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윤석열 전원일치 파면 주역

탄핵 심판 내내 살해 협박 등에 노출
퇴임 직전엔 한덕수의 '제2 내란' 저지
선고 지연으로 국민 '피 말리기도'

문 "통합 고수…그래서 시간 걸려"

 

문형배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6년 임기를 마치고 사인으로 돌아갔다.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두 재판관은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했으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이란 역사적 결정을 끌어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지난 4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문 권한대행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고 천명한 순간은 윤석열의 위헌적 내란 행위에 종언을 고하고 한국의 민주 헌정질서를 지켜낸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으로 길이 남게 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4.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내란수괴 전원일치 파면 주역들
탄핵 심판 중 살해 협박에 노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문형배 재판관(59·사법연수원 18기)은 부산·경남 지역에서 주로 근무한 지역 법관 출신이고,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역대 최연소였던 이미선 재판관(55·사법연수원 26기)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윤석열 탄핵 사건에서 문 재판관은 소장 권한대행으로서 탄핵 심판 진행의 중심을 잡았고, 이 재판관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과 함께 수명 재판관을 맡아 쟁점 정리 등의 작업을 해냈다.

 

두 재판관은 진보 성향인데다 탄핵 심판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탓에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소추에서 시작해 4일 파면을 선고하기까지 111일간 남다른 고통에 시달렸다. 불법 비상계엄을 통한 12·3 친위쿠데타를 '계몽령'이라면서 내란 옹호와 탄핵 반대를 외쳐온 극우·광신·극렬 윤석열 지지자들 때문이었다. 헌재 게시판과 극우 커뮤니티에는 살해 위협도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퇴임 전 한덕수 '제2 내란' 저지
헌재의 '내란 진지화' 일단 무산

 

퇴임 직전이었지만 두 사람은 국민의 절박한 요구에 부응해 윤석열 세력의 '제2 쿠데타' 저지란 역사적 책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에 불과한데도 지난 8일 '대통령 몫'인 문형배·이미선 후임 재판관에 내란 동조 혐의가 있는 '윤석열의 법률 집사'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하는 만행을 저질러 윤석열과 '한 몸'임을 확인시켰다. 파면 직후 헌재를 '내란 세력의 핵심 진지'로 구축하고자 했던 내란 잔당들의 기습적인 '제2 쿠데타'였다. 그러나 16일 두 사람 등 헌재 재판관 9명이 전원 일치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일단 큰불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으로 '9인 완전체'가 됐던 헌법재판소는 다시 '7인 체제'가 된다. 얼마 전 헌재는 "두 재판관 퇴임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밝히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6월 3일 대선 전까지 이 사건 '본안 판단'은 유보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당분간 헌재 재판관 구성은 진보 2명, 중도 2명, 보수 3명이다. 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진보, 정정미·김형두 재판관은 중도,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2024. 12. 31 [뉴시스 캡처]

 

'윤 궤변 격파' 헌재 파면 결정문
선고 지연으로 온 국민 '피 말려'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후하다.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와 열망을 비교적 충실하게 담아냈고, 간결한 문장에 탄탄한 논리 구성도 돋보였다는 게 중론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각종 궤변을 일일이 격파한 대목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대표적으로 헌재는 다수 야당의 탄핵 소추 남발과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유발했다는 윤 측의 주장에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고,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엔 "국회가 신속하게 해제 요구를 결의했고...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의 탄핵 소추 남발에 우려를 인정하는 듯한 양비론적 논리를 편 것은 문제다.

 

윤석열을 파면했다고 헌재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온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군 병력들이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불법 침탈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도, 헌재는 파면 선고를 미뤄왔고, 거의 넉달 간 대다수 국민은 '내란성 불면증'과 '윤석열 복귀 가능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김복형‧정형식‧조한창 등 보수 성향 헌법재판관 3인을 응원하는 영상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딴지' 보수 재판관들 설득해
전원일치 결정 유도에 성공

 

끝까지 국민에게 이렇다 할 해명도 사과도 없었던 점은 비판받을 만하다. 헌재의 선고 지연 책임에서 물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문 권행대행 등이 보수 재판관들과 논쟁하고 일일이 설득해 8명의 전원일치 결정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헌재 결정문을 보면, 보수 성향의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보충의견들을 통해 국회 탄핵안의 2번 발의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일 수 있다거나, 더 엄격한 전문법칙 적용을 강조하는 보충 의견을 낸 걸로 미뤄 평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걸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기각 결정이 난 헌재의 한덕수 탄핵 심판 과정을 보더라도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인 만큼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고 주장하면서 '각하' 의견을 냈다는 점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도 계속 '딴지'를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 극렬 윤 지지 세력의 서울 서부지법 폭동 △ 윤석열 구속 취소와 검찰의 즉시 항고 포기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 재·보궐 선거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도 있었던 듯하다.

 

이런 몇 가지 아쉬움 점은 있지만, '8 대 0' 전원일치 결정을 이뤄낸 건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극렬 윤 지지 세력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불복했을 것이고 그 후 폭력 사태를 포함해 국민적 갈등은 더욱 증폭됐을 게 틀림없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5.4.18 연합

 

문형배 "통합을 좀 고수하자,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윤석열 파면 선고 지연과 관련해 문 대행은 17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법률가의 길' 특강에서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탄핵 소추가 야당의 권한이다, 문제없다 이렇게 얘기하고 그렇다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며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느냐 아니냐, 현재까지 탄핵 소추는 그걸 넘지 않았고 비상계엄은 그걸 넘었다는 게 우리(헌재)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적용되는 권리가 여당에도 적용돼야 하고 여당에 인정되는 절제가 야당에도 인정돼야 그것이 통합"이라며 "그 통합을 우리가 좀 고수해 보자. 그게 탄핵선고문의 제목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1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미선 "국가기관, 헌법 준수해야,
무시하면 우리 사회 질서 흔들려"

 

문 대행은 이날 오전 헌재에서 진행된 퇴임식에서 "흔히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정치적 해결이 무산됨으로써 교착상태가 생길 경우 이를 해소할 장치가 없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헌법의 설계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 같은 절차에서 사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결정을 하고 헌법기관이 이를 존중함으로써 교착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미선 재판관도 퇴임사를 통해 "국가기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고, 자유민주국가가 존립하기 위한 전제"라면서 "국가기관이 헌법을 준수하지 않고 무시할 때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의대생들 수업 참여 20%대로 지지부진- 의학교육계 건의 수용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발표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이 정부의 증원 전 정원인 3058명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정부는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해야 증원 전으로 모집인원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가 20%대로 지지부진하면서 의학교육계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1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와 함께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어, “2026학년도에 한해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3058명)으로 확정하는 의총협과 의대협회의 건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의 의대 증원으로 현재 전국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포함) 40곳의 정원은 총 5058명이지만, 2026학년도에 한해 모집인원을 증원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애초 교육부는 지난달 7일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3월 말까지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전원복귀하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초까지 집단 휴학 중이던 의대생들이 대거 복학·등록하며 의대교육 정상화가 이뤄지는 듯했지만 수업 참여는 지지부진했다. 일부 강경한 의대생들이 ‘등록 후 수업거부’를 주장하고, 수업참여 학생 신상유포 등이 이뤄지면서 눈치를 보느라 복귀를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수업에 참여해야 진정한 복귀”라는 취지로 복귀를 독려했으나,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들이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되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의대 40곳 평균 수업참여율은 전날 기준 25.9%(교육부 집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국가시험을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조차 수업참여율이 35.7%에 불과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결국 교육부는 의총협·의대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먼저 모집인원 환원을 발표하게 됐다. 그동안 의총협과 의대협회를 포함한 의학교육계에서는 의대생의 수업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모집인원을 확정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정부가 내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모집인원 확정인데, 먼저 모집인원을 확정했을 때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발표하지 못한 것”이라며 “현재 수업 참여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이번 발표를 계기로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의학교육계는 모집인원을 확정한다 하더라도 학사 유연화 조처는 없으며, 수업 불참에 대한 유급 적용 등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학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의총협은 이날 발표한 대정부 건의문에서 “의총협 총장들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수업 불참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학사관리를 할 것을 확인한다”며, 대정부 투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향해서도 “의대생 복귀를 독려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오늘 발표로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에 관한 사회적 논란을 매듭짓고,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의대 교육의 정상화 실현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의료개혁에 힘을 모아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한겨레 박태우  이우연 기자 >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됐다

● COREA 2025. 4. 11. 14: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국제자문위 “국가폭력 맞선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

 

 
 
제주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제주도민 2530명의 기록이 담긴 ‘수형인 명부’. 허호준 기자

 

제주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등재로 제주4·3은 ‘침묵과 금기의 역사’에서 세계의 기록유산이 되는 전환점이 됐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1일 오전 6시5분(프랑스 현지 시각 10일 오후 11시5분) 회의를 열고 ‘진실을 밝히다: 제주4·3 아카이브(Revealing Truth: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 권고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행이사회는 4·3 기록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제주지역에서 공론화한 지 13년 만이고, 도와 재단이 본격적으로 추진한 지 7년 만에 이뤄졌다.

 

제주4·3 기록물은 사건의 진상과 사건 이후의 진상규명 운동 및 명예회복운동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을 망라한 1만4673건에 이른다. 1948년과 1949년의 불법적 군사재판 기록인 수형인 명부와 육지 형무소에서 보낸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단체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국제자문위원회는 4·3 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했다. 화해와 상생을 위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네스코는 인류의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 1992년부터 세계의 기억(Memory of the World·MOW)이라는 이름으로 세계기록유산을 등재하고 있다. 기록은 문서만이 아니라 필사본, 인쇄본, 영상, 사진, 오디오, 디지털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를 포함한다. 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나 지역만이 아닌 인류 전체의 유산이라는 세계적 중요성과 기록물의 진정성 및 완전성, 희귀성 등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 등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8건의 기록물이 등재됐다.

 

오영훈 지사는 “이번 등재를 계기로 4·3이 담고 있는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세계와 함께 나누겠다”며 “4·3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인권 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허호준 기자 >

 

윤석열 파면에 "배아픈" 조선일보의 '놀부 심보'

● COREA 2025. 4. 9. 14:2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헌재 선고 다음날 드러낸 '말기암 환자' 불안감

이재명·민주당에 악담? '악마가 천사 욕하는 격'
개헌론 불지피는 이유? '윤석열 잊어달라는 것'

국힘 대통령 '3연속 감옥· 2연속 탄핵’' 어쩌나
확증편향에 거짓으로 쌓은 성 무너질까 불안감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기자)

 

마침내, 결국, 드디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온갖 분탕질로 나라를 어지럽힌 윤석열 부부 정권은 막을 내렸고, 윤석열의 이름 뒤에는 ‘전(前)’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것 빼고 달라진 건 없다. 기가 꺾이긴 했지만 내란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창출에 ‘일등공신’인 조선일보도 그러하다.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해야 성이 차는 ‘대(大)’ 조선일보는 윤석열에 이어 또 다른 윤석열을 창출하려고 안달하고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다음날의 조선일보에 그렇게 쓰여 있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을 전하는 조선일보의 1면 제목에는 별 감흥이 없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국가 긴급권 남용” 윤석열 대통령 파면’인데, 의도적으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서 물타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 참고로 동아일보의 1면 제목은 ‘8:0 전원일치 “윤 계엄은 위헌”’이고, 중앙일보도 1면에 ‘8:0’이라는 숫자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한겨레는 ‘윤석열 파면...민주주의 지켰다’로 제목을 뽑았고, 경향신문은 1면을 기사 없이 ‘끝내, 시민이 이겼다. 다시, 민주주의로’라는 15글자로 채웠다.

 

헌재의 윤석열 파면 선고 다음날인 4월5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1면 모습.

 

배가 아프다. 속이 쓰리다. 요즘 조선일보가 그렇다. 조선일보 활자에는 놀부 심보가 묻어난다. 조선일보의 행간에선 놀부 마누라와 뺑덕어미가 고개를 삐죽 내민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됐고 이재명은 마침내 대통령이 될 것 같다. 8:0 파면이라는 현실은 부정해야 하고, 희망회로를 풀가동하여 윤석열은 갔어도 정권은 뺏기지 않을 거라는 환상을 심어줘야 한다.

 

대선까지 시간은 촉박하지만 국힘당에는 후보가 많아 경선 흥행을 기대할 만하단다.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하지만 ‘지지 후보 없음’이 이재명 지지율보다 높단다. 지난주에 나온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지지율은 34%다. 국힘당에서 가장 높은 김문수의 8%보다 네 배 이상 높고, 이재명 지지율은 국힘당 후보군을 다 합친 20%보다도 높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조선일보는 ‘차기 지도자는 1위는 '없음·모름'씨... 부동층이 이재명 제쳐’라고 보도했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지지율은 49.5%로 50%에 육박했고,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한동훈 등 국힘 후보군을 합친 34.9%보다 훨씬 높았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왜 굳이 부동층이 1위이고 이재명 대표가 2위라고 보도할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려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으로 1위라는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국힘당 후보들은 그 누구도 실력이든 능력이든 자질이든 인성이든 그 무엇으로도 이재명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재명은 비호감이라는 ‘혐오 프레임’을 계속 씌우려는 거다. 지난 대선에서 그랬듯이 이재명을 이기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이재명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것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보도를 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을 하는 매체라는 걸, 조선일보는 그렇게 자백한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4면. 

 

언론은 사실을 전해야 한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는 게 언론 윤리이고, 조선일보의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그런데 지키지 않는다. 조선일보에서 언론 윤리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다.

 

윤석열 파면 다음 날,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시종 찬성 측을 압도했던 것은 계엄 지지자가 많아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민주당 때문에) 나라가 잘못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토로하며 광장에 쏟아져 나와서 그런 거라고. 꼭 윤석열을 지지해서도 아니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상황을 눈감고 있을 수 없어 나온 거라고. 진짜 그런가? 명색이 자칭 일등신문의 논설실장인데 사실 왜곡을 넘어 흑과 백을 바꿔 말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제 ‘탄핵의 강’을 넘어 ‘이재명의 강’을 넘어야 한단다. 국정 안정에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거대 야당 대표가 도리어 혼란을 부추기는 ‘리스크 유발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악담을 늘어놓고 저주를 퍼붓는다. 고장난 레코드판이 같은 구간을 반복하는 듯한 그 악담과 저주를 옮기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차마 옮길 수 없다. 이재명을 악마화하다 자기가 악마가 된 조선일보는 ‘이재명 공포증’에 사로잡혀 이재명 대통령 탄생을 기필코 막으려 한다. 조선일보가 그러는 건, 이재명에게 지은 죄가 많아서다. 죄지은 자는 경찰서 간판만 봐도 가슴이 철렁하여 멀리 돌아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사설도 그러하다. 윤석열이 파면된 다음 날의 조선일보에는 두 개의 사설이 실렸는데, 첫 번째 사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것이고, 두 번째 사설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4월5일자 사설.

 

먼저 첫 번째 사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좌절감은 클 거란다. 그들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방탄, 입법 폭주로 국정이 흔들리는 상황에 분노하여 거리로 나온 거란다. 그러하니 민주당과 탄핵 찬성 단체들이 그들을 폄하하며 탄핵을 자축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헌법 행위자 처벌법’을 발의한 것은 경솔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란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말이 전도되고 주객이 전도되고 흑과 백이 바뀌고 선악이 뒤바뀐 것 같아서.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이 그러하듯 이건 사실 왜곡이 아니라 사탄이 천사를 나무라는 격이다. 일제 고등계 형사가 독립투사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지금의 대통령제로는 더 이상 나라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힘들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분명하게 드러났단다. 19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3명이 탄핵 소추되어 2명이 파면됐다며 슬쩍 노무현 대통령을 끼워 넣는다. 고약하다. 그렇게 노무현을 모욕하더니 고인이 되었는데도 모욕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비열함은 조선일보의 주특기 중 하나다.

 

한나라당-새누리당-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이 나라의 보수정당은 간판을 바꿔 달아가며 3연속으로 감옥에 가는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중에 2명은 연속으로 탄핵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대기록을 이룬 정당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반성하는 척 사죄쇼라도 하더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선 방귀 뀌고 성을 낸다. 그러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핀다. 묻고 싶다. 보수정당이 달성한 ‘3연속 감옥행-2연속 탄핵’ 대통령 배출이라는 대기록이 대통령제 탓인가? 그런 대통령은 왜 보수정당에서만 나오는 건가?

 

보수정권이 게걸스럽게 배를 채우고 밥상을 어지럽히고 물러나면 진보정권이 설거지를 하고 새로 밥상을 차리는 내내 ‘베짱이’ 보수정당은 보수언론과 합동으로 뒤에서 훼방을 놓고 악담을 해대며 국민의 피로도를 높여 정권을 넘겨받아 밥상을 어지럽히고... 그런 악순환이 대통령제 때문인가? 윤석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나라의 보수정당야말로 ‘패악질을 일삼는 범죄자 집단’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조선일보가 개헌론에 불을 지피는 건, 윤석열의 내란을 잊어달라는 거다.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법치를 무시한 윤석열의 분탕질을 잊어달라는 거다. 김건희도 잊고 디올백도 잊고 주가조작도 잊어달라는 거다. 이태원 참사도 잊고, 채 상병 사건도 잊고, 부산 엑스포도 잊고, 의료 대란도 잊고, 대파 한 단에 ‘875원’도 잊고, 다 잊어 달라는 거다. 내란이 종식되지 않았고, 대선을 바로 앞둔 지금 상황에서의 ‘개헌론’은 기억을 지우는 지우개로 유권자의 기억에서 지난 3년을 지우겠다는 거다. 나도 개헌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가 이른바 정치 원로들까지 동원하여 열심히 불을 지피는 개헌론은 유권자들에게 ‘윤석열의 시간’을 망각하게 하는 기억상실증 마약을 살포하여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서 두 번째 사설. ‘헌재도 비판한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 제목이 가관이다. 헌재의 결정문에 있는 “윤 대통령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존중돼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된다고 인식해 이를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는 구절을 그대로 옮겨와 헌재도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단다.

 

인터뷰도 그렇지만 남의 글에서 일부를 인용할 때는 전체적인 맥락이나 글의 취지를 왜곡해선 안 된다. 그 또한 언론의 윤리다. 조선일보 사설이 인용한 헌재 결정문의 구절은 윤석열의 주장을 그대로 적은 것이고, 보수성향 재판관의 주장을 결정문에 반영하고 그들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헌재가 이른바 ‘5대3의 교착’에 빠지는 파국을 막고 가능하면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윤석열 파면 선고를 하고 헌재재판관들이 심판정을 떠날 때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김형두 재판관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는데, 아마도 보수성향 재판관들을 설득하여 전원일치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헌재의 결정문에서 조선일보가 인용한 구절이 있는 단락을 빼면 문맥은 더 매끄러워지고 내용은 더 명료해진다.

 

자칭 ‘일등신문’ 조선일보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헌재가 민주당의 전횡과 횡포를 비판했다고 하는 건, ‘윤 대통령이 없는 이제 이 나라에서 가장 통절하게 반성하고 자책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고 ‘민주당 일각은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이 환호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서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에게 ‘점령군 행세가 아니라 국가적 불행을 야기한 것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훈계를 한다. ‘민주당이 국익을 우선하는지 자신들의 권력욕을 앞세우는지 지금부터 국민들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겁을 준다. 마치 불을 끄고 나니 방화범이 불쑥 나타나 소방관을 야단치고 훈계하는 것 같다. 그런 걸 일컬어 적반하장이라고 한다.

 

무지와 무능, 독선과 불통으로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건 대통령 윤석열이다. 지지율이 10%를 겨우 넘는 ‘정치적 사망’의 지경에 이르자 저 살자고 군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로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윤석열이다. 12.3 계엄의 밤에 계엄은 실제상황이고 국회로 와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이고 담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국회의 권능으로 계엄을 해제한 건 민주당 등 야당의 국회의원들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출범의 일등공신이고 윤석열 탄핵을 막으려고 끝까지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던 조선일보는 매를 들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야단치고 있다.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전광훈이라는 목사가 설쳐대는 이 나라에선 사탄이 천사를 야단치는 몰상식과 몰염치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조선일보의 확증편향이 중증으로 깊어지고 있다. A4 용지로 100쪽이 넘는 헌재의 결정문에서 의도에 맞는 몇 문장을 가져와 입맛대로 해석하여 기사에 인용하는 것은 수많은 사실 중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편향된 취사선택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막무가내 아전인수이며 확증편향이고 언론윤리 위반이다. 조선일보는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거짓으로 쌓은 조선일보라는 거대한 성이 무너질까 두렵고 불안하여 그럴 것이다. 윤석열 탄핵 다음 날의 조선일보 지면에선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암 환자의 심리적 공황이 행간을 비집고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