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무감각, 위험한 헌법경시 풍조

● 칼럼 2026. 5. 9. 01:4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편집인 칼럼- 한마당]  무감각, 위험한 헌법경시 풍조

 국내외 동포들의 헌법경시 일반화...다시 헌정파괴 사태 온다면 누굴 탓하나

 

홍순구 작가

 

헌법은 나라의 정체성과 국정방향을 규정한 법적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통치구조와 운영 원칙을 규율하고, 국민의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최상위 법으로, 모든 법률의 기초가 되는 ‘법 중의 법’이다. 그 위상에 있어 국민정신과 국가의 혼맥(魂脈)이 담긴 가치규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헌법을 위배하면 반헌법이 된다. 삼권분립과 공직의 규범을 어긴 정치권력과 공직자들이 탄핵대상인 것은 헌법에 반한 때문이다. 박근혜가 국회의 탄핵소추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되고, 12.3 친위쿠데타로 윤석열이 탄핵, 파면되어 징벌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와 재판, 국정조사에 드러난 권력 사유화와 국정을 망가뜨린 행태는 법적 형벌이라도 처할 수 있고, 그 정도에서 멈췄기에 천만다행이나, 돌아보면 윤석열 정권의 헌법 무시는 해도 너무했다. 의법 조치마저 할 수 없는 반헌법적 일탈, 특히 국민정신과 자존에 상처를 준 일들은 얼마나 많았고 심화시켰는지, 오히려 심각했다는 생각이다.

 

독립기념관장을 필두로,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 민족 정체성에 직결된 역사문화 연구 보존과 학술적 근거를 쌓아나갈 국가기관 챔임자들을 모조리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물들로 채워 넣었다. 엄연히 헌법에 명시된 3.1운동과 독립투쟁사를 평가절하 하며 ‘5.18은 북한군 개입’ 운운하는 자들에게 잔치판을 깔아준 것이다.

 

그들은 3.1운동 당시 “일본 제국주의 통치에 대한 도전이자 국법질서를 흔드는 위험한 선동”이라느니,“독립은 허황된 꿈이다 조선의 발전과 민족문화 향상은 오직 일본의 힘으로만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은 이완용 등 친일파와 다를바 없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지 1년이 넘은 지금도 대부분은 ‘법적임기’을 붙들고 숨을 죽인 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들이 역사관이나 가치관을 바꾸고 회심했다고 믿을 근거는 아무 것도 없는데.

 

지난해 21대 대선에서 많은 이들은 파면당한 대통령을 배출했던 정당 후보의 완패를 점쳤지만 결과는 무려 41.15%나 득표했고, 당선자와는 겨우 8.27%p 밖에 격차가 나지 않았다. 4할이 넘는 국민이 헌법을 짓밟은 세력에 표를 주었다는 이야기다.

 

최근 요란한 지방선거 여론조사도, 이른바 ‘윤 어게인’세력과 인물들을 지지한다는 국민이 많다. 특히 TK지역은 무슨 상관이냐는 듯 지지세가 대략 40% 이상에 달하고, 선거 한달 전인데 이미 당선 확정됐다는 지역도 있다. 내란옹호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 문제삼는 자들이 문제라는 시각인 것이다. 그런 민심에 기대 계엄해제 방해혐의로 기소된 인물까지 버젓이 공천한 당에서는 파면 대통령의 최측근 비서실장이 왜 나만 외면할 거냐고 큰소리 치는 기막힌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전범(典範)을 만들었다는 한국에서, 오늘 이런 반헌법적이고 반 민주적인 일들이 어찌 횡행하게 되었는가. 거슬러 올라가면 민족사와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데 치명상을 입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곧 ‘반민특위’ 무력화가 그 뿌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부가 기미(己未) 삼일운동으로 건립돼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헌법 전문에 명시해 공표하고도, 이를 부정한 원조 친일세력 척결을 못한 데서 역사정의가 좌절되며 헌법경시가 일상에 젖어든 것이다.

 

올해 46주년을 맞는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개헌안이 국회문턱에 있다. 한국 민주주의를 위기에서 구한 시민항쟁으로 헌법에 그 정신을 담아 기려햐 한다는 여망이 강하다. 하지만, 헌법에 실리면 폄훼와 부정적 시각이 사라질 것인가. 시민들을 압살했던 전두환이 단 한마디 사죄없이 천수를 누렸고, 그 앞잡이로 승승장구 호의호식한 자들, 민주인사들을 고문, 조작살인까지 저질렀던 자들이 여지껏 훈포장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5.18 왜곡처벌법을 조롱하며 억지를 부리는 자들이 헌법인들 두려워할까 말이다.

 

국내의 그런 인식과 분위기는 해외동포 사회도 멍들게 하고 있다. 다시 5.18 항쟁의 기념식이 다가오는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며 국가기념일이라는 공식 의미부여에, K-민주 역사문화 자산으로 자랑스럽게 기념할 민족행사임에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시선은 46년 전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호주머니 돈을 모아가며 지키고자 하는 동포들의 의로운 뜻과 모국을 향한 충정을 가상히 여길 만도 하련만, 진보적 민간 동포단체가 개최하는 행사여서 떨떠름한 것인지, 국가행사로 기념하면 인식과 호응도가 달라질 것인지… 안타까움이 교차할 뿐이다.

 

 

권력자들의 헌법경시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국민들의 헌법존중과 헌법 준수의지가 강할 리가 없다. 헌법을 소홀히 여기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들 또한 헌법을 도외시할 터이니, 누가 먼저랄 것 없는 악순환이요, 언제 다시 헌정파괴와 중단 사태가 재발한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가 위기에 몰릴 때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1항과 2항을 소리 높여 외치곤 한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머슴들이 헌법을 무시하고 주인 행세하며 국정을 유린하는 꼴을 좌시할 수 없다는 불호령이다. 대다수 국민이 그러한 헌법의 정신과 중요성을 깨닫고 존중하며 지켜 나갈 때, 헌법 파괴자들이 감히 표를 달라고 뻔뻔한 낯짝을 내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가 올 때 진정한 민주주의 선진국의 민주 국민임을 자부할 수 있으리라.                                                                                                                <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