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노동자들이 전한 ‘인권 침해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동취재사진

 

허리와 손이 한데 묶여 물을 마시려면 고개를 숙여 핥아야 했다. 가림막 없는 화장실에는 하체를 가릴 천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주먹만 한 구멍 틈새로 햇볕은 거의 들지 않았고, 단 두시간 조그만 마당에 나가는 것만 허용됐다. 여드레를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당한 노동자와 가족들은 2025년, 평범한 한국인으로 살며 상상해본 적 없는 인권침해와 부조리를 전하며 충격을 호소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불법이민자 단속으로 구금됐던 노동자 330명이 지난 12일 귀환하면서, 구금 당시 겪은 인권침해 상황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14일 이들의 증언 속에 담긴 구금 시설 모습은 위생, 외부와의 연락, 이의 제기, 상황 설명 등 국제사회가 정한 구금자 처우의 최소 규칙(넬슨 만델라 규칙)이 모두 무너진 상태였다.

 

체포 과정부터 황당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 등 기본적 설명조차 없어 누구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40대 엘지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직원 서아무개씨는 “체포를 당하는 상태인 줄도 몰랐다.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문서에 사인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직원 ㄱ(48)씨의 가족은 “서류에 ‘어레스트’(arrest·체포)가 눈에 띄어서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수군거렸는데, 요원들이 총을 들고 있으니 일단은 서명을 하고 말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양파망’ 같은 주머니에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넣어 수거해 간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등은 이후 쇠사슬로 노동자들의 팔과 다리를 묶다가, 그마저 부족해지자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속박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구금 초기, 72인실 임시 시설에 몰아넣어졌다. 이날 연합뉴스가 전한 한 노동자의 구금일지를 보면, 2층 침대가 늘어서 있었고 침대 매트에는 곰팡이가 핀 상태였다. 치약, 칫솔, 담요 등 기본적인 물품들도 구금 이튿날에야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한기를 견디려 수건을 둘러 몸을 녹였다. 물에서는 냄새가 나 입술만 축이는 노동자가 여럿이었고, 구금 기간 내내 통조림 콩, 토스트 정도가 음식으로 제공됐다.

 

구금 3~4일차에 접어들며 노동자들은 순차적으로 2인1실 방을 배정받았다. 4.96㎡(1.5평) 정도 크기에 2층 침대와 철제 책상이 놓여 있는 형태였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타인과 함께 쓰는 공간에서 변기는 하체를 가릴 천 하나만 둔 채 “오픈”돼 있었다. 협력업체 노동자 조영희(44)씨는 “생리 현상에 있어 특히 인권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오픈된 화장실에서 해결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노동자들에게는 하루 2시간씩 ‘야드’에 나가는 것이 볕을 볼 유일한 시간이었다. 야드는 농구장 절반 크기의 좁은 마당이었다.

 

 ㄱ씨는 가족을 통해 한겨레에 당시 심경을 전하며, 이해할 수 없는 처우 앞에 항의조차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ㄱ씨 가족은 “무엇을 이렇게까지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반인권적인 감금을 당하고 있는데, 누구도 사과하지 않는 현실이 크게 다가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대한민국 영사 등이 구금자들을 찾은 현장에서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것이냐, 끝까지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고 한다. 미국의 투자 요청으로 공장을 지으러 나간 현장에서 맞닥뜨린 예기지 않은 상황이 공포를 한층 키운 셈이다.

 

이성훈 한국인권학회 부회장(성공회대 시민평화대학원 겸직교수)은 “체포 과정, 수십명을 한방에 강제수용하고 열악한 화장실과 음식을 제공하는 등 현재까지 증언들을 보면 구금자 처우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나타난다”며 “미국이 이런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인권적 차원의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미국 쪽에 유감 표명과 동시에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속해서 제기했다”며 “제한적 외부 통화, 구금시설 상주 의료진의 건강상태 체크 등 우리 쪽 요청을 일부 수용해 개선했지만, 미진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등 우리 국민의 인권이나 여타 권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 여부 등에 대해 해당 기업들과 함께 면밀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조해영  장종우   이승욱   서영지 기자 >

 

국민 불신 심각한데 대책커녕 반성 한마디 없어
여당 사법개혁안에 '우려' '신중'뿐…사실상 거부
"독립 보장" 요구만…외부 개혁의 당위성 재확인
민주 "사법개혁 방해하면 국민 결코 좌시 안 해"

정청래 "대선 후보도 바꾼단 오만이 재판 독립?"
"사법부가 시동 건 개혁, 다 조희대의 자업자득"
강득구 "법원장회의 집단행동…조희대 사퇴해야"
이성윤 "정치검찰 '전국검사장회의' 보는 듯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9.12. 연합
 

사법부가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사법 독립 보장"에만 목청을 높이고 지귀연 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나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 개입 등 내란 공범에 가까운 일련의 작태를 벌인 데 대해서는 재발 방지책은커녕 일말의 반성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집권여당은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자초한 것임을 다시금 환기시키며 "사법개혁을 끝까지 거부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1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부의 역사적 과오와 현재까지 내란 재판이 장악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사법부 스스로가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당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개혁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정한 사법을 실현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다. 만약 사법부가 사법개혁을 거부하거나 이를 방해하려는 시도를 한다면 국민은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부는 왜 사법개혁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는지, 왜 개혁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과거 군부독재 시절 민주 인사를 탄압하는 반인권적·반헌법적 판결이 내려졌고, 민생범죄에는 가혹하면서도 기득권 권력형 범죄에는 관대한 판결을 일삼았다. 불법 계엄 상황에서는 권력의 눈치를 보며 사법부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면서 "또한 내란 수괴를 석방하고 내란 재판을 앞두고 휴가를 떠났으며, 한덕수를 비롯해 내란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을 반복적으로 기각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특히 대법원이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했다는 노골적인 대선 개입 의혹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사법부 적폐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법부는 국민의 명령인 사법개혁에 단호히 나서야 하며, 윤석열·김건희의 국정농단과 내란 재판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 합의와 개혁 입법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5.9.12. 연합
 

정청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조 대법원장을 직접 거명해 직격탄을 날렸다. 정 대표는 <조희대 "재판 독립 확고히 보장돼야…내란재판부 위헌 여부 검토">라는 TV조선 보도 제목을 언급한 뒤 "대선 때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인가?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시동 걸고 자초한 거 아닌가?"라며 "다 자업자득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라고 일갈했다.

 

대법원이 터무니없는 졸속 심리 끝에 6·3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있던 지난 5월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던 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를 충격과 분노에 빠뜨렸던 당시 '사법 쿠데타'를 조 대법원장이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정 대표는 또 <장동혁 "정청래, 조희대 겁박하고 나서…위험천만">이라는 SBS 보도 제목을 거론한 뒤 "노상원 수첩만큼 위험천만할까? 국민을 겁박하고 죽이려 했던 자들이 누구인지 국민은 다 안다"면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라. 패륜적 망언을 한 송언석도 사과하고"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사법부 말살 시도' 운운한 데 대해서도 "사법부 말살은 윤석열이 하는 짓 아닌가?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이나 재판 똑바로 받으라고 전하라"며 "내란세력은 반성과 사과가 없다"고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2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전국법원장회의 결과를 개탄하며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당 사법개혁특위 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법개혁은 시대적 과제이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사법개혁의 열차는 국민과 함께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장 출신으로 국회 법사위 소속인 이성윤 의원은 "조희대 '전국법원장회의', 사법개혁에 사법 참여 강조! 정치검찰 '전국검사장회의' 보는 듯하다"며 "헌법은 '사법왕국'이 아닌 '국민주권'을 원한다"고 했다.

 

당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조희대, 지귀연은 '내란 공범'에 해당한다. 조희대, 지귀연을 그대로 두고 사법부 독립 운운하는 것은 깡패 짓을 하고도 벌 받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의 '사법정치'에 대한 냉엄한 심판이 사법 불신을 풀어낼 실마리이며,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해법이 없다면 그 해법은 외부로부터 추진되지 않을 수 없다는 요지의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의 글을 들어 "한인섭 교수 주장에 틀린 말이 없다. 사법부는 주권자 시민의 통제 아래 둬야 한다"고 단언했다.

 

강득구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자마자 일정을 앞당겨 사상 초유의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구속 기간을 시간 단위로 쪼개야 한다는 황당한 판결을 내린 지귀연도 마찬가지"라며 "이런 자들이 사법부 독립을 말한다.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사법부가 진정 독립을 원한다면 먼저 대선 개입과 정치적 판결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퇴하고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 의원은 "어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정권 시절 내란과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못하던 분들이 정작 자신들의 권한이 줄어들까 봐 집단행동을 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며 "그 어떤 권력도 국민 위에 있는 권력은 없다. 내란특별재판부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성역이 아니다. 과거 법기술자들이 정치에 개입해 민주주의를 훼손했던 흑역사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고 전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9.12. 연합
 

앞서 대법관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12일 오후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약 7시간 반 만인 오후 9시 25분쯤 종료됐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천대엽 처장이 법원장들에게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관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원장들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위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의제에 대해 각급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법원장들은 회의 뒤 보도자료를 내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대다수 판사는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된다' '사실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상고제도의 바람직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등의 이유로 단기간 내 대폭 증원에 우려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를 통한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에도 대다수 판사는 우려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관평가제도 개선 논의에 대해서도 대다수 판사가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나 위헌성 소지를 들어 발의된 법안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도 논의가 진행됐다. 이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한다. '우려' '신중'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썼으나 사법개혁 주요 의제 대부분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 기구를 이끄는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하기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에 사법부 의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법원장들에게 미리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 김호경 기자 >

 

'내란특별재판부'는 과연 위헌인가?

● Hot 뉴스 2025. 9. 15. 05:4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헌법상 특별법원' 아니므로 헌법 근거 필요 없어
 
                                                                                김현철 변호사

대법원의 '위헌' 주장은 과연 정당한가?

 

윤석열의 12 ․ 3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에 관한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 보고를 마친 후 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입니다. 위 법안에는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하여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하되, 해당 판사들은 국회,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로 구성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가 각 3인씩 추천하고 2배수로 추천한 판사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정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① “현행 헌법상 군사법원만 특별법원으로 허용되고 그 외에 특별법원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위헌적 제도로, 반민족행위자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 3·15 부정선거 행위자 특별재판부 등은 당시 헌법에 근거를 두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또한 ② “사무분담이나 사건배당에 관한 법원의 전속적 권한은 사법권 독립의 한 내용이고 사법행정권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대법원장 및 그 위임을 받은 각급 법원의 장에게 속하며, 국회가 특별 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1) 먼저 [특별법의 내란특별재판부]가 '헌법상 특별법원'에 해당하는지를 살피겠습니다. 만약 대법원의 주장처럼 [내란특별재판부]가 '특별법원'에 해당하면, 헌법의 근거 없이 법률로 규정된 내란특별재판부는 당연히 헌법에 위반됩니다. 대법원의 주장대로 현행 헌법은 군사법원만을 특별법원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10조]

①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
②군사법원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③군사법원의 조직ㆍ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④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ㆍ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ㆍ초소ㆍ유독 음식물 공급ㆍ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렇다면 특별법원이란 무엇일까요? 그냥 ‘특별’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모두 특별법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별법원이 무엇인지 정하려면, 먼저 ‘법원의 정의’를 내려야 합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1조는 다음과 같이 ‘법원’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101조]

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②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
③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법원이란 법률로 정해진 자격을 가진 법관으로 구성된 조직이며, 대법원과 각급 법원이 이에 해당합니다. 즉 군사법원이 특별법원인 이유는 법원조직법에 의한 판사가 아닌 별도의 법률에 의한 군판사가 그 재판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해당 부대의 사령관이 ‘관할관’이라는 이름으로 군사재판에 관여하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폐지되었습니다. 이러한 예외가 인정되었던 이유는 헌법 제110조가 군사법원을 특별법원이라고 그 근거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즉 헌법상 특별법원인가 아닌가의 결정적 기준은 그 법원의 판사가 법원조직법상의 법관인가 아닌가에 달렸습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특별법원이 아니다

 

그런데 [특별법의 내란특별재판부]는 그 판사들이 법원조직법상의 법관이며,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되며, 대법원을 상고심으로 합니다. 따라서 [내란특별재판부]는 '헌법상 특별법원'이 아니므로 헌법상 특별한 근거가 필요 없습니다. 대법원이 예로 들었던 과거 ‘반민특위’와 ‘3 · 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는 법관이 아닌 사람이 재판관으로 참여했고, 대법원에 대한 상고가 불허되었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논리는 헌법학 강의를 들은 로스쿨 2, 3년차 학생도 모두 아는 법리입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이렇게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이론을 일반 국민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희대 코트의 뻔뻔함과 가증스러움에 최고의 예의(?)를 갖추어 경의(?)를 표합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

 

(2) 두 번째로 ‘법원의 사무 분담과 사건배당이 전속적 권한이어서, [특별법의 내란특별재판부]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살피겠습니다. 대한민국헌법은 ‘제5장 법원’이라는 제목 아래 제101조부터 제110조까지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어디에도 “사무 분담과 사건배당은 법원의 전속적 권한이며, 국회가 이를 침해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없습니다. 근대헌법에 이르러 ‘사법권의 독립’이 규정된 배경은 절대군주로부터 시민들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의 독단과 독선’으로 변질되었고, 3심제도가 이러한 ‘독단과 독선’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의 원세훈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가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는 기괴한 논리로 국정원법위반 유죄, 선거법위반 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가 ‘지록위마’라고 비판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 이범균은 고등법원으로 승진했고, 김동진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또한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에 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5부의 재판장 지귀연 판사가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구속을 취소했습니다. 이 결정은 절대로 서가에 묻혀서는 안 되고, 향후 지귀연에 대해 평가할 때 계속 심판의 대상으로 삼아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도록 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66조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부터 기산하고, 연 또는 월로 정한 기간은 연 또는 월 단위로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구속기간은 2개월로 한다"는 제92조 및 "10일 이내"라는 제202조와 제203조에 의할 때에 구속기간은 '월(月)' 또는 '일(日)로 정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214조의 2 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제4항에 규정된 48시간은 심사를 위한 기간으로, 당연히 시간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13항에 있는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부분은 구속기간에 관한 것이므로 '날'로써 계산해야 합니다. 또한 구속영장 심문에 관한 제201조의 2에는 '시간'에 관한 규정이 아예 없으므로, 설령 33시간 7분이 소요되었다고 하더라도 2일이 불산입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법률 해석의 가장 기본인 문언적 해석에 따른 것입니다. 지귀연은 법률의 문언을 넘어서 내란죄 주범의 구속을 풀어준 것이며, 법률의 문언을 넘은 해석은 명백히 위법한 행위입니다. 그러한 행동을 헌법 제103조로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시상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2025.9.12. 연합
 

조희대의 지난 5월 1일 '이재명 판결'은 사법 쿠데타

 

심지어 조희대 코트의 2025년 5월 1일자 이재명 판결은 ‘사법쿠데타’에 해당합니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유죄 취지로 환송했습니다. 심리에 관여한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0명이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2명만 반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반대 의견을 냈던 오경미 · 이흥구 대법관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례의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의 가장 큰 문제는 절차 진행이 이례적으로 너무나 빨랐다는 점입니다. 4월 22일 2부에 배당된 사건을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로 돌리고,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합의 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나 열어 사건이 접수된 지 9일 만에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어 정치에 개입한 것입니다. 만약 ‘이재명의 개인 비리’가 심판의 대상이었다면, 대법원이 6 ․ 3 대선에서의 유권자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 신속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결의 대상은 ‘선거법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였고, 재판 중간에 선거법의 해당 조항 개정이 논의되었고, 만약 개정된다면 면소판결의 대상이 될 상황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지 않고 하급심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고, 결국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선고 직후 다음 날 서울고법에 사건이 접수되었고 담당재판부가 곧바로 지정되었으며, 첫 변론기일까지 공표되었습니다. 법원이 절차를 강행하면, 6월 3일 대선 투표일 전에 이재명은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등록일이 5월 11일까지였기 때문에, 민주당은 아예 후보를 등록하지 못하게 됩니다. 어쩌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하급심에 책임을 떠넘긴 것처럼 외견상 꾸미고, 민주당의 후보 자체가 없는 대선을 계획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법원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은 법원의 전속적 권한이 아니다

 

그러자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경고했고,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및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시민들 또한 대법원의 정치 개입에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대법관들이 6만 쪽이 넘는 재판기록을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적어도 그 전자기록을 열람했는지 로그기록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였고, 로그기록 공개 요구에 관해 대법원은 상고이유를 제한하는 규정, 사후심이자 법률심인 상고심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상고심 특성으로 인해 (대법관들이) 1쪽에서 6만 쪽까지 기록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읽어야 판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2025년 5월 4일자 연합뉴스<“6만 쪽 다 읽었나 답변하라”…‘이재명 판결’ 기록검토 논란>). 이러한 시민들의 거센 열기에 서울고등법원은 변론기일을 추정하고 재판을 중지하였습니다.

 

요컨대 ‘법원의 사무 분담과 사건배당’은 결코 법원의 전속적 권한이 아니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법률로써 조정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법권의 독립은 특정 판사의 전유물이 될 수 없으며, 17세기부터 300년이 넘게 투쟁해 온 '피지배자들의 권리'입니다. 따라서 피지배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특정 판사의 독립’은 정당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