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2인자' 고동안 전 총무 등 3명 신병 확보
2021년부터 대선·총선 앞두고 신도들 집단 입당
윤석열 지원 '필라테스 작전'…총 6만여 명 규모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신천지 존립 어려워져"
민주 "이제 국힘이 직접 답해야…범죄 묵인했나"
"거대한 정치 개입 공작의 최종 배후 밝혀내야"

 

정당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4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검·경 합동수사본부에 출석하고 있다. 2026.6.4.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킨 혐의를 받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핵심 간부 출신 3명이 한꺼번에 구속됐다. 정교유착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대전고검장)가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1월 6일 출범한 이후 약 5개월 만의 첫 신병 확보다. 이로써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의 혐의 입증은 급물살을 타게 됐으며, 신천지와 결탁한 의혹이 있는 국민의힘 측을 향해서도 수사망이 본격적으로 조여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이만희 총회장의 최측근이자 신천지 2인자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회 총무와 홍 아무개 전 요한지파 총무, 양 아무개 전 시몬지파 총무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이날 밤 10시 55분쯤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경 합수본은 고 전 총무를 세 차례 소환조사한 뒤 지난 12일 이들에 대해 정당법 위반 및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고 전 총무 등은 2022년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온 윤석열을 돕기 위해 2021년 5~7월 신도들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강제한 혐의를 받는다. 2024년 4월 실시된 제22대 총선에 대비해 2023년 5월부터 이른바 '필라테스 작전'을 세워 신도들을 국민의힘에 다수 입당시킨 혐의도 있다. 정당법 42조는 개인의 자유의사에 의한 승낙 없이 정당 가입이나 탈당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합수본은 신천지의 당원 가입 행위로 인해 국민의힘 측 선거 업무에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고 업무 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합수본은 이렇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신천지 신도 수를 총 6만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사 초기엔 신천지 고위 간부 출신 최 아무개 씨 등 내부 고발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교단 측이 정한 할당량에 따라 신도 약 5만 명이 입당한 것으로 봤지만, 이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총회 본부 및 전국 12지파 산하 교회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입수한 자료와 국민의힘 당원 명부 등을 비교해 더욱 늘어난 수치를 구체적으로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의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시기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2007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시작됐다는 증언 및 증거도 확보했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신천지가 전국 12지파에 하달한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 문건. 청년부·장년부·부녀부에 걸쳐 총 1만 670명의 신도를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신천지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정책부장을 겸직하며 입당 작업을 관장하는 등 교주와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무 등이 구속됨에 따라 합수본은 정교유착의 정점인 이만희 총회장에 대해서도 머지않아 신병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합수본은 이미 전·현직 신천지 간부들을 통해 당원 가입 지시가 이 총회장으로부터 총회 총무→각 지파장→교회 담임→청년회·부녀회·장년회 경로로 하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지난 4일 이 총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해 7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이 총회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이 총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 지원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 여러 교회를 총괄하는 지파장을 지낸 내부 고발자 최 씨는 합수본 조사에서 "2021년 5~7월 본격적으로 신천지 신도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며 "이만희 총재가 전국 청년회장, 부녀회장, 장년회장 등에게 지시를 내렸고 당시 신천지 총회 총무가 당원 가입을 주도했다"는 요지로 진술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를 밀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신천지가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면서 "이 후보를 막을 수 있는 건 윤 후보밖에 없었고, 검찰총장 재직 시절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막아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윤석열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3월 경찰은 코로나19를 급격히 확산시킨 신천지 대구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두 차례나 반려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코로나19 슈퍼 전파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즉각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휘했음에도 윤석열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끝까지 거부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세계일보 단독 보도에 의하면 내막은 따로 있었다. 윤석열은 당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이만희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전 씨는 "이만희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靈媒)이고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신천지의 역할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장 재직 시절인 2022년 8월경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를 경북 청도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난 일이 있었다"며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신천지 신도 10여만 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후보를 도운 것은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코로나 사태 때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청구 못 하게 막아줘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고 했다. 지금도 그 신도 중 상당수는 그 당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종교단체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 집단 당원 가입 의혹'과 관련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다시 나섰다. 앞서 합수본은 지난달 27일에도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중지한 바 있다. 2026.3.3. 연합
 

더불어민주당 전수미 대변인은 18일 오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신천지의 '정치 잠입극'이 마침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종교의 탈을 쓴 특정 세력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 정치에 마수를 뻗쳤다. 정교유착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필라테스 프로젝트라는 암호명 아래 자행된 범죄의 규모는 가히 충격적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가입의 자유를 심각하게 유린한 것이다. 신앙을 무기로 신도들의 정치적 양심마저 강탈한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국민의힘이 직접 답해야 할 차례이다. 5만 명의 특정 종교 집단이 밀고 들어와 경선판을 흔드는 동안 국민의힘은 과연 이를 몰랐나. 아니면 알면서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철저히 이를 묵인했는가. 국민의힘은 피해자 행세를 멈추고 국민 앞에 뼈저린 반성과 진상 규명을 약속해야 마땅하다"면서 "수만 명의 신도를 마치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배후가 고작 중간 간부일 리 없다. 군사 작전하듯 하달된 지시의 정점에는 이만희 총회장이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성역 없는 수사로 이 거대한 정치 개입 공작의 최종 배후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