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정권퇴진 운동’이 세를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틀어막으려는 정부의 대응도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야권과 시민사회는 공권력을 동원해 정권 보위에 나선 윤석열 정부의 독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를 불법으로 지목하고 강경 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경찰과 시민 간의 물리적 충돌로 시민 1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과잉 진압’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11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경찰이 애초부터 강경 진압을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경찰은 이미 행진 경로를 알면서 일부러 좁은 구역에 집회를 허가하고 집회 참가자가 허가구역(밖)으로 나올 것을 기획한 듯 제지했다”며 “경찰은 삼단봉과 방패로 무장한 특수진압 옷을 입은 경력도 투입했는데, 최근 도심 집회에서 이렇게 중무장한 경력이 투입된 적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지호 경찰청장은 “일부 참가자들이 신고 범위를 일탈해서 도로 전 차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행위가 상당 기간 지속됐고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시민의 불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불법행위를 제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집회시위 진압 과정은 위협적이고 위험천만했다. 경찰이 마치 충돌을 유도한 것 같은 느낌이 있다”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충돌을 유도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총궐기를 ‘불법’으로 기정사실화하며 진압의 정당성만 강조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도 일축했다.
지난 9일 밤 부산에 있는 국립부경대에는 퇴진투표 부스 설치를 놓고 학생들과 학교 쪽이 갈등을 빚고 있는 캠퍼스에 경찰 200여명이 들이닥쳤다. 부경대 학생들과 부산대학생겨레하나, 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준)은 부산 남부경찰서에 11월7일부터 12월5일까지 학내에서 퇴진투표 활동을 하겠다는 집회신고를 한 뒤, 캠퍼스에 부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학교 쪽이 퇴진투표를 제지했고, 이에 항의하며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자 학교 쪽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학생 9명이 퇴거불응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 연행된 뒤 10일 새벽에 풀려났다. 부경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학교 내에서 정치, 종교, 영리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시설물 사용 허가 지침’에 따라 (부스를) 허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경대 4학년 왕혜지씨는 “(정치 행사는 불허한다는) 학교의 지침이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자유보다 앞설 수 있느냐”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 내는 학생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진투표를 제지하는 정부 움직임은 공무원 조직을 향해서는 더욱 직접적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5일 퇴진투표와 관련해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검찰청 등에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여 불이익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아예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호소문 등을 전교조 누리집에 게시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등을 지난달 31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퇴진투표 독려는)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열퇴진 국민투표 서울추진본부 등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주최한 활동가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경찰, 교육부 등에서 투표 막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공권력과 정부 권한을 이용해 정부 비판 운동을 옥죄는 움직임에 곳곳에서 경고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도심 집회에서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이 있었다며 “1980년대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현장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독재화 길을 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데 더해서 그 위에 국민들이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행사하는 데서 경찰에 구타당하고 다치고 피 흘리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경찰은 지지율 17%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보위가 아니라, 집회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겨레 고나린 이지혜 엄지원 기자 >
서울대 학생회관과 중앙도서관 게시판 등에는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윤석열 동문의 퇴진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글쓴이는 본인을 ‘평범한 서울대학교 모 학부생’이라고 밝혔다. 작성일은 지난 8일이었다. 작성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파국적인 결과를 맞이하기 전에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특검법을 수용하며 질서 있는 퇴진을 논의해야만 한다”며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기자회견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정치 경력이 전무한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역 없는 수사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공정을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달리 아내에게만 충성하는 대통령 윤석열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공천개입 의혹 등을 예로 들었다.
이어 “특검법을 정치 선동이라고 말하며 제 아내를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라며 “자신과 아내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법안마저 ‘반헌법적’ 운운하며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 대통령은 자신보다 마흔살 어린 학생들과 같이 정치학원론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자격 미달인지 보여주며, 그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연금·의료·노동·교육 등 윤 대통령의 4대 개혁을 두고는 “10퍼센트대 지지율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윤 대통령은 이미 국가 지도자로서 신뢰를 상실했다. 국민들은 남은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얼마나 더 망칠 수 있을지 우려할 뿐”이라고 했다.
글쓴이는 “우리 서울대학교에는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다”며 김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비교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민주화의 거목이자 국가 발전을 이끈 지도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이름 옆에 윤석열 세 글자가 새겨진다는 것은 서울대학교의 수치“라며 “작금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공동체에 당신의 이름이 설 자리는 없다”고 적었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
불공정과 비상식의 대명사, 윤석열 동문의 퇴진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이르렀다. ‘공정’과 ‘상식’을 내걸며 국민적 기대와 함께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검찰총장 윤석열이 국민의 신임을 발아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성역 없는 수사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공정을 실현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달리 아내에게만 충성하는 대통령 윤석열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기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인사 및 공천개입 의혹 등 수많은 혐의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검법을 정치 선동이라고 말하며 제 아내를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은 윤석열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를 스스로 저버린 셈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있는 힘껏 “영끌”하여 사용하고 있다. 비상시에 예외적으로만 행사되어야 하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의원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라고 말한 대목에선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민주주의는 제도적 자제라는 규범 아래 비로소 이루어지며, 자신에게 주어진 헌법적 권한을 절제하여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통치자의 기본적인 미덕이자 상식이다. 자신과 아내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법안마저 “반헌법적” 운운하며 거부권을 남발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보다 마흔살 어린 학생들과 같이 정치학원론 수업부터 다시 들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과 비상식적인 행보는 글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촉발된 국정 개입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얼마나 자격 미달인지 보여주며, 그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충신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누구보다도 보수궤멸을 위해 앞장서며 지난 총선의 대패를 이끌어내고 보수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되지도 않는 궤변을 내세우며 대통령과 여사의 행태를 옹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하지만, 10퍼센트대 지지율로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 의료 개혁마저도 1년 가까이 죽 쑤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도 의사단체 및 의대생과의 협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윤석열 정부가 의회와의 협치를 이끌고 다른 개혁을 실현해 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국가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상실하였다. 국민들은 남은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가 무엇을 얼마나 더 망칠 수 있을지 우려할 뿐이다.
우리 서울대학교에는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있다. 민주화의 거목이자 국가 발전을 이끈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 옆에 윤석열 세 글자가 새겨진다는 것은 서울대학교의 수치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국적인 결과를 맞이하기 전에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특검법을 수용하며 질서 있는 퇴진을 논의해야만 한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작금의 태도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 공동체에 당신의 이름이 설 자리는 없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경찰이 폭력적으로 난입하는 바람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11명이 연행됐다. 정권 차원에서 '불법 폭력 시위'라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야권은 경찰이 윤석열 정권 사수를 위해 총대를 메고 과잉 진압을 벌임으로써 시민들이 광장에 나오지 못하도록 사전 봉쇄하려는 차원이라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 서울 숭례문과 세종로 일대에서 '2024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를 열었던 민주노총에 따르면, 경찰은 참가 예상 인원에 비해 협소한 공간을 집회 장소로 허가했다. 장소가 비좁아 일부 조합원이 이동 과정에서 허가 범위를 넘자 경찰이 갑자기 방패로 밀어붙이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2만여 명이 동원됐고, 특수진압복·방패·삼단봉으로 무장한 채 집회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골절과 염좌, 찰과상 등을 입은 부상자가 속출했으나 경찰은 조합원 10명과 시민 1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도 경찰에 뒷덜미를 잡혀 땅바닥에 뒹굴고 상의가 찢기면서 온몸에 타박상을 입는 봉변을 당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폭행당해 상의가 여기저기 찢겨져 있다. 사진=사회민주당 페이스북
그럼에도 경찰은 11일 "민주노총이 도심권에서 벌인 집회 도중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혐의로 검거한 11명 가운데 범죄 혐의가 중한 6명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집회 도중 폴리스 라인을 침범하며 경찰관을 밀치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 방해)와 경찰의 시정 요구 및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자 준수사항 위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 측은 민주노총이 애초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집회'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주말 집회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지휘부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해산을 시킨 것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이 지나가는 길이라도 열자고 최소한의 통로를 확보한 것인데, 그게 강경 진압이라고 한다면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한창민 의원이 경찰의 물리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현장 동영상이 생생하게 존재하는데도 "(한 의원이)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 넘어졌다는 건 확인이 안 된다. 영상이 있으면 인정하겠다"면서 "경찰력 집행 중에 뒤쪽에 와서 방해하는데 아무 조처도 안 할 순 없다"고 했다. 또 "경찰 부상자도 105명"이라며 "어쨌거나 경찰 부상자가 나오고 집회 참가자 부상자가 나오는 이 상황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일 개최된 도심 집회에서 연행된 조합원 전원을 석방해줄 것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1.11. 연합
이에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연행된 조합원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조 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강제 진압은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경찰이 행진 경로를 막아서기 전까지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행진은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이 앞쪽과 뒤쪽에서 토끼몰이하듯 집회 대로를 침탈해 오기 전까지 집회는 아주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경찰청장은 시민들의 통행로를 확보하기 위해서 병력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인도는 집회 장소로 사용하지 않았다. 도로를 막아선 것은 경찰이었다"면서 "경찰이 집회장 진입도, 시민들의 통행도 가로막고 혼란과 폭력을 유발했다. 그 결과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수없는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도대체 경찰이 무엇을 목적으로 평상시와 다르게 완전 무장을 하고 헬멧과 방패를 착용한 채로 집회 관리에 나섰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무위로 끝나자 이제 폭력으로 입막음하겠다, 강압적인 공권력으로 광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의 집회장 진입을 막는 국회의원을 폭행하고 옷을 찢어발겼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노동자를 차벽을 설치하겠다고 끌어내서 내동댕이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다. 이것이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우리는 더 크고 더 강력한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다. 경찰은 즉각 연행자를 석방하고 부당한 집회 방해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연합
민주노총 법률원의 하태승 변호사는 당시 대한문 앞 상황, 건설연맹의 행진 상황을 설명했다. 하 변호사에 따르면 건설연맹은 사전 집회 이후 적법한 행진로를 따라 본 대회에 합류하려 했다. 심지어 집회 제한 통로를 통해서 가라고 경찰이 직접 골라줬던 행진로였다. 건설연맹은 그 코스를 적법하게 행진했지만 경찰은 병력으로 대오를 막아섰다.
하 변호사는 "한 명의 법률가로서 이번 경찰의 집회 방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집회 시위에 대한 과도한 탄압과 제한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집회를 범죄로 단정하고 이를 막기에 급급하다. 집회 신고만 하면 제한 통보, 금지 통보를 남발하는 것이 일상이고 헌법이 금지한 허가제를 운운하고 있다. 오죽하면 경찰 스스로가 제한 통고를 통해 마련한 행진 코스에서 행진하는 것도 막아버리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경찰 측 언론 브리핑과 관련해 "구속 수사라는 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예외적인 조치로서 주거 불분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의 요건이 충족됐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구속 요건을 확인하기도 전에 구속 수사를 운운하고 있다. 집회가 싫다고, 정권에 대한 비판이 듣기 싫다고 구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행자들에게 주거 불분명, 증거인멸 우려, 도주 우려는 단 하나도 없다.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조합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 폭력에 쓰러지거나 연행당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참여연대도 '위헌·위법적 경찰의 집회 강경 진압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당한 집회 참가를 막아서 참가자들을 몸싸움 등 돌출행동으로 몰고 간 책임은 경찰에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연행된 시민들을 즉시 석방하고 과잉 진압, 위헌·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사과하라"면서 "경찰이야말로 폭력집회를 유발한 장본인이다. 경찰이 집회 신고제의 본질에 충실해 집회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보호 및 협력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과 같이 몸싸움이나 부상자가 나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애초 허용한 7차선을 벗어나 도로 전면을 차지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뒤늦게 합류한 시민들이 본집회 대오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트를 친 것이야말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방해한 과잉 공권력 행사"라며 "경찰이 합법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과잉 대응하는 것은 시민들의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를 막아보겠다는 일종의 과잉 충성이다. 경찰은 지지율 17%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보위가 아니라, 집회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5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디어몽구 중계 화면 갈무리
야당 의원들도 들고일어났다. 해당 집회에서 경찰들에게 목덜미를 잡히고 옷이 찢겼던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무도한 정권이 휘두를 마지막 카드는 결국 물리적 폭력뿐이라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 이 같은 행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을 희생양 삼아 평화 집회에 색깔을 씌우고, 향후 윤석열 퇴진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명분을 축적하려는 것"이라며 "나아가 무도한 권력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에 참여하는 것을 봉쇄하려는 교활한 의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번 경찰의 폭력 진압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다. 윤석열 탄핵이 논의될 국회에 대한 사전 위협과 협박"이라며 "공권력을 시민의 안전에 쓰지 않고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하는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공권력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행태는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현장에서 연행된 11명의 노동자들을 당장 석방하라. 구속영장 청구 등 적반하장의 강제적 사법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둘째,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이번 폭력 진압의 경위를 밝히고 책임자를 징계하며, 국회와 노동자 시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셋째,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폭력 진압에 대한 대통령실의 관련성을 명백히 밝히고, 향후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라.
넷째, 향후 경찰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집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국민들의 평화 집회를 보장하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11. 연합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경찰의 행태가 참으로 우려스럽다. 엄청난 수의 경찰이 중무장을 하고 시위대를 파고들고, 또 시위대를 좁은 공간에 가두려고 하고, 급기야 국회의원을 현장에서 폭행하고, 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라며 "저는 80년대 폭력을 유발하는 경찰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과탄 주머니를 옆에 찬 소위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고 연행하려고 대기하고, 시위대가 평화 시위를 하면 시위대 속에 사복 경찰 프락치들이 침투해서 경찰에게 먼저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그것을 빌미로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그 현장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경찰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누군가가 지휘하지 않았겠는가?"라며 "토요일 노동자 집회에서, 제가 봤을 때는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공연히 노동자들과 충돌하고, 차선 문제로 다투고, 밀어붙이고, 그러다가 국회의원을 포함한 시위대를 난폭하게 대우하고, 심지어 거의 폭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을 동원해 전쟁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고,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유발하려 하는 것 같은데, 대체 국정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국민과 나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사용해야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자신들의 부정행위, 사적 욕망을 채우는 데 권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주권의 주체인 국민들을 겁박하고 폭행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으로 이뤄진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서울 세종로에서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경찰이 지난 9일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퇴진 투표)에도 공권력 투입과 수사 의뢰가 이어지는 등 ‘정권 퇴진 운동’을 진압하려는 정부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1일 총궐기 참여자 6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 중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집회가 애초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세종대로 전 차로로 확대됐고, 참여자들이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집회’로 변질됐다는 게 경찰 쪽 주장이다. 당시 다른 곳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온 참여자들이 본집회로 합류하면서 세종대로 2개 차로에 사람들이 추가로 통행하게 됐는데 경찰은 이를 ‘기획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민주노총 집행부가 집회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를 주최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했다.
민주노총·전국여성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모인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지난달부터 벌이고 있는 퇴진 투표도 곳곳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부산의 국립부경대에선 지난 9일 학생들이 설치한 퇴진 투표 부스를 학교 쪽에서 제지했고 학생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 200여명이 투입돼 학생 9명이 연행됐다. 인사혁신처는 퇴진 투표가 ‘국가공무원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며 정부 각 기관에 경고 공문을 보냈고, 교육부는 퇴진 투표 호소문을 노조 누리집에 게시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무위로 끝나자, 이제 폭력으로 입막음하겠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퇴진 함성을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