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 소속 의원 41명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 발족식을 열고 있다. 이들은 발족식에서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린 윤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탄핵연대를 계속 확대하고 탄핵 의결 정족수인 200명의 의원을 반드시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채 처리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무늬만 제3자 추천인 졸속 악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뺐더니 이번에는 악법이라고 우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마련한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문제 삼았던 내용들을 대폭 수용한 것”이라며 “수정안을 악법이라고 우기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일관성도, 논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수정안은 기존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13개에서 크게 2개(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명태균씨 관련 의혹)로 대폭 축소하고,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제3자(대법원장)가 갖는 내용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야당은 대법원장이 추천한 4명이 모두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런 수정안을 내놓은 건, 세번째 특검법까지 무산되지 않도록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탈’할 명분을 주겠다는 것이다. 14일 수정안 통과 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재표결이 이뤄질 예정인데, 최소 8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특검법 반대 ‘스크럼’을 풀지 않을 것”이라며 “개별 의원들의 양심과 결단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은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명씨가 경남 지역의 공공기관장 인사에 개입한 정황 등을 담은 추가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특검법으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6일엔 서울 광화문에서 당 차원의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 조국혁신당 등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 예정이다. 민주당은 재표결이 예상되는 28일까지 김건희 특검법 통과 촉구 1천만명 서명도 받기로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세번째 특검법 폐기’에도 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상설특검 후보 추천 때 여당을 배제하는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세번째 특검법이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을 우회할 ‘김건희 상설특검 요구안’ 처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네번째 특검법도 발의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의혹은 가라앉을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명태균씨 수사를 하고 있지만 ‘꼬리 자르기’ 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민주당의 사법방해 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이 ‘국민의힘 내분책’이라고 보는 국민의힘은 14일 표결에 불참할 예정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은 반헌법적이니 저희가 단호히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혜란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적절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수정안이 “졸속 악법”이라며 “특검을 무차별 정치공세에 활용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으로 특검 ‘방어막’을 칠 것으로 보인다.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본회의를 전후한)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추진으로 뜻을 모으고, 이후 야당과 협상은 원내대표에게 일임한다는 식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며 “표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가족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반대할 명분이 부족하고, 특검법 재표결 때 이탈표를 막으려면 친윤석열계도 특별감찰관 추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 한겨레 기민도 서영지 기자 >
녹취록엔 버젓이 대통령 공천 개입 근거 나오는데 김소연 "이준석이 시켜서 명태균이 윤과 전화" 주장 이준석뿐 아니라 김종인까지 화살 돌려가며 책임론
윤석열 변호인(?) 바람대로 움직여 주는 창원지검? 검찰 "이준석과 명 씨가 나눈 PC 카톡을 발견했다" '박정희 칭송' '강제징용 폄훼'…극우 행보도 논란
지난 11일 명태균 씨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가 MBC에 출연해 노영희 변호사와 토론을 하고 있다. 2024.11.13. MBC뉴스
극우 성향의 정치인이자 명태균 씨의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의 책임을 돌리면서, 사태의 핵심에 있는 대통령 부부를 적극 엄호하고 있다. 명태균의 변호인인지, 용산의 사주를 받은 대통령 부부의 변호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변호사의 행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황앤씨(총괄대표 황우여)의 대표 중 한 명인 김 변호사는 최근 명 씨의 변호를 맡았다. 이 소식을 들은 친윤계 인사들은 김 변호사를 '좌파 진영과 열심히 싸웠던 보수 우파 진영의 인물'이라며 환호했다. 이들의 '환호'는 각종 국정농단 의혹에도 개의치 않고 김 변호사가 윤 대통령 부부를 보호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한 명태균 씨와 동행한 명 씨 변호인 김소연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8. 연합
마치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처럼, 김 변호사는 명태균 씨의 변호인로 선임된 이후 국정농단 사건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책임을 부각시키며 윤 대통령 부부를 적극 대변했다.
일례로 검찰이 지난 2022년 김영선 전 의원 공천 발표 하루 전날 명 씨가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하자, 김 변호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준석'"이라며 "명 씨가 아무 맥락 없이 이 의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니다. 2022년 5월 9일 밤 12시 20분 이 의원이 먼저 명 씨에게 '윤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고 카톡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은 이 의원이 명 씨에게 먼저 카톡 메시지를 보냈고, 명 씨가 이 의원이 한 말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녹취했다는 것이다. 즉, 이 의원의 공천 책임을 내세우면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은 아예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명태균 녹취와 정반대되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해당 녹취에서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녹취는 명백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의 근거로 읽히지만,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의 계략에 윤 대통령과 명 씨가 넘어간 것이지 국정농단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소연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이준석 의원과 명태균 씨 사진. 2024.11.13. 김소연 변호사 SNS
더 나아가 김 변호사는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고까지 힐난하며, 이 의원의 책임론을 달구고 있다. 그는 "이준석은 성 상납 무고 사건 최종 불기소가 나온 9월 5일에, 공교롭게도 뉴스토마토에서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설의 시작인 칠불사 단독 기사가 나왔다"며, 이 의원이 윤 대통령 부부를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로 몰고 가기 위해 모종의 기획을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물론 당시 당 대표였던 이 의원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2022년 4월 3일 녹취에서 명 씨는 "이준석이가 공표나 비공표라도 김지수(당시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것(여론조사)을 가져오면 전략공천을 준다고 했다"고 했으며, 4월 30일엔 "경남 의창은 전략공천 지역이고 이준석에게 사정사정해서 전략 공천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에게 공천 책임이 있다고,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명 씨는 '대통령이랑 통화했는데'라고 과시하며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녹취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2022년 5월 9일 녹취에서 "대통령 뜻이라고 했다"며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잖아. 사모(김건희)와 대통령이랑 내가 전화 통화했는데 '나는 김영선이 (공천) 하라고 했는데'라고 하데. 이제 끝났어"라고 말했다. 명 씨의 당시 발언들을 종합하면, 이 의원의 책임으로만 돌릴 일은 아닌 것은 명백해 보인다.
김소연 변호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명태균 씨 사진. 2024.11.13. 김소연 변호사 SNS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런 와중에도 자신의 SNS에 "명태균은 김종인의 책사이자, 이준석의 비단 주머니"라며, 이 의원뿐 아니라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까지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는 "명 씨가 제시받은 자료는 주로 김종인, 이준석 등 정치인들과 명 씨가 나눈 PC 카톡 대화 텍스트"라며 "검찰은 아마 PC에서 취득한 정치인들의 카카오톡 텍스트를 들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많이 제시받고 질문받은 게 이준석, 김종인과의 카톡"이라고 적어 놓고, 김 전 위원장과 명 씨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맞춰 검찰은 마치 김 변호사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이미 검찰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개입 사태가 아닌 단순 정치자금 사건으로만 초점을 맞추고, 본말이 전도된 시나리오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검찰은 지난 12일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이 의원과 명 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검찰이 김 변호사의 주장 이후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부분은, 대통령 부부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배제하고 책임의 화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여론을 희석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러한 가운데 김 변호사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유리한 증거만 선택적으로 제시하면서 내세우는 주장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전달하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김소연 변호사는 '달님은~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재했다. 2024.11.13. 김소연 변호사 SNS.
윤 대통령 부부에게 '맞춤형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김 변호사의 행보는 그의 과거 이력을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극우 정치인으로 알려진 김 변호사는 과거 정치 활동을 하며 여러 파문을 낳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20년 추석 무렵 '달님은~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재해 '대통령 비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해당 현수막을 보고 분노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발하자, '대깨문'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또 대전시의회 의원 시절엔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상을 두고 "깡마른 징용 노동자 모델은 우리 조상이 아니고 일본 홋카이도 토목 공사 현장에서 학대당한 일본인"이라고 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어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왜곡된 역사 인식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극우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지난 1일 독재자였던 박정희를 '5천 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지도자'라고 칭송하며 경북도청 앞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자고 주장하고 성금까지 받고 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강혜경씨가 2024년 11월1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근처 한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방선거 공천을 미끼로 돈을 받은 사람이 검찰 조사에서 이미 드러난 3명 외에 최소 8명이 더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13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미 드러난 배아무개(구속영장 청구), 이아무개(구속영장 청구), 허아무개 3명 외에도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 사이에 최소 8명이 2022년 지방선거 공천을 부탁하며 미래한국연구소에 각각 1천만~3천만원의 돈을 냈다”고 말했다. 강혜경씨는 2022년 3월 대통령선거 때까지 명태균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으로 근무했다.
강씨는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유권자 500~1천명 대상 여론조사를 해주고 300만원 정도 받았다. 그런데 이들 8명에게는 1천만~3천만원을 받았다. 여론조사를 내세워 공천 청탁금을 받은 것”이라며 “실제로 명씨가 이들의 공천을 위해 위쪽에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8명 모두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했고, 미래한국연구소에 찾아와 돈을 돌려달라며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수사를 받고 있는 배씨 등 3명도 공천을 받지 못했다.
또 강씨는 “명씨는 이들에게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윤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장을 맡았던 김영선 전 의원을 소개해줬고, 일부에게는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 지역간부 자리를 줬다. ‘명씨에게 청탁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고 믿게 만들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명씨는 앞서 배씨와 이씨 등에게도 이처럼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돈을 받았다고 검찰이 명씨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에 적시돼 있다.
명태균씨가 지난 9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지검에 출석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20일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캠프는 추가 인재영입을 하며 김 전 의원을 조직총괄본부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장에 임명했다.
이들 8명 중 지방선거 당시 경북의 한 지역 예비후보였던 박아무개씨는 대선 당시 명씨 주선으로 부산 김해공항에서 윤석열 후보를 직접 만나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한 사실이 박씨 선거캠프 관계자가 촬영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윤한홍 의원 등 국민의힘 당직자도 있었다. 또 박씨는 해당 지역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장을 맡았고, 2022년 3월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의뢰하며 수백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이들 중 부산의 한 지역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송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명태균씨를 잘 알지 못하고, 신뢰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의뢰하지 않았다”며, 미래한국연구소 쪽과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천 청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명씨에게 돈을 주고 공천 부탁을 한 혐의로 이미 검찰 조사를 받은 3명도 모두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 지역간부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 한겨레 최상원 김영동 기자 주성미 기자 >
폭력 진압 중재 나선 의원을 기동대가 대놓고 폭행 조지호 경찰청장은 끝까지 인정 안 하며 사과 거부
"윤 퇴진" 부경대 학생들도 연행…신공안정국 조성 야권, 경찰청 경비국 예산과 특활비 등 삭감 경고 "평화 집회인데 물리적 충돌 장면 연출하려 진압"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지난 주말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의해 패대기쳐져 땅바닥에 뒹굴고 상의가 너덜너덜하게 찢겼던 사회민주당 대표 한창민 의원이 갈비뼈 골절상까지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의원과 사회민주당 측은 당시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명확하게 존재함에도 폭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시위 진압 담당자들을 조만간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조 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찰청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삭감하기로 했다.
사회민주당에 따르면 한 의원은 지난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대규모 무장 경찰의 폭력 진압 사태가 벌어지자 경찰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중재에 나섰다가 경찰 기동대에 의해 폭행당했다. 이로 인해 전신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고 가슴 통증이 발생했다. 휴일을 지나 월요일인 11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진행했더니 왼쪽 4번 갈비뼈가 골절되고 5번 갈비뼈가 멍들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늑골 골절로 출혈의 위험성과 합병증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손목과 손가락도 인대가 손상돼 부목 처치를 받았다.
사회민주당 임명희 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런 상황에서 어제 조지호 경찰청장은 한창민 의원의 부상이 경찰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현장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을 마치 기획한 것처럼 호도했다"며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해 다수 의원의 질타와 사과 요구가 이어졌는데도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의 뻔뻔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태도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한창민 의원보다 더 많이 다치고 경찰에 연행돼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많은 노동자가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충격받고 다친 시민들도 많으실 것"이라며 "경찰 105명이 다쳤다고 한다. 무리한 투입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도, 평화의 광장을 원했던 시민들도, 민중의 지팡이여야 했던 경찰들도 다친 것이다. 무도한 권력과 무책임한 지휘부가 우리 모두를 암울한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민주당 대표인 한창민 의원이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에 난폭하게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동영상 갈무리
한창민 의원 페이스북
사회민주당 측이 밝힌 경찰의 폭력 사태 전말은 다음과 같다.
-9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 대회 시작 전부터 경찰이 조합원과 시민의 진입로 통제. 한창민 의원은 오후 4시 20분경 행사 참석자로 본무대 앞에 착석. 양경수 위원장 발언 도중 해산 명령이 들려오고, 위원장은 충돌 자제를 요청. 본무대 왼쪽에서 진압 충돌이 벌어져 발언이 중단됨.
-한 의원은 노동자 시민의 안전이 걱정돼 진보당 윤종오 의원과 함께 현장 중재를 위해 달려감. 국회의원 신분을 밝히고, 도로 차선 확보를 위해 무리한 진입을 시도하는 기동대를 향해 안전을 우선으로 자제 요청. 현장 지휘관인 기동대장을 찾아가 대화 요구. 국회의원들이 잠시 진입을 중단하고 협의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할 것 요청. 기동대장이 연락처가 없다는 변명 일관. 경찰청장에게 요청할 테니 그 시간 동안 무리한 진입 없도록 재차 요청. 행안위 소속 윤건영 의원에게 연락해 현장 충돌이 우려되니 서울경찰청장에게 협조 요청을 전달함.
-이후 상황이 정리되기 전에 재진입이 시도되며 여러 곳에서 충돌이 발생. 추후 교통 법규 위반으로 고발하더라도 물리적 진입만은 하지 말라, 안 되면 1차선 정도만 열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말로 재차 자제 촉구. 기동대장과의 대화를 마친 가운데, 경찰이 진입을 시도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현장으로 다시 뛰어감. 현장에서 무리한 진압으로 다수의 노동자 시민들과 충동이 이미 발생한 상황.
-국회의원 명함을 보여주며 신분을 밝혔으나 경찰은 진압을 멈추지 않음. 충돌 자제 요청을 무시하며 오히려 한 의원 본인에게도 무력 행사. 다수 기동대원에게 둘러싸여 짓눌리고 목덜미가 잡혀 끌려 나옴. 옷이 찢기고 손톱이 깨지고 몸 여러 곳에 찰과상과 타박상 입음. 현장과 인도에 있던 유튜버, 시민들이 국회의원까지 폭력 진압하는 심각한 상황을 보고 채증. 한 의원은 다시 진입을 시도하는 경찰 맨 앞에 서서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을 막음.
그럼에도 조지호 경찰청장은 11일 경찰청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소한의 통로를 열어서 시민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라도 열고자 한 것으로 이게 강경 진압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명희 대변인은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무리하게 확보하고자 한 것은 시민 통행로가 아닌 2개의 차량 통행로였다"며 "경찰은 인도의 시민들이 집회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리어 막아 혼잡을 야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대오가 늘어나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공간 확보가 경찰의 임무다. 주최 측은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시민과 경찰의 안전을 위해 국회의원이 내놓은 중재안을 거부한 것은 도리어 경찰 측이다.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 폭행과 차로 점거 등 불법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1.12. 연합
다른 야당들도 '신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면 전환을 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경찰을 향해 강도 높은 규탄을 이어갔다.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경찰은 '영상을 봐도 한창민 의원이 다친 것이 경찰의 물리력 때문인지 확인이 안 된다'고 강변하는데, 그러면 한창민 의원이 스스로 목덜미를 잡고 바닥에 쓰러졌다는 말인가?"라며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부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운동을 진행하던 부경대학교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는 무조건 해산하겠다는 막가파식 발상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불통쇼로 끝나자 이제 경찰 등 국가폭력으로 '입틀막'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지난 2016년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숨진 일을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숨진 이후 박근혜 정권은 몰락했다. 윤석열 정권도 국민을 억압하려 들다가는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국민 등골 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이를 규탄하는 정당의 대표 갈비뼈도 부러뜨린다. 경찰이 국민 보호보다 정권 비호에 눈이 멀었다"며 "시민 통로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시위에 참여한 시민과 노동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한 이유는 빤하다. 2016년 촛불의 재연을 막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임에도 물리적 충돌 장면을 연출해 '촛불집회는 폭력이 난무하는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나 추경호 원내대표는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등 야당들이 불순한 세력과 결탁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래놓고도 참여 시민의 숫자를 신경 쓰는 것을 보면 윤석열 탄핵 집회 규모가 커질까 봐 불안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거 아니냐"면서 "이번 주말 야5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집회에는 전보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해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정치검찰 해체!'를 외칠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처럼 공안정국을 조성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 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로운 집회 시위에서 충돌을 유발하고, 온갖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비대를 투입시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심지어 11명의 집회 참가자를 연행해 그 중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역 국회의원까지 목덜미를 잡아 폭력을 행사했다. 지난 9일 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립대학인 부경대 캠퍼스에는 경찰력이 투입되기도 했다"며 "이 모든 장면은 박근혜 정부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권력의 남용이자 과잉이다. 윤석열 정부의 '신공안정국 조성'이라는 다분히 계획된 목표 아래 진행된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이런 의심은 9일 집회에서 보여준 경찰의 불공정한 집회 관리를 보면 더욱 굳어진다. 보수 단체가 진행하는 집회는 매우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경찰이 '황제 집회'를 보장해주고, 진보 단체의 집회는 일부러 충돌을 유발하고 토끼몰이 하듯이 참가자들을 몰아붙여 결국 일부 참가자들을 체포까지 했다"면서 "경찰청장은 국회 행안위 야3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조차 거부했다.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허황된 주장된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면서,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었음을 스스로 자인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더불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경찰청장의 사과가 없다면, 경비국의 관련 예산 전액과 특수활동경비, 특활비 등을 꼼꼼히 따져 공권력이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방안을 찾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동을 걸고 있는 신공안정국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