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광주일고 찾아 허리 숙여 사과
광주일고 “화해하며 더 성숙하게 성장하자”

“꿈과 희망이 담겨야 하는 야구장에서 배재고 선수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으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광주제일고 선수들과 학부모, 광주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달 29일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상처가 일주일 홍역 끝에 눈물 담긴 사과와 따뜻한 화해의 말로 아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6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를 방문한 서울 배재고 야구부 36명 전원과 학부모, 지도자, 교직원들은 광주일고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을 향해 허리를 크게 숙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까지 포함해 80여명인 방문단이 광주일고 교정에 들어설 때부터 일부 배재고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광주일고 강당에서 열린 사과 행사에서 배재고 야구부 주장은 “이렇게 귀한 시간 마련해주신 광주일고 관계자 여러분과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뗀 뒤 “저희 팀 모든 선수가 진심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야구를 떠나서 인성이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다시 한번 배웠다”고 말했다.

권오영 배재고 야구부 감독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잊고 있었고, 저희의 지도 방식이 올바른 본보기가 되지 못해서 부끄럽다”며 “ 모든 분의 상처를 보듬기에 한없이 부족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끊임없이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자로서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효준 배재고 교장도 눈물로 사과했다. 이 교장은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에 대해 말하며 눈물을 훔친 뒤 “이제 화합의 미래로 나가야 한다. 가슴속 깊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과 감독은 자필로 쓴 사과문 두 통을 전달하며 허리를 숙였다. 광주일고 야구부 학생들과 교직원 등 50여명은 사과를 받아들였다.
광주일고 선수 대표는 사과에 대해 “이번 일은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조윤채 광주일고 야구부 감독도 “힘든 한주였다”고 소회를 밝힌 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실수는 반성하면 되고,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가슴에 묻기보다는 서로 화해해야 더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경기한다면 정정당당하게 멋진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오히려 배재고 쪽을 위로했다. 이 교장은 “어머님(학부모)들이 들어오실 때부터 눈물 흘리고 계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학생들도 울먹이고 있다”며 배재고 학생들에게 어깨를 펴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어깨 움츠리지 마시고 고개 들고 다음에 저희 학생들과 만날 때 정말 당당하게, 서로 기량을 맘껏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치는 게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고 했다.
배재고 학생들은 광주일고 교정에 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한 뒤 광주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에도 참배하며 사과 일정을 마무리했다. 묘지 참배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과 함께 배재고 총동창회장인 배우 임호씨, 광주일고 동문들이 동행했다. 묘지 참배 전 이규연 교장은 정 교육감을 따로 만나 “아까 학교에서 말하지 못했는데 배재고 야구부의 재심에 신경 써달라”고 말했고, 정 교육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도중, 상대인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더그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고함을 질러 ‘혐오 응원’을 한 배재고 쪽에 출전정지 6개월을 통보했다.
정 교육감도 참배 현장에서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과 관계자, 광주 시민,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행동을 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적 회복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 김용희 기민도 기자 >

"5·18 성역화" 망언 이병태 부위원장 결국 사퇴
청와대 사퇴 권고 발표 두 시간여 만에 백기
배재고 징계에 "표현의 자유 보장" 억지
헌법과 형법에 규정된 것 이해 못한 발언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 없는 궤변
총리급 예우 누리는 공직자가 이런 처신
'실용과 통합' 정부 인사 적절성 돌아봐야
배재고 선수 36명 전원 광주제일고 찾아
"많은 고통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지역 비하 응원 중징계에 대해 '5·18이 성역이 됐다'고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던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6일 자진 사퇴했다. 청와대가 사퇴를 권고한 지 두 시간여 만에 '백기'를 들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부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전해왔고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앞서 청와대는 "책임과 권한이 큰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임명된 주요 구성원으로서 정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며 "이후 사안이 매우 엄중한 까닭에 이병태 부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이병태 부위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중"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 외연을 확장하는 포용의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 옛 트위터)에 “예상 밖 결과에 당황을 넘어 황당함을 느낀다”며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이번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는 조직과 인사의 실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지목한 발언도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결국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임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능력보다 네 편 내 편을 더 중시해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직격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즐겨 쓰던 말인데, 이재명 대통령도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한다. 그런데,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실제로 인사를 잘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때때로 잘못된 인사로 국민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어 세간에 ‘인사가 망사(亡事)’라는 조롱 섞인 말이 돌기도 했다.
정권마다 초기 인사에 대한 비판적인 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실망을 주는 인사가 자주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중용),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중용),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출신 중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사를 고속승진시킴으로써 내란 정권의 탄생을 초래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때때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인사로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특히 이번에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이병태 부위원장이 “5·18이 성역화됐다”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등 논란이 발생해 청와대가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공개 경고한 일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통합’을 내세운 인사스타일의 적절성 여부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 부위원장의 발언들을 들여다보자. 그는 지난달 29일 배재고가 광주제일고와의 야구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부적절한 혐오 구호를 외쳐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고 했고,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사퇴 요구에 대해선 “비판도 표현의 자유”라며 일축했다. 이 부위원장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의 자유 그리고 야구 응원 구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표현의 자유는 다수가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처벌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응원 구호가 적절했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면서도 “부적절했다면 비판하면 된다. 그 비판도 표현의 자유지만, 발언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했다.
이와 다른 갈래로 이 부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수백조 원 규모의 사업이 현 대통령 임기 내 큰 진척을 이루기 어렵다”는 등의 주장을 내놓아 구설에 올랐는데, 그는 과거에도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인 것이다. 반일이 반대로 비정상”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이 부위원장은 “내 의견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라며 “표현의 자유는 옳고 바른 말을 할 권리가 아니라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그가 이런 주장을 내세울 만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인지를 살펴보자.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대학원 경영학 박사라는 학력을 갖고 있고,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와 학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언급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법학적 견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그가 법학을 공부한 경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보편타당한 학문적 근거 없이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멋대로 피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서 그의 무모함이 매우 놀랍다.
이제 이 부위원장 발언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자. “표현의 자유는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이다(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기본권이다)”,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표현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그의 발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허황된 것인가를 대한민국 헌법의 틀 안에서 살펴보자.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표현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권의 핵심적인 것이고 민주사회의 초석이 되므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는 아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안 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서는 안 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도덕률에 위반해서도 안 된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며, 이 내재적 한계를 위반한 표현의 자유는 그 자유를 남용한 것이 된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헌법 제37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과 법리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는 가급적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자유는 아니며, 이렇게 보는 것이 법학계의 기본입장이고 판례이다.
만일 이 부위원장의 주장대로 표현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고 본다면, 명예훼손죄·모욕죄 등의 형벌 규정(형법 제307조, 제311조)도 위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은 타인에 대해 명예훼손적·모욕적 표현을 할 자유를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다”라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또 가령 어떤 사람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면서 다수의 사람에게 수치감과 불쾌감을 안겨 줘도 이를 비판·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을 부인하는 것인가? 이런 식의 주장은 법리적 근거와 사회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그 자신만의 궤변에 불과하다.

이상 간략히 살펴본 바를 통해 이 부위원장의 인식과 발언이 얼마나 법적으로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의 본질과 한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은 성찰 없이, 아무런 법학적 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의 허튼 생각을 함부로 세상에 퍼뜨리는 것은 책임 있는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다.
법학은 사회적 통념과 상대적 원리를 기초로 당위론적·가치론적 입장에서 정의로운 질서를 탐구하는 규범학문이다. 타인 내지 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는 자신만의 헛된 생각이 마치 ‘세상을 규율하는 유일한 진리인 양’ 처세하는 것은 혹세무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매우 위험하다. 더욱이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부위원장이라는 고위 공직(총리급 예우를 받는 직책이라고 한다)을 맡은 사람으로서 함부로 할 얘기인가. 참으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이재명 정부의 탄생과 성공을 지지해온 많은 국민들이 이병태 부위원장을 공직 부적격자로 생각해 분개하고 있다. 상당수 국민은 이런 사람을 고위 공직에 임명한 대통령의 인사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잘못이 아니라 이러한 자를 고위 공직에 발탁한 이재명 대통령의 잘못이다”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 이선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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