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윤리위 강력제재에도 해당 매체 꿈쩍도 안해

내란 옹호·선동 가짜뉴스 포털에도 계속 노출
언론, 실효성 없는 자율규제· 자율정화 주장만
민주주의 위기 불러오는 악의적 오보 어쩔건가

 

나라를 뒤흔든 12.3 비상계엄 내란을 옹호한 언론 보도 가운데 한 극우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주한미군 압송’ 기사는 최악의 오보였다. 이 기사는 단순 실수에 의한 오보가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고 선동하기 위해 조작된, ‘악의적 오보’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 가짜뉴스 오보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소추 재판정에서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에 활용됐다. 이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은 극우세력들이 법원을 침탈해 난동을 부렸으며, 지금도 이들은 길거리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며 광란의 집회를 열고 있다. 기사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이 저급한 가짜뉴스는 악의적 오보가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불러올 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 오보는 망상증에 빠진 40대 남성의 ‘제보’를 극우 매체가 아무 검증 없이 기사로 만들어 보도한 것이다. 악의적으로 조작된 이 기사는 네이버 포털에까지 올라 많은 국민들에게 퍼져나갔다. 극우집단의 망상도 문제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망상을 기사처럼 만들어 보도한 극우 매체와, 도저히 기사라고 볼 수 없는 허접한 가짜뉴스를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전파해준 뉴스포털도 큰 문제라고 해야 한다. 

 

네이버 '스카이데일리 중국간첩' 검색 결과 나온 기사들. 3월18일 오후 6시 현재.

 

내란 옹호와 선동에 이용된 가짜뉴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주류 언론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주류 언론들은 이 가짜뉴스가 포털을 통해 확산되고 헌재 재판정과 광분한 극우세력들의 입에서 진실인 양 언급되고 있는데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선관위와 주한미군이 ‘사실이 아님’을 공식 발표하자 이를 단신 정도로 받아쓰고 끝,이었다.

 

언론의 역할은 뉴스와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뉴스와 정보를 팩트체크해 바로잡고 언론 스스로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그것이 바로 언론의 ‘자율정화’(자정, 自淨) 기능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이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가짜뉴스에 대해 제대로 팩트체크에 나서지 않았다. 이것이 누구에 의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확산됐는지 따져 묻지도 않았다. 가짜뉴스가 포털과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 극우 세력의 내란 옹호·선동에 이용되고 있는데도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만일 여러 주류 언론들이 윤석열 내란 일당과 극우 매체들의 여러 거짓 주장들을 팩트체크하고 바로잡는 데에 적극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되었을까? 언론의 ‘자정 기능’은 이럴 때 더 필요한 것 아닌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발행한 2월 심의결과 내용 갈무리.

 

언론의 ‘자정’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을 때 제재를 내리는 자율규제 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인 간첩 체포·압송’ 보도를 한 극우 매체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신문윤리위는 이 매체의 기사들이 ‘미확인보도 명시’ ‘보도자료 검증’ 등 윤리실천요강을 위반했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국내 정치·사회 분열 확산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차대한 내용’이라며 ‘경고’ 결정을 내렸다. 덧붙여 ‘결정문을 홈페이지에 48시간 동안 게재하고 홈페이지 및 포털에서 최소 3개월간 검색되도록 하라’(자사 게재 경고)고 명령했다. 이 제재는 신문윤리위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에 해당한다. 인터넷신문윤리의가 내린 ‘경고’ 제재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극우 매체는 이런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오보에 대한 사과문이나 정정보도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신문윤리위가 주문한 ‘자사 게재 경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재 결정을 내린 신문윤리위를 비난하고 나아가 자신의 ‘특종보도’를 왜 다른 주류 언론들이 받아쓰지 않느냐는 칼럼을 연달아 게재했다. 이 매체 편집인은 문제의 오보를 “부정선거 국제 범죄현장이 들통난 사건을 다룬 대특종”이라며 “제 역할 못하는 레거시 언론사 등 부정한 무리에게 하늘보다 무서운 독자와 국민의 불심판이 내려지리라”고 반발했다. 오보도 황당했지만 오보를 바로잡으라는 요구에 대한 반응은 이 매체가 정상적인 언론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율규제 기구의 제재를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포털에도 자율 제재 게시문이 아닌 문제의 오보 기사들이 여전히 게재되어있다. 자율규제 기구의 ‘가장 강력한’ 제재조차 제재를 받은 매체는 물론이고 포털에서도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론 자율규제 기구의 제재가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규제’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율규제 기구의 ‘주의’ ‘경고’ 등의 제재 통보에 언론이 사과나 정정 보도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수많은 언론에는 똑같은 보도윤리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 자신이 제재 통보를 받았는지도 모르는 매체도 많다. 제재를 내려도 달라지는 게 전혀 없으니,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제재인 것이다. 알리바이용이 아니라면 이런 규제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가?

 

'중국인 간첩 부정선거 개입설'을 극우매체 스카이데일리에 제보한 일명 '캡틴 코리아' 안병희씨가 KBS와 인터뷰하는 장면. KBS화면 갈무리

 

언론의 오보, 특히 악의적 오보 또는 왜곡보도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국회가 법제화(언론중재법 개정)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림으로써 악의적 오보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주류 언론들은 이를 ‘언론자유 위축’이니 ‘언론탄압’이니 하며 반대만 해왔다. 오보에 의한 피해가 심각한데도 ‘자율정화’와 ‘자율규제’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이번 극우 매체의 ‘중국인 간첩설’ 오보사태를 겪으며 다시 묻고 싶다. ‘자율정화’ 또는 ‘자율규제’는 정말 가능한 일인가? ‘언론 자유’ 또는 ‘취재·보도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것에 우선되는 것인가? 법과 제도를 통한 ‘타율적’ 언론 규제는 있어서는 안 될 악인가?

 

극우 매체의 악의적 오보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불러왔지만, 이 매체는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허접한 극우 매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류 언론들 역시 그동안 수많은 악의적 오보, 왜곡 보도를 하고서도 사과나 반성에 인색했다. 그런 보도로 누군가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비겁함, 언론자유를 앞세워 자신은 털끝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오만함,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탐욕은 주류 언론의 오래된 문제였다. 망상증 내란범죄자가 파면되고 극우세력의 난동이 수그러들어 민주주의가 회복되면 국회와 시민사회는 국민들의 언론개혁 요구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고 하지 않았나.  < 민들레 김성재 기자 > 

곳곳에 권력 이용한 주가조작의 흔적

이복현 “중요한 사건…임기 내 처리”
김건희·원희룡 상관없다지만 단정 일러

검찰 ‘도이치모터스’ 수사서 신뢰 잃어
특검이 제기된 의문점 낱낱이 밝혀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권력과 연계된 흔적이 곳곳에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라는 호재에 편승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흐름은 다른 주가조작 사건과 유사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다.

 

하지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을 미리 알고 이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지금까지 보도됐거나 밝혀진 사실을 한 번만 훑어봐도 자연스럽게 권력형 비리의 그림이 떠오를 정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3.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삼부토건 의혹 “대통령 권력 이용한 중대 범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8일 진행된 현안 질의에서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공방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중대한 카르텔 범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상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서 이상 거래 심리 결과를 넘겨받은 금융감독원은 여섯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최근 들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제 임기가 6월 초까지인데 그때까지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혜 주로 주목받은 뒤 이 회사 대주주 등이 100억 원대 수익을 올린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세차익으로 조성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추적 중이다.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삼부토건 로고 

 

이복현 “김건희, 원희룡 상관없어”…단정할 수 있나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인식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조사 대상에 김건희가 포함되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지난 2023년 5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삼부토건 임원을 데리고 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 전 장관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무조건 무관하다고 단정한 건 이르지 않냐는 질책에 “최종 결론은 조사가 끝나야 나온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이 원장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매우 구체적인 정황을 근거로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이상 거래) 심리보고서를 넘겨받은 지가 6개월이 지났다. 이익 실현이 확인됐으면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늑장 조사를 질타했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삼부토건 관계사인 웰바이오텍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매집, 급등, 폭락으로 이어진 작전주 패턴의 교과서”라며 “금융위원장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을 활용해 검찰에 통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이 10년 만에 다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838.5%로,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삼부토건 옛 건물 외벽에 붙은 로고 모습. 2025.2.26. 연합

 

“삼부 내일 체크” 이종호 단체대화방 문자로 촉발된 의혹

 

야당이 삼부토건 의혹을 ‘권력형 카르텔 범죄’로 의심하는 이유는 주가조작 과정과 관련자들의 관계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의혹이 발생한 시점은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다. 김건희의 계좌 관리인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2023년 5월 14일 한 단체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의문의 문구를 남긴다. 그 이후 김건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나는 등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열을 올렸다. 원희룡 전 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바로 이 시기에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이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해외사업 경험도 없어 대규모 해외 재건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을 의심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여기고 삼부토건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주당 1000원 정도였던 주가는 두세 달 만에 5~7배 뛰었다.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 대주주 등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100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의심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건은 모두 김건희와 가까운 ‘이종호’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삼부토건 의혹은 대통령 부부와 국토부 장관까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조사 또는 수사 결과에 따라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 삼부토건 창업자 아들인 조남욱 전 회장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는 사실도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A씨, 현직 경찰 B씨, 변호사 C씨 등 해병대 출신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계획한 대화 내용. 2024.6.26. JTBC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서 삼부토건도 다뤄야”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금감원이 조사한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감원에서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이 권력과 주가조작 세력이 어떻게 연계됐는지 밝혀야 한다. 문제는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뚜렷한데도 기소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 야당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진상을 밝히려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서 “삼부토건 사건이 김건희·윤석열 부부가 연루된 계획된 주가조작 의혹이라고 줄기차게 지적해왔는데 최근 언론보도로 특검 당위성을 재확인한 만큼 ‘김건희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반드시 김건희 상설특검을 관철해 권력형 주가조작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장박원 기자 >

“계엄 의견 나눈 것을 감히 공모라고 표현” 주장

 

 
 
지난해 9월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12·3 내란사태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이 첫 재판 과정에서 ”대통령 윤석열”, “공모”라는 표현이 ‘국가원수에게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란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7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을 열었지만 초입부터 김 전 장관과 검찰은 공방을 벌였다. 검찰이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호칭하며 공소사실을 진술하자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이에 반발하며 “대통령은 국가원수인데 호칭이 정당하지 않다. 바꿔서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공소장과 판결문에선 모두 원·피고, 피고인 등을 가리킬 때 직함을 이름의 앞에 붙이지, 뒤에 붙여서 표기하진 않는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는 “말씀하실 때 상대방에서 이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이라며 주의를 줬다. 검찰은 “모두진술은 검사의 권한이고 소송의 시작이며, 방해하는 건 진술권 침해”라고 맞섰다.

 

피고인 쪽 진술 기회 때 김 전 장관은 발언권을 얻어 “계엄 사유 명분을 제공한 건 거대야당의 패악질인데, 검사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것을 마치 여야 갈등으로 비화시키려는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며 비상계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과 판박이였다. 또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사전에 잠깐 모여 의견을 나눴을 뿐이지 어떻게 이것을 모의라고 표현하고 감히, 공모라고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제가 불법쿠데타나 내란을 했느냐”, “비상계엄에 대한 준비는 국방부 장관의 통상업무”라고 주장하며 18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사건이 병합돼 이날 함께 재판을 받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쪽은 정보사 현역 등을 지휘하며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을 사전에 계획했다는 혐의에 대해서 “저희의 입장과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단순히 비상계엄을 조력하는 차원의 행위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내란 사건의 쟁점과 증거·증인 신청 등을 정리했고, 오는 27일 재판에서는 정성우 국군방첩사 대령 등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할 계획이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공수처 시효 29일 만료,  그 전 사건 처리 밝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해 8월 처남 마약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 관련 탄핵 심판 2회 변론기일 출석을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들어가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반인의 전과기록을 무단 조회한 혐의를 받는 이정섭 대구고검 검사의 공소시효가 오는 29일 종료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시효 만료 전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 “검찰도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사건 처리를 위한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다. 그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이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혐의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 검사가 처가 쪽 가사도우미의 범죄기록을 사적으로 조회해 전달한 시점을 2020년 3월30일로 보고 있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의 공소시효가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달 29일 시효가 종료된다. 공수처는 곧 이 사건 제보자인 이 검사의 처남댁,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2023년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을 수사했고, 개인비위 의혹이 불거져 그해 11월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공수처는 김성훈 전 아이디에스(IDS)홀딩스 대표의 범죄수익 은닉을 도와준 의혹을 받는 김영일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에 대한 수사도 최근 착수했다. 김 검사는 다단계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 전 대표를 검사실에서 외부와 통화하게 하며 편의를 제공한 의심을 받아 2021년과 지난해 두 차례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뤄졌지만, 최근까지 별다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도 조만간 공소시효가 만료될 수 있어, 공수처가 서둘러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주 (이 사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공소시효 만료가 오는 6월 정도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판단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야당은 심 총장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상급심 판단 기회를 포기했다’며 그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도 이날 심 총장의 행동이 “부하 검사를 속이는 행위이고 교정공무원에게 합리적인 석방 지휘인양 믿도록 한 행위”라며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도주원조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 곽진산 기자 >

 

‘이정섭 처가 관련 비위’ 묵히던 검찰…공소시효 만료 직전 공수처 이첩

2020년 처가 가사도우미 범죄기록 사적 조회해 전달
3월30일 5년 공소시효 만료…공수처법 취지 훼손 지적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로 재직 중이던 2023년 4월20일 수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검찰로부터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건을 공소시효 만료 직전에 넘겨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이 검사가 처가의 가사도우미 범죄기록을 사적으로 조회해 그 내용을 전달한 시점을 2020년 3월30일로 보고 있는데, 공무상비밀누설 범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라 이달 말로 시효 만료를 앞두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4부(부장 차정현)는 지난 10일 검찰로부터 이 검사 사건을 이첩받아 제보자인 처남댁 강미정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확보하고 강씨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처남, 이 검사의 아내-처남댁 간의 문자 및 카카오톡 메시지. 김의겸 의원실 제공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지난 6일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청탁금지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공수처 수사대상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이기 때문에 유죄가 확정되면 검사 자격이 정지되거나 당연퇴직 된다.

 

앞서 검찰은 사건 제보자에게 수사자료를 사진 촬영해 외부로 유출하게 한 전직 검사 박아무개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 두달을 남기고 공수처로 이첩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법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은 이에 따라 사건을 곧바로 이첩하는 반면 검찰은 수사 뒤 기소단계에 이르러서야 사건을 보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 공수처 검사 출신 법조인은 “바로 공수처에 검사 범죄 혐의를 보내서 수사하라는 것이 공수처법의 취지이지만, 공수처가 검찰과 대립각을 세울 만한 힘이 없다 보니 검사의 범죄 혐의도 검찰이 계속 쥐고 기소할 정도가 돼야 이첩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 한겨레 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