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내란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특검의 시계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내란의 실체는 여전히 흐릿하다.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의 활동 종료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출범 당시 품었던 일말의 기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보여지는 성적표는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는 거대한 벽을 실감케 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관저 이전 의혹을 비롯해 내란·외환 의혹,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며 핵심 인사들을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이어왔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핵심 인물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고, 일부 사건은 기소와 구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특검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는데, 조희대 사법부의 시간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내란 범죄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군, 정보기관, 경찰 등 국가 권력의 핵심 축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 지시와 보고, 실행과 은폐라는 일련의 과정을 입증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대조하고 수십 명의 진술을 맞춰야 하기에 신중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신중함이 지나쳐 사법정의의 시계가 멈춘 듯 보인다면, 특검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사를 방해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나경원, 김기현, 윤상현, 권영진 의원들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장 집행을 막아선 행위를 정당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 주장하며, 오히려 특검을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물론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만드는 입법부의 구성원이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겠는가. 법치주의는 법이 마음에 들 때만 존중하는 원칙이 아니다. 절차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법치의 정당성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반복되는 집단 대응과 강경한 공세는 수사의 정당성을 다투는 차원을 넘어, 사법 절차 자체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행태로 비칠 뿐이다.

 

물론 특검 역시 성과에 집착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압박해서는 안 된다. 내란 사건은 결코 서둘러 결론 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정해진 수사 기간 내에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경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로 넘길 수도 있지만, 그 피해는 특검의 실패를 넘어 사법 정의 전체의 상처가 될 것이다.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뒤흔든 초유의 사건이다.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공화국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너무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가 지체될수록 진실은 흐려지고 책임은 희미해지며, 국민의 피로감만 깊어지기 때문이다.

 

특검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이제 얼마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나 진영 논리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실 확인과 법에 따른 책임의 완수다. 내란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홍순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