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장 위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 설치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불법 계엄 명령 거부권 명시, 불법 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 포상 등 시스템 마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에 나서자”며 이를 위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앞서 혹독한 경제 위기 앞 ‘친기업·실용’ 노선을 강조했으나, 기본소득·기본서비스 등 ‘기본사회’의 비전 또한 포기하지 않았음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주거, 금융,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을 공동체가 함께 책임짐으로써 미래 불안을 줄이고 지속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회복과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초과학기술 신문명이 불러올 사회적 위기를 보편적 기본사회로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성장해야 나눌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역성장’이 우려되는 수준의 경제 위기 앞에서, 일단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에 나서자.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설치하겠다는 회복과 성장위원회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가까운 모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반도체 업계의 ‘주52시간 예외 적용’ 문제 등에서 “공론화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그는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다”라며 “기업의 부담을 늘리고, 국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노동유연성 확대로 안정적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특별법의 ‘주52시간 예외 적용’ 논란을 의식한 듯 “에이아이(AI)와 첨단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주4일 근무국가·정년 연장”을 본격 논의하자고도 했다.

 

여야가 논의 중인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모수 개혁부터 매듭짓자”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선 “정부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했다. 그는 상생 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 보상, 지역화폐 지원 및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등 국민안전 예산, 공공주택과 지역 에스오시(SOC),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등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한 ‘무역 전쟁’ 앞에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자고도 거듭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는 또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불법 계엄 명령 거부권을 명시하고, 불법 계엄 거부자와 저지 공로자 포상 등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응원봉 연대’를 언급하며 “‘국민 중심 직접 민주주의’는 ‘제2의 민주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고도 제안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엄지원 기자 >

 

이재명, 국힘 연설 방해에 “들어볼게요, 말씀하세요” [현장]

이 대표, 주4일제·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안
국힘 소리 질러…이 “듣겠다” 여유있게 대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던 중 야유를 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이뤄진 10일, 국회 본회의장 의석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이 대표가 ‘노동 시간 단축’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언급할 때는 여당 항의로 연설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 대표는 준비한 원고를 읽다가도 여당 의원 항의가 거세지면 연설문에 없는 내용을 즉흥적으로 추가해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경제·노동·복지·문화·과학기술 등 국정 전반 분야에 대해 정책 제안을 내놨다. 이 대표가 정책을 하나씩 제안할 때마다 야당에서는 박수가, 여당에서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 대목 사이사이 “범죄자” “뭐 하자는 거야” 등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노동 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말했다. 특히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 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근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노동 상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도입에 기우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노동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우려를 사고 있다. 삼성전자 등 재계 이익을 적극 대변하는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입장 변화를 내심 반기면서도 “주 4일제와 주 52시간 예외 중 어느 말을 믿어야 하느냐”며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다시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자,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 “진심이 뭡니까”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여당과 야당 의원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잠시 연설을 멈춘 이 대표는 연설을 방해한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잠깐만 기다려 달라. 품격을 좀 지켜달라”고 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한 부연설명을 했다.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이 대표는 “삼성도 노동 시간을 유연화하자는 것이지 총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게 아니다. 그런 방식의 노동 착취로 어떻게 국제 경쟁을 하겠느냐”고 여당 쪽에 반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이 대표가 12·3 비상계엄 선포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거리로 나선 국민을 거론하며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또다시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투표로 임기 중 국회의원을 파면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체포특권 포기하세요” “법인카드 쓴 거 토해내라” “법인카드 얘기를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과정에 불거진 방탄 논란 등을 들어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재임 시절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의석 쪽에서도 맞불 항의가 쏟아졌다. 이 대표는 손을 들어 민주당 의원들을 제지한 뒤 “무슨 말씀 하는지 마저 들어주세요. 박충권 의원님 말씀하세요”라며 여유 있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지명을 받은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말을 않자 “방해하지 않으면 더 빨리 할 텐데, (연설 방해) 그만합시다. 내일 국민의힘 대표 연설 때는 우리도 조용히 해드리겠다. (방청석에) 초등학교 학생들도 와서 보고 있다”고 했다.

 

약 45분 동안의 연설은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이 대표의 제안으로 끝났다. 이 대표가 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동안 여당 의원들은 그대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디플로매트 "이재명, 의외의 사태 없다면 다음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엔 기회이자 도전"

"북한 문제엔 기회, 반중국엔 도전"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엔 부담?

 

"의외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한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리노이대 시카고(UIC)에서 한국 정치와 국제관계를 가르치는 최승환 교수는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매트>의 7일 자 기고에서 12·3 계엄령 불법 선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고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인 5~6월에 한국에서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소통플랫폼 '모두의질문Q' 출범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2025.2.7 연합

 

"의외 사태 없다면 대통령은 이재명,

트럼프에 기회와 도전 모두 줄 것"

 

최 교수는 "좌파 성향의 리버럴(진보)"인 이재명 대표의 당선 전망은 "미국에선 한국의 리버럴이 대체로 덜 믿을만한 파트너로 여겨져 우려를 불렀다"면서도 이 대표가 한국 대통령이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기회와 도전 모두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 의회조사국(CRS)은 작년 12월 23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를 파괴한 윤석열의 계엄령 불법 선포는 비판하지 않고 되레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고, 한국계인 영 김 미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장은 1월 6일 자 <더 힐> 기고를 통해 "탄핵 주도 세력이 한미동맹을 훼손했다"라고 궤변을 펼쳐 한국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샀다.

 

트럼프가 얻을 기회는 크게 두 가지다. 최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 기회는 트럼프가 이 대표를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개자로 활용할 가능성이다. 1기 행정부 당시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여는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역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화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소개한 기록영화의 한 장면이다. 2018.6.30. [조선중앙TV] 연합 

 

트럼프 "김정은과 관계 맺을 것"

이재명 북·미 중개자 역할 주목

 

최 교수는 "트럼프는 문재인의 좌편향 정치적 스탠스를 알고 있었지만 그의 외교 능력을 존중했으며, 김정은도 그를 믿을만한 중재자로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은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이들 두 지도자의 정치적 차이를 화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김정은을 열심히 설득해 트럼프와의 회담에 나서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이재명의 스탠스와 관련해 그는 "김정은에 적대적일 것 같지 않다. 그는 김정은을 상호 공존을 향해 협력하는 정치적 파트너로 대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 접근은 김정은을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기며 열린 대화를 거부하고 거의 군사적 억제력 증강에만 집중하는 윤석열의 접근과는 매우 대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이재명의 정치적 관점을 알고 있기에, 전임 문 대통령이 했던 역할과 유사하게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중간자로서 이 대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외교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북한과 잘 지내면 "모두에게 엄청난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김정은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조선인민군창건(건군절)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축하 방문하고 장병들을 고무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2025.2.9 연합

 

김정은 "핵 무력 고도화" 재천명

한국 핵무장 여론 트럼프에 부담

 

그러나 김정은은 지금까진 이런 트럼프의 발언을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다. 김정은은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해 "세계의 크고 작은 분쟁과 유혈 참화의 배후에 어김없이 어른거리는 미국의 검은 그림자는 한계 없는 방위력 건설을 지향하는 우리 당과 정부의 노선이 가장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면서 핵무력 고도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리버럴 대통령'이 제공할 두 번째 기회이자 혜택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때 했던 트럼프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을 계기로 '한국의 핵무장' 여론과 연관돼 있다. 한국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지 말고 핵무기를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본격화하면 미국으로선 한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이 있다면 트럼프로선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봤다. 최 교수는 "이재명은 한반도는 핵무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해 핵무장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한국인의 핵능력 추구 요구가 증가하지만, 이재명은 핵무장 반대 정책을 고수하면서 그의 정치력과 경험을 활용해 대중의 정서 사이를 헤쳐 나갈 것이다. 그것은 트럼프 행정부에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따로 열었다. 트럼프 1기 정권 때 중국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2019.6.29. 로이터 연합

 

최승환 "이재명, 미·중 균형잡기

트럼프 MAGA에 지장 줄 수도"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적' 면모가 미국에 도전이 될 것으로 봤다. 첫 번째 도전은 미·중 사이에서 이재명의 중립적 스탠스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반중국 동맹 구축 시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다.

 

최 교수는 4년 전 이 대표가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함으로써 우리의 외교적 선택지를 좁힐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던 발언을 소환한 뒤 "이런 관점은 한국의 경제 이익 보호를 위해 중국을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는 이재명의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미국을 한국의 필수적인 안보 동맹으로 격찬하면서도 계속해서 한국의 최대 시장이 된 중국을 하나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여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이재명의 균형잡기는 한국 및 다른 나라와 중국의 긴밀한 연계를 약화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재활성화를 노리는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에 지장을 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발언하고 있다. 2024.12.23 연합

 

미국의 반중, 한미일 동맹 구축에

'실용주의 한국 대통령'이 부담?

 

트럼프에게 다가올 두 번째 도전과 관련해 한·미·일 3자 동맹 유지에 이재명의 스탠스가 부담될 걸로 봤다. 최 교수는 2021년 대선 선거전에서 이재명이 미국이란 핵심 동맹이 있어 일본을 포함하는 건 불필요한 만큼 '3자 군사동맹'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야당 지도자인 이재명은 한국 영토, 특히 동해에서 일본의 군사 작전을 반대해왔다. 그는 윤석열과 한국 보수세력이 친일 정서를 품고 있다고 비난해왔다"면서 "이재명은 36년간 억압적인 일본의 식민 통치를 겪었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에 반대하는 데서 유명한 인물인 만큼 그런 항의가 놀라운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작년 12월 23일엔 이임하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와, 26일에는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각각 만났다. 미국와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들 회동에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 진영의 일원임을 분명히 하고, 자유민주 진영의 결속을 위해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일 관계 협력 문제는 매우 중요한 대한민국의 과제"라고 강조한 뒤 일제 식민지 과거사 문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인정한 토대 위에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5. 02. 07. [로이터=연합]

 

'최우선 위협' 북한이냐 중국이냐

트럼프 결정 따라 정세 요동칠 듯

 

7일 발표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트럼프와 이시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재확인"라고 "북한에 대응하고 지역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지목해선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무력과 강압을 통한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과 중국 모두를 '안보 위협'으로 분명히 지목한 것이다.

 

최 교수는 "트럼프가 이재명의 좌편향 스탠스를 활용한다면, 김정은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 북한의 핵미사일이 야기한 안보 위협들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을 반중 3자 안보 동맹에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도전적인 만큼 이재명의 실용주의적 외교정책 앞에서 트럼프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정치 환경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북한과 중국 중 어느 안보 위협을 우선으로 삼을 것인지, 압박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윤석열 발탁, 두고두고 후회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인터뷰

이런 사람들에 정권 넘겨 자괴감
물론 저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다
윤, 책임 인정이 대통령의 남은 도리

민주당, 이기려면 더 포용·확장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일 경남 평산마을 자택에서 퇴임 뒤 처음으로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계엄·탄핵 사태를 보면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강창광 선임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7일 “이번 계엄·탄핵 사태를 보면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데 대해선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재임 시절 윤석열 검사의 검찰총장 발탁에 대해선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퇴임한 뒤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에서 2시간 동안 이뤄졌다. 문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때의 충격과 분노,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 더불어민주당의 진로 등 최근 현안뿐 아니라 재임 시절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에 발탁한 과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비상계엄 소식을 처음 접하고는 “처음엔 믿어지지 않아 유튜브 가짜뉴스인가 그런 생각까지 했다.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일거에 척결하겠다는 걸 듣고서 윤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탄핵 재판에서 내란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에 대해선 “어떻게든 연명해보고자 하는 태도가 너무 추하고 서글프게 느껴졌다. 이제라도 빨리 책임을 인정하고 나라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데 협력하는 게 대통령의 남은 도리”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초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과정과 관련해서 “찬반 의견이 갈렸는데, 반대 의견은 소수였지만 윤 검사를 가까이에서 겪어본 이들의 의견이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후보 2명 중 다른 한분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데 윤 후보자는 지지하겠다고 했다. 당시에 나하고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개혁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윤 후보자를 선택했는데,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컸다. 게다가 이번에 계엄·탄핵 사태가 나니까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단초가 된 건 검찰총장 임명이지만 더 유감스러운 건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라며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점에 대해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우리 정부에서는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기필코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 민주당의 역사적 책무”라며 “민주당이 이기려면 좀 더 포용하고 확장해야 한다. 경쟁을 자꾸 분열로 비판하며 밀쳐내는 건 민주당을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엔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가 없다. 그럴수록 확장해야 한다. (설 연휴 때 찾아온) 이 대표에게도 이런 얘기를 했고, 이 대표도 나와 생각이 같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박찬수 기자 >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로 건립되는 위대한 역사의 초석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 106주년 기념식이 8일 도쿄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 개최됐다.

 

                                    2·8독립선언 106주년 기념식 도쿄서 거행=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의 도화선이 된 2·8독립선언 106주년 기념식이 8일 도쿄 재일본한국YMCA회관에서 개최됐다. 2025.2.8 [주일한국대사관 제공]

 

이날 기념식에는 이종찬 광복회장과 김현숙 도쿄총영사를 비롯해 광복회원, 유학생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2·8독립선언 노래 합창, 국민의례, 성경봉독, 2·8독립선언서 낭독, 만세삼창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종찬 회장은 기념사에서 "유학생들의 2.8 독립 정신이 3.1운동의 한 축이 돼 일제의 만행을 세계만방에 폭로했고 결국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로 건립되는 위대한 역사의 초석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광복회는 전쟁 전 일본에 대해 비난하고 규탄하지만 그런 적개심을 전후 일본에까지 연장시킬 의사는 없다"며 "일본이 진정으로 전전 일본 역사를 청산하면 광복회는 앞장서 용서와 화해의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회장은 전날 특파원들과 만나 "광복회는 우리를 수탈하고 애국지사를 죽인 전쟁 전 일본과 전후 일본을 구분하자는 입장"이라며 "최근 일본 지식인들이 낸 호소문에 호응해 한국 지식인들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성명을 내도록 하는 작업에도 최근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2·8독립선언 기념식 참석 위해 방일 중인 이종찬 광복회장= 2·8독립선언 106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7일 도쿄 특파원들을 만나 최근 광복회 활동 등을 설명했다. 2025.2.7.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와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은 지난달 20일 낸 호소문을 통해 1965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의 일본 정부측 해석에 한반도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시각이 담겨 있는 만큼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촉구한 바 있다.  < 연합 경수현 기자 >

 

[윤석열 내란] "이재명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 COREA 2025. 2. 9. 04:5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재명으로 시작해 이재명으로 끝나는 윤석열 정부의 공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 2024년 12월 3일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 남짓 동안 대한민국 곳곳이 목불인견의 난장판으로 변했다. 국회가 계엄군에 침탈당하고, 두 국가 기관인 경호처와 경찰이 충돌했으며, 급기야 법원이 폭도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광장은 대통령 탄핵을 두고 두 쪽이 났고, 장삼이사들 사이에서 내전이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마저 공공연히 떠돈다.

구속된 윤 대통령의 선동 발언에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던 극우 세력마저 사분오열되어 이젠 적과 동지의 구분도 모호해진 아수라장이 됐다. 와중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각자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서로 악다구니 쓰는 모습이다. 혹자는 지금의 광장을 두고 '분노의 배설구'라고 단언한다.

집권 여당의 비호 아래 극우 세력들이 헌법재판소의 권능마저 조롱하고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폭력을 앞세운 극우 세력의 난동에도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은 굳건하다. 조만간 윤 대통령은 파면될 테고, 동시에 무거운 형사 처벌이 뒤따를 것이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앞세운 그의 치세도 고작 2년 반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차기 대선 국면으로 본격 전환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리 현대사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될 윤석열 정부의 공과를 냉정하게 성찰하는 일이다. 정면교사든 반면교사든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는 탄핵에 대한 찬반을 떠나 수개월 동안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분노'를 식히는 일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2년 반에 대한 평가

언론의 계량화된 지표로 마주하는 여론과 직접 사람들을 만나 듣는 실상은 천양지차다. 탄핵에 대한 찬반과 여야의 지지율은 어금버금하다지만,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목소리는 탄핵 반대 집회 현장 말고는 듣기 힘들었다. 솔직히 윤석열 정부의 2년 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한 윤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조차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의 '반사 이익'임을 대체로 인정했다. 그들은 지난 대선에서도 이구동성 '이재명이 싫어 윤석열을 찍었다'고 고백했다. 2년 반이 지난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다름 아닌 '이재명 구속'이었다. 이재명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이들에게 부러 물었다. 윤 대통령 하면 떠오르는 업적이 뭐냐고. 이는 탄핵이 기각되어 그가 대통령직에 복귀되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기도 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한미 동맹 강화, 일본과의 관계 개선, 대중국 굴종 외교 극복, 종북 좌파 척결, 그리고 이재명 기소는 그것들에 전가의 보도처럼 따라붙는 '기본 옵션'이었다.

적잖이 당황했다. 그것들을 과연 '업적'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싶어서다. 하나같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대표적인 '헛발질' 정책이었다. 질문은 '서술형'이었는데, 그들의 답변은 '단답형'이었다. 정작 그러한 정책들이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한미 동맹 강화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공이 오롯이 미국으로 넘어가 버렸다. '일방적이고 굴욕적인 퍼주기'라고 비판받는 대일 외교는 국가적 위상과 민족적 자존심에 큰 생채기가 났다. 실익 없는 윤 대통령 내외의 잦은 해외 순방을 두고 '부부의 기분 전환을 위한 나들이'였다는 조롱이 쏟아졌다.

'G2'로 불리며 미국의 유일한 경쟁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과 대놓고 척지는 건 차라리 자해 행위다. 허울 좋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중국을 '기회비용'으로 삼아버린 외교적 패착은 우리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말았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북 정책의 운전대마저 놓아버려, 우리는 미국의 '호주머니 속 공깃돌' 신세로 전락했다.

뜬금없는 '종북 좌파 척결' 타령은 대한민국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돌려놨다. '공산 전체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들이대며 '종북 좌파'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뒤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마저 흠집을 냈다. '봉오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이 '빨갱이'로 치도곤당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조차 좌익 테러리스트로 낙인찍는 책이 버젓이 출간되었다.

황당하기 짝이 없었지만, 집회 현장에선 그들의 확신에 찬 답변에 일절 반박하지 못했다. 지질한 고백이지만, 해코지가 두려워서 그들의 주장에 맞장구치기까지 했다. 윤 대통령의 업적으로 손꼽은 이유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그들의 납작하고 게으른 인식에는 세대의 차이도 없었다. 모두 보수 언론과 극우 유튜브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모양새였다.

기, 승,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


압권은 '이재명'이었다. 말 그대로, '기, 승, 전, 이재명'이었다. 정부의 정책이 난맥상인 것도, 국가의 신인도가 위태로운 것도,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모두 이재명 탓으로 돌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이 한밤중에 무리수를 둬 가며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도 이재명이 '입법 독재'를 주동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이재명은 지난 2년 반 동안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물론, 보수 언론들까지 부화뇌동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조리돌림 대상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의 '패장'인데도 그를 눈엣가시인 양 옥좼고, '입법 독재의 원흉'으로 몰아 비상계엄 선포 당시 가장 먼저 체포할 대상으로 적시했다.

적이 황당한 건,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선 이재명을 당장 체포 구속하고, 심지어 사형시켜야 한다는 막말까지 쏟아냈지만, 정작 그의 범죄 혐의를 정확히 아는 경우는 드물었다는 점이다. 다짜고짜 이재명이 싫다는 말뿐이었다. 그의 이름 뒤엔 '빨갱이', '친중파', '간첩' 등 근거도 맥락도 없이 혐오를 조장하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지난 설 연휴 때 만난 가까운 지인들조차 사법 리스크 때문에 대통령 당선이 쉽지 않을 거라면서도 정작 이재명의 범죄 혐의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저 수십 가지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는 중이라고 두루뭉술 답했을 따름이다.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으로 규정하는, 비교적 민주당에 우호적인 이들인데도 그랬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르면서 사법 리스크 운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되레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느냐'고 반문했다. 어떻든 검찰이 기소했고, 재판에 회부가 됐고, 모든 언론이 보도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는 거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대북 송금, 대장동 특혜, 위증교사,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이재명의 '의혹'은 이미 여론에선 '유죄'로 확정판결 받았다.

만약 이재명의 '의혹'이 무죄 선고될라치면, 또다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 몇 년 동안 검찰이 '씨 뿌리고' 언론이 '재배한' 이재명의 '의혹'은 강퍅한 여론에 의해 '수확될' 운명이다. 이재명은 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기도 전에 여론의 광장에서 온 국민의 뇌리에 '흉악한 범죄자'로 각인된 최초의 정치인이 됐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집권한 윤 대통령의 치세는 미래를 향해 단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이재명으로 시작해 이재명으로 끝나는 상황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공과를 성찰해야 하는 지금, 여전히 이재명의 체포와 구속만 떠들어대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럴수록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쫓아낸 뒤 죽은 공명이 되살아는' 형국이 돼가고 있다. < 오마이 서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