석열 대통령실 나서
국정원 압박했으나 1심 판결 기재부 고시대로
"8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만 노동당 전달돼"
민주 "이시원은 조작 전문가…특검이 추적해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해 9월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2025.9.26. 연합
 

지난 2024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은 왜 북한 통일전선부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유엔 대북 제재 대상'으로 몰아가려 했을까. 결국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핵심 혐의인 '외국환거래법 위반' 죄목을 성립시키는 데 쐐기를 박고 형량도 높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더 확실하게 옭아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시장은 당초 쌍방울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직접 수령하거나 측근 문모 씨에게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수억 원어치를 부정하게 썼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뇌물 수수 혐의로 2022년 10월 14일 구속기소됐지만 이는 개인 비리에 가까웠다. (이마저도 검찰의 조작 가능성이 높은데 관련 기사 ☞ 이화영이 뇌물로 받아 썼다는 '쌍방울 법카' 진실은 참조.) 진짜 올가미는 2023년 3월 21일 검찰이 추가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였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가 이 전 부시장에게 적용한 해당 혐의엔 검찰이 설계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본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1차 방북 때 김성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겸 조선아태위 실장을 만나 약속했던 '스마트팜'(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자동화 시설을 갖춘 농장을 설치하는 사업) 지원 비용 500만 달러를 유엔 및 미국의 대북 제재 등으로 인해 지급할 수 없게 되자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에게 대납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으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 위해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200만 달러, 북한 정찰총국 고위 공작원 출신 리호남에게 100만 달러 등 300만 달러를 줬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이렇게 총 800만 달러의 외화를 쌍방울 임직원들이 2019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현금 소지 출국' 또는 '환치기'(무등록 외국환 업무) 수법 등으로 중국 및 필리핀에 밀반출했다는 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큰 줄거리다. 김성태 전 회장 또는 방용철 전 부회장으로부터 800만 달러를 직접 건네받은 북한 인사는 조선아태위 송명철과 리호남 등이지만, 검찰은 이 돈 전부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태위 위원장을 거쳐 대북 금융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최종 전달됐다고 봤다. 남북 대화·교류, 투자 유치 사업 등을 담당하는 조선아태위는 형식상 민간기구로 위장했으나 실제로는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산하 조직이라는 논리였다.

 

2023년 10월 23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김현철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수원지법 형사11부)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는 사유에 대해 밝히고 있다. 2023.10.23. 연합
 

그런데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4년 2월 27일 검찰과 윤석열 정권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현철 변호사가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최근 기획재정부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선아태위는 금융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조회 회신을 법원에 보내왔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기재부 회신으로 대북송금 사건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법에 해당하지도 않는데 검찰이 어설프게 밀어붙인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전부터 김 변호사는 해당 기재부 고시 <국제평화 및 안전유지 등의 의무이행을 위한 지급 및 영수허가 지침>이 '열거적 규정'이며, 여기에 조선노동당 산하 중앙군사위원회와 선전선동부 등은 명시돼 있지만 통일전선부와 조선아태위는 없기 때문에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변론해왔다. 그래서 기재부에 금융제재 대상 여부에 관한 답변을 요청하도록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사실조회 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기재부 회신 내용에 대해 신진우 재판장도 "유의미하다"면서 "기재부 입장은 선명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허가받지 않은 자에 대한 밀반출'과 '미신고 밀반출'의 두 가지 경우인데 (기재부 회신은) 첫 번째 위반 혐의 적용이 불가하다는 의미"라며 "그래도 '미신고 밀반출' 혐의가 남지만, 애초에 이화영은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준 사실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그 부분 혐의도 부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이 전 부지사를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한 정당성이 흔들리고 이재명 대표를 엮어 '주범'으로 만들려던 계획도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내용은 그대로 이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로 직결된다. 그래서 앞서 2023년 6월 19일 수원지검 형사6부 박상용 검사는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중 한 명이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제3자 뇌물이든 직접 뇌물이든 어쨌든 외국환거래법 위반의 것들이 그대로 제3자 뇌물로 되되 그건 공범을 이재명이랑 같이 갈 거고…"라고 자신했던 것이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아연실색해 국정원을 압박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2023년 6월 19일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이던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 중 한 명이던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 내용 일부. 채널A 화면 갈무리
 

윤석열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본래 인사 검증과 대통령실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조직임에도 조선아태위가 조선노동당과 달리 유엔 대북 금융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기재부 유권해석이 2024년 2월 27일 언론에 보도되자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를 시도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3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에서 국정원 기관보고를 하며 해당 날짜를 처음에 '2024년 7월'이라고 잘못 말하고 언론에도 그렇게 보도돼 혼선을 일으켰으나 '2024년 2월'이 맞다.) 이시원 비서관은 "노동당 산하 조직이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요청에 따라 황원진 당시 국정원 차장 측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의견을 같은 해 3월 4일 회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그걸 왜 보냈냐"고 질책하고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부분을 보고서에서 제외해 수정본으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국정원은 3월 8일 이 전 부지사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의 관련 내용 사실조회에 대해 조태용 원장의 수정 취지를 반영한 답변서를 3월 14일 제출했다. 또한 이 비서관은 조 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전부 아태위의 금융제재 대상 포함 여부에 관해 부처별 해석이 달라 허점이 있다"면서 "국정원장이 주관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해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조 원장이 부정적 반응을 표출하자 "국정원장 대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주관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까지 이번 국정원의 대북송금 사건 관련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만약 이 비서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제대로 관철됐다면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 회신에 이어 국정원도 '통전부와 아태위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는 부분을 제외한 답변서를 재판부에 제출함으로써 수원지법 형사11부는 2024년 6월 7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판결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에 적시한 800만 달러 중 금융제재 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된 돈을 200만 달러만 인정했다.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나머지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조선노동당에 지급했다거나 지급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8년 6월 4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베이징(北京)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김 부위원장과 김 실장 등 미국 방문단은 이날 고려항공 JS152편에 탑승했다. 2018.6.4. 연합 자료사진

 

특히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가 조선노동당에 지급됐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아 통째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금융제재 대상자에 대한 기재부 고시는 '열거적 규정'이 적용되는데, 제재 대상자인 개인(김영철)이 단체(조선아태위)의 대표자로 있다고 해서 고시에 기재되지 않은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500만 달러는 조선아태위에 전달된 것이고, 통일부의 '북한지식사전'을 보면 조선아태위는 조선노동당 공식 부서가 아닌 민간기구로서 당의 외곽단체로 분류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중 164만 달러, 도지사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중 230만 달러 등 총 394만 달러는 제재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외화 3만 달러를 초과하는 지급수단을 국외로 휴대 수출하려는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환치기 방법이 사용된 스마트팜 비용 180만 위안(중국 돈)과 도지사 방북 비용 70만 달러에 대해선 '지급수단 휴대 수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죄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장인 신진우 부장판사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징역 1년 6개월, 그 외 특가법상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를 징역 8년으로 산정해 도합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벌금 2억 5000만 원, 추징 3억 2595만 원을 명했다. 검찰과 윤석열 대통령실이 원했던 대로 800만 달러가 모두 제재 대상인 조선노동당에 전달됐다고 인정됐다면 형량은 더 늘었을 것이다.

 

물론 검찰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검 형사6부(서현욱 부장검사)는 '800만 달러가 외국환거래법상 금융제재 대상자에게 전달됐다'는 공소사실 중 600만 달러에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금융제재 대상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한다면 조선노동당 등 금융제재 대상자가 제3의 단체를 형식적으로 끼워 넣어 자금을 수수한 경우 처벌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재판부의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사유로 2024년 6월 12일 항소했다. 같은 날 같은 수원지검 형사6부는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공모했다며 이재명 대표를 역시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제3자뇌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인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김민상·강영재)는 2024년 12월 20일 선고 공판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의 원심 판단을 유지했지만 뇌물죄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감형해 징역 7년 8개월을 선고했고 이는 지난해 6월 5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대통령 당선 이후 헌법 84조가 규정한 불소추특권에 따라 '공판기일 추정'으로 중단된 상태다.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에 대한 구속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실 등 윗선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26.4.7. 연합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실이 통전부와 조선아태위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7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라고 해서 돈만 외국으로 빼돌린 게 문제가 됐는데 조선아태위가 대북 제재 대상이 된다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도 되고 더 나아가서 국가보안법 위반까지 건들려고 했던 것이지 않나 싶다"며 "(윤석열 대통령실이) 국정원을 시켜 대북 제재 대상이라고 번복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특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종합특검이 발표한 '대통령실의 조직적 개입' 정황은 이번 사건이 윤석열 정권 차원의 기획수사, 조작기소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며 "이 사건은 박상용 검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관여하고, 국정원 감찰부서장으로 파견된 유도윤 부장검사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상용 검사에게 불법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였는지 검찰, 법무부, 윤석열 대통령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2차 종합특검에 촉구했다.

 

민주당 김기표 대변인은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국가권력에 의한 초대형 국정농단 의심 사건이라는) 특검의 브리핑과 국정원장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실체는 경악스럽다. 기재부의 유권해석으로 북한 아태위가 제재 대상이 아님이 밝혀지자 윤석열의 심복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직접 나서 국정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심지어 이들은 국정원이 난색을 보이자 국가안보실까지 동원해 해석 기준을 비틀려 했다고 한다. 제재 대상 지정을 강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어떻게든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정치적 사형선고를 내리겠다는 천인공노할 각본 때문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시원 전 비서관이 누구인가? 과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주역이자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외압 의혹을 받았던 인물이다. 조작이 전공인 자를 대통령실 핵심 요직에 앉혀놓고 무엇을 시켰는지 국민은 이미 그 추악한 답을 알고 있다"며 "특검은 이번 사건의 몸통과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국가 시스템을 망가뜨린 자들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의 '조작 기술자'들과 그 하수인을 자처한 정치검찰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

 



 

재판은 내용도 공정하고 외관도 공정해 보여야

유력 대선 후보 배제하려던 ‘희대의 파기환송’
법 절차 판례 모조리 무시한 초고속 졸속 판결

외관과 국민 시선 무시하는 판사들 오만과 독선
조희대 사퇴가 사법부 신뢰 회복의 첫걸음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금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덕분에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주는 ‘고객 만족’ 여론조작 서비스로 유명해진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입니다. 물론 오 시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재판에서 새삼 떠올린 ‘희대의 파기환송’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선고되면, 공직선거법과 마찬가지로 시장직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됩니다. 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거죠. 지난 1일에 열린 재판에서 오 시장은 6월 3일에 지방선거에 있으니 5월 초에는 선고를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선거 이후에 선고를 하겠다며 오 시장의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판결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 소식을 들으면서 ‘희대의 파기환송’이 또 떠올랐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
 

'시저의 아내는 의심받아서도 안 된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공인은 도덕적으로 결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심받을 만한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의 서양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습니다. AI에게 물어보니 ‘나쁜 일처럼 보이는 착한 일을 하지 마라’는 격언도 있답니다.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라도 남들이 보기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라는 건 굳이 설명이 없어도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오세훈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는 법 이전에 인간 세상의 이치에 따른 판단을 한 겁니다. 그런 걸 우리는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합니다. 재판은 내용도 공정해야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관’도 공정해 보여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지만 재판은 특히 그러해야 합니다. 판결이 사람의 목숨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임명장 받은 대법관들의 초고속 졸속 판결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은 그러한 이치를 부정했습니다. 이재명 선거법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유죄라고 했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발언은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2020년과 2024년에 나온 대법원의 최신 판례를 충실하게 따른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법으로 규정한 절차를 무시하며 초고속에 졸속으로 재판을 진행하여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를 대법원이 부정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10명의 대법관은 모두 공교롭게도 대통령 윤석열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대법관들이었습니다.

 

선거 전에 선고를 내려달라는 오세훈 시장의 요청에 1심 재판부는 난감했을 겁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선거 전에 이재명 사건의 선고를 한다며 ‘초고속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선고를 선거 뒤로 미뤘습니다. 1심 재판부가 몇 달 전에 나온 대법원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지요.

 

판사 감별 가능하게 해 준 내란 재판 직관

 

TV로 중계되는 내란 재판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언론이라는 중간 매개체가 없이 직접 재판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어쩌다가 저런 인성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빠지곤 했습니다. TV로 중계하지 않고 언론의 보도로만 접했어도 그랬을까요? 아닐 겁니다. 대선후보 윤석열을 영웅으로 미화하며 불량품을 우량품으로 호도한 재래식 언론은 법정에서 있었던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사실 보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여론은 사분오열되어 하루도 맑은 날이 없었을 겁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 TV 생중계 장면.. 연합
 

백 마디의 말이 한 번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재판을 끌어가는 재판장의 태도를 보면서 판결을 예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재판을 이상하게 끌고 가더니 역시나 수상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재판의 독립은 누가 뭐라든 판사 맘대로 하라는 의미가 아닐 텐데, 재판의 독립을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판사도 있었습니다.

 

재판에서 외관은 중요합니다. 여동생을 어릴 적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해온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사가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의아한 판결이었습니다. 2심 판사는 그 의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이쯤 되면, 1심 판결에선 전관예우든 재판 거래든 부정한 일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판사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후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재판을 맡았고, 역시나 존중할 수 없는 판결로 법원의 신뢰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국민 시선 따위 안중에 없었던 판사들의 출세길, 그 정권의 말로

 

김태규 판사가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반대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은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학의 출국 금지는 미친 짓이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잘못된 판결이다 등등의 튀는 언행으로 법원의 신뢰에 먹칠을 하다 법원을 떠났는데, 윤석열 정권은 방통위 부위원장에 발탁했습니다. 외관은 나쁜 일을 나쁘게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윤석열도 김태규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외관 따위는 개의치 않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지 않던 윤석열 정권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버스요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에게 노사 간의 신뢰를 깨뜨렸다며 유죄를 선고한 판사가 있었습니다. 그 판사는 변호인에게서 85만 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검사에 대한 면직 처분은 수위가 가혹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판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대법관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시선은 따가웠지만, 외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외관을 중시한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겁니다. 이럴 때의 남이란 국민이고, 외관에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국민의 시선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12.3 계엄의 밤에 대법원에서는 긴급 간부회의가 열렸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로 소집된 회의였고, 그 자신도 참석했습니다. 다음 날 출근길에 조 대법원장은 계엄의 불법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12.3 계엄은 명백한 불법인데 대법원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고, 탄핵을 피할 수 없게 된 대통령 윤석열을 감싸는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외관은 그랬습니다. 심야의 간부회의도 계엄에 협조하려는 회의가 아니었냐는 의심이 뒤따랐습니다. 대법원에선 아니라고 했지만, 외관이 준 의심은 해소되진 않았습니다.

 

<

12.3 계엄 다음날 출근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계엄의 불법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출처: KBS 뉴스
 
 

다수의견이 되어야 마땅했던 소수의견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의 최신 판례에 따른 2심 판결이고, 그 판례를 남긴 대법관이 현직에 있는데도, 대법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부정했습니다. 후보자에게 출마의 자격이 있는지 명확히 하여 당선 후에 생기는 헌법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외관부터 그렇지 않았습니다.

 

전례 없는 초고속이고 법과 규정을 무시한 졸속이었습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가장 잘 헤쳐나갈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감으로 인하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자의 대선 출마를 판결로 봉쇄하려는 결정이었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를 기꺼이 정치의 한가운데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과 양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대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했다면, '희대의 파기환송'에서 열두 명의 대법관 중에 두 명의 대법관(오경미·이홍구)이 낸 소수의견이 대법관 모두가 만장일치로 찬성한 다수의견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역동적인 선거운동의 과정에서 펼쳐지는 각 정치집단의 다양한 정치적 공방 중에서 검사가 기소편의주의를 내세워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하여 기소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되면, 법원은 두루 이루어진 정치적 공방 중 기소된 당사자의 발언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말만 번지르르한 콩가루 집안의 가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올해 1월 2일에 있었던 대법원 시무식에서 내란 재판은 TV로 중계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작은 언행 하나에도 유의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고 판사들에게 당부했습니다. 몇 달 전에 있었던 ‘희대의 파기환송’을 기억한다면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당부인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외관’을 중시하라는 말을 태연하게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례에 따른 판결을 대법원이 부정하고, 대법원의 결정을 1심 재판부가 부정합니다. 외관으로 보면 콩가루 집안이 따로 없습니다. 이게 다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비극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외관’을 중시하는 사법부가 되면 좋겠습니다.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사법부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투명해야 합니다. 국민이 법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판결문 공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성범죄나 이혼 등 가정사가 아닌 모든 판결문을 즉시 공개하면 좋겠습니다. 사법개혁에 반대하기 전에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외관을 무시하고 국민의 시선을 무시하는 오만과 독선으로 사법부 신뢰를 무너뜨린 조희대 대법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애쓴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겁니다.

판결문은 공개되어야 하고 법원은 투명해져야 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물러나야 합니다.

 

민주 최고위, 교도관들 질의응답 영상 음성 들어

"연어회덮밥 수사관과 받아와 영상녹화실에"
"창고 공간서 검사 없이 공범들 장시간 얘기"
5월 17일 말고도 같은 장면 본 날 있다 증언
김동아 의원 "수원지검 위증죄 기소에 참담"

리호남 필리핀 없었고, 불리한 문건은 누락
정청래 "조작기소 특검 통해 책임 묻겠다"
수사팀 단체대화방 만들어 국정조사 대비
수사하던 검사들 교도관 1~5분 전화 조사

 

미디어오늘 동영상 화면 갈무리
 

“이 내용을 듣는 순간 진짜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럴 수가 있나? 검찰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그랬는데 지금 교도관들의 증언으로 다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수원의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어 지난 3일 김동아 민주당 의원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증인으로 출석한 교도관들과 질의 응답을 나눈 동영상 음성을 마이크에 대고 들려준 뒤 이렇게 말했다.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수사 과정에 이른바 연어회 술 파티가 검사실에서 있었고 진술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동아 특위 위원은 3일 국정조사 특위에서 “우선 구치소에서 오신 김현창, 전진걸, 김동규, 황성준 증인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용자의 처우와 계호 업무로 인해 고생하신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께서 직접 현장에서 목격하신 내용을 사실대로 진술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다”고 질의를 시작했다.

 

김 의원이 “먼저 전진걸 증인께서는 아까 증언하시기로는 외부 음식이 반입된 것을 목격한 적이 있고 공범끼리 함께 얘기를 나누는 장소를 검사가 마련해서 편의를 봐준 게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사실입니까”라고 묻자, 전진걸 교도관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김동아 의원은 김현창 교도관에게 “전진걸 증인께서 아까 답변하신 내용 그대로 목격하시고 경험하셨습니까”라고 묻자, 김현창 교도관은 “(전진걸 증인과) 같이 근무한 적이 없지만 저도 본 적은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혹시 여기 나오신 증인 분 중에 수사관이나 검사 없이 공범끼리 모여 있는 걸 본 적 있으시냐”고 묻자 전진걸 교도관은 “그 1313호(박상용 검사실) 맞은편 창고라는 공간에서 수사관, 검사 없이 장시간 얘기하면서 대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당시 제가 그 당시에 요구해서 그 이후부터는 아마 검사관 그 검찰청 직원이 거기 상주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동아 의원이 김동규 교도관에게 “(2023년) 5월 17일 직접 연어회덮밥을 받아오셨다고 하는데 맞느냐”고 묻자, 김 교도관은 “네 제가 검찰 1층 청사에서 같이 있던 수사관이랑 가서 받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배달업체로부터 받아온 거냐”는 질문엔 “정확히 누구한테 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바깥에서 받아왔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그것을 받아 영상 녹화실에서 김성태와 이화영 등등이 먹은 거죠”라고 캐묻자, “네 맞습니다"라고 증언했다.

 

정청래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교도관들과의 질의 응답 영상 음성을 들은 뒤 곧바로 김동아 의원과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김동아 의원님. 국조특위에서 한 발언, 지금 듣고 제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했는데, 본인은 이 질문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물었고, 김 의원은 “사실 저희가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생생한 교도관들의 목소리로 증언이 나오는 순간, 정말 검찰의 조작 날조가 너무너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특히 지금 수원지검은 이화영 부지사가 연어 술 파티가 있었다는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기소까지 했는데,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수사로서 망치는 거에 대해서 정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화영 평화부지사의 개인 인생을 망친 것뿐만 아니라 이것은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말살한 국가폭력”이라며 “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였다는 것이 지금 백일하에 다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국정조사 특위를 통해 이런 범죄 행위가 드러난 것은 조작기소 특검을 통해서 확실하게 법적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또 “천인공노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며 “북한의 리호남은 필리핀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줬다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필리핀에 안 간 것”이라며 “조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국조 특위의 관련 기관보고에서 “김성태(쌍방울 전 회장)가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이재명(당시 경기 도지사) 방북 비용을 줬다고 하는데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리호남은 그때 (필리핀에)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장이 보고한 내용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유리한 사실이 충분히 있었지만, 이런 부분이 누락됐다”며 “이 역시 조작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박상용 검사에 이어 당시 수사팀이었던 수원지검 형사6부부터 수원지검장까지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특위 위원장인 서영교 위원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상용 위에 있던 홍승욱 수원지검장, 김영일 2차장, 김영남 형사제1부장이 조작 수사에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국조특위 소속 한 의원은 한 신문에 “박 검사가 증인 선서를 거부한 건 사실 미묘한 스탠스 변화”라며 “윗선에서의 지시를 밝혀내는 게 다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혼자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박 검사의 입장을 역이용해 검찰 내 지시 하달 과정까지 밝혀내겠다는 취지다.

 

박 검사와 함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형사6부 검사들도 민주당 국조특위의 타깃이 됐다. 지난 3일 진행된 국조특위 기관보고에서 당시 대북송금 수사팀이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국정조사에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사팀이었던 고두성 검사는 단체대화방 개설 사실을 묻는 이용우 민주당 의원 질의에 “송민경 부장, 박상용 부장, 김성훈 부장, 함석욱 검사 이렇게 있다”고 답했다.

 

송민경·박상용·김성훈·함석욱·고두성 검사는 2023년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 소속이었다. 송 검사는 2023년 6월 조사 당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로부터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비용 대납에 대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직접 들은 검사로 알려져 있다.

김 검사는 지난 2월까지 대검찰청 감찰부에서 박 검사에 대한 감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검사와 절친한 사이로 파악됐다. 

 

국조특위 민주당 간사인 박성준 의원은 “김 검사는 서울고검 인권침해 조사TF의 감찰 내용을 ‘조작’이라며 묵살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조작 수사 가담 의혹이 있는 검사가 박상용과 관련한 대검 감찰에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 임병선 기자 >

 

김승원 의원실이 만든 표, 춘천MBC 화면 갈무리

 

피가 거꾸로 솟을 만한 장면은 하나 더 있다. 위 사진은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3일 국조 특위에서 질의한 내용인데 연어회 술파티 의혹이 큰 파장을 일으킨 뒤 수원지검이 어떻게 감찰 조사를 진행했는지를 요약한 표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하던 송민경 부부장검사와 고두성 검사가 각각 김동규와 전진걸 교도관 등을 전화로 조사한 사실을 보여준다. 김현창, 황성준 교도관들도 수원지검 조사관들이 이렇게 전화로 짧게는 1분, 길어야 5분 조사해놓고 그것을 감찰 결과로 발표했다니 어안이 벙벙해지기까지 한다.               < 임병선 기자 >

법무부, 이제야 '대북송금 수사' 박상용 직무정지

● COREA 2026. 4. 7. 09: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구자현 총장대행이 요청,정 장관 곧바로 수용

연어회 술파티로 허위자백 회유 특별감찰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 의심할 만
2023년 두 차례 전화 통화 녹취록 공개 후

방송과 소셜미디어 통해 자신의 주장 강변
"대검과 법무부 왜 지켜만 보느냐" 원성 사
서민석 변호사, 고검 TF에 통화 녹취록 제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권 정치검찰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의 대기 장소 이동 조치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2026.4.3 연합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6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 제기된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의 당사자인 박상용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법무부는 정 장관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직무상 의무 위반, 수사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언행 등의 비위로 감찰 중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해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했다고 밝혔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사징계법 8조에 따라 박 검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줄 것을 정 장관에게 요청한 것을 곧바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해임, 면직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사유로 조사 중인 검사에 대해 징계 청구가 예상되고, 그 검사가 직무 집행을 계속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그 검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하도록 명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그 요청이 타당하다고 인정한 경우 2개월의 범위에서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해야 한다. 법무부는 정 장관이 비위 사실의 내용에 비춰 박 검사가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직무집행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검은 현재 2차 종합특검에 이첩된 진술 회유 의혹 사건과 별개로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박 검사에 대한 감찰을 진행 중이며 감찰 결과에 따라 신속하고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을 조사하면서 '연어 술파티'를 벌여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법무부는 작년 9월 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2023년 5월 17일 '연어 술파티' 정황이 있었다'며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출범한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는 감찰 과정에서 범죄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로 전환했다. 다만, 앞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및 쌍방울 임원 등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한편 법무부 설명에 빠졌지만, 박 검사는 2023년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변호하던 서민석 변호사와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이 지난달 말부터 폭로되면서 커다란 논란에 휩싸였다. 두 사람이 2023년 5월 25일과 6월 19일 두 차례 나눈 전화 통화 녹취록이 20분 안팎씩 분량이 공개되면서 박 검사는 허위 자백을 회유하거나 압박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 박 검사는 방송 출연,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의견을 여과하지 않고 발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등 검찰 공무원으로서 아주 이례적인 행보를 했다.

 

박 검사는 또 지난 3일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소환돼 출석했으나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이유를 설명하겠다며 마이크를 든 채 발언을 했고, 이에 서영교 특위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도 계속 발언하는 등 오만불손한 행동으로 공분을 샀다. 

 

지난달 말부터 대검찰청과 법무부가 왜 박 검사의 직무를 정지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서민석 변호사가 6일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 등을 제출하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그의 왼쪽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6.4.6 연합
 

한편 서민석 변호사는 이날 '연어·술파티 회유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출석해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 파일 등을 제출했다. 서 변호사는 고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때로는 압박하는 방법으로, 때로는 회유하는 방법으로 거짓 진술을 끌어내려 했던 것"이라며 "서울고검에 통화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고 직접 녹음한 원본임을 분명히 진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제가 공개한 녹음 파일을 공천뇌물이라 주장했고, 야당은 짜깁기 조작이라며 고발까지 언급하고 있다"며 "만약 이 녹음파일이 저의 이익을 위해 조작·재구성된 것이라면 저는 청주시장 예비 후보직을 즉시 사퇴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강조했다.

 

함께 출석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상용 검사의 통화녹취를 통해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진술을 꿰맞추려 했던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 확실하게 생기고 있다"며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기소의 방향이 이미 정해졌던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서 변호사는 이번에도 박 검사와의 통화 녹취 전체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왕에 공개된 2023년 5월 25일과 6월 19일 통화 녹취록 파일만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