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지역 혐오 응원’이라 쓰고, 거기에 담긴 공격성을 명시해야

충격적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당시 서울 배재고 더그아웃에서 나온 구호를 들은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이다. 광주제일고를 맞아 결전을 치르던 배재고 선수들은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며 ‘응원’을 펼쳤다. 더그아웃 어디선가 “탱크데이”라는 외마디 비명 같은 소리도 들려왔다.
‘충격’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 못할, 이 사태가 주는 여러 황망함이 있다. 야구장 한복판에서나온 “스타벅스 가야지”는 지난 5월 스타벅스 코리아가 열었던 5·18 민주화운동과 고(故) 박종철 열사를 폄훼하는 내용의 ‘탱크데이’ 이벤트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더군다나 메시지의 수신자로 광주제일고를 타기팅했다는 점에서 지역 혐오의 맥락을 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구호를 외치는 배재고 선수들의 기세등등함이다.
해당 경기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교 야구 대회의 왕중왕전이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될 만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공식 석상에서 소속 학교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고, 단체로 바로 눈 앞의 상대를 향해 혐오 발화를 하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아연실색케 한다. 이에 대한 지적마저 대회 주최 측이나 배재고가 아닌 광주제일고 코칭스태프가 나서서 이뤄졌다는 것 또한 충격적이다. 혐오에 즉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피해 당사자의 항의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언론은 이 일을 대서특필했다. ‘비웃거나 깔보면서 놀림’이라는 뜻의 ‘조롱’으로 응원을 수식하는 보도가 많았다. 그러나 5·18 당시 광주에서 자행된 무차별적 학살과 광주제일고가 갖는 당사자성을 감안했을 때 “스타벅스 가야지”를 단순 ‘놀림’의 영역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가벼운 태도다. 배재고 야구부를 ‘얼빠진’으로 수식하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당시 선수들의 행태는 ‘정신이 없어지다’라는 의미의 ‘얼빠진’ 상태에서 한 일이라기엔 명확한 타깃이 있는 공격의 형태를 취했다.
가장 흔한 헤드라인은 ‘배재고 응원 구호 논란’이었다. 앞서 언급한 수식들 뒤에도 꼭꼭 ‘논란’이 따라 붙었다. 이는 이슈의 성격 규정을 회피하는 언론의 전형적인 태도다. 명백한 혐오성 이슈가 언론에 의해 ‘논란’으로 프레이밍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언론의 ‘논란’이라는 명명은 이슈에 담긴 피해·가해 구도를 지우고 이슈를 ‘온라인 설전’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표준국어대사전상 ‘논란’의 정의는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툼’이다. 맥락상 “스타벅스 가야지”가 지닌 의미나, 발화된 방식을 따져봤을 때 이것이 혐오성 공격이라는 데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현재 여론의 향방도 ‘여럿이 서로 다른 주장을 내며 다툰다’는 의미의 논란과는 다르다.

이는 2021년 도쿄올림픽 당시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들을 ‘논란’으로 무화시켰던 언론의 전적을 떠올리게 한다. 안 선수는 ‘쇼트커트’ 머리를 했으며 특정 신조어를 사용하고 광주 출신이라는 등등의 이유로 “메달을 반납하라”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당시 한국의 수많은 매체가 이를 ‘페미 논란’으로 명명한 것과 달리 로이터와 BBC 등의 외신은 이를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로 규정했다. 뉴욕타임스도 ‘공격(attack)’, ‘학대’(abuse) 등의 단어를 써서 이것이 단순히 서로 다투는 일이 아닌 피해자 안산을 향한 안티 페미니스트들의 가해 행위임을 짚었다. 여성과 지역을 교차하는 혐오가 문제의 본질임은 물론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프로 야구 선수를 배출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제일고는 5·18 직후 운동장이 계엄군에 점령되는 바람에 그 해 청룡기 대회에 불참했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계엄군은 선수들에 총검을 들이댔고, 야구부 소속이었던 선동열 선수의 아버지 선판규 씨가 군인들에 읍소해 겨우 피해를 막았다는 일화가 지금껏 선수들 증언으로 전해져온다(유튜브 채널 ‘전설의 타이거즈’ 중). 광주제일고 선수들에게 5·18은 결코 남의 일일 수 없고, 이들을 향한 ‘스타벅스’ 발언이 직접적 ‘공격’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를 비롯한 혐오 발화가 공식 석상에서 조직적으로 흘러나오는 한편, 이에 대한 제재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정확한 현실 규정이 필수적이다.
혐오를 혐오라고 부르는 일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날 배재고의 응원은 ‘논란’이 될 수 없다. ‘배재고 지역 혐오 응원’이라 쓰고, 거기에 담긴 공격성을 명시하자. 그것이야말로 언론이 무책임하게 행해온 ‘논란’에의 관성을 딛고, 혐오에 관한 일벌백계를 꾀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이슬기 기자 >
"스벅 가자" 배재고 야구단, 혹은 배재고의 '기획된 사고'
광주 연고 학교 상대로 반복된 '레퍼토리'
교풍에 의해 육성된 학생들의 일탈 아닌가
이승만 동상 세워 '자랑스런 선배'로 기려
선수단 넘어 학교 자체에 책임 물어야 마땅
반일 독립 투쟁의 산실 역할한 역사에 먹칠
배재고 야구부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벌인 '스타벅스 가자' 응원 사태는 일부 선수들의 우발적 탈선 행위일까. 학교 측과 일부 여론은 이를 일부 선수들의 돌출행동으로 정리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사건의 정황과 학교의 교풍과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면, 이는 우연한 일탈이 아니라 예견 가능했던-예견됐어야 할-사고라고 봐야 맞을 듯하다. 나아가 오히려 ‘준비된 사고’ ‘기획된 일탈’이라고 봐도 마땅해 보인다.
동영상 자체가 돌발적인 사고라는 점을 부정하고 있다. 덕아웃에서 터져 나온 응원가는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구호라고 보기 힘들었다. 가사와 박자가 맞춰진 응원가 형식으로 제창됐다는 것은 사전 연습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결과물로 보인다. 한 경기에서 즉석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교내 운동장이나 야구부 시설 등에서 미리 맞춰봤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만하다.
더구나 이같은 행위가 광주일고에게만 행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같은 광주 지역의 동성고, 진흥고를 상대로도 반복되었다는 점은 그같은 의심을 더한다. 일회성 해프닝이라면 한 번으로 그쳤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같은 패턴이 여러 학교, 여러 경기에 걸쳐 되풀이됐다는 것은 이것이 우발적 충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야구부 내에서 하나의 '레퍼토리'로 굳어진 관행이었음을 보여준다. 광주 지역에 연고를 둔 학교를 상대할 때마다 미리 준비해서 꺼내든 계획적 카드였을 것이라는 뜻이다.
경기 중 이 응원이 터져 나왔을 때 감독이나 코치가 즉각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는 의심을 굳힌다. 지도자가 모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알고도 막지 않았다는 점은 이 응원 문화가 선수단 내에서 최소한 묵인된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용인, 독려돼 온 관행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단 차원에서의 방조와 기획으로까지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선수를 넘어서, 코치진을 포함한 선수단 전체의 사안이란 것을 넘는 것은 물론, 배재고의 학풍과 교내 문화 자체가 이번과 같은 사고를 ‘배양’하고 ‘육성’했을 수 있다는 의심까지 제기될 수 있다. 배재고 교정에는 국내에 단 4개 남은 이승만 동상 중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현존하는 이승만 동상 중 가장 오래된, 전두환 정권 때인 1984년에 세워진 동상이다. 학교의 중심 공간인 배재동산에서도 한가운데에 우뚝 선, 이 학교 졸업생인 이승만의 동상 비문에는 "한평생을 항일과 반공, 자유민주주의에 바친 겨레의 큰 스승에 대한 추모"라는 미화된 문구만이 새겨져 있다. 독재를 기도한 사사오입 개헌이나 3·15 부정선거, 양민 학살 등 숱한 죄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배재고 기숙사 이름도 이승만의 호를 따 '우남학사'로 붙여져 있다. 학교 홈페이지 '자랑스러운 배재인상' 코너는 2000년 수상자로 이승만을 소개하며 그를 '건국대통령'으로 표기하고 있다. '건국대통령'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이 1919년 3·1운동으로 탄생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헌법 전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지만 무시되고 있다.
독재와 부정선거로 국민들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은 배재고 학생들에겐 '훌륭하기 그지 없는 선배'로 기려지고 있다. 배재고 출신 자녀의 어느 학부모는 “역사 교과서에서 4.19를 배울때 이 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피 흘려 지킨 민주주의 가치와 이를 지키기 위한 희생에 대해 이 아이들은 무엇을 배웠을까”라고 말한다.
이 학부모는 “(그래서) 이번 사건은 철없는 아이들의 일회성 행동이 아니고 교장, 교감, 교사들까지 일관되게 유지돼 온 유구한 '학풍'의 결과라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 준비된 도발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승만 숭배는 배재고에 그치지 않는다. 같은 배재학당 재단의 대전 배재대학에도 이승만 동상이 세워져 있다. 지난 1987년 2월 졸업생 명의로 건립된 동상은 그해 6월 민주항쟁 과정에서 "학교에 독재자의 동상이 있으면서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학생들의 주장에 의해 곧바로 철거됐다. 그러나 1990년 학교 측이 보관 중이던 동상을 기어코 다시 세웠고, 학생들의 계란·페인트 투척 시위 끝에 1997년 자진 철거됐다가, 2008년 배재대와 배재학당 총동창회가 건국 60주년을 명분으로 또다시 세웠다. 그해와 2018년 두 차례의 철거 시위에도 동상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학교법인 배재학당은 '이승만 탄생 150주년과 서거 60주년'인 2025년을 맞아 새로운 '우남 이승만 건국대통령 동상'까지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차원에서 이승만에 대한 숭배 현양 작업을 수십 년간 집요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겨레 등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극우 세뇌교육 논란을 빚은 리박스쿨의 교재로 활용된 책 '엄마가 들려주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 이야기'를 서울 초중고교들 중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학교 전자책도서관에는 '5.18 북한군 개입' 허위 사실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지만원 씨의 5.18 '혐오 모독' 도서도 비치돼 있었다. 이번 사고가 야구장에서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의 이승만 숭모와 리박스쿨 참여, 5.18 혐오의 사실상 권장 등과 어울려 '체계적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이같은 배재학당의 행태는 배재학당이 스스로 자부하는 역사와도 상당 부분 배치된다. 배재학당은 1885년 아펜젤러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중등교육기관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반일 투쟁의 산실 역할을 했던 곳이다. 현직 교사와 재학생, 졸업생들이 3·1운동 전후 다양한 형태로 독립운동에 참여해 체포되고 옥고를 치렀다.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한글학자 주시경, 사회운동가 신흥우 등이 이 학교가 배출한 자랑스러운 동문들이다. 그런데 정작 친일 세력을 중용하고 독재로 민주주의를 압살한 인물을 학교의 대표 인물로 떠받드는 모순이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것이다. 독립운동의 산실을 자처하면서도 그 독립운동가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짓밟은 인물을 추앙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배재고 선수들이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고통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차라리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봐도 될 듯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 이벤트가 일부 직원의 실수나 과오가 아니라 조직문화 전체의 산물이었던 것과도 닮아 있다. 배재고 야구단의 '스타벅스 가자'라는 말 자체가 신세계그룹 총수로부터 비롯된 기업 조직 문화에서 유래된 것이었듯, 선수단의 탈선행위도 선수 개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케 한 학교의 교풍과 문화에서 자라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법하다.
여기에 학교의 사회경제적 위치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소재하고 학비가 고가인 자율형 사립고라는 점, 보수 개신교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사고를 낳은 토양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측의 사과나 '일부 선수'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로 이번 사태를 수습하거나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는 힘든 이유다. 선수단을 넘어서 학교 자체에 책임을 물어야 마땅해 보인다. < 이명재 기자 >
“탱크데이” 배재고 혐오발언에 “비통하고 분노 느껴”
배재고 야구부, 광주일고 경기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거론
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개최 예고 “필요한 조치 진행”
배재고 “부적절한 행동” 사과했지만… 사과문엔 AI 워터마크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등학교와 경기 중 5·18민주화운동 비하 파문을 일으킨 스타벅스를 거론하며 응원을 하고 “탱크데이”라고 외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으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광주제일고등학교와 배재고등학교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5·18민주화운동 혐오 발언이 나왔다. 경기 후반 배재고 학생들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 구호를 사용한 것이다. 지난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사태를 연상하게 하는 조롱성 구호다. 광주제일고 측이 심판진에 항의하고, 이후 심판진이 배재고 측에 주의를 줬다.
이후 경기 영상이 SNS에서 확산됐고, 각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30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방문해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이 교장은 서한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돼 아직도 그로 인한 분노가 채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경기를 치르는 학생 선수들의 입을 통해 부적절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지적하면서 “응원을 접한 선수들은 물론 광주일고 재학생, 교직원, 학부모는 물론 4만명이 넘는 동문을 넘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수많은 분들이 비통함과 분노를 함께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장은 “정정당당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의 장인 이곳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여럿의 목소리로, 큰 소리로 울려 퍼진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주관하는 모든 대회에서는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후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일체의 응원이나 표현을 금지해 주시기 바란다. 이러한 내용을 위반한 선수와 지도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조치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교육적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 스포츠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담당 부서가 배재고를 방문해 사안 발생 경위와 현장 제지 여부, 학생 선수 지도 과정, 학교의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 교육 계획을 종합적으로 확인·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현재 관련 경위와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정위원회를 개최해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오월단체 역시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일을 학생 몇 명이 일으킨 단순한 일탈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학생들이 한 행동은 ‘광주’와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한 것이고, 특정 지역을 혐오한 것”이라며 “언행을 한 야구부원들이나 이를 방조한 야구부 지도자, 경기 심판, 대회 관계자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잘못한 학생과 지도자 등 관계자의 책임을 물으라. 잘못을 즉각 제지하지 못한 심판과 대회 운영진 등이 책임을 져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라. 잘못한 사람들이 반성하고, 합당한 책임을 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 5·18민주화운동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배재고는 지난 29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일부 학생 선수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로 광주제일고등학교 선수단과 학부모님, 동문, 광주 시민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깊은 상처와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응원은 상대학교와 지역사회를 존중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역사적 의미와 지역사회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올린 사과문에 생성형AI 제미나이의 워터마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과문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윤수현 기자 >
“전라도가 뒤통수 잘 친다고? 우리 얼굴 보고도 그런 말 할 수 있나”
[5·18 왜곡대응 프로젝트] 광주고 김양균 학생회장, 정은탁 홍보부장 인터뷰
5·18역사왜곡, 지역혐오에 상처받는 청소년… “싸우기도 했지만, 이젠 체념”
광주 윤석열 탄핵반대 집회 “민주화 도시, 내란세력 지키는 장소 전락해”

“호남 지역혐오 글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체념하게 됐다. 영원히 지역혐오 정서가 없어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김양균 광주고 학생회장)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정보가 너무 많다보니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정은탁 광주고 학생회 홍보부장)
5·18민주화운동과 호남 지역은 온라인에서 조롱과 비난 대상이 됐다. 5·18민주화운동이 북한이 계획한 ‘폭동’이란 주장은 여과 없이 온라인을 떠돌고 있으며, 호남 지역에 대해선 ‘홍어’·‘외국’·‘뒤통수’라는 수식어가 자리잡고 있다. 혐오와 역사 왜곡은 온라인에서 장난처럼 소비되고 있으며, 편견으로 굳어지고 있다.
혐오와 역사 왜곡의 가장 큰 피해자는 광주·호남 지역에 거주하는 청소년이다. 인터넷에서 호남 지역 혐오와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청소년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내 고장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폭동이 아닌지 의심하고, 자기 지역을 부끄러워하는 일도 발생한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광주고등학교의 김양균 학생회장, 정은탁 학생회 홍보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해 광주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혐오,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물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4일 화상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이후 서면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실제로 5·18민주화운동,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역사왜곡 발언을 들은 경험이 있는가.
김양균 “광주에 살다 보니 실제 혐오 발언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 다만 학교에선 그런 표현을 종종 접한다. 다들 아는 것처럼, 현재 청소년 세대가 극우화된 경향이 있다. 온라인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다. ‘홍어’, ‘전라디언’ 등 지역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친구들이 분명 있다. 물론 누군가를 혐오하고 공격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장난처럼 말한다. 이렇게 혐오 표현이 특정 세대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퍼지고 있는 점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온라인에서도 지역혐오 콘텐츠 많이 목격할 것 같다.
김양균 “인스타그램에서 혐오 콘텐츠를 많이 본다. 특히 호남·광주를 다루는 콘텐츠 댓글을 보면 도를 넘는 막말이 이어진다. 지역 혐오도 일상적이다. 처음엔 화가 났다. 우리한테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할 수 없어 직접 대댓글을 달아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지금은 그런 글을 봐도 별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무 많은 혐오에 노출되다 보니 무뎌지고, 체념한 것 아닐까. 다만 내가 무뎌진 것과는 별개로, 혐오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될 필요는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 또래일 것이다. 혐오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교육 없이 성인이 될 것이고, 이런 인식이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질까 우려된다. 영원히 지역혐오 정서는 없어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정은탁 “유튜브에서 ‘전라도 사람들은 뒤통수를 잘 친다’는 표현을 너무 많이 접했다. 어릴 땐 ‘정말 전라도 지역민들이 잘못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도 끝도 없이 비난을 하니까, 우리 잘못이라고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 같다. 우리 앞에서, 얼굴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인터넷이라는 익명 뒤에 숨어서, 혐오를 퍼트리고 있는 모습에 화가 난다.”

- 5·18 역사왜곡 콘텐츠 온라인에서 본 경험은 있는가.
김양균 “물론 있다. 처음엔 황당했다. ‘6·25 당시 북한에 올라가지 못한 인민군이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봤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터무니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다른 나라 역사도 아니고, 한 나라에서 벌어진 역사적 진실을 이렇게 왜곡할 수 있을까. 5·18민주화운동 당시 참여자들이 ‘북한 고위직 인물’이라는 콘텐츠도 봤는데 황당했다. 당시 현장 사진에 나온 시민들이 북한 고위직이라는 주장인데, 눈이나 코가 조금만 닮아도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 이런 걸 진지하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답답했다.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5·18 역사왜곡을 하면서 허위사실이 확산되는 모습도 목격했다. 전한길씨도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DJ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라고 했는데, 이런 말이 나오면 추종자들이 이를 확산시키면서 믿음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거짓이 진실인 것처럼 둔갑되는 모습을 보니, 서글펐다.”
정은탁 “어렸을 때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5·18 민주묘지도 방문하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 그런데 지역 민심과 온라인에서 접한 주장은 상반됐다.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매도하고, 북한군이 침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혼란이 왔다. 허위주장이 삭제되지 않고 있으니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 마음에, 내 고향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겨 더 이상 허위정보에 휘둘리진 않게 됐지만, 온라인에 퍼진 허위정보가 어린 세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직접 체감하게 됐다. 광주에 거주하고 5·18민주화운동을 직접 느끼고 있는 내가 그랬는데, 다른 지역의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특히 문제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혐오가 지역혐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스타벅스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 같다. 시작은 5·18민주화운동 혐오 논란이었는데, 인터넷 댓글을 보면 호남 지역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역사적 논란이 지역혐오 감정으로 발전한 것 같다.”

- 지난해 2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광주에서 열렸다. 당시 광주 분위기는 어땠는가.
김양균 “당시 전한길씨도 광주에 왔다. 현장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 찾아가봤다. 거리에서 극단적 발언이 나왔고, 분노가 가득찼다. 광주에서 그런 집회가 열린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 특히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수호한 지역인데, 이런 곳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화도 많이 났고. 현장에서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은탁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광주 시민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집회 현장이 집 근처였고, 나 역시 방문해봤다. 도로에는 관광버스가 수십 대 줄지어 있었다. 타 지역에서 집회 참석을 위해 관광버스를 대절해 광주로 온 것이다. 민주화를 지켜낸 광주라는 도시가 내란을 일으킨 사람을 지키기 위한 장소로 변했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 이 같은 혐오, 역사 왜곡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양균 “정부나 유명인들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왜곡, 지역혐오 발언이 문제라는 것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 왜곡이나 지역혐오 발언이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쿨해 보이니까 장난처럼 혐오 발언을 하는 거다. 장난으로 생각한 말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어떤 파급력을 끼칠 수 있는지, 누군가는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온라인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여 명백한 역사왜곡 콘텐츠에 팩트체크 라벨을 부착하고, SNS와 커뮤니티 내 혐오 왜곡 발언에 대한 신고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 올바른 역사 정보 콘텐츠를 접근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은탁 “역사 인식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역사교과서를 보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근현대사에 대한 비중이 작은 편이다. 5·18민주화운동이 뭔지 간단히 설명은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온라인에선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왜곡이 일상화됐는데, 이게 문제라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재미로 시작된 역사왜곡이 문화로 자리 잡게 될 수 있다. 최근 젠더, 지역 등 사회 곳곳에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젠 다 같이 화합해야 하는 시기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젠 멈춰야 하지 않을까.”
- 학생회가 사회적 문제 앞장서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뷰 응한 이유도 궁금하다.
김양균 “1960년 4월19일 광주고등학교 선배들이 수업을 중단하고 거리로 나가 가두시위를 벌였고, 이는 4·19 혁명의 시발점이었다. 선배님들이 피와 땀으로 이뤄낸 혁명 정신을 우리가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학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여러 사회활동에 참여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광주고등학교 학생회는 5·18민주화운동 헌법전문 수록을 위해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 선배들의 희생을 기리고, 광주시민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타벅스 사태처럼 5·18민주화운동과 호남 지역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일상화된 지금, 시민들에게 우리의 의견을 전해주고 싶었다. 쉽게 던진 혐오 발언에 우리 학생들이 상처받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광주고등학교 학생회는 단순히 학교 안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고, 역사와 지역사회가 요청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동으로 응답해왔다. 4·19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선배들의 용기가 오늘의 학생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으며, 그 정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 혐오와 왜곡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일수록, 상처받는 이들의 곁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기존 언론에 바라는 점은 있는가.
김양균 “스카이데일리처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역사왜곡을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보통 언론사 기사를 볼 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근거가 있으니 저런 주장을 하겠지’ ‘내가 모르는 진실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믿기 쉽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있는 건데, 이런 신뢰를 악용해 역사왜곡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언론이라면, 거짓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다. 독자들이 언론을 신뢰하는 만큼, 언론은 그 신뢰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역사왜곡은 단순한 오보가 아니다. 잘못된 역사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는 통로가 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광주고등학교 학생회는 언론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과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 윤수현 기자 >
'● C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리박스쿨 댓글팀 배후에 '극우' 자유민주당 있었다 (0) | 2026.06.28 |
|---|---|
| 유시민 “철거 전문 비평가들이 정상 세포 공격…민주당 자가 면역 질환” (0) | 2026.06.28 |
| 김건희 징역 7년 "위법성 알면서 거리낌 없이 명품 수수" (0) | 2026.06.27 |
| "민주공화정 지키려면 '전투적 민주주의' 가 필요하다" (0) | 2026.06.27 |
| 청와대 가는 길에 돌아보는 '사람이 온다는 건' (0) | 2026.06.25 |
| "윤석열 가슴으로 이해" 인요한을 적십자사 총재로? (0) | 2026.06.25 |
| 철원서 북한군 1명 귀순…23일 밤 중부전선 군사분계선 넘어와 (0) | 2026.06.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