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한국정당학회 유권자 패널조사
1년 맞은 12·3 비상계엄에 대한 현재 평가

 
 
김용태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재선 의원들이 2025년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상계엄 1년, 성찰과 반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묻는 항목은 이번 3차 패널조사에 처음 들어갔다. 예상대로 ‘명백한 내란 행위’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10명 가운데 6명꼴로 가장 많았다. 다만 지난 6개월간 진행된 관련자 수사와 처벌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진상규명과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는 10명에 2명꼴이 채 되지 않았다.

 

 

이번 3차 패널조사에서 12·3 비상계엄을 ‘명백한 내란 행위’라고 규정한 응답자는 63.1%였다. ‘통치 행위의 일환이나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정치적 사건’이라는 응답은 18.9%, ‘불가피했던 구국의 결단’이라는 응답은 14.9%였다. ‘불가피했던 구국의 결단’이라는 응답은 지난 2차 조사에서 ‘극우’로 분류된 유권자 규모 14.3%와 큰 차이가 없다. 12·3 내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유권자 규모가 내란 가담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연령별로는 40대(74.8%)와 50대(76.7%)에서 ‘내란’으로 규정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70살 이상에서는 46.1%로 가장 낮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의 95.3%가 내란으로 본 반면, 보수층에서는 ‘불가피했다’(41.1%)와 ‘통치행위의 일환이었다’(33.1%)는 응답이 ‘내란’(23.9%)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헌정 파괴적 행위에 대한 평가조차 양극화된 정치 지형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지 정당별로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94.8%가 내란으로 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11.6%만이 내란이라고 답해 인식 차이가 컸다.

 

 

계엄 관련자 수사 및 재판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상규명이 미흡하고 처벌이 약하다’는 응답(44.7%)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은 ‘정치적 보복 성격이 강하고 과도하다’(33.3%)는 응답이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71.5%는 수사가 미흡하다고 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85.7%는 이를 과도한 정치 보복이라고 평가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전체의 17.2%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올드 이재명’과 ‘뉴 이재명’의 인식 격차가 작지 않았다. 대선 전부터 이 대통령을 지지해온 ‘올드 이재명’은 96.0%가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했으나, 대통령 취임 뒤 새롭게 지지층에 편입된 ‘뉴 이재명’에서는 그 비율이 58.2%로 떨어졌다.

                                                                                      < 고경주 기자 >

 

민주 지지 62% “경제 좋아졌다”…국힘 지지 84%는 “나빠졌다”

국가·개인 경제상황 평가 및 전망
지지정당·정치성향 따라 긍·부정 엇갈려

 
 
지난해 12월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경제 전망도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 대부분은 경제가 이전보다 나빠졌으며 앞으로도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3차 패널조사에서 ‘이전과 비교할 때 국가 경제 상황이 어떻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좋아졌다’는 응답은 36.1%, ‘나빠졌다’는 응답은 43.2%로 조사됐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20.7%였다. 평가는 지지 정당에 따라 차이가 뚜렷했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61.7%는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응답했고,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응답은 15.0%에 그쳤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선 ‘나빠졌다’는 응답이 83.6%나 됐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3.7%밖에 되지 않았다.

 

국가 경제에 대한 전망의 양상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74.8%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했고,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7.2%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에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76.4%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8.0%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응답자를 놓고 보면 ‘국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45.0%, ‘나빠질 것’이란 응답자는 35.2%였다. 19.8%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경제’가 아닌 ‘개인·가정 경제’에 대한 평가 역시 지지 정당에 따라 갈렸다. 민주당 지지층은 개인·가정 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25.4%, ‘나빠졌다’는 응답이 18.4%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은 ‘좋아졌다’는 응답이 5.8%에 그친 반면 ‘나빠졌다’는 응답은 61.6%나 됐다. 국가 경제에 대한 평가든 개인·가정 경제에 대한 평가든, 객관적인 경제 현실보다는 정권에 대한 주관적 호오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응답자 전체에선 개인·가정 경제가 ‘좋아졌다’는 응답이 16.4%, ‘나빠졌다’는 37%였다. 가장 많은 응답은 ‘이전과 비슷하다’(46.6%)였다.                              < 최하얀 기자 >

 

“새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 당선” 시민 59%…국힘 후보는 24%

 

 

 
2018년 6·13 지방선거 투표 모습. 연합
 

올해 6월3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절반 정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시도지사)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했다. 또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 당선을 예상했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1년여 뒤 치러졌던 2018년 지방선거처럼 여당 압승을 예상할 수 있는 수치다.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3차)’에서는 153일(1일 기준) 남은 17개 시·도 지사 선거 전망 등을 새로 물었다.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46.7%, 국민의힘 27%, 기타 정당 4.3%였다. 21.4%는 답변을 유보했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에서도 민주당 43.8%, 국민의힘 16.3%, 기타 정당 5.4% 등 여당 우세가 뚜렷했다. 보통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는 정치 구도(정당)보다 인물(후보) 비중이 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선포와 탄핵 이후 오히려 극우화하는 보수정당에 실망한 이들이 여당 선택을 통한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싣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조사 시기가 선거일까지 5개월여 남은 시점이었던 만큼 중도층의 답변 유보 비율(33.5%)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어느 정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개인 수준 의견(투표의향)이 아닌 응답자 주변 네트워크와 정보까지 종합했을 때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집합 단위 전망(시민예측)을 물은 것이다. 민주당 후보 당선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53.5%,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예상한 응답은 그 절반인 26.5%에 그쳤다. 중도층에서는 차이가 더 커서 민주당 후보 당선 예상(52.6%)이 국민의힘(17.7%)보다 3배 많았다. 답변 유보 비율(26.1%)도 줄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당선 59.1%, 국민의힘 후보 당선 23.7%를 예상했다. 경기·인천은 민주당 59.1%, 국민의힘 18.9%, 경합지역인 부산·울산·경남에서는 민주당 39.2%, 국민의힘 37.3%를 각각 예상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2곳에서만 승리했다.

 

대구·경북만 빼고 민주당 후보 당선 예측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대통령 지지율)는 긍정 62.2%, 부정 33.3%였다. 긍정 평가자의 21.9%는 대선 전 1차 패널조사(5월8~11일) 때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대선 이후 지지자로 돌아선 ‘뉴 이재명’으로, 2차 패널조사(9월3~7일, 23.1%)와 큰 차이가 없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8.2%, 국민의힘 27.6%, 개혁신당 5.9%, 조국혁신당 4.6% 순이었다.                                                                         < 김남일 기자 >

 

 

우리가 더 타격? 국힘 먼저 제안한 ‘통일교 특검’, 지지층 절반 “반대”

검사 보완수사권 존치 50.9%, 폐지 38.3%
재판소원 도입 찬성 58.4%, 반대 29.7%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이용우 원내부대표(왼쪽), 김현정 원내대변인(오른쪽)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사무처 의안과에서 통일교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연합
 

 

수사 대상과 특별검사 추천 주체를 정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통일교 특검법안은 새해 벽두 여야 최대 쟁점이다.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 전환(10월), 재판소원·법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등 굵직한 검찰·사법개혁 로드맵을 두고도 각론과 총론에서 의견이 갈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통일교 특검 출범이 더디다’며 우선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통한 수사를 지시했다. 3차 패널조사에서 정치권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제 도입이 필요한지 물었는데, 필요하다는 응답은 67%, 필요 없다 25.3%, 잘 모르겠다 7.7%였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먼저 특검 도입을 제안했는데,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도입 반대(50.2%)가 찬성(42.7%)보다 많았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84%)이 반대(12.7%)를 압도했다. 개인 비리 의혹인 민주당과 달리 대선 개입 혐의가 불거진 국민의힘 쪽 정치적 대미지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차 패널조사 종료 직후인 지난 22일 민주당은 특검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검찰개혁 핵심 쟁점인 보완수사권 존폐를 물었는데, 검찰청 폐지 뒤에도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의외로 더 많았다.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강한데도 ‘보완수사권을 100% 없앨 것인가, 일부 남겨둘 것인가’를 물었더니 일부 존치·폐지 반대(50.9%)가 완전 폐지(38.3%)에 견줘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중도층에서도 보완수사권을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50.1%)이 완전 폐지(35.1%)보다 15%포인트 많았다.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허용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다시 심사하는 재판소원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58.4%)이 반대(29.7%)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많았다. 법원·법관에 대한 신뢰 저하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찬성 81.2%, 반대 10.7%)과 조국혁신당 지지층(찬성 79.9%, 반대 9.3%)에서는 도입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찬성 29.5%, 반대 59.2%였다. 중도층의 경우 찬성 59.3%, 반대 25.5%였다.                                                                < 김남일 기자 >

 

12.6 갈라 결산내역 밝혀... 수입 8만9160, 지출 5만5922 달러

 

 

토론토 한인회(회장 김정희)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역사기념 아카이브 프로젝트 추진 등을 위해 지난 12월6일 개최한 특별 모금행사 갈라(Gala)를 통해 3만3천여 달러의 수익금을 남겼다고 밝혔다.

 

한인회는 지난 12월31일 ‘갈라 결산공고’를 내고 “창립 60주년 기념 갈라 행사를 통해 '한인 역사기념관 설립' 및 '미래비전' 기금 마련을 위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결산내역을 밝혔다.

 

결산 내역을 보면 수입의 경우 티켓이 2만2천5백 달러, Auction(옥션) 7천310 달러, 그리고 도네이션 5만9천350 달러로 모두 8만9천160 달러였다.

 

지출은 Dinner(만찬)에 2만8천203.67 달러, Decoration(장식) 1만3천256.35 달러, Sound(음향) 2천856.05 달러, 그리고 Advertisement(광고비) 5천861.39 달러였으며, Performers & MC (공연 및 사회) 1천344.88 달러, Media(미디어) 1천400 달러, KDM Design(디자인) 3천 달러 등으로, 지출 총액은 5만5천922.34 달러였다.

 

이에따라 수입에서 지출금을 제외한 잔액은 3만3천237.66 달러가 순수익 기금으로 남았다.

한인회 김정희 회장은 “행사로 조성된 수익금은 이사회 결의 및 정해진 회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되며, 향후 후원금 조성 활동 및 각종 그랜트 신청 등 다각적인 재원 마련을 통해 역사기념관 설립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불황속에서도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한인회 갈라에 협력한 동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문의: 416-383-0777, admin@kccatoronto.ca >

 

 

배상 아닌 5만원 꼼수 보상에 분노한 민심
자신만의 탈팡 넘어 주변에 인증·동참 요청

조금 늦게 배송 받아도 내 영혼 품격 높아져
"무례한 권력, 헤어지길 잘했다" 서로 격려

 

탈팡(쿠팡 탈출) 증가. (ChatGPT 생성 이미지)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로켓'이라는 이름의 속도에 저당 잡혀 살았다. 손가락 하나로 내일 아침 식탁을 결정할 수 있는 그 마법 같은 편리함 뒤에는, '효율'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비인격적 노동과 통제에 노출된 우리 주변의 노동자들이 있다.

 

오랜 시간 쿠팡 노동자들의 반복된 죽음이 매스컴을 통해 반복적으로 전해졌지만, 누군가는 무덤덤하게 넘겼고 누군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했다. 습관처럼 중독된 편리함 속에서 말이다. 

 

그랬던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최근 탈팡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드러난 쿠팡 측의 연속된 행태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시민들은 자신만의 탈팡 결행에 머무르지 않고, 주변에 탈팡을 인증하거나 동참을 요청하고 나섰다.

 

계속되는 헛발질, 탈팡 속도 가속화할까?

 

쿠팡 측은 셀프 조사 결과라며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결론을 내세우는가 하면, 현금 보상 형식이 아닌 판매량 증가만을 노린 꼼수 보상안을 대책이라면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소비자를 '반성하지 않아도 충성하는 지갑'으로 여긴 오만함의 극치였다. 게다가 30일 열린 연석 청문회에 김범석과 김유석 모두 불출석으로 대응했다. 이런 일련의 행태는 탈팡을 가속화할 뿐이다. 시민들은 '헤어질 결심'을 넘어, 이미 각자의 삶에서 그 거대한 독점 권력과 작별을 실행하고 있다.

 

쿠팡 일간 이용자 수 추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발견'

 

쿠팡과 헤어진 이후,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훨씬 아름다워지고 있다. 새벽배송의 박스 더미가 사라지자 현관문 앞에는 이웃과 인사를 나눌 공간이 생겼다. 미리 찬거리를 준비하려 나선 걸음을 통해 동네 골목의 작은 가게들은 다시 우리 삶의 풍경 속으로 들어왔다. 로켓의 속도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사람의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란 쿤데라는 저서 〈느림〉에서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직접 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직접 비례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쿠팡의 속도에 망각하던 사이,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마저 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 이제 그 빠른 망각에서 벗어나, 조금은 느리더라도 '기억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는 '불편함'이 아니라 '품격'

 

누군가는 묻는다. 그 편리한 것을 끊고 어떻게 살겠느냐고. 하지만 답은 명확하다. 나쁜 기업의 편리함은 독배와 같다. 마실 때는 달콤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근간을 해친다.

 

쿠팡과 헤어진 시민들은 말한다. "조금 늦게 배송받고, 조금 더 발품을 파는 그 수고로움이 내 영혼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이제 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새벽에 문 앞에 놓인 택배 박스가 아니라, 우리가 정의로운 소비를 하므로써 우리의 이웃인 노동자가 부품처럼 쓰이지 않는 데 있다는 사실을.

 

쿠팡과 헤어진 이후의 세상은 훨씬 아름답다. 그곳엔 숫자가 아닌 사람이 있고, 속도가 아닌 방향이 있으며, 무엇보다 '나의 존엄, 공동체의 존엄'이 살아 숨 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당당하게 격려하자. 그 무례한 권력과 헤어지길 참 잘했다고.

                                                                                < 황의원 기자 >

 

쿠팡 노동자 유가족 오열에도…"논의 중" 회피성 답변만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즉답 회피한 쿠팡 대표
산재 은폐 문건도 "진위 확인 못했다" 의혹 부인

새벽배송 중 사망한 노동자 유가족 보상 요구엔
"죄송하다"면서도 "논의 중"이라며 답변 회피해

로저스 또 동문서답에 청문회 태도까지 논란
수차례 목소리 높이고 대놓고 불쾌감 드러내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이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는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근무 중 사망한 고 장덕준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새벽 배송 중 숨진 고 오승룡 씨 유가족도 청문회에 나와 쿠팡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도, 장 씨의 산재 은폐 의혹 문건에 대해선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부인했고, 오 씨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답변을 회피해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 서구을)은 2020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장 씨의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해 자료를 요구하자, 당시 쿠팡 수석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지시한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문서를 제시하며 '무슨 의도냐'고 물었고,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이 해지된 직원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라며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이 의원은 김범석 쿠팡 아이엔시(INC) 의장이 "그(장덕준)가 열심히 일했다는 내용의 메모는 절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해.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어? 말이 안되지.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들이야"라며 당시 임원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한 내용도 추가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 내용을 알았느냐'고 재차 따졌지만, 로저스 대표는 "우리는 고용노동부에 충분한 조사를 받았다"며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고 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는 이미 보도에도 나온 내용임에도 "지금 처음 봤다"고 했다. 청문회장에서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라"라고 지시한 이메일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김범석 쿠팡아이엔시(INC) 의장이 지난 2020년 10월 쿠팡 임원에게 고 장덕준 씨 산재 사고와 관련,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내용.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이 의원은 쿠팡 전·현직 대표에들에게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도 모자랄 판에, 20대 청년 장덕준 님의 사망에 대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 해보시라"고 쏘아붙였다. 로저스 대표는 장 씨의 유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고, 박대준 전 대표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했다.

 

청문회 방청인으로 참석한 장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이 의원의 질의 뒤 발언 기회를 얻고 쿠팡 경영진에 대한 처벌을 호소했다.

 

박 씨는 먼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한 뒤,  로저스 대표와 박대준 전 대표를 향해 "X자식들아"라고 했다. 장 씨의 사망사고 은폐 의혹과 관련해 김 의장 등이 관여한 정황이 나왔음에도 로저스 대표와 박 전 대표가 문서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숨진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아들과 관련된 자료를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박 씨는 "쿠팡의 비협조로 힘들게 산재 승인을 받았지만 일방적으로 연락을 차단해 힘들게 본사를 찾아갔고, 대화도 보상도 할 수 없다는 말에 비참함을 느꼈다"며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 죽은 미련한 노동자로 둔갑시켜도,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부모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참혹한 주장도, 언론에 공개해서 쿠팡의 이미지에 타격이 많이 갔다는 것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보고서야 그동안 쿠팡의 비열한 행동들이 이해가 됐다"면서 "부디 이번 청문회에서 김범석의 산재 은폐 지시와 숨겨진 산재 은폐 사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시고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저희 유족들에겐 가장 기본적인 산재조차도 모든 걸 걸어야 할 만큼 냉혹한 현실"이라며 "다시는 저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참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지난 11월 새벽배송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도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지난달 쿠팡 새벽배송 현장에서 숨진 고 오승룡 씨의 누나 오혜리 씨가 30일 국회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5.12.30. 국회방송 갈무리
 

오 씨는 "제 동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5일 연속으로 일하고 3일 동안 상주를 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도 불구하고 딱 하루만 쉬고 일터로 나가서 다음날 새벽 사고로 죽었다"며 "장례식장에는 쿠팡 업체 직원 1명도 오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연락조차 없이 묵인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고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정말로 죄송하다"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오 씨는 "왜 이제와서야 사과 하느냐"고 따졌다. 그는 "동생에게는 두 아이와 아내가 있다. 첫째는 중증 장애가 있어 가장이던 동생의 죽음으로 생계가 막힌 상황"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해주시고, 산재도 인정해주시고, 아이들의 미래, 저와 엄마에 대해 위로금, 보상 다 책임지라"며 "다 보상하겠다고 대답하라"고 몰아세웠다. 로저스 대표는 "죄송하다"면서도 "이 내용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 씨의 사고와 관련해 최 위원장의 질의를 받고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고 보인다"고 답변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동시통역기 착용 요구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연합
 

한편 로저스 대표는 이날도 수차례 목소리를 높이고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청문회 참석 태도가 논란이 됐다. 

 

지난 17일 열린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의 '동문서답'과 오역이 문제가 되면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동시통역까지 준비됐으나 로저스 대표는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의 통역에 의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청문회 개의 직후 최 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사용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통역사의 대동을 허락받았다" "제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고 맞섰고 나중에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라고까지 말했다.

 

로저스 대표는 청문위원들이 '예, 아니요'식 단답형을 요구하자 위원들의 질의를 끊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쿠팡의 국문 사과문과 영문 사과문 표현이 다른 데 대해 지적을 받자, "현재 저희가 정부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 저희가 자의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십니까"며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면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기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질의 중에 정일영 위원이 "됐다. 그만하라"며 답변을 끊자, 로저스 대표는 "Enough"(그만합시다)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