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시대 반도체 주도 취지
‘5극3특’ 국가 균형발전과도 맞닿아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국가 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핵심 생존전략”이라며 “우리가 쌓아 올리게 될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에이아이)의 성과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해당 사업을 이재명 정부의 ‘시그니처 사업’으로 규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3대 메가프로젝트’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초격차 산업강국으로의 대도약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강조하며 “이 자리가 막중한 과업을 수행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초격차 산업강국’을 강조한 것은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 속에서 맞이한 ‘인공지능 대전환’ 시대에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5극3특’(5개 초광역권, 3개 특별자치도) 국가 균형발전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기엔 자원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수도권 집중 정책을 취했다. 요즘 말로 하면 소위 ‘올인’하는 전략을 취했다”며 “그러나 요즘은 집중에 따른 비효율이 심화되면서 수도권은 폭발 직전, 지방은 소멸 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호남 지역은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오히려 기회의 요인이 된 측면이 있다. 용수도 풍부하고 특히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이 바로 서남해안 일대”라며 호남권에 ‘제2의 반도체 생산 거점’을 두는 방안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그룹은 이날 호남에 8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 팹 4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번 프로젝트 성패가 이재명 정부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민간 투자와 결합된 만큼, 실행 속도와 성과 창출 여부가 향후 국정 동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 대통령이 국정 2년차를 맞아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정부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사업이자 역사적인 과업인 만큼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안에 사업에 대한 직할 담당관을 두고, 제가 직접 챙기고 신속하게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직접 키를 쥐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 실장 역시 “이 대통령이 프로젝트 추진 상황을 직접, 그리고 수시로 챙기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8월 반도체특별법이 시행되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은 30일 광주에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이 회장은 다음달 2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투자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이 정책이 정권을 넘어서 앞으로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법 혹은 특구 지정 같은 반영구적으로 제도화된 지원책”이라며 “전기나 산업용수, 인력 양성, 정주여건 형성, 주택지구 조성 등 다양한 인프라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처 간에 얽혀 있는 제도적인 난맥상도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서영지  정혜민 기자 >

 

이 대통령 “충청, AI 혁신 중심으로…이재용 투자 압박설은 구태”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한테 압박해서 삼성전자가 (지역에 대규모 투자) 결정한 거 아닐까 구태적인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렇게 하면 기업경영을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을 압박해 대규모 지방 투자를 끌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축사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고, 우리가 가장 선두에 달려나가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가장 선진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며 “과거 관치 행정하던 시절 생각으로 (기업에) 압력을 넣어서 강제로 (투자하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기업을 설득하고, 기업이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또 이를 위해 정부의 재정이나 역량이 투입돼야 한다”며 “무조건 오라고 압력 넣는다고, 요즘 세상에 기업들이 옮겨오는 데가 어딨냐”고 말했다.

 

또 대규모 지방 투자를 ‘지방 나눠주기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단체장들은 가끔 주민들에게 ‘왜 우리 동네는 안 되는 거야’라는 지적을 받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분열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생존이 위협받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지금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방균형 발전, 수도권 분산, 또 지방 중심 성장 전략”이라며 “가능하면 가장 좋은 입지에 기업들이 입지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건 선물 나눠주기가 아니다. 광주에 반도체 팹 한 개, 어디에 한 개 이런 식으로 하면 기업 운영을 할 수가 없다”며 “그런데 이걸 왜 나눠주지 않냐, 이렇게 접근하면 안 된다.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여기서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가 하는 일, 정치가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왜 우리 동네 안 나눠준다고 화내고, 주민들은 섭섭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부화뇌동해서 같이 화내고 그러면 그 동네가 발전이 되겠냐”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원고에 없던 것이다. 국민의힘이 정부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 기업 투자는 정부의 투자 환경 조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앞서 충청권을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향해 “이 회장의 말씀을 들으며, 고 이병철 회장께서 1983년 도쿄에서 반도체 산업 진출을 선언하셨던 역사적 순간이 떠올랐다”며 “그날의 선견지명이 대한민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만들었듯이, 오늘 이 회장의 결단이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선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기에 오늘 발표한 투자계획들은 단지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충청권으로 확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성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신뢰의 약속이자,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향한 담대한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156조원, 에이아이(AI) 데이터센터 150조원, 기타 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에 86조원을 포함해 충청권에 총 39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태다.                                                   < 서영지  고경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