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은퇴 고령자 존(67)은 지난해 10월 미군에 협력했던 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추방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읽고, 기사에 나온 검사 조셉 던바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제공했던 임시신분보호(TPS) 프로그램을 종료해버린 뒤, 국토안보부는 이 이민자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송환하려 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때 미군 쪽 통역사였던 형과 함께 망명한 이 이민자는 돌아가면 자신은 탈레반 정권에게 죽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존은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던바흐씨, ㄱ씨(이민자)의 목숨으로 러시안룰렛을 하지 마십시오. 신중하십시오. 미국 정부를 비롯해 많은 정부가 탈레반을 인정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상식과 도덕의 원칙을 적용하십시오.”
자신의 성과 이름을 밝히고 서명한 뒤, 전송 버튼을 눌렀다.
존이 메일을 보내고 5시간 뒤, 구글 계정에 메일이 도착했다. “구글은 법 집행 기관으로부터 귀하의 구글 계정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적 절차를 요청받았습니다”라고 쓰인 이 메일엔 법적 절차의 종류로 ‘소환장’이, 요청한 기관에는 ‘국토안보부’가 명시돼 있었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존은 처음에는 가짜이거나, 실수로 발송된 게 아닌지 의심하면서도 두려움에 휩싸였다. 링크를 클릭해 보니 개인 정보 제출을 거부하려면, 7일 내에 이의 소송을 제기하라고 했다. 하지만 소송을 하려면 필요한 소환장 사본을 받지 못했고, 법원에 문의해도 소환장 발부 기록이 없었다. 메일은 회신 불가였고, 국토안보부로 전화를 걸어도 신호음만 듣기 일쑤였다.
알고보니 이것은 법원을 거치지 않고 연방 기관이 보낸 ‘행정 소환장’이었다. 3일 워싱턴포스트는 존의 사례를 보도하며, 판사 승인 없이도 긴급하게 테러 용의자나 마약밀매범의 전화, 금융, 인터넷 기록 등을 확보하는 데에 쓰였던 행정 소환장이 이제는 시민들을 압박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필라델피아의 집에서 존이 인쇄한 이메일과 기사들을 훑어보고 있다. 신원 유출을 우려해 성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 갈무리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된 2025년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소환장을 받았다. 구글이 2025년 상반기 받은 소환장은 2만8622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15% 상승했다. 다만 정보기술 기업들은 사용자 데이터를 요청받는 건수를 매년 집계하면서도, 이 소환장이 판사의 정식 승인을 받은 사법 소환장인지, 행정 소환장인지는 구분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국토안보부는 행정 소환장을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정황이 엿보인다. 2025년 9월 국토안보부는 인스타그램에 이민단속 요원을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과 그 글을 공유한 사람들의 계정을 지목해 개인 정보를 제출하라는 행정 소환장을 메타(인스타그램의 모회사)에 보냈다. 최근에는 미네소타에서 의료진들이 병원에 침입한 이민단속 요원들에게 항의한 뒤, 국토안보부가 이 병원에 직원 7000명의 고용 정보를 제공하라는 행정 소환장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국토안보부에서 매년 발부하는 행정 소환장의 수는 적게는 수천건에서 많게는 수만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안보부에선 중간관리자급 이상이면 누구나 행정 소환장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고 전직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전했다.
11월엔 존의 집 앞으로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이 찾아와 “던바흐 검사의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구글 쪽이 아직 소환장에 따른 개인 정보를 넘기지 않았는데도, 따로 집 주소를 알아내어 찾아온 것이다. 워싱턴에 있는 국토안보부 본부에서 필라델피아 지부로 연락해 존을 찾아가라고 했다고 한다. 존은 자신이 온건하게 의견을 표현하는 이메일을 쓴 것이며, 법적으로 문제되는 바도 없다고 소명해야만 했다.
존의 사연을 들은 비영리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움직인 뒤에야, 존은 문제의 행정 소환장 사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행정 소환장에서 국토안보부는 9월 1일부터 존의 모든 온라인 접속 기록(날짜, 시간, 지속 시간), 관련된 모든 아이피(IP) 주소와 실제 주소, 사용한 모든 서비스 목록, 사용자가 쓰고 있는 모든 이름과 이메일 주소, 계정 개설일, 신용 카드 번호, 운전면허증 번호, 사회 보장 번호를 요청했다. 소환장 요청 사실을 존에게 알리지 말라는 당부도 포함돼 있었다. 존은 그 뒤로 휴가를 떠나면서도 당국의 검문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맹 소속 변호사인 네이선 프리드 웨슬러는 “소환장 발부나 연방 요원의 방문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꼭 누굴 가두지 않고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연방 정부의 권력이 워낙 막강하게 때문이다”며 비판했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워싱턴포스트 기사에는 “이거야말로 빅 브라더의 극치” “읽어본 기사 중 가장 소름끼친다” “이런데 도널드 트럼프나 제이디 밴스가 유럽을 방문해 표현의 자유가 부족하다고 큰소리칠 수 있겠느냐”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 정유경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제안한 가운데, 당 수석대변인은 "법 통과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민주당의 호응 없이는 장 대표의 제안을 실현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의당 "지선 앞두고 청소년 표 얻기? 아니라면 증명하라"
박성훈 당 수석대변인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 이 부분(선거 연령 16세 하향)이 반영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선거법 개정을 해야 되는 부분이라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장 대표는 연설 때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하자고 했다'라는 말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동참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본인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민주당은) 안 받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이 이슈를 우리에게 뺏긴 상황이라 '굳이 (동참)해 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선거 연령 하향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 시절과 달리 입장이 바뀐 이유'를 묻는 말에는 "그때랑 지금은 당이 지향하는 바가 바뀌었다. (현재는) 청년 중심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라고 답했다.
또 '선거 연령 16세 하향 안이 지방선거 전략 중 하나인가'라는 질문엔 "전반적으로 보면 국민의힘이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민주당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장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총평에 대해 서면으로 브리핑했다"라며 "(선거 연령 하향과 관련해서는) 일일이 논평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다만, 정의당은 같은 날 청소년위원회 명의로 낸 성명에서 "장 대표의 만 16세 선거권 추진을 환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의힘은 자격 없다"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국민의힘이 갑작스럽게 청소년 선거권과 인권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 그간 보수정당이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에 반복적으로 반대해 온 점 ▲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 서울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점 등을 나열했다.
특히 "장 대표의 목적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소년들의 표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진정으로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와 청소년 인권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장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라며 "이번 지방선거부터 선거 연령을 낮출 수 있도록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적 판단력에 있어서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16세 이상이면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라는 점 등을 들었다.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부모님들의 염려도 잘 알고 있다"라며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 주입식 정치 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박수림 기자 >
▲박근혜 자택 예정지에 지지자들 발길2022년 2월 12일 박근혜씨가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사저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연합
"박근혜 대통령님을 지키겠습니다."
눈물로 호소하며 후원금을 모으고 책을 팔았던 그들이, 이제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집을 가압류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아래 가세연)'와 운영자 김세의씨의 이야기입니다.
박근혜씨의 대구 달성군 사저가 가세연과 김세의씨에 의해 가압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30일 김씨 등이 박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청구 금액은 총 10억 원(김세의 9억, 가세연 1억)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통령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과연 이것이 그들이 말하던 '의리'이자 '애국'이었을까요? 아니면 철저한 '비즈니스'였을까요?
'남은 10억' 두고 갈리는 양측의 주장
사건의 발단은 2022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근혜씨가 사면 후 머물 대구 사저를 매입할 당시, 자금이 부족하자 김세의씨가 21억 원, 가세연이 1억 원, 강용석 변호사가 3억 원 등 총 25억 원을 건넸습니다.
당시 김씨는 이 돈에 대해 "내 개인 돈이다. 과천 땅이 수용되면서 받은 보상금"이라며 박씨를 돕기 위한 순수한 호의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박씨 측은 이미 15억 원을 갚았지만, 남은 10억 원의 성격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박씨 측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김세의씨가 (옥중서신) 판매이익금 10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었다"며 "빌린 25억 원에서 이 판매이익금을 제하면 15억 원이 남기 때문에, 박씨는 빚진 15억 원을 가세연에 모두 갚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가세연이 옥중서신으로 7억 원가량을 벌었다고 알려왔었는데, 설령 구두 약속을 없었던 일로 치고 이 계산을 따르더라도 남은 빚은 3억 원"이라며 "그런데 돌연 가세연이 10억 원을 청구 소송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박씨 측은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반면 김씨는 "오히려 가세연이 이용당했다"며 "판매이익금으로 10억 원을 변제해주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고 맞섰습니다. 김씨는 "남은 10억 원에 대한 정산 협의를 위해 유영하 의원과 박씨 측에 내용증명을 두 차례 보냈지만 모두 답이 없었다"며 "박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지만, 협의 요청이 계속 묵살돼 부득이하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마케팅'으로 번 돈, 그리고 가압류
▲2022년 당시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씨가 SNS에 "박근혜 대통령님 책 판매 현황 공개"라며 올린 게시글 ⓒ SNS 갈무리관련사진보기
지난 2022년 보수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가세연 측은 박씨의 옥중 서신을 엮은 책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는 그해 2월 25일까지 20만 5194권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액은 19억 8288만 5517원입니다. 인쇄비와 기타 비용 등 14억 120만 5007원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5억 8168만 510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순수익은 향후 박씨에게 전달될 예정이었습니다.
이는 과거 발언과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2021년 옥중서신 출간 당시 김씨는 "책 수익금은 모두 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가세연은 단 1원의 수익금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가세연은 2018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슈퍼챗으로만 24억 원 넘게 벌어들이며 국내 유튜브 채널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박씨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결집한 보수 지지층의 지갑에서 나왔습니다.
한 누리꾼은 "박통(박근혜씨) 팔아서 슈퍼챗 받고 후원금 챙겨 호의호식해 놓고, 이제 와서 빌려준 돈이라며 압류를 거느냐"며 "그때 받은 슈퍼챗부터 토해내라"고 질타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국 돈 앞에서는 대통령이고 뭐고 없는 것 아니냐. 이것이 보수 유튜버들의 민낯"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가압류 결정이 갖는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강력한 법적 조치입니다. 박근혜씨는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집을 팔 수도, 담보로 잡힐 수도 없게 됐습니다.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했던 이들이 박씨를 사실상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칼을 빼 든 셈입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팀킬이다", "보수는 돈 앞에 답이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옵니다. 박근혜씨를 앞세워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고 슈퍼챗을 챙기던 '애국 비즈니스'의 끝이 결국 가압류라는 사실은 씁쓸함만 남깁니다. < 임병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