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의원직 상실형’ 선고 뒤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서 첫 공식 발언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3차 국민행동의 날’(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1심 판결 뒤 첫 공식 발언에 나섰다. 이 대표가 “팔팔하게 살아 인사드린다”고 입을 떼자, 광화문 앞 도로 6개 차선과 도보를 메운 당원과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엘이디(LED) 촛불을 들고 환호했다.

 

16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이 연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이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두손 함께 꼭 잡고 제대로 된 세상, 제대로 된 이 나라를 위해서 함께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무대에서 전날 법원 선고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로 규정하며 ‘사소한 차이를 넘어선 동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이 나라의 주인은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 등으로 바뀐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든다”며 “부족함이 있어도 비록 불만이 있어도 그 작은 차이를 넘어서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손잡고 싸워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외쳤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노무현 대통령이 열어준 길을 따라왔다. (정치를 시작한) 그 시간부터 개인 이재명이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의 충실한 도구로서 유용하게 쓰여지길 바랬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이)즐겁게 황제골프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도 우리가 새벽 일찍 만원 버스 타고 나가서 피땀 흘려 번 돈이라는 사실을,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확실하게 보여달라”고 했다.

좀 더 강한 어조로 전날 판결에 대한 비판에 나선 건 다른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고 이 대표 판결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저들이 (이재명 대표 처벌에)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김건희 윤석열 정권의 최후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의혹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 공천개입과 관련해서)최소 10년의 징역은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행동의날 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불안감을 일깨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대치동에서 온 정혜란(53)씨는 “어제 선고를 보고 이제는 정말 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이재명 대표가 절대적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현재 정국에서 반대편의 상징적인 사람을 향한 무자비한 검찰의 모습과 판결이 굉장히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에 견주며,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대통령과 여당에 요구하는 목소리도 한층 거세진 분위기였다. 전북 무주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박아무개(63)씨는 “대통령실이 의혹을 해명하고 사흘만 지나면 거짓말인 것이 드러나는 상황이 갑갑하고 화가 치민다”며 “윤석열 정권도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에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직장인 강동언(30)씨도 “김건희 여사는 디올백 사건, 주가조작 사건 등이 다 무혐의 처리된 것과 이재명 대표 유죄 선고는 비교된다. 평등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야 5당은 국민행동의 날 집회 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속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하는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 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 합류했다.  < 한겨레  임재희 기자 >

 

야권·시민단체 대규모 연대집회…"윤석열 퇴진"

 

빗속에도 촛불대행진-야5당-비상행동 운집
시청역 앞 대로와 광화문 일대에서 연쇄 개최
민주당 집회에 총 40만 명 모여 "윤석열 아웃"

"이재명 팔팔하다…여러분 있어 절대 죽지 않아"
촛불대행진엔 2만 모여 "윤석열은 예비 전범"
탄핵 의원 연대 "국회가 윤건희 끝장내겠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장외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4.11.16. 연합
 

윤석열 정권의 갖은 폭정과 탄압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와 야권이 손을 잡고 대규모 장외집회를 함께 열었다.

16일 오후 3시 시청역에서 개최된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광화문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오후 4시 30분 광화문에서 시작된 민주당의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민주당 집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같은 자리에서 6시 45분쯤부터 8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개최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시민행진'에 동참했다.

"이재명은 팔팔합니다"

굵은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제3차 국민행동의 날'에는 야 5당 국회의원과 각 당의 지도자, 당원, 시민 총 30만 명이 모여서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법 통과' '윤석열을 거부한다'를 외쳤다. 현장엔 못 왔지만 유튜브로 지켜본 시청자도 1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 선고를 받은 것을 함께 분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은 팔팔하다. 절대 죽지 않는다"며 "여러분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세상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대통령에게) 맡긴 권력이 우리를 위해 작동하고, 권력자들이 우리를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일하는 세상을 누가 만들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말자"며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의 싸움이 시작됐다. 이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 책임은 권력을 가진 저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손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당원들에게 함께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내 자식들의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도 결국 나와 동지들의 작은 실천에 달렸다"며 "여러분, 포기하지 말고 손가락 하나라도 놀리고 전화 한 통, 인터넷에 댓글 하나라도 쓰자. 우리가 펄펄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당부했다.

용산을 향한 경고도 있었다. 이 대표는 "그들이 행사하는 모든 권력, 명예, 화려함은 결국 다 우리로부터 나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황제 골프를 치면서 즐기는 그 돈조차 우리가 나가 번 돈으로 이뤄진 것이다. 국민을 배신하는 그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는 "우리 모두 동지를 믿고 국민을 믿고 역사를 믿고 포기하지 말고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서 함께 나아가자"며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도 죽지 않는다. 이 나라의 미래도 죽지 않는다. 여러분이 함께 보여 달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 박찬대 원내대표(왼쪽 세번째), 김민석 최고위원(오른쪽 세번째) 등이 비가 내린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장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민주당 전종오 청년당원은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사법권을 남용한 명백한 사법 살인"이라며 "법원이 정부를 멈춰야 하는데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검찰과 법원이 왜 정부의 충견이 되어 윤 대통령과 여사를 지키는 것에 몰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법원은 이재명 대표가 왜곡했다고 했다"며 "하지만 공천 개입을 하고 명품백을 받은 조작과 왜곡의 전문가는 따로 있지 않냐. 검찰은 기소마저 박절하지 못해 안 하고 있냐. 우리가 정권은 유한하다는 진리를 보여주자"고 목청을 높였다.

집회에서는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의 다짐도 있었다. 단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윤석열·김건희가 81회 무료 여론조사를 하고 3억 7500만 원을 지불하지 않았다"면서 "15배 벌금을 매기면 60억 원이다. 이 벌금을 다 받아내겠다"고 장담했다.

서 의원은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한테 500만 원짜리 봉투 2개를 줬다"며 "불법 금품기부 죄인데 최소 15배 벌금을 물어서 처벌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했다고 징역 2년을 받았고 윤 대통령은 김영선, 강서구청장 김태우, 포항시장 공천에 개입했다고 이준석 전 대표가 말했다. 최소 징역 10년을 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주최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에서 참석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11.16. 연합
 

대통령의 조건은?

'제3차 국민행동의 날'이 끝나자 그 자리에서 바로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연대 집회' 본행사가 시작됐다. 시민단체인 비상행동과 야 5당이 함께한 행사다.

비가 점점 굵어졌지만 시민과 당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회는 시민들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자신을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변호사'라고 소개한 신세영 씨는 "청년이 주거 비용에 시달리지 않고, 여성이 밤길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으며, 성소수자가 차별 없이 살아가고,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자격과 인권 감수성을 갖춘 자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했다.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해병대 예비역 대위 강해린 씨는 "윤 대통령은 임성근 사단장을 살리기 위해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며 "윤 대통령이 쇼한 것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을 반격할 수 있도록 박정훈 수사단장이 무죄가 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행사에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가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있었던 무장 경찰 폭력 진압을 비판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조국혁신당 조국대표(왼쪽)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정권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16 [공동취재] 연합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와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에서 무장 경찰이 폭력으로 시위를 진압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사과하라고 했더니 본인 직원 109명이 다쳤다고 못한다고 했다"며 "조지호는 경찰이 탄압하다 부하직원이 다쳤으니 송구하다고 해야 한다. 일선 경찰의 기본권과 안전을 담보로 공천을 받으려면 솔직하게 국민의 힘에 입당하라"고 말했다.

대학 측이 학생들을 탄압한다는 교수와 학생의 발언도 있었다. 중앙대학교 이나영 교수는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학생들의 활동을 탄압한 학교를 규탄한다"고 했고, 부경대학교 학생 이승민 씨는 "지난주 토요일 부경대학교에서 연행됐다"며 "학교에서 국민투표를 하니 교직원이 막고 학생을 무자비하게 끌어내렸다. 집에 가려는 학생들이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대학생의 정당한 정치활동을 가로막는 학칙에 반발한 헌법소원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역시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했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한 명인지 두 명인지 모르는 정권은 처음"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쿠팡에서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사망한 정슬기 씨의 아버지 정금석 씨는 "쿠팡 업무 환경이 문제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쿠팡에서 개처럼 밤샘 근무를 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KBS 시사다큐 피디 조해진 씨는 "KBS의 제작 현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면 안 된다"며 "경영진이 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16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11월 전국집중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115회 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대학엔 윤석열 탄핵이 대세"

앞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5회 촛불대행진 11월 전국집중촛불'은 힘찬 구호로 이날 맨먼저 집회를 시작했다. 2만여 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 시민은 "경찰 폭력 공안 탄압 윤건희를 몰아내자" "이재명 대표에 대한 치졸한 정치공작 박살 내자" "특급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고 구속하라"고 외쳤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이재명 대표 유죄 판결이 재판일까 개판일까"라며 "이런 사법부는 박살 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법치가 살아날 수 있다"고 힐난했다.

김 상임대표는 또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우리 군대를 파견했다"며 "예비 전범이다. 저 살겠다고 온 국민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는다. 김건희와 윤석열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이제 우리가 선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로 이뤄진 '윤석열 탄핵 의원 연대'도 각오를 다졌다. 의원 연대 대표를 맡은 민주당 박수현 의원은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도록 국회가 앞장서서 윤건희를 끝장내겠다"고 했으며,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쉽진 않지만 진보, 중도, 보수마저 차이를 극복해서 나라를 지키는 길에 설득하고 독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고 송채림 씨의 아버지 송진영 씨는 안전 국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씨는 "현재 정권에서 윤석열이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한동훈을 처벌할 수 없다"며 "아무도 참사를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으면 참사는 또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11월 전국집중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115회 촛불대행진을 하고 있다. 2024.11.16. 이호 작가
 

윤석열 탄핵소추 촉구 대학생 시국농성단 조서영 단장은 국민이 승리할 것을 확신했다. 조 단장은 "대학에서도 윤석열 탄핵이 대세고 국회에서는 윤석열 탄핵 공청회가 열렸다"면서 "50여 일 동안 농성을 진행하며 탄핵이 맞다는 것을 확신했다. 대학생 농성단은 56일 차로 농성을 끝냈지만, 대학생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소속 의대생들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하고 있다. 연합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했다.

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의장은 15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에서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 후 언론 브리핑을 열어 “정부의 비과학적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독단적 추진을 의료 개악으로 규정한다”며 “이를 저지하고자 의대협의 8대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한 투쟁을 2025학년도에 진행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회에서 해당 안건은 찬성 267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기존의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할 때까지 집단 행동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향후 투쟁 종결 여부도 총 회원 의사가 반영되는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조 의장은 “2020년 의정갈등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전공의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의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발표했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선례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기존의 휴학과 같은 투쟁 방식을 유지할지는 오는 16일 의대협 대의원들이 모이는 전체학생대표자총회 정기총회에서 결정한다. 조 의장은 내년도 입학하는 신입생의 투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선택은 자율에 맡긴다”며 “다만 의학 교육 현장 붕괴로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선택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수차례 의대협 요구안은 논의 불가능하다고 하는 등 이미 결론을 정해놨기 때문에 논의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올바른 거버넌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들이 의대생들의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하도록 하며 내년 3월 복학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날 의대협의 결정으로 의대생들의 내년 3월 복학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게 됐다.           <  한겨레 이우연 기자  >

총 129개 부대 배치 중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완진복

 

 
 
지난 9일 민주노총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진행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합류하려고 하자 경찰이 막는 모습.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 배치된 경찰의 88%가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집회 대응에 나선 경찰 부대의 완전진압복 착용 비율은 7% 수준이어서, 경찰이 총궐기 진압을 위해 과잉대응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양부남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9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총궐기에 경찰은 총 129개 부대를 배치했는데, 이 가운데 88%에 이르는 113개 부대가 신체보호복을 착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보호복은 경찰이 시위를 진압할 때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장착하는 헬멧과 상·하의 방검복 등을 일컫는데, ‘완전진압복’(완진)이라고도 불린다. 이날 총궐기에 배치된 완전진압 경찰은 올해 들어 최대 규모였다.

집회 대응에 나서는 경찰이 완전진압복을 착용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올해 집회 대응을 위해 동원된 경력인 1만3603개 부대 가운데 완전진압복을 착용했던 부대는 914개로 6.7%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장외 투쟁 집회에서도 총 46개 부대가 배치됐지만, 완전진압복을 착용한 부대는 없었다. 민주노총과 같은 날 한국노총이 서울 여의대로에서 연 대규모 집회에도 완전진압복을 입은 경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일 총궐기에서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충돌이 빚어지며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불법집회로 변질돼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양부남 의원은 “민주노총 등의 퇴진 집회에는 113개 부대가 사전에 무장하고 준비하고 있었다”며 “올해 가장 많은 부대가 완전 무장한 채 투입된 이날 집회는 과잉진압을 하기 위해 사전부터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장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 판례 역행한 채…경찰, 윤 퇴진 집회 ‘과잉진압’

신고 범위 넘으면 무조건 ‘불법’이라는 경찰 논리
대법, 20년 전 “직접적 위험 있어야만 제한 조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속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1차 총궐기)를 열어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섰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경찰은 ‘불법집회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경찰이 진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논리도 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내용이어서, 경찰이 탈법적으로 시위 진압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12일 총궐기 당시 경찰과 충돌해 공무집행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청구된 민주노총 조합원 4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신고 범위 벗어났으니 무조건 ‘불법 집회’?

경찰은 총궐기 주최 쪽이 애초 허가받은 집회장소를 넘어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대원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은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애초 세종대로 7개 차로를 쓰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5개만 쓰도록 제한 통고를 했다”며 “당일에 인원이 넘쳐 위험하다고 경찰에 협조도 요청하고 (차로를 더 쓰겠다고) 추가 신고도 했지만, 경찰이 행진 자체를 막아 병목현상이 생기는 바람에 신고범위 일탈이 벌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최초 집회 신고범위를 일방적으로 제한한 경찰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며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건 경찰의 의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대규모 집회에서는 주최자가 아무리 준비를 해도 신고범위 일탈은 있을 수밖에 없고, 질서 유지를 제대로 못한 건 경찰”이라며 “애초 7개 차로가 필요하다고 했던 주최자에게 일탈의 고의가 보이지도 않고, 여러 사람이 모인 집회에서 (경찰관과의 충돌 등) 일부 참가자의 행위로 전체를 불법이라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판례로 봐도, 사전 신고 범위를 벗어난 순간 ‘불법집회’가 된다는 경찰의 단순 논리는 대법원에서 깨진 지 20년이 넘었다. 법원은 집회가 신고범위를 일탈했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고, 집회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만 해산명령이 가능하다고 본다. 앞서 경찰은 1996년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죄수복과 포승 차림으로 행진을 하자 ‘신고내용에 없는 행위’라며 저지했다. 민가협이 이에 반발하며 경찰을 상대로 낸 국가배상소송에서 대법원은 2021년 “신고사항 미비나 신고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저지해선 안 된다”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제한조치를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법리는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절차만 지키면 해산명령 가능?

경찰은 법이 정한 해산명령 절차를 모두 지켰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총궐기 진압 과정에서) 집회시위법의 절차를 다 준수했다. 주최측에 시정조치 요구, 종결선언 요청, 해산명령 3회를 했으나 참가자들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계적 요건을 갖췄으니 적법한 진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절차와 방식은 물론이고 ‘정당한 해산이유’까지도 엄격히 따져 해산명령의 정당성을 해석하고 있다. 해산명령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이유다.

나아가 법원은 ‘정당한 해산명령’이 아니면 응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2010년 평화적인 옥외집회를 연 노동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경찰이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찰 해산명령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미신고라는 사유만으로 집회·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면, 사실상 집회의 사전신고제를 허가제처럼 운용하는 것”이라며 반올림 쪽의 해산명령 불응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교통소통의 공익

지난 11일 조 청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께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회로 인한 시민 불편을 민주국가가 부담해야 할 ‘당연한 비용’이라고 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시각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09년 대법원은 건설노조의 삼보일배 행진을 정당행위로 판단하면서 “집회는 다수인이 공동 목적으로 모여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등을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며 “어느 정도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해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통소통의 공익이 집회의 자유보다 언제나 더 크다고 단정할 순 없다는 행정법원 판례도 있다. 경찰은 2016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도심 집회를 ‘교통소통’ 이유로 금지했는데,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서울행정법원은 “다소간 불편이 발생할 수 있으나 수인 범위 내의 불편”이라며 “주최측 및 언론의 충분한 집회예고 등으로 도로 이용 인원 많을 것 같지도 않으며 우회로가 전혀 없지도 않다”고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판례들을 종합해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내놓았고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나서서 이를 모두 수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찰은 판례를 무시하면서까지 과잉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조 청장은 지난 11일 ‘경찰의 진압이 집회의 자유 판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미법 판례와 달리 우리나라 판례는 개별 사안에 대한 판결”일 뿐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륙법이나 영미법이나 판례는 똑같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판례 데이터베이스가 점차 쌓이고 판례의 중요성도 더 부각되고 있어서 사실상 ‘판례법 국가’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조 청장의 주장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2022년 지방선거 때부터 김태우 공천에 개입


국힘 지도부에 “경쟁력 있어 구청장 될 것” 전화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1심 유죄 받았던 상황

그럼에도 공천 강행…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운데)와 김기현 당 대표(왼쪽), 윤재옥 원내대표가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3.10.10. 연합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본인의 귀책사유로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설이 파다했다. 그런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최초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김 전 구청장은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었던 2018년말 ‘특감반 사태’의 장본인이자 조국 전 장관의 소위 ‘감찰무마’ 혐의의 시발점이 된 인물이다.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투신한 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고 당선된 바 있다. 당시 이 김태우 공천에 윤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태우 공천’ 개입

이번 ‘김태우 공천 개입’ 건이 터져나오게 된 것은 당초 명태균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본연의 임무와 직접 관련도 없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집중 공격하면서부터다. 이준석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정국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공천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을 수밖에 없는 당사자다.

이 의원이 국힘 대표였던 시절 욕설을 했다가 징계를 받는 등 이 의원과 극히 불편한 관계였던 김 변호사는 명 씨의 변호인을 맡은 후로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거나 이준석 때문에 윤 대통령이 문제의 육성 통화를 하게 됐다는 등으로 이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이 의원은 명태균-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매우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거리를 두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의혹에서 이 의원 본인이 개입된 책임이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서도 야당 의원으로서 현 정권과 여당의 비리에 주요 인물로 회자되는 것이 결코 반가울 리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지속적으로 공격해오자 이 의원은 14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심스럽게 윤 대통령의 다른 공천개입 의혹들 중 일부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이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에게 의사를 전달한 사례들로 “특정 시장 공천”과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을 거론했다.

14일 JTBC와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의원이 윤 당선인의 공천 개입 사례로 언급한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강서구청장 예비후보 김태우였다.

‘당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 A씨는 전국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있던 2022년 4월 말 윤 당선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직접 지도부에 연락해 “김태우 후보를 뛸 수 있게 하면 경쟁력이 있어서 구청장이 될 것” “이미 박성중 의원한테 김태우를 살펴보라고 말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성중 전 의원은 당시 국힘 서울시당 위원장으로서 후보를 정하는 공관위원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A씨는 이런 윤 당선인의 발언을 “김태우를 경선 대신 단수공천으로 해주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분명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의혹과 마찬가지로 공천 개입임에 분명한데도, 이준석 의원은 공항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게 죄가 될 만한 것인지, 문제가 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당대표랑 대선 후보 또는 당선인이랑 공천 상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범죄 의혹 논란에서 본인의 발은 빼는 모습을 보였다. 진흙탕 싸움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럼에도 이 의원은 “혹시라도 검찰에서 확인할 부분이 있어서 조사를 하겠다면 당연히 가서 이미 나와있는 것보다 더 확실한 것들을 얘기해 줄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당 대표 이준석의 입이 열리기 시작한 만큼 이 공천개입 사태가 어디까지 커질지는 일단 검찰에 달린 셈인데, 물론 명태균의 휴대폰 은닉에 놀아나고 명태균 압수수색에서 김건희의 ‘금일봉’도 모른 체 했던 검찰에게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특검 수사 혹은 적어도 공수처 수사가 이루어져야 전체 범죄 의혹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우, ‘특감반 사태’로 유죄 판결

한편, 당초 문재인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일개 반원에 불과했던 김태우는, 본 직위는 검찰 수사관으로서 특감반에 파견되어 있었다. 2018년 11월 개인 비리들이 적발돼 검찰로 복귀처분 후 감찰을 받게 되자 그는 감찰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특감반이 다루던 여러 사안들을 최종 확인 여부와 무관하게 무차별로 폭로하면서 본인에 대한 감찰을 무마하려 시도했다.

검찰의 감찰 결과 김태우에게서 특감반원의 지위를 악용한 여러 개인 비리들이 확인됐는데, 그럼에도 검찰은 개인 비리들은 대부분 덮고 그중 특감반 폭로 행위 자체인 ‘비밀엄수의무 위반’만을 문제 삼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했다. 김태우는 2019년 2월에 기소됐다.

 

 

이후 재판 진행 중에 검찰을 떠난 김태우는 2020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사임한 후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 윤석열캠프에 투신했으며, 윤 후보가 당선되자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김태우가 윤석열캠프와 인수위에 연달아 참여하고 당내 인맥이나 기반이 없음에도 두 차례나 거듭 강서구청장 공천을 받았던 데에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바탕이었다는 관측이 파다했다. 김태우와 윤 대통령의 인연은 사실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옛 대검 중수부에 함께 근무했을 뿐만 아니라, 김태우가 “상의할 일이 있을 때 윤 지검장을 찾아가곤 했다”고 한다.

특감반 사태로 김태우가 감찰과 수사를 받던 당시에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는데, 김태우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되자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수원지검으로 이첩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윤 지검장과의 친분 때문에 제대로 수사 및 기소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검찰 내 하급직 출신인 김태우를 윤석열 후보가 캠프와 인수위에 받아들인 것은, 그것도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던 자를 받아들인 것 역시 이런 오랜 친분의 영향이 가장 컸을 거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물론 ‘특감반 사태’를 홀로 일으키고 ‘조국 사태’에서 기소할 꺼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윤 대통령이 유력 야권 주자로 부상할 기회를 연거푸 만들어줬다는 공을 세운 데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라 볼 수도 있다.

‘1심 유죄’에도 공천 강행, 유죄 확정으로 직위 상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로 공천된 시점에, 김태우는 이미 1년 전인 2021년 1월에 1심 유죄 판결(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 벌금형도 아닌 징역형 유죄를 받았고 그 유죄 판결의 혐의도 공직자로서는 죄질이 매우 불량한 ‘공무상비밀누설’이라는 범죄였음에도 국민의힘은 구청장 공천을 해준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발이 컸다. 1심 무죄라면 몰라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공천 후 설령 강서구청장에 당선되더라도 최종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이 지역에는 김태우 외에도 3명의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었는데, 낙하산 단수공천설이 파다하게 퍼지자 이들은 단식농성과 삭발투쟁 등을 벌이며 격렬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김태우는 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청년후보 김승현을 상대로 2.61%라는 박빙의 차이로 강서구청장에 당선됐지만, 불과 두 달만인 2022년 8월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유죄 판결이 다시 내려졌고, 이어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이 형이 그대로 확정됨으로써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당초 김태우 낙하산 공천에 반발했던 당내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김태우는 재판 과정과 이후로도 자신이 ‘공익신고자’라면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지만, 공익신고자 지위 부여는 당초 권익위의 하자 판단이었던 것으로, 그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은 법원에 달린 것이다. 공익신고로 인정될 경우 혐의가 부인될 수 있는데, 법원은 1심 판결부터 김태우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부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규정된 공익신고자 인정의 예외 규정 때문으로, 해당 법률 제2조에서는 “거짓임을 알고도 신고한 경우”와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대해서는 공익신고자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1심 판결에서부터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이라 적시하면서 김태우가 특감반 사태를 벌인 동기가 사실상 ‘부정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1심에서부터 김태우는 공익신고자가 아니라고 판단된 것이다.

보궐선거 목전 대통령 사면, 사실상 공천 압박

그런데, 이 확정판결과 직위 상실 이후 불과 3개월만인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에 김태우를 포함시켰다. 확정판결 후 3개월만이라는 짧은 기간도 이례적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이 더욱 논란거리였다. 김태우가 받은 형은 징역 1년이지만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실제 형을 살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사면을 강행한 것은, 사면보다 ‘복권’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복권은 법원 판결로 상실된 법률적 권한을 회복시켜주는 것인데, 그 핵심이 바로 피선거권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이 김태우를 사면한 사실상 유일한 이유는 선거에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이 당시 다가오는 선거는 2023년 하반기 재보궐선거였는데, 이 보궐선거의 유일한 선거구가 바로 김태우 자신의 유죄확정으로 궐위된 강서구청장이었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뻔하게 김태우 유죄 확정으로 상실한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가 다시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런 뻔뻔스럽기 짝이 없는 의도는 정상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 그대로 믿기는 어려울 지경이었는데, 김태우 본인은 사면복권이 발표된 당일 즉시 “강서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라며 10월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내비쳤고, 며칠 후 실제 예비후보로 등록을 감행했다.

국힘은 ‘전략공천 시 무소속 출마’를 공언한 예비후보들의 극렬 반발 때문에 경선을 실시하긴 했지만, 이미 현직 대통령 윤석열의 의중이 실린 것이 너무도 뻔했다. 거기에 판사 출신인 당 대표 김기현까지 가세해 김태우의 유죄 판결을 부인하고 사실상 김태우의 캐치프레이즈인 ‘조국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를 내세우는 등 대대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이 밀어주는 김태우가 공천 확정되는 것은 이미 8월 사면 시점부터 기정사실이었던 것이다.

‘1심 유죄’ 김태우를 한번 뽑아줬던 강서구민들은 ‘유죄 확정으로 직 상실 후 재출마’라는 사상 초유의 뻔뻔스러운 출마 행태를 보고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았다. 1년 전 김태우가 박빙 승리했던 이곳에서 이번에는 17%라는 큰 격차로 김태우를 낙선시킨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개입 의혹과 별개로, 이어진 2023년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재공천은 앞서 8월 사면에서부터 윤 대통령이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명백해 보인다. 법적인 판단 여부는 애매할지 몰라도 정치적 의미로는 현직 대통령의 여당 공천 개입이 확실했던 것이다.       < 민들레 박지훈 기자 >

 

이준석 “대통령 당선인이 역정, 이례적”…강서 · 포항 공천개입 정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1 지방선거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특정 시장·구청장 후보 공천을 달라고 했다”고 한 데 이어 더 구체적인 폭로에 나선 것이다.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최근 이 의원을 향하는 기류가 보이자 ‘경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들 지역의 후보 공천이 결정되기 전 윤 대통령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강서와 포항을 언급했다”며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더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시 강서구 당협위원장 세명이 모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공천에 반대하고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이 맨날 안 되고 하는 사람들이다. 저거 지면 민주당 돕는 일 아니냐’며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했다가, 2022년 3월29일 공무상 비밀누설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공천을 받아 당선이 되더라도 중간에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 반대가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2021년 8월 자신의 대선 캠프에 합류한 김 전 구청장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게 이 대표 얘기다. 김 전 구청장은 결국 공천을 받아 당선됐지만, 1년 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석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했고,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그를 또다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로 내세웠다가 참패했다. 이는 김기현 당시 대표의 사퇴 등 여권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은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은 ‘당협위원장들 말을 듣지 말라’고 한 윤 대통령이, 포항시장 공천에선 “원래 공천은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도당위원장이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이었던 김정재 의원이 현역인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에 반대하며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자신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인) 저한테 역정 내면서 얘기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며 “의견과 개입은 임계점의 차이인데,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대화) 구조에서 (압박이) 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의 주장처럼 ‘통상적인 의견 개진’이 아니라 명백한 공천 개입이라는 반박이다. 서울시당에서 공천을 진행한 강서구청장과 달리, 중앙당에서 관할한 포항시장 후보 공천은 결국 이강덕 시장이 받았다.

윤 대통령의 통화 육성이 공개된 김영선 전 의원, 전날 이 의원이 거론한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제기된 건 최소 4명이다. 그런데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규모를) 숫자로 쓸 이유는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사례가 더 있다고 에둘러 말했다. “‘오빠’가 사고 친 게 한두개냐”고도 했다. 검찰이 명태균씨와 가까운 사이인 이 의원을 본격적으로 겨냥해 수사할 경우 추가 폭로에도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안에선 비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이대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막을 명분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털고 가는 게 맞지 않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