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등 내사 착수
대학 ‘퇴진 투표소’에 경찰 투입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으로 이뤄진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9일 서울 세종로에서 주최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경찰이 지난 9일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 등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퇴진 투표)에도 공권력 투입과 수사 의뢰가 이어지는 등 ‘정권 퇴진 운동’을 진압하려는 정부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1일 총궐기 참여자 6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이 중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집회가 애초 사전 신고 범위를 넘어 세종대로 전 차로로 확대됐고, 참여자들이 이를 막으려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불법 집회’로 변질됐다는 게 경찰 쪽 주장이다. 당시 다른 곳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온 참여자들이 본집회로 합류하면서 세종대로 2개 차로에 사람들이 추가로 통행하게 됐는데 경찰은 이를 ‘기획된 불법행위’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민주노총 집행부가 집회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를 주최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 7명에 대한 내사에도 착수했다.

민주노총·전국여성연대·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모인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지난달부터 벌이고 있는 퇴진 투표도 곳곳에서 가로막히고 있다. 부산의 국립부경대에선 지난 9일 학생들이 설치한 퇴진 투표 부스를 학교 쪽에서 제지했고 학생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 200여명이 투입돼 학생 9명이 연행됐다. 인사혁신처는 퇴진 투표가 ‘국가공무원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며 정부 각 기관에 경고 공문을 보냈고, 교육부는 퇴진 투표 호소문을 노조 누리집에 게시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무위로 끝나자, 이제 폭력으로 입막음하겠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퇴진 함성을 더 크게 울려 퍼지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창원지검 1차 조사 받은 뒤 태도 돌변 '안하무인'

검찰 영장 청구…명 씨 주장대로 정자법만 적용


"국민의 한 명으로 의원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냐"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 퍼나른 방송들이 십상시"
질문하는 기자 향해 "당신 조심해! 고소할 거야!"

2022년엔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
"여사하고 대통령 녹음 없었으면 어쩔 뻔했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8. 연합
 

명태균 씨의 말과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한 달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하야까지 가능하다'고 장담했던 명 씨가 말을 바꾸면서 '공천 개입'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축소됐다. 검찰 1차 조사 전 보였던 명 씨의 태도는 조사를 받은 이후 180도 변했다. 용산의 입김 탓으로 추정되지만, 명 씨가 숨을 곳은 없어 보인다. 자신이 했던 말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명 씨는 지난주 창원지방검찰청에서 두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지난 8일 오전 명 씨는 창원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다. 명 씨는 "저의 경솔한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제가 민망하고 부끄럽다"며 "이 사건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금방 해결된다.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하곤 서둘러 창원지검으로 들어갔다.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던 그의 태도는 1차 조사가 끝난 뒤 변했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의 음성이 들어가 있는 녹취록을 부인했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맹비난했다. 명 씨는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이라며 "가짜뉴스와 허위 보도를 퍼 나르는 방송과 방송 패널들이 우리 시대 '십상시'다. 언론은 국민들이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어 "이 사건은 거짓의 산이 2개 있다"며 "뉴스토마토의 거짓 뉴스, 강혜경의 거짓이다. 이것은 조사를 받으면 하나씩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 씨는 1차 조사를 받은 이후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됐다. 본인 스스로 국민들에게 떳떳하지 않다던 모습은 사라졌다. 

2차 검찰 조사 이후 명 씨는 안하무인이 됐다. 윤 대통령 부부와의 대화 녹취록은 단순한 가십거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김영선 전 의원을 추천했을 뿐이었다. 김 전 의원이 자신에게 빌린 돈을 세비로 받은 것 외에 ‘받은 돈이 없으니, 계좌를 추척하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강 씨와의 대화는 '너스레를 떤 것'이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이에 한 기자가 "신용불량자여서 현금으로 받은 것 아니냐"고 하자 명 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며 "당신 언론사 어디야? 가짜뉴스만 보도하는 곳이잖아!"라고 횡설수설 윽박질렀고 기자를 향해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질문"이라며 화를 내면서 차를 탔지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두고 도망치는 꼴이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4.11.8. 연합
 

명 씨는 여태까지 나온 녹취록을 모두 부정하면서 '김건희 씨의 공천 개입' '대선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축소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되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수사 대상에서 빠진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명 씨, 강 씨, 김태열 씨, 김 전 의원이 수사 대상이 된다. 

명 씨의 주장에 부응하듯, 창원지검은 11일 김 전 의원, 김 전 의원 지역사무실 총괄본부장인 명 씨, 제8회 동시지방선거 고령군수 예비후보자와 대구시의원 예비후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명 씨의 말에 대항해 유튜브 채널 <스픽스> 전계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채널에 명 씨와 강 씨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은 2022년 7월 중순 통화 내역으로,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2달 지난 시점이다.

명태균 : 김영선이 가장 나쁜 게 뭔 줄 아나. 그런 부분이 터질 거라고 그때 다 ○○○에게 물어봐. 그 여자 나한테 나가라 했다. 그 ○○○ 들어오기로 했다고. 장동화 의창 출마했으면 김영선이가 있나? 나는 ○○○한테 다 설명 다 해줬어. 비용도 안 주고 쓴 것도 안 주고. 이제 와서 이야기 다 하고 열 번 스무 번도 넘게 했다. 지가 뿌린 씨앗인데. 지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수없이 얘기하면 뭐 하노. 이제 와서 내보고 잘못했데. 업무분장까지 시켜놓고 내 나갔어.

김영선이 나보고 나가라 하데. 거기 박완수가 명당 자리라고 해서 그래서 그 자리에 앉아준 거야. 아침부터 전화 와서 전부 나보고 책임지라고 하데. 사람이 그 양심이 있어야지. 인간이 아무리 그래도 ‘미안하다’고 내가 이야기했는데 내가 잘못 들었다든지. 그저 이 ○○○ 물어봐라. 자기가 말을 들어 처먹은 건가? 나한테 약속 안 했나? 6선 갈 때까지 시키면 시킨다고 하겠다고? 진짜 그 알량한 자존심에 당선 딱 되니 눈깔이 돌아 가지고 나한테 딱 태클 걸데.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다더라. 어? 나 쫓아내려고. (내가) 공천을 줬는데 나한테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건진법사(가) 공천을 줬대.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 녹음 없었으면 그 어쩔 뻔했노. 알았어요. 그거 하면 다 죽어 알겠어? 

명태균 : 김영선 그거 사람 안 돼요. 내가 지 그 김건희하고 윤석열이 하고 김종인 만날 때 아무도 연락하면 안 돼. 아무도 연락하지 말고 아무도 말하면 안 돼. 김건희한테 내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하고. 우리 누나 이제 바깥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리는데. 

김건희가 놀라 자빠졌는데. 응, 그걸 데리고 와서 소개한 선배예요. 김건희가 전화가 와서 내 말고 다 터졌잖아. 지금 언론에 다 터져서 김건희가 쫄아가지고. 

김건희가 김영선한테 명태균이가 김건희 팔고 다니냐고 물어본 거야. 정상적인 사람이면 뭐라고 해야 하노? '명 선생님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런데 김영선이는 뭐라 하는 줄 압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김건희하고 그거 할 것도 없고. 김영선이가 나한테 약속한 거는 이 년 동안 시킨 대로 하기로 했는데. 서울은 당신(김영선)이 알아서 하고, 여기는 내(명태균)가 하기로 했어. 아니, 애들이 모자라서 내가 직접 해서 이렇게 해서 만들어서 재선 해야겠다고. 지가 그거 맡아 달라고. 

그거 미친년이에요. 그거는 어떻게 김건희하고 윤석열이 듣는데 '아닙니다. 명 사장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내가 지한테 한 게 얼만데 내가 김건희 앞에서 울었어요. 우리 애까지 팔았어요. 그것 때문에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고. 그거 어떻게 들통날까 하고. 그 사람이 안 하는데. 그럼 김건희가 나한테 믿음이 없어서 물어봤겠어요? 어려울 때 되면 무조건 빠져나갈 생각밖에 안 해. 

스픽스 전계완 대표가 지난 10일 '충격 증언! 김건희 공천 개입. "xx 같은 김영선! 김건희, 윤석열 녹음 없었으면 어쩔 뻔 했노?" 명태균의 육성 터졌다!' 방송을 하고 있다. 2024.11.11. 스픽스 유튜브 채널
 

이 녹취록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도와서 김 전 의원이 당선됐다고 전한다. 명 씨가 김 전 의원 때문에 울면서 김건희 씨 앞에서 사과까지 했고, 당시 상황이 어떤지까지 밝힌다. 핵심적으로 녹취록에서 명 씨는 '김건희가 유일하게 개입된 게 김영선'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명 씨의 행보를 비판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명태균 씨, 국민께 전모를 실토하는 것만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길"이라며 "검찰에 출두한 명 씨가 혐의를 전부 부인했다. 구속을 피하려는 몸부림은 구속을 피하려는 윤 대통령의 몸부림을 떠올리게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트렸다며 취재진을 향해 삿대질하고 언성을 높였다"면서 "연일 언론인들과 통화하며 용산을 압박했던 장본인이 이제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언론이 명태균 씨의 녹취록을 조작하거나 위조하기라도 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본인 입으로 공천개입, 공천거래, 국정농단의 정황을 폭로해 놓고 남 탓이라니 황당무계하다"며 "입장을 바꾸면 죄만 늘어난다. 이리저리 말을 바꾸며 처벌을 피하려는 행태는 스스로 사기꾼을 자처할 뿐이다. 거짓말로 처벌을 모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 김영선 함께 열차 면담 진술 확보
강혜경 “명태균, 윤 부부에 여론조사비 대납한 예비후보 인사시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제기한 강혜경씨가 지난 6일 여덟번째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뒤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등 명태균씨 관련 의혹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씨가 11일 “명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였던) 배아무개씨 등 두세명을 윤석열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데려가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나게 해줬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배씨와 아크로비스타에 같이 갔던 사람에게 직접 들은 얘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명씨가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에 걸쳐 3억7500여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했고, 그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배씨는 이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한 두명 가운데 한명이라고 강씨가 지목한 당사자다. 배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원했지만 뜻을 이루진 못했다.

통화에 앞서 강씨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2022년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명씨가 두세명을 서울로 데리고 가서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후보에게 인사를 시킨 적이 있다. 본인들은 당연히 공천을 받는다고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배씨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한겨레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이날 명씨가 2022년 6월13일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기 위해 케이티엑스(KTX) 대통령 특별열차편으로 경남 김해로 온 김건희 여사를 당시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막 당선된 김영선 의원과 함께 열차에서 면담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권양숙 여사 예방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김 여사의 첫 단독 일정이었으며, 당시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가 동행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조사단은 이날 강씨와 김태열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 등을 국회로 불러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추가적인 의문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강씨 등을 국회로 불러 만난 것이라고 전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민도  엄지원 기자  >

지방선거 출마 준비하던 이들에 선거 홍보 의뢰 명목 돈받아

 

 
 
지난 9일 명태균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검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상원 기자
 

명태균씨가 2022년 대통령선거 기간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명씨가 이 여론조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예비후보 시절의 선거조직을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혜경씨 등 명씨 주변인물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1년 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경북 고령의 배아무개씨 사무실에서 배씨를 만났고, 경북 성주의 이아무개씨 별장에서 이씨 등을 만났다. 배씨와 이씨는 2022년 6월 대구·경북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이들이다. 강씨는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김건희-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제보자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10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예비후보 조직총괄본부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으로 임명됐다. 2022년 5월2일 명씨가 강씨와 통화하며 “오늘 여사님 전화 왔는데, 내 고마움 때문에 김영선 걱정하지 말라고, 내보고 고맙다고, 자기 선물이래”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다. 여기서 ‘선물’은 김 전 의원의 국회의원 선거 공천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명씨의 변호인은 지난 8일 국회의원 ‘공천’이 아니라 김 전 의원의 ‘민생안전특별본부장’ 임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씨와 이씨는 김 전 의원을 만난 직후 민생안전특별본부 지역간부로 임명됐다. 또 자신의 선거 홍보를 의뢰하는 명목으로 각각 1억2천만원씩을 10여 차례에 걸쳐 미래한국연구소에 보냈다.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명목상 소장이던 김아무개씨는 연구소 운영자금을 빌리는 것처럼 차용증도 작성했다.

최근 명씨가 대통령선거 열흘 전인 2022년 2월28일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일인 3월9일까지 열흘 동안 매일 여론조사를 하라고 지시하며, 여론조사 비용에 대해 “돈이 모자라면 (김아무개 미래한국연구소) 소장한테 이야기해서, 배아무개 이아무개 허아무개한테 받으면 된다. 내가 다 공지했거든”이라고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 돈은 배씨와 이씨의 홍보가 아닌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됐다. 배씨와 이씨는 지방선거에서 공천도 받지 못했다. 선거 이후 이들은 명씨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명씨는 이들에게 받은 돈의 절반인 6천만원씩을 돌려줬다.

이 내용을 아는 강씨 등 명씨 주변인물들은 “명씨와 배씨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이씨는 배씨를 통해서 알게 됐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데리고 가서 이들에게 소개해준 것은, 명씨 자신을 믿도록 하려는 의도였다”며 “4선 출신의 전 국회의원이자, 당시 유력했던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선거조직 본부장을 데리고 갔는데, 배씨와 이씨가 어떻게 명씨를 신뢰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자신들의 지방선거 공천을 철석같이 믿고 명씨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명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은 ‘선물’을 활용해 돈을 마련했고, 이 돈으로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배씨와 이씨가 미래한국연구소에 전달한 돈의 성격을 지방선거 공천을 청탁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2월 이들을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수사의뢰했다. 창원지검은 이들을 피의자로 전환해 지난달 말 소환조사했다.

그러나 명씨는 지난 9일 창원지검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내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면 ○○군수(배씨)든 ○○시의원(이씨)이든 말만 하면 다 앉혔지 왜 못 앉혔겠느냐”며, 공천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 한겨레 최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