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공소청 역사적 출범 했지만 '어수선'
법무장관·공소청장·중수청장 모두 공석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 내부논쟁도 계속

 

현장도 어수선…기대한 첫날 아니지만
검찰청 폐지 의미는 커…제도의 현실화
새 기관 안착, 민주적 통제 등 남은 과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서 중대범죄수사청 현판식을 하고 있다. 2026.10.2 [공동취재] 연합

 

수사권과 기소권을 손에 쥐고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기소와 공소유지는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2일 첫발을 내디뎠다.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요구해 온 민주·진보 진영에선 역사적인 날이라 할 만하다.

 

특히 '검찰 공화국'이라 불린 윤석열 정권의 12·3 친위쿠데타를 극복하고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 4개월 만에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적 변화를 현실로 만들었다는 의미는 크다.

 

다만 검찰개혁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할 이날의 풍경은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새 형사사법체계를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장관과 초대 공소청장(검찰총장)은 모두 공석이고, 중수청 역시 초대 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전종민 중수청 차장이 청장 직무대행으로 이날 개청식을 주재해야 했고, 공소청도 이정현 차장검사가 청장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첫발을 뗐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6일 물러난 뒤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전 장관 후보자가 비위 의혹 등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법무부 장관 자리는 한 달 넘게 비어 있다. 초대 공소청장은 아직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공소청장 후보 추천 접수 마감일은 공소청 출범 이후인 오는 6일이다.

 

장관도 청장도 없었다…'대행 체제'로 출발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초대 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싸고 여권 내부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검찰청 폐지라는 오랜 숙원을 이룬 날, 정작 그 뒤를 이을 핵심 수사기관의 수장을 놓고 민주·진보 진영이 갈라져 논쟁하는 장면은 누구도 바라던 첫날의 풍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7일 검사 출신 김지용 변호사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당시 반대 성명 참여, 문재인 정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반대 입장 발표 등을 놓고 김 후보자가 초대 수장으로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이 여권 내부에서 벌어졌다. 이른바 '친윤석열(친윤) 인사' 논란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검증 결과 당초 검증했던 결과와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고(성기홍 홍보소통수석 10월 1일 브리핑), 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친윤 아닌, 굳이 말해 반윤 행적은 이미 언론 보도로 다 확인되는 사실"이라며, 김 후보자에 대해 직접 엄호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전날인 1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해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들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과 검증 결과 결격 사유가 없다면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은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공소청·중수청이 출범을 알린 이날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김 후보자와 관련해 "친윤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거듭 옹호했다. 한 누리꾼이 "김 후보자가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승진했다는 이유로 '친윤 검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윤석열도 괜찮은 검사라 할 수 있느냐"고 한 글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100% 완벽한 후보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국민추천과 독립된 추천위원회의 4배수 압축, 행안부 장관의 제청을 무시하고 국회의 청문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일단 국회 청문회를 거친 후에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일 출범한 서울 서초구 공소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10.2. 연합

 

공소청장·중수청장 등 인사 문제와 함께, 새 형사사법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인력 문제도 남아있다.

 

중수청의 경우, 인력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중수청은 출범을 앞두고 검찰청 검사와 수사관 등을 대상으로 두 차례 특례임용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1차 특례임용엔 2375명이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615명이 철회해 신청자가 1761명으로 줄었다. 출범 직전인 지난달 15일부터 2차 특례임용에 들어갔다. 두 차례 특례 임용 신청자는 1962명으로 정원의 68.3% 수준이다. 중수청법 부칙에 따라 검찰청·공소청 소속 공무원의 특례임용은 내년 4월 30일까지 계속 된다.

 

공소청 역시 당분간 인력 재편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소청 정원은 옛 검찰의 1만 707명에 견줘 23.5%를 줄인 8182명으로, 검사는 2292명이다. 정원의 80~85% 수준인 약 1900명 선에서 출범하게 됐지만 여전히 검사들의 정원이 많다는 지적이 여권에서 제기된다. 추후 검사정원법 개정 등을 통한 인력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중수청 특례임용이 내년까지 계속되는 만큼 양 기관의 최종 인력 구조가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역사적인 제도 개혁을 이뤘지만, 새로운 체제를 책임질 인사와 조직은 아직 안착하지 못한 셈이다.

 

어수선한 첫날이 개혁 의미 지우진 않아

 

인사와 인력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개문발차한 탓에 이날 대다수 언론에선 어수선한 공소청·중수청 출범 첫날 현장 풍경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지만,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개혁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기존 검찰은 직접 수사하고,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피의자를 기소한 뒤 법정에서 공소까지 유지하는 막강한 권한을 단일 조직 안에서 행사해 왔다. 때로는 이 권한이 정치적으로 활용돼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기도 했다.

 

새 제도에서는 공소청이 직접 수사 기능을 갖지 않고 공소 제기와 유지에 집중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부패·경제·방위산업·마약·내란외환·사이버 범죄 등 법률이 정한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기존 검찰의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폐지됐다. 검찰이라는 단일 기관에 집중됐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현실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한 2일은 검찰개혁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순히 간판을 바꾸고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이를 운용하는 '사람'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수청이 과거 검찰 특수수사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는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공소청이 직접 수사권을 잃은 뒤 본연의 기소와 공소유지 기능에만 충실한 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그리고 두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중수청 출범 첫날 전종민 청장 직무대행이 강조한 것도 '절제'였다. 전 직무대행은 이날 개청식 인사말을 통해 "국가 권력을 입법과 행정과 사법으로 나누었듯, 이제 우리는 수사와 기소를 나눈다. 그러나 권력을 나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나뉜 권력이 저마다 스스로를 절제할 때, 그 나눔은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중수청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2일 출범한 서울 서초구 공소청 앞에 서초경찰서, 공소청,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서울광역공소청 도로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2026.10.2. 연합

 

검찰개혁의 성패는 이제부터

 

검찰개혁은 민주·진보 진영에 오랜 숙제였다. 그간 민주 정부를 거치면서도 권력기관인 검찰의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통제할지를 놓고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가 반복됐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충돌이 벌어졌고, 개혁이 좌초되거나 후퇴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78년 검찰청 체제를 완전히 끝냈다는 사실, 그 자체는 커다란 진전이다.

 

물론 역사적인 개혁일수록 그 첫 장면이 중요하다. 법무부 장관도, 공소청장도 없이 새 체제가 출발하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놓고 정부·여당과 지지층 내부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지금의 모습은 검찰개혁을 오랫동안 기다렸던 이들이 기대했던 출발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더 무거운 책임이 남겨졌다고 할 수 있다.

 

당·정·청은 법무부와 공소청, 중수청의 지휘체계를 조속히 안정시키고 수사 공백이나 사건처리 지연으로 국민이 불편과 피해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수청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인사청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와 후보자의 설명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 기관들이 또 다른 이름의 '검찰'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검찰청의 간판은 내렸지만, 검찰개혁의 성패는 검찰청의 빈 자리에 들어선 공소청과 중수청이 앞으로 어떤 권력을 행사하는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78년 만에 찾아온 검찰청 없는 첫날. 마음껏 웃고 축하하기에는 어수선한 출발이지만, 이제 정부와 국회가 집중해야 할 일은 검찰청 폐지로 시작한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윤석열 정권 시작부터 검찰개혁을 줄곧 요구해 온 촛불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청 폐지를 "기획수사, 조작수사, 공작수사 등으로 점철되었던 정치검찰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요구해 온 국민들이 끈질기고 오랜 투쟁으로 쟁취한 소중한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에 완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소권, 수사권 자체도 막강한 권력으로, 국민의 통제력, 통제권이 높아지지 않는 한 권력기관을 장악한 세력에 의해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 권력관계를 형성해 왔던 정치검찰들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두 기관을 도로 검찰화하기 위해 호시탐탐 집요하게 교활한 공작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해선 "과거 행적 해명과 개혁 의지가 불투명하다"며 우려를 나타낸 뒤, "청와대와 행안부는 검찰개혁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우려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김성진 기자 > 

 

 

'중수청 비용' 언론의 걱정이야말로 거대한 낭비

언론들 철저한 준비 부족과 혈세 낭비 비판
검찰 공화국 체제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외면
2500억 예산은 낭비 아닌 사법정의 위한 투자
냉소적 비관론 자체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2일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 수사 범위가 '9대 중대 범죄'로 규정되는 내용을 담은 중수청·공소청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2026.1.12 연합

 

2일 드디어 발족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두고 언론과 야권의 비판이 거세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쥐고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던 ‘정치검찰’의 폐해를 근절하는 역사적 개혁”이라고 평가하는 언론도 있지만 대다수는 중수청에 대한 우려와 지적을 주로 내놓고 있다.

 

중수청에 대한 지적과 우려는 충분히 나올 만하다. 언론의 보도대로 수장 인선도 끝나지 않았고, 수사 인력도 정원에 미치지 못한 상태다. 인력 부족과 수사 지연이 국민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소 3~4개월 동안은 수사 공백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에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중앙일보 1일자 사설 <수장도, 손발도 없는 중수청·공소청, 피해는 국민 몫인가>가 이같은 비판을 요약하고 있다. 이 사설은 입법과 출범 준비가 졸속이었다면서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오랜 세월 다듬어지며 안착해 온 형소법과 관련 제도를 정치 논리 때문에 졸속으로 뜯어고친 대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전가될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거나 외면하고 있다. '오랜 세월 다듬어지며 안착해온 형소법과 관련 제도'라는 전제부터가 검찰개혁과 중수청 출범이 요청됐던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중수청이 전국 6곳 거점 청사의 사무실 임대료·관리비 명목으로만 25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일자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직접 수사비 외에도 ‘방값’으로 매달 46억원씩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혈세 낭비’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멀쩡한 검찰은 때려 부수고, 수천억 원에 이르는 새 사무실 비용을 혈세로 메우는 것에 동의할 국민이 몇이나 되겠냐”는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은 이같은 공세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조선일보 2일자 사설.

 

그러나 이 비판은 이 사안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혹은 고의로 외면하고 있다. 현재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원이 비용이라면 그 비용은 또한 미래의 성과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언론이 던져야 할 질문은 “새 청사를 짓는 데 2500억 원이 과도한가”가 아니다. “수십 년간 검찰의 권력 남용과 정치적 편향, 그리고 그로 인해 한국 사회가 치러야 했던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비용과 비교할 때, 이 비용과 투자는 과연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중수청 설치 비용을 마치 없어도 될 돈을 낭비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이 비용은 한국 사회에는 일종의 투자랄 수 있다. 그것이 비용이라면 검찰 공화국 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거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인 것이고, 투자라면 민주주의와 사법 정의의 정상화를 위한 내일을 위한 투자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대한민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수사를 취사선택하고, 제 식구 감싸기로 공정성을 훼손했다. 검찰 권력의 남용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것에 따른 비용, 국가 시스템이 입은 신뢰 손실, 부당하게 꺾인 무고한 개인들의 삶, 그리고 왜곡된 사법 정의가 사회 전체에 안긴 유·무형의 손실은 2500억 원이라는 숫자를 훨씬 넘어설 것이다.

 

그 거대한 해악을 바로잡기 위해 수사 기소 분리와 새로운 수사 기관 설립에 나서는 일에 이 정도의 예산이 드는 것은 오히려 지극히 합리적이고 필수적인 투자다. 여기에 “혈세 낭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본말전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들은 ‘비용’을 내세우지만 그 같은 언론의 보도야말로 사실은 한국 사회가 치르고 있는 거대한 사회적 비용이다. 중수청의 태생적 한계를 부각하고 실패를 예견하며, 나아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듯한 냉소와 비관으로 가득 차 있는 언론의 보도야말로 내일을 위한 투자의 성공에 장애물을 놓는 것이다. 과도하게 지불하고 있는 비용인 것이다.

 

언론에 필요한 진짜 질문은 따로 있을 것이다. 

“이 정도 비용,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한국 사회가 수사 체제를 개혁할 만한 가치와 필요가 있는가?”

“검찰의 비대화된 권력을 분산시키고 국민을 위한 수사 기관을 안착시키는 데 이 투자가 미칠 장기적 성과와 편익은 무엇인가?”

 

이러한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은 채, 눈앞의 임대료 숫자만 부각하며 비관론을 퍼뜨리는 것야말로 한국 사회의 거대한 낭비다. 냉소와 비관 자체가 실패로 이끌어가며 큰 비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언론들은 검찰청 폐지 법안 통과로 수사·기소 분리 방침이 확정된 게 1년 전인데도 미리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다고 질타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정권은 검찰 개혁만 외치고 핵심 기관들의 시스템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면서 “만약 민간 기업이 이렇게 했으면 책임자를 문책하고 기관은 퇴출되거나 파산했을 것이다”고 몰아붙인다. 이 신문은 4면에는 <'거악 척결' 상징이던 검찰, 李정부서 '거악'으로 몰려 간판 내려>에서 검찰이 부패 척결과 인권 보호의 상징이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전두환 정권 말기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거치며 검찰이 “인권 보호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했다.

 

중수청의 좌초나 표류를 염려하기보다는 사실상 ‘파산’을 기대하고 바라는 듯하다. 검찰 개혁을 '멀쩡한 거악 척결 기관'을 퇴출시키는 거악인 듯이 몰아가고 있다. 오랜 열망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탄생한 새 기관의 출범 첫 날부터 퇴출과 파산을 마치 예언이나 주문처럼 얘기하는 이같은 태도야말로 언론으로서의 하나의 '파산 상태'를 보여준다.   < 이명재 기자 > 

 

검찰 개혁의 겉과 속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다. 처음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 결과로 증명된다.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발언을 두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하자 대통령실이 반박에 나섰다.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실제 검찰개혁의 ‘결과’만 놓고 보면 대통령실의 반박도 무리가 아니다. 현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기능을 나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도 법률에 담겼다. 대통령실이 “약속한 대로 해냈다”며 억울해하는 이유다.

 

그러나 유 작가가 던진 질문은 단순히 결과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2025년 9월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여당은 시행을 1년 뒤로 미뤘다. 78년 된 검찰 조직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1년은 단순한 행정 준비기간만은 아니었다. 보완수사권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검사가 새 수사기관의 수사에 개입할 여지는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실제 제도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숙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 정부안이 논란이 됐다.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의 수사 개시를 통보받는 등 검사가 수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남긴 내용이 포함됐고,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조항이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이 장면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과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청의 간판을 떼는 것은 행정이다. 하지만, 검찰의 권한을 떼어내는 것은 개혁이다.

 

대통령실은 최종 결과를 놓고 말한다.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 그러니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반대했다는 주장은 왜곡이다.” 틀린 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시민은 그 과정에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1년의 시간은 왜 필요했는가.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숙의했는가. 왜 정부안에 다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흔들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갔는가. 그리고 왜 결국 민주당이 다시 고쳐야 했는가.

 

이 질문까지 ‘왜곡’이라고 한다면 논쟁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개혁은 결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원칙으로 출발했는지, 그 원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고쳤는지도 개혁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 작가의 “국민을 속였다”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정적이고 거칠다. 이 대통령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온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남는 질문은 있다. 대통령이 생각한 검찰개혁과 국민이 이해해 온 검찰개혁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면, 왜 그 차이를 지금까지 설명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검찰청을 없앤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면 된다. 그 1년의 시간 동안 무엇을 개혁했는지, 그리고 그 개혁이 당초의 약속보다 어떻게 더 크게 진척되었는지를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다. 굳이 과거의 말로 방어하려 애쓸 필요도, 현재의 성과를 외면한 채 ‘속였다’며 날을 세울 필요도 없다.

 

정치적 비판은 정치의 장에서 풀어야 한다. 유 작가의 표현이 거칠고 단정적이긴 하지만, 지지층과 대중이 체감해 온 개혁의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어내는 정치적 수사로 읽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이를 곧바로 법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는, 정부가 진영 내의 아픈 지적을 포용하기보다 억누르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비판을 법으로 다스리려는 순간 민주주의 공론장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정치는 말의 싸움이 아니라 기록의 싸움이다. 청와대가 억울함을 해소하고 싶다면 법적 칼날을 검토하기보다, 지난 1년 동안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숙의를 거쳤고 제도가 어떻게 진전되었는지를 투명한 기록과 성과로 증명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태도일 것이다.

 

결국 국민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 기준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냈느냐가 아니다. 처음 무엇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그 진실의 기록을 냉정하게 지켜볼 뿐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1년 10개월 다 돼가는데 이제야 1심 결심 마쳐
11월 18일 선고, 금고형 확정되면 시장직 상실
"여당 의원 108명의 표를 묶어두는 일 앞장
헌법기관인 의원의 표결권 막아 내란 가담"

 

계엄합수부에 검사 파견 검토 심우정과 전무곤
공판준비기일 열렸는데 변호인 전면 혐의 부인
김승원 의원 의혹 관련 제넨셀 창업자 강모 씨
항소심에서 징역 4년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대구시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9.2 연합 자료사진

 

내란특검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대구시장에게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범죄로 의심되는 행위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무려 1년 10개월이 다 돼가는 시점에야 1심 결심이 이뤄졌다.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지난해 12월 7일에야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해 올 3월 25일부터 13차례 공판을 열어 심리한 끝에 이제야 1심 결심을 마무리했다. 그 사이 추 의원은 6·3지방선거를 통해 대구시장에 당선돼 계속 재판을 받아왔다. 

 

내란특검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추 시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고는 오는 11월 18일 오후 2시에 이뤄진다. 추 시장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시장직을 잃게 된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계엄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의원의 헌법적 책무를 저버린 채 내란에 적극 가담하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계엄 해제 의결의 성패는 151이라는 의원 숫자에 달려 있었는데, 이 숫자가 채워지지 않도록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군과 경찰을 투입했고 피고인은 집권여당 의원 108명의 표를 묶어두는 일에 앞장 섰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는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시장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여당 원내대표로서 계엄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헌법기관인 동료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계엄 선포 이후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90명이 당시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재 무소속 의원)와 안철수 의원은 재판 과정에 상반된 주장을 내놓아 맞서기도 했다. 한 의원 측은 출입기자 대상 알림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즉시 계엄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국회로 이동했다며 "이동 중 경찰의 국회 봉쇄 상황이 확인되자 당사를 임시 집결지로 안내했다. 이는 국회 출입이 차단된 상황에서 이뤄진 일시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한 의원도 직접 페이스북에 "안철수 의원이 국회 앞에 도착한 밤 12시 10분경에는 이미 의원 텔레그렘 단체방 등에서 당사가 아니라 본회의장으로 오도록 강력히 요청하던 때였다"며 "안 의원의 증언은 시간 순서를 뒤섞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의원총회 장소 결정 권한이 추 원내대표에게 있고 원내행정국 직원들도 그의 지시에 따라 공지했다는 진술을 제시하면서, 이를 단순한 행정 착오나 혼선이 아니라 추 원내대표의 의사에 따른 행위로 봤다. 만약 추 원내대표의 당사 소집 공지가 없었더라면 더 많은 의원이 본회의장에 도착해 계엄 해제 의결에 동참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표는 자신의 책에다 12월 3일 밤 11시 58분경 본회의장에 들어갔고 추 원내대표 뿐 아니라 여러 의원들에게 직접 연락해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 추 원내대표의 통화 내역에도 4일 0시 3분쯤 한 대표와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 한 대표는 서범수 당시 사무총장과 11시 5분, 11시 20분, 0시 9분경 통화하며 본회의장으로 의원들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우원식 당시 의장은 0시 29분과 38분쯤 추 원내대표와 통화를 통해 계엄을 빨리 해제해야 한다며 본회의 개의 시간을 알렸고, 군이 국회에 진입한 상황 때문에 개의 시각을 당겨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런 모든 전화 연락을 받고도 추 원내대표가 이런 사실을 원내대표실이나 당사에 있던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특검은 추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로 정하고 총회 개회를 위해서도 큰 노력을 하지 않아 실제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는 행위를 했고 그것으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내란 가담 및 즉시항고 포기 관련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6.7.16 연합 자료사진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내란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심 전 총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38-3부(최영각 장성진 정수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무곤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의 변호인 역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들은 아직 사건 기록을 모두 검토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유보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3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 전 입증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심 전 총장과 전 전 검사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심우정 전 총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2024년 12월 3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계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한 혐의를 받는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군사법원 관할로 가는 범죄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건을 작성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지난해 3월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법원이 인용한 후 직권을 남용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혐의도 적용됐다.

 

전무곤 전 검사장은 비상계엄 당시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서 심 전 총장을 보좌해 비상계엄 하 재판 관할 문서 작성과 관할 논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식약처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제넨셀 설립자 강 모 씨가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2026.9.15 연합 자료사진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의 코로나19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에 연루된 제넨셀 창업자 강모 교수가 배임 등 혐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3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강 교수는 이날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에서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강 교수가 2021년 1∼10월 코로나19 신약 개발 과정에서 허위 내용이 담겼거나 주요 내용이 누락된 자료를 제출해 특허청 특허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아울러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뒤집었다.

 

강 교수가 양모 씨를 통해 김승원 의원에게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승인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양씨 측에 투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줬다는 게 혐의 골자다. 2심은 "피고인이 김승원을 통해 식약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청탁한 것으로 보고, 그 대가로 (양씨에게) 6억을 지급했다"며 "그 과정에 전환사채 인수 형식을 취해 마치 양씨가 정당하게 취득한 것처럼 가장했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은 강 교수가 법정구속되자 이때다 싶어 "이제는 김승원 차례"라며 공세에 나섰다. 조용술 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2심 재판부는 강씨가 브로커를 통해 김 의원에게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고 판단했고, 그 대가로 (브로커에게) 6억원을 지급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제 단순한 의혹 제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억원의 실체는 무엇인지, 청탁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과정에 김 의원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청탁 과정에 추가적인 권력 개입은 없었는지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법 앞에 성역은 없다. 김 의원은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하라"고 덧붙였다. 

 

5선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거의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려 "'공소 취소 심부름꾼' 김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됐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대통령이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강행하려 했다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인사청문 정국 당시 앞장서 의혹을 제기했던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항소심 법원은 룸살롱 여동생 브로커 양모씨가 강씨에게서 받은 6억원을 '오빠' 김승원이 식약처장에 독약 로비해준 대가라고 명백히 인정했다"면서 "오늘 강씨의 법정구속으로 '오빠 독약 로비 특검'의 문이 열렸다"고 했다.                                 < 임병선 기자 >

 

 

 

뉴스타파, 1월 법률신문 대표 등과 오찬 보도
11명이 52만 5000원 업무추진비 결제 기재
법률신문 이수형 대표 "7명이 식사" 확인해줘

 

가장 싼 메뉴 일인당 6만 5000원으로 알려져
출입처 기자들과 대표라 청탁금지법 위반 분명
법사위, 조 대법원장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

 

본인도 "국감에서 필요하면 공보관 통해 전달"
법원행정처장 "조 원장 격노한 사실 없고
재제청 방안만 골라 보고한 것도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9.28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업무추진비를 무분별하게 썼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법률신문사 대표와 기자 등에게 고가의 식사를 제공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지금까지는 대법원 직원들이나 재판 연구관들에게 격려 차원의 식사 대접에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조 대법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을 사지 않도록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사실이 28일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다. 

 

조 원장은 지난 1월 15일 법률신문 이수형 대표 등과 오찬을 가졌다. 식사 장소는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서울 강남의 고급 한정식 전문점이었다. 당일 식사 비용은 조 대법원장이 지불했는데 개인 돈이 아니었다. 국민 세금인 업무추진비로 식사 비용을 결제한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실을 통해 대법원에서 작성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확보했는데 해당 자료에는 11명이 모두 52만 5000원어치의 식사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의 한정식 전문점 일인당 식사 비용은 최소 6만 5000원이었다. 이 금액 아래로는 아예 주문할 수 있는 메뉴 자체가 없다.

 

그러니까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자료에 나와 있는 대로 식사 자리에 11명이 참석했다면 최소 71만 5000원을 결제했어야 하는데 52만 5000원으로 기재된 것이다.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모든 지출 내역이 일인당 3만~4만 8500원대에 맞춰져 있다. 

 

동아일보 법조기자 출신이며 2022년 5월 11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수형 대표는 뉴스타파 취재기자에게 당시 식사 참석 인원을 직접 확인해줘 눈길을 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사실관계 확인해서 답변 보내드립니다'로 시작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참석 인원은 대법원에서 대법원장 포함해 토론회 행사를 주관한 분 등 4명 참석했고, 법률신문에서 대표이사와 OOO 당시 편집국장, 법원팀장인 OOO 기자가 참석했음. 이상입니다'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확인한 대로 7명이 식사를 해놓고 대법원은 식사 참석 인원이 11명이라고 허위로 적어 넣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대법원이 조 원장의 업무추진비 자료를 허위로 작성할 분명한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신문은 국내 유일의 법조 전문 언론이다. 대법원과 그 아래 소속된 각급 법원에 대한 기사도 중요하게 다룬다. 조 대법원장이 식사를 제공한 법률신문의 대표, 편집국장, 법원팀장은 대법원장의 직무와 관련된 인사, 즉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조 원장이 법률신문 대표 등에게 제공한 식사는 일인당 최소 6만 5000원인데 청탁금지법 허용 기준인 5만원을 벗어난다. 식사 참석 인원을 11명으로 기입하면, 조 원장이 제공한 식사 비용은 일인당 약 4만 7000원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벗어난다. 

 

뉴스타파는 대법원에 조 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심을 감추려는 목적이 있었느냐고 물었지만 대법원은 답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 “집행 과정에서 관련 규정과 지침에 위반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행 관련 서류 등에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포함된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명단이 야당 법사위원 자리에 놓여 있다. 2026.9.28 연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조 대법원장을 증인 명단에 포함했다고 항의하며 의결 전에 퇴장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대법원 국정감사 때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는 것이 관례였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경위 등을 질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맞받았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은 "법원행정처에서 제청하는 게 맞는다고 하니까 대로(大怒)하면서 재제청을 안 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을 불러서 '왜 당신은 거부한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법원행정처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전화해 사퇴를 종용했다"며 "(대법원장을) 불러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퇴장 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적 근거와 사유도 없는 재제청을 요구한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규 의원은 "대법원장을 창피 주고 압박 줘서 사직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 외에 명분이 없다"며 "대법원장을 불러 신문하는 선례는 없었고,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꼭 필요한 게 있으면 공보관을 통해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6.9.28 연합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법사위 현안질의에 나와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법원행정처 의견을 격노하며 묵살했다'는 여권발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 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법원장이 저에게 격노하신 적은 없다"며 "화를 내신 적도 없고 행정처에서 어떤 특정한 의견을 보고드린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노 처장은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냈다"며 재제청을 하자는 의견도 여러 방안 중의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당초 법원행정처 내부에서 재제청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마련해 보고했으나, 조 대법원장이 이를 묵살하고 재제청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다시 정리하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행정처는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보고했을 뿐, 특정 방안만을 제시했다거나 이를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적은 없다는 게 노 처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요구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법원장의 재제청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는 취지로도 답변했다. 노 처장은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반려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제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법원장에게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다른 분을 제청해달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 스스로 제청을 철회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을 (제청)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면 헌법에 근거가 없어서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반려했다고 해석이 되면 어떻게 할지는 또 세 가지로 해석이 나뉜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제청을 놓고 청와대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합의 관행을 깨고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25일 만인 지난 22일 취재진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에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히지 않았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 임병선 기자 > 

 

 

조희대 ‘허위 업무추진비’… 올해 상반기에만 최소 13건 확인

 
 
 

대법원이 허위로 작성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이 2026년 상반기에만 최소 13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한 끼 식사 비용으로 많게는 1인당 20만 원을 지출했는데, 대법원이 식사 참석 인원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1인당 5만 원 이하의 식사를 한 것처럼 업무추진비 자료를 허위 작성한 것이다.

 

나아가 대법원은 허위로 작성한 자료를 국회에 국정감사용으로 제출하기까지 했다. 형법상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 차원의 감사,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원 허위 작성 조희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추가 확인

 

뉴스타파는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를 취재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이 의혹이 감춰지는 방향으로 대법원이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 기사: 조희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대법원이 ‘허위 자료’로 은폐 / https://newstapa.org/article/pfFw-)

 

이게 다가 아니다. 올해 5월 26일 조 대법원장은 ‘국제심의관 전출 기념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한강이 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판사들과 점심 식사를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식사 비용 44만 6,000원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식사 인원을 15명이라고 적어 넣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짓말, 허위다.

 
 
▲대법원에서 작성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뉴스타파는 취재를 통해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의 카드 영수증을 새롭게 확보했다. 여기에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 바로, 주문 내역이다. 식사 인원이 몇 명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있는 정보다.
주문 내역을 보면 ‘스페셜 코스’ 5개가 찍혀 있다. 식사에 참석한 인원, 실제로는 5명이었던 거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자료에 식사 인원이 15명이었던 것처럼 인원을 부풀려 적어넣었다. 
 
 
▲뉴스타파가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보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 ‘국제심의관 전출 기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인원, 실제로는 5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 2월 5일 조 대법원장은 퇴직 법관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고급 한식 레스토랑을 찾았다.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로 식사 비용 60만 원을 결제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식사 인원을 12명이라고 적어넣었다. 이 역시 거짓말, 허위다.

 

▲대법원에서 작성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뉴스타파가 새롭게 확보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의 카드 영수증을 보면, 주문 내역에 와인 1병과 1인당 16만 원짜리 코스 요리 3개가 찍혀 있다. 식사에 참석한 인원, 실제로는 3명이었던 거다. 그런데 대법원은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자료에 식사 인원이 12명이었던 것처럼 인원을 부풀려 적어넣었다.
 
 
▲뉴스타파가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보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 ‘퇴직 법관 만찬 간담회’에 참석한 인원, 실제로는 3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조희대 ‘허위 업무추진비’… 2026년 상반기에만 최소 13건 확인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2026년 자료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실을 통해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치만 공개된 상태다. 건수로는 총 59건이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서울에 위치한 식당에서 ▲카드로 결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26건을 중심으로, 대법원에서 허위로 작성한 내용이 있는지 검증했다.

 

취재는 이렇게 진행했다. ①먼저 식당 한 곳 한 곳에 직접 찾아가 주문 내역이 나오도록 카드 영수증을 다시 발급받았다. ②이 영수증 속 주문 내역을 통해 확인되는 실제 식사 인원과 대법원에서 작성한 자료 속 인원을 대조했다.

 

검증 대상으로 삼은 26건 가운데 13건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영수증을 재발급받지 못했다. 결제한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제 영수증을 다시 발급하는 게 불가능한 식당이 여럿 있었다.

 

카드 영수증을 다시 발급받아 실제 식사 인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나머지 13건. 한 건도 빠짐 없이 전부, 대법원이 식사 인원을 허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고 4배 넘게 부풀린 식사 인원… 1인당 식사 비용 20만 원 → 5만 원

 

허위 작성의 목적은 분명해보인다. 대법원은 많게는 4배 넘게 식사 인원을 부풀렸다. 그 결과 1인당 최고 20만 원이었던 식사 금액은 전부 5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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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원, 50만 원 썼는데 그걸 인당 금액 5만 원 이하로 맞추는 방법은 참석 인원을 늘리는, 부풀리는 수밖에 없잖아요.

그거는 결국에는 뭔가 어떤 지침이든 법령이든 뭔가를 좀 회피하기 위한, 그걸 위반했는데 위반을 감추기 위한 그런 거라고 봐야죠."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대법원, 국회에 조희대 ‘허위 업무추진비’ 자료 제출…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가능성

 
 

심각한 문제, 더 있다. 대법원은 이렇게 허위로 작성한 자료를 다름 아닌 국회에, 그것도 국정감사용으로 제출했다.

 

"국회가 자료 제출 요구를 해 가지고 대법원이 자료를 제출했다면 그거는 공문서라고 봐야죠.

왜냐하면 국회의원의 공식적인 자료 제출 요구에 의해서 보낸 것이기 때문에 다 공문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형법상 허위 공문서 작성 등 범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일을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 사법부의 정점에 있는 대법원이 벌였다.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했기 때문에 만약에 그 참석 인원 같은 것들을 허위로 기재하면 그거는 ‘허위 공문서 작성죄’도 성립될 수 있고요.

고의성이 있느냐에 따라서 형사 처벌 여부는 가려지는 거지만 참석 인원을 허위로 적는다는 걸 인식하면서 적었으면 그 사람이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지시한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이제 다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 나아가 수사가 필요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뉴스타파는 ▲대법원에서 공개한 ‘대법원장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가운데 허위 작성 사실이 확인된 내역의 원문과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보한 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의 카드 영수증(주문 내역) 원본을 공개한다.                                         < 임선응 김규휘 기자 >

 

 

 

 

 

성기홍 "우크라가 먼저 북 포로 송환 비공개 요구"
일방적 공개와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 표명
추석 연휴 마지막날 밤 11시 이례적 입장 발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김정은 심기 살펴 함구"
민주 한병도 "숭고한 희생 욕보이는 행태 멈추라"

 

로이터, 팩트 위주 전달 "우크라 대사관 답 안해"
AFP "한국은 북한이 적대적 될까봐 '로 키' 대응"
리트빈 고문 "합의 존재하지 않는다" 논란 불러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 실장의 망발
"DMZ 지뢰와 북 전쟁준비, 무력충돌 임박"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한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6.7.8 연합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에 송환돼 안전하게 도착한 사실이 공개된 뒤 야댱이 연일 펼치는 '안보 장사'가 우려를 낳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두 나라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느냐를 두고 엇갈리는 가운데 청와대가 먼저 비공개로 처리할 것을 요청한 것은 우크라이나 쪽이라고 밝히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청와대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 밤에 우크라이나를 향해 "양국 간 우호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는 등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논의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로이터 통신도 이 소식을 전했고, 미국 CNN은 로이터 기사를 그대로 실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7일 밤 11시쯤 입장문을 내고 우선 그동안의 협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했다.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으나,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의 한 소식통이 언론에 "비밀 유지를 약속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진실 공방 양상으로 번졌다. 

 

성 수석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협의하는 과정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 송환 시 다수의 자국 포로와 교환할 기회를 포기했다는 (자)국내 비난 여론이 나올 수 있는 등 매우 민감한 사안이니 한국 송환 사실을 비공개하자'며 보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측 역시 포로 당사자와 가족들의 안전 문제와 외교 안보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비공개에 합의하고 송환 절차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요구해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성 수석은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이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양국의 우호 관계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합의를 위반한 일방적 공개와 '비공개 합의 사실이 없다'는 허위 공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성 수석은 "이 사안과 관련해 국내 일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국익에 관계된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을 정쟁화하고 있다"며 "부당한 우크라이나 측 행위를 두둔하며 국익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확인되지 않은 허위 주장이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삼가시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인들의 사진을 소셜 미디어 성명과 함께 공유했다. CNN은 그 남성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 젤렌스키 X 갈무리

 

로이터는 북한군 병사들이 러시아를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붙잡힌 경위를 간략히 설명하고 이들의 송환을 둘러싼 한국과 우크라이나 측의 상반된 입장을 소개했다. 아울러 성 수석의 입장 발표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으나 우크라이나 대사관 측은 곧바로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로이터 기사를 전재하며 한 북한군 포로의 사진을 올렸는데 얼굴은 흐릿하게 처리했다. 국내 언론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은 포로로 붙잡힌 사실이 처음 국내에 알려졌을 때 이미 공개됐다는 이유로 얼굴 사진을 그대로 공개한 것과 비교된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여부에 관한 입장은 25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디어 고문 드미트로 리트빈의 소셜미디어(SNS) 댓글을 빌려 나왔다. 리트빈 고문은 우크라이나가 북한 전쟁포로들의 이송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한국과의 합의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발레리 잘루즈니의 미디어 고문 옥사나 토롭의 게시물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어 부인에 나섰다.  

 

토롭은 젤렌스키가 뉴욕으로 가서 포로들의 한국 이송을 공개했다고 쓴 뒤 "하지만 문제는, 두 나라 간에 비밀유지계약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쇼, 과대광고, 인상적인 영상에 대한 인상적인 효과"라고 적었다. 리트빈은 댓글을 달아 "그런 합의는 없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특정 죄수들이 어디로 보내지는지 숨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적었다.

 

잘루즈니는 우크라이나 차기 대선 주자로, 젤렌스키와 경쟁하는 최대 정적으로 꼽힌다. 그의 언론 참모가 공개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젤렌스키의 포로 이송 공개 사실을 “화려한 쇼, 과장된 홍보”라고 비판한 것은 이번 논란이 우크라이나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언론들에 따르면, 리트빈은 대통령실 외신 채팅방에서 연합뉴스의 관련 질의에 “우리는 개방된 나라”라며 “우리 군인들이 포로로 잡은 이들을 어디론가 그저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AFP 통신은 뒤늦게 청와대 입장문을 인용 보도하며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의 우려를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공개가 평양 당국이 남한을 적대적으로 대하게 하는 계기가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조건 없는 평양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전임 윤석열 정부 시절 대북 강경 노선에서 전환해 북한이 반발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로 키'(low-key) 전략으로 대북 문제에 접근해 왔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된 군인들을 정권 선전의 영웅적 서사에 이용해 왔으며, 한국 정부는 포로들의 남한 귀환을 확인하고 이를 공개하는 것이 서울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번 갈등은 한국 내 파장을 넘어, 키이우 당국이 동맹국에 무기 보급을 요청하는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위험도 있다. 한국은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막는 헌법 조항을 내세워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견한 이후 방어 무기 요청을 한국에 해 왔다. 

 

경남대학 임을출 교수는 AFP에 "이번 사건은 한국과 우크라이나 간 신뢰 관계에 중대한 타격을 입혔다"면서 그 신뢰가 훼손됨으로써 "치명적이든 그렇지 않든 한국 정부는 필연적으로 더 신중한 접근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28 연합

 

그런데 야당인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의 '안보 우려 장사'는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군 포로 국내 송환 비공개 논란을 두고 "이미 본인들의 얼굴이 공개됐고 한국행 의사까지 확인된 마당에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숨겨야 할 이유가 있다면 김정은의 불편한 심기뿐"이라고 언급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야당이 젤렌스키를 공격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쟁점을 제기하고 있는데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걸 그대로 받아다 이재명 정부 흠집내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는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나라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아예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북한 김정은의 비서실장인지 헷갈린다"며 "국민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하야하든지 국민이 끌어내리든지 운명의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군 송환을 공개하느냐 마느냐가 국민을 지킬 생각이 있느냐와 없느냐의 문제로 치환되는 것은 그의 뇌 속에서만 벌어지는 일이다. 

 

그는 또 비무장지대(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에 대해 "고의적인 조사 지연, 사고 축소, 은폐 모두 대통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대통령이 북한 도발의 진상을 덮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6월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있었고 대통령은 어떤 지시를 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밝혀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사고 은폐를 지시했다면 이야말로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안보 사안을 다루며 갑자기 김정은 얘기를 하다 '하야'와 '탄핵' 같은 자극적인 단어들로 건너 뛰는 논리적 비약이 신기할 따름이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최근 지뢰 추정 폭발 사고에 대한 국민의힘 공세에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욕보이는 행태를 당장 멈추시기를 바란다"고 28일 촉구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어떻게든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장병의 희생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쏟아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막말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라며 "장 대표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가정에 가정을 더해 대통령이 고의로 조사를 지연시켰다면 외환죄에 해당한다며 탄핵까지 거론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현장은 안전 확보가 먼저 필요한 곳"이라며 "합참은 현장 조사 일정 등 작전 계획이 공개될 시 장병과 조사단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은폐 시도라고 한다"며 "장병을 위험한 곳에 투입했다고 비판하면서 조사단의 안전 확보 노력은 은폐라고 몰아붙인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한 원내대표는 "합동 조사와 감정 결과까지 끝까지 확인하고 진상을 엄하게 따지겠다"며 "사고 원인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고 국군 장병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속한 민생 수습과 인사를 촉구하며 "국민의힘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며 "DMZ 폭발 사고와 포로 송환을 두고 단순한 정쟁을 넘어 음모론까지 양산하면서 국민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이 지난달 18일 키이우 인근 국립군사추모묘지에서 예우헨 코노발레츠의 유해를 재안장하는 의식 중 경례하고 있다. 2026.8.18 AFP 연합 자료사진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신 키릴로 부다노우 대통령실장이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이 군사력을 증강해 한반도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도 언급하며 남북한 무력충돌이 임박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는 부다노우 실장이 온라인 매체 뉴스포스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북한은 우크라이나전 참전 경험을 활용해 자국 무기를 개량하고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동시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며 “북한이 새롭게 도입한 무기 가운데 일부는 러시아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는 이런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무인기(드론) 기술과 관련해 “이미 자폭형 공격 드론의 대량생산체계를 구축했다”며 “이는 한반도 지역의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이런 행보가 “한반도에서 실제 전투를 수행할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를 언급하며 “최근 남북한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통제 불가능한 (무력 충돌의) 도화선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져 한반도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는 부다노우 실장의 주장은 우크라이나가 그간 한국의 무기 지원을 정당화하며 언급했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북한이 최근 본격적으로 시험에 나선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전술이 한반도의 군사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북한이 우크라이나전과 이란전에서 사용된 전술을 채택해 재래식 무기에 드론을 결합한 벌떼 공격 훈련을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의 방공망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공격용 드론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방사포 등 4가지 무기를 한꺼번에 발사했다. 20일에는 극초음속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WSJ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동시에 소련 시절에 만들어진 재래식 무기를 현대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긴밀한 군사 협력은 이런 노력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