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 사실은 12.7%

조선일보 등 친윤 매체 무조건 받아쓰기로 퍼뜨려
김포 시민 84%가 편입 찬성? 사실은 국힘 당원들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 행사에서 즉석 조사
장밋빛 청사진? '김포구' 되면 세수 수천억 감소해
그 돈 고스란히 서울시로 넘기고 김포는 가난해져

 

집권여당의 '메가 서울' 구상의 출발점은 경기도 김포시 서울 편입론이다. 이를 뿌리 삼아 구리, 성남, 광명, 고양 등으로 가지를 뻗치며 '서울 확장론'을 키우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김포 편입론은 그 근거가 워낙 부실해 뿌리부터 썩어들어가는 형국이다. 노골적 거짓말 또는 교묘한 눈속임이 난무하는 엉터리 논리 중 우선 몇 가지를 꼽으면 다음과 같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가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김포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 친윤 매체들 무조건 받아쓰기

 

"실질적으로 이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 정도가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니까, 그런 특수성을 담아 이야기를 하니까 저희가 수긍을 하는 거고요."(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김포는 서울에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류, 출퇴근도 81.5%를 서울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김병수 김포시장)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개최한 '수도권 신도시 교통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나왔던 발언이다. 간담회에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소속 경기도·김포시 단체장 및 시의회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국토교통부 강희업 대도시광역교통위원장도 동행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김기현 대표가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 내부 검토 결과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여당 당론으로 공식화했던 것이다. 대상을 서울 인접 다른 도시들로까지 확대하는 '메가 서울' 구상도 이날 간담회를 통해 처음 공론화했다.

여기서 편입 명분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던 '출퇴근 인구 85%'는 친윤 매체들의 보도를 통해 집중적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 <60년 만의 '서울 확장', 지방 메가시티 조성과 함께 추진을>에서 "서울이 더 커지지 못하니 외곽에 다수의 위성도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며 "김포시 주민의 85%가 서울로 출근하는 등 위성도시와 서울은 단일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문화일보 역시 사설 <김포의 서울 편입 '역발상' 장단점 따져볼 만하다>에서 "김포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상황에서 지옥철로도 불리는 김포골드라인 혼잡을 완화할 지하철 5호선 연장 필요성 등도 서울시 편입 주장에 힘을 보탠다"고 했고, 세계일보도 사설 <김포 '서울 편입', 타당성 충분히 논의해 추진해야>를 통해 "김포시 인구 85%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립 과정에서 서울시와 합의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라고 두둔했다.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일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이 개통하면서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 됐다. 2023.7.4. 연합뉴스

 

김포골드라인 탑승객 중 김포공항역에 내린 사람 비율을 뻥튀기

 

그런데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80%대라는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김병수 김포시장, 그리고 언론들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적으로 이는 가짜뉴스다. 올해 9월 기준 김포시 인구는 총 48만 5000여 명인데 이 중 40만 명 이상이 평일에 매일 서울 소재 직장으로 일하러 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운 광경이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자 24만 8900명으로 대상을 좁혀도 20만 명 넘는 김포 시민이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다는 건 납득이 잘 안 된다.

알고 보니 이 80%대라는 숫자는 '김포골드라인 탑승객 가운데 서울에서 하차한 인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에 김포골드라인 승차 수요를 조사했더니 1만 3838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서울시 통행 수요, 즉 행정구역상 서울에 속하는 '김포공항역'에 하차한 인원이 1만 1279명으로 81.5%를 차지했다는 얘기다.

김포골드라인은 경기도 김포시와 서울특별시 강서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으로 총 10개의 역을 거친다. 기점인 양촌역을 비롯해 9개 역은 소재지가 김포이고 종점인 김포공항역은 서울에 속한다. 그러니 김포골드라인 탑승자만을 대상으로 통행 수요를 조사하면 마지막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는 비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 다른 교통수단으로 환승해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김포공항역은 5개 노선이 지나는 환승역이다.

그럼에도 김병수 김포시장은 마치 김포 전체 주민 가운데 81.5%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처럼 두루뭉술하게 말한 것이다. 심지어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를 85%로 더 부풀렸는데,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81.5%로 보고를 받은 뒤 인용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킨 게 아닌가 추정된다. 이 잘못된 수치를 또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 바람에 '서울 출퇴근 인구 85%'가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다.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 정비사들이 열차를 점검하고 있다. 2023.10.30. 연합뉴스

 

가장 공신력 높은 통계청 조사 따르면 서울 통근·통학 인구는 12.7%

 

그러면 진실은 무엇인가. 가장 공신력 높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김포시에서 서울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인구(12살 이상)는 6만 명으로 12.7%에 그친다. 이는 경기도에 있는 31개 시군구 가운데 11번째로 한참 '후순위'에 속한다. (인구주택총조사는 매년 진행되지만 통근·통학 등 세부적인 특성 항목은 5년 주기로 작성되기 때문에 2020년 조사가 가장 최근 자료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기도 전체에서 매일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사람은 125만 5518명이다. 그중 고양시가 16만 3298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성남 12만 8860명, 부천 10만 5457명, 남양주 10만 2004명, 용인 9만 1605명 등의 순이다. 김포는 인구 47만 3970명 가운데 6만 4명이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 별 '인구 대비' 서울 통근·통학 비율로 따지면 광명시가 20.4%로 1위를 차지했고 하남 20.2%, 과천 19.9%, 구리 19%, 고양 15.1%이 뒤를 이었다. 이렇게 비율로 집계하면 김포는 경기도 31개 시군구 가운데 10위다.

'출퇴근하는 인구의 85%'로 최대한 범위를 좁게 잡아도 유의동 의장 발언은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김포의 전체 통근·통학 인구는 24만 7724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인구는 24.2%를 차지할 뿐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거리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11.1. 연합뉴스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 찬성? 라디오 인터뷰서 대놓고 기망

 

'김포 인구의 85%가 서울로 출퇴근'과 쌍벽을 이루는 가짜 논리가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 찬성'이다. 이는 홍철호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국민의힘 지도부에 가장 먼저 제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지난 9월부터 '경기북도? 나빠요, 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을 김포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홍 위원장은 김포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김병수 김포시장이 그의 보좌관 출신이다.

홍 위원장은 지난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지난 9월 10일에 시민 2500명을 모시고 체육관에서 교육을 하면서 현장 설문조사를 했다"며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를 가지고 설문조사를 했는데 1750명이 응답했고 그 중 85%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조사를 한 거니까, 그랬더니 대체적으로 시민들 의견이 '최선이 서울시 편입이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다"면서 "그걸 제가 당 지도부에 설명드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역시 내막을 알고 보면 어처구니없는 과장이고 의도적인 기망이다. 그가 설문조사를 벌였다는 '체육관 교육'의 정식 명칭은 '2023 국민의힘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이다. 지난 9월 10일 김포시 마산동 소재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렸으며 국민의힘 당원 약 2000명이 체육관 1층과 2층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지난 9월 10일 김포시 마산동 소재 김포생활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김포을 전진대회 및 당원교육' 행사에서 홍철호 당협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포신문 사진 캡처

 

순전히 국힘 내부 행사에서 당원들 상대 설문조사…100% 안 나온 게 이상

 

총선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는 이날 행사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축하 영상을 보냈다. 이밖에 김성태 전 원내대표, 윤희숙 전 의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수 김포시장, 김인수 김포시의회 의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윤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유일한 정치인이 홍철호 위원장"이라며 "홍 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3선 의원이자 원내대표로서 김포의 교통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홍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김포시를 위한 국민의힘 10대 희망'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김포시를 경기북도보다 서울로!'다.

즉, 이 자리는 순전히 국민의힘 내부 행사였던 것이다. 현장에 모인 열혈 당원들을 상대로, 그것도 김포가 서울에 편입돼야 한다는 교육을 한 뒤 즉석 설문조사를 벌이고는 "김포 시민 84%가 서울 편입에 찬성했다"고 선전했다. 이는 확대 해석 정도가 아니라 사기에 가깝다. 찬성 비율이 100%가 아니라 84%에 그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2일 경기 김포시 한 도로에 ‘김포시→서울편입 공론화’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2023.11.2. 연합뉴스

 

'김포시'에서 '서울시 김포구' 되면 지방세수 3000억 원 이상 감소

 

국민의힘 측은 김포시가 서울특별시의 자치구로 편입되면 교육, 환경, 교통 인프라 등 온갖 부문에서 신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편입이 현실화할 경우 김포의 지방세수 규모가 이전보다 최소 2587억 원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이 김포시로부터 받은 '2023년도 김포시 본예산' 자료에 따르면 김포시의 올해 예산 1조 4063억 원 중 시가 거둬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市)세'는 약 2587억 원이다. 시세에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담뱃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등이 포함된다.

현재는 김포시가 김포시민들로부터 시세를 거둬 시 자체 예산으로 쓰고 있지만, 서울시로 편입돼 '김포구'가 되면 이 돈 2587억 원을 고스란히 서울시에 넘겨야 한다. 해당 예산을 관리하고 사용처를 결정하는 주체가 일개 구청이 아닌 서울시가 되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올해 1520억 원 규모였던 김포시의 재산세도 서울시로 편입되면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현재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시 예산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나눠서 전달한다. 그러다 보니 세금을 많이 거둬들인 구와 적게 걷은 구 모두 같은 액수의 재산세를 받는다. 지난해의 경우 가장 많은 재산세를 걷은 강남구는 4134억 원의 재산세수를 서울시로 넘겼지만 이중 772억 원을 배분받았고, 가장 적은 157억 원의 재산세를 걷은 강북구도 서울시로부터 똑같이 772억 원을 받았다.

결국 시세와 재산세를 합쳐 30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세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측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일절 말하지 않고 있다. 적극적인 거짓말은 아니라도 속임수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4년 서울시 예산안 발표 기자설명회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1.1. 연합뉴스

 

서울시도 세수 부족 허덕여…"교통 문제 해결? 무조건 김포시로 남아야"

 

이와 관련해 여선웅 전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은 페이스북에서 "김포시가 전국 최고 부자구인 강남구보다 예산이 더 많다. 2023년도 김포시 본예산이 1조 4700억 원인데 강남구는 1조 2800억 원"이라며 "서울시 자치구가 되면 김포시는 지금보다 가난해진다. 지방세인 주민세,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를 걷지 못해 세입이 수천억 원 이상 줄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세는 시와 자치구에 따라 항목이 다르다. 시는 재산세, 주민세,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를 걷지만 구는 재산세와 등록면허세만 받을 수 있다. 여선웅 전 정책관은 "2023년도 지방세 수입으로만 보면 김포시가 4200억 원, 관악구는 1300억 원, 강남구는 6000억 원이다. 지방세가 관악구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뿐 아니다. 지방교부세 금액도 줄어든다"고 경고했다.

이어 "결론은 김포시가 서울특별시로 편입되면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 생긴다"며 "서울시가 보전해주지 않는다. 심지어 서울시도 요즘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로 따지면 1조 4000억 원 가치의 회사를 절반 정도 다운그레이드 하겠다는 것"이라며 "김포시장이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1조 4000억 원 김포시를 8000억 원의 자치구로 만든다면 이것이야말로 배임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른 글에서는 "서울시 내년도 예산이 13년 만에 줄었다. 가장 많이 깎은 분야가 교통 분야"라며 "작년에 오세훈 시장이 경전철 사업 적자가 심하다고 속도 조절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새로 지어야 하는(짓고 있는) 노선이 현재 9개다. 위례선, 위례신사선, 목동선, 동북선…"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서울시한테 5호선 연장은 몇 번째 우선 사업이 될까? 다른 지역보다 먼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만약 해준다면 다른 구가 가만히 있을까?"라며 "김포시는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서울로 오지 말고 무조건 김포시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 시민언론 민들레 김호경 에디터 >

 

경제위기의 주범은 정부, 이런 경제위기는 ‘정부 재정 위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3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가 ‘침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기획재정부가 우리나라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 반년 만이다. ‘둔화’를 넘어 ‘침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다. 물론 심리적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항상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침체’라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해도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별 감흥 없이 들릴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잡았던 한국 경제

 
그러나 외환위기 극복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경제지표만 보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국내총생산(GDP)은 1998년 3800억달러에서 2020년 1조6천억달러를 초과했다. 무려 330% 급증이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지디피 평균 증가율은 104%에 불과하다.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며 ‘나홀로 성장세’라는 미국 지디피 증가율도 130%다. 유럽의 제조업 강국 독일은 70%, 영국은 64%, 일본은 26% 성장에 그친다.양적 성장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의 질적 성장은 더욱 눈부시다. 2000년 우리나라 지디피 대비 연구개발(R&D)비 지출 비율은 오이시디 평균에도 미달했다. 그러나 최근 20년 동안 연구개발비 지출 비율은 미국과 대만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이스라엘과 투톱 체제를 확고히 한다. 2000년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액은 지디피 대비 4.4%로 압도적인 꼴찌에서 12%까지 증가했다.
 
2000년대의 눈부신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유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아직 노인 인구는 많지 않아 근로가능인구가 황금기인 이유도 있겠다. 나아가 2000년대부터 비로소 우리나라 재정이 정비되고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우리나라 재정의 기틀은 2006년 국가재정법이 제정되면서 마련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재정이 자원배분의 효율성, 형평성, 경기 조정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98년 우리나라 정부 전체 지출액(오이시디 기준)은 100조원에 불과했다. 2020년은 660조원이 넘는다. 지디피 증가를 훨씬 뛰어넘는다. 아직도 지디피 대비 국가 지출 규모는 오이시디 평균에 크게 못 미치지만 그래도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은 맞다.
 
결국 우리나라는 1970년대 산업화, 1980년 민주화에 성공했고, 2000년도 이후에는 국가 재정의 기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이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통해 구매력 기준 1인당 지디피는 2018년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 실질 1인당 지디피의 일본 추월도 2027년일지 2030년일지는 몰라도 조만간 따라잡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도 겪었지만, 위기 때일수록 오히려 다른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극복했다. 그야말로 ‘눈떠보니 선진국’이었다.
 

정부의 ‘청개구리 재정정책’

 
 
그러나 올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 10월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다. 미국은 2.1%다 . 21세기 들어서 처음으로 일본 성장률 2%보다 뒤처졌다. 국제통화기금의 선진국 평균 경제성장률 1.5%에도 미치지 못한다. ‘눈떠보니 후진국’이 되는 느낌이다.
 
올해 경제지표를 자세히 분석해보자. 경제성장률(지디피 증가율)은 ‘소비+투자+순수출’이다. 이들이 늘면 지디피도 증가한다. 올해 수출은 3분기(누적)까지 7.2% 증가했다. 수입 증가율 2.9%를 크게 상회한다. 수출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내수다. 올해 3분기까지 투자(총고정자본형성)는 -0.38% 역성장했다. 소비(최종소비지출)는 불과 0.16% 증가했다. 1.6%가 아니다. 소비가 3분기 동안 0.16%만 증가한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결국 최근 경기 침체의 주범은 소비와 투자에서 발생한 내수 위기다. 3분기 누적 소비 증가율이 0.16%를 하회했던 시기가 언제일까? 바로 외환위기, 카드대란 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외에는 없다. 즉 내수는 1997년 이후 이런 위기 때를 빼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럼 2023년 위기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건 외국에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진원지도 명확하지 않다. 나는 이를 ‘정부 재정 위기’라고 명명하고 싶다.코로나19 위기의 경우 민간소비가 감소(-6.4%)할 때, 정부는 지출을 늘려(2.3%) 소비 감소를 방어했다. 금융위기 때도 민간소비 감소(-2.9%)를 정부 지출 증가(5.6%)로 완화했으며, 카드대란 위기도 민간에서 발생한 불을 정부가 진화했다.
 
그러나 2023년 경제위기의 진원지는 민간이 아니다. 혹자는 가계빚으로 인한 민간소비 감소를 2023년 위기의 진원지라고 평하지만 민간소비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0.84% 증가했다. 다만 정부소비가 -1.56% 역성장해서 내수 경기 악화의 주범이 됐다. 올해 민간투자 증가율은 0.62%, 정부투자는 무려 -5.63%로 전체 투자 증감률은 -0.38%다. 결국 2023년 경제위기의 주범은 정부이며 이런 경제위기는 ‘정부 재정 위기’라고 불러야 한다.
 
국가 살림 원칙은 가정 살림 원칙과 반대다. 가정은 수입이 늘면 지출을 늘리고 수입이 줄면 허리띠를 조여야 하지만 국가 재정은 내수가 나쁘면 지출을 확대하고 내수가 좋으면 지출을 줄여 경기 조절 역할을 해야 한다.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2023년 정부 지출이 왜 줄었을까? 세수가 줄었다고 정부가 당장 지출도 줄일 수 있을까? 국가 살림은 주먹구구가 아니다. 올해 지출 용처와 규모는 모두 2022년 말 국회에서 예산 심의 때 이미 확정됐다. 여야는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정치투쟁을 통해 2023년 639조원의 지출을 확정했다. 임의대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만약 세수 부족으로 지출을 줄이고 싶으면 국회에 감액추경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는 감액추경 등 국회의 동의 없이 임의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2023년 ‘정부 재정 위기’다.특히 기재부는 지방정부에 23조원의 교부세 등을 올해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회가 확정한 금액을 추경조차 없이 지방정부에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행정안전부는 23조원의 교부세 감액을 공문 한장 없이 전화 등의 비공식적 절차로 통보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은 아무런 지적도 반응도 없다. 경기가 어려우니 이미 국회가 확정한 금액이라도 정부가 충실히 지출하기만을 바라는데 이조차 언감생심이다. ‘눈떠보니 후진국’이 되는 느낌이 계속 드는 이유다.       <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모국 내년 총선 11월12일부터 유권자 등록 시작

● COREA 2023. 11. 5. 15:3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외부재자 신고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 내년 2월10일까지 

토론토 총영사관 재외선관위 위법 예방 안내센터 설치, 본격 가동

 

 

내년 모국 제22대 국회의원 총선(4.10)을 150일 앞둔 11월12일(일)부터 국외부재자 신고와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토론토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재외선거 위법행위 예방‧안내센터’를 설치, 공직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에 나섰다.

토론토 재외선거관리위원회는 ‘위법행위 예방·안내 센터’가 지난 10월18일부터 내년 5월10일까지 운영된다면서 오는 선거운동 기간 중 한국 국적이 없는 사람 등 공직선거법 제60조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국외에서도 선거운동을 해선 안되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 위반할 경우 다양한 제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0월18일 첫 위원회의를 개최한 토론토 재외선관위는 외부공모로 선정된 한재민 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에는 강선미 선거영사와 공관장 추천 이승형 코트라 부관장, 정당추천 위원인 유영범 씨(국민의 힘) 등으로 구성됐다.

재외선관위는 재외투표소 운영 및 관리, 선거범죄 예방‧단속, 선거관리사무 감독 등을 담당한다.

모국 제22대 총선 투표일은 내년 4월10일(수)이며, 재외선거는 3월27일(수) 부터 4월1일(월)까지 진행된다. 앞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한 국외부재자 신고는 오는 11월12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재외선거인 등록신청도 내년 2월10일까지 해야한다. 신고 및 신청은 인터넷(ova.nec.go.kr)이나 공관방문, 우편, 전자우편(ovtoronto@mofa.go.kr)으로 할 수 있다.               < 문의: 416-920-3809 >

해외동포 언론사 협회,   10월18일 국회 박물관 회의실 서 개최

재외동포청 역할·재외국민 선거제도 개선·복수국적 문제점 등 주제

 

 

해외동포언론사협회(OKPA: 회장 김훈)가 제5회 국제포럼을 지난 10월18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 회의실에서 개최, 지난 6월 출범한 재외동포청의 역할과 과제, 재외국민 선거제도 개선 제안, 복수 국적에 대한 주요 쟁점과 개선방향 등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발제와 패널 토론 등을 가졌다.

해외동포언론사협회는 해외 한인언론의 권익 증진과 위상 제고, 콘텐츠 공유, 해외에 한민족의 우수한 전통 문화 홍보와 공공외교 역할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로 세계 20여개국 80여개 언론사가 속해 있다.

30여명의 해외 언론사 대표를 포함해 각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에서 '재외동포청 역할과 과제'에 대해 임채완 재외동포연구원장이 발표하고 재외선거 참여증진 방안에 대해서는 정광일 재외유권자연대 공동대표가 발표했다.

관심을 모은 복수국적 개선안은 박범종 부경대교수가 발제하고 박승철 텍사스 한인저널 발행인, 김종천 캐나다 시사한겨레 신문사 발행인, 김훈 유로저널 발행인과 이내연 연세대 교수, 박우 한성대 교수 등 패널 5인의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참석자들의 질문과 답변도 있었다.

박범종 교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문제와 재외동포 복수국적 허용연령 65세 하향조정, 외국적 취득시 국적이탈 문제, 특별귀화자 거주요건 완화 등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병역의무를 완료했다면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 박철승 발행인은 미국의 역이민 희망 동포들은 중산층 이상이며 한국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여건을 갖춘 사람들로, 의료보험 혜택을 위해 복수국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 국적 허용연령을 전향적으로 55~45세까지 낮춰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천 발행인은 캐나다의 포용적인 국적제도를 소개하며 “한국의 글로벌 위상과 출생률 저하, 매년 국적이탈자가 취득자의 2배 가까운 현실 등을 감안할 때 폐쇄적이고 편협한 ‘한국인의 외국인화’ 국적 정책을 언제까지 고수할 건가”고 묻고, 국적회복 허용연령 대폭 하향은 물론, 복수국적 제도 전반의 거시적·선진적, 포용적인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훈 발행인은 “재외동포를 국가적 자산이라면서 국적포기를 강요하는 나라는 한국뿐으로 엄청난 모순”이라고 비판하고, 앞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 국적 이탈과 재외선거 등으로 국적이탈자는 계속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은 복수국적자의 법률적 사회적 보장을 강화해 국민들이 큰 비용을 들이면서 타국적을 취득하려 한다고 소개, 병역문제가 해소된 모두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제안에 동조를 표했다.

이내연 교수는 복수국적 개선을 위해 국적부여 기준과 근거를 확실히 하고 ‘주민권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시했다. 박우 교수는 한국계와 비한국계의 평등성이 보장되는 복수국적 제도 개선으로 한명이라도 더 포용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 발표 및 토론 요지 첨부

 

[해언사협 국제포럼]   '복수국적에 대한 주요 쟁점과 개선방향' 주제관련 발제와 토론요지 

 

해외 각국 한인언론인 대표 모임인 ‘해외동포언론사협회(OKPA)’는 지난 10월16~18일 한국 국회에서 제5회 국제포럼을 열어 ‘재외동포청의 역할과 과제’, ‘재외국민 선거제도 개선 제안’, 그리고 ‘복수국적에 대한 주요쟁점과 개선방향’등 3개 주제를 놓고 발표와 토론을 가졌다. 150여명의 각계 인사와 30여개 국에서 온 언론사 대표 등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 가장 관심이 쏠렸던 ‘복수국적’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발제:   박범종 교수(부경대학교, 정치학 박사)

세계화의 흐름 속에 70억 인구 중에 10억 명 이상이 태어난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 또한 태어난 국가와 상관없이 유학, 직업, 이민 등을 통해 두 국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해외동포 750만으로 한국 인구 5천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1/6.6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현상 속에 재외동포들에서부터 복수국적의 허용범위와 허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다중국적과 복수국적의 취득은 글로벌 사회의 현상이며, 다중국적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복수국적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여성이 국제결혼을 한 뒤에도 본래의 국적을 유지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고 남미 17개 국가 중 15개 국가가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따라서 재외동포들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출입국과 취업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과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후천적 복수국적자로 인정해 국내선거에서 참정권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한인사회는 단일국적으로 인해 매년 수 천명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고 있으며, 단일국적의 유지는 글로벌 인재를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복수국적 취득에 대한 연령하향 또는 폐지를 넘어서, 한국군 복무를 마친 후천적 시민권 취득자,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한인 2세 여성 등의 복수국적을 허용해 한미 양국의 인적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이러한 재외동포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한국인의 활발한 해외교류와 진출, 정주 외국인의 급증, 이주노동자의 유입, 결혼이민자의 증가 그리고 저출산에 따른 인구감소와 국가 경쟁력 감소 등을 경험하고 있어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금번 포럼에서 국적법에 있어 복수국적과 관련된 기존연구과 재외동포들이 제기하는 쟁점들을 살펴보고 개선방향에 대해 제언한다.

첫째,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있어 남성의 경우 군복무를 이행 한 후에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조항은 실제로 여성과의 차별이라는 논란도 있다. 이와 관련해 2020년 9월 헌법재판소의 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병역 준비역에 편입된 3개월 내에 국적이탈을 못해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한국국적의 포기할 수 있도록 2022년 9월에 국적법을 개정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은 병역을 완료한 경우에만 복수국적이 허용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남성의 병역의무는 매우 주요한 쟁점이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따라 논의는 지속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외동포 귀국자의 복수국적 65세에 있어 연령하향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재외동포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 법무부는 2011년 7월1일부터 외국인등록(또는 거소신고시점 및 6개월 이상 거주 요건 등을 불문하고 국적회복 허가신청 시점에 만 65세 이상이면 복수국적을 허용하기로 결정하였다하지만 이러한 만 65세의 연령 이상이 되어야만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에 대한 논쟁들이 생겨나고 있다왜냐하면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에서 은퇴하게 되는 시점인 만 65세 이후부터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해외 각지에서 인적·물적 기반을 구축한 동포들을 활용함에 있어서 한계가 있고「병역법」상 병역의무의 종료연령이 40세인 점을 감안할 때 40세를 초과하는 범위에서 현재보다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다소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해외동포사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국민과 국회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재외동포 750만이 해외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글로벌 인재활용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복수국적의 연령에 대한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연령의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것은 한국의 병역이행을 완료했느냐에 대한 논쟁도 포함되어 있다.

셋째, 한국인이 자발적 국적을 취득했을 때, 복수국적을 불허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 외국에서 시민권을 획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복수국적 허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병역의무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세금을 내고, 생활한 기간이 길고, 병역의무를 완료했다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도 후천적 복수국적자로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해마다 수천명의 글로벌 인재가 한국적을 상실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선천적 복수국적자 및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복수국적을 허용하지만, 순수하게 한국인 출신이 해외에서의 생활을 위해 후천적 귀화자가 된 경우에 차별을 받는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즉,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후천적 귀화자들은 귀화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병역 의무와 납세 의무 등 국민의 의무를 모두 마쳤으며, 한국인의 정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의 국적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똑같은 복수국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적법에서는 ① 태어나자마자 국적취득을 한 경우 ② 특히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등은 병역의무를 행하지 않아도 후천적으로서 한국 국적 취득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후천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쟁이다.

이러한 복수국적에 대한 제한으로 인해 글로벌 시대에 매년 거주지 시민권 취득 등으로 한국 국적을 잃는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23년 상반기 재외공관이 접수한 국적상실 신고는 LA총영사관 1,942건(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신고 553건), 뉴욕총영사관 1,074건(국적이탈신고 326건)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매년 미국에서만 재외국민 최소 6,0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잃고 있다. 국적상실 신고가 '자진신고'라는 점에 비춰볼 때, 국적법에 의한 국적 자동 상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고려해 병역을 마친 사람에 대해서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 국적을 인정해주되, '주민권' 개념을 도입해 생활근거지가 외국일 때 일부 권한이나, 의료보험 등에 제한을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병역복무 연령이 지난 35세 이상 재외동포의 경우도 복수국적을 전면 용인하는 대신 국내 거주자에게만 주민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있다. 더 나아가 외국에 살면서 자발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한 경우에도 한국에서 병역의무를 완료한 사람에 한해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한다면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개정을 제안한다.

넷째, 특별귀화자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전 이주한 외국국적 동포의 복수국적 허용에 있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재외동포 750만 중에 재일동포, 조선족 등이 매우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에게 복수국적의 기회를 부여해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다섯째, 특별귀화에 있어 독립유공자 직계존비속의 혼인요건을 강화하고 주소요건을 완화하자는 논의도 접근해 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 주로 거주하는 독립유공자의 직계존비속의 경우는 언어장벽 뿐만 아니라 한국내 거주조건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독립유공자에 대한 특별귀화를 통한 복수국적 허용도 필요하다.

여섯째,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한 자가 아닌 경우, 특별귀화 조건에 충족하는 사람에 대해 복수국적 허용 완화를 통해 병역자원 확보도 신중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여전히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복수국적 허용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계화와 개방화의 흐름에 맞게 복수국적의 허용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11년 복수국적을 일부 인정하면서 선천적 복수국적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귀화자 그리고 결혼이민자 및 자녀들에 있어 후천적 복수국적이 허용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인식을 가진 재외동포(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들에 대해 복수국적 허용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복수국적 문제들이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들겠지만, 국적법의 계속적인 보완작업을 통해 천천히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토론] 텍사스 한인저널 박철승 발행인

현재 복수국적 허용연령 완화를 희망하는 재외동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동포사회가 대부분인 것 같다. 재외동포들은 복수국적 허용연령을 현재 65세에서 적게는 60세, 전향적으로는 45~55세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은퇴한 시기인 ‘65세 이상’으로는 재외동포 인재 유입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에서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여야가 공약으로 내세운 ‘복수국적 허용 완화’가 현실화 될지 동포사회의 관심이 집중 상태다.

하지만 동포사회의 갈망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시기상조라는 우려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으로 현실화에 실패한 상황이고, 법무부 또한 60세로 개정하는 것을 제시했으나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된 상태인 줄 안다.

미국의 경우 ‘역이민’으로 복수국적을 취득하려는 재외동포들은 한국에서의 기초생활 대상자 수준이 아닌 중산층 이상이어서 한국에서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Social Security와 Medi care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으로, 단지 의료보험 혜택을 위해 역이민을 추진하는 상황이 아님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어느 정도 한국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여건이 갖춰진 사람들이다. 대개는 한국에서 돈을 쓰고 고국에서 노후를 보내며 생을 마감하려는 소비자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동포사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복수국적 취득자와 모국 양쪽의 위상이 커져 윈-윈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세계화의 진전으로 부정적인 복수국적 시각도 많이 줄어들고 있어 허용연령을 낮출 특단의 조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현 정부도 재외동포 복수국적 신청 연령 65세인 현행법의 개정 여지가 있다고 약속한 만큼 속히 관계법령을 개정하기 바란다.

 

[토론] 캐나다 시사한겨레 김종천 발행인

한국은 타국에서 국적을 취득할 경우에는 한국적을 포기해야 하고, 선천적 복수국적 젊은이들은 국적포기냐 병역과 국적보유냐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65세 이상 동포는 한국적을 회복해도 외국적 불행사 서약을 해야 한다. 사실상 ‘무늬만의’ 복수국적 제도다.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 등 북미지역은 물론, 남미와 유럽 등의 주요국은 대부분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대략 전세계 50개 국가 정도가 복수국적 제도를 시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의 경우 다양한 국적을 가진 다문화 사회에 걸맞게 복수국적을 보유한 시민들을 포용한다. 한인들의 경우 모국의 불인정으로 ‘불가능’하지만, 캐나다 시민 중 거의 20명 가운데 한 명, 약 150만명 이상이 한 개 이상의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캐나다는 국적법 ‘Canadian Citizenship Act’라는 법률에 국적과 관련된 규정을 명시하여 국적을 부여하고 상실하는 절차, 권리 및 의무, 복수국적에 관한 사항 등과 이에 따른 정책, 지침 등을 시행하고, 복수국적에 관한 국제 협정과의 조화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복수국적자는 물론 영주권자까지도 경찰과 군 복무를 허용할 정도로 포용적이고 개방적이다. 해외 거주 복수국적자에게 연방 총선 투표권을 주어 참정권도 보장하고 있다.

한국은 활발한 교역으로 먹고사는 경제 강국이고, 선진 반열을 자부하는 글로벌 위상과 세계화 시대의 선도국이다. 그런데 출생률은 0.7대이고 매년 국적이탈자는 취득자의 2배에 가깝다. 특히 외국인도 230만명을 넘고 있는데, 편협한 ‘한국인의 외국인화’ 국적 정책을 언제까지 고수할 건가. 외국 국적의 해외동포들이 국내정치에 개입할까 걱정할 게 아니라, 한국 국적의 해외동포가 거주국 참정권 행사로 친한(親韓)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호혜적 안목이 절실하다. 7백만 디아스포라를 품고 국가 경쟁력의 후견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또한 국력에 맞는 세계화·국제화 시대를 선도한다는 시대적 당위에서도, 국경을 넘어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자유로운 국제관계와 인적 교류가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국적제도를 하루속히, 합당하게 전면 확대해 나갈 때가 되었다.

계제에 국적회복 허용연령 대폭 하향은 물론이려니와, 복수국적 제도 전반의 거시적·선진적, 포용적인 대폭 개선이 해외 동포로서 조국에 바라는 시대적 여망의 하나다.

 

[토론] 유로저널 김훈 발행인

최근 재외동포 사회에서는 한국 국적자들의 국적 이탈이 지속되고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같이 (현재는 유일한 국가) 자녀가 미국의 일부 공공기관, 특수기관 사관학교 등에 취업이나 입학이 제한되고 있어, 부모의 국적 여부나 자녀의 국적 여부 확인 요청시에 복수 국적이 밝혀져 취업이나 입학이 취소되면서 최근 미국 한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한국국적 이탈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거주국 영주권자가 여권 기간이 만료되면서 대사관 등 공관에 여권 연장을 신청할 경우, 거주국 국적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서 본인의 의사에 관계 없이 한국국적을 포기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적 이탈자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게 될 것이다 .

특히, 재외선거가 도입되면서 복수 국적자들의 선거참여를 적발하기 위해 한국공관에서는 거주국 국적보유 여부 확인에 더욱 강하게 하게 되어 후천적 복수국적자 들은 한국국적 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해외 동포들의 거주국 국적 취득은 결코 모국 대한민국을 버린 것이 아닌 현지 적응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해외 거주에 있어서 복수 국적은 글로벌 시대 모국의 영향력 확대와 해외동포들의 정체성 유지, 안정된 삶에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각국 정부는 해외 이주자들에 대한 각종 법률적, 사회적 제도를 강화해 자국민 보호 중심의 정책을 확대함으로써, 거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국인 등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모국 정치권은 '재외동포들은 대한민국의 자산이자 국력‘ 또는 ’거주국 주류사회 진출이 애국‘ 또는 동포 자녀들에게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을 주장하면서도, 거주국 국민이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대한민국 만으로, 엄청난 모순이다.

글로벌 시대 대부분의 국가는 복수국적을 허용해 자국민들의 국가 영역에 제한없는 활동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어, 복수국적이 허용되는 국가의 국민들은 타 국적 취득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면서 까지 취득에 나서고 있다.

복수국적 취득은 거주국 생활에 차별 등에서 벗어나는 등 편리성과 사회적·법적 보호를 받는다. 유럽연합의 경우 거주국의 시민권을 받으면 유럽연합 27개국 모든 국가에서 거주 등 시민의 모든 권리가 보장된다. 삶의 터전 확보와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영주권 보다는 거주국 국적 취득이 필요하다. 또한 거주국의 참정권 참여를 통해 동포사회와 모국의 영향력이 확대된다. 거주국 참정권 행사는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이익이 대립 될 때 모국이익에 동참할 수 있다.

그런데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한국국적을 상실하며 한국인 정서에서 멀어져 모국 한국과 거리감을 갖고, 국적 포기로 인해 2세들의 고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 증대에 영향을 준다.

모국 참정권 행사가 불가능해 재외선거 참여율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복수국적에 대해 정치권 및 재외동포들은 허용 나이를 55세, 40세 혹은 45세로 하향 조정하자, 혹은 65세 허용연령을 매 10년마다 10세씩 낮추자, 그리고 병역을 필한 자에게 모두 복수국적을 허용하자는 안 등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주장과 내국인 정서, 그리고 해외동포들의 최소한의 입장을 반영해 제시하면, 병역의무에 해당하지 않거나 병역을 필한 자들 모두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간 동포들과 그들의 후손의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18세가 되는 해 국적 선택문제는 미국내 일부 동포 자녀들의 진로를 위해서 미국내 대부분의 자녀들과 전세계 자녀들이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대로 복수국적이 유지되는 것을 신고하라는 얼토당토 않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선천적 복수국적을 원하지 않는 측이 기간내에 이탈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에 이 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토론](전문)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 이내연 교수

세계화와 국제이주가 큰 폭으로 증가한 오늘날, 복수국적 제도를 다시 논해야 할 중요한 이유를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먼저, 오늘날에는 이주의 형태가 과거의 일방향, 일회적인 영구정착을 위한 이주에서 양방향 혹은 순환이주, 그리고 여러 회를 거듭한 복수이주의 형태로 바뀌었다. 한 가족이 여러 나라에 사는 초국적 가족(transnational family)의 형태도 이제 주

변에서 낯설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아울러 미디어 및 통신기술의 발달로 물리적으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아도 초국적(transnational) 연결의 형태로 떠나온 모국과 현재 체류 중인 거주국의 정치,경제, 사회에 모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거주 시민과 해외 거주 재외국민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외로 이주하는 한국인의 규모가 꾸준한 한편, 국내로 이주한 외국국적 재외동포 및 체류 외국인의 숫자도 2022년 기준 전체 국민의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토론은 먼저 “국적이란 무엇인가"라는 더 근원적인 질문부터 논하고자 한다. 국적은 국가라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뜻하며, 이는 민족, 종족 혹은 인종적 정체성과는 별개인 법적 시민권을 뜻한다. 한국의 국적제도는 혈통을 기반으로 한 속인주의 원칙을 따르고 있으나, 한국에서 출생한 무국적자 또는 기아의 경우에도 국적을 인정하듯이 보충적 출생지주의 요소도 갖고 있다. 즉 반드시 한민족 혈통을 가진 사람만이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복수국적을 논할 때, ’복수국적의 두 얼굴’ 즉 우리나라로 들어온 이민의 복수국적과 우리나라를 떠난 이민의 복수국적을 함께 논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여러 선행연구에서 국적 요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같은 혈통"에서 "국내 거주” 등 생활 공유 여부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 국민이 친밀감을 느끼는 집단이 북한 이탈주민, 결혼이민 여성, 외국에 사는 재외동포 순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국내 출생 화교 3세와 국내 출생 재외동포의 자녀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각각 83%, 75%로 높았던 반면, 해외 거주 재외동포 3세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것에는 반대가 73%로 높게 나타났다. 즉 국적제도 개선에 앞서 국민의 인식 변화를 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복수국적 개선방안을 논하기 전에 먼저 국적 부여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법적 시민권 혹은 국적이라는 울타리엔 누가 들어가는지, 그리고 법적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혈통이나 국가에 대한 기여도만을 국적 부여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국가와 진정한 유대(genuine link)를 맺고 있는지, 거론되는 여러 집단에 속한 다양한 개인들의 의사는 어떠한지, 법적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민으로서의 요건은 무엇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오늘날 기초생활보장, 건강보험 등 국내의 여러 사회복지 혜택의 수급 기준이 1년 중 국내 거주 기간 계산 등의 방식으로 변해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수국적 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 현실적인 장벽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적은 각 국가의 주권 행사의 영역이므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해외이주 재외동포 혹은 독립유공자 본인과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의 경우, 복수국적을 전면 허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중국, 러시아, 일본 및 중앙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국적 정책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병역 기피자나 원정출산자의 처벌이 아니며, 달리 보면 이는 병역 정책의 영역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하와이 파견 근무 중 아들을 출산한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실질적으로 정책을 집행할 때 병역 회피나 원정출산의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판별하거나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복수국적자만 병역 회피를 하는 것이 아니며,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후 국적상실로 병역을 면제받는 경우도 실제로 다수 존재한다. 후천적 귀화자의 복수국적 허용 여부를 병역의무 이행으로만 결정하기에는 의무적 군복무를 하지 않는 여성이나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있다. 복수국적 개선방안으로 주민권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순환이주의 시대에 ‘생활근거지가 외국’이라는 기준이 무엇인지, 주민권의 법적 또는 실질적 근거는 무엇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토론](전문) 한성대학교 박 우 교수

국적법의 복수국적 내용에 초점을 맞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국적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국내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비롯한 인구 문제를 지적하면서 ‘적극적’으로 현행 복수국적 제도를 개선하여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구(또는 인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박범종 교수의 문제의식이 합리적이고 방향성이 적절하다고 보인다.

그런데 국적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 국민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해결이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박 교수의 발제 전반적인 내용에 동의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우리가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복수국적 제도는 남성의 경우 병역 의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병역 의무의 이행 여부와 국적 인정(또는 부여) 여부는 매우 강하게 논리적, 현실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일부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이 부분은 남성과 여성의 ‘평등권’ 문제도 건드리지만 병역 의무라는 ‘우선적’ 의무 앞에서 이 ‘평등권’은 그 다음 수순이 된다. 1990년대에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재미교포 가수가 병역 문제로 20여년 동안 한국에 입국조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발제문은 750만 재외동포를 여러 번 언급했다. 재외동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이 인구 집단의 모국에 대한 사회경제적 공헌의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데 십분 공감한다. 다만 이 인구 집단을 근거로 복수국적 제도를 개선하고, 또한 복수국적 제도에 이 인구 집단을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지리적 변수에 따른 다양한 양상을 선행적으로 이해해야 하고, 그 전제에서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 해법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외동포는 1)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 (F-4, F-5, H-2, F-1 등 사증)과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나간 동포 및 그들의 후손과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해외로 나간 동포 및 그들의 후손으로 구분할 수 있다. 3) 외국적 동포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문제와 한국 국적을 이탈한 동포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는 문제가 있다. 4) 일본의 ‘조선적’동포 문제가 있다. 5) 복수국적을 인정하는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와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거주하는 재외동포가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재외동포의 복수국적 문제를 강조할 경우 비한국계(순수외국인)와의 형평성, ‘평등권’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이주와 시민권 관련해서, 국내에서 태어나고 생활하는 한국인 정체성이 있는 외국국적자(한국계 외국인과 비한국계 외국인 모두 평등하게)의 영주자격 및 국적 취득 요건 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복수국적 제도의 개선은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다.

법리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복수국적의 적용 대상이 될 인구 집단(만약 그런 집단이 있다.

면)의 사회,경제,정치적 다양성과 특성을 파악하고 사회적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기회에 이런 논의가 더욱 진전되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포용하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