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송치한 사건 기어이 기소한 정치 검찰


이재명 부부 1심 유죄 나오자 대놓고 기소 폭탄
'정적 죽이기' 의도…배임액도 16배나 뻥튀기

이재명 구속 실패에 권익위까지 동원해 재수사
직접 관여 증거 없다는데…간접증거 내세운 검찰

"상식과 이해 뛰어넘은 치졸한 공작수사 멈춰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을'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 달기 행사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4.11.19. 연합
 

검찰이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씌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19일 또다시 재판에 넘겼다. 이른바 '법카 유용 의혹' 사건은 지난 2022년 9월 이 대표에 대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안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 구속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수사 의뢰라는 형식을 빌려 재수사에 들어갔다. 대통령의 '정적 제거'를 위한 하명 수사·기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1심에서 벌금 150만 원형을 선고받은 지 닷새 만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나흘 만에 기소가 이뤄진 점은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오는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기소한 것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탄핵·하야 여론을 '물타기' 하기 위한 검찰의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허훈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 대표와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아무개 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를 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씌운 혐의는 구체적으로 ▲경기도 관용차를 공무와 무관하게 사용하고 ▲과일·샌드위치·세탁비·식사 등에 경기도 예산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배임액이 1억 653만 원이라고 주장했다. 제네시스 관용차 사용 배임액 6016만 원, 과일대금 지출(이 대표 외 나머지 2인 포함) 2791만 원, 샌드위치 685만 원, 세탁비 270만 원, 식사(이 대표와 비서실장 정아무개 씨) 889만 원 등이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액이다.

 

19일 이재명 대표 불구속 기소와 관련해 검찰이 낸 보도참고자료. 2024.11.19.
 

검찰이 주장하는 배임액은 '먼지떨이'수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법카 유용 의혹'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진 곳만 130여군데에 이른다. 이에 검찰은 기자들에게 내놓은 보도설명자료에는 "검찰은 경기도청 등 10곳 미만의 장소에 대하여만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며 "경찰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매출전표 확보 목적으로 법인카드 사용 식당 10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송치 사건 1년여 방치하더니

이재명 구속 실패하자 재수사

1년 만에 배임액 16배 뻥튀기

이 사건은 대선 기간이었던 2022년 1월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조명현 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그해 8월 이 대표의 배우자 김 씨와 전직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 씨만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뒤, 이어 9월 이 대표에 대해 "직접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불송치했다. 이 대표에 대한 '법카 유용 의혹'은 그 뒤 1년 정도 방치됐다.

그러다가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백현동 개발사업 의혹 및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표결이 이뤄지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8월 조명현 씨가 권익위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족벌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재등장한다. 수사기관에서 직원들의 법카 유용과 이 대표의 직접 연관성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 씨는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샴푸를 사려고 서울 청담동 일대로 심부름을 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카드를 유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에서 그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상황이 반전됐다. 무리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관련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2023년 10월 23일 수원지검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JTBC 현장 중계 화면 갈무리
 

이에 검찰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다시 꺼낸 것이 '법카 유용 의혹'이었다. 검찰은 수원지검에 '법카 유용 의혹'과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상황 반전을 꾀했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의 형님'으로 불리는 검사 출신 김홍일이 수장으로 있었던 권익위가 단 한 달여 만에 조사해서 "이 대표와 개연성이 있다"며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도 100여 곳 이상을 압수수색하고 6개월 이상 걸려 불송치 내린 사건을 권익위가 순식간에 조사해 혐의를 씌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7~2019년 경기 성남시 청계산 자락 유원지 인근 유명 한우식당에서 943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려 6개월이나 조사해서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것과 비교하면, 이 대표에 대한 권익위의 조사는 정치적인 목적이 뚜렷했다.

권익위의 수사 의뢰로 동력을 찾은 검찰은 1년간 재수사를 통해 '경기도 법카 유용 금액'은 무려 16배나 불렸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지난 2022년 경찰이 수사할 당시 파악한 결제 금액은 총 150여 건, 2000만 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표와의 관련성은 전혀 찾지 못했다. 검찰이 이번에 배임으로 주장한 금액은 이 대표에 걸린 1억 653만 원을 포함해 총 3억 3235만 원이다. 130여 곳을 '먼지떨이'식으로 압수수색하면서 배임액을 극도로 늘린 것으로 보인다.

 

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전 권익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29. 연합
 

김혜경 150만 원으로 자신감 찾은 검찰?

이재명에 대해서도 간접 정황 주장할 듯

"터무니 없는 수사, 기소 폭탄 중단하라"

다만 검찰은 이 대표 부부가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직접 지시한 객관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전 경기도 공무원 배아무개 씨는 그동안 법정에서 "스스로 판단했다"는 취지로 진술해왔다. 이 대표나 부인 김 씨의 관련성을 부인한 것이다. '법카 유용'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성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국민의힘 등 수구보수세력이 틈만나면 정치 수사로 쓰는 것이 청담동에서 샀다는 '일본산 샴푸'와 '샌드위치 야채 1000원 추가' 주장이다. 이 대표 개인에 한정해 제기된 주장이기 때문에 개연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검찰은 김 씨가 법카 유용에 대해 부인했음에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만큼, 이 대표가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 사실과 정황을 통해 혐의 입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 대표 부부에게 연이어 유죄가 나오면서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다. 김 씨 식비 7만 8000원을 통해 '연습'을 했으니, 이를 확장해 '실전'으로 간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 씨의 1심 판결문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이 대표 불구속 기소 보도참고자료에서도 김 씨의 판결문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통상적인 경험칙에 따라 공모관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추가 기소에 격앙된 분위기다. 이번 6번째 기소로 이 대표는 일부 병합된 재판을 포함, 총 5개(서울중앙지법 3개·수원지법 2개)의 재판을 받게 됐다. 또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는, 오는 25일에도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정치 검찰의 '제1야당 대표 죽이기' '대통령 정적 말살 시도'에 최근 법원까지 가담하면서 당 안팎에선 우려가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4.11.14. 연합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전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검찰이 대장동, 공직선거법, 위증교사에 이어 또다시 핑곗거리를 만들어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며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수석대변인은 "명백한 억지 기소이자 야당 탄압"이라며 "검찰은 이 대표가 법인카드를 쓴 것도 아닌데 몰랐을 리 없다는 억지 춘향식 논리를 뻔뻔하게 들이밀었다"고 했다. 또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검찰은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고 했다.

그는 "검찰에 부여된 기소권이 야당을 옥죄기 위한 수단인가"라며 "아무리 이 대표를 옥죄어도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을 가릴 수 없고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덮을 수 없다. 저열하고 흉포한 검찰 독재 정권의 민낯만 재삼 드러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검찰이 야당과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검찰은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각오하라"고 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검독위)는 "검찰은 '이 대표가 지시했거나 인지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사실과 정황 사실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한다"며 "검찰이 스스로 증거 없다고 자백한 것이고, 상식과 이해의 용량을 뛰어넘은 횡포"라고 했다. 검독위는 "법의 껍데기를 쓰고 영장과 강압수사로 이 대표를 정치적으로 살해하려는 치졸한 공작수사는 멈춰야 한다"며 "터무니없는 기소를 당장 철회하고, 정적 죽이기 '기소폭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이재명 지시·묵인 증거없이…‘관용차 혐의 추가’ 법카 유용 기소

경찰 수사"무혐의" 뒤집고,  없던 ‘관용차’ 사용까지 포함 배임 2배 늘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을’ 살리기 신문고 상생 꽃 달기 행사에 참석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면서 이 대표가 경기도 예산과 관용차를 배우자 김혜경씨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선 없던 ‘관용차’ 사용까지 포함하면서 배임 금액이 1억원대로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애초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 대표 무혐의(불입건)-배우자 김씨 입건’이 검찰로 넘어와 ‘이 대표 기소-김씨 기소유예’로 바뀌었다. 수사가 이 대표에게 맞춰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대표가 관련 업무를 지시하거나 가담한 구체적 증거, 핵심 증인들의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사건과 연결된 김씨의 ‘10만4천원 결제’ 사건(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선고 취지에 부합하는 ‘통상적 경험칙’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혐의를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수원지검의 이 대표 공소 내용을 보면, 경기도는 2018년 7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직후 의전용(내외빈 영접 등) 관용차로 제네시스 G80을 6540만원에 구입했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 주거지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고,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사용했다는 것이다. 관용차는 퇴근 등 사용 뒤 청사에 반납해야 하지만, 따로 차고지를 지정하면 사용 뒤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통상 공공기관은 공무용으로 사용하는 관용차량을 여러대 보유하고 있으며, 공유재산 관리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이 관용차는 이 대표의 배우자 김씨를 수행하는 이른바 ‘도청 사모님팀’이 개인 모임 등 김씨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운행했다. 감사 등을 피하려고 관용차를 공적 용도로 운행한 것처럼 허위 운행일지도 작성·제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으로 제네시스 G80 렌트비(월 138만원 상당)를 추정해 사용 기간과 주유비·세차비·과태료 등으로 모두 6016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추산했다. 경기도청 한 관계자는 “의전용 관용차를 자택에 세워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다른 지자체의 관례에 비춰볼 때 검찰 수사가 매우 지나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찰 수사에는 없던 부분이 검찰에서 살아나고 금액도 부풀려진 것을 보면 과잉 기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사모님팀이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아무개씨의 지휘 아래 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 75건 889만원어치를 구입·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75건에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0만4천원 결제 건도 포함됐다. 경찰 수사 당시 법인카드 사적 사용 배임금액은 2천만원 상당이었으나, 검찰 수사에서 8978만원(전 도지사 비서실장 정아무개씨, 배씨 배임액 포함)으로 증가했다.

검찰은 이 사건 배임 범죄가 공무와는 무관한 이 대표 부부 또는 김씨의 사적 활동 관리, 사적 소비에 쓰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해 정도,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부부를 모두 기소하지 않는 관례와 10만4천원 결제 사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이 대표 부부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김씨는 지난 9월5일 검찰에 출석했으나, ‘검찰이 결론을 정해 놓고 한 수사’라며 사실상 진술을 전면 거부했다. 검찰은 소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던 이 대표 쪽에는 서면질의서를 발송했으나 답변서는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진술 조사 없이 기소해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게 됐다.

검찰은 김씨의 공직선거법 사건 1심 유죄 판결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해당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10만4천원’ 사건을 ‘목격자 없는 살인 사건’과 비교하며 “현장 목격자나 폐회로티브이가 없는 경우에도 간접사실을 종합해 증명력을 부여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이 이 대표 혐의 입증에 상당히 근접한 유의미한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의 공소장에도 발췌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이정하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많이 이용”  동문서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야구장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어린이 야구교실에서 유소년 야구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타격해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를 두고 여야 공방이 오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부천 호텔 화재 참사, 북한 오물풍선 낙하 시기부터 골프를 쳤는데, 대통령실이 ‘트럼프 외교용 골프’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방어 논리는 이렇다.

“1997년 아이엠에프(IMF) 시절 박세리 선수로부터 국민들이 큰 힘을 얻었다. 30년 가까이 전인데도 박세리가 큰 성과를 이뤘을 때 국민들이 박수쳤다.”(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엘피지에이(LPGA) 100위권 안에 여자선수가 14명 있고, 피지에이(PGA)는 4명이나 있다.”(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대통령의 스포츠는 스포츠 이상일 수 있다.”(홍철호 대통령 정무수석)

“대통령은 골프든 테니스든 스포츠를 통한 외교도 언젠가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홍철호)

“트럼프와 해리스가 박빙이었다. 당연히 트럼프가 당선된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사전적 대응으로 골프 치는 것을 문제 삼는다.”(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의 골프는 일반인의 여가활동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골프하고는 전혀 다른 성격일 수 있다.”(홍철호)

“대통령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데, 골프도 치고 등산도 하고, 운동을 해야 하지 않나.”(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평일날 술 마시고 주말에 골프 치고, 이것은 국민들께 우리 대통령 이미지를 아주 사실과 다르게 말씀하시는 것이다.”(홍철호)

“그 더운 여름인데 아마 (골프) 연습을 하셨다면 목적이 분명해서 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8년 동안 안 하신 것을 갑자기 여름에 하고 싶어서 하셨겠나.”(홍철호)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많이 이용”....용산, 윤 ‘골프 논란’에 동문서답

홍철호 수석 “대통령 비공식 주말 일정 물어볼 수 없어”

 

 
 
노컷뉴스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군 골프 금지령’ 기간 등 부적절한 시기에 7차례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19일 “비서실은 공식 일정이 아닌, 특히 주말 일정은 물어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7차례 가운데 6차례가 미국 대선 전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의 회동을 준비하려고 8년 만에 골프를 재개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여 있지만, 홍 수석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는커녕 “대통령의 스포츠를 통한 외교도 필요하다”는 답변만 거듭했다.

홍 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8월부터 골프를 쳤다”는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하며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왜 (골프를) 쳤는지까지 물어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만약 골프를 했더라도, 그게 호기심의 대상은 될지 몰라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는 건 (무리하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태릉골프장을 상당히 많이 이용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원래 목적이었지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골프 의혹과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여러 의원이 반복적으로 관련 질의를 하자 홍 수석은 “(윤 대통령이) 더운 여름인데도 (골프) 연습을 했다면 목적이 분명해서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8년 동안 안 한 걸 갑자기 여름에 하고 싶어서 했겠느냐”며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7월14일 (피격) 이후 높아졌다는 게 대통령 판단”이라고 했다. 홍 수석은 또 “대통령실에서 해명한 내용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것을 담아 얘기한 것이지, 어느 날 이후로 골프 연습을 했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997년 아이엠에프(IMF) 때 박세리 선수가 큰 성과를 이뤄 국민들이 큰 힘을 얻었고, 골프가 많이 대중화됐다”며 “대통령이 골프 한번 친 게 큰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이날 회의에서 정진욱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에 ‘예화랑’이라는 강남의 화랑에서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이 조사를 해야 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윤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면 기소할 수 있다. 그때 감옥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홍 수석은 “정무수석으로서 납득이 잘 안 간다”고 말했다. 운영위 여당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통령이 아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가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감옥을 보내야 된다’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 그렇게 극한 발언을 하지 않아도 뜻은 충분히 통한다”고 반발했다.    <  한겨레 손현수  신민정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이명박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본질

 

                          ▲분서갱유를 묘사한 18세기 중국 채색화위키미디어 공용


기원전 213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운 진의 시황제는 실용서를 제외한 책들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해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잘 알려진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7개의 나라로 갈라져 싸웠던 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저질러진 것으로, 당시 불태워진 책들은 대부분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책들, 그리고 진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서였다.

그런데 '분서갱유' 사건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분서갱유'의 대상이 된 책 중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상가, 역사서들과 함께 시 등 문학 작품들도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었다.

'분서갱유'만이 아니다. 이후에도 전제 정권이 사상을 탄압하고 지식인들을 숙청하는 일들은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그 탄압의 대상이 된 경우는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했다.

얼핏 생각하면 권력에 위협이 되는 정치사상가, 혁명가들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탄압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가들만큼이나 예술인들도 권력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 사건이다.

왕권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

정조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군주이지만, 어디까지나 전제 왕정 국가의 왕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조는 극심했던 붕당의 대립을 통제하기 위해 왕권 강화에 애썼던 통치자였다. 영리했던 정조는 능숙한 정치 기술로 왕권을 확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분서" 사건이 '문체반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조 무렵을 기준으로도 2000년 이전의 문헌인 논어 등의 한문체를 탈피하여, 좀 더 구어체에 가까운 새로운 문체가 유행하고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른 정조는 이를 패관 문체라고 불렀는데, 패관은 본래 세간의 정보를 정리하여 왕에게 보고하던 중국의 관직 이름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패관이 작성하는 정보 문서들은 저잣거리의 구어체로 작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패관 특유의 문체가 중국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문체가 되어, 결국 조선까지 영향을 준 것이었다. 정조는 이런 패관문체가 유교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흔든다고 생각했고, 패관 문체로 작성된 책들을 불태울 것을 지시하였다.

재밌는 것은 당시 신식 문체로 가장 유명한 지식인 중 하나가 연암 박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조가 무도한 왕은 아니었기 때문에 박지원이 ' 문체반정'으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반성문을 써서 정조에게 제출해야 했다.

'문체반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문체반정'이 단순히 글을 쓰는 스타일을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화가 조선의 전통적인 전제 왕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 확인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화예술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무관할 수 없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의식을 갖지 않고 창작하는 예술인인 경우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떨쳐 일어난 계기가 된 경우는 적지 않다.

독재자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검열과 문화 탄압도 그렇게 벌어진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결국 그 근본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속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더 또렷이 기억하지만,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이 작업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이어받아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통령실이 주도한 건이라 그나마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원장 원세훈의 지휘를 받아 주도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관련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명박, 원세훈 등이 저지른 행위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그들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특정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검찰조차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대상이 국가정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문화예술 탄압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탄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두 정권이 군사정권 출신들이, 독재자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만든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어 말해, 블랙리스트 등의 방법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탄압했다는 사실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이 확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결국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의 본질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이를 실무 지휘한 몇몇 사람들에게 비판이 집중되었지만, 그 모든 범죄의 책임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이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다면, 정권이 그렇게 변질되었을 때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 거의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회의 "탄광의 카나리아"인 셈이다. 그들이 탄압받는 세상은 단순히 문화예술인들에게 부당한 세상인 것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세상인 것이다.

책임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우려되는 것은, 현 정권에서 다시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 시절 블랙리스트 건으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행정 전문가들이 복귀했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부의 인물을 대거 등용했는데, 그렇게 등용된 인물 중에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예산들도 크게 삭감되었음은 물론,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수사, 손해배상 청구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예술인이 국가의 지원으로 힘겹게 예술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이 매우 교묘하고도 악질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에서 정권이 "찍은" 문화예술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그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벌인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축소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형인 현 정권의 문제이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권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현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는 하나, 이 정권에서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수장이자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 평가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독재자들이 하나같이 문화예술을 탄압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이 말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젠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과거의 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김필성 변호사,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