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임명' 질문 외면·국무회의에서 언급도 안 해 

현재 극렬한 대립을 두고 '정치권' 때문이라고?

헌재는…"후보자 임명 보류는 헌법·법률 위반" 
박찬대 "헌재 재판관을 임명 않는 것 파면 사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연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반이라고 했지만, 업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은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8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그는 이날 청사 앞에서 "통상문제 긴급 현안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국민들이 이제는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치권' 때문이라는 것이다.

 

취재진이 "혹시 마은혁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라고 물어보자, 그는 말을 끊은 뒤 "이제 곧 또 뵙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을 두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는데도, 한 총리는 '파면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만 내세워서 다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외면하고 법을 또다시 무시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첫 정례 국무회의에서도 민생, 미국발 통상 전쟁, 정부 정책, 산불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의대생 수업 복귀 등을 논했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는 "목전에 닥친 민생 위기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협의하겠다"며 "정부 정책들도 멈춰서는 안 된다. 국무위원들께서는 소관 정책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적시에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말을 듣고 "헌법 수호나 제대로 해라. 헌법재판관 임명부터 제대로 해라. 이걸 안 하면서 상생 협력을 한다는 것을 누가 믿냐"고 날을 세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광화문 광장 '천막 당사'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한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어제 한덕수 총리 탄핵은 기각했지만, 중요한 결정들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의결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명쾌하게 결론지었다. 임명직인 총리는 선출직인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분명히 못 박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최상목 전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오늘로 26일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덕수 총리가 즉시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은 헌재 결정 취지대로 오늘 당장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파면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 사유가 사라진 게 아니다. 한덕수 대행은 법률에 따라 내란 상설 특검과 김건희 상설 특검, 마약 수사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바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재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결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마은혁 재판관을 당장 임명하라'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한 줄 요약이고,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용만 원내부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심판 기각결정이 면죄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는 기각을 인용하면서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국회가 신청한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서도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직까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제는 헌재 소장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극우 유튜버도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원내부대표는 "정작 정부부터 헌재의 판결을 무시하면서, 최상목 대행은 국민들에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시길 간곡하게 호소한다'는 말만하면 뭐하냐"며 "빠르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유일한 '인용' 정계선 재판관, 적확한 논리로 "위헌-파면" 결정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기각 5-각하2-인용1로 기각됐다. 유일하게 인용(파면) 의견을 밝힌 재판관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이었다.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정 재판관 모습이다. ⓒ 공동취재사진


사실상 7대 1, 그럼에도 정계선 재판관은 단호했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국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재판관 후보자를 '여야 미합의'를 이유로 임명하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이냐 아니냐였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 일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이라는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를 무력화할 목적이라는 국회 쪽 주장을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계선 재판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결정문 곳곳에 한 총리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위법 상태를 방치했으며, 국정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고, 특히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까지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한 총리가 헌재의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문제의식이 강렬했다.

정계선의 의심 "헌재 무력화 →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당시 헌재는 재판관 3인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헌법재판소법상 심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2025년 4월 18일에는 2인도 퇴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며 "피청구인이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가 헌법질서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계속해 나가지 못하고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비정상화로 이어질 수도 있던,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대통령 탄핵심판 방해'를 의심했다. 그는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12월 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발표한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를 강조하고,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지연하면서 야당이 단독처리한 법안에 전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일은 앞뒤가 안 맞다고 꼬집었다. 결국 "임명 거부의 실상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피청구인이 2024년 12월 8일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하였던 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고,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전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는데, 이는 모두 여당의 요구와 일치하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임명 거부의 실상은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되자 당시 6인체제로 운영되어 심리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2025년 4월 18일경에는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결국 피청구인이 형식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야의 합의'나 '실질적 대의제 실현'이 아닌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이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 후 권한대행 자리를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자신과 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애초에 '재판관 9인 완전체'를 흔들고 헌재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조만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리라는 걱정까지 낳고 있는 상황은 한 총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덕수 파면, 헌재 정상 작동 가능한 유일·효과적인 헌법적 수단"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관 자리 하나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또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는 바"라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만 한다'며 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정 재판관은 내란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지연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는 이 일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기회가 차단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권 여부 논란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총리 본인이 수사대상이어서 절차를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가 계속 위법상태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모든 헌법과 법률 위반은 중대하다고 평가했다.

종합적으로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와 같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하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만이 헌재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헌법적인 수단"이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하여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민의 신임을 박탈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피청구인의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최종 결론이었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탄핵 인용’ 정계선 “한덕수의 ‘여야 합의’는 소수여당의 일방적 국정운영”

“한덕수도 내란 상설특검 대상···중립성 외면”

“추천 의뢰 지체, 거부권 행사와 마찬가지”

“‘마은혁 불임명’ 혼란도 한덕수에서 비롯”

“‘여야 합의’ 기준은 여당 고려한 형식적 명분”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했다. 8명의 재판관 중 홀로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무총리직을 박탈당할 만큼 중대한 위헌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 중 2가지(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특별검사(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미뤄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10일 내란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법 3조 1항은 특검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한 대행은 약 2주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대해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총리도 특검 대상에 포함됐던 만큼 중립적인 위치에서 특검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책임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심판 과정에서 한 총리 측은 헌재에 ‘특검 후보자 추천위 구성 및 규칙’ 개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사건이 계류 중이므로 “헌재 결정 전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개정 규칙의 위헌성을 검토하느라 추천 의뢰를 미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위헌성을 예단한 것은 거부권이 없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상설특검은 별도 법안 제정이 불필요해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아니다.

 

헌재는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불임명’ 위헌성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2인 임명으로 일부 해소됐다고 봤으나, 정 재판관은 “최 권한대행이 한 행위를 한 총리 위헌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유리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 대행은 현재까지도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고, 이로써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여야 합의 필요’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6인 체제로 이뤄져 심리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4월 중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도 예정돼 있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재 내부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했다”고 했다. 또 이미 재판관 선출 관련 여야 합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후보자들이 국회 의결을 통과했음에도 권한대행이 추가적인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것은 “임명 의무를 방기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이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다”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점에 대해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 김나연 기자 >

“대부분 학자들 6명 채워서 파면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유력 선고일로 28일 예측

 

 
윤석열 대통령이 2월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헌법학자들은 이번 주 안에 반드시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짚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엠비엔(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이번 주 중 만장일치 인용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력한 선고일로는 28일을 꼽았다.

 

주초(24일)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가 있고, 주중(26일)엔 헌재 인근 고등학교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져 선고일로 잡기 어렵다 보니, 주 후반(28일)에 선고하는 게 현실적이란 주장이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금요일에 선고가 이뤄진 바 있다.

 

임 교수는 “제 마음 같아서는, 또 많은 국민들 마음 같아서는 주초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여건들을 고려했을 때 주 후반으로 하는 게 가장 확률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반드시 이번 주 안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론 종결 뒤 선고에 이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선고 결론이 사전에 유출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범준 서울대 법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에 나와 “결론이 사전이 유출됐을 경우, 피청구인이든 청구인이든 선고 전에 불복 선언이 나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헌재는 완전히 기능을 잃고 약화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이번 주에는 (결론이) 나와야 될 것 같다”며 “보안이라는 게 결국 시간과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지나면 보안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헌법학자들은 당초 예측했던 선고 시점보다 헌재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파면 가능성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원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지금 이 사건의 내용이나 변론 과정을 보면 (탄핵심판의 의결정족수) 6명을 채워서 파면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도 “헌법 연구자로서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기각 의견을 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판결문이 밥이냐, 뜸 들이게” “윤석열 파면” 헌재 향한 시민 외침

 
응원봉과 손팻말을 손에 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하며 ‘헌재는 즉각파면’을 외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서울 경복궁역부터 안국역 주변까지, 도로와 보도를 메운 시민들이 일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목을 놓아 열번 외쳤다. ‘판결문이 밥이냐, 뜸을 들이게’ ‘민주주의 네버다이’ 등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손수 적은 팻말이 구호에 맞춰 흔들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며, 이날 시민들의 분노는 직접 헌재로 향했다. 무대에 오른 시민 박승하씨는 “(비상계엄 선포가) 벌써 100일도 더 전이다. 겨울 초입이었는데 이제 눈이 다 녹고, 그때 국회에 왔던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이 돼서 동아리 가입하고, 우리 딸은 유치원 2년차가 됐는데 왜 아직도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이 지연되며, 불안을 넘어 현실화하는 사회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성예림씨는 “선고가 늦어지며 내란 세력이 더 기승을 부린다. 헌재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폭력도 불사한다”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도 헌재를 향해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언제든 계엄이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된다”며 “그렇다면 외국인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까, 계좌에 적힌 우리 돈이 언제든 인출될 거라고 믿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혼란 중 아주 일부”라고 말했다.

 

전국 1700여개 단체가 꾸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그동안 광화문 농성장을 중심으로 단식농성, 삼보일배, 각계 시국선언을 이어왔던 데서 나아가 ‘총력전’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서울 남태령에서 트랙터 행진을 막은 경찰에 시민들과 함께 맞서며 연대의 장을 만들었던 전국농민총연맹(전농) 농민들은 오는 25일 다시 한번 ‘윤석열 즉각파면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시위’를 예고했다.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가 모여 오후 2시 서울 남태령에서 집회를 연 뒤, ‘범시민 대행진’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동십자각 방면으로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경찰청은 23일 서울 도심으로 전농 트랙터가 진입할 경우 극우 세력과의 충돌이 우려된다며, 전농 쪽에 남태령에서 농민들 행진은 허용하되 트랙터·화물차량의 참여는 불허하는 ‘행진 제한’을 통고했다. 전농은 경찰의 ‘트랙터 행진 제한’에 불복하는 집행정지를 법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오는 27일에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윤석열 즉각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 총파업’이 이뤄진다. 비상행동은 노동자들에게 “이날 오후 반나절 연가를 내고 집회에 모여달라”고 요청했다.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이제 거점을 지키고 버티는 투쟁을 넘어, 전국 방방곡곡, 동네에서 거리에서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주권자 시민의 절실한 열망을 모아내는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지혜  고나린 기자 > 

 

“부하들은 구치소, 수괴는 발 뻗고 잠”…민주, 빠른 윤 파면 촉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게양된 깃발이 바람이 날리고 있다. 연합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늦어지는 선고로 민주주의가 취약해지고 있고 국민들이 하루하루 힘들어하고 있다. 선고 지연으로 국민 혼란이 가중된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부터 상임위별로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압박하고 있다.

 

문체위 야당 간사인 임오경 의원은 “윤석열 부하들은 차디찬 구치소에 있는데, 내란 수괴는 시퍼런 대낮에 ‘탈옥 쇼’를 보여주고 반려견과 떡만둣국을 먹으며 발을 뻗고 자고 있다”며 “국민은 일상을 잃어버렸지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윤 대통령 파면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명 헌법재판관님, 지금 폼 나고 우아하게 선고일 계산할 때가 아니다”라며 “어르신 세대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고, 책으로 민주주의를 배운 자녀들은 내란 수괴의 가증스러움에 규탄의 봉을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가 오늘 오전 10시 이곳 헌재에서 열린다”며 “이와 동시에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선고일을 즉각 발표하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 역시 “헌법재판소 판결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그 길을 포기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헌재의 신속한 판결만이 내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며 “더 이상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관님들이 반드시 이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 한겨레 기민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