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경유를 미국에 공급하기로 합의한 '경유 거래'를 비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새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젤렌스키는 이 전쟁을 여러 번 끝낼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걸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에 대해 원하는 대로 하라. 다만 전 세계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러시아 정유소를 공격하지 말라'라고 했다"며 "그런데 그는 세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어 하고, 우리 농부와 목장주들에게 문제를 일으키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고에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 시설을 계속 공격했다면서 "당장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내가 우크라이나에 제안하는 게 뭔지 아나. (종전) 합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를 가지라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국토의 30%를 잃었고 100만명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 전쟁은 결코 시작돼선 안 되는 전쟁이었고, 우크라이나는 새 대통령을 맞이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가 즉시 미국 및 세계 시장에 30만t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고 이후에도 추가 공급에 나서면서 총 480만t을 공급하기로 푸틴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산 경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일시 완화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게 주는 '선물'이라면서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끝내야 할 전쟁을 장기화하도록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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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 간의 분쟁과 관련, 사우디의 후티 공격에 동참할 것인지를 묻자 "그럴 수 있다. 검토해보겠다"며 "최근 공격에 관해 방금 알게 됐으니 결정을 내리겠다. 매우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던지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의엔 "물론 그럴 것이지만 나는 부정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9년 텍사스의 미군기지 포트후드 총기 난사범 니달 말릭 하산에 대한 총살형을 생중계할지에 대해선 "생중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생중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가 한 짓을 따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군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도 노벨 평화상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올해 수상자인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낸 인권법 전문가 나비 필라이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아는 건 그녀가 매우 반(反)이스라엘이라는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 8건의 전쟁을 끝냈다고 주장하면서 "노르웨이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 < 박성민 기자 >
트럼프가 터트린 재정적자 · 관세폭탄에 신음하는 미국
올해 재정적자 2조달러 육박 “지속 불가능한 상황” “전쟁·불황 빼면 역대 최대 수준” 국채 이자에만 1조 1000억달러 사용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미 국채금리 트럼프 관세, 미 소비재 물가 2.9%p 올려
춤추는 트럼프. 10월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F&M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춤을 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역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테네시주를 방문했다.2026.10.10. AFP 연합
미국이 천문학적 재정적자와 관세폭탄에 고통당하고 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정권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가 무려 2조달러에 육박하는 규모로 불어나면서 가뜩이나 빚더미 위에서 휘청대는 미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전쟁이나 불황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지경이다. 국채이자로만 국방비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는 미국은 폭등 중인 국채금리에 진퇴양난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시작한 관세전쟁은 오히려 미국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려 미국인들을 괴롭히고 있다.
미국의 올해 재정적자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
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30일 종료된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의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 9930억 달러(약 2682조 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도보다 무려 12%나 증가한 것으로,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같은 기간 연방정부 지출은 7조 4000억 달러(약 9957조 원)로 전년도보다 6% 늘었지만, 세입은 5조 4000억 달러(약 7266조 원)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지난해 5.8%에서 올해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초당파 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의 샤이 아카바스 경제정책 담당 부소장은 “실업률이 낮고 중대한 비상사태도 없이 성장하는 경제 상황에서 2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내는 것은 지속 불가능한 추세”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출범 이후 공무원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 세액공제 축소 등 지출 삭감에 나섰지만, 재정적자 개선에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관세 수입 급증은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환급 등의 영향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오히려 관세 수입은 전년보다도 감소했다.
여기에 공화당이 기존 감세 정책을 연장하고 추가 감세를 시행하면서 세수 감소를 부추겼다. 이런 영향으로 올해 법인세 수입은 16% 줄었다.
부자에게 세금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전쟁도 없고, 대공황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비영리 단체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이번 적자 규모는 전년도보다 2000억 달러 이상 늘어난 수치”라며 “전쟁이나 경기후퇴 기간을 제외하면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수개월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도 이러한 재정적자 폭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CRFB는 정치권에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신규 지출 발생 시 그 두 배에 달하는 재정 절감을 의무화하는 ‘슈퍼 페이고(Super PAYGO)’ 도입과 함께 고갈 위기에 처한 사회보장기금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구했다. 더불어 현재 경제 규모(GDP)의 약 6% 수준인 재정적자 비중을 절반 수준인 3%로 낮추는 구체적인 재정 목표를 제시하고, 초당적 재정위원회를 통해 이를 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RFB는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며 “오랫동안 거꾸로 달린 재정 경로를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어두운 먹구름이 뒤덮고 있는 미 의사당
국방비 보다 국채 이자에 돈을 더 쓰는 미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채 이자로 인해 재정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올해 미국 정부의 국채 순이자 지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1조 1000억 달러(약 1477조 원)에 달했다.
국채 이자 지출 증가분은 전체 재정적자 증가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이자 지출 총액은 국방비나 고령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지출보다도 많았다.
특히 최근에 두드러진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은 아직 재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향후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공화·민주 양당 모두 재정적자 문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면 성인 미국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 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1조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국방비 대폭 증액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삭감한 의료 관련 예산을 복원하고,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및 탈세 단속 강화를 통해 재정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WSJ은 중간선거 이후 의회 권력이 양당으로 분점될 경우 재정 긴축을 위한 초당적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양당이 서로의 지출 확대 정책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재무부, AP연합
미 국채 10년물 금리 6%찍을까?
미국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다 국채를 새로 발행해서 국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6년 만에 처음으로 연 6%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0일 뉴시스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 전문 투자회사 핌코(Pimco)의 댄 이바스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현재 5.29%에서 6%까지 오르는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32조 달러 규모의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수주간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헤지펀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채권 투자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면서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365%까지 올라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장중 5.732%까지 상승하며 2002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채금리 상승. 연합
소비재 67개 품목 분석…"관세 없었으면 美 물가 하락"
트럼프는 미국 정부 재정만 박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 글로벌 관세전쟁을 벌여 미국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지난 6일 보고서를 발표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난해와 올해 초 미국의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렸으며, 관세가 없었다면 이들 소비재 가격은 같은 기간 오히려 약 1%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뉴욕 연은은 67개 소비재 품목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이들 품목의 가격 수준이 관세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2.9%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부과된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평균 관세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소비재 가격은 약 1년 뒤 0.25%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세 인상의 영향이 즉시 가격에 모두 반영되는 게 아니라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뜻이다.
전통적 우방에 대해서까지 관세를 이용해 압박하다 반대급부가 주어지면 철회하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그에 대한 비아냥거림인 '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서지(Trump Always Chickens Out(TACO) King'이라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시민.
지난해 인상된 관세 가운데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 비율은 약 26%로 추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늘어난 비용은 기업들이 흡수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차이가 있다.
관세의 영향은 수입품 가격의 직접적인 상승에만 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전체 관세 관련 가격 상승효과 가운데 약 3분의 2가 관세 자체에 따른 직접적인 효과였고, 나머지는 미국 기업들이 수입 부품과 원자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상승 등의 간접적인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관세는 예상되는 직접적인 효과보다 소비자 가격에 더 크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분석한 소비재의 연간 가격 상승률은 2026년 초 정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관세로 인해 높아진 가격 수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진은 관세 정책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높은 가격이 2027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워 초·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미국의 유권자들은 MAGA를 표방한 트럼프가 미국의 몰락을 한층 더 가속화시키고 있는 걸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발 재정적자와 관세폭탄은 긴 시간 미국을 고통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 이태경 기자 >
지난해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표를 들고 상호관세에 관해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2025.4.2. AFP 연합
지난 1일 발표된 대미 투자 프로젝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미국에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해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내용을 담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노형에 원전 종주국의 안방을 내준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셈인데, 그 이면에는 미국과 캐나다 간의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한국은 총 2천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기금 중 60%에 해당하는 1천200억달러를 투자해 8기의 신규 대형 원전을 미국에 짓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8기 중 2기는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나머지 6기는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다.
양국 간 협력 구상에 따라 지난해 1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맺었던 타협협정(SA)도 손본다. 해당 협정은 한국형 원전의 미국 진출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꼽혀왔다.
웨스팅하우스는 협정 개정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미국 내 원전 확대에 한국의 시공 역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미국 정부가 웨스팅하우스를 압박하며 돌파구가 열렸다.
한국은 또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한다. 웨스팅하우스가 상장할 경우 공모가의 10%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는 캐나다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가 51%, 캐나다 우라늄 광산업체 카메코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개입해 한국형 원전 도입을 허용하고 유리한 지분 인수 조건까지 안겨준 데에는 캐나다 자본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원전의 핵심 기업 주주가 전부 외국계(캐나다)라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그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근 북미 간 기류가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통적인 우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미국의 보복 관세에 똑같은 보복 관세로 대응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브룩필드 부회장 출신이다.
하기
트럼프 대통령과 카니 총리 [AP 연합 자료사진]
카니 총리와 연결고리가 있는 브룩필드를 미국이 얼마나 경계하는지는 미국 정부가 마련한 안전장치에서도 드러난다.
산업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상장 과정에서 황금주를 확보할 예정이다.
황금주는 단 한 주라도 가지고 있으면 경영의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이다. 앞서 일본제철이 US스틸 지분 99.9%를 인수했을 때도 미국 정부가 황금주 1주를 확보해 공장 폐쇄와 본사 이전 등 주요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미국 정부는 작년 10월 웨스팅하우스 주주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 8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각종 인허가 편의와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웨스팅하우스 기업공개(IPO) 몸값에서 175억 달러를 제한 가치의 20%만큼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확보했다.
예컨대 웨스팅하우스의 기업 가치가 500억달러에 달하면 미국 정부는 65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결국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공 능력이 검증된 한국과 원전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캐나다계 100%의 지분 구조를 희석하기 위해 한국에 지분 인수를 허용한 셈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만약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자본으로 구성된 토종 기업이었다면 한국형 원전이 미국 본토에 들어가거나 지분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북미 간의 갈등이 이번 협상의 지렛대가 됐다"고 짚었다. < 신창용 기자 >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무극파’라는 신조어를 꺼내 들었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를 겨냥한 표현이라 한다. 앞서 등장한 ‘좌아한’에 이어 연달아 신조어를 창조하는 정치적 수사에 눈길이 간다.
표면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을 둘러싸고 반발했던 범여권 내부의 강경 검찰개혁론자들, 즉 추미애 지사와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의 맥락은 명확하다. 개혁 성과의 독점이나 사심(私心)을 경계하고, 권한에 대한 실행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이 과연 근거 없는 선동만 일삼았는가. 돌아보면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등은 매번 나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인선에 반대해 왔다.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들과의 비판을 ‘무극파의 선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프레임 씌우기다. 그들의 주장이 타당한지 여부는 감정이 아니라 그들이 제시한 근거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될 일이다. 비판을 사심으로 단정하는 순간, 개혁을 둘러싼 건강한 논쟁은 실종되고 충성심 검증이라는 위험한 정치만 남게 된다.
여기에 김민석 당대표까지 가세해 당내 비판자들을 제어해야 한다는 논리를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지금 집권여당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을 엄호하며 당내 소수의 목소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부 독립을 명분으로 재제청마저 거부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문제와, 산적한 민생 현안에 더 큰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게 우선일듯 싶다.
당대표의 본령은 대통령을 향한 충성 경쟁이 아니라, 정부가 놓치고 주저하는 지점을 당의 책임으로 완수하는 데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말로 하는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증명하는 정치를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이쯤에서 대통령의 ‘무극파’ 발언을 되물어 보자. 진정 누가 개혁의 성과를 독점하려 하며, 누가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소모하고 있는가. 비판을 향해 타당한 근거를 요구하는 것과, 정당한 비판자에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최고 권력자가 이 아득한 차이를 분간하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잃게 되는 것은 반대파의 표심이 아니라 개혁을 묵묵히 지지해온 지지층의 신뢰일 것이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이재명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다 조롱받던 노무현 대통령 떠올라”
“현장 방문도, SNS 소통도 계속할 것”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품격없다, 권위없다 비난하겠지만 경호를 최소화한 뒷골목 삶의 현장 방문도, 에스엔에스(SNS) 소통도, 그분들의 언어로 교감하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댓글로 국민과 소통하시다가 품격없다고 비난받고 조롱당하시던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며 이렇게 적었다. 이 대통령은 “경호에 사전답사에 국민들 불편하실까봐 시장 방문조차 자제하셨다는 말도 전해진다”며 “정치와 권력은 낮은 곳으로 향해야 한다. 지위 높은 유력자들보다는 힘없고 못가진 장삼이사들이 더 귀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힘든 정치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힘없고 덜 가지고 소외되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좁은 뒷골목의 부모형제자녀들과 소통하고 그분들의 숨결을 느끼며, 국정의 막중한 책임감을 되새기는 순간들이 저에겐 그래서 귀하디 귀하고 또 포기할 수 없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김용민 “자리 탐해서 정치한 건 아냐”…이 대통령 비판에 반박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정치를 시작한 건 이루려는 과제가 있어서지 자리를 탐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여권 내 강경파를 향해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당내에서 자신을 향한 비판이 일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도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동지들과 함께 진군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 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반대해 온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 의원 등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를 겨냥한 것이라 해석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민주진보 진영 분열 양상을 분석한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의 언론 기고 가운데 “무엇이 동지를 적으로 바꾸었는가. 출발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었다. 마침내 전도가 일어난다.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게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 버린다”, “혁명(자기희생적 운동)이 체제(권력)가 되는 이익의 시선이 흘러들고 자기 정치와 자기 집단정치의 동학이 작동한다”는 대목 등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 하어영 기자 >
‘적’을 향한 증오가 동지를 향할 때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끝났지만 여진은 가라앉지 않았다. 집권 1년 반, 대통령 지지율은 예상 밖의 수준으로 낮아졌고, 당 안에서는 서로를 멸칭으로 부르는 일이 일상이 됐다. 내가 ‘장기 민주화시대’라 부르는 지난 40년을 되돌아보면 정치와 사회운동 내부에 늘 균열은 거기 있었다. ‘적’과의 대립, 동지와의 균열, 진보 안의 정당과 정당, 그룹과 그룹 사이의 균열. 물론 갈등이 곧 불행은 아니다. 상처는 드러나야 치료할 수 있다. 다만 갈등이 어디서 터지고 어디에 선이 그어지는지는 시대의 공기에 따라 자리를 옮긴다. 12·3에서 4·4를 거쳐 6·3에 이른 시간, 그 이후는 벌써 다른 계절이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다원성
1980년대, 전두환의 시대에 우리가 다툰 것은 ‘누가 더 뜨거운가’였다. 더 뜨거운 사람이 존경받았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부르던 대중의 갈망이 그 뜨거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대중을 향하던 불꽃이 방향을 틀어 동지들 사이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내가 눈여겨보는 것은 갈등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그 갈등을 어떤 눈으로 마주하는가이다. 견해와 전략이 다르다는 사실보다 그 다름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 지붕 아래 살아갈 것인가.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행위”라는 익숙한 정의는 정치의 심장부에 갈등이 있다는 통찰을 준다. 그러나 끝내 답하지 않은 물음이 따른다. 동지 안의 차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적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 어려운 것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길을 고집하는, 바로 곁의 그 사람이다. 오랫동안 민주화운동과 민주진보정치를 지켜보며 나는 한 가지를 배웠다. 적을 향한 증오는 때로 동지에게로 번진다. 불은 바람을 가리지 않는다. 처음엔 적을 향하던 분노가 어느새 충분히 싸우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덜 급진적인 동지를 겨눈다. 그다음엔 “저 사람이 성공하느니 차라리 실패하는 게 낫다”는 감정이 고개를 든다. 일종의 ‘적대의 내향화(內向化)’이다. 나는 이것이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비극의 첫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 극단의 얼굴은, 다행히 우리 안이 아니라 1972년 일본 아사마 산장 사건과 그 과정에서 노출된 ‘베이스캠프’ 사건에서 볼 수 있었다. 연합적군은 경찰과 총구를 마주하기 전 이미 스스로를 허물고 있었다. “사상성이 부족하다” “혁명성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동지를 둘러싸고 때렸고, 끝내 죽였다. 쓰러진 건 적이 아니라 동지였다. 그 겨울 이후 일본 신좌파는 대중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었다.
무엇이 동지를 적으로 바꾸었는가. 출발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순수한 열망이었다. 비극은 그 열망이 절대가 되면서 시작됐다. 혁명이 문턱에 와 있다고 믿는 순간, 장애물은 타방(他方)의 적만이 아니라 아방(我方)에서 걸음을 늦추는 사람이 된다. 마침내 전도가 일어난다. 혁명을 위해 동지를 치는 것이 아니라, 동지를 치는 일 자체가 혁명이 돼버린다. 나는 “20세기는 사회주의 ‘혁명’으로 막이 올랐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고 말한다. 희생적 투쟁에 몸과 마음을 맡길 때 투사들은 순수 그 자체였지만, 혁명(자기희생적 운동)이 체제(권력)가 되는 순간 순수의 근저에 이익의 시선이 흘러들고 자기정치와 자기 집단정치의 동학이 작동한다. 여기에 고양기와 퇴조기의 다른 결의 균열이 작용한다. 고양기의 전투성은 쉽게 적을 향하지만, 열기가 식는 퇴조기에는 상황의 복잡함이 동지의 불철저함 탓으로 돌려진다. 적은 그대로인데, 시선은 안쪽을 향한다.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선 정의로운 싸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많은 청년은 ‘레닌’을 꿈꾸었고, 나는 그 급진성을 지금도 아름답게 기억한다. 문제는 치열함이 절대가 될 때였다.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순간, 생각이 다른 동지는 타도의 대상이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다양성을 견디지 못하는 역설이 거기서 태어난다. 순수성의 역설이라 부를 만하다.
동지 사이의 다름을 견디는 능력
여기서 우리는 동지 안의 다원성이라는 문제와 마주한다. 이것은 원칙 없는 타협도, 모든 의견이 옳다는 말도 아니다. 정당도 운동도 본래 한 덩어리가 아니다. 여러 갈래의 생각이 모여 흐르는 강이다. 민주주의란 그 갈래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흐르며 하나의 물길을 내는 과정이다. 건강함은 차이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차이를 다스릴 수 있는 상태에 있다. 한 진영이나 정당의 수명은 얼마나 많은 다름을 품을 수 있는가, 즉 ‘동지적 다원주의’에 달려 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면 ‘분립(分立)’이 더 생산적일 때도 있다. 여기서 아무도 진리를 독점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동지를 향한 증오로까지 번지는 치열함이 대중에게 버림받을 과잉인지, 끝내 더 큰 진보를 이끄는 치열함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맬컴 엑스를 함부로 폄하할 수 없듯이, 그 판단은 결국 대중의 몫이다. 정치는 대중을 관객으로 한 공감 창출의 전략예술이다. 안쪽의 차이에 발이 묶인 싸움이 대중의 외면을 받는 순간, 정치는 이미 제자리를 떠난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찰의 여백이 아닐까. 지금 내가 그어놓은 적과 동지의 경계도 역사의 긴 눈으로 보면 모래 위의 선일지 모른다. 나 스스로도 극단적인 치열함 속에서 강렬한 전투성을 내뿜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의 발언과 언행을 지금 돌이켜보면, 얼굴이 후끈거릴 때도 많다. 치열함은 역사를 전진시키지만, 매 순간의 그 치열함이 역사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1980년대의 치열함은 온건한 열망까지 품는 리버럴의 자리를 남겨뒀지만, 지금의 균열 속엔 리버럴이 설 자리가 없다. 어쩌면 성찰적 여유를 가지고 증오했던 동지와의 공통성을 찾는 것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경로였을 때도 있다. 물론 아무도 ‘전지적’ 평가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당연히 겸손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정치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적과 동지를 가르는 능력만큼 동지 사이의 다름을 견디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그 성숙함 하나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