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지지율, 부동산과 주식 때문만일까
메가 프로젝트 광풍과 ‘K-황금시대’ 실용주의
무얼 하려는지 성찰 없으면 “영성 없는 진보”

 

“무엇이 중한디?”묻고 주민의 미래 그려봐야
'황금의 실용주의'를 ‘생명의 실용주의'로 전환
생태계 포함 이재명 정부 ‘실용주의 2.0’ 고대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의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 테이블에 입장하고 있다. 2026.9.7. 연합

 

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를 지지한다. 이념보다 삶을 앞세우고,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는 한국정치의 새로운 흐름을 응원한다. 지난해 나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의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환영하면서, 동시에 「이재명 신문명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를 묻는 글을 쓰기도 했다. 얼마 전에 기고한 「유시민의 ‘필연’과 ‘정화’가 위태로운 이유」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이재명의 실용주의가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지지율 하락 때문만이 아니다.

 

추락하는 지지율, 부동산과 주식 때문만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 9월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4%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8주 연속 하락이다. 앞서 9월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40%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51%까지 올라섰다. 다른 조사에서는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조사기관마다 수치는 다르지만 추세는 같다.

 

부동산 세제 정책의 혼선과 경제·민생 문제, 인사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김승원·용혜인 두 장관 후보자의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 중이고,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을 둘러싼 논란,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까지 겹쳤다. 6개 부처를 바꾸는 개각 카드를 꺼냈지만 하락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주가 폭락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말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도, 인사도, 개헌 논란도, 따로 보면 각각의 사안이다. 그러나 겹쳐 놓고 보면 하나의 물음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 정부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려 하는가에 대한 신뢰의 균열이다. 경제적 성과가 흔들리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숨은 민심이 표현된 것 아닐까.

 

이재명 정부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해왔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주가를 올리고, AI 강국을 만들고,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다. 모두 중요하다.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문제해결의 기술만은 아니다. 국민은 정부에 '무엇을 할 것인가'만 묻지 않는다. '어디로 갈 것인가'도 동시에 묻는다. 마음속으로는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가'를 묻는다. 성과가 좋을 때는 이런 질문이 잘 들리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고 주가가 오르면 성과 자체가 ‘성공 서사’가 된다. 그러나 성과가 흔들리는 순간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재명 정부는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는 것 아닐까?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위원들이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팹을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메가 프로젝트 광풍과 ‘황금’의 실용주의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K-황금시대’라는 말이 새로운 정치적 구호로 등장했다. 김민석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K-황금시대의 사명을 이야기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는 코스피 1만, 글로벌 AI 허브, 한류 열풍 등을 그 시대의 징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그가 말하는 황금시대가 단순히 돈이 많은 나라를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에서 2001년의 ‘부자 되세요’를 떠올린다. IMF 외환위기의 상처 속에서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부자의 열망 말이다. 그리고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4대강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던 이명박 정부가 떠오른다. 두 정부가 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정치적 출발점도 다르고, 정책 방향도 매우 다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와 ‘황금론’은 문득 이명박정부를 떠올리게 한다.

 

최근 발표된 메가 프로젝트가 특히 그렇다.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초격차 산업강국으로의 대도약을 강조하며 청와대에 직할 담당관을 두고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AI 경쟁 속 이니셔티브의 필요성은 물론 인정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도 이해한다. 그러나 산업적 필요가 인정된다고 해서 사업의 규모와 입지, 속도까지 저절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특히 광주·전남에서 메가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광풍(狂風)’이다. 오랫동안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의 박탈감과 폭발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결합하면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민주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보당 전남광주시당은 지난 8월 26일 반도체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지역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회로 평가했다. 물론 추가 원전 없는 RE100, 주 4일제 노동, 수익의 국민 배분 등 단서를 붙이기는 했다.

 

영화의 대사처럼 “뭐가 중한디?”라고 물어야 할 것 같은데, 질문이 들리지 않는다. 물음표가 보이지 않는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만들려는 지역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 지역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산업의 성과와 함께 생태와 생명과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그리고 거대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 말고 다른 발전의 길은 없는지 질문과 토론을 들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위원들이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반도체 팹을 둘러본 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8.1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영성 없는 진보”

 

몇 년 전 철학자 김상봉은 「영성 없는 진보—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생각함」이라는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됐다. ‘진보와 영성’이라니, 놀랄 일이었다. 반가웠다. 진보의 위기를 영성의 문제로 진단하는 철학자가 있다니.

 

김상봉의 진단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독재 권력을 타도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는 충분한 지혜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판과 부정의 능력은 있었지만 새로운 세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부족했다는 말이다. 김상봉은 더 나아가 그 근저에 ‘영성의 상실’이 있다고 진단한다.

 

김상봉에게 영성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사랑의 마음, 그리고 전체성에 대한 믿음과 연결된다. 나는 그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했다(물론, 영성에 대한 이해가 같을 수는 없다.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 진보의 언어는 왜 ‘정책과 제도’, ‘권리와 이해관계’, ‘성장과 분배’로만 채워지게 되었을까? 진보는 왜 인간의 고통과 사랑, 아름다움과 영성에 대해 점점 말하지 않게 되었을까?

 

지난 9월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를 보면서 다시 ‘영성 없는 진보’를 떠올렸다. 청와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실무책임자 중심으로 참석자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시민사회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고, 원로나 명망가 몇 사람을 불러놓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그런데 참석자 명단과 의제를 보면서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영성 없는 실용’이라고나 할까.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과 ‘마음의 소리’, 혹은 ‘시대의 소리’를 듣는 것은 다르다. 물론 대통령이 시민사회의 의견을 경청한 것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만 ‘정책’을 이야기할 사람과 더불어 ‘시대’를 이야기할 사람은 없었는지, ‘현안’을 말할 사람과 더불어 ‘마음’을 말할 사람은 없었는지 질문이 남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생폴드방스 마그 재단에서 국제 영화·영상 정상회의 '뤼미에르 서밋' 개막식 후 열린 영화인과의 대화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이번 행사는 서밋에 초청받은 한국 감독 및 배우들과의 간담회다. 오른쪽부터 김도연, 설경구, 전도연 배우, 이 대통령, 이창동, 정주리 감독,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 총괄 부사장, 안현모 사회자. 2026.9.7. 연합
 

‘생명’의 실용주의

 

그렇다면 ‘황금’의 실용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무엇일까. 물론 실용주의를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황금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황금만능’의 실용주의를 성찰하자는 것이다. 오히려 실용주의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예컨대, ‘생명’의 실용주의가 그것이다. 이때 ‘생명’은 ‘생명체’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것을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서의 ‘생명력’이다(나는 이미 앞에서 언급한 「이재명 신문명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와 함께 「신성장주의의 폭주, 각비의 생명운동」에서 ‘생명’의 실용주의를 논의한 바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흥미롭다. 나에겐 그의 사상이 곧 ‘생명’의 실용주의다. 제임스에게 실용주의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어떤 관념(이념)이 참인지 아닌지는 그 자체로 판단할 수 없다. 그 관념이 우리의 삶에서 실제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그가 즐겨 쓴 말로 하면 그 관념의 '현금가치(cash value)'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현금가치'라는 말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은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현금’, 곧 ‘황금’이 되어버렸다. 실용주의의 이름으로 실용주의를 배반하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가 중시한 것은 추상적인 관념보다 실제로 인간의 살아있는 경험이었다. 그의 ‘급진적(근본적 radical) 경험론’은 개별적인 사물뿐 아니라 그것들 사이의 관계 역시 또 하나의 경험적 현실이라고 보았다. 전통적 경험론이 인식하는 주체(나)와 인식되는 객체(대상)를 엄격히 구분하고 '관계'나 '연결성'은 주체의 정신적 작용으로 보았으나, 급진적 경험론은 주체와 객체가 나누어지기 이전의 관계와 흐름에 대한 경험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사물'도 현실이지만, '관계'도 현실이다. '경제적 성과'도 현실이지만,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도 현실이다. '주가'도 현실이지만, 사람들의 ‘불안’도 현실이다. 산업의 생산성도 현실이지만,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의 지속성 및 지속불가능성도 현실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신비 체험과 영적 경험을 실증적으로 진지하게 다룬 철학자이기도 했다. 실용주의의 창시자가 영성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경험의 정당한 일부로 존중했다는 사실은, 앞서 김상봉이 말한 '영성 없는 진보'와 실용주의가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명‘의 실용주의란 실용주의를 버리고 영성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실용주의가 잃어버린 더 깊고 넓은 실용주의로 돌아가자는 말이다.

 

'실용주의 2.0'을 고대한다

 

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한 단계 진화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실용주의 2.0’이다.

 

실용주의 2.0은 기존의 실용주의를 뒤집어 엎는 것이 아니다. 경제를 잘 운영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실용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삶과 세계의 ‘경험적 현실’의 지평을 넓히자는 것이다.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물어야 한다. AI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AI와의 관계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와 속도만이 아니라 그 사업이 만들어낼 삶과 지역과 생태계의 변화, 그리고 다른 미래의 가능성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정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에 관한 (공청회장이 아닌) 공론장이 열려야 한다. 인간만의 공론장이 아니라, 비-인간 존재와 함께하는 ‘생태공론장’이면 더욱 좋겠다. 투자액과 일자리 숫자만이 아니라 전력과 물, 생태계와 공동체, 노동과 생활의 변화까지 함께 논의해야 한다.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과 다른 지식이 만나 문제 자체를 재설정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문화와 예술을 콘텐츠 산업으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경험하는 매체로 여기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청와대로 초청해야 할 사람들도 달라질 것이다. 경제학자와 관료와 정책 전문가뿐 아니라 시인과 음악가, 종교인과 생태학자, 농부와 오래된 시민운동가와 만나야 한다.

 

                                             주요섭 (사)밝은마을 생명사상연구소대표

 

대통령에게 좋은 정책을 제안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생각을 흔들어놓을 사람도 필요하다. 영혼의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때로는 아무런 정책 제안도 하지 않는 사람과 몇 시간 동안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아름다움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어렵다면, 여당 대표라도 그래야 한다. 문학과 예술, 돌봄과 영성, 생태와 생명이 정치의 액세서리일 수 없다. 아니다. 메가 프로젝트의 광풍 속 요즘이라면, ‘액세서리’라도 되어야 할 것 같다.

이재명의 실용주의가 위태로운 이유는 ‘실용주의’ 때문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이 ‘황금’이라는 도구적 목적에 꼼짝없이 붙잡혔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2.0을 고대한다.                                                               < 주요섭 생명사상연구소 대표 >

 

 

 

[여론조사꽃] ARS도 '부정' 55.4% '긍정' 40.6%


대통령 지지율 ‘긍정’ 47.1% vs ‘부정’ 51.8% 하락지속
ARS ‘부정’평가 56.9% 중 ‘매우 잘못’ 45.1% 달해

 

민주당 42.6%(3.3%p↓), ‘국힘’ 36.1%(6.7%p↑)
사법개혁 필요 ‘공감’ 전화면접 58.7%·ARS 54.3%

 

‘여론조사꽃’이 9월 4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응답자 이념성향: 진보 258명, 중도 389명, 보수 310명) 대상으로 최근 단행된 이재명 정부의 개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전화면접 조사 결과, ‘부정적이다’라는 응답이 55.0%, ‘긍정적이다’라는 응답이 41.9%로 부정 평가가 13.1%p 높게 집계됐다. 같은 기간 1005명(진보 287명, 중도 402명, 보수 232명) 대상으로 진행된 ARS 조사 역시 ‘부정’ 55.4%, ‘긍정’ 40.6%로 14.8%p 격차를 보였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란 응답이 42.1%p에 달해 이번 인사에 대한 여론의 강한 비판 기류가 확인됐다.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 국정운영 평가 따라 확연히 갈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전화면접 75.1% / ARS 76.8%)과 진보층(전화면접 66.4% / ARS 63.0%),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층(전화면접 81.2% / ARS 87.2%)에서는 개각을 호평한 비율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전화면접 88.2% / ARS 94.1%)을 필두로 보수층(전화면접 75.0%/ ARS 82.0%), 무당층(전화면접 64.3%), 중도층(전화면접 54.3% / ARS 56.6%)에서는 부정이 확연한 우위를 보였다. 특히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층에서는 전화면접 92.1%, ARS 91.0%로 이번 인사에 대해 절대적인 비판 시각을 드러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 [공동취재] 연합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 전화면접 51.8%·ARS 56.9%

전화면접 기준 8주 연속 ‘긍정’ 하락·‘부정’ 상승 흐름

ARS 40대(53.7%), 50대(53.8%)에서도 ‘부정’평가 우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전화면접조사 기준 ‘긍정’ 47.1%, ‘부정’ 51.8%로 ‘긍·부정’ 평가간 격차는 4.8%p로 오차범위 내에서 ‘부정’평가가 소폭 앞섰다. 특히 전화면접조사 기준으로 8주 연속 ‘긍정’ 평가는 하락세를 보였고 ‘부정’평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령별로는 40대(57.4%)와 50대(59.2%)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반면, 18~29세(61.4%, 6.3%p↓)에서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으며, 30대(56.0%), 60대(55.0%), 70세 이상(58.5%, 10.4%p↑)에서도 ‘부정’평가가 과반을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층에서는 ‘부정’평가(58.4%)가 앞선 가운데, 여성층에서는 ‘긍정’평가(53.0%)가 우위를 기록했다. 이념별 중도층에서는 ‘긍정’ 51.2%, ‘부정’ 48.0%로, 3.2%p 차의 팽팽한 흐름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41.9%, ‘부정’평가는 지난 조사 대비 0.5%p 하락한 56.9%로 집계됐다. ‘긍·부정’ 평가 간 격차는 15.0%p로 ‘부정’평가가 확연한 우세를 보였다. 특히 전체 ‘부정’평가(56.9%)의 ‘매우 잘못하고 있다’가 45.1%에 달했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층에서 ‘부정’평가가 과반을 차지했다. 30대(68.0%)의 ‘부정’평가가 가장 높았으며, 18~29세(64.1%), 40대(53.7%), 50대(53.8%)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60대(52.2%)와 70세 이상(52.0%)에서는 오차범위 안에서 ‘부정’평가가 소폭 앞섰다. 중도층에서는 ‘부정’ 평가가 55.7%, ‘긍정’ 평가는 43.3%를 기록하면서 ‘부정’평가가 12.4%p 차로 앞섰다. 정당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80.8%가 ‘긍정’ 평가를 내린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95.9%가 ‘부정’ 평가를 보여 선명한 진영 간 격차를 드러냈다.

 

‘민주당’·‘국민의힘’ 지지율 격차 한 자릿 수로 축소

(격차: 전화면접조사 6.5%p, ARS조사 7.2%p)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꾸준한 상승세, ARS 6.4%

 

정당 지지도 전화면접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3.3%p 하락한 42.6%, ‘국민의힘’은 6.7%p 상승한 36.1%, 양당 간 격차는 지난 조사(16.4%p)보다 9.9%p 줄어든 6.5%p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조사 대비 3.5%p 하락한 45.4%, ‘국민의힘’은 3.1%p 상승한 38.2%를 기록했고, 양당 격차는 7.2%p로 나타났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지난주 3.7%에서 4.2%(전화면접 기준), 5.2%에서 6.4%로 소폭 올랐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최근 꾸준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민주-혁신당, ‘합당’ 24.2% vs ‘연대’ 26.9% vs ‘독자 노선’ 37.5%

ARS는 ‘합당’ 24.0% vs ‘연대’ 20.1% vs ‘독자 노선’ 39.2%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어떤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국민인식에 대한 전화면접조사 결과, ‘각 당이 독자 노선을 가야 한다’라는 응답이 3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합당하지 않은 채로 연대해야 한다’는 26.9%, ‘하나의 당으로 합당해야 한다’는 24.2%로 집계됐다. 독자 노선 응답이 연대 응답을 10.6%p 차로 앞섰다.

 

정당 지지층별 시각 차가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연대’(39.2%)와 ‘합당’(34.9%)이 4.3%p 차의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인 반면,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는 ‘합당’(54.4%) 응답이 과반으로 ‘연대’(33.8%)를 20.6%p 차로 크게 앞섰다. 반면 국민의힘(53.8%)과 개혁신당(38.0%) 지지층에서는 ‘독자 노선’ 응답이 주를 이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 ‘연대’(40.6%)와 ‘합당’(36.2%)이 4.4%p 차의 접전을 보였고, 중도층(41.2%)과 보수층(48.1%)에서는 ‘독자 노선’이 우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에 진행한 ARS 조사에서도 ‘독자 노선’ 응답이 3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합당’ 응답은 24.0%, ‘연대’는 20.1%로 집계됐다. ‘독자 노선’ 응답이 ‘합당’ 응답을 15.2%p 차로 앞섰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합당’(34.4%), ‘연대’(31.4%), ‘독자 노선’(29.3%) 세 응답이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선 반면,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는 ‘합당’(56.3%) 응답이 과반으로 ‘연대’(27.9%)를 28.4%p 차로 크게 제쳤다. 반면 개혁신당(73.3%)과 국민의힘(54.7%) 지지층에서는 ‘독자 노선’ 응답이 과반 이상으로 주를 이뤘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에서 ‘합당’(41.1%)이 ‘연대’(27.0%)와 ‘독자 노선’(26.8%)을 제치고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보수층(49.6%)과 중도층(43.8%)에서는 ‘독자 노선’이 확연한 우세를 보였다.

 

사법개혁 ‘매우 공감한다’ 응답이 44.9%에 달해

 

대법원 직권남용 및 예산 오남용 논란 등이 불거지며, 사법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 인식은 전화면접과 ARS조사 모두에서 ‘공감’ 여론이 과반을 기록하며 우세를 나타냈다.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이 58.7%(매우 공감 34.0%, 어느 정도 공감 24.7%),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6.8%로 공감 여론이 21.9%p 높게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 조사 역시 공감 54.3%, 비공감 41.4%로 12.9%p 격차의 우위를 보였다. 특히 ARS 조사에서는 강한 찬성을 뜻하는 ‘매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44.9%에 달해, 현 사법부 논란에 대한 개혁 필요성에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줬다.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에서 사법개혁 찬성 기류가 가장 뚜렷했다. 전화면접 기준 40대(75.0%)와 50대(70.7%), 30대(58.7%), 60대(53.5%)는 물론, ARS 조사에서도 40대(66.3%)와 50대(64.0%), 60대(60.8%)에서 높은 공감도를 나타냈다. 반면 18~29세 남성(전화면접 비공감 56.4% / ARS 비공감 54.3%)과 30대 남성(전화면접 비공감 51.8% / ARS 비공감 53.1%) 등 젊은 층 남성에서는 ‘비공감’ 시각이 더 높거나 경합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전화면접 88.2% / ARS 85.8%), 진보층(전화면접 86.9% / ARS 77.7%)에서는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중도층 역시 전화면접 60.5%, ARS 54.7%로 과반이 ‘공감’의사를 표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전화면접 비공감 69.2% / ARS 비공감 78.6%), 보수층(전화면접 비공감 58.6% / ARS 비공감 65.8%)에서는 사법개혁 필요성에 대해 비공감 의견이 우위를 나타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법무부 장관 후보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하지 않은 것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2026.8.7. 연합

 

범여권 차기 대통령 선호: 김민석 11.9% vs 조국 8.0% vs 정청래 5.7% vs 없다 54.6%

ARS 조사: 김민석 17.2% vs 조국 8.2% vs 정청래 11.2% vs 김부겸 8.7% vs 없다 23.7%

 

‘여론조사꽃’이 9월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실시한 조사에서 범여권 인물 중,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었다. 전화면접조사 결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11.9%)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8.0%p)가 3.9%p 차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5.7%), ‘김부겸 전 국무총리’(5.3%),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9%),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1.6%) 순으로 집계됐다(‘그 외 다른 인물’ 1.5%, ‘없다’ 54.6%).

 

같은 기간에 진행한 ARS조사에서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2%로 선두에 올랐으며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2%로 뒤를 이었다. 두 인물 간 격차는 6.0%p 차로 접전 양상을 보였다. 이어 ‘김부겸 전 국무총리’(8.7%),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8.2%),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5.9%),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2.1%) 순으로 집계됐다(‘그 외 다른 인물’ 19.1%, ‘없다’ 23.7%).

 

 

범야권 인물 중,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었다. 전화면접조사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13.4%,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1.9%를 기록했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5%p로 초박빙 선두 다툼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6.6%),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5.7%),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3.0%),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1.9%) 순으로 집계됐다(‘그 외 다른 인물’ 0.8%, ‘없다’ 54.3%).

 

같은 기간에 진행된 ARS 조사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3.4%, ‘오세훈 서울시장’이 13.1%를 기록하며 0.3%p 차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11.8%),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11.5%)이 두 자릿수로 바짝 뒤를 쫓았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3.0%),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2.8%)이 뒤를 이었다. (‘그 외 인물’ 9.6%, ‘없다’ 32.1%)

 

                                                                                                              < 강기석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위기, 지지율보다 더 심각한 것 

 
 
 
이진숙(앞줄 오른쪽 셋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여러 조사에서 국정 긍정평가가 30%대로 내려앉았고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부정률이 60%에 달한다. 20대 긍정률은 20%대로 떨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 차이가 한자릿수로 좁혀졌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12·3 계엄 후 온 힘으로 지켜낸 이 나라 민주주의가 회복은커녕 다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은 불행감 말이다. 정권교체 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 위에 사회의 중심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떤가.

 

내란 세력은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자유의 전사인 양 기세등등하게 돌아왔다. 계엄을 옹호하고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말과 행동이 국회, 광장, 인터넷에 가득하다. 반면, 정부·여당은 민주 정치의 모범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의 실망과 환멸을 초래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어느 쪽에도 기댈 곳을 찾지 못한 채 길을 잃고 있다.

 

위험 신호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에서 켜졌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8월13일에 국회에서 개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공개포럼의 취지문은 “광주 정신은 반체제 세력의 이념인 주체사상과 친화적”, “5·18이 87체제 오염과 타락의 주범”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행사를 공동주최한 ‘새역사국민운동’은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정당하다”는 강령을 내건 단체다.

 

이진숙 의원과 함께 국회에 입성한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발언에서 “민주당이야말로 헌법 파괴, 계엄 유발당”이라고 몰아붙였다. 야당 의원이 여당을 거칠게 비난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계엄 유발당’은 다른 문제다. 이는 결국 ‘그럴 만했으니 계엄을 했다’는 내란 정당화 논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와 연설이 국회에서 버젓이 이뤄진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비상등이 켜졌음을 뜻한다.

 

‘보수 정치의 소멸’과 ‘극우 정치의 주류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 과격 우파, 기득권 보수로 통하던 이들조차 자기 진영 내에서 배척되고 있다. 이준석 전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같은 정치인들이 계엄 반대, 탄핵 찬성을 이유로 ‘배신자’, ‘빨갱이’로 비난받고, 윤석열을 엄호했던 윤상현 의원조차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하지 않아 의심받는다. 국민의힘이 어디까지 극단화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당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국민의힘이 좋아져서라기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의 반사이익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한쪽이 더욱 극단화되는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의 사명을 부여받은 이재명 정권이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은 위중하다. 왜 지지율 하락은 멈추지 않는가. 왜 둑이 무너지듯 급격히 추락하는가. 근본 문제는 출발점부터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기반은 애초부터 매우 좁았다. 이 대통령은 ‘구조적 다수’의 포부를 말했지만, 먼저 직시해야 할 것은 지지기반의 ‘구조적 협소함’이었다.

 

박근혜 탄핵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자. 그때는 내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을뿐더러, 국민 절대다수가 탄핵을 지지했고,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치인들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정권은 그런 정치 환경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조건은 전혀 달랐다. 박근혜 탄핵 후 10년간 정치 양극화가 심화했고, 12·3 이후 균열이 깊어졌으며, 계엄과 윤석열에게 반대하더라도 이 대통령을 불신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런 제약을 안고 출발한 이재명 정권이 민주적 다수를 결집하고 이해 갈등을 조율해 최대 연합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작년 후반부터 약 반년간 정상외교, 주가 상승, 반도체 호황 등 우호적 환경에서 지지층이 늘었지만, 그건 안정적 기반 확대가 아니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갖게 된 과도한 자신감이 이후 많은 문제를 낳았다. 그러다 6월 이후 선거관리위원회 사태, 주가 폭락, 집값·전월세 폭등, 보유세 논란, 경찰 비리, 인사 실패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지지율 거품도 터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추이를 바꾸려면 새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세가지 측면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는 거버넌스 개혁이다. 정책 실패가 지지율 하락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문제는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부동산, 세제, 교육, 지역 등 한국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문제에서, 대통령이 강한 방향을 제시한 뒤 반발이 거세면 번복하는 패턴이 반복된다. 문제는 사전 여론 수렴과 숙의 과정, 다수의 지지를 얻기 위한 협의 과정이 빠져 있다는 데 있다. 이는 숙의·참여 민주주의 결손이자 행정부와 대통령 권력의 비대화 문제이기도 하기에, 거버넌스 개혁은 정권의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는 극단을 배제하는 포용의 원칙이다. 다수자 연합을 이루려면 민주주의와 헌법 존중을 전제로 중도, 중도진보·보수를 아우르는 노선을 펼쳐야 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실용·통합’은 때때로 포용과 무원칙의 경계를 흐리게 해서, 진보·보수 양쪽에서 반발을 초래한다. 이병태 같은 극단 성향 인사나 인요한 같은 계엄 옹호 인물을 고위직에 임명하다가,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면서 용혜인 의원을 등용하는 식이다. 또한, 부동산 세금,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했다가 ‘망국적 투기’, ‘암적 문제’로 공격하거나, 추가 세수로 안전망을 확충한다고 했다가 나중엔 ‘파이부터 키워야’ 한다고 하는 등의 비일관성도 양쪽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셋째는 정치적 신뢰 회복을 위한 능동적 노력이다. 설령 어떤 불신이 오해나 음해에서 비롯됐다 해도, 그 불신이 엄연한 현실이라면 이를 해소해야 정권도 성공하고 나라도 안정된다. 핵심은 ‘공소 취소’와 ‘현직 연임’ 이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적 안전과 권력 연장을 위해 법을 어기려 한다고 국민들이 느낀다면, 그 효과는 12·3 내란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모호한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헌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은 국민 일각의 불신을 해소하고, 내란 이후 우리 사회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서초 사무실서 현판식 열고 수사 개시…최장 150일간 12개 의혹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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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에서 특검보 소개하는 이태한 선관위 특검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7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보를 소개하고 있다. 2026.9.7 [공동취재] dwise@yna.co.kr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7일 공식 출범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수사 개시를 공식화했다.

 

현판식에는 이태한 특검(사법연수원 23기)을 비롯해 박혁(22기)·김은정(38기)·김상천(변호사시험 1회)·권근환(변시 2회)·김진우 (변시 3회) 특검보가 참석했다.

 

이 특검은 "이번 특검 수사는 국민의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을 보호하고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막중한 책임을 갖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인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나 정치적 논란에 흔들리지 않겠다"며 "오직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국민께 투명하게 설명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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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특검 오늘 출범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팀이 7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서 공식 출범 현판식을 열고 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6.9.7 dwise@yna.co.kr

 

특검팀에는 현재 15명의 파견검사가 출근한 상태다.

검찰 수사관은 내달 2일로 예정된 검찰청 폐지와 수사권 조정 문제로 최소 범위에서 파견받았다.

 

이 특검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수사관의) 수사권이 없어진 관계로 특검 파견 이후 수사권 여부에 대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파견받았다"며 "향후 중대범죄수사청을 방문해 수사관 파견을 추가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본다.

 

수사 대상은 투표용지 부족과 개표 강행, 투표 통계 조작을 비롯해 선관위 관계자들의 외유성 출장, 부정 채용·승진 특혜, 수의계약 특혜 및 업체 유착 등이다.

 

특검팀은 지난 2일 국민참정권침해 진상규명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원본 수사 기록과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이 특검은 "합수본에서 넘겨받은 자료는 기초자료일 뿐"이라며 "합수본의 사실 조사 결과를 전제로 수사를 하지 않고 특검팀의 내부 판단을 통해 새롭게 다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올림픽공원 내 개표소에 대해 현 상태를 보존해달라'는 현장보존 조치요청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에 보관 중인 투표 명부나 관련 서류에 관해 확인할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현장 검증 필요시 절차에 따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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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이태한 선관위 특검 =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규명할 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 7일 서울 서초구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특검팀은 최장 150일간 투표 통계 조작과 외유성 출장, 계약 특혜 등 12개 의혹을 수사하며 선거 관리 부실과 선관위 운영 비위 전반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026.9.7 dwise@yna.co.kr

 

향후 수사는 합수본이 확인한 실무진의 관리 부실과 비위 정황을 토대로 선관위 지휘부의 관여와 책임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투표자 수를 가감하도록 한 지침의 작성·승인 과정과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유권자 수의 50% 수준으로 정한 경위 등이 주요 규명 대상으로 꼽힌다.     < 박재현 최윤선 기자 >

 

 

 

행안장관, 후보군 중 1인 제청…인사청문회 거쳐 대통령 최종 임명

검사출신 2명 · 판사 1명 · 교수 1명…"추천위 만장일치로 4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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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 4명 압축  =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지난달 19∼26일 진행된 대국민 천거 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인권 의식, 신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들 4명을 후보자로 선정·추천했다.

 

이주원 후보추천위원장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 개혁의 취지를 올바르게 구현할 적임자를 찾기 위해 위원 전원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천거를 통해 접수된 다양한 의견과 초대 중수청장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 등을 두루 고려해 최적의 후보자들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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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후보추천위 회의 =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이주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9.4 saba@yna.co.kr

 

후보 4명 가운데 김관정·김지용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고, 이윤제 교수 역시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문홍주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김관정 변호사는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현재 김관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용 변호사도 대검 형사부장과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지낸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다.

 

판사 출신인 문홍주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에서 특별검사보로 수사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무법인 일선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이윤제 교수는 검사로 7년간 근무한 뒤 약 20년간 법학 교수로 재직해왔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의 특별검사보로 활동했다. 경찰수사개혁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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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  = 이주원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6.9.4 jieunlee@yna.co.kr

 

앞서 대국민 천거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은 모두 23명이다.

법령상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윤호중 장관은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중 심사절차 진행에 동의하지 않은 12명을 제외한 뒤 나머지 11명을 심사대상자로 후보추천위에 제시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해온 백해룡 경정도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백해룡 경정도 피천거인 23명 가운데 포함됐고 본인이 심사 절차에 동의했기 때문에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포함됐다"며 "백 경정의 중수청장 후보자로서 적격성 여부를 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추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후보추천위가 최종 후보자 4명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11명의 심사 대상자를 두고 여러 차례 논의와 표결을 진행한 결과 4명이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를 받아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검찰경력을 가진 심사대상자라고 해서 추천단계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이나 직역 등에서도 일정한 균형이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국민적 관심 속에 엄정하게 심사를 진행해 준 후보추천위원회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적극 존중해 조속히 최종 후보자 1인을 대통령께 제청하고, 10월 2일 중수청이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장관은 추천된 4명 가운데 1명을 중수청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후보자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  양정우 차민지 기자 >

 

초대 중수청장 후보중 3인…윤석열 부부 수사했거나 갈등

 
 

4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4명은 모두 검찰 또는 법원을 거친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다. 이들 중 3명은 검찰, 1명은 법원 출신이다. 또 3명이 공통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이 있다.

 

김관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문재인 정부 때 대검 형사부장, 서울동부지검장, 수원고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때인 2020년 서울중앙지검 차장이었던 한동훈 전 법무장관(현 의원)이 연루된 ‘검-언 유착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일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한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사건 처리에 간여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당시 수사팀이 채널A 기자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보고를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김관정 변호사(왼쪽부터),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연합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경력을 지녔다. 그러나 평검사로 검사 생활을 접은 뒤 학계에 몸담았고, 유고전범재판소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그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의 특별검사보를 맡아 윤 전 대통령 쪽을 수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연관된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별검사로 이 교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31기로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일선의 문홍주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씨 사건 특검보로 활동했다. 이 사건 특검팀은 김씨가 연루된 주가조작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처럼 초대 중수청장 후보군 4명 중 3명이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거나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직접 참여했다.

 

나머지 한 명인 김지용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문재인 정부 때 춘천지검장과 대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인사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경험했고, 그로부터 1년여 뒤 검찰을 떠났다.                          < 이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