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 기소 독점 폐해 재입증한 ‘대북송금 사건’
나라별 비교, ‘몇명이 작당해야 사건조작 가능할까’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가 변호인과 나눈 대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진술을 회유·압박하는 정황이 검사의 육성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박상용 검사 “좀 지나면 이 부지사는 나갈 겁니다. 뭐 보석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되면 나가셔 가지고 도모하시고. 이제는 완전 검찰 편에서 이재명 재판에 참고인 돼버리는 상황인 거고. 법카 한 것도 그 무렵되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면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그게 제일 아니시겠습니까?” ―4월3일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공개된 음성 녹취
박상용 검사는 이화영 부지사에게 원하는 진술의 대가로 각종 혜택을 제안합니다. 또 이 부지사의 지인들에 대한 수사 내용도 언급하며 압박합니다. 여기엔 고 이해찬 총리도 포함돼 있었다고 합니다. 검찰의 온갖 비열한 수사기법을 검사의 고백으로 듣게 된 셈입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기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려놓고 그 결정에 맞는 진술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화영을 회유·협박하고 서민석 변호사를 상대로 애걸복걸합니다. 참으로 비루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4월3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앞서 이화영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등이 2023년 5월17일 박상용 검사실에서 술과 연어초밥 등을 먹은 정황이 법무부 조사로 확인했고, 김성태 전 회장이 2023년 3월 구치소 접견을 온 지인에게 검찰의 허위진술 압박을 하소연한 발언도 드러났습니다. 김 전 회장은 지인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돈을 준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정직하지 못해. 더러운 놈의 ××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건조작의 진상이 거의 재구성되는 듯합니다.

“이러니 검찰 직접수사 폐지 얘기 나오는 것”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두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입니다. 수사권과 함께 기소권, 즉 누구를 어떤 혐의로 기소할지 결정하는 권한, 또 재판에서 형량을 제시하는 구형권도 갖고 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쓴 ‘검사가 가지고 있는 너무 많은 권한들’을 한번 보시죠.
누구를 주범으로 공소사실을 작성할 권한, 추가 영장을 하지 않을 권한,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을 권한, 보석을 신청하면 (법원에) 석방 의견낼 권한, 회유 증인을 공익제보로 인정할 권한, 구형을 확 줄여줄 권한, 구속을 취소할 권한, 불기소할 권한, 기소를 천천히 또는 빨리 해주는 권한, 수많은 죄명 중 줄이거나 늘리는 권한, 재판 중 공소사실을 철회하고 증인도 부를지 말지 결정하는 권한 등등 ―3월30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페이스북
두번째는 검사가 한 수사는 외부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을 보면 경찰 수사에 대해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3 ⑧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또는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는 경우 검사에게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을 피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나 검사의 수사에 대해선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경찰 수사는 검사가 한번 더 들여다 보지만, 검사는 사건을 조작해도 일사천리로 기소까지 해버리면 끝입니다. 나중에 무죄나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고 한들 이미 상처받은 정의를 회복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검사의 수사권 폐지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깊이 각인시킵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건 ‘부당거래’에나 나오는 악역 검사가 하는 짓이지…그러니까 직접수사 폐지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4월1일 ‘이정주의 질문하는 기자’
최강욱 변호사 “이렇게 할려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하는 거예요. 실제 목소리가 들리니까, 야, 이렇게까지 하는구나라는 공포심과 분노를 느끼실 텐데, 저런 사건을 많이 본 제 입장에서는 하던 대로 또 똑같이 하는구나, 저 어린 평검사도 저렇게 하는구나….” ―4월1일 팟빵 ‘매불쇼’
정치적 사건이 아닌 일반 민생 사건이라고 다를까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쿠팡CFS)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해 퇴직금을 미지급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이 수사해 회사 대표를 검찰에 넘겼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 있죠. 특검 수사 끝에 지난 2월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 등이 담당 검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내부에서 폭로가 나오고 특검이 출범하지 않는 한 이같은 검찰의 사건 덮기는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가지 더 짚을 대목이 있습니다. 공소청법 제정 과정에서 검찰은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삭제하는 데 반발했는데요,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게 바로 고용노동부 특사경입니다. 특사경이 수사한 사건을 이렇게 왜곡해놓고 특사경 지휘·감독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더욱 분노하게 되는 대목은 박상용 검사도, 엄희준 검사도 반성은커녕 반발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검찰조직 전체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습니다. 진술 회유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는 조사 시작 180일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제 식구 봐주기’가 재연될 조짐입니다. 검찰이 과거를 청산하고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보완수사권을 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인데, 과거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태도로 일관합니다. 이런 검찰에게 수사권을 남겨줄 수 있겠습니까.
검찰 단독으로 사건조작 가능한 나라
검찰개혁의 목적은 바로 무소불위 검찰의 사건 조작 또는 사건 덮기(암장)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검사의 양심이 아니라 제도로써 담보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동의할 겁니다.
세계 각국의 수사·기소 제도도 바로 이 지점, 즉 사건 조작(또는 사건 덮기)을 막기 위해, 최소한 ‘어렵게 만들기 위해’ 설계되고 발전돼 왔다는 게 너무나 명확합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외국의 제도들을 살펴보면 이 점이 더욱 확연히 보일 것입니다.
‘과연 몇명이, 몇개의 기관이 작당해야 사건조작(또는 사건 덮기)이 가능할까?’
■ 영국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돼 있습니다. 경찰, 그리고 우리나라 중수청과 비슷한 국가범죄수사청(NCA) 등이 수사를 한 뒤 사건을 넘기면 공소청(CPS)이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공소청은 수사 과정에서부터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지만, 조직적으로는 서로 독립돼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적어도 수사기관과 공소청이라는 서로 독립된 두 기관이 작당을 해야 합니다.
■ 미국

영국과 비슷합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은 검찰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협력하며 수사를 합니다. 검찰은 대부분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기관이 넘긴 사건의 기소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미국 검찰은 기소의 최종 결정권도 갖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대배심 또는 법관이 주재하는 예심 절차를 통해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미국에서는 수사기관과 검찰이 작당을 하고, 대배심 또는 예심 법관까지 속여야만 사건 조작이 가능합니다.
■ 프랑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두 가지 수사·기소 경로가 있습니다. 우선 경미한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이 기소합니다. 검찰은 경찰 수사를 지휘하지만, 직접 수사하지는 않습니다.
중범죄 사건, 그리고 압수수색·구속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검찰이 ‘예심판사’에게 수사(예심)를 청구합니다. 사법부에 속한 예심판사는 독자적으로 경찰을 지휘해 수사하고 그 결과를 검사에게 통보합니다. 검사가 이를 바탕으로 기소할 내용을 정하고 기소합니다.
이렇게 권한이 분산돼 있으니 프랑스에서 중요한 사건을 조작하려면 검찰, 예심판사, 경찰 등 3자가 작당해야 합니다.
■ 독일

프랑스처럼 검사가 경찰을 지휘해 수사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합니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참고로, 베를린 자유대학 법학 교수를 지낸 우베 베젤이 저서 ‘거의 모든 법-시민들을 위한 법 안내서’에 서술한 독일의 검찰-경찰 관계를 소개하겠습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기소절차의 주관자”로서 경찰에 대해 지시·명령권한을 갖는데, 그러나 대부분은 경찰 측이 단독으로 여러 단서를 좇아서 수사하고, 증인들을 찾아내고, 신문절차를 진행하고, 마지막에는 그간의 수사서류들을 검찰 측의 책상 위에 올려둔다. 이제부터는 비로소 검찰이라는 관청의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20세기 초반에 베를린의 부장검사였던 이젠비엘은 검찰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관청”이라고 말한 바가 있다.
―우베 베젤, 이종수 옮김, ‘거의 모든 법-시민들을 위한 법 안내서’, 푸블리우스, 2026
독일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까지 수집해 법정에 제출해야 하는 ‘객관의무’를 집니다. 그런 검사가 기소를 해도 재판이 시작되려면 하나의 단계를 더 거쳐야 합니다. 법원이 ‘중간절차’라는 제도를 통해 검사의 기소가 타당한지 여부를 최종 심사하는 것입니다. 이중·삼중의 견제장치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사건 조작은 수사기관과 검찰이 작당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간절차에서 법원도 속여야 가능합니다.
■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검찰이 사법부에 소속돼 있는 등 검찰권이 매우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시 검찰이 경찰을 지휘해 수사합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수사판사’가 수사 과정에 개입합니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의 적법성에 이의제기를 하면 수사판사가 이를 심사합니다. 수사판사는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정부기관의 문서를 취득하거나 사건 관계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등 피의자 방어권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또 최종적으로 검사의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판사가 승인합니다. 검사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경찰과 검사에 더해 수사판사까지 작당해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 우리나라

현행 제도를 기준으로 보면,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우선 경찰이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입니다. 검찰이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때문에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려면 경찰과 검찰이 작당해야 가능합니다.

그러나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말이 보완수사이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할 수 있고 ‘직접 관련성’을 매개로 수사를 확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수사·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만큼 검찰만 마음먹으면 다른 기관과 작당할 필요도 없이 사건을 조작해 기소하는 게 가능한 구조입니다.

외국 수사·기소 제도의 공통점은 수사·기소 권한과 절차를 여러 기관에 분산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견줘 검사가 직접 수사·기소하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너무나 단순하고도 위험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이 구조를 깨자는 게 검찰개혁입니다.
세계 유례없는 검찰 타락, 그만큼의 검찰개혁 필요
외국의 제도를 살펴보는 이유는 어느 제도가 우월하다거나 이런 제도를 당장 수입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여러 나라 제도에 공통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원칙과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외국은 왜 이렇게 중층적인 수사·기소 제도를 두었을까요? 범죄 대응의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아서일까요? 권한을 남용하는 나쁜 검사들만 득시글거려서일까요? 아닙니다. 외국도, 우리나라도 대부분은 정상적인 검사들일 겁니다. 그러나 권한이 집중되면 남용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구조적인 방어벽을 쳐놓은 것입니다. ‘일부 검사의 잘못 때문에 전체 검사의 수사권을 빼앗아야 하느냐’는 주장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양심이 아니라 제도로’ 권한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의 민생 사건은 수사·기소권 남용 가능성이 적으니 검사에게 수사권을 줘도 된다’는 주장도 맞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쿠팡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구조적 방어벽은 다름아닌 ‘기관간 견제’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어느 나라도 한 기관이 수사·기소의 전 과정을 독단적으로 지배하도록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수사에 참여한 주체에게 완전한 기소권을 주지 않습니다. 수사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주체에게 기소의 최종 결정권을 줍니다. ‘수사권도 없이 어떻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느냐’는 주장은 국제적 상식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소는 수사를 통해 얻은 객관적 증거를 평가·검토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증거가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를 설득할 정도에 못 미친다면 기소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사 주체의 ‘감’이나 ‘감정’에 의존해 기소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의 형사사법 제도는 고유의 역사적 경험을 반영해 형성돼 왔습니다. 프랑스는 200년도 더 된 혁명기에 이미 ‘수사·기소권을 모두 주면 폭군이 나온다’는 인식 아래 수사-기소권 분리를 이뤘습니다. 영국은 150년이나 이어져오던 제도를 일거에 뒤집어 1986년 수사-기소권 분리를 단행했습니다. 그 계기는 10대 소년 세명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맥스웰 콘페이트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이 사건 하나만으로 수사-기소 분리의 필요성을 깨달은 건 아닐 겁니다. 누적된 문제의식이 이 사건을 통해 폭발한 것이겠지요. 영국의 사회적 이성과 양심이 작동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은 이처럼 급격한 개혁을 했지만 이 때문에 형사사법체계가 대혼란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고유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치검찰의 전횡, 검찰공화국의 해악입니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해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저지른 패악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급기야 비정상적 검찰권을 발판삼아 대통령에 오른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치달아 나라가 망가질 뻔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검찰개혁을 단행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미래에 외국 법학자들은 검찰의 극단적 타락과 그에 대응한 강력한 개혁의 사례로 우리나라를 거론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안 신속히 내놓고 사회적 숙의 본격화해야
그렇다면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가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경찰·중수청 수사를 통제하는 기능이 너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기관 간에 감시·견제가 필요하다는 건 당연하고, 앞에서도 누차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수사권’만이 유일한 실효적 통제 수단이라는 데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사가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자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현행 제도에서 검사가 독점하는 영장청구권·기소권 등을 통해,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그리고 경찰관 징계·직무배제 요구권 등을 통해 수사기관 통제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나아가 그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검사의 관련 권한을 강화·보완할 수 있습니다. 사건 당사자의 이의신청 제도도 확대할 수 있습니다. 또 검경 협력을 체계화·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감찰 기능 강화라든지,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 요구의 실질을 살펴볼 내부의 기구라든지, 피해자나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을 할 때 이의신청을 다루는 기구 같은 것들을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창조적으로 설계한다면, 경찰 수사 결과에 불만스럽다고 이의신청이 나오면 그것을 중수청에서 다루고, 중수청 사건에 이의신청이 나오면 경찰청에서 다루고, 이런 식으로 기관 간의 견제를 하는 등의 창의적 발상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조국혁신당도 검경 협력에 관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논의에 사회적 지혜를 더 모으고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 중에서도 경청할 대목은 있습니다. 극히 일부의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견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검찰이) 보완수사를 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은 상황 송치됐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사건이 경찰과 검찰을 오가다 남은 시효가 끝나 버린다. 공소청(검사)의 남용 가능성을 봉쇄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보완수사권 정도는 갖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기도 하지 않으냐.” ―1월21일 신년 기자회견
보완수사권이 어떤 경우에 왜 필요한지 구체적 제안을 내놓고, 그 경우 보완수사권의 불가피성과 남용 가능성에 대해 토론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소시효나 구속기간 임박 등 ‘물리적 불가피성’이 없는 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 경우도 검사와 수사기관의 사전 소통과 신속한 협력체계가 갖춰진다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불필요할 것입니다.
보완수사권 제한적 허용론과 달리 보완수사권 행사 여부를 검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찰을 공소청·중수청으로 분리한 검찰개혁을 무위로 되돌리고, 공소청을 또 하나의 수사기관으로 만드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누차 이야기한 권한 집중의 구조적 문제점이 온존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법원의 재정신청 활성화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런 제도는 물론 필요하지만, 검사의 ‘기소권’을 견제할 수단일 뿐입니다. 검사가 수사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경찰 수사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공소청이 감시·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검사의 수사도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이를 감시·견제하고 기소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또다른 기관이 필요합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외국 제도에서도 공통된 구조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도입하기보다는, 공소청이 수사권을 내려놓고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견제에 충실한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훨씬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사회의 검찰개혁 논쟁을 보면서 애초의 출발점을 잊어버리고 표류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남용해 정치적 표적 수사, 조작 수사, 제 식구 감싸기 수사 등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원칙 위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개혁의 구조는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주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인지 분명히 인식해야만 그 바탕 위에서 생산적인 토론과 숙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신속히 형사소송법 개정에 관한 입장을 내놓고 사회적 공론화가 본격화하기를 바랍니다. < 박용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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