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규탄 2차 범국민대회, 55차 촛불대행진 열려

"역사 무시, 오염수 무시 … 윤 끌어내려야 국민 살아"
 홍범도 흉상 철거…"독립 잊으면 육군은 자위대 2중대"
 여의도 교사 20만 운집 "윤석열 교사탄압 중단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사실상 용인한 데 이어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에 대해 '매국노' '매판세력'라고 칭하며 정권 퇴진, 탄핵을 촉구했다.

2일 오후 4시 서울시청 광장 부근 세종대로에서는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진보당·기본소득당 주최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2차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 5만 명(주최 측 추산)은 "일본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즉각 중단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수산업경영인 중앙연합회 완도지부 김삼호 수석부회장은 연단에 올라 "대통령이 역사도 무시, 오염수도 무시, 민생도 무시, 수산업도 무시하고 '각자도생'하라 한다"며 "왕이라 칭하는 사람을 용산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그래야 어민도 살고, 국민도 살며 이 나라도 구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무서우면 지금이라도 기시다한테 전화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중단하라고 말하라"며 "그리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 죄송하다고, 용서해달라고 하라"고 외쳤다.

전국먹거리연대 권종탁 집행위원장은 "110여 년 전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안위와 부귀영화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매국노 매판세력이라 부른다"며 "핵 오염수로부터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도 없이 오히려 국민저항을 탄압하고, 일본 해양투기를 대변하는 이 윤석열 정부야말로 매국노이고 매판세력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인근에서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정부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9.2

 

야3당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는 "핵 오염수 방출이 우리와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 미칠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너무나도 불안하다 하는데, (정부는) 국민들이 선동됐다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대통령은 그런 국민들과 싸우겠다 선언까지 했다"며 "어느 나라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국민과 싸우겠다고 말하나. 그게 제대로 된 대통령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권, 국민을 조롱하는 정권, 심지어 국민과 싸우겠다는 정권, 우리 국민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방류 반대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이제는 일본 각료도 이야기하지 않는 핵 오염수를 처리수로 변경하겠다고 한다. 이뿐인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면서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이것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에게 공산전체주의 세력, 반국가세력이 반일감정 선동하고 있다면서 비난하고 있다. 우리가 반국가, 공산주의세력이냐"고 했다. 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친일 사대주의, 반국민세력 선봉에서 친일 반민족행위를 하고 있다"며 "21세기 친일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외국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침범하고, 해양주권을 침범하면 당당하게 대통령이 나서서 이건 아니다, 방류 중단하라 말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치 않았나. 일본이 비록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더라도 동해는 동해일뿐 일본해가 아니다, 미국은 일본해 표기를 중단하라고 외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하지 않았느냐"고 외쳤다. 그러면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 비록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이 나라가 과거로 퇴행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우리 함께 포기하지 말고, 손잡고 함께 막아내자"고 역설했다.

이날 집회에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과 일본 대사관을 항의 방문했던 진보대학생넷 소속 학생들의 공연 등도 있었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행진했다. 주최 측은 오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55차 촛불대행진이 참가한 시민들이 2일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독립 정신, 혼 잊으면 육군은 자위대 2중대"

오후 6시부터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55차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2만 명(주최 측 추산) 시민들은 "핵테러국 일본대사 철회하고 일본대사관 폐쇄하라" "일본의 핵테러 부역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국민에게 전쟁선포 윤석열을 몰아내자" "주가조작 도로조작 역사조작 윤석열 탄핵하라" "우리가 홍범도다 매국노들 몰아내자" "항일정신 이어받아 친일매국노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연단에 올라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해 "뉴라이트와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작당해서 용산 대통령실과 연결해 첫 번째 기획을 한 것"이라면서 "(뉴라이트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군의 뿌리가 신흥무관학교, 대한광복군이 아니고 1947년 미군정 하에 국방경비대에서 장교한테 영어 교육시키던 영어학원이 다시 육군의 뿌리라고 막말을 지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렇게 되면 우리 육군사관학교에서 더이상 독립항쟁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완전히 지워진다. 이런 학교에서 배우는 우리 육사생도들이 독립 정신의 혼을 잊고 군사영어학교의 친일파 장군 선배들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이 나라 육군은 일본 자위대 2중대가 된다"며 "혼이 없는 군대는 국가안보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대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게이트를 파헤친 민주당 소속 여현정 양편군 의원도 올라왔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소속 양평군의원 5명은 양평군청 공무원과의 대화를 외부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여 의원을 의회에서 제명했다. 양평군 의회는 총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 소속 최영보 의원도 공개사과 조치가 결정됐다.

 

2일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숭례문 앞에서 열린 55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 이호 사진작가

 

여 의원은 "심사에 앞서 열린 윤리특위 자문위에서도 여당이 추천하는 자문위원이 더 많이 모였지만, 경고 정도하는게 어떻냐고 권고했음에도 무리하게 제명 결정을 내렸다. 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명한 진짜 이유는 고속도로 의혹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제가 그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진실 밝혀내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징계 당하고 제명된 이유가 도둑질한 것을 밝히고 드러낸 것이라면 종점을 훔치고 국정을 농단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를 훔치고 국민의 미래를 훔친 저 윤석열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제명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제 윤석열 차례다. 끝까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촛불문화제 형식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에서 성가 공연을 맡았던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의 공연과 촛불시민들의 개사곡 경연 대회 등도 진행됐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명동과 종로, 일본 대사관, 미국 대사관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행렬 맨 앞에는 안중근 의사의 대형 단지기와 홍범도·여운형·김좌진·안중근·김구·김원봉·지청천·이회영 등 항일독립군 8인의 초상이 섰으며, 양쪽으로 척양왜척·보국안민·제폭구민·윤석열 탄핵·윤석열 퇴진·윤석열 추방 등의 문구가 적힌 6개 만장이 세워졌다.

시민들은 도심을 통과하며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힘당을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명동과 종로, 광화문 거리의 시민들도 행렬에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보내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시민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방사능 위험 표지와 '핵테러 투기공범 윤석열' '핵테러 투기범 기시다' '핵테러 투기 뒷배 바이든' 등의 문구가 그려진 노란색 풍선을 터뜨리는 상징의식을 했다. 한미일 정상의 얼굴이 올라간 핵 폐기물 드럼통 모형을 방망이로 치는 의식도 진행됐다.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있다. 2023.9.2. 연합뉴스

 

초등교사 "죽음이냐, 죽을 것 같은 삶이냐"

이날 행진은 이순신 동상이 있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마무리 됐다. 정리 집회에서는 초등학교 교사가 행진 차량에 올라 발언을 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를 이틀 앞둔 이날 국회의사당 인근에는 20만 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들이 집회를 열었다. 7주째 토요일마다 열린 교사들의 자발적 집회 중 가장 큰 규모다. 국회 정문에서 여의도공원까지 행렬이 이어졌다. 최대 인파가 모인 것은 최근 경기 고양, 전북 군산에서 초등 교사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영향으로 보인다. 

교사들은 오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집단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집단행동에는 20만 명 이상의 역대 최대 인원이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4일 임시 휴업을 강행한 학교장이나 당일 특별한 사유 없이 연가·병가를 사용한 교원에 대해 최대 파면·해임 징계까지 가능하고 형사 고발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경기 지역에서 근무하는 20년 차 교사 A 씨는 "지금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것은 학교가 학생의 모든 것을 책임지기에는 인력도, 시간도, 예산도, 권한도 없는데 교사의 소명도 듣지 않고 법과 책임만 들이대며 교사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학교"라며 "교사들은 이대로 죽음이냐,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삶이냐,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한다. 이대로 안 되겠다 생각해서 학교밖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A 씨는 "오늘 20만 명이 나왔는데도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교권보호 대책이라는 것은 별 실효성도 없고 교사, 학생, 학부모간 갈등과 분란만 키우고 있다. 정부 대책은 선언적일뿐 실질적 지원도 없고 지원마저도 줄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공립학교 신규 교사 수를 1500명 이상 줄이고, 교육예산은 6조 3000억 원이나 삭감하겠다고 한다. 부자세는 감세하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며 "공교육 멈춤은 공교육 살리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다. 윤석열 정부는 교사 탄압 중단하라"고 외쳤다.

55차 촛불대행진 전체 영상. 2023.9.2. 촛불행동TV 유튜브

 이회영 선생 후손 이종걸 전 의원

“북한 생기기 전의 일이 이념전쟁 단초 되다니”

 

1922년 홍범도 장군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서류.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의 기틀을 닦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며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사촌지간이다.이 전 의원은 28일 저녁 시비에스(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일각에서 홍 장군 흉상이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기도 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홍 장군은 광복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고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을 방문해 약소국인 대한민국 독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항일무장 독립을 도와줄 수 있냐 이런 논의를 했던 상대방”이라며 “홍 장군이 소련 제복을 입게 된 것도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교내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이어 그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2년 건국훈장을 수여한 것인데 이제 와서 북한이 생기기도 전에 소련 공산주의 제복을 입었다는 것이 지금 이념전쟁의 단초가 된다는 것은 정말 소가 봐도 웃을 일”이라고 비판했다.홍 장군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해 레닌으로부터 권총 선물을 받았는데 당시 입국 서류에 자신의 직업을 ‘의병’, ‘희망과 목적’에 ‘고려 독립’이라고 적었다.1927년에는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는데 당시 연해주·만주 등지에서 국외 무장독립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들은 이념이 아닌 ‘현지 지원’이라는 필요를 얻기 위해 소련·중국 공산당 등에 가입하거나 활동해왔다.

 

1922년 홍범도 장군이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서류.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는 물론 최근까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 철거가 대한민국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홍 장군 흉상이 철거되면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된 무장독립투쟁이 앞으로 고국의 간석이 될 육사 생도들의 뇌리에서 사라짐으로써 대한민국의 역사가 또다시 왜곡되는 불행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1868년 평양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홍 장군은 국운이 기울어가던 1895년 강원도 회양에서 봉기해 일본군을 사살하며 항일운동을 시작했다. 1907년 포수들을 모아 의병부대를 결성했고 1910년 8월 경술국치로 국권을 빼앗긴 뒤에는 간도와 연해주로 활동무대를 옮겼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까지 올라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며 일본군을 토벌했다.홍 장군은 3·1 만세운동 이듬해인 1920년 독립 무장투쟁사에서 가장 빛나는 승리로 일컬어지는 봉오동 전투를 이끌어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불린다. 하지만 1937년 소련 스탈린 정권의 정책 탓에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강제 이주당했고, 이후 움막집에서 살며 극장 경비 생활로 생계를 이을 만큼 힘든 말년을 보내다가 75살로 숨졌다.이러한 항일무장투쟁의 공적과 건국의 공로를 인정받아 홍 장군은 1962년 박정희 정권의 추서로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이후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건국훈장 가운데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했다. < 이유진 기자 >

 

일주일 내내 수산물 식단 짠 대통령실

평소보다 이용객 많다며 성과처럼 홍보
어민 근본대책은 회피한 채 식단 자랑해
대통령은 침묵하고…급식업체만 난색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우리 수산물 메뉴를 점심 식사로 배식받고 있다. 2023.8.28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다른 반찬 구성도 봐야겠지만, 5일 내내 수산물 메뉴는 당연히 위에서 오더(명령) 내린 거라 하는 거죠. 이렇게 식단을 짜는 경우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수산물만 이렇게 내놓는 급식 드셔보셨나요? 저희도 걱정되네요."

기업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10년 차 현직 영양사 김아무개 씨가 이번 주 5일 동안 수산물 메뉴를 제공하는 대통령실 구내식당을 두고 한 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핵 폐수 해양투기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침묵'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통령실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8월 28일부터 9월 1일까지 매일 구내식당 점심 메뉴로 한국산 수산물을 전 직원 및 출입 언론인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직원과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산물은 모듬회(우럭·광어), 고등어구이, 제주 갈치조림, 소라무침, 멍게비빔밥, 우럭탕수, 바다장어 덮밥, 전복 버터구이, 김부각, 물회 등이다. 대통령실은 9월 이후에도 주 2회 이상 수산물을 주 메뉴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 안전이 걸린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후쿠시마 핵 폐수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내놓은 '첫' 보도자료가 구내식당 메뉴 홍보라는 점은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수산물 메뉴가 첫 선을 뵌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오늘 점심에는 평소보다 1.5배 이상 많은 인원이 구내식당을 이용했으며, 이 중에는 외부 약속을 취소하고 구내식당을 이용한 직원들도 다수 있었다"면서 성과처럼 홍보하기도 했다.

정작 윤 대통령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운 대변인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찬을 겸한 주례회동을 가졌다. 오찬 메뉴에는 수산물이 포함됐다고 이 대변인은 홍보했다.

대통령실 구내식당의 상식적이지 않은 5일 연속 수산물 메뉴 제공은 일본의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 이후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감이 높아져 수산물 소비 위축 전망이 나오자, 이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핵 폐수 해양투기 현실화로 업황이 우려가 큰 수산인에 대한 피해복구 및 지원책 등 포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에도, 해양투기 중단이라는 근본 해결책은 외면한 채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생색내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수산물 소비 홍보는 단체급식을 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건강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수산물 급식 식단을 내세우는 것은 시장에 일종의 '신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오는 30일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대형 급식업체와 간담회를 갖고 기업 급식에 수산물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해수부와 수협 등은 간담회에서 각 업체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급식업체나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수산물 소비 압박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식품 기업의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 훼손시 복구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도 상당하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이 수산물 소비를 압박하면서 학교나 군대 급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B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에게 학교 급식에서 수산물을 먹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전했다.

야당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시작하면서, 우리 국민의 걱정과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학교 급식에 수산물 메뉴를 늘려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학부모와 급식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9월 국회에서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 특별 안전조치 4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그리고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입 금지 의무화 법안도 추진하겠다"며 "장병 급식과 학교 급식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

 

경찰 봉쇄 시도 뚫고 시국기도회 열어

"무능·무책임 윤석열, 빨리 끌어내려야"
"국민의 삶 도둑질하기 위해 언론 장악"
"일본 편에 선 윤, 역사 뿌리째 흔들어"

시국기도회 일단락…하반기에도 계속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2023.8.14. 에큐매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시민의 힘으로 봉헌한 월요 시국기도회

이날 월요 시국기도회는 경찰의 방해로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사제단은 당초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사전 기도회를 연 뒤, 오후 7시 30분부터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기도회 장소를 버스로 봉쇄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사제단과 시민들은 이에 "집회의 자유 침해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합법 집회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이 시민들을 밀어내면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제단은 결국 오후 4시 30분쯤부터 약 1시간 동안 인도에서 약식으로 사전 기도회를 열었다. 본집회 성격인 월요 시국기도회도 경찰의 방해로 지연됐다. 경찰은 기도회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30분까지 차로를 열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제대 설치가 늦어져 예정보다 30분이나 지연된 오후 8시쯤부터 기도회를 봉헌할 수 있었다.

경찰의 봉쇄와 극우단체들의 방해 속에서도 시국 기도회가 열릴 수 있었던 데는 촛불행동 측에서 기도회장 주변에서 사전집회를 가져 행사장을 미리 확보하고 시민들과 함께 경찰의 물리적 방해에 맞선 것이 크게 작용했다. 촛불행동 활동가들은 시국기도회 내내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기도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14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월요시국기도회가 예정된 서울지하철 시청역 앞에서 종교인, 시민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오후 5시 이후 집회 불가를 이유로 오후 4시에 예정된 사전 기도회를 경찰 버스를 동원해 원천 봉쇄했다.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무능·무책임 윤석열, 빨리 끌어내려야"

시국기도회 주례와 강론을 맡은 송년홍 신부(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해 가감없이 비판했다.

송 신부는 "최근 새만금 잼버리를 통해서 윤석열은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면서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막무가내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린다. '전정권'씨가 친구이고, 아직도 정권을 못잡아서 '문재인 정권 7년차'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역시 국정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야당을 공격하고 국민을 협박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고 한다. 검찰과 감사원을 이용해 공포정치를 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전하라고 방송을 장악하려고 그 옛날 방송 장악을 했던 범죄인을 다시 끌어왔다. 경제가 나락으로 가고 있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면서 "이런 윤석열을 가만히 둬서 안 된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배상 판결을 거부하고 오히려 제3자가 배상하게 했다"며 "후쿠시마 핵 폐기수를 바다에 버린다는데 일본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사람을 설득시키고 매일 브리핑을 하고 유튜브에 막대한 돈을 들여 광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인을 위한 일본인 대통령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송 신부는 끝으로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발전한다"며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우리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친일파, 아스팔트 태극기, 극우보수세력들과의 싸움이 바로 역사를 앞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며 "우리의 시국기도회는 오늘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퇴진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기도회를 열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국민의 삶 도둑질하기 위해 언론 장악"

각계의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서 혈안되어 있다"며 "권력을 감시하는 국민의 충견인 언론을 두들겨 잡아서 권력에 꼬리치는 애완견을 만들어놔야 마음대로 국민의 삶과 평화를 도둑질할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이명박 정권 시절 숱한 언론탄압을 했던 언론에 대한 고문 기술자라고 해도 과언 아닌 사람"이라며 "군홧발과 총칼을 안 들었을 뿐이지 국정원을 동원해서 공영방송을 대대적으로 탄압하고 언론사 내부 인사까지 개입했던 증거들이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이런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사건을 낱낱이 수사해놓고 자기가 대통령 되니까 바로 그 사람을 방통위원장 후보에 발탁하는 자기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 언론노동자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일본편에 선 윤 정부, 역사 뿌리째 흔들어"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국제인권 원칙과 규범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국 책임을 물어야 할 한국 정부는 2015 한일합의 정신 운운하며 화해치유재단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굴종외교, 자해외교로 일관하더니 강제동원 3자 변제안을 내놓고 말았다"며 "헌법을 형해화하고 주권국가로서 자존심도 내팽개친 채 가해국 일본의 편에 섰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를 강행하고자하는 일본 정부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아니라 일본국의 이해에 복무하고 있다"면서 "반민족, 반인권, 반평화 인사들을 권력의 핵심으로 배치해 시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탄압하고 비판적 언론을 겁박하며, 우리 선조들이 쌓아올린 자랑스런 역사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부화뇌동한 국내 극우 역사부정 세력은 매주 수요시위 현장에 나와 일본 우익의 주장을 반복하며 피해자 모독하고 활동가들과 평화소녀상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살아남아 기억의 공동체, 정의의 공동체,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공동체를 다시 굳건하게 세우자"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의구현 사제단의 전국 순회 시국 기도회는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으며, 그래서 우리는 어느새 사자가 되고 독수리가 되었다"면서 "윤석열과 그 일당은 목자의 옷으로 위장하고 양들을 잡아먹던 늑대의 무리들로서 사자의 강철같은 턱에 바스러질 것이다"고 말했다.

 "악의 끝은 반드시 있으니, 이 나라를 강도의 소굴도 만들어버린 윤석열 일당, 그 소굴이 자기들의 무덤이 되는 것을 온 세상이 똑똑히 보게 될 것이며, 저들이 뻐긴 으리으리한 성채는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도둑이 주인행세를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모두 엄벌에 처하자. 감옥에 가두어 백년동안 나올 수 없게 하자. 선한 사람들을 공격하던 저자들의 이는 모조리 빠지고 발톱은 죄다 부러질 것이다. 탐욕으로 이미 멀어버린 눈은 다시 떠봐야 죄만 저지를 뿐이다. 영원한 흑암에 갇힐 것이며 들판을 헤매며 울부짖어도 듣는 이 없고, 빌어먹게라도 해달라고 사정하고 애원해도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정의다. 그 위에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 있다."

김 대표는 "하나님이 남겨놓으신 그루터기는 여기 사제단, 그리고 그 사제단과 함께 촛불을 켠 바로 여러분들이다"면서 "사제단의 기도는 그 어느 하나 땅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며, 그리스도와 촛불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우리는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고 외쳤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사진은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운명을 맡기랴"

부산교구 이균태 신부는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가 나서 여럿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지금 가봤자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며 태연했다"면서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세상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고 권력을 바랐는지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장기집권을 추구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였지만 안보국가, 발전국가라는 목표를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시민을 학살해서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 노태우도 경제성장이나 북방외교라는 성과를 원했다. 이명박, 박근혜처럼 엉성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들도 때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민들의 함성에 귀 기울이거나 종종 시늉일망정 대국민담화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며 "그런데 탐욕과 포악, 몰염치 말고 윤석열의 미덕은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윤석열이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호통치던 날, 사제들은 순박한 노동자들을 조직폭력배로 몰고, 요즘 방송 장악을 위해 쾅쾅 주먹을 내리치는 난폭한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갈 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며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 이성과 신앙, 무엇보다 사랑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라고 외쳤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지하철 시청역부터 숭례문 앞 대로에서 '친일매국 검찰 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기도회'를 봉헌하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다. 2023.8.14. 에큐메니안 임석규 객원기자

이날 시국기도회에는 천주교 신자와 시민 8000여 명과 신부 100여 명, 수녀 300여 명(이상 주최 측 추산)이 집결했다. 사제단은 지난 3월 전북 전주 풍남문 시국미사를 봉헌한 뒤, 4월부터 전국 14개 교구에서 16차례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제단의 월요 시국기도회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사제단은 하반기에도 시국기도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 김성진 기자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월요시국미사 폐막 성명서>                                                                                (2023. 8.14.)

이것이 인간인가

"사랑으로 행동하는 신앙이 중요합니다."(갈라 5,6)

1. 고달픈 여름

폭염경보가 울려도 하던 일을 차마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푹푹 찌는 논밭에서 진땀 흘리는 농부, 세상의 삼시 세끼를 짓느라 뜨거운 불을 지켜야 하는 살림꾼들, 땡볕 아래서 집 짓는 건설 노동자들과 밤늦도록 이고 지고 나르느라 고달픈 택배 노동자들, 사람들 모르게 사람들이 쏟아낸 쓰레기를 치워주는 청소 노동자들. 어디 그들뿐이랴. 궂은일이라고 해서 마다않는 저 엄숙한 수고와 헌신 덕분에 지글거리는 대지 위에서 우리는 가을에 거둘 열매들을 키우고 있다. 아무도 혼자 힘으로 살지 못한다.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상호부조 덕분에 인생의 멍에는 편하고 짐은 가볍다. 

그런데 혈세의 집행자인 대통령 윤석열은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나누는가? "퇴진하라"는 구호가 "탄핵하라"로 바뀌는 동안에도 그는 고운 손에 흙먼지 하나 묻히지 않는 백수白手,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불한당不漢黨에 지나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물난리가 나서 여럿이 떼죽음을 당했지만 "지금 가봤자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며 태연했다. 그는 자신이 꿈꾸는 나라는 어떤 세상인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고 권력을 바랐는지 말한 적이 없다.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말에 감동한 나머지 검찰총장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도 올려주었으나 섣부른 선택이었다. 사람이 사람 아니면 무엇에 충성하겠다는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그는 5년간 5천만을 지키고 모시고 살리는 데 복무하는 신성한 기회를 탕진하고 있다. 

2. 욕심내고 성내는 어리석음 

그가 나타나는 자리마다 저만 알고 저만 위하는 각자위심各自爲心의 탁하고 역한 기운이 깔린다. 오늘 이 나라 곳곳에 번지고 있는 불행과 비극은 생명의 일체성, 만물의 유기적 연관성을 모른 채 "나는 나, 내 맘대로, 내 뜻대로" 하고 돌아다니는 대통령의 미숙한 인격에서 비롯한다. 사람들이 물에 떠내려가든 말든 호화쇼핑을 즐기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노선을 변경해서 사익을 챙기는 탐심貪心. 거슬린다 싶으면 벌컥 화부터 내고 파렴치의 범법자로 몰아 잔인하게 짓밟아 버리는 진심嗔心. 역겨운 짓을 저질러 놓고도 얼굴조차 붉힐 줄 모르는 마비된 양심, 치심痴心. 그의 세 가지 독한 마음이 하늘과 땅, 사람을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괴롭히고 있다. 하느님 모상으로 태어났으면서 그 영광을 빛내지 못하는 그가 딱하고, 못난 사람 하나를 어쩌지 못해서 질질 끌려 다니는 우리 신세가 불쌍하다. 무엇보다 무섭고 두렵다. 사람들이 허약한 순서대로 쓸려가는 게 무섭고, 내년 봄에는 뿌릴 종자가 있기나 할지 그게 두렵다.   

3. 너와 나에게 달렸다

죽음이 한 사람을 통하여 왔고, 생명도 한 사람을 통해서 왔다(1코린 15,21)는 말씀은 참으로 옳다. 우리는 아담 안에서 다 죽고,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 살게 됐다는 이치를 믿는다. 윤석열 '하나'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면, 마찬가지로 너와 나 '하나'로 말미암아 새로워질 수 있다. 너와 내가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한 바닥을 치고 도약할 기회는 남아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그것으로 끝이다. 문재인이라는 '하나'가 촛불혁명이 맡긴 역사적 책무를 팽개치는 바람에 청산됐어야 하는 적폐보다 더 지독한 적폐가 닥쳤음은 모두가 아는 바다. 더 이상 너와 나 말고 어떤 하나에게 믿고 맡기는 일은 없기로 하자. 민주주의의 함정이 거기에 있다. 울고불고 매달리며 하느님을 부려먹는 고약한 짓도 그만 두기로 하자. 신앙의 모순도 거기에 있다. 하느님이 바라시는 바는 우리가 역사의 주인이 되어 스스로 구하고, 찾고, 두드려서 이룰 것을 마침내 이루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재난이 몰려드는 이때 너와 내가 서둘러야 할 일이 있다. 강자들이 쌓아놓은 바벨탑의 악랄한 구조를 정확하게 깨닫고(覺), 그 밑바닥에 깔려 신음하는 이웃들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면서(痛), 기존의 제도에서 자기 몫을 찾아보겠다는 착각을 완전히 끊어내는(斷) 것이다. 우리가 먼저 깨우치고 끊으면 다른 사람들도 뒤따를 것이다. 곤이지지困而知之, 곤란을 겪고도 그 이유와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쓰겠는가. 하느님은 '야훼의 종'처럼 고난을 통하여 악을 악으로 직시하고 새날을 위해 아우성치는 사람을 기다리신다. 무너지는 한국을 바라보면서 벗이여, 무엇을 생각하는가? 콩 한 톨이라도 고루 나눠먹는 '노나메기', '고루살이'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해질 무렵 모든 일꾼이 똑같이 하루 품삯을 받고 집으로 향하게 만들던 이상한 계산(마태 20, 1-16), 곧 기본소득이야말로 오늘과 내일을 위한 가장 이성적이고 이상적인 해법이다. 

4. 지렁이들조차 울부짖는다

꽃샘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던 삼월에 시작한 월요시국기도회가 팔월의 폭염 속에서 오늘 폐막한다. 전국 14개 교구에서 총 16회에 걸쳐 진행된 기도회는 약자들의 원성이었으며 땅속 지렁이들의 울부짖음이나 다름없었다. 

장기집권을 추구한 독재자 이승만, 박정희였지만 안보국가, 발전국가라는 목표를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시민을 학살해서 집권에 성공한 전두환, 노태우도 경제성장이나 북방외교라는 성과를 원했다. 이명박, 박근혜처럼 엉성하고 이기적인 지도자들도 때로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시민들의 함성에 귀 기울이거나 종종 시늉일망정 대국민담화와 함께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탐욕과 포악, 몰염치 말고 윤석열의 미덕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가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호통치던 날 사제들은 순박한 노동자들을 조직폭력배로 몰고, 요즘 방송 장악을 위해 쾅쾅 주먹을 내리치는 난폭한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이태원에서 수백 청년들이 길바닥에 깔려 죽어도, 오송에서 수십 시민들이 물에 잠겨 죽어갈 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던 비정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 미국 일본 앞에서는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이고 저 자신과 강자의 이익을 위해서 '법과 원칙'을 더럽히는 자가 그런 소리를 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물어뜯는 괴물을 보았다. 천사보다 존귀할 수 있지만 짐승만도 못할 수 있는 게 사람임을 명심하라. 사람다움을 알지 못하는 자에게 사람들의 목숨과 운명을 맡길 수 있으랴. 이성과 신앙, 무엇보다 사랑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월요시국기도회를 개막하던 날, 사제들의 호소는 "곤경을 위한 곤경은 없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는"(예레 1,10)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데 어찌 어려움이 없으리오. 하지만 치울 것을 치우고, 세울 것을 세우기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날을 맞을 수 있다. 머잖아 여름은 가고 돈의敦義의 계절, 가을이 온다. 기운이 솟는다. 

2023년 8월 14일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마치면서

광복절 전야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