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면죄부 결정에 “부패 방지에 바친 한평생이 부정당했다” 유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8월 주검으로 발견된 국민권익위원회 김아무개(당시 51살)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숨지기 직전까지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권익위의 종결 처분 때문에 심적 고통을 겪은 사실이 6일 한겨레 보도로 드러나자 정치권이 일제히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익위의 강직한 부패 방지 업무 공직자로서 평생을 살아온 고인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후안무치한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특검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순리”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남긴 유서 일부. 유족 제공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김 국장의 죽음은 국가가 저지른 중대 범죄”라며 “이런 비극적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한겨레가 보도한 고인의 유서는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권익위가 어떻게 무고한 직원의 생명마저 앗아갔는지 똑똑히 보여준다”며 “유철환 위원장을 비롯해 전 정권에 부역한 책임자들의 반성과 사죄도 없는 그 파렴치함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한겨레가 접촉한 권익위 직원들은 말을 아꼈다. 한 과장급 직원은 통화에서 “한겨레 보도를 보고 직원들 대부분 안타까워하고 슬퍼한다”면서도 “다만 위원장 등 전 정부 인사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겨레가 지난 5일 확보한 김 국장의 지난해 8월7일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다” “제 잘못은 목숨으로 치르려 한다” “나 하나로 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비난이 없어지길 절실히 기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국장은 이 메시지를 작성한 다음날 오전, 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 김채운 기자 >

 

권익위 국장 유서…김건희 명품백 ‘면죄’ 괴로워했다

카톡에 남겼던 글, 유족이 1주기 앞 공개
“부패 방지에 바친 한평생이 부정당했다”
“반부패 법률의 정치적 악용 그만두어야”

 
지난해 8월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남긴 유서 일부. 김 전 국장 유족 제공
 

지난해 8월 주검으로 발견된 김아무개(당시 51살)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는 숨지기 직전까지 ‘김건희 명품 가방(디오르) 수수 사건’에 대한 권익위의 종결 처리 때문에 심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사건의 실무 책임자였던 고인은 유서 형식으로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에 “왜 제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법 문언도 중요하지만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처리도 중요하다”, “반부패 법률의 정치적 악용은 그만두어야 한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겪은 괴로움과 자책, 억울함 등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죽음 9일 전 카톡방 만들어…“가방 건 여파 너무 크다”

 

5일 한겨레가 유족을 통해 확보한 김 전 국장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그는 숨진 채 발견되기 9일 전인 지난해 7월30일부터 8월7일까지 해당 앱의 ‘나와의 채팅’ 기능을 활용해 ‘김○○ 남기는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대화방을 만들어 모두 26개의 글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7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 등을 전하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19개에는 권익위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종결 처리와 부패 방지 제도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 아쉬움, 억울함, 당부 등을 적어놓았다. 김 전 국장은 이 메시지들을 실제로 발송하지는 않았다.

 

김 전 국장이 대화방을 만든 것은 권익위 전원위원회가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며 종결 처리한 지 50일이 지난 2024년 7월30일이다. 그는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씨의 명품 가방 수수 사실을 감독기관 등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한겨레 단독 기사 링크를 첫 메시지로 올렸다.

 

이어 사흘 뒤인 8월2일 김 전 국장은 대화방에 아내와 자식, 동료 등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를 올린 뒤 명품 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를 집중해서 올린다. “가방 건 외의 사건들은 최선의 결과가 나왔다고 저도 자부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시작으로 “5개 반부패 법률의 정치적 악용은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 소중한 제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닌지 모두 생각하고 고민해주십시오”,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가진 자와 권력자에겐 더 엄격하고 약자에겐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법률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메시지였다.

 

김 전 국장은 숨지기 하루 전인 8월7일 마지막으로 메시지 6개를 올렸다. 그는 “가방 건과 관련된 여파가 너무 크네요. 제 잘못은 목숨으로 치르려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뿐이고요. 왜 제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어쭙잖은 정의감과 무능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나 하나로 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비난이 없어지길 절실히 기원합니다”라고 썼다. 김 국장은 이 메시지를 작성한 다음날 오전, 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해 8월9일 오후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쉴낙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아무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빈소 모습. 김채운 기자
 

‘권익위, 명품 백 종결’에 도의적 책임·자책 느낀 듯

 

 김 전 국장은 명품 가방 사건을 종결 처리한 전원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실무 책임자이자 부패 방지 전문가로서 도의적 책임감과 자책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004년부터 20년간 권익위에서 일해온 김 전 국장은 지난해 3월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 발령을 받았고, 석달 뒤인 6월 이미 법정 처리 기한(최장 90일)을 넘긴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권익위 전원위 안건으로 올렸다. 당시 윤 대통령 부부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가 큰 논란이 됐던 만큼, 김 전 국장은 전원위가 이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사건이 ‘종결’되자 김 전 국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김 전 국장은 밥도 거의 먹지 않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자책하고 괴로워했다. 그는 가족에게 “이 사건이 종결 처리될 줄은 몰랐다”, “부패 방지 분야에 한평생을 바쳐온 내 과거가 다 부정당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지속해서 털어놨다. 무엇보다 김 전 국장은 당시 국회에 끊임없이 불려 다니면서, 자신의 견해와 상반된 결정을 실무 책임자로서 옹호해야 했던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결국 김 전 국장은 실무 책임자인 자신이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건 처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메시지에 “최종 책임은 결정을 한 (전원)위원회와 실무 책임을 진 저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나 하나로 위원회에 대한 정치적 공세와 비난이 없어지길 절실히 기원합니다”라며, 동료들에게 “위원회의 이러한 상황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현직자와 지금은 나가신 분들 모두 차분히 고민하여주십시오. 이것이 저의 마지막 부탁입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족은 김 전 국장이 숨진 뒤 그의 휴대전화에서 해당 메시지를 발견했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공개를 보류해왔다고 설명했다.               < 김채운 기자 >

 

지난해 8월8일 세종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아무개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가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에 남긴 유서 전문(가족·지인들에게 남긴 개인적 메시지는 편집). 김 전 국장 유족 제공

 

 

정청래, 초강경 조치…"국회의원 기강 확실히 잡겠다"
"주식 장난치면 패가망신…대통령 기조대로 엄정하게"

이재명 대통령도 "진상 신속하게 파악해 엄중 수사하라"

검찰 개혁 동력도 유지…후임 법사위원장 추미애 내정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의지…다음 본회의서 선출할 것"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호남 출신 3선 서삼석 의원 지명
지명직 최고 2명 중 1명은 평당원…공개오디션 진행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차명 주식 거래 의혹으로 탈당한 이춘석 전 국회 법사위원장에 대한 제명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2025.8.6.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져 탈당한 이춘석 의원을 제명 조치했다. 이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 자리에는 법무부 장관 출신인 6선 추미애 의원이 내정됐다. 이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으로 불거질 정치적 파급 효과를 차단함과 동시에 검찰·사법개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제144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크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제 언론 보도 즉시 윤리감찰단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규 제42조, '당대표는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아니하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비상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는 비상징계 규정에 따라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제명 등 중징계를 하려 했으나, 어젯밤 이 의원의 탈당으로 징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에 당규 제18조, '징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징계 혐의자가 탈당하는 경우 각급 윤리심판원은 제명에 해당하는 징계처분을 결정할 수 있다', 제19조, '윤리심판원은 탈당한 자에 대해서도 징계사유의 해당 여부와 징계 시효의 완성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 이 의원을 제명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기강을 확실하게 잡도록 하겠다. 당에서 이에 대한 재발 방치책 등을 깊이 논의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차명 주식거래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표결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 2025.8.5. 연합
 

앞서 <더팩트>는 이 의원이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 1억여 원 규모의 차명 주식 거래를 한 정황을 보도했다. 주식 계좌는 이 의원이 아니라 이 의원 보좌관인 차아무개 씨 소유였다. 이 의원의 재산 내역에도 없던 주식들이다. 당 윤리감찰단은 긴급 진상조사에 나섰고, 경찰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 등로 이 의원과 보좌관 차 씨를 입건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전날 밤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이 의원의 탈당에도 당규에 따라 제명이라는 초강경 조치를 한 것은 국회의원 윤리 문제와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 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일벌백계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아울러 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대표 취임 직후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입법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정 대표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의 기조대로 엄정하게,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면 엄단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거듭 "더 이상 이런 문제로 국민들께서 우려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도 마련하도록 하겠다.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휴가 중인 이 대통령도 이 의원의 차명 주식 거래 의혹에 대해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진상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더불어, 이 의원을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즉시 해촉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국정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정책 기획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아왔다. 이날 국정위는 이 의원을 해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의 추미애 단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박종준 경호처장의 대응과 관련한 제보 내용을 밝히고 있다. 추 단장은 "당시 박 경호처장으로부터 몸싸움에서 밀릴 경우 공포탄을 쏘고, 안되면 실탄도 발포하라는 명령이 하달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5. 1. 5. 연합
 

이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법사위원장 후임도 곧바로 내정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이 탈당과 함께 법사위원장직도 사퇴했다"며 "특별하고 비상한 상황인 만큼 일반적인 상임위원장 선발 방식에서 벗어나서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 가장 노련하고 그리고 검찰 개혁을 이끌 수 있는 추미애 의원께 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검찰개혁을 두고 윤석열과 정면 대결했던 추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내정한 것은 검찰개혁의 고삐를 절대 늦추지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의지로 읽힌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전투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추 의원을 법사위원장으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관 출신 6선 의원의 노련함 등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개혁'을 기치로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정 대표는 지난 2일 당대표 선출 뒤 수락 연설에서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가진 첫 최고회의에서도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과 당원 주권정당 특별위원회를 지금 즉시 가동하겠다"면서 "검찰·언론·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의 법사위원장 선출 절차는 다음 본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정 대표는 "국회 법사위원장은 다음 본회의에서 즉시 교체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되며, 재석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 의석수가 단독 과반이므로 무난히 법사위원장에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서삼석 의원. 연합 자료사진
 

한편 정 대표는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호남 출신 3선인 서삼석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민주주의의 산실이고,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라며 "호남의 역사와 정신이 당 운영 전반에 반영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 최고위원 임명 절차는 오후에 진행될 당무위 의결을 거쳐 마무리된다. 서 최고위원 임명은 정 대표의 '호남 홀대론' 달래기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 6·3 대선 당시 호남 지역 '골목골목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 대표는 꾸준히 호남에 공을 들였다. 당 대표 취임 직후에도 첫 일정으로 호남의 수해 복구 현장을 찾아 봉사 활동을 했다.

 

정 대표는 서 최고위원 임명과 함께 공약 사항인 '평당원 최고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공모 절차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당 대표 경선 당시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을 평당원이 뽑도록 하는 '당원주권'을 약속한 바 있다.

 

평당원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자격 유지 기간 내 당직·공직출마 경험이 없고, 당원 100명 이상의 연서 추천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1차 서류 심사와 온라인 공개 오디션, 권리 당원 투표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공개 오디션은 무작위로 뽑힌 배심원단 투표 50%, 당원 여론조사 50%의 비율로 심사해 4명을 선발하게 되며, 이후 최종 후보자 4명의 정견발표, 권리당원 투표(100%)로 최종 선출한다.

 

정 대표는 "평당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가 약속한 것은 신속하게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당원이 주인 되는 당원주권정당, 실천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 김성진 기자 >

 

국회 본회의 중 휴대전화로 주식 차명 거래 의혹
'헷갈려서' 보좌관 핸드폰 가져가 잠시 열어봤다?
개별 종목 수량 직접 선택해 거래하는 장면 포착
잠금 풀고 앱에 로그인, 거래시 비번도 기입해야

 

허위 재산 등록, 기업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도

현직 법사위원장에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장 신분
정청래 긴급 진상조사 지시하자 결국 자진 탈당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경찰 곧장 수사 착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5.8.5. 연합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국회 본회의 도중 휴대전화로 주식 거래를 하고 심지어 타인 명의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위원장은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차명 거래를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으나 해명이 석연치 않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경찰은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직 사임서도 제출했다.

 

<더팩트>는 5일 단독 기사와 사진을 통해 이 위원장이 전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고개를 숙인 채 여러 차례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하며 주가 변동 상황을 주시했다고 보도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네이버 주식을 5주씩 분할 거래했고, 실시간으로 호가를 확인하며 주문 정정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페이, LG CNS 등 주식 정보를 확인하던 이 의원의 휴대전화에 '개인 자산' 내역이 표시됐지만, 계좌 주인의 이름은 '이춘석'이 아니라 이 위원장의 보좌관인 차모 씨였다. 이 위원장이 거래한 차 보좌관의 주식 계좌 투자액을 살펴보면 카카오페이 537주, 네이버 150주, LG CNS 420주 등에 대한 현금·신용 합계 매입 금액이 1억여 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3월 27일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공개된 이 위원장의 재산 공개 내역에 본인은 물론 배우자 등 가족이 소유한 증권은 전무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차 보좌관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통화에서 "이 의원님은 주식 거래를 하지 않는다. 제가 주식 거래를 하는데 의원님께 주식 거래에 관한 조언을 자주 얻는다"며 "어제 본회의장에 들어갈 때 자신의 휴대폰으로 알고 헷갈려 들고 들어갔다. 거기서 제 주식창을 잠시 열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사위원장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더팩트

 

이 위원장이 착각해서 보좌관 휴대전화를 가지고 본회의장에 들어갔다가 일시적으로 주식 거래 모바일앱을 열어봤다는 얘기다. 보도가 나간 뒤 이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식 화면을 열어본 부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다만, 타인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차명 거래한 사실은 결코 없으며, 향후 당의 진상 조사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 다시 한 번 신성한 본회의장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 중에 국회의원이, 그것도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당 중진이 남의 눈에 띌세라 책상 밑에 휴대전화를 놓고 몰래 주식 거래를 했다는 행위 자체가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해당 기사에 포함된 사진에는 이 위원장이 네이버 등 개별 종목의 수량을 직접 선택하며 거래하는 장면이 포착돼 있어 단순히 '주식 화면을 열어본'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남의 휴대전화에 깔려 있는 주식앱을 열어 거래하려면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생체 인식 등을 통해 앱에 로그인해서 거래시 다시 비밀번호를 기입해야 하기 때문에 '헷갈려서' 보좌관 휴대전화를 들고 갔을 뿐이라는 해명은 여러 가지로 말이 안 된다. 의도적인 차명 거래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공직자윤리법에 위배되는 허위 재산 등록 의혹은 물론, 현직 법사위원장이자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 신분이기 때문에 기업의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관련 주식을 선취매했을 가능성까지 대두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국회 법사위원장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더팩트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쯤 정 대표에게 전화해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 자진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이 언론에 공지했다. 정 대표는 주식시장에서 어떠한 불법 거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처럼 조사 결과에 따라 이 위원장을 엄정 조치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권 대변인에 따르면 정 대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밤 9시 20분쯤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오늘 하루 저로 인한 기사들로 분노하고 불편하게 해 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 이상 부담드릴 수는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로 인한 비판과 질타는 오롯이 제가 받겠다"면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 죄송하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이춘석 의원의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불거진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정 대표는 5일 법제사법위원장인 이 의원의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2025.8.5. 연합
 

국민의힘은 모처럼 호재를 만난 듯 집중 공세에 나섰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춘석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며 "이 위원장은 법사위원장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위원장이 전날 오전 거래한 종목(네이버, LG CNS)이 그날 오후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AI) 국가대표에 선정되기까지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는 개미 투자자들이 아닌 이 위원장을 위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곧바로 이 위원장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위원장이 사용한 주식 계좌의 명의자인 보좌관 차 씨도 방조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비자금 조성 목적이 의심되는 이춘석 의원의 차명 거래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 김호경 기자 >

 
 

"특검 수사 발표되면 국민 가만있지 않을 것"
국회의결로 정당해산 심판 가능하게 법 발의

"이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고민해볼 것"
"내란 정당 해산" 서명운동 10만여 명 참여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2025.8.5.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 등을 만났지만 국민의힘을 만나지 않았다. 그는 우 의장을 만나서 "3대 개혁을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한다"고 했으며, 진보야당을 만나선 "동지" "민주개혁 진보세력의 일원"이라고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서는 "한 몸처럼 원팀으로 움직이기 위해 수시로 연락하고 의견을 조율했으면 좋겠다"고도 전하기도 했다. '내란정당' 국민의힘을 '패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국민의힘의 12·3 비상계엄 연관성이 확인되면 국회가 직접 정당해산을 추진하는 데 대해 "못 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아침 생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정권 당시 통합진보당은 내란예비음모로 정당이 해산되고 국회의원 5명이 직을 잃었다"며 "통합진보당 사례로 비춰보면 국민의힘은 열 번 백 번 정당해산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 수사 결과가 발표돼 윤석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이 내란의 중요임무·부하수행을 한 게 밝혀지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냐"라고 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제1야당인데 법무부가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래서 국회의결로도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려 심판청구를 할지 말지 결정하는 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국민 정당해산심판 청구법(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15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위헌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권을 정부에만 부여하고 있다. 이를 국회 본회의 의결로도 정부가 청구하도록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보당을 예방해 김재연 상임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5.8.5. 연합
 

정 대표는 대통령실과 정부 의견을 조율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다)"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와도) 제가 뜻이 확고하다면 최고위를 설득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당해산은 시민단체에서 먼저 나온 말이다. 국민의힘해체행동은 12·3 비상계엄 이후 결성돼 '내란 정당해산 청구 서명 운동'을 했다. 지난 6월 11일에는 10만 서명을 달성하기도 했다. 김혜민 국민의힘해체행동상임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를 밥 먹듯 침해하고도 여전히 국민의 혈세를 받아 가며 정상적인 정당인 양 행세하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며 "국민의힘 해체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