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파의 난동" 위험하다

● COREA 2026. 10. 11. 11:3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비판을 사심으로 단정하는 순간, 개혁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은

실종되고 충성심 검증이라는 위험한 정치만 남게 되는데..."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무극파’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를 겨냥한 표현이라 한다. 앞서 등장한 ‘좌아한’에 이어 연달아 신조어를 창조하는 정치적 수사에 눈길이 간다.

 

표면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싸고 반발했던 범여권 내부의 강경 검찰개혁론자들, 즉 추미애 지사와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의 맥락은 명확하다. 개혁 성과의 독점이나 사심(私心)을 경계하고, 권한에 대한 실행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근거 없는 선동만 일삼았는가. 돌아보면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등은 매번 나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인선에 반대해 왔다.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과의 비판을 ‘무극파의 선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프레임 씌우기다.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한 근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될 일이다. 비판을 사심으로 단정하는 순간, 개혁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은 실종되고 충성심 검증이라는 위험한 정치만 남게 된다.

 

여기에 김민석 당대표까지 가세해 당내 비판자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 집권여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엄호하며 당내 소수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명분으로 재제청마저 거부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문제와, 산적한 민생 현안에 더 큰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게 우선일듯 싶다.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쯤에서 대통령의 ‘무극파’ 발언을 되물어 보자. 진정 누가 개혁의 성과를 독점하려 하며, 누가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소모하고 있는가. 비판을 향해 타당한 근거를 요구하는 것과, 정당한 비판자에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최고 권력자가 이 아득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잃게 되는 것은 반대파의 표심이 아니라 개혁을 묵묵히 지지해온 지지층의 신뢰일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이재명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다 조롱받던 노무현 대통령 떠올라”

 

“현장 방문도, SNS 소통도 계속할 것”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품격없다, 권위없다 비난하겠지만 경호를 최소화한 뒷골목 삶의 현장 방문도, 에스엔에스(SNS) 소통도, 그분들의 언어로 교감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댓글로 국민과 소통하시다가 품격없다고 비난받고 조롱당하시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며 이렇게 적었다. 이 대통령은 “경호에 사전답사에 국민들 불편하실까봐 시장 방문조차 자제하셨다는 말도 전해진다”며 “정치와 권력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지위 높은 유력자들보다는 힘없고 못가진 장삼이사들이 더 귀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힘든 정치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힘없고 덜 가지고 소외되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좁은 뒷골목의 부모형제자녀들과 소통하고 그분들의 숨결을 느끼며, 국정의 막중한 책임감을 되새기는 순간들이 저에겐 그래서 귀하디 귀하고 또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김용민 “자리 탐해서 정치한 건 아냐”…이 대통령 비판에 반박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정치를 시작한 건 이루려는 과제가 있어서지 자리를 탐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권 내 강경파를 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당내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이 일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도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동지들과 함께 진군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반대해 온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 의원 등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를 겨냥한 것이라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민주진보 진영 분열 양상을 분석한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의 언론 기고 가운데 “무엇이 동지를 적으로 바꾸었는가. 출발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었다. 마침내 전도가 일어난다.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게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 버린다”, “혁명(자기희생적 운동)이 체제(권력)가 되는 이익의 시선이 흘러들고 자기 정치와 자기 집단정치의 동학이 작동한다”는 대목 등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 하어영 기자 >

 

‘적’을 향한 증오가 동지를 향할 때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끝났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았다. 집권 1년 반, 대통령 지지율은 예상 밖의 수준으로 낮아졌고, 당 안에서는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일이 일상이 됐다. 내가 ‘장기 민주화시대’라 부르는 지난 40년을 되돌아보면 정치와 사회운동 내부에 늘 균열은 거기 있었다. ‘적’과의 대립, 동지와의 균열, 진보 안의 정당과 정당, 그룹과 그룹 사이의 균열. 물론 갈등이 곧 불행은 아니다. 상처는 드러나야 치료할 수 있다. 다만 갈등이 어디서 터지고 어디에 선이 그어지는지는 시대의 공기에 따라 자리를 옮긴다. 12·3에서 4·4를 거쳐 6·3에 이른 시간, 그 이후는 벌써 다른 계절이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다원성

 

1980년대, 전두환의 시대에 우리가 다툰 것은 ‘누가 더 뜨거운가’였다. 더 뜨거운 사람이 존경받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부르던 대중의 갈망이 그 뜨거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을 향하던 불꽃이 방향을 틀어 동지들 사이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갈등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그 갈등을 어떤 눈으로 마주하는가이다. 견해와 전략이 다르다는 사실보다 그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 지붕 아래 살아갈 것인가.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행위”라는 익숙한 정의는 정치의 심장부에 갈등이 있다는 통찰을 준다. 그러나 끝내 답하지 않은 물음이 따른다. 동지 안의 차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적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어려운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길을 고집하는, 바로 곁의 그 사람이다. 오랫동안 민주화운동과 민주진보정치를 지켜보며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적을 향한 증오는 때로 동지에게로 번진다. 불은 바람을 가리지 않는다. 처음엔 적을 향하던 분노가 어느새 충분히 싸우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덜 급진적인 동지를 겨눈다. 그다음엔 “저 사람이 성공하느니 차라리 실패하는 게 낫다”는 감정이 고개를 든다. 일종의 ‘적대의 내향화(內向化)’이다. 나는 이것이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비극의 첫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극단의 얼굴은, 다행히 우리 안이 아니라 1972년 일본 아사마 산장 사건과 그 과정에서 노출된 ‘베이스캠프’ 사건에서 볼 수 있었다. 연합적군은 경찰과 총구를 마주하기 전 이미 스스로를 허물고 있었다. “사상성이 부족하다” “혁명성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동지를 둘러싸고 때렸고, 끝내 죽였다. 쓰러진 건 적이 아니라 동지였다. 그 겨울 이후 일본 신좌파는 대중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다.

 

무엇이 동지를 적으로 바꾸었는가. 출발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었다. 비극은 그 열망이 절대가 되면서 시작됐다. 혁명이 문턱에 와 있다고 믿는 순간, 장애물은 타방(他方)의 적만이 아니라 아방(我方)에서 걸음을 늦추는 사람이 된다. 마침내 전도가 일어난다.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버린다. 나는 “20세기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막이 올랐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고 말한다. 희생적 투쟁에 몸과 마음을 맡길 때 투사들은 순수 그 자체였지만, 혁명(자기희생적 운동)이 체제(권력)가 되는 순간 순수의 근저에 이익의 시선이 흘러들고 자기정치와 자기 집단정치의 동학이 작동한다. 여기에 고양기와 퇴조기의 다른 결의 균열이 작용한다. 고양기의 전투성은 쉽게 적을 향하지만, 열기가 식는 퇴조기에는 상황의 복잡함이 동지의 불철저함 탓으로 돌려진다. 적은 그대로인데, 시선은 안쪽을 향한다.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정의로운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많은 청년은 ‘레닌’을 꿈꾸었고, 나는 그 급진성을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한다. 문제는 치열함이 절대가 될 때였다.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순간, 생각이 다른 동지는 타도의 대상이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견디지 못하는 역설이 거기서 태어난다. 순수성의 역설이라 부를 만하다.

 

동지 사이의 다름을 견디는 능력

 

여기서 우리는 동지 안의 다원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한다. 이것은 원칙 없는 타협도, 모든 의견이 옳다는 말도 아니다. 정당도 운동도 본래 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러 갈래의 생각이 모여 흐르는 강이다. 민주주의란 그 갈래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흐르며 하나의 물길을 내는 과정이다. 건강함은 차이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차이를 다스릴 수 있는 상태에 있다. 한 진영이나 정당의 수명은 얼마나 많은 다름을 품을 수 있는가, 즉 ‘동지적 다원주의’에 달려 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면 ‘분립(分立)’이 더 생산적일 때도 있다. 여기서 아무도 진리를 독점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지를 향한 증오로까지 번지는 치열함이 대중에게 버림받을 과잉인지, 끝내 더 큰 진보를 이끄는 치열함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맬컴 엑스를 함부로 폄하할 수 없듯이, 그 판단은 결국 대중의 몫이다. 정치는 대중을 관객으로 한 공감 창출의 전략예술이다. 안쪽의 차이에 발이 묶인 싸움이 대중의 외면을 받는 순간, 정치는 이미 제자리를 떠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의 여백이 아닐까. 지금 내가 그어놓은 적과 동지의 경계도 역사의 긴 눈으로 보면 모래 위의 선일지 모른다. 나 스스로도 극단적인 치열함 속에서 강렬한 전투성을 내뿜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발언과 언행을 지금 돌이켜보면, 얼굴이 후끈거릴 때도 많다. 치열함은 역사를 전진시키지만, 매 순간의 그 치열함이 역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1980년대의 치열함은 온건한 열망까지 품는 리버럴의 자리를 남겨뒀지만, 지금의 균열 속엔 리버럴이 설 자리가 없다. 어쩌면 성찰적 여유를 가지고 증오했던 동지와의 공통성을 찾는 것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경로였을 때도 있다. 물론 아무도 ‘전지적’ 평가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당연히 겸손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정치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과 동지를 가르는 능력만큼 동지 사이의 다름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그 성숙함 하나일지 모른다.

                                    조희연 성공회대 석좌교수·전 서울시교육감

 

 

 

DMZ 지뢰사건이 노출시킨 유엔사 권한 문제
군사 목적 머물지 않고 모든 것 통제하려 해

 

우리가 권한 행사하지 않으니 저들이 가져간 것
미국과의 충돌 각오하고 되찾아와야 할 때

 

유엔사는 지난 6월 군사분계선 남쪽 DMZ의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집행하고 유지할 ‘유일한 권한(sole authority)’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고 공개 선언했다. 같잖은 이야기다. 정전협정 서문부터 그 협정의 조건은 “순전히 군사적인 성격”에만 관계된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군사협정에서 나온 권한을 대한민국 영토의 평화적 이용과 행정까지 지배하는 권한으로 제멋대로 늘려 잡고 있다. 정전 관리라는 이름을 빌린 월권이다. 한국정부는 유엔사의 월권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늦지않게 바로잡아야 한다.

 

DMZ 감시하고 지키고 관리하는 것은 한국군

 

최근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할권과 실제 운용실태에 관한 모순을 보여준다. 25사단 장병들은 MDL 남쪽에서 조선(북한)군의 지뢰매설이 의심되는 지역을 조사하기 위한 수색로를 만들다가 지뢰 폭발로 부상했다. 이후 조선제 지뢰가 발견됐고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발견된 조선제 지뢰가 조선군이 MDL을 넘어와 직접 매설한 것인지, 의도적인 대인 살상 목적이었는지는 여전히 불명이다. 더구나 조선군이 실제로 MDL 남쪽에 들어와 지뢰를 심었다면 남측 DMZ 관리의 ‘유일한 권한’을 자처하는 유엔사가 먼저 책임을 질 일이다.

 

 

경기도 연천군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육군 25사단 수색대원들이 통문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 자료사진)

 

지뢰사건은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소동과 닮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중요한 질문은 권력이 감추려는 사실 앞에서 언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다. 핵심은 간데없고 “좌파 영화인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식의 이념논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지뢰사건은 유엔사의 관리책임은 무엇인지, 조선군이 언제 어떻게 지뢰를 매설했는지, 한국군은 왜 그 위험한 수색을 하필 이 때에 맡아야 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조선에 대한 무조건 비방은 숭미 극우세력의 또 다른 북풍공작이다. 정부는 지금 저들의 프레임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DMZ의 현실은 단순하다. 철책을 지키는 것도 한국군, 감시하는 것도 한국군, 조선군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도 한국군, 수색로를 만드는 것도 한국군이다. 사람이 다치고 죽을 위험 역시 한국군이 진다. 유엔사가 자기 병력으로 241킬로미터의 DMZ를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군의 병력과 시설과 정보가 빠지면 유엔사가 주장하는 권한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엔사는 자기에게 '유일한 권한‘이 있다고 한다. 그럼 실제로 움직이는 한국군은 유엔사의 부하들이라는 말인가.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군사 목적의 유엔사가 왜 주권국 평화사업까지 관리하려 하나

 

유엔사는 유엔의 기관조차 아니다. 유엔은 안보리 결의 84호로 미국 아래의 통합사령부 구성을 권고했을 뿐이다. 오늘날 유엔사의 중요한 존립근거는 1953년 정전협정의 관리주체라는 지위다. 그렇다면 그 권한 역시 정전협정의 목적대로 군사적인 범위에 묶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생태조사, 문화재 조사, 관광, 평화사업까지 유엔군사령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정전협정은 전쟁을 멈춘 군사문서이지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미국 장성에게 양도한 문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DMZ 관할법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이 할 일은 복잡하지 않다. 군사분계선 관리, 무장병력 이동, 군사적 충돌 방지는 정전협정에 따라 우선 처리하고, 남측 DMZ의 비군사적·평화적 이용은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승인하는 체제를 만들면 된다. 통일부가 이미 “대한민국의 영토주권”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DMZ 평화적 이용 법률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관련 의원입법에 협력하겠다고 밝혔다면 단호하게 제대로 서둘러야 한다. 여기서 다시 유엔사의 허락을 받으려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률로 대한민국의 권한을 정하고 실제로 행사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강하구와 서해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전협정이 정한 군사정전위원회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 행정, 민사, 경제활동까지 유엔사의 승인사항으로 확대하려는 시도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정전협정은 서해수역에서 일반적·포괄적 해상 관할권을 유엔사에 부여하지 않았다. 남북이 평화수역을 만들든 공동이용을 하든 대한민국이 행사해야 할 해양주권이다. 우리가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니 관행이 권리가 되고, 어느새 유엔사가 우리에게 허가증을 내주는 구조가 된 것이지만, 이제는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지역에 서있는 푯말, (연합 자료사진)

 

유엔사 넘어 미국과의 정면 충돌까지 각오해야

 

물론 이 구조를 실제로 바꾸기 시작하면 결국에는 미국과 부딪치게 되어 있다. 유엔사 뒤에 미국이 있고 미국이 지금까지 흔들던 권한을 순순히 내놓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면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행동이라고 위협을 가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외교적 압박에 그치지 않고 이러다가는 한국을 말살해버리겠다고 협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권회복론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주권회복을 위해서는 충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주독립은 늘 충돌과 투쟁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전시작전통제권도 이 논리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전시 지휘권을 되찾기 위해 미국이 정해주는 조건이 모두 충족될 날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미연합사 체제를 끝내고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직접 행사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우리의 권리를 미국의 승낙을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우리 스스로 규정하고 앉아 있는가. DMZ 역시 같다. 유엔사가 언제 자기 권한을 줄여줄지 기다리지 말고 한국이 먼저 대한민국의 관할권을 행사하고, 그 결과 생기는 문제라면 미국과 담판이든 충돌이든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주투쟁이다.

 

당연히 과거 항일독립투쟁을 떠올려야 한다. 나라를 되찾는 싸움은 애초에 지배하는 쪽과 충돌하지 않고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과거 독립운동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청산에 실패했고 결국 미군정에 의한 또 다른 식민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오늘의 주권 문제 역시 미완의 독립 문제다. 유엔사의 월권을 깨는 싸움은 단순한 출입승인 절차를 고치는 행정개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군대와 우리 영토의 중요한 권한을 외부의 승인 없이 행사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또 하나의 독립운동이어야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독립투쟁의 정신

                                                        이경렬 전 대사

 

결국 문제는 유엔사의 ‘유일한 권한’이라는 말 한마디가 아니다. 한국이 자기 영토에서 자기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온 구조 전체가 투쟁의 대상이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을 넘어 제멋대로 행사해온 권한, 과거 무능하고 숭미적인 우리 정부가 눈을 감고 있었던 유엔사의 월권행위를 모조리 때려잡고 우리의 고유한 주권을 온전히 행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단호해야 한다. 눈치 볼 것 없고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항도 아니다. 그냥 밀어붙이면 된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가로막는다면 독립투쟁의 정신으로 박살을 내야 한다. 과격하다고 말하겠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유일한 해법이다.         < 이경렬 전 대사 > 

 

 

대법관 격려금 지급 바꿨다더니 '눈 가리고 아웅'

● COREA 2026. 10. 8. 12:2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2022년~2024년 4월 13명에 13억원이나 지급
감사원 지난 8월 "정기 일률 지급은 문제" 지적
대법원 “7월부터 실적·업무 부담 따라 차등 지급”

 

9월까지 석달 동안 일인당 550만~700만원 받아
지난 한 해 대법관 한 명이 1억 9700만원 챙겨
서영교 위원장 "법적 처벌 대상, 국고 횡령 해당"

 

조희대 대법원장 "지출관이 따로, 난 지출 안해"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1명의 대법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하고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현재 공석이다. 2026.9.29 연합

 

법원행정처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법령에 근거가 없는 격려금 명목으로 월 평균 200만원을 현금으로 정기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감사원이 정기감사로 밝혀낸 내용이었다. 감사원은 대법관에게 격려금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매월 3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렇게 지급된 격려금은 모두 12억 9900만원으로 확인됐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대법관 격려금은 소부 또는 전원합의체 기일을 전후해 재판에 관여한 대법관과 재판연구관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지급했다”며 “법원행정처장 격려금은 사법 행정 업무 총괄, 대외 업무 수행과 재판지원 업무 병행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대법관 격려금 집행 현황은 실질 면에서 격려금 예산 취지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법원 자체 지침에도 근거가 없는 월정액 등 정기적 격려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이런 설명을 내놓았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관련해 “금년 7월부터 정부 기준에 맞춰 정부 기획예산처가 정한 방식에 따라 그 지침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보당 손솔 국회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도중 질의를 통해 감사원 지적 이후 대법원이 대법관 격려금 지급 방식을 변경했다는데 지급 내역을 자료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법원으로부터 당일 자료를 제출 받아 그 내용을 밤늦게 알렸다. 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지난 7월부터 지급방식을 변경해 9월까지 석 달 동안 일인당 적게는 550만원, 많게는 700만원의 격려금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관 별로 편차는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업무 성과의 차이 때문에 이런 지급액의 차이가 발생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적은 액수의 격려금을 지급받은 대법관에게 크게 욕 안 먹게 편차를 줄인 흔적은 역력하다.

 

A 대법관은 7월 300만원을 받은 뒤 8월에는 지급받지 않았고, 9월 400만원을 받아 석 달간 700만원을 수령했다. E 대법관은 7월 400만원, 9월 300만원을 합쳐 역시 700만원을 받았다. K 대법관은 7월부터 9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총 600만원을 받았다. B·F 대법관도 각각 7월 250만원, 8월 250만원, 9월 100만원을 받아 석 달간 총 6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C 대법관은 7월 200만원·8월 200만원·9월 300만원 등 700만원, D 대법관은 150만원씩 모두 450만원을 받았다. G·H·L 대법관도 각각 7월 200만원, 8월 200만원, 9월 300만원 등 7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자료에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대법관의 경우 특정 달에 격려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월별 지급액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반영하는 것처럼 했지만, 손 의원실이 보기에 현금으로 일정액에 수렴하는 지급 패턴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45개월 동안 13명의 대법관에게 월 200만원씩을 지급해 일인당 1억원을 지급한 것과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일인당 7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달라진 것이 없다. 사법부란 엄중한 지위라 조심스러운데 '눈 가리고 야옹'이란 표현이 딱 맞는 것이다.  

 

손솔 의원은 “지급하는 달과 금액을 달리하면서 오래된 현금 지급 관행을 유지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며 “헌법재판관에게는 없는 격려금을 대법관에게 계속 지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은 변경된 지급 기준과 구체적인 집행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대법관 격려금 지급 관행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대법관 한 명에 나랏돈으로 연봉, 특정업무경비, 격려금 등 연간 약 2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법관 연봉은 1억 1152만원(월 929만 3000원)이다. 특정업무경비는 최근 5년간 매년 6144만원(월 512만원)으로 책정됐고, 격려금은 2400만원(월 200만원) 가량이 지급됐다. 이를 합하면 지난해 기준 대법관 일인당 1억 9700만원 가량을 받은 셈이다.

 

대법원은 특정업무경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국회 측 요구에 “구체적인 집행 목적과 지출 사유가 기재돼 공개할 경우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행하는 대외 업무 수행과 사법 행정 업무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아래)이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소관 기관장들의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있다. 조 대법원장은 여당 단독처리로 법사위 국감에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관행대로 인사말만 전한 뒤 증인 선서는 하지 않았다. 2026.10.6 연합

 

대법관 격려금을 현금으로 정기으로 지급하는 관행의 문제점은 6일 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조희대 대법원장도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직접 질의에 나서 "어떻게 대법원은 매달 대법관들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어느 지침에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액수를 달리한다고 한들 (현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대법원에서 격려금이라고 하는 것(돈)이 나갔구나 하는 걸 감사원이 처음으로 밝혀냈다"면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국고를 그렇게 쓸 때 법적 처벌 대상이다. 국고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에서 현금을 계좌에서 인출했고, 그게 어디에 쓰였는지 보니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준 거다. 심각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따로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은 거기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제가 지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 위원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다 체크하니까 '대법원장실에서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돈을 빼서 대법원장실에 가져다주고, 그럼 대법원장실에서 법원행정처와 대법관들에게 보낸다'는 이 순서까지 저희가 확인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국회도 일 년에 한 번 국회의장이 일을 잘한 상임위와 국회의원을 공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선정)한다"면서 "다른 곳은 다 바뀌었다. 저희(국회)도 현금으로 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에 "저희도 현금으로 쓰는 게 아니다. 업무추진 카드로 다 지출을 하고 있다"고 재차 해명하려던 중, 옆의 법원행정처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앞으로는 시정하고 국민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임병선 기자 >

 

 

이진관 2년 선고한 '윤 여론조사', 항소심서 무죄로

● COREA 2026. 10. 8. 12:2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23일 같은 재판부가 오세훈 2심도 선고 '관심'
김건희 2심과 같아져, 대법 '전합' 심리 결론 주목

 

재판부 "무상 여론조사 정자법 기부로 볼 수 없어"
"명씨의 조언을 재산상 이익 환산하는 일 어려워"
윤 전 대통령 웃으며 명씨에게 인사 건네기도
한덕수도 지난 5월 1심 23년형→항소심 15년형

 

사업자에게 비용 대납하게 한 오 시장 구조 같아
항소심 "오세훈은 몰라" 녹음 영향 있을지 관심
자신 얻은 오 시장 "진실의 시간 다가오고 있다"
윤 부부·명태균·오세훈·한덕수 모두 전합 '불길'

 

​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026.10.7 [서울고법 제공] 연합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돼 이진관 부장판사에 의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며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별도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김건희 씨와 결론이 같아져 김씨가 지난 7월 23일 회부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상 여론조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명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고 그 비용을 사업자로 하여금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도 맡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태균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이를 제공한다는 협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상 여론조사를 정치자금법상 기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 동향 등 정치적 조언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이러한 조언과 조력을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함께 내렸다.

 

이어 "여론조사가 미래한국연구소 측의 전적인 의사와 판단에 따라 실시된 점, 그중 일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점, 명씨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다른 정치인에게도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한 점 등을 종합하면 정치자금을 기부하려 했다는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오늘 판결은 정치적 사건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형사사법의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무죄가 선고되자 웃으며 변호인단과 인사를 나눈 후 퇴정했다. 공동 피고인인 명씨에게 "이제 뭐 다른 사건은 없으신 겁니까, 가족분들 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방청석에 있던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무죄" 등을 외쳤다.

역시 무죄를 선고받은 명씨는 법정에서 나온 후 복도에서 "형사보상 청구해야지"라고 말했다.

 

민중기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판결에 상고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김씨와 공모해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58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3일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결과를 직접 전달한 14차례, 2792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여원을 선고했다.

 

이진관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과 관련해 순차적·암묵적 의사합치가 이뤄져 정치자금법에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하고, 고 장제원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실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도 봤다. 명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지난 8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반면 김씨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명씨가 사전 의뢰나 협의 없이 자신의 영업 활동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방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같은 여론조사 수수 혐의를 두고 엇갈렸던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항소심 결론이 무죄로 모였다.

 

항소심 판결대로라면 비용이 들어가는 여론조사 결과는 무분별하게 경선을 미쳐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국민의 법상식과 너무 먼 판결이다.  

 

대법원은 지난 7월 김씨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연기하고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전원합의체에서 무상 여론조사 제공과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법리가 어떻게 정리될지가 향후 쟁점이다.

 

이진관 재판부의 1심 판단이 뒤집히지는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큰 폭으로 감형된 적이 있다.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5월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 이승철·조진구·김민아)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큰 폭으로 깎아줬다. 이진관 재판부의 1심 선고는 징역 23년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혐의 대부분을 유죄라고 판단했지만,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며 적용한 부작위범(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받으려 한 행위의 목적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부서(서명)의 외관’을 형성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니라, 정족수를 채웠다는 점을 남기고자 한 것이라고 봤다.

 

항소심은 또 언론사 단전 단수 명령을 소방청장에게 전달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1심에서 선고됐던 징역 7년을 징역 9년형으로 끌어올려 대조를 이뤘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에 대한 상고심 역시 대법 전원합의체에 지난 8월 5일 회부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포럼 공동대표인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 참석자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6.10.7 연합
 

 

한편 서울고법 형사7부는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도 맡고 있는데 오는 23일 선고가 이뤄진다. 오 시장은 1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100만원을 명령했다.

오 시장은 혐의사실에 부합하는 명씨의 진술 신빙성이 낮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특검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 시장은 자신감을 되찾은 듯 "진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들뜬 듯한 반응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서울시청에서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항소심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경위야 어찌됐든 간에 이런 재판에 처하게 된 점을 많은 시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심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들이 항소심에는 많이 제출됐다"며 "이제 그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은 늘 밝혀지기 마련"이라며 "그동안 무리하게 수사를 했던 검찰 그리고 특검이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 제출되지 않았던 명씨와 김씨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증거의 의미와 신빙성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달 16일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제출한 2021년 3월 명씨와의 통화 녹음파일 3건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탄핵증거'로 채택했다. 녹음에는 김씨가 오 시장을 돕기 위해 자신이 일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담겼다.

 

오 시장 측은 해당 녹음이 김씨가 오 시장의 지시와 관계없이 스스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녹음파일이 선별적으로 제출됐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증거의 의미를 두고 맞섰다.                  < 임병선 기자 >

 

'김영선 세비 반띵'에도 윤석열은 죄가 없다?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수사기관이 죄를 찾아내는 곳이라면, 법원은 그 죄가 인정되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은 국민이 법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기준이어야 한다.

 

그런데 같은 사건을 두고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법이 아니라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명 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일부 여론조사 제공과 정치적 조언에 대한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명 씨의 조언 역시 자발적인 정치적 행위로서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다른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는 것은 법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다.

 

문제는 ‘왜 같은 사실과 증거를 두고 이렇게 다른 결론에 도달했느냐’는 것이다.

 

공천을 둘러싼 정황과 관련자들의 진술, “김영선이 좀 해주면 안 되겠냐”는 녹취, 여론조사 제공 과정에서 드러난 명태균 씨의 ‘김영선 세비 반띵’ 발언 등 여러 증거를 놓고 1심은 범죄의 성립을 인정했다. 그런데 항소심은 이를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행위일 뿐, 기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왜 같은 증거를 두고 두 재판부의 판단이 이렇게 달라졌는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한다.

 

법관에게는 법률을 해석하고 증거의 가치를 판단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이 판단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판단은 법과 증거에 근거해야 하고,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법관의 양심’이 판결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법관이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판단할 권한을 보장받는 만큼, 그 판단이 왜 정당한지 설명할 책임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판결에 대한 비판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다. 권력과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독립해 법과 증거에 따라 판단하라는 것이다. 판결할 권한이 큰 만큼, 설명할 책임도 커야 한다.                                                                     < 홍순구 시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