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 집 뒤진다고 다이아 목걸이 나올 리 만무

윤석열 거주지 첫 압수수색…'건진 게이트' 관련
건진법사, 윤 부부 등에 업고 각종 청탁 브로커

'뒷북 수사' 정치검찰, 실제 의지 있는지 의문 커
신응석 남부지검장, 한명숙 수사 '위증교사' 연루
한동훈 법무 첫 인사 때 검사장 승진한 '윤 사단'

심우정·이창수·신응석 지휘라인…또 면죄부 쇼?
김건희 아직 참고인 신분…휴대전화 벌써 교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사이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30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2025.4.30. 연합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의 거주지를 대상으로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무속인이자 정치 브로커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대통령 부부를 등에 업고 각종 청탁과 함께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가방 등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한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여전한 '친윤' 정치검찰이 '면피용 수사쇼'를 연출한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정권 교체 뒤 특검 수사만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는 30일 오전 9시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아크로비스타 상가에 위치한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김 씨의 수행비서 2명의 자택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피의자 전성배 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은 오후 3시 40분쯤까지 6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김 씨의 휴대전화와 PC를 확보해 포렌식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부부는 그간 갖가지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내란 혐의와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 공관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에 가로막혀 번번이 실패했다. 아크로비스타 사저도 경호 구역이기는 하지만 종전 한남동 관저처럼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구하는 장소는 아니기 때문에 윤석열 파면 이후에 시도된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집행이 가능해졌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재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5.4.7. 연합

 

건진법사 전성배 씨는 지난 2018년 6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경북 영천시장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정재식 씨로부터 1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나아가 2020년 당시 통일교 2인자로 통하던 세계본부장 윤모 씨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이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백, 인삼 등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사업 등과 관련해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전 씨를 통해 윤석열 부부에게 청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제 입으로 과시한 바 있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5월 통일교 창립 기념 행사에서 "제가 3월 22일 대통령을 뵈었다. 1시간 독대를 했다. 1시간 내내 한반도 서밋과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2022년 12월엔 전 씨에게 "큰 그림을 만들자"는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윤 전 본부장이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시점으로부터 3개월 뒤인 2022년 6월 13일 기획재정부는 향후 5년간 캄보디아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를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증액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그해 11월 캄보디아 순방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통일교 계열 선문대를 압수수색하고 윤 전 본부장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윤 전 본부장이 전 씨에게 기도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의 현금다발을 보낸 문자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윤 전 본부장은 금품을 건넨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 씨는 이를 김건희 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없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잃어버렸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해당 목걸이는 영국 명품 브랜드 '그라프'(Graff)사의 한정판 제품으로 당시 가격은 6000만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전 씨는 2022년 3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에게 "봉화군수 추천합니다" "합천군수 30년 친구 추천합니다" "성남시장 후보입니다" 등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공천 대상으로 추천한 인물 중 일부는 실제 당선됐다. 전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서울 양재동 한 건물에 윤 전 대통령을 위한 비밀 캠프를 차렸으며, 이후 대통령실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전 씨의 집에서는 '한국은행'이란 글자와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 5월 13일' 날짜가 적힌 비닐로 포장된 5만 원짜리 신권 묶음(일명 관봉) 5000만 원을 포함해 현금 총 1억 6500만 원의 뭉칫돈이 발견되기도 했다.

 

신응석 신임 의정부지검장이 27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2.6.27. 연합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나온 이후에야 윤석열 부부에 대한 뒷북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건진 게이트'의 실체를 밝힐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남부지검장인 신응석 검사장이 실시간 보고를 받으면서 이끌었다고 한다. 신 검사장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으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와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등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특히 2010년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할 때 법정에서 돈 전달 사실을 부인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 조사를 담당했으며, 한 전 총리의 유죄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검찰 모해위증교사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신 검사장은 '윤석열 사단'의 일원인 대표적 친윤 검사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형사3부장으로 그를 보좌한 끈끈한 근무연이 있고,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되자 서울남부지검 2차장으로 영전했다. 그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첫 검찰 인사 때 청주지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된 데 이어 대구고검 검사, 서울고검 검사 등 한직을 돌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진행한 첫 검찰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의정부지검장으로 발령받았다.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등 윤석열 부부 관련 수사의 지휘 라인 면면을 볼 때 하나같이 무슨 기대를 걸 수 있겠느냐는 냉소가 나와도 무리가 아니다. 앞서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해 윤석열 부부를 둘러싼 무수한 부정비리 의혹을 덮거나 뭉개면서 면죄부 발급에만 골몰하던 정치검찰 행태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수사 시늉만 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건진 게이트'의 경우 이제와서 압수수색을 한다고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아크로비스타에서 나올 리 만무하다. 검찰이 이날 김건희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김 씨는 벌써 오래전에 '명태균 게이트'가 본격화할 무렵이나, 적어도 12‧3 비상계엄 이후엔 교체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건희 씨는 아직도 미입건 상태의 참고인 신분에 머물러 있다.

 

박세현 서울고검장(왼쪽부터)과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수원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18. 연합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3년 내내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면죄부 자판기, 전속 로펌을 자처하던 검찰이 이제야 뒷북을 치고 있으니 면피용 쇼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엇을 하다가 이제야 호들갑인가? 하이에나 근성의 발로인가, 아니면 수사쇼 후 면죄부 발급을 위한 '빌드업'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검찰이 그동안의 모든 범죄 혐의는 덮어둔 채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의심을 키운다"면서 "수사하는 시늉만 하고 또 면죄부를 안겨줄 생각이라면 차라리 손을 떼기를 경고한다. 특검에 맡기는 것이 훨씬 낫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도 "이제 와 압수수색을 한들 목걸이와 명품 가방이 집에 있을 리가 있겠는가? 아크로비스타 이웃사촌 심우정과 '윤건희'가 사전에 짜고 한 것은 아닌가?"라며 "증거확보가 아니라 특검 출범 전에 검찰의 영원한 보스 '윤건희' 방탄을 위해 증거인멸을 도와주러 간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검찰이 건진법사를 체포하고 그의 집과 법당을 압수수색을 해 장부와 컴퓨터, 휴대전화 3대를 압수한 시점은 지난해 12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건진법사 구속영장은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나 기각됐다"면서 "검찰이 부실 수사를 한 것이다. 건진법사와 공범들이 증거인멸 할 시간을 확보해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파면 대통령 국무총리로 책임감 느껴라"

국민의힘 항의, 민주당은 "잘했다" 환호
한동훈·홍준표 모두 "한덕수 함께하겠다"
민주당 "한 시정연설은 대선 출마용 연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 뒤 한 권한대행에 대한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향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 의장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대행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이 끝난 뒤 한 대행을 향해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 대행이 공정한 대선 관리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격도 안 되는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등 헌법와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자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인데도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도 우 의장의 비판이 나온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24일 경선 토론 과정에서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한 밑작업 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 의장은 먼저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헌재 판결에서도 나오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과 답변, 상설 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처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해달라"고 지적했다. 

 

우 의장의 작심 발언이 나오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바로 의장석 쪽으로 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우 의장은 개의치 않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12·3 비상계엄 여파가 여전하고 산적한 현안에 어려움과 혼란이 가중됐다. 파면당한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의 질타에 한 대행의 얼굴은 굳어졌다. 그는 우 의장의 발언 내내 입을 꾹 다문 채 어두운 표정으로 경청했다.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우 의장은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국민들의 삶은 탄핵과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도탄에 빠졌다"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런) 대통령을 보좌한 국무총리 겸 권한대행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후 발언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우 의장이 발언을 끝낸 후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 돌아가지 않고 "뭐 하는 거냐" "그만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우 의장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를 쳤다. 일부 의원은 "우 의장 멋집니다"라며 환호했다.

 

우 의장의 이례적인 비판 발언은 12·3 비상계엄 이후 한 대행의 행태를 저격한 것이다. 한 대행은 대정부질문 때 국회 출석을 하지 않으면서 '출마설'에 관한 질문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미임명,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남발했다. 최근에는 한 대행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30년 동안 봉인하려고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출마를 지지하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긴급 회견문을 올렸다. 그는 "당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도 함께하겠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고 반이재명 단일화에 나선다면 한 대행과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동훈 후보도 이날 자신의 SNS에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다음 본선 승리를 위해 모든 사람과 함께 할 것"이라며 "특히 한덕수 총리님과 저는 초유의 계엄 상황에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수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고 꽃피우겠다는 생각이 완전히 같다"고 전했다. 두 후보 다 한 대행과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국민의힘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의 이런 모습이 한 대행의 대선 출마를 위한 밑 작업이라고 해석한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미 통상 협상을 대선 출마에 이용하려는 것은 국익은 물론 한미동맹마저 대선 판돈으로 올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대행이 기어이 대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며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며 29일이라는 구체적인 출마 선언 날짜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4.24. 연합

 

조 대변인은 "(한 대행은) 오늘 시정연설에 나와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며 "그것을 아는 사람이 대선에 나가겠다고 매일같이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는 말이냐. 정말 부끄러운 줄 모르는 내란 대행"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불법 계엄을 선포해 파면된 상황에서 대선까지 안정적인 국정 관리와 중립적 선거 관리를 해야 할 권한대행이 본분을 망각하고 대선에 나서는 것을 용납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대변인은 한 대행이 대선 출마를 생각하며 미국과 통상 협상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 사전선거운동이자 불법적인 관권선거로 규정했다. 그는 "사실상 대선 예비후보가 나라의 명운이 걸린 한미 통상 협상을 이끌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그런 권리를 한 대행에게 줬냐"며 "한 대행은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이 두렵지 않냐. 헌법과 법률을 조롱해 대선에 나서겠다는 한 대행의 대선 행보는 선거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안경호 기획관리실장 지난 21일부터 경호처장 직무대리 맡아서 조치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에 앞장섰던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대기발령됐다.

 

경호처는 25일 “안경호 경호처장 직무대리 기획관리실장이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해 4월28일자로 대기를 명했다”고 밝혔다. 안 기획관리실장은 지난 21일부터 경호처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12·3 비상계엄의 핵심 증거 중 하나인 대통령실 비화폰 데이터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호처 직원들은 지난 8일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호처를 사조직화했으며 직권남용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자행해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연판장을 돌리며 두 사람의 사퇴를 요구했다.

 

경호처 등에 따르면 김 차장은 지난 15일 내부 직원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근무하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전날 휴가를 냈다. 이 본부장도 최근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신민정 기자 >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국회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5일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 마음 편할 날이 없던 3년이었다”며 윤석열 정부 3년을 작심 비판했다. 퇴임 뒤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돌아간 문 전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서울을 찾은 것은 9·19 평양 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참석한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재단·노무현재단·포럼 사의재·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지 3년 됐다”며 “마음 편할 날이 없었던 3년이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해야 하는 나날이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커져만 갔다”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참담하고 무거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밝혔지만, 공식석상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두루 비판한 적은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 정부가 이룬 성과들이 “모든 분야에서 멈춰서고 뒷걸음질쳤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에 대해선 “한국 경제는 지난 3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중고에 민생경제는 더욱 어려워졌고,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1%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늪에 깊이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토록 경제가 어려운데도 국가재정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라 곳간이 비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서민들의 민생과 복지를 위한 정부 역할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실패와 무책임한 부자 감세에 기인한 것으로, 세수 기반이 허물어지고 우리 경제의 대응력을 약화시킨 후과를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떠안게 됐다”고 성토했다.

 

후퇴한 민주주의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부설 연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16위까지 상승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역대 최저 점수, 최저 순위를 기록했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해 세계 62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외교·통일 문제를 두고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역대 정부의 성과와 노력은 송두리째 부정됐고 남북 관계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망가졌다”고 우려했다. 또 “급기야는 윤석열 정부가 계엄을 위한 위기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 수사가 주목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부가 계승해 온 균형외교를 파기하고,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편협한 진영외교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주변국의 반발을 키우며 국익은 훼손되었고, 평화와 번영의 땅이 되어야 할 한반도는 신냉전 대결의 최전선이 됐다”고 거듭 성토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석열 정부의 모든 분야에 걸친 총체적인 국정 파탄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님을 보여준다. 집권 세력의 낡은 이념과 낡은 세계관, 낡은 안보관과 낡은 경제관이 거듭해서 총체적인 국정 실패를 초래해왔다는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12·3 내란이야말로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일이 대명천지에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수십년 전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이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매우 깊다”며 “비정상과 몰상식이 판을 치며 민주주의를 근본에서부터 흔들고 있는 현실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고 통합과 상생, 연대와 협치의 정치도 이 토대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돌이켜보면, 역대 민주당 정부는 역대 보수정권이 남긴 퇴행과 무능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다시 전진시켜내는 것이 운명처럼 됐다. 국민이 선택하게 될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훼손된 대한민국의 국격을 회복하고, 더욱 유능하게 자랑스런 나라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엄지원  김채운 기자 >

 

문 전 대통령 “부당한 기소…검찰권 남용·정치화 국민께 알리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 참석차 25일 국회를 방문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2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데 대해 “기소 자체도 부당하지만 검찰이 뭔가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해 우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검찰의 기소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검찰의 기소와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먼저 우 의장이 “(문 전 대통령이) 답변 준비 중에 갑자기 기소됐다고 해서 납득이 안 된다”며 “이렇게 절차가 안 지켜지고, 시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저도 잘 납득이 안 되는데 국민들도 납득이 안 될 것”이라고 하자 대꾸하는 형태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건 2022년 퇴임 이후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하루 앞두고 검찰은 옛 사위 특혜 채용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 기소 전) 제가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이미 작성해놓고 사실 관계를 깊이있게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기록관에서 기록을 열람 중이었다”며 “그 과정이 검찰과 협의되면서 조율 중이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소는) 검찰이 정치화되고 있고 또 검찰권이 남용된다는 아주 단적인 사례”라며 “앞으로 내 개인적인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 넘어서 검찰권의 남용과 정치화 이런 부분을 제대로 드러내고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서 나라를 빠르게 정상화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대립이나 분열이 지속된다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국회가 새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민생이 안정되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 한겨레 김규남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