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하락... 미국 이란 공격 직접 개입 긴장 확대 우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17일로 닷새째 이어진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강경 대응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원유가격이 큰폭으로 오르고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시장에선 미국이 이란 공격에 직접 개입하고 긴장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급등했다가 반락했던 원유가격이 다시 큰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결제 선물가격은 17일(현지시각) 오후 5시 배럴당 74.84달러로 전장 대비 3.07달러(4.28%) 올라 거래를 마쳤다. 1시간 휴장 뒤 재개된 거래에서도 6시50분 75.36달러로 추가 상승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원유 선물(7월물) 가격은 지난 13일 장중 배럴당 77.62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사태 이전인 10일 종가는 64.98달러였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거래일보다 299.29(-0.70%) 내린 4만2215.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4%, 나스닥 종합지수는 0.91% 하락했다.  < 정남구 기자 > 

프랑스 “가장 큰 실수…카오스 초래”
독일 “미국 결정 가까운 시일에”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정세를 이유로 일정을 단축하고 16일 밤 조기 귀국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이유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를 급히 떠난 가운데, 이곳에 남은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 정권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무너뜨리는 것에 반대하며 “가장 큰 실수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란의 정권의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카오스(혼란)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말할 수 없다”며 “우리는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어떤 행동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격화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에 참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UNCONDITIONAL SURRENDER)”며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지칭)’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과 외교를 재개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것을 거듭 요청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캐나다에서 독일 매체들과의 인터뷰에 응한 메르츠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전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며 “결정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향해 시작한 공세를 두곤 “우리 모두를 위해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체트데에프(ZDF)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과 정부가 (공습을) 실행할 결단을 내린 데 최대한의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공격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란 정권의 테러를 몇 달, 몇 년 더 봐야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의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개입을 반대했다. 이날 유럽연합 외교장관 화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칼라스 고위대표는 “미국이 개입하면 중동 지역을 더 광범위한 분쟁에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외교적 해법이며 유럽은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기 전, 캐나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 시사할 만한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을 떠나기 전 저녁 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에 진지한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이니에게 최후통첩
“쉬운 표적이지만 지금은 제거 않겠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무실이 지난 3월 21일 제공한 사진. 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신년 연설 중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격화하는 무력 충돌과 관련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면서 “적어도 지금은 제거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은 미사일을 민간인이나 미군에 쏘지 말아야 하며, 미국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이란 공격 지원 결정을 앞두고 나온 최후통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자산으로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는 데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여러 글에서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며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 이란은 양질의 추적 시스템과 방어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 설계하고 제작한 장비와는 비교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제공권 장악의 주체를 ‘이스라엘’이 아닌 ‘우리’로 표기했다.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린 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약 1시간 20분간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어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에 대한 개입 방안을 논의했다. 시엔엔은 정통한 2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미군 자산을 사용하는 데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외교적 해결에는 시큰둥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조기 종료하고 귀국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귀국 비행기 내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이란은 협상에 응했어야 했다. 지금은 협상할 기분이 아니다”며 “진짜 종전과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을 종식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결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지난 25년간의 어리석은 대외정책 시기 이후 사람들이 외국 상황에 말려드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하지만 나는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 신뢰를 얻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이 문제를 가까이서 개인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트럼프 대통령)가 미군을 미국 국민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활용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지난 5일간 미사일 공습을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지원이 이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무력화할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특히 산속 지하 약 80m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미국산 벙커버스터 폭탄(GPU-57)과 B-2 스텔스 폭격기의 지원을 원하고 있다.

 

GBU-57은 조지 더블유(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이란과 북한이 산속에 숨긴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탄이다. 무게 3만파운드(약 13.6t)에 이르는 이 폭탄을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미군이 보유한 B-2가 유일하다.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 여러 번 이 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 전폭기 조종과 투하도 모두 미군이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직접 가담함을 의미한다.

 

미군이 중동 지역에 전투기를 추가 배치하고 기존 전투기의 배치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배치되는 기종에는 F-16, F-22, F-35 등 최첨단 전투기가 포함되어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은 이러한 전투기들이 방어적 목적에 쓰이고 있으며, 드론과 발사체 격추에 사용됐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이란과 협상이냐, 핵시설 폭격이냐…트럼프의 선택 초읽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이란-이스라엘 전쟁 때문에 중단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기 위해 전용기로 걸어가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큰 분수령을 맞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동참할 것인지, 이란과의 핵 협상 테이블에 앉아 외교로 분쟁의 실마리를 풀지를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선택도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6일 ‘트럼프의 이란 선택지, 마지막 외교냐 벙커버스터 폭탄이냐’라는 제목의 기사로 트럼프가 이란과 핵 협상 담판을 벌일지 혹은 이스라엘을 도와서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할지, 선택에 몰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개발 저지를 명분으로 폭격을 하고 있으나 산속 지하 약 80m에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란 핵시설 핵심으로 꼽히는 이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는 미군만이 보유한 벙커버스터 GBU-57이 유일한 것으로 꼽힌다. GBU-57은 조지 더블유(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이란과 북한이 산속에 숨긴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폭탄이다. 무게 3만파운드(약 13.6t)에 이르는 이 폭탄을 실을 수 있는 폭격기도 미군이 보유한 B-2가 유일하다.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 여러번 이 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 전폭기 조종과 투하도 모두 미군이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미국이 직접 가담함을 의미한다. 다른 언론들도 이스라엘이 개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벙커버스터 폭탄 투하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거절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직접 가담한다면 이란은 중동 지역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공격, 더 나아가 페르시아만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6분의 1, 가스의 3분의 1이 오가는 길목이 막히는 것이다.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겠다는 트럼프가 이런 선택을 한다면 스스로 공언해온 대외 정책의 파산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을 두둔하며 이란에 협상을 압박해왔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이란과의 협상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을 떠나기 전에도 “그들은 타협을 원한다. 내가 여기를 떠나자마자 우리는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말해, 협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타결을 중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중동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얘기하고 있다. (…) 직접 대화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다”라고 답해,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실제 이번주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의 만남을 놓고 백악관과 이란이 논의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액시오스는 이날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핵 합의 및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종식과 관련된 외교적 제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도 미국과의 협상 용의를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참전하지 않고,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미국 쪽에 통보했다고 한다.

 

양국 간 협상이 시작돼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문제는 여전하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있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우리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어떠한 협정에도 준비됐다”면서도 “이란에 핵 권리를 빼앗는” 어떠한 거래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은 트럼프가 파기한 이란과의 국제 핵 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과 비슷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벙커버스터로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할지, 이란과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섰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벙커버스터 폭탄 사용의 결정을 내리기에는 아직 ‘마지막 외교 기회’가 남아 있고, 트럼프가 이를 걷어찬다면 그의 대외 정책도 길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