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자택 예정지에 지지자들 발길2022년 2월 12일 박근혜씨가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사저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
 


"박근혜 대통령님을 지키겠습니다."

눈물로 호소하며 후원금을 모으고 책을 팔았던 그들이, 이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집을 가압류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와 운영자 김세의씨의 이야기입니다.

박근혜씨의 대구 달성군 사저가 가세연과 김세의씨에 의해 가압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30일 김씨 등이 박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총 10억 원(김세의 9억, 가세연 1억)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통령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과연 이것이 그들이 말하던 '의리'이자 '애국'이었을까요? 아니면 철저한 '비즈니스'였을까요?

'남은 10억' 두고 갈리는 양측의 주장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근혜씨가 사면 후 머물 대구 사저를 매입할 당시, 자금이 부족하자 김세의씨가 21억 원, 가세연이 1억 원, 강용석 변호사가 3억 원 등 총 25억 원을 건넸습니다.

당시 김씨는 이 돈에 대해 "내 개인 돈이다. 과천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금"이라며 박씨를 돕기 위한 순수한 호의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박씨 측은 이미 15억 원을 갚았지만, 남은 10억 원의 성격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박씨 측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세의씨가 (옥중서신) 판매이익금 10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었다"며 "빌린 25억 원에서 이 판매이익금을 제하면 15억 원이 남기 때문에, 박씨는 빚진 15억 원을 가세연에 모두 갚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가세연이 옥중서신으로 7억 원가량을 벌었다고 알려왔었는데, 설령 구두 약속을 없었던 일로 치고 이 계산을 따르더라도 남은 빚은 3억 원"이라며 "그런데 돌연 가세연이 10억 원을 청구 소송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박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반면 김씨는 "오히려 가세연이 이용당했다"며 "판매이익금으로 10억 원을 변제해주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고 맞섰습니다. 김씨는 "남은 10억 원에 대한 정산 협의를 위해 유영하 의원과 박씨 측에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지만 모두 답이 없었다"며 "박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지만, 협의 요청이 계속 묵살돼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마케팅'으로 번 돈, 그리고 가압류

2022년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SNS에 "박근혜 대통령님 책 판매 현황 공개"라며 올린 게시글 ⓒ SNS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쟁점이 된 10억 원은 가세연이 펴낸 박근혜씨의 옥중서신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의 수익금과 직결됩니다.

지난 2022년 보수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가세연 측은 박씨의 옥중 서신을 엮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그해 2월 25일까지 20만 5194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은 19억 8288만 5517원입니다. 인쇄비와 기타 비용 등 14억 120만 5007원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5억 8168만 510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순수익은 향후 박씨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는 과거 발언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2021년 옥중서신 출간 당시 김씨는 "책 수익금은 모두 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가세연은 단 1원의 수익금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가세연은 2018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슈퍼챗으로만 24억 원 넘게 벌어들이며 국내 유튜브 채널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박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결집한 보수 지지층의 지갑에서 나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박통(박근혜씨) 팔아서 슈퍼챗 받고 후원금 챙겨 호의호식해 놓고, 이제 와서 빌려준 돈이라며 압류를 거느냐"며 "그때 받은 슈퍼챗부터 토해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국 돈 앞에서는 대통령이고 뭐고 없는 것 아니냐. 이것이 보수 유튜버들의 민낯"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가압류 결정이 갖는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강력한 법적 조치입니다. 박근혜씨는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집을 팔 수도, 담보로 잡힐 수도 없게 됐습니다.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했던 이들이 박씨를 사실상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칼을 빼 든 셈입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팀킬이다", "보수는 돈 앞에 답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박근혜씨를 앞세워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슈퍼챗을 챙기던 '애국 비즈니스'의 끝이 결국 가압류라는 사실은 씁쓸함만 남깁니다.                              < 임병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