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사법부 역할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천 처장은 “사법부에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면서도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도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천 처장을 만나 “대법원에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게 정의의 여신상이고 많은 국민들이 법원하면 이걸 떠올린다”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사법부 역할에 대한 불신이 높다. 헌정 수호 의지에 대한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건데 매우 중대한 일련의 일들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어 “지금은 왜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해 걱정하고 불신하는지부터 돌아보고 여기에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첫번째라고 생각한다.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는 스스로 얻는 것이고 그래야 사법부 판단의 신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지귀연 내란 재판부의 ‘늑장 재판’ 행태에 비판적인 의견을 전달하며 사법부가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천 처장은 “사법부로서 국민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우리가 삼권 분립, 또 삼권 독립을 통해서 재판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사법권의 온전하고 합리적인 행사를 통해서 국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기본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사법부가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천 저장은 이어 “지난 12일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법원장이 이구동성으로 의견을 모은 게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법개혁은 국민의 유익함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했고, 사법부도 동참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에 유익한 사법개혁 방안 공론화를 위해 사법부도 함께하도록 어떤 방법으로 하는 게 좋을지 의장에 조언을 듣고 논의하기 위해서 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접견자리는 천 처장이 사법개혁과 관련한 법원의 구상, 내란 재판 진행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제안해 만들어졌다. 우 의장과 천 처장은 모두 발언 후 비공개 면담을 했다.
조소앙 선생 후손 등 독립운동가 후손들 분통 "김낙년, 박지향 등 뉴라이트 모두 퇴진시켜라"
이기헌 의원 "독립운동 부정은 대한민국 부정" 조승래 "독립이 연합국 선물이면 선물기념관이냐"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및 해임 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2025.9.23. 이기헌의원실
여당과 독립유공자 후손이 한 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사퇴 및 해임 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독립운동을 부정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김 관장의 즉각적인 사퇴가 오염된 독립기념관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는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의 후손이자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에서 활동 중인 민주당 조승래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강준현 의원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의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며 "김 관장의 발언은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역사관이 뉴라이트적 이념에 기초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김 관장은 취임할 때부터 역사관으로 문제가 됐다.(☞관련 기사 : 독립기념관장까지 '친일 뉴라이트'…윤 정권 친일본색) 김 관장은 지난달 15일에도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광복회와 민주당은 김 관장의 발언이 독립운동 가치를 훼손한 뉴라이트 역사관의 발언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이러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광복절 발언를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맞섰다. 이에 민주당 김현·서영교 의원과 독립유공자 후손 등이 "매국노" "김형석을 파면하라" "김형석을 해고하라"고 항의하면서 소통관이 아수라장이 됐다. 김 관장은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로부터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김 관장은 독립기념관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이런 문제로 지난 1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김 관장에 대한 특정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대상은 김 관장의 독립기념관 사유화 논란과 예산 집행, 업무추진비 사용을 포함한 복무 등에 관한 사항이다. 파문이 커지자 김 관장은 유관순기념사업회가 오는 28일 충남 천안시에서 진행하는 '순국 105주년 추모제'에도 초대 받지 못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다 기자회견 개최에 항의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항의를 받은 뒤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5.9.8. 연합
조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김 관장의 주장대로 대한민국 독립이 연합국에게 선물 받은 거면 독립기념관이 아니라 '선물 박물관'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리의 독립은 독립운동 선조들의 피, 땀, 눈물, 죽음으로 쟁취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망각한 사람이 기념관장으로 있다는 것은 독립운동으로 숨진 많은 애국지사와 영령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조인래 이사장은 성명을 통해 "본질적 문제 원인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정부에서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독립기념관 등 역사 관련 국가기관의 수장을 뉴라이트 인사들로 채웠다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역사 해석권을 장악하려는 의도적이고 계략적인 행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뉴라이트 세력은 오래 전부터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일제 식민지배를 근대화의 동력으로 포장해왔다"며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즉각 자리에서 퇴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만약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와 정부는 반민족 역사세력으로부터 국혼을 지키기 위해 즉각 해임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면서 "헌법 제1조가 명시한 국민주권의 이름으로 반역사와 헌법을 부정한 자들의 공직 진출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외쳤다.
조 이사장은 성명을 발표한 뒤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 해임 건의안 청원서'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준현 의원에게 전달했다. 강 의원은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그동안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특정 감사와 해임 건의를 추진하고 요구했다"며 "무자격자 김형석의 시대를 종식시키겠다"고 전했다. < 김민주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은 22일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조희대는 이날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법 개혁에 대한 반대를 노골적으로 표현한 ‘정치 발언’이다.
그러나 그의 이 발언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견강부회에 지나지 않는다. 전에 내란수괴 윤석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우리는 도대체 이런 터무니없는 궤변이나 견강부회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것인지. 조희대 본인이 단 9일 만에 전대미문의 속전속결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파기환송 결정을 한 것은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 행위였다는 것인가? 조희대는 무엇보다도 가장 부정의하고 가장 불공정한 그 행위에 대한 입장을 가장 먼저 밝혀야 한다. 이제 남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얘기를 먼저 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앞서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을 참관하고 있다. 2025.9.22 연합
세종 시대 당시, 농민에 대한 세금은 ‘손실답험법(損失踏驗法)’에 따라 관리나 감사가 해당 지역에 나가 그 해의 곡물 산출량을 조사해 올리면 그 기준에 따라 세금으로 거두어들일 미곡의 양을 결정하였다. 문제는 조사의 정확성과 야합이었다. 관리가 해당 지역 양반과 친분이 있을 경우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토지의 비옥도와 지역별 날씨 그리고 산출량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세종은 중국의 법제를 연구하고 조선의 현실을 고려하여 의정부와 호조 등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공법(貢法)’을 만들고자 하였다.
하나의 법 시행을 위해 20년 넘게 혼신의 힘을 쏟은 세종
세종은 이 문제에 무려 20년에 걸쳐 연구하고 논의를 하였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하려 하자 신하들이 시기상조라며 막고 나섰다. 이에 세종은 공법상정소(貢法詳定所)를 설치하여 제도를 계속 보완하도록 하였다. 특히 토지가 척박한 지역의 주민에게 과도한 세금이 매겨지지 않도록 보완하게 하였다. 세종은 이와 함께 산출량이 많고 신법에 대한 여론의 호응 정도가 높았던 전라도와 경상도의 한 고을씩 두 고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 해보라고 명령하였다. 2년 뒤에는 충청도까지 실시하도록 하였다. 세종은 이렇게 전라, 경상, 충청 3도에 시행하도록 명하면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오늘날로 말하면 일종의 ‘주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1430년 3월, 세종은 총 17만 2,806명의 신민(臣民)을 대상으로 공법에 대한 찬반 여부를 조사하게 하였고 그 결과 찬성은 9만 8,657명이었고 반대는 7만 4,149명으로 나왔다.
이렇게 여론조사와 어전회의에서 찬성 의견이 높았지만 세종은 곧바로 신법을 실시하지 않고 보류하면서 척박한 토지에 무거운 세금이 책정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흉년이 들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갔다. 이와 동시에 대신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계속 추진하여 그 동안 반대해오던 황희와 맹사성 등도 공법 시행에 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종 26년, 세종은 풍·흉작에 따라 연분(年分) 9등으로 구분하고, 토지의 비옥도에 따라 전분(田分) 6등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내용으로 하는 수정된 공법을 마침내 정식으로 시행하도록 하였다.
조희대는 2025년 4월 22일 이재명 후보 사건을 갑자기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로 회부했고, 전대미문으로 회부한 지 단 9일 만에 원심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6만~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에도, 대법관들 간 충분히 논의하고 결론을 도출하기에도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 재판을 생중계하도록 함으로써 이재명 후보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고 그의 피선거권 박탈을 가장 직접적으로 기도하였다.
세종이 법을 왕권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으로 삼지 않았다는 조희대의 말은 세종대왕을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견강부회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소환한 세종대왕은 법 시행을 결코 ‘조희대식’으로 운용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을 포함하는 기득권 정치세력의 이익 실현을 위해 가장 정치편향적이며 졸속적으로 진행된 ‘조희대식’ 결정이야말로 세종대왕이 가장 멀리하고자 한 행위였다.
조희대는 이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법치와 사법 독립의 정신을 굳건히 지켜내고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 쉬는 미래를 함께 열어갈 지혜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지귀연 등으로 대표되는 사법농단으로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일언반구의 자기 성찰과 반성은 없다. 오직 끝까지 자신이 보유한 무소불위 권한이라고 믿는 ‘법치’와 ‘사법 독립’만을 내세운다. 그에게서 ‘민주’라는 말도 거의 듣기 어렵다. 개혁을 철저히 거부하는 완강한 기득권의 자세로 일관할 뿐이다. 이 나라의 사법개혁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근본 이유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추미애 “세종대왕 끌어 쓴 조희대, 윤석열한테 일갈하지 그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삼권분립을 배반하고 정치로 걸어 나온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대의기관 국회에 출석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법사위가 의결한 ‘조희대 대선개입 청문회’에 나오라는 요구다.
추 의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란 실패 뒤 윤석열이 제거 목표로 세운 이재명을 사법적으로 제거하려고 벌인 ‘조희대의 9일 작전’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렇게 썼다. 대법원이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9일 만에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추 의원은 “조희대의 세종대왕 끌어다 쓰기는 자기 죄를 덮기 위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도 주장했다. 추 의원은 지난 22일 조 대법원장이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는 발언을 언급하며 “말할 때와 아닐 때는 가리지 못한 대법원장의 망신스런 말”이라고도 했다.
추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이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습격하고 헌법상 국민 기본권을 침탈해도 조 대법원장은 침묵했었다”며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해 쓰면 안 된다고 그때 윤석열을 향해 일갈했어야 했다”고도 했다. < 최하얀 기자 >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오른쪽)이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왼쪽)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9.23. 국회방송 갈무리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대장동 개발업자이자 핵심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 진술은 김 전 부원장 기소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하나였으며, 재판부도 김 전 부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남 변호사의 증언 신빙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강 검사의 발언대로 남 변호사 진술이 "사실이 아니"라면, 기소와 유죄 판결 증거가 된 진술이 조작됐다는 점을 검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여당 법사위원은 "정치검찰의 공작기소"라고 했다.
강백신 "남욱 진술 사실 아닌 부분 많다"
전날인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는 남 변호사가 최근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에프시(FC) 사건 관련 공판에서 자신의 과거 진술을 번복한 데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남 변호사가 지난 금요일(19일) 법정에서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기존 두 사안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 2022년 검찰 수사 받을 당시에 검사에게 처음으로 전해 들은 내용이라고 증언을 하고 기존 진술을 번복을 했다"며 "이는 검찰의 김 전 부원장 공소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조작된 것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강 검사에게 "그런 얘기를 (남 변호사에게) 전했느냐"고 물었고, 강 검사는 "그런 취지의 증언이 있었다는 보도는 제가 듣기는 들었다"면서 "공판팀에서 그 부분은 지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전 의원은 "검사가 그 말을 남 변호사에게 해줬다고 한다. 이것은 검사의 진술 조작이고 모해위증죄, 위증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면서, 강 검사에게 "진술을 시킨 것이냐" "묻는 말에 답하라"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강 검사는 전 의원의 압박에 "남욱 진술은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제가 조작을 시킬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의 기소와 유죄 판결을 뒷받침했던 남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기소했던 검사가 스스로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뒤집은 것이다.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후 보석으로 석방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일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 화성직업훈련교도소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8.20. 연합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전 부원장 변호인 신알찬 변호사는 "강 검사도 증인석에 서서 남 변호사의 진술을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왜 김 전 부원장 재판에서만 남욱의 진술은 믿을 수 있는 진술이고 김 전 부원장의 변소는 전부 다 믿을 수 없다고 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을 검사가 조작한 것이라고 보느냐'는 전 의원의 질문엔 "그렇게 보는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뒤집어지고 있는 김용 유죄 증거들
강 검사의 국회 증언은 김 전 부원장의 상고심에서도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 변호사가 "정진상·김용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것은 2022년 이후 수사 과정에서 다 처음 들은 사실"이라고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 김 전 부원장 유죄 근거의 신빙성이 떨어진 가운데, 김 전 부원장을 기소하고 공판에 참여했던 검사도 스스로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고 진술 신빙성을 탄핵했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의 발언 외에도 김 전 부원장 유죄 증거들은 최근 계속해서 신빙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자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3억 원을 빌려준 철거업자도 최근 기존 증언을 뒤집고 검찰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진술을 했다.
철거업자 강아무개 씨가 대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해 5월 16일 김 전 부원장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나와 "2010년 이후 유동규를 만나지 않았다"라고 증언했지만, 이번 진술서에선 "2013년 말까지 빌려준 3억 원을 전액 상환받았다"라고 번복했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남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아 철거업자한테 상환한 것이 진실이고, 그 돈 일부를 김 전 부원장 등에게 뇌물로 줬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거짓'이라는 김 전 부원장 쪽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2021년 5월 3일 '구글 타임라인' 원시데이터 기록. 코리아경기도 빌딩에서 퇴근하여 곧장 서울 반포동을 들렸다가 서초동 자택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된다. 2024.11.13. 신알찬 변호사 제공
항소심 막판에 부각됐던 휴대전화의 디지털 위치기록(구글 타임라인)도 쟁점이 되고 있다.
법원이 선임한 감정업체가 김 전 부원장 휴대전화의 위치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기 위해 유 전 본부장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 들렀다고 특정됐던 2021년 5월 3일 저녁, 김 전 원장이 퇴근 직후 서울 자택에서 머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해 실형까지 받아냈던 구글 타임라인에 대해 객관적이지 않다며 김 전 부원장의 재판에서만 증거 능력을 부인하고 있다.
전 의원은 "강 검사는 대장동 사건과 정치자금 수사를 진행하면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각종 특혜를 제공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관련 수사를 조작해서 진실규명이 지연하도록 한 의혹이 있다"며 "남 변호사의 반복된 법정 증언, 철거업자의 진술서, 구글 타임라인 등 구체적 증언과 증거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김용·정진상은 무죄이고 정치검찰의 공작기소 희생양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조작 기소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여권에서는 당시 수사팀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는 23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대장동 2기 수사팀에 대한 감찰요청서를 제출하며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위 위원장인 한준호 의원은 "누명을 씌우기 위한 목표 아래 피의자를 회유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별건의 혐의는 은폐하고, 직접 위조한 증거를 제시하며 피의자의 기억에 혼란을 일으키는 등, 갖은 수법을 동원해 조작수사한 자들이 바로 대장동 수사팀이었다"면서 "엄정하게 조사해서 처분해 주실 것을 법무부에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