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한 미국 대사, 인준 마치고 곧 서울로
극우는 학수고대, 진보 진영은 다시 저항 고조
촛불행동, 미대사관·청와대 앞 잇단 기자회견
"윤석열 지지, 부정선거 설파, 극우와 한통속"
"범죄기업 쿠팡 두둔에 미국 '전쟁 사신' 역할"
"청와대는 미셸 박 스틸의 신임장 받지 말아야"
광주전남 진보 단체들도 부임 강력 반대 회견
미 상원 인준안 표결 때 반대 39표나 나오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3일 지명한 미셸 박 스틸(70) 주한 미국 대사가 조만간 서울에 부임할 것으로 전해지자 시민사회에서 다시금 저항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 시절 맹렬한 트럼프 지지자로서 초강경 반중·반북 노선을 고수했으며 부정선거론에도 동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스틸 대사가 처음 지명됐을 때부터 전한길 씨를 비롯한 국내 '윤 어게인' 극우 진영은 열광한 반면, 민주진보 진영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의 아그레망(외교사절 동의) 거부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 "주한미국대사는 매우 위험한 극우"…대규모 반대 성명 ☞ 미셸 박이 '천군만마'란 극우…"이재명 끝장, 윤석열 구원"
이제 마지막 관건은 이재명 대통령의 신임장 제정식 개최 여부로 모아진다. 촛불행동은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가 스틸 대사의 신임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국내외 15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미셸 스틸 거부 선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신임장(Letter of Credence)은 파견국의 국가원수가 접수국의 국가원수에게 새로운 외교사절(대사)을 정식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로, 신임 대사는 주재국에 도착해 국가원수에게 신임장을 공식 전달하는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자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로서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전날에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촛불행동은 이날 다시 "주권자 국민은 미셸 스틸 주한미대사를 거부한다. 윤석열을 만난 날을 '내 생애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했던 미셸 스틸은 외교관이 아니라 윤석열을 지지하고 부정선거론을 설파하며 국내 극우세력과 한통속인 미국판 윤 어게인"이라고 규정한 뒤 "미셸 스틸은 미국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범죄기업 쿠팡을 두둔하고,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재원과 이행 계획까지 따지겠다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자가 주한미대사로 부임한다면 외교관이 아니라 식민지 총독 행세를 하며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고 한국 경제를 수탈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또한 미셸 스틸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행동에 한국을 동원하겠다는 속내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낸 자이다. 주한미군기지를 대만 전쟁과 한반도 전쟁을 위해 전초기지화하겠다는 미국의 전쟁 구상을 현실화하려 부임하는 '전쟁 사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셸 스틸은 이재명 정부를 전복시키고 전쟁 정부를 세우기 위해 내란 극우세력들의 반정부 소요 사태를 지휘할 현지 지휘관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부정선거 음모론자 모스 탄을 한국으로 보내 국내 극우세력들의 부정선거 난동을 부추긴 미국이 내민 다음 카드"라며 "주권자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외교관이 아닌 미국판 윤 어게인, 전쟁 사신 미셸 스틸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주권자 국민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청와대는 미셸 스틸 신임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해 오는 주한미대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을 믿고 미국에 당당히 맞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극우 인사 미셸 스틸은 한국에 오지 마라!" "청와대는 미셸 스틸 신임장을 받지 마라!" "전쟁 사신 미셸 스틸 거부한다!"고 외쳤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광주전남촛불행동, 국민주권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도 전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광주청사 5층 예결위회의실에서 '미셸 스틸 주한미대사 부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미셸 스틸의 대사 지명 소식에 극우 유튜버 전한길은 '철저한 우군'이라며 반겼고, 극우 변호사 서정욱은 '천군만마'라고 칭했다"면서 "이런 자가 대사로 오면 '윤 어게인' 세력을 지지·지원하는 것을 넘어 지휘하며 촛불 국민이 세운 이재명 정부를 흔들고 종국에는 전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미셸 스틸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북·반중 매파'로 꼽히며 대만 유사시 한국이 대만을 도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얼마 전 주한 미국 대사 인준청문회에서는 강력한 한미일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도·태평양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면서 "자국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관해 사죄하지도 않은 일본과 맹목적으로 관계를 개선하라고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한미일 사이 군사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는 중국·북한 등 주변국과의 전쟁에 한국을 돌격대로 내세우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금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패권 유지를 위해 동아시아를 새로운 전장으로 찍고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권역의 지속 지원 거점이다' '한국은 중국을 겨눈 비수'와 같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의 말들을 통해 미국이 동아시아 전쟁에 한국을 병참기지,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속셈을 알 수 있다"며 "미국의 전쟁 구상과 미셸 스틸의 지향은 정확히 일치한다. 지금처럼 살벌한 전운이 감도는 정국에 이 땅에 오는 미셸 스틸은 전쟁을 함께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주한 대사로 이런 자를 지명하고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준을 강행한 것은 한국을 자국의 하위 종속국으로 취급하는 오만한 도발"이라며 "우리는 미국판 윤 어게인, 전쟁 사신 미셸 스틸의 주한 미국 대사 부임을 거부한다"고 단언했다.
스틸 대사의 인준안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 연방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찬성 55표에 반대가 39표나 나와 미국 의회 내에서도 반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한국계 미국인 최초의 주한 미국 대사였던 성 김 전 대사의 경우 2011년 만장일치로 인준이 됐으나, 이번엔 민주당 및 무소속 계열 의원 상당수가 스틸 대사의 성향과 전력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며 반대표를 던졌다.
한국 정부가 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사전 동의를 뜻하는 '아그레망'을 부여함으로써 한미 양측의 행정적 절차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스틸 대사는 지난달 26일 미 국무부에서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주재로 취임 선서도 마쳐 이제 한국 청와대에서의 신임장 제정식만 남았다. 주한미국대사관은 8일 엑스(X) 계정을 통해 "스틸 대사는 곧 서울에 부임할 예정이며, 양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첨부된 동영상에 등장한 스틸 대사는 영어로 "다음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곧 여러분을 직접 만나 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6·25 전쟁 발발 이전 북한 평안도에서 월남한 부모를 둔 스틸 대사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한국명 박은주) 중·고교 시절은 일본에서 보냈으며 일본여자대학 1학년을 마친 뒤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1981년 변호사인 숀 스틸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과 결혼했다. 평범한 전업주부로 지내다 1992년 LA 폭동 사건을 계기로 정계에 입문, 지역 정가 거물인 남편의 지원에 힘입어 2020년과 202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의원으로 두 차례 선출돼 반중·반북 매파로 활약했으나 2024년 낙선해 3선에는 실패했다.
트럼프는 그에 대해 "공산주의에서 탈출한 '아메리카 퍼스트' 애국자"라고 찬사를 보내는 등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가 전문 외교관 대신 맹렬 충성파인 측근 정치인을 발탁하면서 앞으로 무역 관세, 대미 투자, 방위비 분담, 대중국 봉쇄 전략, 한미일 공조 강화 등에 대한 백악관의 의중이 주한미대사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돼 이재명 정부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틸 대사는 하원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에 강력 반대하는가 하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미화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상영되도록 주선해 진작부터 국내 보수·극우 진영의 주목을 받아왔다. <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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