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에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인물 알박기

● COREA 2025. 4. 19. 14: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시민구단 성남FC 대표에 우익 정치평론가 장원재 씨

2000년대 초에 문창과 교수하다가 축구 기자로 활동
김문수 경기지사 시절 영어마을 사무총장 불명예 퇴진
변희재 등과 '명품수다' 등 출연하며 정치평론가 변신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 의심 단체 '바소사'에서 대표직
내란 국면에 "선관위 서버, 중국 화웨이 제품" 의혹 제기
극우 유튜브서 "체육계 좌파 카르텔 보조금 삭감" 주장

과거에 축구 경력이 있긴 하지만 전문성 있는지는 의문
성남시, 성남FC 등 인사 검증 등 제대로 했는지도 물음표
국힘 소속 시장이 구단주…팬들도 "시장 의중이다" 불만

성남시 의회 민주당 관계자 "시의회 차원서 대응할 것"

 

장원대 성남FC 신임 대표이사. 2025.4.18. 성남FC 홈페이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대표이사에 과거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연루 의심을 받는 단체인 'SNS 바른소리와 사람들'(바소사)의 대표를 맡은 극우인사가 선임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바소사'는 국정원이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이른바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에 나온 '트위터 파고들기와 SNS 인프라 구축' 일환으로 만들어진 극우 단체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가 마무리 되기 전 각종 공공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 '알박기 보은인사'가 국민의힘이 지자체장인 성남시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창과 교수서 수원월드컵재단 이사까지
영어마을 사무총장 시절 '불명예 퇴진'해

 

17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3일 프로축구 K리그2(2부) 성남FC는 제8대 대표이사로 장원재 씨를 선임했다. 성남FC 등에 따르면 장 씨는 2001~2008년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극우 매체인 월간조선 칼럼니스트와 아시아투데이 선임기자를 역임했다.

 

장 씨의 축구 등 스포츠 관련 경력은 20여년 전에 집중돼 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2004~2005), 2002 한일 월드컵 조직위원회 홍보자문위원(2001~2002)을 지냈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 조선일보 독일특파 객원기자로 활동했다. 또 '속을 알면 더 재미있는 축구이야기'(2002), '황홀하고 격정적인 한국 축구를 위하여'(2009), '끝나지 않는 축구 이야기'(2010) 등의 저서를 냈다. 2005년부터 2018년까지는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 및 자문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2022년 8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수원FC의 경기. 성남FC 팬들이 최근 불거진 매각설 등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2025.4.18. 연합뉴스 자료사진

 

장 씨는 축구계와의 인연을 이어가면서도 2008년을 기점으로 축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독특한 이력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2008년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러나 장 씨는 영어마을 사무총장 재임 당시 직원 대량해고, 자신의 급여 인상 및 성과급 부당수령, 업무와 관련없는 유명호텔 업무추진비 부적절 사용 등으로 2012년 불명예 퇴진했다.

 

또 그는 영어마을 사무총장 재직 중이던 2010년 8월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이사로도 중복 선임됐다가 2013년 뒤늦게 재직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화재 발생, 경영난 등 관리부실 논란이 일고 있던 때다. 경기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영어마을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공공기관인 월드컵재단의 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적정하냐"고 지적했다. 장 씨는 이사 재임 중 있었던 11차례 이사회 중 5번만 출석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 출연한 장원재 당시 SNS바른소리 사람들(바소사) 대표의 모습. 2025.4.18. 유튜브 자료화면 갈무리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 맡아
고성국TV서 "체육계 좌파 카르텔 척결"

 

영어마을로 문제가 된 장 씨는 2011년부터 우익 인사였던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박성현 인터넷문화협회 회장, 석수경 문화기획자 등과 함께 인터넷 토크쇼 '명품수다'를 진행하고, 이어 2013년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등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정치평론가로 모습을 탈바꿈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우파 스피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씨는 지난 2012년 국정원 정치개입 여론조작 의심 단체인 'SNS 바른소리와 사람들'(바소사)를 창립하고 대표를 맡았다. 바소사는 국정원이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한 이른바 '국정원 SNS 장악 보고서'에 나온 '트위터 파고들기와 SNS 인프라 구축' 일환으로 만들어진 극우 단체로 분석된다. 바소사에는 국정원 댓글부대 알파팀 팀장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알파팀 팀원인 홍수연 인터넷 선동 척결단장 외에도 국정원 지원 의혹을 받는 극우단체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의 이경자 대표, 대한민국 애국보수주의 연합 황세영 대표 등이 참여했다. 

 

2012년 7월 21일 장원재 씨가 대표를 맡은 'SNS바른소리와 사람들' 출범식 기사. 바소사에 국정원 댓글부대 알파팀 팀장인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알파팀 팀원인 홍수연 인터넷 선동 척결단장 외에도 국정원 지원 의혹을 받는 극우단체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의 이경자 대표, 대한민국 애국보수주의 연합 황세영 대표 등이 참여한 사실이 확인된다. 2025.4.18. 뉴데일리 기사 갈무리
국가정보원이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보고한 SNS 장악 보고서 문건 중 일부. 바소사와 같은 단체 육성을 통해 정권에 유리한 트위터를 키워 인프라로 구축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2025.4.18. 세계일보 전문 공개본 갈무리

 

이들 가운데 대한민국애국보수주의연합 황세영 대표는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쪽에서 대거 글을 공유한 극우 성향 트위터리안 '#KOCON(코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장 씨 또한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국정원 추정 계정들이 대량 리트윗한 것으로 드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당시 논란이 됐다. SNS에서 유력 인사들이 야권을 공격하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확성기 역할을 한 셈이다. '시민을 정화한다'는 목표로 세워진 단체인 바소사를 중심으로 장 씨 등이 국정원 여론조작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장 씨는 최근에도 '우파 스피커' 역할을 해오고 있다. 22만여 명의 구독자를 가진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배나TV 대표이자 진행자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내란 국면에서도 적극적으로 윤석열 지지자들의 '부정선거' 주장을 대변했다.

 

장 씨는 12·3내란이 터진 뒤인 지난해 12월 12일 극우 매체 <아시아투데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약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부정선거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왜 부정선거가 아닌지, 부정선거가 일어날 수 없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알기로 선관위 장비가 중국 화웨이 제품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극우매체 아시아투데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선관위 장비가 중국 화웨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장원재 씨의 모습. 2025.4.18. 아투TV 유튜브 방송 갈무리

 

장 씨는 내란이 터졌던 지난해 12월 3일엔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우익분들을 만나면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이 다 저쪽(좌파)으로 넘어갔다고 한탄하는데, 이대로 두면 스포츠도 친대한민국적이지 않은 세력이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며 "체육 정책에 관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 민주당 안민석의 독무대였다. 그래서 그 (좌파) 카르텔이 형성된 거고 실제 회복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의지를 가지고 보조금 집행 내역만 제대로 감사해도 상당 부분 바로 잡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윤석열식 '카르텔 때려잡기'를 주장한 것이다. 체육계가 좌파 카르텔에 의해 장악됐다는 시각을 가진 인사가 시민 구단의 대표로 재직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축구 경력은 있지만 전문성 있는지 의문
민주당 성남시의원 "심각하게 보고 있어"

 

15년 정도 극우 정치평론가 등으로 활동해 온 장 씨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K리그2 충남아산FC 부대표를 함께 맡으며 축구계와 인연을 다시 이은 것으로 보인다. 시민구단인 충남아산FC는 구단주가 아산시장으로, 장 씨가 부대표를 맡던 기간엔 국민의힘 소속 박경귀 아산시장이 구단주였다. 이어 올해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이 구단주로 있는 성남F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우연일 수 있지만, 장 씨의 '체육계 좌파 카르텔' 관련 발언 등을 고려하면 정치 목적에 의한 팀 이적으로도 보인다.

 

지역 정가에서는 장 씨를 성남FC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최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이뤄지는 '알박기 보은인사'와 맥을 같이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이 파면된 상황에서 올해 대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인사들을 미리 '알박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상 운영됐던 시민구단의 구단주(이재명 성남시장)를 고발하고, 프로축구팀에 들어오는 기업 후원금까지 제3자 뇌물 혐의를 걸어 구단의 운영 자체를 망가뜨린 검찰을 비호하는 극우 세력이 선임한 인사가 시민구단을 관리한다는 자체가 정상인지 의문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2023.2.27. 연합

 

1990년대, 2000년대 K리그(1부)를 풍미했던 성남FC는 지난해 K리그2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는 '존폐 위기'까지 거론된다. 성남FC 부진은 인사 및 운영 문제 등에도 있지만, 검찰의 무리한 성남FC 후원금 수사로 인한 영향도 있다. 시민구단을 후원했다가 정치 상황에 따라 뇌물 공여 등으로 수사를 받는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기업이 후원을 끊어 구단 운영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찰이 무혐의 내린 데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 수사를 하면서 시민들의 체육 복지까지 영향을 주는 셈이다. 그러나 성남시는 시민구단의 재건 및 개혁을 위해 투명하고 전문성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함에도 윤석열의 내란에 동조한 극우 인사를 대표이사에 내정한 것이다.

 

장 씨의 정치적 배경을 제외하고 스포츠 관점에서보더라도 시민구단을 재건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성남FC는 지난 3일 신임 대표이사 선임 소식을 알리면서 "장 대표이사는 스포츠 행정 및 축구 저널리즘 분야에서 풍부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소개했지만, 과거 2000년대 초반 이외에 축구계 경력도 뚜렷하지 않다. 오히려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나 정치 평론가로 활동한 이력을 고려하면 그가 제대로 된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 있다. 시와 구단에 제대로 된 검증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남FC는 지난해에도 대표이사 권한으로 자격기준 예외를 적용해 축구와 전혀 관련 없는 국민의힘 정치인 출신 사무국장을 특채 채용해 인사전횡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24년도 주식회사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사업보고서 내 이사회에 관한 사항과 임원 현황. 2025.4.18.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성남FC 지원을 담당하는 성남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장 대표가 선임된 뒤 프로필을 받았다"면서도, 장 씨의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대표 이력, 국정원 여론조작 의심 단체 대표 이력, 정치평론가 이력 등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처음 듣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시에서 검증을 통해 승인·배제할 권한도 없다고 했다. 관계자는 "성남시가 FC를 운영한 것에 대해 지원하고 있지만 대표이사 선임 등은 주식회사의 고유 업무"라며 "성남시가 소수주주이긴 하지만, 이사회에서 선임한 것만 알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내용"이라고 했다. 성남시장이 구단주이고, 성남시장애인체육회가 대주주지만 대표이사를 검증하고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성남FC 이사회 구조를 보면 사실상 구단주와 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올해 3월 한국거래소에 제출된 2024년도 주식회사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를 선임한 성남FC 이사회는 6명의 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김영하 전 성남FC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5명이 모두 축구와 무관한 비상근 사외이사다. 대표를 제외한 이사들은 축구와 거리가 먼 농협지부장, 정형외과 원장, 병원장, 사기업 대표 등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서 구단주와 대표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남FC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를 소집해 장 씨를 대표로 선임했는데, 성남FC 팬들 사이에서 "신상진 시장(구단주)이 원하는 인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남시의회. 2013.1.3. 

 

성남시의회 내부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의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워치독>과 통화에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제보 내용 등을 파악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FC 쪽은 신임대표 알박기 보은인사 의혹에 대해 "공식입장이 없다"고만 답했다.

< 김성진·허재현·김시몬·조하준 워치독 기자 > 

 

내란수괴 윤석열 전원일치 파면 주역

탄핵 심판 내내 살해 협박 등에 노출
퇴임 직전엔 한덕수의 '제2 내란' 저지
선고 지연으로 국민 '피 말리기도'

문 "통합 고수…그래서 시간 걸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6년 임기를 마치고 사인으로 돌아갔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두 재판관은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으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이란 역사적 결정을 끌어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4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문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천명한 순간은 윤석열의 위헌적 내란 행위에 종언을 고하고 한국의 민주 헌정질서를 지켜낸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으로 길이 남게 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내란수괴 전원일치 파면 주역들
탄핵 심판 중 살해 협박에 노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문형배 재판관(59·사법연수원 18기)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주로 근무한 지역 법관 출신이고,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역대 최연소였던 이미선 재판관(55·사법연수원 26기)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윤석열 탄핵 사건에서 문 재판관은 소장 권한대행으로서 탄핵 심판 진행의 중심을 잡았고, 이 재판관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수명 재판관을 맡아 쟁점 정리 등의 작업을 해냈다.

 

두 재판관은 진보 성향인데다 탄핵 심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탓에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에서 시작해 4일 파면을 선고하기까지 111일간 남다른 고통에 시달렸다. 불법 비상계엄을 통한 12·3 친위쿠데타를 '계몽령'이라면서 내란 옹호와 탄핵 반대를 외쳐온 극우·광신·극렬 윤석열 지지자들 때문이었다. 헌재 게시판과 극우 커뮤니티에는 살해 위협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퇴임 전 한덕수 '제2 내란' 저지
헌재의 '내란 진지화' 일단 무산

 

퇴임 직전이었지만 두 사람은 국민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해 윤석열 세력의 '제2 쿠데타' 저지란 역사적 책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에 불과한데도 지난 8일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후임 재판관에 내란 동조 혐의가 있는 '윤석열의 법률 집사'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는 만행을 저질러 윤석열과 '한 몸'임을 확인시켰다. 파면 직후 헌재를 '내란 세력의 핵심 진지'로 구축하고자 했던 내란 잔당들의 기습적인 '제2 쿠데타'였다. 그러나 16일 두 사람 등 헌재 재판관 9명이 전원 일치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일단 큰불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9인 완전체'가 됐던 헌법재판소는 다시 '7인 체제'가 된다. 얼마 전 헌재는 "두 재판관 퇴임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6월 3일 대선 전까지 이 사건 '본안 판단'은 유보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당분간 헌재 재판관 구성은 진보 2명, 중도 2명, 보수 3명이다.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진보, 정정미·김형두 재판관은 중도,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24. 12. 31 [뉴시스 캡처]

 

'윤 궤변 격파' 헌재 파면 결정문
선고 지연으로 온 국민 '피 말려'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하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열망을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냈고, 간결한 문장에 탄탄한 논리 구성도 돋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각종 궤변을 일일이 격파한 대목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헌재는 다수 야당의 탄핵 소추 남발과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유발했다는 윤 측의 주장에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고,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엔 "국회가 신속하게 해제 요구를 결의했고...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의 탄핵 소추 남발에 우려를 인정하는 듯한 양비론적 논리를 편 것은 문제다.

 

윤석열을 파면했다고 헌재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온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군 병력들이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불법 침탈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도, 헌재는 파면 선고를 미뤄왔고, 거의 넉달 간 대다수 국민은 '내란성 불면증'과 '윤석열 복귀 가능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김복형‧정형식‧조한창 등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3인을 응원하는 영상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딴지' 보수 재판관들 설득해
전원일치 결정 유도에 성공

 

끝까지 국민에게 이렇다 할 해명도 사과도 없었던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헌재의 선고 지연 책임에서 물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문 권행대행 등이 보수 재판관들과 논쟁하고 일일이 설득해 8명의 전원일치 결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헌재 결정문을 보면, 보수 성향의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보충의견들을 통해 국회 탄핵안의 2번 발의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일 수 있다거나, 더 엄격한 전문법칙 적용을 강조하는 보충 의견을 낸 걸로 미뤄 평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걸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기각 결정이 난 헌재의 한덕수 탄핵 심판 과정을 보더라도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인 만큼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고 주장하면서 '각하'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도 계속 '딴지'를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 극렬 윤 지지 세력의 서울 서부지법 폭동 △ 윤석열 구속 취소와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 재·보궐 선거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있었던 듯하다.

 

이런 몇 가지 아쉬움 점은 있지만, '8 대 0' 전원일치 결정을 이뤄낸 건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극렬 윤 지지 세력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불복했을 것이고 그 후 폭력 사태를 포함해 국민적 갈등은 더욱 증폭됐을 게 틀림없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4.18 연합

 

문형배 "통합을 좀 고수하자,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윤석열 파면 선고 지연과 관련해 문 대행은 17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법률가의 길' 특강에서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탄핵 소추가 야당의 권한이다, 문제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렇다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며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 현재까지 탄핵 소추는 그걸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며 "그 통합을 우리가 좀 고수해 보자. 그게 탄핵선고문의 제목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1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미선 "국가기관, 헌법 준수해야,
무시하면 우리 사회 질서 흔들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도 퇴임사를 통해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면서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의대생들 수업 참여 20%대로 지지부진- 의학교육계 건의 수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발표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이 정부의 증원 전 정원인 3058명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정부는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해야 증원 전으로 모집인원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가 20%대로 지지부진하면서 의학교육계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1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와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어, “2026학년도에 한해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3058명)으로 확정하는 의총협과 의대협회의 건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현재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포함) 40곳의 정원은 총 5058명이지만, 2026학년도에 한해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애초 교육부는 지난달 7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3월 말까지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전원복귀하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까지 집단 휴학 중이던 의대생들이 대거 복학·등록하며 의대교육 정상화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수업 참여는 지지부진했다. 일부 강경한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거부’를 주장하고, 수업참여 학생 신상유포 등이 이뤄지면서 눈치를 보느라 복귀를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업에 참여해야 진정한 복귀”라는 취지로 복귀를 독려했으나,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되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의대 40곳 평균 수업참여율은 전날 기준 25.9%(교육부 집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국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조차 수업참여율이 35.7%에 불과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결국 교육부는 의총협·의대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먼저 모집인원 환원을 발표하게 됐다. 그동안 의총협과 의대협회를 포함한 의학교육계에서는 의대생의 수업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모집인원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정부가 내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모집인원 확정인데, 먼저 모집인원을 확정했을 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발표하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 수업 참여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이번 발표를 계기로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의학교육계는 모집인원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학사 유연화 조처는 없으며, 수업 불참에 대한 유급 적용 등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총협은 이날 발표한 대정부 건의문에서 “의총협 총장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수업 불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할 것을 확인한다”며, 대정부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향해서도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 발표로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매듭짓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의대 교육의 정상화 실현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의료개혁에 힘을 모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한겨레 박태우  이우연 기자 >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됐다

● COREA 2025. 4. 11. 14: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제자문위 “국가폭력 맞선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도민 2530명의 기록이 담긴 ‘수형인 명부’. 허호준 기자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로 제주4·3은 ‘침묵과 금기의 역사’에서 세계의 기록유산이 되는 전환점이 됐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1일 오전 6시5분(프랑스 현지 시각 10일 오후 11시5분) 회의를 열고 ‘진실을 밝히다: 제주4·3 아카이브(Revealing Truth: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 권고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행이사회는 4·3 기록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지역에서 공론화한 지 13년 만이고, 도와 재단이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제주4·3 기록물은 사건의 진상과 사건 이후의 진상규명 운동 및 명예회복운동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망라한 1만4673건에 이른다. 1948년과 1949년의 불법적 군사재판 기록인 수형인 명부와 육지 형무소에서 보낸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단체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국제자문위원회는 4·3 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했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1992년부터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MOW)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하고 있다. 기록은 문서만이 아니라 필사본, 인쇄본, 영상, 사진, 오디오, 디지털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는 세계적 중요성과 기록물의 진정성 및 완전성, 희귀성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 등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8건의 기록물이 등재됐다.

 

오영훈 지사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와 함께 나누겠다”며 “4·3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인권 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허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