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게이트는 공천 개입 '김건희 수사'가 핵심
검찰 믿을 수 있나…'꼬리 자르기' 땐 특검이 답
명태균·김영선 혐의 부인…"정치자금법 위반 아냐"
구속 전 명태균 "위에서 입 틀어막고 들어가라고"
민주당 "게이트 몸통인 윤석열 부부를 수사해야"
명태균-김영선 전격 구속
윤석열 부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전격 구속된 가운데, 이들의 구속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정치자금 문제로 꼬리 자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용산으로 향하는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핵심 인물들은 구속했지만 정작 사건의 몸통인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특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창원지법 정지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오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명 씨와 김 전 의원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15일 오전 1시 15분쯤에 '증거 인멸의 우려'를 이유로 명 씨와 김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공천을 기대하고 명 씨에게 돈을 건넨 경북 고령군수 배 모 씨와 대구시의 원 예비후보 이 모 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 판사는 배 씨와 이 씨에 대해서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의자들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7600여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내부신고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난달 21일부터 명 씨가 사흘가량 차명 선불폰을 사용했다며 증거 인멸 우려를 제기했다. 아울러 명씨가 처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버리도록 해 구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또 배 씨와 이 씨가가 명씨에게 공천을 부탁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점도 지적했다.
명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민망한데 무슨"이라고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명 씨 변호인은 의견서에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창원 의창) 당시 김 전 의원이 사후 정산 목적으로 선거 비용을 차입하려 했고 회계책임자만이 수입과 지출을 할 수 있어 담당자인 강혜경 씨가 명 씨로부터 6000만 원을 빌렸다"며 "명 씨는 이 돈을 지난 1월 강 씨로부터 변제받았을 뿐 검찰의 범죄 사실과 같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세비 절반을 명 씨가 받은 경위에 대해서는 "김 전 의원은 선거보전비용이 입금되면 빌린 돈을 정산하려 했고, 세비 반이라도 떼어서 우선 급한 대로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명 씨에게는 피 같은 돈이었기에 자신부터 우선 달라는 취지로 강 씨에게 말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영장실질심사 당일 취재진과 만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살인자가 내 칼을 썼다고 그게 제가 찌른 것이 되냐"며 "이 사건은 수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언론인이 검찰을 뒤흔드니 정치적인 구속영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세비가 명 씨에게 들어갔지만 자신이 직접 준 돈이 아니며 구속이 된 것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일단 구속은 했지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공천 개입 의혹,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 미공표 여론조사 조작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친윤계의 대표적 인사인 정유미 검사가 창원지검 지검장인 만큼 검찰의 수사 방향을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향하지 못하도록 직접 컨트롤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 지검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수사 지연과 관련, "입이 단내나도록 수사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수사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중앙지검은 15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지난달 23일과 31일 윤 대통령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 13일 모두 창원지검으로 보냈다. 명 씨 등에 대한 수사가 창원지검에서 이뤄지는 만큼 한 곳으로 사건을 모은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수사도 벅찬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시한폭탄 같은 명태균
사건 초기부터 구속 요구가 있었음에도 전혀 구속하지 않았던 명 씨가 전격 구속되면서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지난 14일 <KBS>에 따르면 명 씨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다음 날인 지난 12일 김건희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명 씨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명 씨는 최근까지도 김건희 씨에게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세지를 보냈지만, 김건희 씨는 메시지를 읽기만하고 답하지 않았다. 이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토사구팽'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의 영장 발부가 최근 까다로워 지면서 상대적으로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에서 영장을 쳤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상대적으로 구속 영장 발부가 수월한 창원지법을 통해 구속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계획적으로 이뤄진 구속이란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선은 명 씨의 입에 머문다.
명 씨는 최근 '한 달이면 탄핵·하야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과 나눈 중요한 녹취가 2개 있다'고 용산을 향해 협박하다가, 갑자기 '대통령 녹취록은 없다' '핸드폰을 다 버리겠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일련의 구속 과정을 봤을 때, 명 씨의 갈피를 잡기 힘든 시한폭탄 같은 언행이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는 구속되기 전 '용산'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방송 나와서 저리 뻔뻔하게 얘기하는데 뭐라고 해"라며 "안 믿어주는데 그러니까 저 위에서는 지금 입 좀 틀어막고 들어가라는 얘기야. 그냥 확 다 불어버릴까 진짜"라고 말했다.
실제 명 씨는 "변호사가 나를 살려주겠냐, 누가 살려주겠냐"며 "내 변호사는 휴대폰"이라고 하기도 했다. 명 씨는 자신의 상황이 불리해져 구속되면 가지고 있는 녹취와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서 수사 과정에서 폭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명 씨의 휴대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과 모종의 거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핵심은 '김건희'
다만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마치 새로운 국면을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명 씨와 김 전 의원 구속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로 향하는 시선을 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 개입이다. 핵심 열쇠인 김건희 씨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현직인 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자연인인 김건희 씨는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 이에 강압 수사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검찰이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특검'으로 사건 정황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명 씨의 녹취록에서 공천개입 의혹이 제기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도 모두 수사 대상이다. 특히 명 씨가 구속된 가운데, '제2의 명태균'으로 지목되며 이준석 의원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과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 등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부부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이 저에게 역정을 내면서 (공천을) 얘기하는 건 이례적이었다"며 "추가적으로 들어보니, 특정 인사가 김 여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거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했다.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에게) '당협위원장 세명이 다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이러면 더불어민주당 돕는 일 아닙니까'라며 그 사람들 안 된단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부 수사 없으면 속 빈 강정
윤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및 국정개입 정황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면서 야권에서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4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 수사 없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속 빈 강정"이라며 "이준석 의원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특정 시장 공천을 주문하고, 구청장 공천을 바꾸라는 요구까지 했다. 노골적인 공천 개입"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명 씨가 아무런 뒷배 없이 공천에 개입하며 떵떵거릴 수 없다"며 "명 씨에게 금일봉을 주고 집까지 불러들인 윤 대통령 부부가 있어서 가능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본인이 기자회견에서 공천 개입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정황은 드러났다. 조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사이에 오간 돈을 공천 대가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공천에 대한 명 씨의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다. 민간인 명 씨의 영향력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규명돼야 한다.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윤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도 김건희 씨가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이 가결 처리됐다"며 "191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의 몸통인 김건희 씨를 수사하지 않으니, 특검을 임명해 제대로 수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오늘 통과한 수정안은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해 김건희 씨 혐의를 명태균 게이트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줄였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먼저 제안한 방식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집단 퇴장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해 25번째 거부권을 행사할 게 뻔하다"며 "혁신당과 민주당 등 범야권은 수정안이 통과되도록 똘똘 몽칠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과 함께 탄핵당하지 않고 합리적 보수의 불씨라도 살려놓으려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명태균, 구속 12시간 만에 또 조사…검찰 “돈 관계 혐의 부인해”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가 15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도착했다. 창원지검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차고 문을 완전히 내린 뒤 명씨를 버스에서 내리게 했다. 최상원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된 명태균씨가 이날 오후 검찰에 불려와 조사를 받았다.
창원교도소에 수감된 명태균씨는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후 1시40분께 호송버스를 타고 창원지검에 출석했다. 이날 새벽 1시20분께 구속된 뒤 12시간여 만에 또 조사를 받는 것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명씨가 돈 관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하기 때문에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명씨를 부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명씨 변호인은 “명씨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기재돼 있는 돈을 한 푼도 받은 바가 없다. 특히 김영선 전 의원 관련해서는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기간에 대납했던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2명에게서 받았다는 2억4천만원 부분은 1원 한푼 받은 바 없다”며 “검찰이 준비한 혐의 내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여론조사 조작 관련해서는 명씨 입장을 별도로 정리해서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공직선거법 위반 및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씨, 김 전 의원, 이준석·윤상현 의원 등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지난 14일 창원지검에서 조사하도록 보냈다. 앞서 사세행은 지난달 23일 명씨가 지난 대통령선거 기간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이를 묵인·방조했다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31일 여론조사를 제공한 대가로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 공천을 따낸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관계자는 “현재 창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내용들이기에 이송한 것 같다. 기존에 살펴보던 의혹들과 내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으로 한정해서 수사하던 창원지검의 수사 범위는 대통령선거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관련 정치인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 부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명씨와 김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5일 새벽 구속돼 창원교도소에 수감됐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23일부터 2023년 11월24일까지 16차례에 걸쳐서 김 전 의원으로부터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 7620만원을 기부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22년 6월1일 실시된 지방선거의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과 관련해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배씨와 이씨에게서 각 1억2천만원씩 모두 2억4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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