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2차 종합특검법 거부권 행사 거듭 촉구 "여당이 '죽은 권력' 부관참시하려…나쁜 선례" "통일교·공천특검 받아야"…신천지 특검엔 함구
용혜인 "윤석열, 사형 구형에도 실실 웃고 조롱" "내란 동조한 국힘도 기세등등한데 죽은 권력?" 한창민 "종합특검만 안 된다는 건 모순적 주장"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왼쪽)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KTV 영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 당시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이 대통령 면전에서 2차 종합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을 촉구하자 진보 정당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나서 조목조목 반박한 장면이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불참한 가운데 보수정당에서는 유일하게 천하람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그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차 종합특검법이 상정되자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 약 19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 진행 방해)를 진행한 뒤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했다. 밤을 꼬박 샌 상태였지만 필리버스터 때 했던 주장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은 오찬 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 천 원내대표는 "제가 사실 19시간 정도 필리버스터를 하다가 와서 조금 군기가 덜 빠져 있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2차 종합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고 왔다"며 "3대 특검에서 부족했던 수사들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부분들은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자연스럽게 다 인계가 된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통일교 특검 및 공천헌금 특검을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내놨다. 반면 민주당이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결사 반대하는 신천지 특검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천 원내대표는 "대통령님도 통일교의 정교 유착 문제를 굉장히 강하게 질타했었다"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통일교 특검이라든지, 특히 이번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돈 공천 관련한 특검이라든지, 여당이나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하더라도 특검이라는 게 내가 쓰는 칼일 뿐만 아니라 정말 공정한 수단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보여준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제와 정치 역사에 어마어마한 성취와 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불참했다. 2026.1.16. 연합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초청 정당 지도부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6. 연합
이에 다음 발언 순서로 마이크를 잡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천 원내대표의 특검 관련 주장을 하나하나 논박했다. 용 대표는 "준비한 말씀을 드리기 전에 2차 특검 관련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천하람 대표가 12·3 내란을 '죽은 권력'의 문제라고 말했는데, 내란 공판 과정을 보면 (윤석열이) 사형이 구형되는 그 순간까지도 실실 웃으면서 국민을 조롱했던 모습을 많은 분이 기억하실 것"이라며 "그리고 내란에 동조했던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이게 과연 죽은 권력에 대한 문제인가 라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2차 종합특검법에는) 외환, 군사 반란 혐의, 노상원 수첩, 양평 고속도로 문제까지 3대 특검의 미진한 수사 대상들이 정밀하게 나열돼 있다. 예산 문제도 말해주셨는데, 검찰 예산의 1% 정도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개혁신당이 국민의힘과 공조해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은 개혁신당을 위한 선택이겠으나 정치의 본질은 국민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힘을 합쳐야 하고, 그런 부분을 더 깊이 천하람 원내대표도 헤아려 주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 발언자인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도 "2차 종합 특검은 죽은 권력에 대한 부관참시가 아니라 진실에 근거해 역사를 바로잡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정쟁의 사안이 아니라 내란을 겪은 대한민국이 민생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고, 특검이 짧은 (수사) 기간에 많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한계를 보완하는 과정이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천하람 원내대표는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하는 게 좋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또 다른 정쟁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정한 특검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면서 "돈 공천 특검과 통일교 특검은 하자고 하면서 종합 특검은 국가수사본부에 맡기자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이다. (종합 특검에도) 함께 동의해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만 하고 식사는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천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7일에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사흘째 단식 투쟁을 벌였다. < 김호경 기자 >
14년간 여섯 차례 당명 개정, 일곱 번째 시도 "과거의 잘못 못 끊어내고 간판갈이만" 눈총
"차라리 해산하고 새롭게, 용기와 각오" 주문
국민의힘이 또 당명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책임당원 100만 명을 대상으로 ARS 조사를 돌렸다. "당의 가치와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당명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두 차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새 당명 아이디어를 받겠단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이기는 변화'의 시작이란다.
'이기는 변화'라, 참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이건 변화가 아니다. 그냥 책임 회피며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술책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추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헛된 몸부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리자, 또다시 꺼내든 카드가 당명 바꾸기다. 옷만 갈아 입으면 새 사람이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돌이켜보면 이들의 당명 변경 역사는 참으로 화려하다. 아니, 처참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을 시초로 본다면, 지금까지 무려 일곱 번째 당명 변경을 시도하는 셈이다.
민자당(1990년)에서 신한국당(1996년)으로, 한나라당(1997년)으로, 새누리당(2012년)으로, 자유한국당(2017년)으로, 미래통합당(2020년 2월)으로, 국민의힘(2020년 9월)으로, 그리고 이제 또 바꾸겠단다. 특히 2020년 한 해에만 두 차례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정치적 위기가 오면 당명을 바꾼다. 1995년 지방선거 참패 후 민자당은 신한국당이 됐다.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차떼기 당' 오명 속에서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탈바꿈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파란색 당 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단행했고, 19대 총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게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과 탄핵 사태로 새누리당은 몰락했다. 2017년 2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며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소용없었다. 같은 해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듬해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했다. 그래서 또 바꿨다. 2020년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 통합을 내세우며 미래통합당이 됐다. 하지만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180석을 내주고 대패하자, 불과 7개월 만에 또 이름을 바꿨다. 그게 지금의 국민의힘이다.
2020년 9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희망을 당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단다. 보수·자유·공화 같은 이념적 색채는 지양하고, '당(黨)'자도 과감히 없앴다. 포용성과 직관성을 담았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게 불과 5년 전이다. 5년 전의 간절한 뜻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을 위한 힘은 제대로 발휘해봤나? 아니, 오히려 국민에게 짐이 됐다는 조롱만 받고 있지 않은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이 "유일한 당명은 '국민의짐'밖에 없다"라고 꼬집은 게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이번 당명 변경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음식점이 간판 바꿔서 영업 잘되는 것 봤냐"고 반문했다. 한지아 의원은 "당명 개정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내용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 포장지만 바꾸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은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명을 바꾸면서도 제대로 혁신한 적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당명 변경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2017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지만, 지지율은 10%대 초반에 갇혔다. 내용물은 그대로인데 포장만 바꿔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환골탈태하고 싶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마음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12·3 비상계엄은 헌정 질서를 짓밟은 내란 행위였다. 국민의힘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당시킬 것인가? 친윤 인사들을 당 요직에서 물러나게 할 것인가? 공천 개혁과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인가?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런 실질적인 변화 없이 간판만 바꾸면 뭐하나.
장동혁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정책위 의장에 친윤 정점식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조광한 의원을, 윤리위원장에 김건희 여사 옹호 논란이 있던 윤민우 교수를 임명했다. 이게 강을 건너는 방법인가? 아니, 오히려 강에 빠지는 방법이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당원 동지들은 '찬성'이라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내고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결단의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단호히 끊어낸다는 게 당명 바꾸기인가? 그게 전부인가? 설득력이 전혀 없는 공허한 외침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당명 변경 역사는 너무 자주, 너무 뻔하게 반복된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국면 전환용 카드, 실질적 혁신 패키지 없이 진행되는 간판 갈이 쇼, 그리고 얼마 못 가 또다시 찾아오는 위기,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번에도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전혀 없다.
옷만 바꿔 입는다고, 입으로만 외친다고 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지난날 문제가 있었다면 과거를 통렬히 참회하고, 내면과 행실이 완전히 바뀌어야 비로소 새 사람으로 거듭 났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이 정말로 새로워지고 싶다면, 진짜 혁신을 원한다면, 간판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사람을 바꾸고, 정책을 바꾸고, 태도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또다시 반복되는 무책임한 도피일 뿐이다. 내용은 그대로 둔 채 포장만 바꾸려는 얄팍한 술수다. 14년 동안 여섯 차례 바꾼 당명, 이제 일곱 번째를 준비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여, 대체 언제까지 이런 못난 장사치들이나 하는 치졸한 꼼수를 반복할 것인가? 불량품을 판 장사꾼이 욕 먹으면 간판만 바꿔 다시 장사하는 그 천박한 수법을, 소위 공당의 정치인들이 태연하게 구사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챗GPT 생성 이미지. Thomas Kim 시민기자
이건 정치가 아니다. 사기극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파렴치한 행위다. 내란의 주범을 비호하고, 헌정 질서를 짓밟은 세력들이 간판만 바꿔 달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 세력으로 거듭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 이 비겁한 게임을 끝내라. 간판 바꾸기 놀이를 멈춰라.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과거의 적폐와 완전히 단절하고, 내란과 부패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보수 정당을 자처하는 공당이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럴 용기도, 각오도 없으면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국민의힘이여,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과연 보수 정당으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가? 아니면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낡은 유물에 불과한가? 해답은 당신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 토마스 김 기자 >
예배 중에도 "사건·사고 없었다"며 '혐의 부인' 여 "지위·영향력 관계없이 엄정한 책임 물어야"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8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18. 연합
서울서부지법 폭동 배후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 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을 받는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 이후 약 1년 만에 사법 판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전 씨는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언급한 '국민저항권'을 여전히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씨의 사랑제일교회는 지난해 경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PC를 대량 교체 하는 등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이 있다.
전 씨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반려한 바 있다. 이후 경찰이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보강하면서 지난 8일 영장을 청구하게 됐다.
전 씨는 지난해 1월 19일 윤석열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교회 관계자와 극우 유튜버들을 서부지법 앞으로 모이도록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국민저항권'으로 법원을 때려 부숴야 한다는 발언을 해 폭동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가 주장하는 국민 저항권이란 민주 질서가 침해돼 합법적 수단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때, 국민이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경찰은 전 씨에게 영장을 신청하면서 전 씨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에 대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한 지 7개월 뒤인 지난해 8월 5일 경찰은 전 씨의 자택과 그의 딸 주거지, 사랑제일교회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전 씨 측이 압수수색 2~3주 전인 7월 중순 사랑제일교회 사무실 PC 대거 교체했다면서 증거 인멸을 주장했다. 당시 교회 관계자의 휴대전화 녹음에는 "(압수수색이) 들어올 줄 알고 바꿨다"는 내용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있다. 2025.1.19 연합
전 씨는 구속영장에 담긴 혐의들을 부인하듯 서부지법 폭동의 동기가 된 '국민저항권'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이 주도하는 자유마을대회에서 "해법은 오직 국민저항권 뿐"이라면서 "4·19 때도 200명이 희생됐다. 우리는 무혈혁명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화문 광장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고 집회 참여와 자유통일당 가입을 촉구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부산역에서 열린 '자유 대한민국 회복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자유마을대회'에선 "국민저항권을 발동해야 한다"면서 "계엄이 없었다면 이미 국민이 북한으로 끌려갔을 것"이라고 내란을 정당화시켰다. 그는 또 다른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헌법 위에 있는 것이 국민저항권"이라며, 폭도들의 행태를 정당한 행위로 인식시키고 있다.
전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지난 11일에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전국 주일 연합예배 설교 중 "내가 감옥에 가더라도 울지 말라"며 "하나님이 필요해서 감옥에 다녀온 사람은 다 대통령이 된다"고 했다. 이어 "구속이 되더라도 편지로 계속 써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옥중서신을 내게 하라"며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는 설교를 마치면서 "서부사태 검사, 재판부가 나를 부르지 못하게 하라"며 "우리가 타이어를 빵꾸(구멍)낸 적 있나, 담을 넘은 적이 있나. 8년 동안 한 번도 사건·사고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거듭 혐의를 부인했다. 예배에 참석한 교회 관계자들과 윤석열 지지자 등은 전 씨의 말에 호응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구속영장 청구 소식을 들은 뒤 입장문을 내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 정치적 보복이자 중립성을 상실한 보여주기식 법 집행의 전형"이라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비법률적이고 비상식적인 심리학 용어를 영장에 삽입해 전 씨를 현장 조정자로 몰아간 것은 명백한 법률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폭도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
여권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전 씨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는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조치"라며 "법원을 침탈하고 공권력을 조롱한 집단적 폭력 사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행위를 선동하거나 조직한 배후 세력이 있다면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배후세력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이 수사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를 방패 삼아 법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는 폭력과 불법을 선동할 자유까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혐의가 확인된다면, 지위와 영향력에 관계없이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법 앞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법치를 흔들고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행위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 김민주 기자 >
지난 1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여성으로 비난하며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시위에 대해 “이런 얼빠진 짓은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대해 정규재는 6일 밤, 페이스북에 장문의 입장문을 올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사상 검열과 국가주의적 봉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그의 글은 권력 비판의 외형과 달리, 실제로는 역사적 폭력의 구조를 지워내고 피해자의 존엄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검열을 비판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존재들의 기억을 다시 한 번 침묵시키는 서사다.
정규재 TV 화면 갈무리
정규재의 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판의 방향이다. 그는 일본 제국이라는 가해 권력의 구조보다는, 이미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자들, 그리고 그 기억을 공적으로 기념하려는 시민사회를 향해 훨씬 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 국가 폭력과 군사 제도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개인의 선택과 생활사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 전도된 시선은 위안부 문제를 구조적 범죄가 아니라 개별 여성들의 생계 전략이나 도덕적 판단의 문제로 환원한다.
정규재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연상시키는 논리를 사용하지만, 그 개념의 핵심을 정면으로 오독한다.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은 거대한 범죄가 어떻게 일상과 제도 속에서 정상화되는지를 드러내기 위한 개념이었다. 그것은 가해를 무죄화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더욱 철저히 묻기 위한 분석 도구였다. 그러나 정규재의 글에서는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폭력이 아니고,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착취가 아니며, 급여와 저축이 가능했기 때문에 자발성이 성립한다는 식의 논리로 변질된다. 이는 제도의 존재 자체가 폭력성을 상쇄한다는 위험한 주장으로 이어진다.
구조적 폭력의 삭제와 ‘자발성’이라는 허구
위안부 제도는 단순히 성매매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전시 상황에서 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하여 여성의 이동, 거주,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제한 시스템이었다. 계약이라는 외형이 있었다고 해도, 그 계약을 거부하거나 파기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군사 작전 지역에 배치된 위안소에서 탈출은 곧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폭행, 성병, 강제 낙태, 살해에 가까운 학대가 발생해도 이를 제도적으로 구제받을 경로는 없었다. 이러한 구조를 외면한 채 ‘당시의 매춘’이라는 말로 정리하는 것은 역사적 폭력을 개인의 선택으로 축소하는 행위다.
정규재는 “헌병의 총칼에 의한 강제연행은 신화”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이는 학계의 논의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주장이다. 오늘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학적 합의는 ‘모든 피해자가 군인에게 납치되었다’는 도식에 있지 않다. 핵심은 일본 제국과 군이 위안부 제도의 설계, 운영, 이동, 통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이다. 사기와 인신매매, 협박과 강요, 구조적 가난과 식민지 지배가 결합된 상황에서 여성들이 처한 조건은 자유로운 선택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제성은 반드시 물리적 폭력의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는다. 선택지가 제거된 상태 자체가 강제다.
2025.1.6 정규재 페이스북 캡춰
그럼에도 그는 “그녀들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을 완전히 삭제한 채, 책임을 다시 피해자 가족에게 돌리는 질문이다. 일본 제국의 군사력과 행정 권력 앞에서 가난한 조선 농민이 행사할 수 있었던 실질적 선택지는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은 역사 분석이 아니라 도덕적 심문이며, 구조적 폭력을 개인 윤리의 실패로 둔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기억을 지키는 말이 고발이 되는 사회
이 문제를 둘러싼 ‘검열’ 논쟁이 얼마나 쉽게 법과 고발의 언어로 비화하는지는 나 역시 직접 경험한 바 있다. 나는 2024년 5월 8일, 일본 영사관 앞에서 열린 소녀상 훼손 중단과 소녀상 적극 관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의 요청으로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소녀상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반복되는 훼손과 모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공적 기억의 장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위안부 합의 반대’를 표방하는 한 단체로부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소녀상을 지키자는 발언이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이 문제가 얼마나 쉽게 정치적·법적 투쟁의 장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정규재는 특정 사진 자료의 오류를 근거로 전체 위안부 연구를 불신한다. 그러나 역사 연구에서 개별 자료의 오류는 학문의 실패가 아니라 정상적인 검증 과정의 일부다.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되고, 논쟁을 통해 더 정밀한 이해로 나아간다. 한 장의 사진이 잘못 사용되었다고 해서 수많은 피해자 증언, 일본 정부와 군의 내부 문서, 국제기구의 조사 보고서가 동시에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그는 부분의 오류를 전체의 허위로 확장하는 논리적 비약을 반복한다.
또한 그는 박유하 교수와 김병헌 씨를 동일선상에 놓고 ‘사상 검열의 희생자’로 묘사한다. 그러나 이는 서로 다른 사안을 의도적으로 혼합하는 서술이다. 박유하 교수의 무죄 판결은 학문적 논쟁의 자유를 인정한 사법적 판단이지, 그의 해석이 학계의 정설이라는 선언이 아니다. 더욱이 소녀상 훼손과 같은 행위는 연구나 토론이 아니라, 공적 기억 공간에 대한 물리적·상징적 공격이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존엄을 침해할 권리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아래로 향하는 진실, 그것은 용기가 아니다
정규재는 위안부 관련 명예훼손 처벌 논의를 ‘진실 봉인’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적용의 기준과 범위다. 학문적 토론과 피해자 모욕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거짓말쟁이나 자발적 매춘부로 일반화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2차 가해라고 생각한다.
정규재의 글이 가장 설득력을 잃는 지점은 결국 윤리의 문제다. 그는 진실을 말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진실은 항상 아래로 향한다. 이미 말할 수 없는 이들, 반박할 수 없는 이들, 고인이 된 피해자들이 그의 논증에서 가장 쉽게 해체된다. 반면 일본 제국이라는 가해 구조는 상대적으로 흐릿해진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안전한 공격이다.
역사는 언제나 복잡하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이유로 폭력의 구조를 지워서는 안 된다. 해석은 다양할 수 있지만, 인간의 존엄은 상대화될 수 없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과거에 머무르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윤리를 세우는 일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법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은 고통 위에 서서 지적 우월을 과시하고, 제국의 폭력을 생활사로 세탁하며, 피해자에게 다시 침묵을 요구하는 태도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반드시 경계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악의 평범성’이다.
박철 시민기자pakchol@empas.com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 상임의장. 탈핵부산시민연대 전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