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없고 '주적'만 있는 '북한 장사'

● COREA 2026. 9. 27. 10:5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는가.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무인기 공작을 벌여가며 전쟁을 유도했던 내란수괴를 배출해낸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 과연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을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 하는가.

 

인사청문회만 열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가 있다. 국민의힘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지 오래된 마법의 주문,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입니까”다.

 

이 주문을 한 번 외우고 나면 묘한 마법이 시작된다. 북한이라는 두 글자만 등장하면 복잡한 정책과 현안도 어느새 ‘북한 눈치 보기’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복잡한 현실을 설명하기보다, 북한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논쟁을 끝내버리는 것이다.

 

물론 야당이 정부에 안보 기조와 대북 정책을 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안보를 묻는 것과 북한을 만능 정치 프레임으로 소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순은 더욱 선명해진다.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당시에는 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유로 “북한 눈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이 한국행 의사를 밝히자, 정부는 포로의 안전과 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는데, 외신 보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도 “북한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왔다.

 

북한으로 돌려보내도 눈치 보기이고, 한국으로 데려와도 눈치 보기라면 무엇을 해도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북한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소재를 끌어와 모든 사안을 같은 정치적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방식에 있는 것은 아닐까.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면, 결국 남는 것은 안보가 아니라 정쟁뿐이다.

 

그런 논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군 포로 송환은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공개 협의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징 치고 춤추며 온 세상에 광고했을 그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비공개 노력이 이해가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북한 눈치 보기’에 대해서도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며, 북한군 포로 문제를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보는 중차대하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 또한 실재한다. 그러나 정부가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북한 눈치 보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누구냐가 아니다.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어떤 원칙과 법적 절차를 밟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 묻는 일이다.

 

‘주적’이라는 단어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안보가 저절로 단단해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위협을 직시하는 것과 북한을 국내 정치의 도구로 소모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무인기 공작을 벌여가며 전쟁을 유도했던 내란수괴를 배출해낸 국민의힘에 묻고 싶다. 과연 언제까지 ‘북한 장사’를 모든 합리적 논쟁을 덮어버리는 만능 키로 사용하려 하는가.                                                                                                              < 홍순구 시민기자 >

 

 

 

 


법관 평가의 진정한 기준에 대한 통렬한 질문
“사법농단 사태 때 당신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
재판관은 자기 판단에 대한 확신뿐 아니라
무사무욕, 비판적 성찰, 관용과 겸손 갖춰야

 

최근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불거진 갈등 속
좋은 사법부의 모습에 대한 또 다른 탐색
‘사법부는 국민의 것’ 시각에는 미치지 못해
독립한 사법권력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돼

 

 

대한민국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이어진 탄핵 정국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를 겪으면서 ‘헌법이 무엇이며,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됐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사법 권력의 독립성과 민주적 정당성은 어느 때보다 격렬한 논쟁 대상이 되고 있다.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의 『헌법을 생각하는 일』(사회평론, 2026년 5월)은 바로 이런 시기에 법관 스스로 사법부를 돌아보며 던지는 성찰의 기록이다.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헌정 위기를 겪은 뒤, 22년간의 법관 생활과 6년간의 헌법재판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포함한 법관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되돌아보고 사법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법관 인사권 틀어쥔 대법원장이 법원 독립을 위협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인상적인 문제의식은 법관을 평가하는 진정한 기준이 무엇인가에 관한 저자의 통렬한 질문이다. 앞으로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 후보자를 평가할 때 출신 연구회나 학벌, 고향, 종교, 재산 같은 표면적인 조건을 따지기보다 훨씬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곧 “사법농단 사태 때 당신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 권력의 압력 앞에서 법관의 독립을 지켰는가. 동조했는가. 침묵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과거 사법농단은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참담한 사건이었다. 권력이 사법을 압박하던 시기에 법관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그들의 가치관과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평상시의 경력이나 말보다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했는지가 한 인간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듯이, 법관 역시 헌법적 위기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가 그가 말하는 ‘사법부 독립’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저자는 법원의 독립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법관 인사권을 지적한다. 대법원장이 법관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는 법관들이 재판할 때 인사권자의 의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고, 그것만으로도 법관의 독립은 구조적으로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관 개개인의 용기와 양심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법관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6.8.5.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 제도와 문화의 차이

 

저자는 같은 사법부에 속하면서도 헌법재판소가 상대적으로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통해 재판관 개개인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모습을 소개한다. 권위적인 직급 대신 각자가 정한 호(號)를 부르고, 가장 늦게 임명된 막내 재판관을 ‘총무’로 지정해 평의에서 먼저 발언하게 하는 관행 등이 좋은 사례다. 선배 재판관들의 의견을 먼저 들은 뒤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젊은 재판관부터 자신의 논리를 펼치게 함으로써 신임 재판관이 위계에 눌리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와 문화의 차이는 단순한 조직문화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그것이 헌법적 판단의 과정과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법관의 독립은 법률상 선언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 속에서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구조적·문화적 차이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일과, 같은 해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해 전원일치 결정을 내린 일을 제시했다. 두 사건의 법적 쟁점과 재판의 성격은 서로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개별 판결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헌법기관 내부에서 재판관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지점이다.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2025.2.11. 연합

 

재판관의 덕목은 무사무욕, 비판적 성찰, 관용과 겸손

 

총 8부로 구성된 이 책은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집회의 자유 등 헌법재판소에서 다뤘던 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헌법적 판단의 의미를 되짚는다. 저자는 결정문이라는 건조한 텍스트 뒤에 숨어 있던 재판관들의 치열한 고민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며 자신의 판단이 다수의견이 되지 못했던 경우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당시에는 소수에 머물렀던 생각이 언젠가 헌법의 발전을 위한 씨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동료 재판관들의 판단을 매섭게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비판의 칼날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데 있다. 저자는 재판관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만이 아니라 무사무욕, 비판적 성찰, 관용과 겸손이라고 강조한다. “확신에 차 있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사람이,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사람보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는 그의 태도에서는 세속의 권력을 다루는 법관이라기보다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에 가까운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저자는 법관의 양심이 개인적인 취향이나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오직 헌법이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헌법재판관 선임의 민주적 정당성, 재판관 구성의 다양성, 사건 처리 속도의 일관성 등 헌법재판소 자체의 제도적 쇄신도 요구한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라기보다 ‘좋은 법관이란 어떤 사람인가’와 ‘좋은 사법부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함께 묻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의 대한민국 사법부에 던지는 매우 성실하고 양심적인 자기성찰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바로 그 성실한 성찰 때문에 오히려 책의 한계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의 문제와 사법부 내부의 위계적 구조를 비판하면서도, 그 대안을 주로 법조 엘리트 내부의 권력 배분과 법관 개개인의 직업윤리, 양심과 용기의 강화에서 찾는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사법의 문제가 과연 그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낳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헌정 위기를 거치고, 최근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서 대법관 제청과 임명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은 이 질문을 더욱 절실하게 만든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논란은 한편으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묻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이 사법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도 제기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손봉기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 요구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법령상 근거 없이 개별적으로 연락해 사퇴 의사를 묻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임명권이 대법원장의 제청에 기계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논지다. 반대로 대법원 쪽은 제청권과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어느 쪽의 주장이 최종적으로 옳은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 헌법이 사법부의 독립과 민주적 정당성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더구나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청와대도 대법원도 아니다. 재판받아야 하는 국민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한 이유도 결국 국민이 권력이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법원에서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 권력은 국민에게 얼마나 열려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을 읽은 뒤 남는 질문이 있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면, 독립된 사법부는 누구에게 책임을 지는가. 그리고 사법부의 권력은 누구의 것인가.

 

                                                         저자 김기영 전 재판관

 

저자의 시선은 여기까지 충분히 밀고 나가진 않는다.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가 사법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시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면 배심·참심제와 같은 시민의 재판 참여를 확대하는 문제, 법원 행정과 인사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문제 등을 다루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물론 이것을 저자 개인의 결함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법조 엘리트로서 훈련받고 사법부 내부에서 생활해 온 사람에게 사법부를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바라보는 것과 사법부를 ‘국민의 것’으로 바라보는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던지는 “국난의 순간 당신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라는 질문은 오늘도 유효하다. 오히려 이 질문을 한 단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사법농단과 헌정 위기의 순간에 법관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묻는 것에서 더 나아가, 평상시 사법 권력이 국민에게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하나 더 보태야 할 질문 “사법부는 누구의 것인가”

 

사법부 독립은 권력으로부터 사법부를 떼어놓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법관들이 외부의 압력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또 하나의 폐쇄적 권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하나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저자는 법관에게 묻는다. 국난의 순간 당신은 어디에 서 있었는가. 이제 우리 시민은 그 질문에 하나를 더 보태야 한다. 사법부는 누구의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긴 성찰을 다음 단계로 이어가는 일일 것이다.                             < 오태규 언론인 >

 
 

'건설적 기여국 연대' 구상 제시…'다자주의 해결' 입장 거듭 확인

취임 후 두번째 유엔총회 연설…'평화' 상징 녹색 타이에 태극기 배지

 
 
 

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yz@yna.co.kr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해법으로 '건설적 기여국 연대'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K 이니셔티브' 3축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를 들면서 공급망 협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 연대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이란 전쟁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안보·경제 위기에 맞서 다자주의 복원을 강조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원칙에 기반한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을 거세게 받는 가운데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각국에 경제 충격을 주는 공급망 문제 등 이란전쟁 관련 해결 방안을 다자주의적 접근법에서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정상화하고 선박의 통항 자유 보장을 위해선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다자적 연대를 통해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가가 하나의 해법에 합의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란 전쟁 해결을 위한 새로운 다자협의의 시급성과 불가피성을 부각했다.

 

이날의 건설적 기여국 연대 구상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을 위한 국제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내걸었던 향후 해협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기여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란 전쟁 초기부터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다국적 임무단' 구상 논의를 이끌어왔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해 다자협력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함께 내왔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건설적 기여국 연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군사·안보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을 고리로 보다 폭넓은 국가의 참여가 가능한 다자 안보·경제 협의체 모델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배타적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새로 만들자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군사적, 또는 지정학적인 '블록'을 형성해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대결적 모델이 아니라, 공급망 안정이라는 공통의 경제 이해관계를 축으로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연대체를 운영해 실질적인 결과를 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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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유엔 기조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6.9.23 xyz@yna.co.kr

 

또한 '글로벌 공공재' 공급자로서 중견국 외교의 존재감을 부각,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도 담겨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급망 위기가 전 세계 경제·민생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더욱 촘촘하게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아직은 국제 다자협의체 대표 역할을 하는 유엔이나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사태 관련 다국적 임무단, 각종 경제 협력 연합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43분께 짙은 감색 정장 차림에다 옷깃에 태극기 배지를 달고 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짙은 초록색과 흰색 사선 무늬 넥타이를 맸다.

세계 각국과의 균형과 조화,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 타이를 착용해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각국에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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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듣는 김혜경 여사 = 김혜경 여사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2026.9.23 xyz@yna.co.kr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20회, '평화' 17회, '한반도' 14회, '국제사회' 12회, '협력' 11회, '연대' 10회, '미래' 10회, '인공지능'(AI) 9회 가량 언급했다.

 

약 17분 간 이어진 이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회의장 안에선 박수가 나왔다.

이 대통령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도 행사장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  임형섭 설승은 기자  >

 

이 대통령, UN 사무총장 면담…“한반도 평화 위해 유엔과 적극 소통”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접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유엔총회 고위급회기 참석을 계기로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한·유엔 협력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면담에서 “우리 정부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는 인식 아래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성 수석은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유엔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유엔헌장과 국제법 원칙을 수호하고 다자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구테레쉬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또 쿠테흐스 사무총장이 추진해온 유엔 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 정부의 제반 외교정책, 특히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며 “또 이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유엔도 가능한 역할을 계속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성 수석은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 평화와 안보, 지속가능개발, 기후위기 대응 등 제반 분야에서 한국이 건설적으로 기여해오고 있음을 높게 평가했다. 또 국제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서영지 기자 >

 

 

 
 

1심은 징역 7년…일부 혐의 무죄로 뒤집어 판결

 

김건희 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씨가 대통령 부인 지위를 이용해 각종 청탁과 함께 3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로봇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명품 시계를 수수한 혐의 등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재판장 성언주)는 22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압수된 이우환 화백 그림, 디올 가방,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의 몰수와 2440만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심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혐의 중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이 줄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원짜리 ‘바슈롱 콩스탕탱’(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수수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시계 구매를 대행해줬을 뿐이라는 김 씨 쪽의 주장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고, 설령 서씨가 구매해 선물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김 씨가 로봇개 사업 관련 알선 대가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받았단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씨가 김 씨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로봇개 사업의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특검팀 주장에 대해선 “시계 교부 전후 외압이나 제3자 청탁이 있다고 볼 정황이 없고, 사업 경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면서 “(특검팀 주장은) 서씨나 피고인이 친밀한 관계라면 사업 고민을 말했을 거라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세한도 복제품을 받은 혐의도 인사 청탁 대가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이었던 이 전 위원장이 한지살리기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복제품을 김 씨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판단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265만원 상당의 금거북이는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알선 대가로 제공된 금품임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외에 김 시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54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함께 지인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 청탁을 받은 혐의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공직 임명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국회의원 공직 청탁과 함께 1억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배우자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거나 당선된 것을 기회로 자신에게 접근해 사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 4명의 공여자가 취임 축하 선물이란 명목으로 건넨 금품을 그대로 수수했다”면서 “금품에 붙인 명목 자체로 당선인의 배우자 내지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해 수수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하며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먼저 금품을 요구하진 않았던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 김수연 기자 >

 

2심 "김건희 거리낌 없이 수수" 질책한 뒤 2년 깎아줘

"바쉐론 손목시계와 '세한도' 청탁 단정 못해"
재판부가 애를 써 감형 성의 보인 것으로 풀이
나머지 네 가지 금품수수는 그대로 유죄 인정
김씨 2심 내내 무죄 강변, 3심 뒤집힐 수 없어

 

임성근 전 사단장 위증 2심도 집행유예 감형
"기억 안 난다는 비번 기적적 기억" 위증 맞아
이종호 대표 안 만났다는 발언 위증 볼 수 없어
윤석열 전 대통령 위증 결심 공판 일주일 연기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아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 도중 일어서 선고를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26.6.26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김건희 씨가 사업가나 공직자들로부터 인사 청탁 등을 받고 3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매관매직'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돼 2년이 감형됐다.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이 줄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재판장 성언주)는 22일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과 함께 이우환 화백의 진품 그림, 반클리프 목걸이, 브로치 등의 몰수와 244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씨는 모두 다섯 가지 ‘매관매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2022년 3월 15일~5월 2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총 1억 380만원 귀금속을 수수하고, 2023년 3월쯤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1억 4000만원어치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고, 같은 해 4월 26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임명 청탁과 함께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모사품 '세한도'를 수수하고, 같은 해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직무 청탁과 함께 540만원 상당 디올 가방 등을 받았다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 국민이 평생에 한 번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 물품들을 거리낌 없이 수수해왔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몰수 및 6480만원 추징을 명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교부한 세한도, 2022년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전달한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는 청탁의 대가로 선물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이 사건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권력형 알선수재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지위를 망각하고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 수수했다"고 엄히 꾸짖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엄중한 질책과 달리 애를 써서 2년 감형을 해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씨가 풀려날 가능성을 염려해 항소심 재판부가 이날 법정구속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법정구속을 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그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그러나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할 수 없다.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무엇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리는 무엇을 얻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가진 걸 더 내놓는 자리였다”면서 “최소한의 명예만 지켜질 수 있게 재판부에 부탁드린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렇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어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 전 사단장, 이 전 장관. 2024.6.21 연합 자료사진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3부(김영현 백승엽 황승태 고법판사)는 이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채수근 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항소심을 앞두고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1심은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위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명로비 의혹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게 되자 김건희 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을 활용해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 사이에 실제 친분이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만났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쌍룡훈련 초청과 관련된 위증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유보적으로 답변했다"며 "허위 진술의 고의가 있다거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발언은 1심과 같이 허위로 봤다. 수사기관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쉽게 알아내기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이를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반복적으로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받은 만큼 이를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국회에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사실을 증언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고 다수 국민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구명로비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점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과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025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증인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질문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jt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편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공판이 이날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가운데 김건희 씨의 변호인들과 겹쳐 어쩔 수 없이 오는 29일로 결심 공판이 미뤄졌다.

 

서울고법 형사2-1부(백승엽 황승태 김영현 고법판사)는 이날 오후 4시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김건희 특검팀의 구형과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 등을 들을 예정이었는데 김건희씨 매관매직 항소심 선고 공판과 겹친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윤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2심도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돼 '전 대통령'이란 호칭도 쓸 수 없게 된다. 

 

윤 전 대통령은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1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았는데 김건희씨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발언한 혐의도 받는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