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사회 정의 세우는 기관 간부가 청장 후보 지적질 골몰" 비판

중수청법상 감독권 첫 행사…임은정 "사명감 갖고 잘 대처하겠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X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의 이번 감찰 지시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중수청법)'에 따른 것이다. 중수청 출범 뒤로 행안장관으로서 첫번째 감독권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윤호중 행안장관,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감찰 착수 지시 [X 게시글]
 

윤 장관은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하는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은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저격해 왔다.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갈무리]

 

임 청장은 이날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검찰 재직시절인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 구형을 지시하는 상사 지시에 맞서다 중징계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징계 취소 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을 마련하고 관행 개선을 끌어냈듯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양정우 정다움 기자 >

 

그땐 개혁, 지금은 정치?…'임은정 감찰' 아이러니

 

검찰 저항 땐 개혁상징…중수청선 감찰 대상
검찰개혁 설계 참여한 임은정의 역설적 처지
공직 기강인가 비판 봉쇄인가…여권 내 논쟁
윤호중 행안부 장관"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
임은정 "중수청 1호 감찰…안타깝고 서글퍼"
대통령 SNS·여당 경고 속 김지용 갈등 확산
임은정 감찰 곧바로 착수할 듯…공문 하달돼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청장은 과거 검찰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징계를 받은 인물로, 폐쇄적인 검찰의 조직문화를 내부 고발해왔다. 이에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도 평가된다. 이러한 이력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개혁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도 참여했던 임 청장이 그의 소신대로 행동했다가, 이재명 정부에서 정치 행위라는 비판을 받으며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 안팎에선 과거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것과 새 수사기관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기강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관행을 바꿔야 할 새 수사기관에서, 내부 인사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첫 대응이 감찰이라는 사실은 여러 질문을 남긴다. 개문발차한 중수청이 아직 궤도에도 오르지 못하고 1호 수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감찰부터 국민 관심을 받게 됐다는 점 역시 우려를 낳는다.

 

윤호중 "정치하는 기관 착각"…임은정 "서글픈 일"

 

윤 장관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의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며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청장은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검찰 재직 때인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을 지시하는 상사의 지시에 맞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고 '징계 청원'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취소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 마련,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서의 위법한 백지 구형 관행 개선 등을 이끌어내었듯 중수청에서도 감찰 1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왔다. 윤 장관의 감찰 지시는 중수청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중수청의 수장도 공백인 상황에서 지방중수청장이 조직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내부 공격을 이어가자,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2. 연합

 

검찰에 맞섰던 임은정, 정부 개혁 설계까지 참여했지만

 

다만 임 청장의 이력을 돌아보면 이번 논란은 역설적이다.

임 청장 자신이 페이스북에 쓴 대로, 임 청장은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민청학련 사건 등)에서 '백지 구형을 하라'는 검찰 수뇌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 등으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검사 적격심사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임 청장은 5년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법무부 징계취소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검사가 소신있게 무죄를 구형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한 같은 해 9월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임 청장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개혁위는 법무부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상고를 취하하도록 하는 한편, 검찰 지휘부의 지휘권 오·남용 여부까지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섰던 임 청장의 행동을 징계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징계의 정당성과 지휘권 남용 여부를 따져야 할 검찰개혁의 과제로 다룬 것이다.

 

그 뒤에도 임 청장은 검찰 내부의 비위와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조직과 충돌해왔다. 2018년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검찰 간부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9년엔 김수남 전 총장 등 전·현직 간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해 무마했다는 취지였다.

 

2021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회피하고 측근들을 비호하기 위해 관련 민원을 대검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재배당하고, 당시 대검 감찰연구관이었던 임 청장의 감찰을 막기 위해 감찰권한이 있는 자리로 발령내는 것을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검찰이 재소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여 진술을 조작했고, 검찰이 법정을 연극 무대로 삼고 사법 정의를 조롱했고, 검찰이 검찰의 조직적 범죄를 거듭 은폐했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비판자 역할을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주류로 거센 견제와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에서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이런 임 청장을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시켰다. 임 청장은 지난해 6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수사·기소권 분리와 형사사법체계 개편 등 검찰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데 참여했다. 단순히 외부에서 개혁을 요구한 것 뿐아니라, 현 정부의 개혁 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당사자인 것이다.

 

물론 국정기획위 참여가 이후 중수청의 모든 제도와 인사 결정에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임 청장이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주장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옹호한 내부 비판자이자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청사진 설계에 참여한 임 청장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일환으로 탄생한 새 수사기관의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는 감찰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8 연합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 조직의 안정화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 훼손과 조직적 집단행동은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발목잡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검찰에서 분리된 새 수사기관이 출범한 뒤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인 압박이나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정부로서는 이를 방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장관이 전날 X에 글을 올리고,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단행동을 경계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윤 장관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켜라'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내에서 검찰 선후배들끼리 징계 업무를 다루다 보니 징계에 매우 관용적이었고, 집단행동을 하면 모두 징계할 수 없으니까 그대로 용인해 왔던 게 과거 검찰의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행을 중수청에 와서까지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임은정 검사뿐 아니라 모든 중수청 수사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임 청장의 경우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만큼 과거 검찰의 집단행동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윤 장관은 "직위를 이용한 정치 행동은 아닐지에 대해서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임명되지 않은 청장 후보자의 인사 적격성에 대한 공개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역시 논쟁적이다. 가령 임 청장은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감찰1과장 시절이던 2018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처남인 진동균 검사 성폭력 은폐 의혹을 감찰해달라는 민원을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이 해당 의혹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감찰이 어려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인사를 문제 삼았다는 사실 자체를 정치적이라며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한다면, 과거 검찰 조직에 대해 비판했던 권위주의적 문화와 무엇이 다른지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SNS에 이은 감찰 지시…여권 갈등 확산

 

정치권은 감찰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4일이 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글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임 청장 감찰인 언급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이 대통령은 X 게시글을 통해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적은 바 있다.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진영 내부에서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청와대는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론적인 언급"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메시지와 그 이후 이어진 윤 장관의 감찰 지시, 여당 지도부의 반응 등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6.10.1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민주당 조계원 대변인은 전날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거론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사의 인사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상식적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아직까지 질문이 안 된 부분들, 검증이 안 된 부분은 추가 검증을 통해서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언론에서 자격 시비를 하는 것,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자격 시비를 하는 것은 이제 옳지 않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김민석) 대표가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7일 당 유튜브에 출연해 김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에 대해 "당에서 이 문제를 제어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했고, 그 문제는 더 말씀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12일 오전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나와 김 후보자를 향해 이어지는 여권 내부의 비판에 대해 "논리나 타깃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대통령이나 당을 끌어가는 데 대한 비판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합리성을 중시하고 비판에도 열려 있는데, 합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표현한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이 제일 크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판도) 자기가 할 일을 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위치와 역할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대한 전반적인 문제의식"이라고 평가했다.

 

윤 장관이 임 청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는 "제게도 '도대체 왜 (임 청장을) 가만히 두냐'는 이야기가 목이 넘칠 만큼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내부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공직자는 (그런 문제 제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본인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임 청장 감찰 논란은 단순한 공직기강 문제뿐 아니라, 김 후보자의 적격성과 더 나아가 검찰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논란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SNS 글을 반박하듯 "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이루고자 한 과제가 있어서이지 자리를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동지들과 함께 진군하고 있을 뿐이다.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 절차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시기,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고 전 차관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들끼리 무슨 검증이 되겠는가? 고기영이 차관으로서 윤석열 징계절차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김지용이 한동훈의 억지에 편드는 정진웅 기소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에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직무를 수행하기는커녕 그 쿠데타에 도움을 준 자들의 자기변명을 6년이 지난 이 시점에 들어야 하는가? 국민의힘 정부도 아니고 민주당 정부가 그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윤석열 징계반대가 정당해야 김지용이 정당해지는데 그러면 윤석열이 정당해지는 아이러니가 민주정부에서 벌어지다니 온 국민이 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그냥 남겨두시라 이재명 정부도 잠깐 흘러가는 한 페이지일 뿐"이라며 "훗날 눈 밝은 누군가가 윤석열 징계의 역사도, 이 시대도 정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엠비시(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후보자는 당시에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징계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의사 표시하는 걸 주도했었고, 그 당시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굉장히 강력하게 내비쳤었던 사람"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짚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누누이 검사들이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같지 않게, 그리고 나만은 다른 것처럼 계속해서 의견을 내왔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청문회에서) 그 부분을 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중수청에 임은정 감찰 지시 공문 하달돼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이 공식화되면서 논란도 더 커질 전망이다. 중수청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윤 장관으로부터 임 청장의 발언 등에 대한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하고 감찰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허성환 감찰담당관에게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이 이달 2일 개청한 이래 감찰에 착수하는 첫 사건이다.

 

감찰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징계령,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감찰에서는 임 청장의 구체적인 발언과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등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 청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중수청은 5급 이상 수사관에 대한 감찰 지시가 접수되면 조사를 거쳐 징계 등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해 행안부에 징계 의결 요구를 신청한다. 이후 행안부 장관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징계위에서 징계를 의결하게 된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용권자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된 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중수청장과 중수청 본청 2급 감찰관 등이 공석인 만큼 감찰이나 징계 절차에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청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중수청 청사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과 접촉하지 않고 통제구역인 지하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임 청장 측은 이날 출근길에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사전 공지했고, 임 청장은 차량에 탄 채 대기하던 취재진을 그냥 지나쳤다. 행안부 감찰과 관련한 입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로 갈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 김성진 기자 >

 

 

 

왜 아직도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타령인가?

● COREA 2026. 10. 11. 11: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제1회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 개최
파시즘 위협에 노출된 제도권 대의민주주의
10년 주기 전진-반동 고리에 갇힌 ‘87년 체제’
풀뿌리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제도화 실패

 

눈앞의 대의정치 생태계에 매몰된 정치인들
아렌트 “파시즘 막는데 실패한 프랑스혁명”
미국민주주의, 엘리트주의ㆍ관료주의 타락
진화하는 K-민주주의와 7공화국을 여는 길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스웨덴 알메달렌에서 매년 열리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정치 박람회다. ‘세계직접민주주의 포럼’은 ‘세계민주도시 시장포럼’과 연동되어 열리는 세계적 범위의 직접민주주의 컨퍼런스다. 모두 일반적인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주민 자치를 토대로 한 직접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천착하는 세계적인 정치 박람회들이다.

 

한국에서도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함께 전진과 퇴행을 반복하는 대의제 민주주의체제의 한계들이 드러나고, ‘87년 체제’로 대표되는 현행 대의제 민주주의체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요구들이 점점 강해지면서, 이런 정치 박람회 형태의 정치변화 논의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오는 10월 16일(금)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리는 ‘2026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도 그런 시도들 중의 하나다.  2025년 10월 24일(금)에 개최된 ‘2025 풀뿌리 직접민주주의 국민주권 대토론마당’의 뒤를 잇는 이 제1회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 개최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살펴본다.

 

알메달렌 박람회 로고와 2027년 알메달렌 박람회 개최를 알리는 사이트.

 

왜 아직도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타령?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K-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한류바람과 함께 상종가를 치고 있다. 그런데 무슨 민주주의 타령이고 왜 직접민주주의인가?

 

한국시민사회는 왜 이토록 질기게 직접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직접민주주의 콘텐츠 박람회를 추진하려고할까? 그 근저의 동기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으로 이야기하면, 소극적으로는 한국민주주의가 더 이상 위기에 빠지지않고 매판매족 파시즘세력들에게 업어치기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적극적으로는 AI로봇 대전환시대에 AI기본사회 건설과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제7공화국을 여는데 일조하기 위함이다.

 

솔직히 말해보자. K-민주주의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는 것의 실제 내용은 무엇인가?

그 실제를 들여다 보면, 내란 등 극우 전체주의로의 퇴행 및 반동을 시민의 단결된 힘으로 도돌이표 민주주의나마 지켜내고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제도화에 크나큰 진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직접숙의-대의민주주의가 어깨동무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와 AI기본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빼앗긴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ㆍ국민소환ㆍ국민투표)을 되찿아야한다. 더불어 대의민주주의(대의정치)와 직접숙의민주주의(시민정치), 그리고 풀뿌리민주주의(읍면동 주민자치) 세 바퀴가 함께 굴러가는, 선진화된 제7공화국시대를 열어야 한다.

 

2026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를 알리는 포스터. 자세한 내용과 참여방법은 맨 아래 링크주소 참조.

 

파시즘 위협에 노출된 제도권 대의민주주의

 

12ㆍ3내란 사태가 엊그제 같은데,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국무회의를 공개하며 ‘for the people’(국민을 위한)의 국정을 잘 펴나가면서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내주었던 때가 있었다. 국무회의를 보는 게 드라마 보는 것보다 더 재밌다는 국민들이 많은 시절을 얼마전까지 보냈다. 그러나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 뒤부터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의 지지율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권력의 원천 주체에 걸맞는 진정한 국민주권(of the people) 제도화와 권력의 운영주체에 의한 직접민주주의(by the people)의 실행이 없는 ’for the people’ 중심의 국정운영체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서민대중을 위하는 마음이 절절한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언제든지 나락으로 내쳐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직접숙의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가 협치하는 제도적 안착이 없다면, 대의민주주의 일변도의 외발 민주주의체제 하에서 정권이 바뀌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다. 급기야는 업어치기까지 당할 수 있음을 윤석열 정권을 통해 뼈저리게 알게 됐다.

 

급박한 경제적 위기가 닥치거나 민주주의체제의 심각한 균열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다. 그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헌정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이라는 무기와 ‘풀뿌리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라는 튼튼한 담장이 필요하다. ‘2026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의 슬로건이 “‘for the people’을 넘어, ‘of & by the people’의 국민주권정부로!”인 이유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6 공화국'의 '한국 역대 대통령.  나무위키

 

10년 주기의 전진-반동 고리에 갇힌 ‘87년 체제’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는 민주화운동의 승리와 그 뒤를 잇는 제도권 정치의 배신이라는 어이없는 10년 주기의 순환 고리에 갇혀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이 군부 독재를 타도하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을 때, 광장의 시민들은 이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라 믿었다. 그러나 정확히 10년 뒤인 1997년, 국가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라는 경제적 국치일을 맞이하며 승자독식 자본주의라는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 속에 대중의 삶을 수장시켰다.

 

다시 10년이 흐른 2007-2008년, 노무현 정부의 실망스러운 개혁 성과는 보수 정권의 재집권을 허용했고, 이는 다시금 민주주의의 후퇴를 불러왔다. 그리고 2016-2017년, 촛불혁명이 박근혜를 탄핵시켰으나, 그 열기는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소진되었다.

 

1987년 7월 9일 민주화 요구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 파편에 맞아 숨진 연새데생 이한열 장례식 때 서울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위키백과

 

1987년 6월 항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동시에 직접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유보시킴으로써 현재의 불평등을 잉태한 ‘미완의 체제’였다.

 

‘87년 헌법’은 대통령 단임제라는 권력 분산에 집중했을 뿐, 자본의 독주를 제어하거나 시민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2017년의 촛불집회는 이러한 ‘87년 체제’의 한계를 돌파하기보다는, 훼손된 87년 체제를 복원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이는 광장의 열기가 제도권 정치로 흡수되자마자 급격히 식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정권은 교체되었으되 삶은 바뀌지 않는 ‘헬조선 신양반제사회'의 현실은 지속되었다.

 

12ㆍ3내란을 극복하며 국민주권정부라는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취약한 87년 민주주의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시스템 안에서 국정을 운영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민주진보세력을 과다 대표하는 민주당이 위기에 빠지면, 시민들은 또다시 ‘민주당이라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도돌이표 민주주의’가 반복되는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해 보게 된다. 왜 그 치열했던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이 광장을 벗어나면 시민들의 혁명적 열기는 사그라들고 말까? 그리고 함께했던 대의정치인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제도권 대의정치의 늪에 빠져들어 혁신적 정치발전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릴까?

 

풀뿌리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제도화 실패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이 그 열기를 조직적 대오로 만들어 헌정 직접민주주의(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와 풀뿌리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를 제도와 시스템으로 만드는 운동을 끈질기게 전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를 천명하였다. 그러나 ‘for the people’을 넘어, ‘of & by the people’의 국민주권정부가 되어야만 한국은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다. ‘of & by the people’의 국민주권정부가 되려면,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빼앗긴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을 되찿아야 하고, 국민주권 보장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의회와 시민법정 그리고 풀뿌리 주민자치와 지방자치 분권 실현을 위한 국민주권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팔 걷어부치고 직접 나서야지 다른 어느 누구도 국민주권을 제도화해 주지 않는다. 설령 국민주권이 제도화된다 하더라도 그 걸 운영할 자주적 의지와 주체역량이 없으면 보수반동세력에게 업어치기 당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눈앞의 대의정치 생태계에 매몰된 정치인들

 

다른 하나는 그 광장의 혁명적 열기와 함께했던 대의정치인들은 새로운 정치의 큰 비전과 밑그림을 그려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당면한 눈앞의 대의정치 생태계 안에서 벌어지는 “소용돌이 정치 메커니즘”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소용돌이 정치메커니즘은 필연적으로 선동정치와 팬덤정치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의 저자 그레고리 핸더슨은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깊은 관심과 해박한 지식을 가졌던 사람이다. 이 저자는 “한국정치는 원자화된 단위들이 중앙권력을 향해 돌진하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소용돌이 정치”라 했다. 여기서 소용돌이(Vortex)란 한국사회가 보이는 고도의 동질화와 중앙집중화 현상 때문에 사회의 모든 분야와 개체들은 ‘원자화 된’ 상태에서 오직 권력의 중심만을 향해 돌진하는 사회정치적인 상승기류를 은유한 것이다.

 

소용돌이 폭풍이 일어나면 그 거대한 흡입력은 모래알의 정치개체를 빨아들여 어떤 이성적인 성찰도, 여야 간의 타협도, 정책을 위한 진지한 토론도 마비시키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발전에 필수적인 요건인 정치개체 간의 응집을 배양할 수 있는 토양은 황폐화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정치 풍토에서 한국정치의 발전 방향은 ‘다원화를 통한 응집’으로 가야 한다고 권고한다. 어떤 정치의제나 정책을 곧바로 제도화하기보다는 원자화한 모래알들을 접합시키는 것이 제도화의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비유로 말하면, 모래알을 진흙으로 만드는 응집력이 더욱 긴요한 것이며, 그 다음에야 제도화의 벽돌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좌절의 10년 주기를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투표일에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수동적 ‘소비자 시민'에서, 자신의 삶과 마을, 생산 수단을 직접 통제하고 소유하는 ‘생산자 시민'으로의 진화가 그것이다. 생산시민민주주의로의 진화다. 이러한 생산시민민주주의가 꽃을 피우려면 직접민주주의와 생명지역주의가 함께 어깨동무해야 한다. 생산시민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그리고 생명지역주의가 함께 어깨동무할 때, 한국민주주의는 선진화된 K-민주주의로 진화 발전하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과 같은 대의민주주의 일변도의 한국민주주의는 절반의 외발 민주주의이기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체제 하에서는 언제든지 윤석열 정권같은 기형아적 정권이나 극우정권이 등장하여 내란과 참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 발전하는 K-민주주의와 제7공화국을 여는 길

 

지금의 한국정치체제는 불안한 외발민주주의와 보수양당의 적대적 공생체제라는 87년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진화발전하는 선진국형 K-민주주의와 제7공화국을 여는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지금과 같은 개발도상 중진국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이룩했던 87년 체제는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현행 대의민주주의 체제는 엘리트 정치 카르텔이 권력을 독점하는 적대적 공생체제로 굳어졌고, 시민들은 선거철에만 동원되는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시대는 AI로봇 기반 초록문명시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일반대중도 손안의 AI 만능비서를 통하여 수만 명의 석학과 대화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그런데 정작 대의정치인들은 문맹율 95%시대에 생긴 대의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자기기만하는 정치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의제와 직접숙의민주제의 상호보완적 협치

 

시급히 대의제와 직접숙의민주제가 상호보완적으로 협치하는 구조로 정치시스템을 재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AI친화적으로 살면서 똑똑해진 대중들이 기능상실의 대의민주주의체제를 조롱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 그 빈틈을 파고들어 국가공동체의 운영을 훼절시킬 수 있는 것이 극우 전체주의 선동정치와 팬덤정치다. 지금 그러한 전조현상이 오늘의 한국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당’은 윤석열의 12ㆍ3내란 이후에도 극우전체주의 선동정치의 자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국민의힘당’을 저만치 따돌리며 속도감 있는 사회 대개혁과 함께 직접민주주의 국민주권의 제도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먼, 민주진보시민들이 가장 경멸해마지 않는 ‘국민의힘당’과의 적대적 공생의 모습을 6ㆍ3지방선거와 8ㆍ17 전당대회를 통해서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를 가장한 정치 유투버들이 주도하는 팬덤정치의 늪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한국민주주의와 정치가 이러한 오류의 늪에 빠져들지 않으려면, 시급히 다음과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정진해야 한다.

 

그 과제 해결의 첫 번째는 풀뿌리 민주주의 확립이다. 이는 생산시민민주주의와 생명지역주의 그리고 직접숙의민주주의 기반 전국 3500여 개 마을자치 정부 건설에서 시작된다.

 

두 번째는, 제도적 혁신이다. 이는 직접민주주의 3법(국민발안, 국민소환, 국민투표) 개헌 그리고 직접숙의민주제와 대의제 협치시스템을 통한 제7공화국 기틀 마련이다.

 

세 번째는, AI 기본사회 초록문명 선도국가이다. 이는 AI 기본사회 모델 제시를 통한 양극화 해소 및 세계 평화 문명에의 기여로부터 시작된다.

 

아렌트 “파시즘 막는데 실패한 프랑스혁명”

 

한나 아렌트는 그의 책 ‘혁명론’에서, 풀뿌리민주주의는 파시즘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는 관점에서, 프랑스혁명은 실패한 혁명이고 미국독립혁명이야말로 성공한 혁명이라 했다. 그 이유는 미국혁명은 타운홀 미팅(마을자치 원탁회의)과 타운리퍼불릭(마을공화국)같은 풀뿌리민주주의 시스템(토마스 제퍼슨이 제안한 와드시스템, Ward System)에 기초하여 버텀업 방식의 연방제 국가를 건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혁명은 빈곤과 민중의 고통해결 같은 ‘for the people’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매몰되면서, ‘of & by the people’ 차원의 자유와 자치의 제도화에 실패하고, 결국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와 권력집중으로 변질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미국민주주의,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 타락

 

아렌트가 미국혁명을 높이 평가하면서 크게 우려한 것이 있다. 그것은 미국의 건국자들이 미국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대의제와 연방제 중심으로 구성하고, 혁명기의 소중한 보물과 같았던 풀뿌리민주주의 시스템(타운홀 미팅과 와드 자치공동체)을 헌법적 제도로 공식화하지 않고 배제했던 점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비극적인 큰 실수라 지적하였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공적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자치공간”이 빠진 대의제는 결국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로 타락하게 되고, 위기시에는 전체주의 파시즘에 잡아먹히게 될 수 있음을 그는 경고했다.

 

아렌트의 지적과 경고는 오늘날 망가진 미국 민주주의에서 그대로 적중되고 있다. 미국 독립혁명기의 그 역동적이고 참여적이고 공동체적인 미국의 풀뿌리민주주의 시스템은 거의 온데 간데 없어졌다. 대의민주주의 엘리트체제와 군산복합체의 유착 카르텔체제로서의 미국 민주주의는, 그 타락한 민낯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트럼프체제야말로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실패한 미국 민주주의냐 세계 최고의 K-민주주의냐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기로에 서 있다. 미국 민주주의와 정치체제를 모범교과서로 여기며 진행된 한국정치가 미국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유턴하여 미국 혁명기의 풀뿌리 기반 미국 민주주의체제와 새롭게 도래하는 디지털AI민주주의 트렌드와 결합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K-민주주의로 진화 발전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2026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질적 도약과 국민 주권의 실질적 구현이라는 취지와 목적을 갖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번 2026 박람회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숙의민주주의'가 상호보완하며 협치하는 ‘제7공화국'의 비전을 제시하고, AI시대의 기본사회 모델과 마을자치정 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가적 담론의 장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어서 2027년에는 “피와 땀을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의 현장인 광주에서 본 박람회와 함께 세계 직접민주주의 포럼을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다음해인 2028년부터는 전국 11개 광역시도(제주도, 광주전남, 전주전북, 부산경남, 대구경북, 청주충북, 대전충남, 경기도, 인천광역시, 서울특별시, 춘천강원)에서 지역별로 동시에 개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직접민주주의와 자치가 제도화되고 안착될 때까지 이 국민공론마당과 직접민주주의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절반의 실패를 안고 진행되었던 프랑스혁명의 실패와 처음에는 성공했던 미국혁명이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의 제도화를 헌법적 구조에서 배제함으로써 망가진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마을공화국 상임의장

 

바라는바대로 직접민주주의가 안착되면, 직접민주주의 박람회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처럼 <K-민주주의 정치박람회>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보다 폭넓은 내용의 축제형 정치박람회로 전개 될 것이다.

제2의 민주화운동 대장정의 첫길을 여는 <2026 대한민국 직접민주주의 박람회>를 함께 기획하고 제안하거나 참여하실 분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하고 신청할 수 있다.

•참여신청 : https://forms.gle/xvPLQVHepYh643VY7   < 임진철 담대한 혁신사회 플랜 >

 

안정권, 유해진 배우 집 앞에 다시 등장해 집회
자극적 언행과 막말해가며 마녀사냥 일삼아
혐오 동력 삼아 윤석열 정권 창출 앞장선 집단
소수자·피해자들에 지독한 2차 가해 퍼부어
윤석열 탄핵 이후 벌어진 극우의 위기와 분열
암살자들 마녀사냥 고리로 다시 뭉치는 조짐
혐오 극우 기반 해체할 대안적 정치 모색 시급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극우보수 세력의 마녀사냥이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이 마녀사냥의 '행동대원' 중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극우보수 성향의 활동가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이다. 안정권 대표는 유해진 배우 집 앞 등에서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며 스토킹에 가까운 집회를 하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안정권은 자극적인 언행과 퍼포먼스로 지지자나 후원자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극우보수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들 중에서도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과거에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도 욕설과 소음으로 뒤덮인 시위를 주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 행태가 너무 심해서 유튜브 채널도 정지될 정도였다.

 

그런데 안정권 대표는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와도 특별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정도부터 '왕자(짭정권)'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배인규 대표는 안정권 대표를 자신의 '스승'이라는 식으로 말해 왔다. 실제로 배인규 대표가 보여줬던 시위 방식들은 안정권 대표가 먼저 선보이고 전수했다고 볼 수 있다.

 

정장을 입고서 방송차량 위에 올라가 확성기를 쥐고 고성으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는 욕설, 조롱 등도 적극 활용됐다.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각종 아스팔트 극우보수들의 집회 현장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중간에 결별과 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힘을 모았다.

 

 

안정권 대표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두 사람은 강경한 극우보수적 입장에서 서로 통하는 점이 많았고 특히 '안티페미니즘'이라는 중요한 세계관을 공유했다. 두 사람은 '강력한 마초주의' 스타일로 자신들의 남성성을 과시하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문신, 의상, 근육 과시 등을 통해서 '위압적이고 거친 남성'의 이미지를 시각화했고, 거침없는 욕설과 고함도 그러한 스타일링의 일부로 보였다.

 

그들은 분노를 난폭하게 표출하는 것이 '남자답다'는 가부장적 편견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남자아이들과 성인 남성들은 종종 가부장적 남성성의 가장 나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폭력적으로 행동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남자다움’을 확실히 보여주는 가장 쉽고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벨 훅스,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그리고 배인규 대표는 스스로 신남성연대를 만들어서 '안티 페미니즘'을 더욱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신남성연대는 '안티 페미니즘'을 지지와 수익을 얻는 기반으로 삼으며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도심에서 “페미니즘은 정신병”이라고 외치는 청년 남성들의 집회와 행진을 조직해 나갔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에 대한 사이버불링을 유도할 뿐 아니라, 성차별에 반대하는 집회 현장을 따라다니며 '꼴페미 맞불집회'를 하면서 여성 활동가들을 향해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따라서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가 2022년 대선 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이 있었다. 특히 선거운동 초기에 윤석열 선본이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영입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자 신남성연대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격렬한 반대 시위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선본이 초기의 혼선을 정리하며 신지예 씨를 물러나게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핵심 구호로 내세우면서 모든 게 분명해졌다. 

 

 

4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영화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 유해진 자택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제작사와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6.10.4 연합
 

신남성연대는 “윤석열과 우리는 한 몸”이라고 선언하고, 가장 적극적인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변신했다. 반페미니즘과 여성혐오적 관점을 숨기지 않는 청년 남성 활동가들이 윤석열의 선거운동과 방향을 주도하는 선거대책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고,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는 각종 포털과 SNS에서도 댓글부대원처럼 선거운동에 앞장섰다.

 

배인규 대표가 안정권 대표,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과 김세의, '신의한수'의 신혜식, '윤튜브'의 윤서인 등 극우보수 유튜버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받은 것은 바로 이런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로 보였다. 신남성연대 등은 미국에서 트럼프 정권을 외곽에서 돕는 청년 극우 집단인 '프라우드 보이즈'와 비슷한 구실을 했다.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직접 나서서 하기는 어려운 주장과 행동을 대신 나서서 해주는 셈이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때를 돌아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였기에 유가족의 입과 저항의 확산을 막고 싶었다. 정부와 여당이 그런 바람을 드러내자 극우 유튜버들은 유가족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콘텐츠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이 참사 현장 옆에 분향소를 차리자 바로 옆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하면서 ‘2차 가해’ 집회를 열었다. 이 모든 ‘살인적’ 2차 가해는 결국 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의 배경이 됐다. 정권이 앞장서 부추기고, 유가족을 직접 겨냥하고,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계속되는 지독한 괴롭힘이었다.

 

이런 구조와 행태는 윤석열 집권 3년 동안 지속됐다. 대통령실이 직접 극우 유튜버들과 소통하며 관리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나돌았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영구 집권을 위한 친위쿠데타를 시도했을 때 이들이 그것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윤석열을 탄핵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도 앞장섰다.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반공청년단 및 백골단 출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이 소개말을 하고 있다. KNN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5년 2월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시위하는 현장에서도 안정권 대표와 배인규 대표는 맞불집회를 열면서 폭력적 충돌과 소란을 일으켰다. 3월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행진과 시민들의 연대가 결합한 '남태령 시위'에서도 그 앞을 막아섰다. 그러나 윤석열의 친위쿠데타 시도는 실패했고, 결국 윤석열은 탄핵되고 구속됐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을 열렬히 지지하던 아스팔트 우파와 극우보수 유튜버, 활동가들의 위기와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버티고 있던 시기에 벌어진 '백골단' 결성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에 또 다른 극우 활동가인 김정현 '백골단' 단장은 자신들이 윤석열을 보호하고 공수처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안정권과 배인규 등은 '청년들의 순수성을 해치고 폭력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김정현 단장과 백골단을 비난하고 나섰다. 극우보수 진영의 이러한 갈등과 분열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서도 이어졌다.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자신들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석열 정권 탄생에 힘을 보탰던 이들은 찢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분열과 갈등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배인규 대표와 신남성연대도 '위장 우파', '좌파 프락치', 심지어 '대진연'이라는 의심과 공격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 속에서 얼마 전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많은 복잡하고 서글픈 감정과 반응을 일으켰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해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언행을 하던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타인을 괴롭히면서 스스로 행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 배경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극우보수 진영의 분열과 갈등에다가 이혼과 마약 투약 등 개인적 어려움들도 작용했을 가능성을 짐작할 뿐이다. 

 

 

1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7.17. 연합
 

 

그런데 왠지 모를 착잡함 속에 오랜만에 신남성연대 홈페이지에 가본 이들은 약간 놀라게 됐다. 그 유튜브 채널에서 허위 정보, 혐오, 막말이 가득하던 모든 콘텐츠들이 다 삭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때문에 모든 것을 내렸고 이제는 수익도 올릴 수 없다'고 반발하고 한탄하는 영상만 남아있었다.

 

실제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 이후 사이버렉카나 극우보수 유튜버들이 수익 창출이 중단될까 봐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의힘과 보수우파들은 '입틀막'이라고 욕하고, 일부에서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의미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것은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혐오, 폭력을 제어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할 수가 없다. 배인규 씨의 비극을 누구보다 슬퍼하고 애도하던 안정권 대표는 이제 또다시 자극적인 언행과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이것은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다시 집결하며 부활하기 시작한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극우보수 세력에게 중요한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아주 의식적으로 '2030 청년들이 영화 <암살자(들)>에 분노한다'며 선동하고 있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지는 정치적 기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얼마 전 발표된 <청년 남성 극우 성향의 구조와 분포> 논문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논문에서 김창환 교수와 최성수 교수는 청년 남성의 26% 정도가 극우적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하며 "이상의 분석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 상황에 따라서 극우적 역풍이 상당히 크게 불어올 수 있는 정치인구학적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조리돌림을 막아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윤석열 시대가 다시 더 섬뜩하게 돌아오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도 이러한 극우보수의 정치적 기반을 해체할 수 있는 대안적 정치운동과 사회적 해법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두려움 속에서 혐오와 죽음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사랑과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 연구평론가  >

 

 

영화 암살자(들) '암살' 하려는 마녀사냥 막아야

 

별점테러와 악플도배로 영화 망치려는 공격들
반세기 지나도 안 풀리는 육영수 피격 의혹들
조선일보가 영화 흠집내기에 최선 다하는 이유
고문과 조작 전문가 김기춘 수사 결과 안 믿겨
음모론이라는 국민의힘 비난에 돌려 줄 질문들
'내란의 밤'과 겹치는 저항 장면과 언론의 책무
과거의 어둠 넘어 오늘의 진실 촉구하는 영화

 

이번 추석 연휴에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는 1974년 8월 15일에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했다. 감독은 실화를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진영의 비난과 공격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이 영화를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정치적으로 '암살'하려는 마녀사냥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수만 명이 조직적인 별점 테러를 가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지독한 악플들이 끝없이 달리고, 그 배우가 출연한 광고와 제품까지 찾아내 공격하고, 법적 조치를 통해 감독과 제작자들을 괴롭히고, 집요한 공격으로 영화를 좋게 평가한 평론가들이 영상과 글을 내리게 만드는 야만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이 영화는 1974년 광복절 당시 사건 현장의 경호를 담당했던 경찰관(철구)과 동성일보 사회부장(재환)이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사건 설명을 의심하며 진실을 쫓아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독재정권의 민주주의 파괴나 폭압적 언론 탄압들을 보여주고, 이것을 1974년 하반기에 있었던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비판하는 국민의힘과 우파 정치인, 보수 언론들은 이 영화가 '질 낮은 음모론', '역사를 왜곡한 정치적 프로파간다', '역사에 대한 반역',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영화'라면서 맹비방을 가한다. 피격 사건은 당시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문세광의 자백을 통해서 '북한과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암살'로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는 말이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 영화가 '중앙정보부가 암살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관한 의혹을 묘사한 것에 대해서도 '정보기관이 자기 정부 대통령의 부인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발한다. 일부 지식인이나 역사학자마저 그런 점을 들어서 이 영화를 '386세대의 뒤틀린 정서에 기반한 공상이며 판타지'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당시 수사 결과는 5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상식적인 의문들을 전혀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과 의혹만 커져 왔다. 굵직한 의혹들만 봐도 매우 심각하다. 문세광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도 검문과 경호를 뚫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가? 당시 행사장에서 대통령 경호실은 왜 경호원들을 행사장에서 나오게 한 것인가?

 

비표가 없어서 행사장에서 나오게 된 문세광을 다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은 자기 허벅지를 쏘는 오발 사고를 내고도 어떻게 암살 시도를 계속할 수 있었는가? 당시 문세광은 4발을 쐈다는데 7발의 총성이 울린 이유는 무엇인가? 박정희는 부인과 여고생까지 총에 맞은 상황에서도 어떻게 나머지 연설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나올 수 있었나?

 

육영수 여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총알은 왜 수사기관으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피격 사건이 발생한 것과 거의 동시에 문세광이 묵고 있던 호텔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인가? 문세광이 입을 열기 전이라는 시점에 조선일보는 어떻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보도를 할 수 있었는가? 일본 정부는 왜 문세광과 조총련에 대한 조사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당시 수사에 함께했던 서울시 경찰국 감식계장 이건우 씨가 1989년에 "육영수는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다"라고 내부 고발한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세광이 몇 달 만에 초고속으로 재판받고 사형당해 더 이상 증언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모든 의혹은 명백한 물증이나 증인을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은 풀리기가 어렵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나온 이건우 씨의 증언 - 방송 화면 갈무리 

 

이번 영화 <암살자(들)>뿐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에서 거듭해서 분명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이런 의혹들을 제기해 왔다. 이런 공중파와 공영 방송들이 충분한 취재나 조사를 하지 않고, 근거도 없이 이런 문제제기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가장 앞장서서 영화 <암살자(들)>를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결정적인 반박 근거처럼 내세우는 것은 '2002년에 박근혜가 방북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당시의 여러 언론 보도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 조선일보가 이토록 사활을 걸고 <암살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에 앞장서는 이유는 알만하다. 1974년에 조선일보는 문세광이 입을 열고 자백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 전에 자세한 보도를 했다. 타임머신이 없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보도였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수록 조선일보의 독재 유착, 가짜 뉴스의 실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무엇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주체가 도무지 신뢰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1974년 당시에 이 사건 수사와 결과 발표를 주도한 것은 당시 중앙정보부 법률보좌관이던 김기춘이다. 김기춘은 회고문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세광에게 '스파이 소설 <자칼의 날>을 봤냐'고 묻자 문세광이 곧바로 모든 것을 다 술술 불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문세광에게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소설 《자칼의 날》을 읽었지요?' 문세광은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 '네, 읽었습니다. 선생님도 읽었는가요?' '나도 읽었소. 그런데 당신이 바로 자칼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자칼입니다.'...이렇게 해서 문세광은 말문을 열었다....문세광은 그림을 잘 그렸다... 자술서와 함께 그림으로 그렸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입을 꾹 닫고 있던 암살범이 자기와 같은 스파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만나자 너무 반가워하면서 순순히 모든 걸 밝히며 하루 만에 그림까지 그려서 알려준 것이 이 사건의 진실'이라는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밌고 웃기는 점이 있다. 그래도 20살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검찰총장, 국회의원, 법무장관까지 한 김기춘의 말을 믿어야하지 않냐고?

 

김기춘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토대가 된 유신헌법의 초안을 작성한 장본인이고, 1974년 울릉도 간첩단 사건(당시 중앙정보부 수사관),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1970년대의 각종 납북 귀환어부 간첩 사건들을 고문으로 조작해낸 사람이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당시에도 법무장관으로서 고문과 조작 수사의 책임자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면서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만들어낸 책임자이다. 평생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수많은 고문과 조작 사건들에 관여한 대표적 인물의 말을 믿으라고 하면서, 그것을 의심하는 영화를 '공상이고 판타지'라고 하니까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가짜 뉴스를 앞세우고, 김기춘을 믿으라며 영화 <암살자(들)>이 제기하는 의혹들을 깔아뭉개는데 열심인 오늘날의 조선일보 같은 언론사와 기자들을 보자면, 영화 속에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으려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같은 기자들이 판타지나 공상 속의 인물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문제제기들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오늘날에도 의미가 크다. 반면 이것이 '음모론에 기반한 반인륜적 영화'라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비난은 전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그토록 찬양하며 관람을 권유하던 <건국전쟁>이야말로 민간인 수십만을 희생시킨 독재자를 찬양하는 반인륜적 내용 아니었는가?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윤석열과 황교안 같은 정치인들이 칭찬하면서 관람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야말로 음모론에 기반한 영화 아니었는가? 지금 보수 우파 진영에서 제기하는 '허진호 감독이 중국 자본으로 북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비난이야말로 음모론 아닌가? 국민의힘은 왜 '중앙정보부가 대통령 부인 암살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지 스스로 자신들의 뿌리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들이 정치적 뿌리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정희 정권 때 대통령이 젊은 여성과 여성 연예인들을 데리고 유흥을 즐기다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을 암살한 것이 바로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다. 그것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정치적 공작을 벌이던 어둡고 기막힌 시절이었다. 박노자 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이 8.15 저격 사건의 영향은 대체로 분명합니다. 북이 득을 본 게 없지만, 유신정권으로서는 득을 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박정희가 좋아했던 말대로 '총화단결'이 막 이루어진 것이죠... 1973년 동경에서의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한 불리한 여론을, 이 새로운 사건으로 어느 정도 덮어버릴 수 있었고요. 그리고 주요 적대 세력으로 간주됐던 조선총련에 대한 '조치'를 일본 정부에 큰 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경찰관 철구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거듭 다짐하던 '애국자'였다. 그런데, 자신이 사는 시대의 어두운 진실을 깨달으며, 이제 '애국가' 방송을 들어도 씁쓸하게 그냥 걸어가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걸어가는 철구와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리고 다같이 서 있는 정보기관원들의 대비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됐다.

 

지금, '빨갱이가 만든 저질 음모론 영화'라면서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들의 걱정과 공포도 여기에서 비롯한다. 태극기를 흔들며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의문을 품게 되는 일만은 절대 막고 싶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권력이 하는 말'과 '내가 알게된 현실'이 다를 때 의문을 품게 된다.  

 

영화의 한 장면 

 

그러려면 그 모순을 파헤치고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영화에서 재환은 그 일을 한다. 따라서, 이것은 육영수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아서 무엇보다 언론과 기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는 영화다. 영화 속에는 '권력이 숨기려는 진실을 찾아달라'는 언론과 기자를 향한 감독의 절절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런데 박정희 군부독재도 아닌 오늘날, 조선일보를 비롯한 많은 보수적 주류 언론들은 거꾸로 스스로 권력 카르텔의 일부와 그 하수인이 되어서 진실을 숨기는데 공모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윤석열 검찰-언론 카르텔 정권이었고, 만약 윤석열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암살자(들)>에서 보이는 끔찍한 장면들은 바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이 됐을 것이다.

 

'육영수를 죽인 것은 북한과 조총련이다'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를 믿지 않고 다른 주장을 하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던 그런 과거로 말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경찰과 폭력배들에 맞서서 바리케이드를 쌓고 처절히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2024년 12월 3일 '내란의 밤'에 국회에서 우리가 목격한 장면과 너무나 비슷하다. 

 

결국,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빛의 혁명'으로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덕분에 한국 사회가 볼 수 있게 된 최고의 정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한 국민의힘과 보수 우파 세력의 마녀사냥은 '빛의 혁명'이 낳은 성과와 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반혁명적 공격의 중요한 일부라는 뜻이기도 하다.

 

허진호 감독은 어두운 시절에 대한 가슴아픈 기억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펼치며 우리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봄날은 간다> 같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멋지게 만들어 내던 그 솜씨는 역사의 진실을 찾는 이 영화에서 더욱 정교하고 묵직해졌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버금가는 동성일보 사회부장 재환의 명대사가 계속 귓가를 울린다. “애국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 연구평론가 >

 

 

 

 

 
 

"캐나다계 자본 견제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 협상에 영향"

한국형 원전 2기 건설·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인수 합의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노형으로 지어진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한국전력 제공]

 

지난 1일 발표된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국에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해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노형에 원전 종주국의 안방을 내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셈인데, 그 이면에는 미국과 캐나다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한국은 총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기금 중 60%에 해당하는 1천200억달러를 투자해 8기의 신규 대형 원전을 미국에 짓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8기 중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나머지 6기는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다.

 

양국 간 협력 구상에 따라 지난해 1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맺었던 타협협정(SA)도 손본다. 해당 협정은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혀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협정 개정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미국 내 원전 확대에 한국의 시공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를 압박하며 돌파구가 열렸다.

 

한국은 또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상장할 경우 공모가의 10%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가 51%, 캐나다 우라늄 광산업체 카메코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개입해 한국형 원전 도입을 허용하고 유리한 지분 인수 조건까지 안겨준 데에는 캐나다 자본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원전의 핵심 기업 주주가 전부 외국계(캐나다)라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근 북미 간 기류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미국의 보복 관세에 똑같은 보복 관세로 대응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브룩필드 부회장 출신이다.

 
하기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  [AP 연합 자료사진]

 

카니 총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브룩필드를 미국이 얼마나 경계하는지는 미국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에서도 드러난다.

 

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상장 과정에서 황금주를 확보할 예정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경영의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앞서 일본제철이 US스틸 지분 99.9%를 인수했을 때도 미국 정부가 황금주 1주를 확보해 공장 폐쇄와 본사 이전 등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웨스팅하우스 주주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 8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각종 인허가 편의와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기업공개(IPO) 몸값에서 175억 달러를 제한 가치의 20%만큼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확보했다.

 

예컨대 웨스팅하우스의 기업 가치가 500억달러에 달하면 미국 정부는 65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공 능력이 검증된 한국과 원전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캐나다계 100%의 지분 구조를 희석하기 위해 한국에 지분 인수를 허용한 셈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만약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자본으로 구성된 토종 기업이었다면 한국형 원전이 미국 본토에 들어가거나 지분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미 간의 갈등이 이번 협상의 지렛대가 됐다"고 짚었다.                            <  신창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