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장범, '계엄 생방송' 직전 보도국장과 통화"

● COREA 2026. 1. 27. 11:4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KBS노조 "내란정권에 결탁 의혹 드러나" 폭로
"지상파 가운데 KBS만 유일하게 적시 생방송"
"당시 보도국장, 퇴근 후 복귀해 용산 동향 확인"

"윤석열은 22시 KBS 계엄 생방송 미리 언급해"
"KBS 내부 누군가 생방송 가능하다 말한 정황"
"미리 편성 준비하란 지시 받았다면 내란 선동"

 

2024년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국회 과방위에서 열린 KBS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도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박장범 후보. 연합
 

12·3 내란 당일 박장범 케이비에스(KBS) 사장이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 발표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 생방송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박 사장은 '사장 내정자' 신분이었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박 사장이 공식 취임도 하기 전에 대통령실 누군가로부터 계엄 사실을 미리 전해듣고 생방송을 지시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 전 "22시 KBS 생방송이 이미 확정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발언과 연결해보면, 당시 KBS 내부 관계자들이 사전에 계엄 상황을 알고 방송을 편성한 셈이 되는 만큼 내란선동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상파 가운데 KBS만 유일하게 적시 방송"
"대통령실 누군가와 KBS 내부자 연락한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노조)는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내란 직후, KBS 내부에 내란 정권과 결탁해 계엄방송을 미리 준비한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번에) 의혹의 전말을 풀 큰 실마리가 드러났다"면서, 내란 당일 박장범 당시 KBS 사장 내정자와 최재현 당시 보도국장의 행적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2024년 12월 3일 최재현 당시 KBS 보도국장은 오후 6시쯤 퇴근한 뒤, 7시30분~8시 회사로 복귀했다. 이어 대통령실 출입기자에게 동향 확인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도국장 취임 이후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뉴스 부조정실에 들어가 신호 수신 여부를 챙기고, '무슨 일이냐'는 질문에 '안보 관련'이라는 대답까지 했다고 한다.

 

KBS는 내란 당일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10시 23분 적시에 맞춰 윤석열의 비상계엄 담화를 생중계했다.

 

당시 최 국장은 내란 직후 제기된 '생방송 준비'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로부터 계엄과 관련한 언질을 받은 일은 결코 없다"고 반박했었다.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대통령. 2024.12.14. 연합
 

이에 대해 노조는 "(10시 23분 생방송은)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이례적이고 기이한 행보와 결과였다"면서 "당시 의혹의 핵심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전화를 했기에 퇴근한 보도국장이 다시 회사로 돌아왔느냐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KBS본부는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최재현 당시 국장에게 전화한 주인공이 박장범 현 KBS 사장이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는 "12월 3일, '코리아풀'을(KTV를) 통해 대통령 담화가 공식적으로 예고된 것이 밤 9시 18분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이른 밤 8시 40분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윤석열로부터 '22시 KBS 생방송'을 들었고, 밤 9시쯤에는 한덕수 전 총리도 같은 내용을 들었다"며 "코리아풀의 공식 공지 이전에 윤석열이 '22시 KBS 생방송'을 말한 것은, 분명히 KBS 내부의 누군가에게 (미리) 담화 생방송을 지시했고 수행하겠다는 회신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판결문에 밤 9시쯤 대통령집무실에서 윤석열로부터 ‘KBS 생방송이 준비되어 있다’는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2026.1.26.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노조는 "결국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박장범 사장에게 연락했고, 박장범 사장은 다시 최재현 전 국장에게 전달했으며, KBS 내부 누군가가 22시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주었기에 윤석열이 코리아풀 공지 이전에 '22시 KBS 생방송'을 말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일 수 밖에 없다"면서, 박 사장을 향해 "내란의 밤,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연락을 받았는가, 그리고 최재현 전 국장에게는 뭐라 얘기했는가, 그리고 불법계엄 선포가 예정됐다는 것을 언제 알았나"라고 물었다.

 

"미리 편성 준비하란 지시 받았다면 내란선동"
"1년 전에 고발했는데 수사 부진…재수사해야"

 

그동안 박 사장은 12·3내란 사전 인지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해왔다. 지난해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BS 결산심사에서도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생방송 의혹과 관련, '내부 인사가 비상계엄에 대한 사전 협의나 공모 내지 최소한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회사 차원 진상조사를 했느냐'라고 물었고, 박 사장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박장범과 KBS 경영진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고, '근거 없는 의혹'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등 유체이탈 화법으로 대응했다. 내란이 발생한 지 1년 2개월이 된 지금까지도 박장범은 자신이 최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에 특보 준비를 시켰다는 사실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을 숨기려 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박장범 KBS 사장 12.3 내란 방송개입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2026.1.26. 연합
 

이 위원장은 "박장범과 윤석열·김건희와의 유착관계, 계엄방송 사전 모의 의혹에 대해 박장범이 그동안 진실을 꼭꼭 감춰왔던 사실로 봤을 때, 언론노조는 박장범이 윤석열 내란에 사실상 공범 역할을 했다고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특검과 경찰의 수사는 극히 미진하다. 고발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수사 결과 발표도 없이 사실상 뭉개고 있다"며 "경찰과 향후 발족할 종합 특검의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다면 당시 KBS 사장으로 내정됐던 박장범 현 KBS 사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보도국장에게 그런 편성을 지시한 처벌을 받을 여지 있다"며 "만약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방송을 10시부터 생방송으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방송 편성을 준비하라는 구체적인 언급이 있었다면 내란 선전·선동의 법리로 처벌받을 가능성 있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여론조사꽃] 유권자 전화면접 긍정 48.4% · 부정 42.9%

민주당 · 조국혁신당 지지층 10명 중 7명은 합당 지지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 1.2%p 하락한 68.3%
가덕도 테러 사건 ‘재수사 필요’ 전화면접 57.2% 찬성
6월 지방 선거 여당 지지 56.8% · 야당 지지 34.7%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전체 여론은 찬반이 크게 엇갈리지 않지만 두 당 지지자들 간에는 합당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꽃이 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양일간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응답자 이념성향: 진보 266명, 중도 419명, 보수 241명) 대상으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48.4%가 ‘긍정’(매우 긍정 14.4%+긍정적 34.0%)으로 평가한 반면 ‘부정’ 응답은 42.9%(부정적 25.3%+매우 부정 17.6%)로 나타났다.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범위 95%,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 지지층 68.7% 조국혁신당 77.3% 합당 ‘찬성’

 

권역별로는 호남권(65.0%)과 강원·제주(55.3%)에서 ‘긍정’ 응답이 우세했고, 경인권(46.9%), 서울(47.3%) 등은 소폭 높았다. 충청권(46.6%), 부·울·경(46.0%)은 ‘긍·부정’ 응답이 팽팽하게 갈린 반면 대구·경북은 ‘부정’ 응답이 51.9%로 ‘긍정’(41.7%)을 앞서 권역별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 연령별로는 40대(61.1%)와 50대(60.3%), 60대(58.0%)에서 ‘긍정’ 응답이 우세했다. 반면 ‘부정’ 응답은 18~29세(55.7%), 70세 이상(52.0%), 30대(51.4%)에서 과반을 넘기며 우세했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긍정’ 응답이 68.7%로 높게 나타났고, ‘부정’은 25.5%로 집계됐다. 조국혁신당 지지층도 ‘긍정’ 77.3% 대 ‘부정’ 22.7%로 ‘긍정’응답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부정’이 73.0%로 압도적이었으며, ‘긍정’은 15.4%에 그쳤다. 무당층은 ‘긍정’ 31.7% 대 ‘부정’ 51.3%로 ‘부정’ 응답이 앞섰고, ‘모름’은 17.0%로 나타나 판단 유보층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게 확인됐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의 ‘긍정’ 응답이 70.1%로 높은 반면, 보수층은 ‘부정’ 응답이 61.2%로 우세했다. 중도층은 ‘긍정’ 49.7%, ‘부정’ 45.1%로 ‘긍정’ 응답이 소폭 앞섰다.

 

같은 기간에 1009명(진보 318명, 중도 403명, 보수 217명) 대상으로 진행된 ARS조사에서도 응답자 47.7%가 ‘긍정’(매우 긍정 27.0%+긍정적 20.7%)으로 평가했다. 반면 ‘부정’ 응답은 41.0%(부정적 20.8%+매우 부정 20.2%)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는 합당에 대한 ‘긍정’ 여론이 ‘부정’ 여론을 앞서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역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긍정’이 70.2%로 높게 집계됐고, 조국혁신당 지지층도 ‘긍정’이 79.4%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부정’ 응답이 71.4%로 뚜렷한 우세를 보였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의 ‘긍정’ 응답이 70.7%로 우세한 반면, 보수층은 ‘부정’ 응답이 60.3%로 우위를 보였다. 중도층은 ‘긍정’ 42.3%, ‘부정’ 47.3%로 ‘부정’ 평가가 소폭 앞서, 중도층에서는 합당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양상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하고 있다. 2026.1.22. 연합
 

지지율, 지방선거 지지 여부, 민주당 큰 차이 우세 변화 없어

 

‘더불어민주당’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1.3%p 하락한 53.6%, ‘국민의힘’은 0.3%p 상승한 26.7%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는 26.9%p로 지난 조사(28.6%p) 대비 1.7%p 줄었다. ARS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조사 대비 0.1%p 상승한 54.2%, ‘국민의힘’은 1.8%p 상승한 32.2%를 기록했다. 양당 간 격차는 22.0%p로 지난 조사(23.6%p) 대비 1.6%p 줄었다.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전화면접조사 기준,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56.8%를 기록한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4.7%로 집계됐다. 지난 조사 대비 ‘지원론’은 1.6%p 하락하고 ‘견제론’은 0.3%p 하락한 수치다. ARS조사 결과 ‘여당 지원’ 응답은 57.2% ‘야당 지지’ 응답은 37.2%로 집계됐다. 두 응답 간 격차는 20.0%p로, 응답자 과반이 현 정부를 지원하는 ‘여당 지원론’에 힘을 실었다.

 

 

중도층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긍정’ 73.1%, ‘부정’ 26.1%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전화면접조사 기준 ‘긍정’ 68.3%, ‘부정’ 30.2%로 집계됐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 평가는 1.2%p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0.9%p 상승했다. ‘긍·부정’ 격차는 38.1%p로 국민 10명 중 약 7명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 이상 모든 세대에서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50대(86.3%)와 40대(81.5%)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고, 60대(68.8%), 70세 이상(59.7%), 30대(57.4%) 도 과반이 ‘긍정’ 응답을 보였다. 반면, 지난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앞섰던 18~29세는 ‘긍정’ 49.1% 대 ‘부정’ 46.2%로 팽팽하게 갈렸다. 무당층에서는 ‘긍정’ 46.8% 대 ‘부정’ 46.6%로 초박빙이었고,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의 경우 ‘긍정’ 73.1%, ‘부정’ 26.1%를 기록하며 격차는 47.0%p에 달해 중도층에서도 ‘긍정’평가가 강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 조사에서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63.5%(0.2%p↓), ‘부정’ 34.8%(0.6%p↑)로 집계됐다. ‘긍·부정’ 격차는 28.7%p로 나타났다.

 

 

가덕도 테러 사건, ‘재수사 필요’(전화면접 57.2%, ARS 57.9%)

 

정부가 2년 전 발생한 ‘이재명 대통령 가덕도 피습 사건’을 테러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국민인식을 물었다.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57.2%가 ‘사건 축소·왜곡 등에 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징역이 확정됐으므로 재수사는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32.3%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재수사 필요’ 여론이 ‘재수사 불필요’ 응답을 24.9%p 앞서며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재수사 필요’ 응답이 앞서거나 우세했다. 연령별로는 30~60대에서 ‘재수사 필요’ 응답이 두드러졌다. 40대(68.8%)와 50대(67.9%)에서 ‘재수사 필요’ 여론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60대(65.3%)와 30대(50.9%)는 과반을 넘겼다. 반면 18~29세와 70세 이상에서는 ‘재수사 필요’와 ‘불필요’가 40%대로 비등하게 나타났다. 정당 지지층별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재수사 필요’(72.2%)가 우세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재수사 불필요’(50.7%)가 앞섰다. 무당층은 ‘필요’ 34.6% 대 ‘불필요’ 48.5%로 ‘재수사 불필요’ 응답이 앞섰고, ‘모름’은 16.8%로 나타나 판단 유보층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게 확인됐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의 ‘재수사 필요’ 응답이 75.9%로 높게 나타났고, 중도층 역시 55.6%로 과반을 넘겼다. 반면 보수층은 ‘재수사 불필요’ 45.8% 대 ‘재수사 필요’ 44.7%로 팽팽하게 갈렸다.

 

 

같은 기간에 진행된 ARS조사에서도 응답자 57.9%가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징역이 확정됐으므로 재수사는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8.2%로 집계됐다. ‘재수사 필요’가 ‘재수사 불필요’ 응답을 29.7%p 앞서며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인 북한 무인기 침투 엄중 처벌해야” 68.5% 공감

 

“민간인이 북한 핵시설 지역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것은 전쟁 개시 행위와 마찬가지”라며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중 처벌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공감도를 물었다.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68.5%가 ‘공감한다’(‘매우 공감’ 48.2%+‘어느 정도 공감’ 20.3%)고 답했다.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1%(‘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13.4%+‘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14.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에 진행된 ARS조사에서는 응답자 66.9%가 ‘공감한다’(‘매우 공감’ 54.2%+‘어느 정도 공감’ 12.8%)고 답했다. 반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9%(‘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10.2%+‘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20.6%)로 집계됐다.

 

 

한덕수 징역 23년 판결 ‘적정’ 38.5% ‘더 엄벌해야’ 28.4%

‘과도한 처벌’은 28.3%, ARS ‘적정+엄벌’ 64.2%, ‘과도’ 32%

윤석열 체포방해 혐의 5년 퍈결은 58.9%가 ‘더 엄벌했어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덕수에 대해 법원이 징역 23년을 선고한 판결을 두고 국민 인식을 물은 결과, 응답자 66.9%가 ‘적정한 처벌’(38.5%) 또는 ‘더 엄하게 처벌했어야 한다’(28.4%)고 답했다. 반면 ‘과도한 처벌’이라는 응답은 28.3%로 나타나, ‘정당한 처벌이거나 더 엄벌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과도한 처벌’ 인식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 조사에서 한덕수 징역 23년 판결에 대해 ‘더 엄하게 처벌했어야 한다’(38.5%)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과도한 처벌’(32.0%), ‘적정한 처벌’(25.7%)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적정·엄벌’로 묶으면 64.2%로, ‘과도’(32.0%)를 크게 앞섰다.

 

 

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판결을 두고는 전화면접조사 결과, 응답자 58.9%가 ‘더 엄하게 처벌했어야 한다’고 답해 엄벌 여론이 과반을 넘어 뚜렷하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도한 처벌’은 19.5%, ‘적정한 처벌’은 18.3%로 집계됐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판단이 ‘과도·적정’ 응답을 합친 것보다도 크게 앞선 흐름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진행된 ARS조사에서도 응답자 58.6%가 ‘더 엄하게 처벌했어야 한다’고 답해 엄벌 여론이 과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도한 처벌’은 28.3%, ‘적정한 처벌’은 9.5%로 집계돼 ‘징역 5년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우세한 흐름으로 확인됐다.  < 강기석 기자 >

 

 

우상호 “혁신당과 통합, 이 대통령도 강력 공감…결심은 정청래가 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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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태형 기자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조국 (혁신당) 대표, 정청래 (민주당) 대표, 청와대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통합의 시점, 추진의 결심은 정 대표가 내린 것”이라고 27일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정청래 대표, 조국 대표를 몇 번씩 만나서, 그러니까 다른 문제로 만났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 바가 있다”며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통합에 대해서는 사실은 원칙적으로 조 대표, 정 대표, 청와대의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그런데 통합의 시점 또 추진의 결심은 정청래 대표가 내린 것이라 보시면 된다”며 “정당과 정당의 통합을 당연히 정당의 대표들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실에서 구체적 절차와 방법까지 다 지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큰 원칙적인 의미의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으면 구체적인 안을 짜고 그것을 실행해 나가는 건 정당 지도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지금 민주당 안에서 여러 가지 아쉬운 이야기들이 나오는 건 그것이 설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대표가 최고위원급의 지도부하고는 미리 상의해 가면서 추진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 대표가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통합 자체는 (이재명)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게 아니다. 대통령도 강력한 공감대를 표시한 적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통합 시점, 통합을 언제 추진할 것이며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것을 아주 세부적으로 조율하거나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건 정당의 몫이다. 청와대와 그런 것으로 너무 세세하게 얘기하면 선거 개입 시비가 붙는다”고 했다.                                                                      < 고한솔 기자 > 

 

한박자 느리지만 정확하게 판단하던 '좌장'


자신 앞세우지 않고 공동의 자리를 떠받쳐
늘 지금보다 다음 단계를 고민하던 정치인
남아 정리했고, 책임 졌으며, 다음을 준비
단단한 정치, 책임 미루지 않는 태도 절실

 

 

이해찬 전 총리가 영면에 들었다. 그의 죽음은 한 정치인의 생애가 끝났다는 사실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가 하나의 시대를 정리하고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그가 언제나 시대의 전면에 서 있던 인물은 아니었지만,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마다 제도와 조직의 중심을 붙들고 버텨온 정치인이었다. 화려한 언변보다 구조를, 순간의 승리보다 지속을 선택했던 그의 정치적 태도는 한국 민주주의가 체력을 길러내는 데 깊이 기여했다.

 

나에게 이해찬은 텔레비전 속 정치인이기 이전에 같은 시공간을 통과한 사람이었다. 그는 나보다 세 살 위였다. 나이 차는 크지 않았지만, 그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는 앞에 서서 끌고 가는 타이프는 아니었지만, 방향을 먼저 잡고 그 방향이 틀어지지 않게 지켜 보는 사람이었다.

 

1980년대 중반, 나는 민통련 민족학교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그는 민족학교의 운영위원이자 강사로 활동하며 언제나 좌장의 자리를 맡았다. 강의는 한국 근현대사, 사회과학 이론, 민족주의 경제학 등을 중심으로 짜여 있었고,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비판적 사회의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당시 민족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훗날 제13대 국회에 진출하게 되는 이른바 ‘평민당 영입파’ 재야 인사들의 주요 거점 중 하나였다. 이 시기의 활동은 1988년 김대중 총재가 이끄는 평화민주당에 그가 영입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민통련과 민족학교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치밀한 전략가’라는 평가를 안겨주었고, 그 뒤 정책과 선거 전략에 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되었다. 당시 민족학교와 민통련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도 훗날 민주당 계열의 핵심 인적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 시절, 내가 만난 이해찬은 말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고, 토론을 장악하려 들지도 않았다. 다만 토론이 감정으로 흐르거나, 각자의 옳음이 충돌하며 자칫 싸움으로 번질 때면, 짧고 단정한 말로 흐름을 정리했다. “그건 지금의 쟁점이 아닙니다.” “그건 판단 이전에 감정의 문제입니다.”

 

당시 대정부 투쟁에 대해서는 “나는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패배주의를 제일 싫어합니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말은 길지 않았지만, 그가 입을 열면 방 안의 공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열정이 넘치던 시절, 그는 언제나 한 박자 느리게, 그러나 정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토론이 길어지고 술자리가 이어지던 날들도 많았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면 계산이 문제였다. 그럴 때 그는 말 없이 지갑을 꺼냈다. 누가 보기를 바란 것도 아니었고, 그것을 미덕처럼 내세우지도 않았다. 그저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때 책임을 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태도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의 정치적 태도는 이미 그 사소한 장면들 속에 응축되어 있었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으면서도 공동의 자리가 무너지지 않게 떠받치는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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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이해찬은 서울대 인근 신림동 고시촌에서 ‘광장서적’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회과학 서적이 빼곡히 꽂힌 그 공간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었다. 학생운동권의 사유가 모이고 토론이 축적되던 장소였고, 시대의 질문들이 오가던 작은 공론장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곳에서 책을 사고, 논쟁을 벌이고,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거리의 집회만큼이나 그런 일상의 공간을 중요하게 여겼다. 민주주의는 광장에서 분출될 수 있지만, 결국 이런 공간들을 통해 사유로 축적되고 제도로 이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분명했다.

 

이해찬의 정치 인생은 군사독재 말기에서 시작해 민주화 이후의 제도화 과정, 그리고 촛불 이후의 정치 재편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거의 빠짐없이 관통한다. 그는 민주주의를 단번에 완성될 수 있는 체제로 보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조정, 때로는 후퇴를 거치며 축적되는 과정이라는 인식이 그의 정치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늘 ‘지금’보다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한국 민주주의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도의 안정화였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는 거리의 열정과 도덕적 정당성에 비해 제도적 완성도가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불균형을 안고 있었다. 이해찬은 이 간극을 메우는 데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집중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는 정치보다, 이긴 이후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이 신념은 그의 입법 활동과 행정부 운영, 정당 조직 관리 전반에 일관되게 드러났다.

 

2019년 열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추모사를 하는 이해찬 전 총리. 연합 자료사진
 

총리 재임 시절에도 그는 행정의 안정성과 정책의 지속성을 중시했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보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제도를 점검하고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급진적 변화를 기대하던 이들에게는 답답하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성숙한 선택이었다. 제도는 개인의 의지로만 움직이지 않으며, 사회적 합의와 행정적 역량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 그는 이 점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정당 정치에서도 그의 역할은 분명했다. 이해찬은 정당을 단순한 선거 기계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제도로 보았다. 계파 갈등과 내부 분열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그는 조직이 붕괴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데 주력했다. 때로는 강단 있는 결정을 내렸고, 때로는 조정과 중재를 통해 갈등을 관리했다. 그 과정에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정당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그가 맡았던 역할은 ‘패배의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민주주의는 승리의 순간보다 패배 이후에 더 혹독한 시험에 든다. 선거에서 지고, 여론이 등을 돌리고, 내부가 흔들릴 때 정당과 정치인은 쉽게 무너진다. 이해찬은 바로 그 순간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남아서 정리했고, 책임을 졌으며, 다음을 준비했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만 놓고 보면 손해에 가까운 선택이었지만, 민주주의 관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었다.

 

물론 그의 정치가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지금도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민주주의의 규칙을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려 한 적은 없다는 점이다. 위기의 순간에도 그는 제도 안에서 해법을 찾으려 했고, 그 과정에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을 감수했다. 이는 민주주의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이지만, 실제 정치 현실에서 이를 끝까지 지켜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1985년 민통련 민족학교 시절의 이해찬. 박용수 사진작가
 

이해찬의 삶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민주주의는 영웅에 의해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름이 크게 남지 않는 수많은 관리와 조정, 책임의 축적 위에서 유지된다. 그는 그 조용한 노동을 기꺼이 맡았던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때로 과소평가되었지만, 그가 남긴 흔적은 한국 민주주의의 제도와 구조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이제 그가 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태도와 기준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이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이해찬이 보여주었던 느리지만 단단한 정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가 평생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가 다음 세대의 손에서 더욱 성숙해지기를 바라며, 그가 앞서 걸어간 그 자리를 조용히 기억한다.

 

고인이 마지막 가시는 길, 그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졸시 한 편을 남긴다. 그가 무척 그리울 것이다.

 

한 사람의 삶이

한 시대의 무게를 대신

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말이 아니라

시간으로 증명했다

 

앞으로 나서기보다

흐름을 세우고

부서지기 쉬운 제도 곁에

묵묵히 서 있던 사람

 

열광의 순간보다

패배의 저녁을 지켰고

박수보다

책임의 언어를 선택했다

 

당신이 남긴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규칙이었고

목소리가 아니라

버팀목이었다

 

이제 그 긴 호흡을 내려놓고

역사의 깊은 자리에서

편히 쉬소서

 

당신이 지켜온 중심은

이제 남은 이들의 몫으로

조용히 이어질 것이오

 

-박철 '민주주의 표상, 이해찬의 생애를 기리며'                    < 박철 기자 >

 

당신의 혜안 더 필요할 때 홀연히 떠나셨네요

 

한 정치부 기자가 회고하는 이해찬 전 총리
DJ와 맞짱 토론, 비판적 직언 서슴지 않아
노무현 진가 알아보고 이재명엔 방패 역할
플랫폼 정당 전환 · 시스템 공천 도입 업적

 

이해찬 전 총리가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토록 갑작스러운 이별이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비보를 접하는 순간, 그분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는 험난했던 민주화 투쟁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민주개혁 진영이 낳은 최고의 전략가였습니다.

 

대학 시절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온몸을 던졌던 그에게, 두 차례의 옥고는 피할 수 없는 시련이었습니다. 1980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5.18 내란 당시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등과 함께 투옥되는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탄압에 결코 굴하지 않았습니다. 재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뒤, 1987년 시민항쟁 때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의 상임집행위원을 맡아 항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격동의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분출하고 충돌하는 국면에서도, 그는 냉철한 시선으로 해법을 찾아내곤 했습니다.

 

한겨레신문 정치부 기자 시절, 저는 옛 민주당을 출입하며 그를 거의 매일 당사에서 뵈었습니다. 김대중 총재가 이끌던 민주당에서 이해찬 전 총리는 당내에서 단연코 능력을 인정받은 유망한 정치인이었습니다. 당내에서 김대중 총재와 각종 정국 현안을 놓고 맞장 토론을 펼칠 수 있는 단 한 사람. 비판적 직언도 서슴지 않던 그에게 김대중 총재는 때로 언짢아했지만 그의 높은 식견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김대중 총재의 2선 후퇴를 주장하는 정풍운동에 앞장섰을 때, 김 총재는 이해찬 전 총리의 공천 배제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를 배제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김 총재는 결국 그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2016년, 김종인 씨가 민주당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추대된 후, 이해찬 전 총리는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되어 탈락했습니다. 현재 민주당 당대표인 정청래 의원도 함께 컷오프됐습니다. 김종인 씨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로 이해찬을 공천에서 배제했습니다. 아마도 이는 1988년 13대 총선 당시의 악연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그는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낙승을 거둔 뒤 민주당에 복당해서 대표에 당선돼 민주당의 현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노태우 정권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의 거물 정치인이었던 김종인은, 운동권 출신 정치 초년생에 불과했던 평민당 후보 이해찬에게 관악구에서 패배했습니다. 언론이 김종인의 낙승을 예상했던 그 선거에서 이해찬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이는 당시 크게 회자되었습니다.

 

훗날 이해찬 전 총리가 들려준 일화가 있습니다. 개표 도중 민정당 후보였던 김종인의 무더기 표가 쏟아져 나와 개표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평민당 선거운동원들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장이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 그는 운동원들을 차분히 설득한 뒤 선관위에 개표 속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당시 김종인을 5% 이상 앞서고 있었기에, 문제의 표를 인정하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만약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개표가 장시간 중단된다면, 오히려 민정당 측에서 진짜 개표 부정을 자행해 당락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군사독재의 잔재가 여전히 강고했고, 안기부와 경찰 같은 권력기관들이 부정선거를 서슴지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이 에피소드는 이해찬 전 총리의 재빠른 상황 판단력과 전략적 사고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또한 그는 민주운동권 출신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진가를 일찌감치 알아본 정치인이었습니다. 재야 출신 인사들 대부분이 민주화투쟁 경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노무현을 정치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그는 이미 노무현을 진정한 지도자로 인정하고 그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당시 노무현을 지도자로 인정한 이는 이해찬과 유시민,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다소 괴퍅할 정도로 까칠했던 성정의 소유자였던 그였지만, 사람을 보는 눈만큼은 누구보다 예리했습니다.

 

 

그의 혜안은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일찍이 주목했고, 정치권에서 뚜렷한 기반이 없었던 이재명 대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방패가 되어주었습니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를 제거하려 온갖 패악질을 자행할 때도, 이해찬 전 총리는 흔들림 없는 멘토이자 후원자였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당을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정당으로 변모시킨 장본인이었습니다. 당 대표 시절이었던 2018년, 그는 웹 기반의 당원 플랫폼을 구축하여 당원 전용 온라인 시스템 및 투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민주당의 당원 가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명실상부한 당원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총선 1년 전까지 공천 룰을 확정하여 공개하고, 그 룰에 따라 전 지구당을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한 뒤 경선을 거쳐 공천자를 확정하는 제도였습니다.

 

이처럼 이해찬 전 총리는 민주당을 초현대식 민주정당으로 변모시킴으로써, 180석의 거대정당으로 비약할 수 있는 굳건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내란 척결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시점에 이해찬 전 총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민주 진영의 20년 장기 집권 플랜을 주창했던 그의 전략적 혜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지금, 그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가 남긴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이해찬 전 총리님, 이제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 장정수 기자 >

 

이해찬의 때 이른 죽음, 결국 고문 후유증 때문이었나

 

"하도 맞아서 죽었구나 소문도" 회고록에 언급
"고춧가루 고문…연탄집게로 눈깔 뺀다 들이대"
"아침에 불려 나갔다 오후에 시체처럼 돌아와"

"고문당한 사람을 보는 게 더 큰 심리적 고통"
"동지와 인간에 대한 믿음 없었다면 못 견뎌"
김근태·김홍일 별세 때 "고문 후유증" 깊은 애도

본인도 점차 말투 어눌해지고 몸 둔화, 손 떨어
당대표 때 닷새간 입원…곧바로 선거운동 진력
정치 일선 은퇴 뒤 지팡이나 부축에 의지 거동

이해찬 죽음 계기로 "피해자 전수조사" 목소리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1988년 3월 31일 제13대 총선에 출마한 관악구 이해찬 후보의 유세. 2026.1.25. 연합 자료사진
 

• 1974~1975 :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체포되어 심한 고문을 당했다.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투옥, 안양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 1980~1982 : 80년, 복학과 함께 복학생협의회장을 맡았다. 5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배 중 연행되어 심한 고문을 당했다. 10년형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 안동교도소, 춘천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2022년 9월 돌베개에서 출간된 <이해찬 회고록> 중 맨 뒷부분 연보(年譜)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는 이처럼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기 민주화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분투하다 당국에 체포돼 혹독한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곤 했다.

지난 25일, 그가 너무 이른 나이인 73세에 심근경색으로 타계하자 열악한 수감 생활을 동반한 그 시절 고문 피해의 후유증이 결국 건강과 수명에 악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생전에 자신이 고문당했던 일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경우가 드물지만 회고록에서는 당시 상황이나 소회를 비교적 자세히 언급한 바 있다. 대담자인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대표님은 고문당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으셨어요. 물론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당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관련 얘기를 안 하는 게 금기이긴 하지만 용기를 내어 여쭙니다. 수사받는 동안에도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으셨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2022년 9월 돌베개에서 출간된 '이해찬 회고록'
 

"그때 내가 고생을 좀 했어. 처음으로 고춧가루 고문도 당하고. 나중에 누가 그러는데 내가 죽은 줄 알았대요. 하도 맞아서. 아이고, 이해찬이 죽었구나 그렇게 흉하게 소문이 나고 그랬대. 학생들이 많이 잡혀 왔는데 문리대가 제일 많았고 의대생들도 많았어요. 성균관대에서도 잡혀 오고. 동대문경찰서 관할은 다 잡혀 왔어. 그중에서 나는 주모자급이 돼 있었어요. (…)

 

나는 수사 끝나고 유치장으로 넘어가서도 매일 불려 가서 고문당하고 맞았어요. 수배자들 행적을 대라고. 근데 나는 진짜 몰랐거든. 내가 알면 대겠는데 정말 모른다, 그랬지. 그때가 초봄이어서 쌀쌀했어요. 연탄난로를 때고 있었는데 연탄집게를 빼 가지고 이놈의 새끼 눈깔을 뺀다고 들이대는 거야. 그 순간은 진짜 공포스러웠어요. 일주일을 그렇게 아침에 불려 나갔다 오후에 시체처럼 돌아오니 저러다 죽는 거 아니냐고 그랬던 거예요.

 

영장이 떨어지고도 구치소로 보내 주지 않아서 7월까지 유치장에 있었어요. 하도 많이 잡아들여서 구치소에 방이 없었던 거야. 나처럼 캠퍼스 행동대 역할을 한 정도에게 내줄 독방도 없고. 유치장에는 쥐가 왔다 갔다 하고 빈대는 너무 많았어. 밥은 꽁보리밥에 단무지. 처음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는데 배가 고프니까 어떻게 해. 먹는 거지."

 

다음과 같은 회상들도 그의 심신에 인장처럼 깊이 새겨졌던 고문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동지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못 견뎠을 거야. 언제든 잡혀가고, 구속되고, 죽을 수도 있는데…. 얼마 전에 사위랑 얘기하다가 내가 고문받은 얘기가 나왔어요. 우리 손자가 옆에서 듣고 깜짝 놀라서는 할아버지를 고문했다고요? 아이고 무서워라, 하더라고. 역사 유튜브 같은 걸 보면서 독립운동가들이 고문당한 얘기를 들었대요. 그런데 할아버지도 당했다고 하니 놀란 거야.

 

70, 80년대를 돌아보면 다들 목숨을 내걸고 싸웠어요. 험난한 과정에서도 동지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살았고. 민주화 세력이 그런 혹독한 시기를 같이 이겨 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자료를 보기가 싫었어요. 지나간 일들을 다시 보려고 하니까 정글로 들어가는 거 같아. 쭉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구만. 아이고, 어떻게 용케 살아왔다. 대담 준비를 하면서 가끔 꿈을 꿨어요. 보안사(현 방첩사)에 잡혀가는 꿈, 안 잡혀가려고 싸우고 그런 꿈을 꿨어요. 가위 눌리는 거지.

 

예전에 고문당할 때도 막연히 느꼈지만, 고문당한 사람을 보는 게 더 충격이 큰 것 같아요. 문리대 친구들이 고문당한 나를 보고 죽었다고 생각했대. 고문이 심리적으로도 큰 고통을 남기는 거야. 나하고 같이 다녔다고 소문이 잘못 난 친구가 잡혀가서 고문을 당한 일이 있었어요. 이번에 그 일도 꿈을 꿨어."

 

2011년 12월 30일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별세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서 이해찬 전 총리가 조문하고 있다. 2011.12.30. 연합
 

그와 마찬가지로 고문 피해자였던 김근태 전 의원과 김홍일 전 의원이 그 후유증으로 큰 고통을 겪다 별세했을 때 이 전 총리는 동병상련과 함께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김근태 전 의원은 2011년 11월 29일 뇌정맥혈전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2차 합병증이 겹치면서 패혈증으로 한 달 만에 숨을 거뒀고(향년 64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은 파킨슨병을 앓다 2019년 4월 20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쓰러져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향년 71세).

 

"김근태 고문과는 70년대 학생운동 때부터 40년 동안 같이해오며 경찰과 싸우고 감옥 갔던 그런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특히 종로 파고다 공원에서 참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김 고문이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너무 심하게 받아 가을 찬바람만 불면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어왔어요. 해가 갈수록 심해졌는데 아마도 금년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에 고문 후유증으로 이런 상황을 맞아 안타깝습니다." (2011년 12월 29일 김근태 전 의원이 의식 불명 상태로 입원해 있던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을 나오며.)

 

"김홍일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이기도 했지만, 정치적 동지이자 독재정권에 맞서 온몸을 바친 민주화 운동의 투사였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 독재정권의 조작 사건으로 가혹한 고문과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셨습니다. 저와 함께 정치를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김홍일 전 의원은 굉장히 따뜻하고 폭이 넓은 정치인이었습니다. 유명을 달리한 것을, 다시 한 번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면서 영면을 기원합니다." (2019년 4월 22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이 전 총리는 본래 말투가 또박또박 명료했으나 2010년대 들어 말이 어눌해지거나 자주 끊기고 몸놀림이 둔화되며 손을 떠는 증상을 나타내곤 했다. 항간에 파킨슨병 투병설까지 떠돌자 이를 묻는 기자에게 "별소리가 다 나온다. 일부 언론의 과장 보도"라고 일축하기도 했지만 건강은 점차 악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2020년 3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과로 등에 따른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닷새나 머물렀다. "당원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갑자기 몸이 나빠져서 병원 신세를 질 수밖에 없었다"고 오히려 미안해한 그는 퇴원하자마자 곧바로 4·15 총선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또 몸을 돌보지 않았다. 정치 일선에서 은퇴한 뒤에도 간간이 강연과 축사 등 외부 일정을 소화하긴 했지만 지팡이를 짚거나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걸음을 옮겨야 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베트남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고 민주평통이 밝혔다. 향년 73세. 사진은 2024년 11월 13일 국회에서 당시 이해찬 상임고문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함께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출범식에 참석하는 모습. 2026.1.25. 연합 자료사진
 

이 전 총리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민주평통 아태지역회의 운영위원회 참석차 출장을 떠났다가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된 뒤 25일 끝내 세상을 떠나자 이를 계기로 과거 고문 정권 및 그 하수인과 부역자들을 향한 분노를 표시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온전한 치유와 전수조사 등을 위해 우리 사회와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홍일, 김근태, 이해찬 등 젊은 시절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분들의 만년(晩年)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며 "저분들에게 고문을 지시했던 자들과, 저분들을 직접 고문했던 자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 할까?"라고 개탄했다.

 

이어 "고문을 지시하고, 고문을 실행하고, 고문당한 사람을 기소하고, 고문당한 사람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자들 중 스스로 '양심고백'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민주화 운동'이 곧 '양심 회복 운동'이었기에, 우리 사회의 민주화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해찬 선생님, '양심 없는 자들'은 갈 수 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고문이란 조작된 진술을 얻기 위해 수사·정보기관이 극한의 고통, 생사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과 공포감을 가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고문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이고, 오죽하면 민주화 운동의 핵심 구호가 '고문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는 것이었겠는가"라며 "(김근태·이해찬) 두 분 다 직접 사인은 있겠지만 고문 후유증의 증상을 겪고 있었고 수명 단축에까지 악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민주화 운동으로 영예를 받아 누린 것처럼 논란을 벌이지만, 민주화 운동 자체가 혹독한 고문과 옥살이를 동반한 엄청난 고난의 길이었음을 가끔 잊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고문의 실체를 세세하게 조사하고, 치료도 하고, 그럼으로써 개인적 고난의 무게도 이해하고, 독재 권력이 사람들에게 무슨 악행을 했던가도 생생하게 드러냈으면 한다"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그런 방면에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민주유공자법도 그런 바탕 위에서 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종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세간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가 평생 짊어지고 온 고문의 후유증이 그의 생을 앞당겼으리라 짐작한다. 한 개인의 강인한 의지로도 끝내 이겨낼 수 없었던 생물학적 파괴, 그것이 바로 독재가 남긴 잔인한 유산"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이제 개인의 서사를 넘어 국가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이해찬 전 총리의 죽음을 단순히 한 정치인의 퇴장이 아닌, 고문 피해 세대의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고문의 후유증을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의료 지원과 심리 치유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최소한의 도리다. 전수조사를 통해 숨겨진 눈물을 닦아주고 고문이라는 야만의 역사를 종결짓는 것만이 역사의 이름으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김호경 기자 >

 

“약자 고통 치유하려던 큰 스승”…이해찬 전 총리 빈소 조문 시작

우원식·김민석·정청래 등 빈소 찾아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 사진
 

베트남 출장 중 별세한 고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 수석부의장(전 국무총리)의 기관·사회장이 시작됐다. 조문에 나선 동료 정치인과 지인들은 미소 띤 이 부의장 생전 모습이 담긴 영정 앞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눈시울을 붉혔다.

 

고 이해찬 수석부의장의 영정과 주검을 실은 운구 차량은 27일 아침 9시께 양 옆으로 도열한 의장대와 정치인들 의전 속에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섰다. 전날 밤 11시50분(현지시각) 베트남 현지를 출발한 지 한 나절여만이다. 베트남 출장 도중 호흡이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로 이송된 이 전 부의장은 베트남 호치민의 한 병원에서 지난 25일 끝내 목숨을 잃었다. 향년 73살.

 

동료이자 선배, 스승이이었던 정치인을 잃은 정치권 인사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영정과 유가족 앞에 고개를 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산 증인이고 민주 정부를 만드는 데 역대 정권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다. 무엇보다도 힘들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그분들의 고통을 치유하려고 했던 우리 시대의 큰 스승”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그분이 뜻했던 나라를 제대로 세우고 힘이 약한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정치, 그 뜻을 잘 이어가야 되겠다 하는 생각으로 오늘 조문을 했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아침 빈소에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소속 정치인 50여명이 이 부의장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영정 한 쪽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전한 화환이 놓였다. 김 총리와 정 대표는 상주의 자리에서 함께 조문객을 맞기도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청천벽력 같은 비보 였다. 아직 총리님을 보내드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애통함을 전하며, “남북평화, 남북통일을 위해 애쓰기 위해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맡으셨는데, 우리들이 이어서 남북평화와 통일을 이어가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정복 민주당 최고위원도 “건강이 안 좋으셨는데 공직을 맡아 최선을 다해 수행하다가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당에서 애도기간을 설정했고, 온 당원이 한마음이 돼서 추모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했다.

 

이 부의장 장례는 이날부터 31일까지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통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기관·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상임 장례위원장을 맡고, 시민사회 및 정당 상임공동 장례위원장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맡았다. 이날 오후부터 일반 시민도 이 부의장 빈소에 조문할 수 있다.                                 < 김수연 기자 >

 

이해찬 향한 각별한 예우…베트남 정부 “고향서 돌아가셨다 여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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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25일 타계한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의 주검이 27일 오전 국내로 운구된 가운데, 베트남 호찌민시 현지에서 관련 절차를 밟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귀국 과정을 전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27일 새벽 페이스북에 ‘이해찬 전 대표님과 함께 귀국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호찌민시 떤선녓 국제공항 카고 터미널에서 관포식이 거행됐다. 대표님이 누워계신 관에 대형 태극기가 펼쳐져 덮였을 때 다시 콧등이 시큰해졌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서 주인공 동호가 ‘왜 관에 태극기를 덮냐’고 궁금해했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1980년의 태극기와 오늘의 태극기가 겹쳐 보였다”고 했다.

 

이 의원은 고인이 생전에 쌀국수와 호찌민을 좋아했다고 전하며 “(부인인) 김정옥 사모님은 ‘가족들과 의원들, 정부 관계자들을 호찌민시까지 불러들여 쌀국수를 맛보게 하고 호찌민 시내 구경을 시켰다’며 애써 웃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베트남 정부는 대표님 가시는 길에 각별한 호의를 베풀었다”며 “우리의 시장 격인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은 어제 병원으로, 부위원장은 오늘 법의학센터로 각각 방문해 가족을 위로하고 의원단을 만났다”고 말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 의원은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 의전실로 찾아온 응우옌 밍 부 베트남 외교부 수석 차관의 말도 전했다. “베트남도 유교 전통을 가진 나라로서 집안이든 나라든 큰 어른이 돌아가시면 그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잘 안다. 한국과 베트남의 돈독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타국에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 고향이나 진배없는 곳에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해달라.”

 

베트남에서 함께한 김영배 민주당 의원 역시 “베트남 정부의 배려와 정성을 잊지 않겠다”며 이날 페이스북에 현지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사진 속에서 고인의 부인인 김정옥씨와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인 조정식 민주당 의원 등이 태극기로 덮인 관에 손을 대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전날 팜 투 항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난 며칠 동안 호찌민시 인민위원회, 관계 기관과 협력해 이 수석부의장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팜 민 찐 총리 등 베트남 지도부가 한국 정부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대한항공 KE476편을 통해 이날 오전 6시53분께 인천공항으로 운구됐으며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진다.                                                    < 송경화 기자 >

 “신규 원전 33,34호기 이르면 2037년 준공”…공론화 한달도 안 돼 졸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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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새울 3, 4호기 공사현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론화 절차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일사천리’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려,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두 차례 정책토론회(12월30일, 1월7일)와 국민 여론조사(1월21일 발표)를 거친 결과,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원전 계획이 추진돼야 한다는 답변이 60% 이상이었다”며 원전 건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때 수립된 11차 전기본은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3기 규모(700MW급)의 신규 원전을 추가하기로 했으나, 재생에너지 ‘전환’을 공약했던 이재명 정부는 이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겠다고 했었다.

 

이날 김 장관은 “기후대응을 위해 전 분야에서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특히 전력 분야의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가스(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어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부지 공모 작업 등 본격적인 원전 건설 절차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조만간 부지공모를 시작하고 약 5~6개월간의 부지평가·선정 과정을 거친 뒤 2030년 이후 건설허가 획득, 이르면 2037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추진한다.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대형 원전 2기는 국내에 들어설 33, 34번째 원전이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가 진행한 공론화 기간이 한 달여에 불과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전환포럼, 에너지정의행동 등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 전력 시스템에 신규 원전이 진짜 필요한지, 원전을 지을 부지가 있는지, 재생에너지와 공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정해진 결론(원전 건설)을 정당화하려는 호감도 조사를 ‘국민의 뜻’과 공론화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옥기원 기자 >

 

신규 원전 찬성 60%대지만…“정부, 결론 정해놓고 공론화” 비판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서 재차 ‘불가피’ 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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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울주군에 새울 3·4호기 원전이 건설 중이다. 새울 3호기는 지난달 말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았고, 새울 4호기는 올해 말∼내년 초 준공이 목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국민 다수가 미래 에너지 정책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신규 원전(핵발전) 건설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처럼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늘리자’는 식의 결론이 뻔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데 대해, 안전사고 및 핵폐기물 문제 등 미래세대 부담이 큰 신규 원전 건설을 합리화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론화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21일 두 기관(한국갤럽·리얼미터)이 각각 1500여명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에너지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대형 원전 2기, 소형모듈원전 1기) 건설 계획을 계속 추진할지를 두고 공론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두 차례 정책토론회를 연 데 이어 실시한 여론조사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앞으로 ‘확대 필요한 발전원’으로 재생에너지(한국갤럽 48.9%, 리얼미터 4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는 ‘친환경’(한국갤럽 32.4%, 리얼미터 33.4%), ‘미래세대’(한국갤럽 25.6%, 리얼미터 20.1%), ‘안정적’(한국갤럽 15.9%, 리얼미터 22.1%) 등이 꼽혔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를 가장 선호하는 여론이 높은데도,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80%대에 달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89.5%, 리얼미터 조사에선 82%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다’는 의견도 60%대(한국갤럽 60.1%, 리얼미터 60.5%)로 나타났다.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도 60%대(한국갤럽 69.6%, 리얼미터 61.9%)로 높게 나타났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전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압도적 원전 찬성 여론”을 언급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사실상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연이틀 내비쳤다. 이날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최종 결정이 남았으니 공론화도 거치고 의견 수렴도 하고 논쟁도 열어놓고 하자”는 것이 자신의 뜻이라면서도, “미래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데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가 있다”, “국가 계획도 확정됐는데 정권 바뀐다고 마구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서 경영 주체의 판단에 장애를 주는 측면이 있다”, “국제적으로 원전 수출이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고, 시장도 엄청나게 사실 늘어나고 있다”는 등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주로 내놨다. “이것(신규 원전 건설) 때문에 불편하거나 불만 있는 국민들, 특히 원천적 입장을 가지신 분들”이 있다며 “그 점도 고려해야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에서는 정부가 결론을 미리 정해두고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신규 원전이 실제로 필요한지 과학적·기술적 검증은 하지 않고 국민 여론 뒤에 숨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정부가 진짜 미래세대를 위한다면 원전 30기(건설 중 포함)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신규 2기를 더 지을 필요가 있는지, 짓는다면 해당 원전을 어디에 둘지, 늘어나는 핵폐기물 처리는 어떻게 할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모두 무시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인기투표를 하는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 뒤에 숨는 정책 추진은 미래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결과가 이미 예측 가능할 정도로 무의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정부 기관, 환경단체 등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재생에너지 선호도가 가장 높다’, ‘인공지능 시대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 등의 여론은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선 응답자 92.6%가 재생에너지의 전반적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의 2024년 ‘에너지 국민인식조사’에선 81.9%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현우 탈성과대안연구소장은 “앞서 두 차례 형식적인 토론회와 답이 정해진 여론조사 절차로 신규 원전 건설을 합리화하려는 계획을 국민 숙의를 모은 공론화로 포장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여론조사는 공론화 절차 중 하나로, 앞으로 전문가 의견 수렴 등도 거친 뒤 신규 원전 건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옥기원 고경주 기자 >

 

AI 전력 수요 많아 원전 건설해야 한다고?

 

위험천만한 핵발전의 정치화 "비효율"

더 크고 많은 데이터 센터가 아니라
현장과 로봇 등 기기 내부로 옮겨져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될 비용
효율 향상, 수요 관리 쓰는 것이 합리적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최근 인공지능(AI)을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며, 이를 감당하려면 24시간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 이후, 시간축이 맞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던 대통령의 입장도 다소의 변화가 감지된다. 여기에 원전에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더해지며, 원전 확대는 마치 ‘피할 수 없는 선택’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원전 확대론자들 주장과 반대 방향으로 발전하는 AI 산업

 

겉으로 보면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이 주장은 AI 기술이 실제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원전이라는 결론을 먼저 정해 놓고 미래를 단순화한 정책 판단에 가깝다. AI 전력 수요를 이유로 한 원전 확대는, 기술의 진화를 감안하지 않고 가정할 때만 성립하는, 기술 진화 이전의 전제 위에 세워진 정책으로 볼 수 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증가하느냐다. 현재의 전력 수요 전망과 원전 확대 논리는 AI가 곧 대규모 중앙집중형 데이터센터이며, 이런 구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가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정은 이미 현실에서 흔들리고 있다.

 

AI 산업의 실제 방향은 ‘더 크고 더 많은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더 작고 더 가까운 AI로 이동하고 있다.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의료기기, 산업 제어와 같은 분야에서는 AI 연산을 원거리 데이터센터로 보내는 방식이 비용·지연·에너지 측면에서 한계에 도달했다. 그 결과 AI의 핵심 기능인 ‘추론'(Inference)은 중앙 서버가 아니라 현장과 기기 내부에서 수행되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산업 현장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해외 매체들은 현대차그룹과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최근 'CES 2026'에서 공개한 피지컬 AI 비전과 로봇 기술 경쟁력에 잇달아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 18일 전했다. 사진은 CES 2026 현대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물론 초대형 ‘학습'(Training)용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일정 부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AI 전력 수요의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하고, 그 증가를 전제로 수십 년간 되돌릴 수 없는 원전 건설을 정당화하는 정책 판단은 전체의 흐름을 놓친 것이다. 실제로 AI 활용의 다수는 학습보다 반복적인 추론이며, 중앙집중형 추론구조는 점차 비효율로 인식되고 있다.

 

기술 변화 예측 아닌 기득권 유지 위한 전제

 

엣지·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기술은 이런 변화를 구체화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의 상당 부분이 연산 자체가 아니라 냉각, 네트워크, 대기전력에 소모된다. 반면 엣지 AI에서는 이런 ‘연산 외 전력’이 구조적으로 줄어든다. 동일한 AI 추론을 기준으로 볼 때, 전력 소비 구조 자체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은 일부 기업만의 실험이 아니다. 글로벌 반도체·플랫폼 기업들 역시 저전력 AI, 엣지 추론, 온디바이스 AI를 핵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AI 경쟁력은 누가 더 많은 전기를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적은 전력으로 같은 지능을 구현하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초미세 공정(2나노미터급) 반도체와 같은 공정 미세화 역시 이런 전환을 가속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전력 수요 전망과 원전 논리는 이런 기술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데이터센터 중심 구조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계산되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기술 현실을 반영한 예측이라기보다, 기존 전력 시스템의 공급 중심·대형 발전 위주 구조를 유지하려는 전제 설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재가동에 들어갔다가 제어장치 고장으로 하루만에 가동 중단한 일본 니가타 현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지난 19일 촬영. 아사히신문 1월 22일 
 

원전은 한 번 건설하면 되돌릴 수 없는 위험한 선택

 

AI 시대의 에너지 정책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다. “기술 변화까지 감안해도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인가”이다. 엣지 AI와 저전력 나노칩 반도체라는 현실적인 기술 경로가 이미 작동하고 있는데도 전력 수요 예측을 크게 잡아 한 번 건설을 시작하면 수십 년간 되돌릴 수 없는 원전을 선택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안전성을 위해 설정된 원전의 경직성을 완화하겠다며 탄력운전을 도입해 오히려 위험성 증가와 출력 저감에 따른 경제성 저하를 감수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자기모순에 가깝다. 차라리 신규 원전 건설에 투입될 비용을 에너지 효율 향상, 수요 관리, 저장 기술과 계통 보강에 투자하는 편이 가용 재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에서 훨씬 합리적이다.

 

AI 전력 수요를 이유로 한 신규 원전 주장은 이제 합리적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이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이라기보다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이유를 덧붙이는 정치적 결정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원전 확대가 아니라 그 결론을 가능하게 만든 전제부터 다시 검증하는 일이다.   

 

원전 증설은 '우리'를 파괴하는 행위

일방적인 '청정에너지' 홍보, 위험은 감춰
공개토론과 국민적 의사결정 절차 거쳐야

 

매달 집으로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이다. 지난해까지 우리는 전기요금의 3.7%를 이 기금으로 냈다. 정부는 최근 이를 2.7%로 낮췄지만 오랜 기간 연간 2조 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 가운데 상당액이 원자력 발전 관련 연구·홍보·산업 지원에 사용되어 왔다.

 

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 예산으로 원전 홍보를 하는 나라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원전 홍보'란 무엇인가? 수억 원을 들여 지하철 광고판과 유튜브 영상에 “원전은 청정에너지”, “탄소 없는 미래”라는 문구를 내보낸다. 원전이 탄소 배출이 적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 화려한 포장 뒤에는 핵폐기물 문제가 있다. 10만 년 이상 격리해야 할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디에 묻을지, 그 천문학적 비용은 누가 댈지 여전히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대대손손 불안과 위험을 물려주는 짓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재앙적 위험 비용도 충분히 강조되지 않은 채 오로지 ‘전기 생산 단가가 싸다’는 당장의 경제성만 부각된다. 마치 화장실 없는 아파트를 지어놓고 겉모습만 번지르르하니 명품 주거지라며 분양하는 것과 같다.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돈으로 국민에게 반쪽짜리 진실만 전하는 셈이다.

 

5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앞에서 탈핵시민행동이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탈핵희망전국순례'에 앞서 출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탈핵시민행동은 이날 부산 고리원전을 출발 세종, 청와대까지 16일간 신규 핵발전소 반대 도보 행진을 펼친다. 2026.1.5 연합
 

선진국들은 이러한 행태를 단순한 예산 낭비가 아닌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로 본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정부 홍보 활동에 대해 ‘객관성 원칙’을 확립했다. “국가는 기업처럼 자기 상품을 팔기 위해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심리적으로 유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처럼 원전의 장점만 강조하는 편향된 광고를 독일 정부가 집행했다면, 즉각 위헌 판결을 받고 관련 예산은 집행 중단됐을 것이다. 스위스도 비슷하며, 대만 입법원은 국영 전력회사의 일방적 원전 홍보 예산을 의회 권한으로 견제한 모범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국은? 감사원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관련 공무원들을 줄줄이 징계했지만, 최근 증가한 원전 관련 예산과 그 편향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감사 기준이 달라진다면, 감사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도구에 불과하다. 국회의 상임위 의원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자기 정권 때는 눈감고 상대 정권 때만 비판하는 이중 잣대가 반복된다. 예산 삭감이나 조건부 승인 같은 실질적 견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은 후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는 윤리에 입각해 국민이 의사결정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독일은 8주에 걸쳐 온 국민이 공개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원전은 후손에게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탈원전을 결정, 의회투표에서 85% 지지로 통과시켰다. 당시 독일 국민은 재생에너지가 갖는 경제적 이점도 보았지만, 무엇보다 핵폐기물의 비윤리성이 결정적이었다. 혹자는 메르켈 정부를 비난하지만 본질은 국민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상승과 에너지 위기라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국민들은 스스로의 결정을 감내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78년 국민투표로 탈원전을 결정했다. 완공된 원전도 가동하지 않고 폐쇄한 채 지금 2020년 기준 소비전력의 78%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독일은 2025년 기준으로 전기 소비의 약 56%를 재생에너지가 맡고 있으며, 2030년까지 8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은 한마디로 ‘화장실 없는 아파트’다. 원전 증설은 우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핵폐기물이라는 해결불가능한 존재를 미래세대에 남겨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 행위를 본보기로 보여줌으로써 후손들을 잘못 이끄는 비윤리적인 행위다. 후손을 희생해도 좋다는 부모의 악행을 후손들이 본 받으면 인류는 절멸한다.

 

원전은 재생에너지 확대 시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26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며, 전체 전력의 3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규 원전 2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정책은 과연 합리적인가? 한국방송통신대 이필렬 명예교수는 최근 이투뉴스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당장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전력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바로 시작해도 십수년이 걸린다는 원전 2기를 만든다는 발상이 맞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이미 26기가 가동되고 있고, 전력의 30% 이상을 원전이 공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2차전지와 결합해 태양광과 풍력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은 부하추종이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번 가동하면 쉽게 중단할 수 없어, 급증하는 태양광·풍력 전력을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전력계통에 무리가 생기고, 원전 출력을 강제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존 원전들만으로도 이러한 조절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24년 한해동안 가동중단 사례가 빈번히 발생한 것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환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보여준다. 새 원전을 지어도 전기요금은 오르고, 정작 제대로 가동하지 못해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크다.

 

원전업계는 “2032년까지 출력제어 기술을 개발해 재생에너지와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원전은 프랑스와 달리 잦은 출력 변동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다. 잦은 변동은 핵연료봉 안전성 훼손과 고장 위험을 높인다. 과거 한빛원전 사례가 그 증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RE100은 원전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1인당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15년간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왔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에너지부문 관료들의 소극적 의사결정이 큰 원인이다.

 

여론조사에 기댈 일이 아니다

 

그런 관료들이 여전히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원전 증설의 실효성이 불확실한데도 기존 이해관계자를 우선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여론조사만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민간 여론기관을 인용하며 국민 과반수가 원전 추가건설을 찬성한다고 발표하지만, 질문 문항의 신빙성이 낮은 끼워맞추기식 설문이 많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신규원전 추진 응답이 많았다고 하지만, 질문 지문이 “재생에너지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전력수요 증가를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을 활용하는 에너지믹스를 추진한다”는 전제를 먼저 주입한 뒤 묻는 방식이었다. 시민사회는 이를 “정책을 미리 정해놓고 핑곗거리를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동네에 건설해도 좋으냐’고 물으면 답변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여론조사를 마치 국민적 지지인 양 제시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이필렬 교수는 "공개업무보고 때 대통령이 원전에 대해 세세하게 묻고 확인하는 걸 보고 여러 측면을 모두 고려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갑자기 기후부 장관이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과 AI 데이터센터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더라”며 “윤석열 정권이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여론조사로 핑곗거리가 생겼다”고 통렬히 지적했다.

 

왜 다른 길을 선택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가

 

원전 증설은 다른 선택을 손쉽게 포기하는 행위다. 지금은 시민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다. 그 길을 너무 쉽게 포기하고 중앙 집중식 기득권에 굴복하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처럼 우리에겐 이미 다른 길이 열려 있다.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지역 단위로 일치시키는 ‘지산지소’ 원칙은 에너지 자립과 지역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이필렬 교수가 강조한 대로,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차전지 기술을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간헐성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대폭 늘리는 정책이야말로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이다.

 

에너지 권한이 대규모 원전에 묶일수록 시민의 주권은 약화된다. 원전 증설은 에너지 생산 주도권을 시민으로부터 박탈하여 소수 기득권에게 헌납하는 행위다.

 

또한 초가속으로 진화하는 AI와 첨단 기술은 우주태양광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우주에서 24시간 청정 에너지를 송전하는 기술은 이미 실증 단계에 들어섰으며, 미국·중국·유럽·일본이 2026년 이후 실증 미션을 추진 중이고 2030년을 본격 실행시기로 잡고 있다. 이 부문에는 한화 등 한국 민간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아직 경제성과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지금과 같은 AI능력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는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른다. 정부가 이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책임이 있다.

 

헌법이 규정하는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

 

우리 헌법 제35조와 제10조는 국민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을 명시한다. 사고 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전을 증설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적 책무를 약화시키는 행위다.

 

우리는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인구밀집지역에 원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지진과 자연재해 앞에서 원전은 언제든 통제 불능의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공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맹신에 빠져 증설을 외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연초 월성원전 전산제어실 화재 사건처럼 위험은 은폐되기 쉽다. 원전은 태생적으로 위험을 숨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동남해안 산업심장부가 반세기 노력의 결실을 잃을 수 있다.

 

주권자 국민의 역할과 정부의 도리

 

원전 증설을 멈추는 것은 단순히 전력 수급 방식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할지, 후손들에게 어떤 도덕적 기반을 물려줄지에 대한 존엄한 응답이다. 지금의 원전 중심주의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 정의, 미래를 파괴하는 ‘내부의 적’이 되고 있다. 올해가 체르노빌 40주년이다. 언제까지 원전의 볼모가 되어야 하는가? 원전 증설은 ‘우리’를 파괴하는 행위다. 후손을 희생시키려는 부모의 악행을, 후손들이 본 받아 되풀이 하면 인류는 절멸한다.

 

이젠 당대의 국민들이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20여년 전 부안 핵폐기물 사태로 위험을 각인한 바 있다. ‘원전을 용인할 것인가, 우리 동네에도 받아들일 결기를 가질 것인가’를 국민이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뿐아니라 가까운 대만도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조작 가능성 있는 여론조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개토론과 국민적 의사결정 절차를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 국민의 역할이며, 국민주권을 내세우는 정부의 도리다.                                                          <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