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차담 때는 별다른 언급 없었다는데
순방 가자 이튿날 돌연 "재제청 응할 수 없다"
대통령 머문 뉴욕 심야시간대에 기습적 발언
민주당 "대통령 권한 부정한 쿠데타적 행태"

 

"나쁜 사람…지지율 떨어지니 들이대는 것"
청렴 강조한 조희대…업무추진비 사용 논란
오마카세 식당 등서 사용한 뒤 '인원 뻥튀기'
"직무상 헌법 위반, 업추비 등 묶어 탄핵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2. 연합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3주 넘게 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22일 돌연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만나 차담까지 가진 뒤, 기습적으로 재제청 거부 의사를 내놓은 것이다. 이 대통령은 조 대법원장과 차담을 한 뒤 미국·멕시코 순방차 국내를 떠나 자리를 비운 상태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쿠데타적 행태"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에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의 입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의 손봉기 후보자 서면 제청을 사실상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청한 지 25일 만에 나왔다. 그간 조 대법원장은 각종 행사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강조하면서도, 대법관 공백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이흥구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대법관을 임명해 대법관 2인 동시 공백은 피하게 됐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은 200일 넘게 채워지지 않아 상고심 심리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2000년 이후 역대 최장 공백이다.

 

무엇보다 대법관 공석이 길어지는 것은 조 대법원장 자신이 강조해 온 '신속 재판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재판 지연에 따른 국민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관 공석 상태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으면 대법관 12명이 담당해야 할 사건을 11명이 나눠 맡게 돼 재판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씨 '3대 의혹'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등을 심리할 전원합의체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법관 제청 갈등은 지난 1월 21일 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상 청와대와 사법부가 물밑 합의를 거친 뒤 대법원장이 최종 후보를 제청하는 게 관례였는데, 적임자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대법관 공백 상황은 길어졌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관행을 깨고 합의가 안 된 손봉기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일방적으로 서면 통보했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서면 통보 열흘 뒤인 지난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기존에 추천된 4명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1명을 재제청하라는 뜻을 비쳤으나,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공석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2026.9.21 [청와대 제공] 연합

 

조 대법원장의 장기화 의도는 이번 재제청 거부로 한층 뚜렷해진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이 대통령과 만났다. 수여식 뒤에는 이 대통령, 김 신임 대법관, 이흥구 전 대법관과 함께 차담도 나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대법관 공백이나 재제청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순방을 위해 출국했고, 조 대법원장은 이튿날 재제청 거부 입장을 기습적으로 공개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이 대통령이 머물던 뉴욕은 심야 시간대였다.

 

조 대법원장의 기습적인 대법관 재제청 거부에 여권은 격앙된 분위기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 떨어지니까 들이대는 것이다. 한번 해보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나쁜 사람"이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대변인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제왕적 사법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 내란세력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사법 공백을 6개월째 방치하여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임명권을 부정한 조 대법원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500~4600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은 대법관 공백 장기화가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현 상황을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청렴' 강조한 조희대…업무추진비 '인원 부풀리기' 논란

 

한편 조 대법원장은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고급 식당을 이용한 뒤 실제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기재해 1인당 사용액을 낮춰 보이게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 김기표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 방배동의 한 식당에 재판연구관 등 38명과 간담회를 열고 115만 2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기재했지만, 해당 식당은 최대 19명까지 수용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추진비 내역상 참석 인원이 식당 최대 수용 인원의 두 배인 셈이다. 이에 전형적인 '인원 부풀리기' 정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의 주방특선(오마카세) 일식집에서 쓴 업무추진비도 1인당 2만 8000여원으로 기록했으나, 해당 식당의 점심 메뉴 가격은 1인당 7만 5000원으로 확인됐다. 조 대법원장이 적어낸 2만 8000원은 해당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어린이 메뉴 가격인 1인당 3만 500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 관련 기사 : 21일자, 조희대, 고급식당 곳곳서 식사 후 '인원 뻥튀기' 정황

 

이는 조 대법원장 자신이 강조한 청렴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회의 폐회식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공정성,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법원은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우리를 이끄는 원칙만큼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 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폐회식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2026.9.18. 연합

 

진보당 이미선 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 직후 논평을 내고 "대법관 공백 사태가 200일을 훌쩍 넘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대법원장은 이를 방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업무추진비 영수증 부풀리기 의혹까지 더해져 도덕성을 심각하게 의심케 한다"면서 "자기 지출 증빙 하나 원칙대로 보고하지 않는 이가 어떻게 감히 '법치'를 입에 담느냐"고 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제청권을 볼모 삼아 인사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오만한 기득권 지키기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면서 "조 대법원장은 국민에게 더 큰 피해와 민폐를 끼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경호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헌법상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변호사는 "헌법 65조, 직무상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탄핵 사유가 완성됐는데 정치적 이유로 아직까지 탄핵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을 지급한 이른바 '격려금 사태'와 업무추진비 사태, 이번 재제청 거부를 거론하며 "(사안들을) 묶어서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청와대 격앙 “대통령 권한 행사 트집…말장난”…조희대 재제청 거부

 
 

2차례 입장문 “반려 근거 밝혔는데…재제청 거부 유감”
민주 긴급의총 “조희대 사퇴하라”…국힘 “최선의 선택”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는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 거부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어이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는 이날 두차례 언론 자료를 내어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처음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후임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번째 낸 입장문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문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청와대는 ‘재제청 요구 문서에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고 한 조 대법원장 주장에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 소상히 말씀드렸다”며 “국민이 다 아는 반려 사유를 유독 대법원장만 ‘공문에 그 내용이 없으니 모르겠다’고 하는 것인지 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문서주의니 뭐니 하며 이렇게 시비를 삼아도 되는 것이냐. 말장난을 하는 것이냐”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건데 그걸 트집 잡듯 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지난달 28일 재제청 요구 뒤 25일이나 응답이 없던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떠난 사이 재제청 거부를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식에서 이 대통령과 만나 차담을 나눴지만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대화는 나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27일까지 미국, 멕시코 방문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다음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청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민석 대표는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위해) 비행기를 탔는데, 그 뒤에다가 칼을 꽂는 자객이 무슨 대법원장 자격이 있느냐”며 “희대의 착란을 반드시 진압하고 국민 주권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법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재제청 거부에 헌법 위반이자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청와대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  고경주  정혜민 기자  >

 

 

“조희대, 이 대통령 출국 직후 쿠데타적 행태”…민주, 사퇴 요구

 
 

청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절 파문
“제왕적 사법관 드러낸 것” 여당 격앙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대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제왕적 사법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용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 내란 세력에 말 한 마디 하지 못한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25일을 끌다 내놓은 답이 고작 세 문장의 재제청 거부냐. 바로 어제 1시간가량 대통령과 차담을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협의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선 다음날, 짤막한 공지로 ‘기습 통보'했다”며 “헌법기관 사이의 중대한 이견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사법부 수장의 처신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체청 거부는) 본인의 제청권만 존중받아야 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은 도장만 찍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헌법을 말하면서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무시하는 독선과 반헌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관 1인의 공백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법원은 조 대법원장 개인의 법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전날(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뒤 이재명 대통령과 차담을 나눴다.       < 이지은 기자 >

 

 

대법관 임명권 우선이냐, 제청권 보장이냐…헌재 권한쟁의심판 받나

청와대-대법원, 강대강 대치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김성수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와대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대법관 후보자를 다시 제청해달라는 이재명 대통령 요청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기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임명 제청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조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헌법 절차의 제도적 빈틈을 ‘사전 합의’라는 관행으로 메워왔으나,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상 권한을 문언 그대로 고수하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이를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으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 대법원장과 이 대통령이 대법관 임명 절차에서 권한의 성격을 둘러싸고 맞부딪친 규정은 헌법 104조와 법원조직법 41조에 명시된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이다. 청와대는 제청 반려 역시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 범위에 속하고,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반면 대법원은 제청 반려에 대한 명문의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제청 반려를 수용할 경우 대법원장의 제청권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그동안은 이런 원칙론적 대립을 피하고자 제청 전 사전 합의를 거쳐 권한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선에서는 사전 합의가 무산되고 양쪽 권한이 맞서면서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지를 두고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로 공이 이 대통령에게 넘어가면서 향후 경우의 수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조 대법원장이 “구체적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거부 명분을 세운 만큼, 청와대가 헌법적·법적 사유를 보완해 재제청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양쪽의 감정이 틀어질 대로 틀어진데다 조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이 내년 6월로 예정돼 있어서, 청와대가 추가 조처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공산도 크다.

 

대법관 후보 재제청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헌재에 이 대통령이 노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손봉기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해 국회의원의 심의권 등을 침해했다며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등의 권한이 충돌할 때 헌재가 각 기관의 권한을 판가름해주는 제도다. 다만 국회로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기 전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달리, 청와대나 대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경우 헌재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재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헌법의 관련 조항 자체가 제청권과 임명권의 균형 있는 행사를 전제로 하는 만큼, 헌재 심판을 거치더라도 어느 한쪽의 권한 침해 여부를 명확히 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대법원장과 대통령 사이에 합의라는 협력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지면 상당히 논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쿠데타에 이은 사법 쿠데타”라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이 큰 탄핵안 발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오연서  이나영 기자 >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

 
 
 
 
                대법원 청사.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법원이 오는 2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가담 혐의 사건의 전원합의기일을 열고 본격 심리에 나선다. 아울러 대법원은 김건희 여사의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등 사건 상고심 재판에 대한 전원합의기일도 같은날 열기로 했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대법원은 오는 29일 한 전 국무총리와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전원합의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원합의기일은 전원합의체 심리를 위해 열리는 기일로 보통 한 달에 한번 열린다.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을 들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을 적어도 합의기일 10일 전까지 지정해야 하는데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엔 바로 지정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사건 등에 해당할 경우 대법원장이 전원합의기일에서 심리할 사건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5일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의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은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며 두 사건의 피고인들이 공범관계여서 함께 심리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각 소부의 전원합의체 심리 요청에 따라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로부터 내란 중요임무 종사·허위 공문서 작성·위증 등 혐의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아 항소했고, 이후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는 항소심에서 한 전 총리의 형량을 징역 15년으로 감형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장관은 1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류경진)로부터 징역 7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을 맡은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1심보다 2년 많은 징역 9년을 이 전 장관에게 선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이 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것에 대해 내란 선고 지연 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원합의체에 회부 결정이 내란에 대한 단죄를 지연시키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앞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29일 전원합의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 이나영 기자 >

 

 

 
 

1심은 징역 7년…일부 혐의 무죄로 뒤집어 판결

 

김건희 씨가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김건희 씨가 대통령 부인 지위를 이용해 각종 청탁과 함께 3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매관매직’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과 달리 로봇개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명품 시계를 수수한 혐의 등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재판장 성언주)는 22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압수된 이우환 화백 그림, 디올 가방, 반클리프아펠 목걸이 등의 몰수와 2440만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앞서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심 선고 형량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혐의 중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이 줄었다. 우선 2심 재판부는 김 씨가 2022년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로부터 사업 지원 청탁과 함께 3990만원짜리 ‘바슈롱 콩스탕탱’(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수수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시계 구매를 대행해줬을 뿐이라는 김 씨 쪽의 주장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렵고, 설령 서씨가 구매해 선물한 것이라고 보더라도 김 씨가 로봇개 사업 관련 알선 대가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받았단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씨가 김 씨와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로봇개 사업의 수의계약을 따냈다는 특검팀 주장에 대해선 “시계 교부 전후 외압이나 제3자 청탁이 있다고 볼 정황이 없고, 사업 경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면서 “(특검팀 주장은) 서씨나 피고인이 친밀한 관계라면 사업 고민을 말했을 거라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며 배척했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세한도 복제품을 받은 혐의도 인사 청탁 대가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장이었던 이 전 위원장이 한지살리기 홍보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복제품을 김 씨에게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판단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이 전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265만원 상당의 금거북이는 국가교육위원장 임명 알선 대가로 제공된 금품임을 인정해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외에 김 시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540만원 상당의 디올 가방과 함께 지인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 청탁을 받은 혐의와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공직 임명 청탁과 함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1억38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받은 혐의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국회의원 공직 청탁과 함께 1억4천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받은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은 배우자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거나 당선된 것을 기회로 자신에게 접근해 사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 4명의 공여자가 취임 축하 선물이란 명목으로 건넨 금품을 그대로 수수했다”면서 “금품에 붙인 명목 자체로 당선인의 배우자 내지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지위를 망각한 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해 수수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씨가 일부 사실 관계를 인정하며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을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고, 먼저 금품을 요구하진 않았던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 김수연 기자 >

 

2심 "김건희 거리낌 없이 수수" 질책한 뒤 2년 깎아줘

"바쉐론 손목시계와 '세한도' 청탁 단정 못해"
재판부가 애를 써 감형 성의 보인 것으로 풀이
나머지 네 가지 금품수수는 그대로 유죄 인정
김씨 2심 내내 무죄 강변, 3심 뒤집힐 수 없어

 

임성근 전 사단장 위증 2심도 집행유예 감형
"기억 안 난다는 비번 기적적 기억" 위증 맞아
이종호 대표 안 만났다는 발언 위증 볼 수 없어
윤석열 전 대통령 위증 결심 공판 일주일 연기

 

고가 귀금속과 함께 인사·이권 청탁을 받아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김건희씨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 도중 일어서 선고를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순표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26.6.26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김건희 씨가 사업가나 공직자들로부터 인사 청탁 등을 받고 3억원대 금품을 수수했다는 '매관매직'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돼 2년이 감형됐다.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1심과 달리, 일부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이 줄어들었다.

 

서울고법 형사15-3부(재판장 성언주)는 22일 김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과 함께 이우환 화백의 진품 그림, 반클리프 목걸이, 브로치 등의 몰수와 244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씨는 모두 다섯 가지 ‘매관매직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2022년 3월 15일~5월 2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 인사 청탁과 함께 총 1억 380만원 귀금속을 수수하고, 2023년 3월쯤 김상민 전 부장검사로부터 공천 청탁과 함께 1억 4000만원어치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받고, 같은 해 4월 26일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의 임명 청탁과 함께 265만원 상당 ‘금거북이’와 모사품 '세한도'를 수수하고, 같은 해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직무 청탁과 함께 540만원 상당 디올 가방 등을 받았다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일반 국민이 평생에 한 번도 쉽게 취득하기 어려운 고가 물품들을 거리낌 없이 수수해왔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몰수 및 6480만원 추징을 명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위원장이 교부한 세한도, 2022년 9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씨가 전달한 3990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는 청탁의 대가로 선물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이 사건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한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권력형 알선수재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 지위를 망각하고 거리낌 없이 금품을 반복 수수했다"고 엄히 꾸짖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엄중한 질책과 달리 애를 써서 2년 감형을 해준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씨가 풀려날 가능성을 염려해 항소심 재판부가 이날 법정구속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법정구속을 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그는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끼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도 “그러나 하지 않은 일까지 인정할 수 없다. 공직이나 국가사업을 대가로 무엇을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대통령 배우자라는 자리는 무엇을 얻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가진 걸 더 내놓는 자리였다”면서 “최소한의 명예만 지켜질 수 있게 재판부에 부탁드린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렇게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어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2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입법청문회에서 핵심 증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 전 사단장, 이 전 장관. 2024.6.21 연합 자료사진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3부(김영현 백승엽 황승태 고법판사)는 이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게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 채수근 해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항소심을 앞두고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앞서 1심은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에 등장하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위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명로비 의혹은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받게 되자 김건희 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을 활용해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 사이에 실제 친분이 있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두 사람이 만났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봤다.

 

쌍룡훈련 초청과 관련된 위증 혐의 역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유보적으로 답변했다"며 "허위 진술의 고의가 있다거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발언은 1심과 같이 허위로 봤다. 수사기관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쉽게 알아내기 어려운 비밀번호를 설정했고, 이를 충분히 기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반복적으로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받은 만큼 이를 계속 기억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도 짚었다.

 

재판부는 "국회에서 기억에 반하는 허위 사실을 증언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를 훼손하고 다수 국민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구명로비 의혹이 결국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점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과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된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2025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증인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질문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jt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편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 공표 혐의 2심 공판이 이날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주일 뒤로 미뤄졌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가운데 김건희 씨의 변호인들과 겹쳐 어쩔 수 없이 오는 29일로 결심 공판이 미뤄졌다.

 

서울고법 형사2-1부(백승엽 황승태 김영현 고법판사)는 이날 오후 4시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어 김건희 특검팀의 구형과 윤 전 대통령의 최후진술 등을 들을 예정이었는데 김건희씨 매관매직 항소심 선고 공판과 겹친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윤 전 대통령이  1심에 이어 2심도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이 무효돼 '전 대통령'이란 호칭도 쓸 수 없게 된다. 

 

윤 전 대통령은 제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1월에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았는데 김건희씨와 함께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허위 발언한 혐의도 받는다.                                   < 임병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