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 28일 만,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결정
"국민 눈높이 부합 못 해…통합 의지는 유지“

민주 "파격 인사와 화합은 높게 평가받아야"
혁신 "이 후보자 욕심에 버티고만 있던 상황"
진보 "고위 공직자 불법 이득 전수조사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출석 모습. 2026.1.25.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이 후보자를 지명한 지 약 한 달 만이고,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 이틀 만이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와 그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면서 "숙고와 고심 끝에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이 후보자를 새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했다. 이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직후부터 장남의 위장 미혼 부정 청약 및 특혜 입학 의혹, 후보자 본인의 보좌진 갑질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터졌다. 

 

홍 수석은 "이 후보자는 보수정당에서 3차례나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은 진영 논리를 넘는 변화와 함께 대통합의 결실로 맺어질 수 있다"며 "통합 인사를 통해 대통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대통령의 숙고와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홍 수석은 기자의 '이번 낙마로 대통합의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보자가 국민적 눈높이와 도덕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취임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면서 "특정 진영 한쪽에 계신 분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성을 가진 분을 폭넓게 쓰겠다는 근본적 취지, 대통령의 통합 의지는 계속 유지된다"고 답했다.

 

자진 사퇴가 아닌 지명 철회 형식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보수 진영 인사를 모셔왔던 만큼, 지명 철회까지도 인사권자로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다만 '차기 후보자도 상대 진영에서 물색할 수 있냐'는 질문에 "기획예산처 장관 자리에 한정된 게 아니라 앞으로 인사가 다양하게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나"라면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우리 사회 통합이라는 것이지 예산처 장관을 정해놓고 통합적 자리라서 보수 진영 인사로 모시겠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25. 연합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지명 철회와 관련해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 통합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의 심각성과 국회 청문회에서의 소명 과정, 그리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달된 우려, 무엇보다 엄정한 국민 눈높이와 정서적 수용성을 고려한 고심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자 지명의 배경에는 불법계엄과 내란사태로 더욱 심화된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한쪽 진영에 치우치지 않는 '모두를 위한 정부'를 통해 국민 통합의 물꼬를 트고자 했던 이 대통령의 진심이 있었다"면서 "특히 과거 보수정당에서 여러 차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을 정치적 지향과 진영 논리를 과감히 넘어, 국가 예산을 기획하는 중책을 맡기려 했던 파격적 인사와 화합의 제스쳐는 후보자의 자질 문제와 별개로 높게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국민께서 납득하실 수준으로 소명되지 못했고,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키지 못했다"면서 "국민적 우려와 시민사회의 지적을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수용하며, 향후 더욱 엄격하고 공정한 인사 기준의 마련을 위해 정부와 함께 고민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모든 기준은 국민이 될 것"이라며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 또한 한 치의 소홀함이나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한 대통령님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대통령님의 고뇌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도 "진영논리를 넘어 국민통합을 위한 인사는 계속 검토해야 하지만, 지명 철회는 부득이하다"면서 "부동산 청약 과정이나 재산신고 누락 등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 내란에 대한 종래 입장에도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병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자 지명 철회는 잘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애초부터 국민들은 탕평인사라는 취지에는 지지를 보냈으나, 그 대상으로 이혜훈이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내란에 대한 옹호부터 점수를 잃고 시작한 이 후보자는 철회 전까지의 시간 동안 해명에만 급급했을 뿐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적인 기조 제시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위장 미혼부터 갑질 의혹, 입시 의혹 모두 해명은커녕 수사 대상임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인사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정책 제시도 없고, 근거 있는 해명도 못하면서 결국 자리 욕심에 버티고만 있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이 정부 첫 기획예산처 장관의 중책을 제대로 책임질, 국민 누구나 수긍할 후보자를 잘 찾아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진보당 신미연 대변인도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고위 관료층에 뿌리내린 기득권 대물림이 얼마나 강력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서 "재산 축적과 자녀의 출세를 위해 보여준 각종 '위장'과 '편법'은 국민에게 깊은 박탈감과 분노를 안겼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나아가 고위 공직자의 편법·불법을 통한 부당 이득에 대한 전수조사 등 기득권 대물림의 실상을 확인하고, 끊어 내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김민주 기자 >

쿠팡 미국 투자사들 한국 정부 상대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제기 예고

 

 

방미 중인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콘래드호텔에서 동포간담회를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

 

국무총리실은 23일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제기를 예고하면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것과 관련해 “전체적 발언 맥락과 무관한 자의적 편집과 의도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총리실은 이날 오후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김 총리 발언은 그간 누적된 대한민국 경제의 불공정한 관행을 엄정히 바로잡고, 이를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신뢰받는 경제질서를 만들자는 취지의 발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총리실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미국의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 중재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의향서를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수신인으로 명시해 공식 통지했다.

 

투자사들은 중재 신청 의향서에 “김 총리는 규제 당국에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건에 대한 단속을 ‘마피아를 소탕하는 것과 같은 결의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표적인 쿠팡에 대한 위협 사례로 김 총리의 과거 발언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은 해당 발언에 대해 “지난해 12월19일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업무보고에서 김 총리가 한 발언”이라며 “그간 누적된 대한민국 경제의 불공정한 관행을 엄정히 바로잡고, 이를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받는 경제질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총리실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가 소속 기업들을 강하게 제재하거나 응징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니며, 실제로 발언 내용에서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가는 물론 쿠팡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한 바 없다”고 했다.

 

방미 중인 김 총리는 이날 미국 하원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일부 의원들이 쿠팡 사태 관련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문의한 것에 대해 “쿠팡에 대한 차별은 전혀 없으며 차별적인 대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미관계는 신뢰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한국은 조지아 사건이 한국 노동자이기 때문에 차별받은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쿠팡도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취한 조치가 아니며 전혀 차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이유진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 “쿠팡 미국 투자사 중재 의향서, 근거 없는 주장”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무회의가 열리는 청와대 세종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쿠팡 미국 투자사의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의향서 제출을 두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국익 보호라는 원칙 아래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팡의 일부 미국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근거 없는 주장을 담아 ISDS 중재의향서를 제출하고 미국 정부 개입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노출한 쿠팡의 부실한 관리와 무책임한 태도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며 “책임은 한국의 쿠팡 자회사에 있는데 미국 모회사에 투자한 소수 지분의 투자사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 국제법 법리나 정의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썼다.

 

법무부는 전날 “쿠팡의 주주인 미국 국적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 등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 중재의향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청구인이 중재를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상대 국가에 밝히는 서면으로 정식 중재 제기는 아니다. 의향서 제출 90일 이후 정식으로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중재의향서에서 지난달 1일 발생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국회와 정부가 쿠팡을 겨냥해 진상조사 등 각종 행정 처분과 위협적인 발언을 했고, 이는 공정·공평 대우 의무, 최혜국 대우 의무 등 한미 FTA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관련해서 수십억 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정 장관은 “향후 절차에 대비해 감정적 대응이 아닌 철저하고 냉철한 법리적 판단에 기반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권익과 국익 보호라는 분명한 원칙 아래 관련 법률 쟁점을 차분히 검토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창준 기자 >

"의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 심박동만 회복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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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전 국무총리.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74)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베트남 출장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의식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23일 “이 부의장이 민주평통 아태 지역 운영위원회 참석차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하던 중 출국 직전 공항에서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의식이 전혀 없는 가운데 심박동만 회복한 상태로, 심정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민주평통 쪽은 전했다. 현재는 이 부의장의 배우자와 주호치민총영사관의 총영사대리를 포함한 직원들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의장의 퇴원이나 귀국 시점은 현지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은 22∼26일 일정으로 베트남 출장을 계획했지만, 호치민행 비행기에서 거동이 힘들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

 

7선 의원인 이 부의장은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됐다. 청와대는 조정식 정무특보를 24일 베트남 현지로 보내 이 부의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 장예지 기자 >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맞춰 나하 기지서 급유

독도 비행훈련 이유로 거부한 지 2개월여 만에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된 한일 군사교류 재개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오는 30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만날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안규백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아사히신문1월 21일.
 

지난해 11월 성사 직전에 무산됐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 기지의 연료 급유지원이 오는 28일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위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직전 급유지원

 

일본경제신문은 21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오는 30일께 안규백 국방장관과 일본 가나카와 현 요코스카 시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그 직전인 28일 오키나와 현 나하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공군 ‘블랙이글스’에 대한 연료 급유지원을 실시한다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랙이글스는 2월 8-12일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에 참가해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나하 기지에 중간 기착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블랙이글스       나무위키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 군사교류 재개

 

이로써 지난해 11월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급유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나하 기지에서 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급유 대상 항공기 중 T-50B가 독도 인근에서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한 것을 일본 쪽이 문제삼아 돌연 급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일간 최초의 공군 연료 급유지원이 무산됐다. 그에따라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도 무산됐다.

 

그 때문에 확장돼 가던 한국 공군과 자위대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은 일본의 급유 거부 조치에 반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조난 · 수색훈련과 지난해 9월 나카티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서울 방문 때 합의한 한국 군악대의 자위대 음악축제 참가도 중지했다.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이번 급유 조치는 이처럼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을 다시 재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형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사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 조치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고이즈미 방위상 취임 축하차 방위성을 방문했던 이혁 주일 한국대사와 고이즈미 방위상도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국방장관 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군대간의 인적 교류와 공동훈련 등을 추진하자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닛케이 2025년 11월 28일)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일본이 한국공군 블랙이글스 급유에 대한 태도를 2개월여 만에 바꾼 데에는 자위대의 급유 거부 결정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발언이 부른 중일간의 대립에 따른 갈등과 긴장 고조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세력인 집권 자민당 안팎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이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온 독도(일본명 시마네 현 ‘다케시마’) 인근에서 실시한 한국 공군의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문제삼아 블랙이글스에 대한 자위대의 급유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급유 거부 결정은 지난해 10월 3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대일 제재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본에겐 외교안보 면에서 한일관계를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는 3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안규백-고이즈미 신지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온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방한 때 양국이 확인한 국방장관 상호방문의 일환이자 한국 쪽의 장관 답방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변동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쪽은 안규백 장관 방일 때 요코스카 시내의 해상자위대와 미군 기지를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직전인 28일 공군자위대의 나하 기지에서 한국공군기에 대해 급유할 예정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한일간에는 연료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융통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나, 항공자위대는 자위대법 116조 규정(자위대의 임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를 무상대부할 수 있다)에 따라 블랙이글스에 연료 급유를 지원한다. 이런 급유 지원 조치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근간이 될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기반조성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일간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여전히 중요한 시험대로 남아 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