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확정이 아닌 기소 증거 찾지 못한 것일 뿐
계엄해제 직전에야 위법 판단? 전후 상황 규명돼야
대법원발 '2차 쿠데타' 종합 조사 필요성 커져

 

조희대 대법원장의 내란 가담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증거가 없다며 그를 무혐의 처분했다. 조 대법원장이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계엄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말하고 ‘계엄사령부에 연락관을 파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검의 결론은 조희대 대법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했다기보다, 오히려 더 큰 의구심을 낳았다. 특검 수사의 한계가 확인된 것과 함께 의문은 해명된 게 아니라 더 큰 의문으로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계엄 당시 열린 대법원 간부회의에 참석한 법원행정처 소속 간부와 법원행정처에 연락관 파견을 요청한 계엄상황실 소속군인, 계엄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비상계획 담당행정관 등을 조사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무혐의의 입증이 아니라 기소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일 뿐이다. 먼저 증거를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큰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특검의 수사가 충실히 이뤄졌다고 보긴 힘들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처장은 특검에 직접 출석도 하지 않았고, 단지 서면 입장서만을 제출했을 뿐이다. '조희대 친위대'라는 비판을 받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을 그대로 수용해 내려진 결론인 것이다. 내부 간부회의에서 '계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는 주장은 폐쇄적인 조직 내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소한의 문서 기록으로써 확인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12.15 [공동취재] 연합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른바 '계엄 위법 발언'의 시점이다. 불법 계엄 발동 당시 조 대법원장은 12월 4일 0시 40분경, 천 처장은 0시 50분경 법원행정처 차장실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때 조 대법원장이 ‘계엄이 위헌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인데, 이 시간은 국회에서 1시 의결을 하기까지 불과 20분 전의 시간이었다. 국회에서는 이미 재적 과반수를 훌쩍 넘는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었고, 과반수 찬성이면 의결되는 계엄 해제가 확실시돼가던 상황이었다.

 

이 점에서 '위법 발언'의 진위에 앞서 해명돼야 할 것은 계엄 선포부터 법원행정처 도착까지 2시간여 동안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침묵에 대한 의문이다. 불법 계엄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헌법 수호 의지를 표명하는 어떠한 발언이나 움직임도 없었다. 이 2시간여는 군 병력이 국회에 난입하던 가장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조 대법원장의 존재는 전혀 없었다. 계엄 선포 직후 긴박한 2시간여 동안 사법부의 수장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고서 사태가 해제 국면으로 접어들고 나서야 '위헌' 운운한 것으로 봐야 한다.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법치 수호 의지를 보여준 것인지, 대세에 편승한 ‘계산'의 결과에 불과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 의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계엄 위법 발언'의 전후 경위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다.  

 

특검은 법원행정처 소집에 대해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 등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사실을 확인하고 다른 간부들과 ‘일단 출근하자’는 이야기를 나눈 뒤 법원행정처 차장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의 지시 또는 소집으로 법원행정처에 모인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나 특검의 설명은 핵심을 빗나간 것이다. 조 대법원장이 소집 지시를 했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불법 계엄 판단과 대응을 위해서도 소집이 필요한 것이었을 수 있다. 문제는 위헌 판단을 분명히 했느냐, 계엄상황실에 법원행정처의 연락관 파견을 거절한 것을 넘어 조치를 취했느냐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2.19.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8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12.18. 연합
 

12월 4일 0시 33분, 0시 46분경 일부 언론은 법원행정처가 ‘계엄 상황 형사재판 관할 검토’,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 마련’ 등에 나섰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법원행정처가 계엄 후속 조처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검팀은 이들 보도 경위에 대해 법원행정처 직원의 답변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이며, 이들 기사 출고 시점보다 조 대법원장과 천 처장의 출근 시점이 늦었기 때문에, 이들이 주재하는 간부회의 자리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이 정도 설명으로는 충분한 해명이 되기 힘들다. 특검은 대법원장의 출근이 그보다 늦었기에 논의 자체가 없었다고 하나, 이는 오히려 대법원장 부재 중에 실무진이 이미 계엄에 협조할 준비를 마쳤거나, 대법원장의 묵인하에 사전 작업이 진행되었을 의혹을 뒷받침한다.

 

특검의 ‘무혐의’ 결론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그가 이끄는 대법원의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특검의 무혐의 처분은 조희대 대법원에 대한 종합적 조사가 이뤄질 필요성을 제기한다.

 

상식적인 의문은 4일 새벽의 ‘위법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후의 발언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새벽 대법원 회의에서는 '위법'이라고 단언했다는 인물이 아침 출근길 인터뷰에서는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분명한 위헌 결론을 내렸다면 왜 사법부 수장으로서 즉각적인 대외 선언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역 8번 출구 앞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67차 긴급 전국집중 촛불대행진'를 진행했다. 2025.11.29. 이호 작가
 

당일의 발언 행적에 대한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이는 일단 제쳐놓기로 하자. 그렇다 해도 왜 1년 넘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12.3 계엄 직후 법원 내부망의 게시판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위헌적 계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여러 판사의 의견이 게시됐지만 그는 침묵했다. 이후 법원이 극우 세력에게 공격받는 사법부 독립 침해 사태 때조차 침묵을 지키던 그였다. 조희대의 '적극 행동'은 2심에서 무죄 판결난 '이재명 선거법위반사건'을 서둘러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한 것뿐이다. 야권 유력 대권 후보 제거에 앞장섬으로써 '정치적'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풀어야 할 가장 큰 의문은 대법원의 내란 승인 동조 정도가 아니라 대법원 자신이 권력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권력의 공백 혼돈기를 틈타 사실상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의심에 대한 규명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12.3 직후 행적에 대해서 특검이 내린 결론은 '윤석열발 1차 내란'에 동조했는지에 대한 의혹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권을 휘두른 '2차 대법원 쿠데타'의 진상이 남아 있다. 1차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 부실한 수사 끝에 내린 무혐의 결과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대법원발 '2차 쿠데타'의 진상의 규명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조희대 대법원'의 의혹에 대해 특검이든 다른 어떤 형식이든 간에 종합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이명재 기자 >

 

잇단 물의·구설수…이번엔 대한항공 관련 의혹
여당 원내대표로서 정무능력과 리더십 의문도
문제 터지면 도리어 거칠고 고압적 태도 반복
또 다른 빌미 만들어 지지층조차 눈살 찌푸려

억울한 면 있어도 절제 못하고 기자들에 흥분
수구보수 정권 언론관 연상시켜 여론 악영향
"숙박 비용 즉각 반환하겠다"…뒷북 해명 부실
당 윤리감찰단, 국회 윤리특위 조사 자청해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아들의 대학 편입에 개입했다는 의혹, 국정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5성급 호텔 식당 룸에서 고가의 식사 자리를 가져 이해충돌 논란을 자초한 행태에 이어, 이번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16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을 받아 썼다는 보도까지 나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정무적 판단력과 리더십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9월엔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고 인력 증원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합의했다가 당내 의원들 및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에 "그건 협치도 아니다"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지난달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집단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경찰에 고발하자 "뒷감당은 거기(법사위)서 해야 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볼멘소리를 해 공개적으로 불협화음을 노출시켰다. 이에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충분히 사전에 얘기를 해왔다"면서 "원내가 너무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이것을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달 들어서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본회의 도중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인사 청탁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혀 큰 파문이 일었는데도 당사자를 그대로 유임시켜 분별없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탄을 초래했다. 이 사건이 이재명 정부에 상당한 부담을 주자 김남국 비서관은 곧 사퇴했지만 문진석 수석부대표는 "지도부에 거취를 위임하겠다"며 무책임한 버티기로 일관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구두 경고'로 사태를 어물쩍 마무리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9.11. 연합

 

특히 김 원내대표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차분하게 소명하는 대신 도리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되풀이해 일을 더 키운다는 점에서 악성이다. 집권당 '투톱'에 걸맞지 않은 거친 이미지를 누적시켜 지지층조차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다. 이번 대한항공 관련 의혹에서도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 원내대표가 (호텔 숙박권을) 직접 받은 게 아니어서 잘 몰랐고 신중치 못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정도로 대응했지만 정작 김 원내대표 본인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또 다른 빌미를 만들었다.

 

기자들이 김 원내대표를 만나 직접 사실관계를 묻자 그는 "그걸 왜 물어보나? 관음증인가?"라며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나? 도대체 왜 그러는 건가?"라고 공격적으로 따져 물었다. 나아가 "적절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가?"라면서 "맞아요. 됐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옆에서 보좌진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하자 "뭐가 죄송하느냐?"고 타박까지 했다고 한다. 설혹 억울한 측면이 있어도 기자들이 이 사안에 관해 입장을 묻는 건 당연히 국민을 대신한 공익적 취재 행위인 만큼 절제해야 하는데 화를 참지 못하고 마냥 감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과의 3대 특검 합의안 발표로 당 안팎이 발칵 뒤집혔을 때도 비슷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이렇게 인기 있었으면 좋겠다"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대표' 직함도 붙이지 않은 채 직격탄을 날렸다. 그가 바지 호주머니에 한 손을 집어넣은 채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듯한 표정과 고압적 반말로 기자들을 상대하는 장면을 TV 및 유튜브 영상으로 목도한 많은 국민은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남의 숭실대학교 편입, 쿠팡 오찬, 전임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 등을 집중 보도해 온 뉴스타파를 두고 "(지금까지) 13번 보도했다. 그건 보복이다"라며 "나는 뉴스타파를 언론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뉴스타파가 '입에 담지도 못할 처신으로 면직된 비서관들의 말'을 토대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오히려 피해자를 악마화하고 사실관계를 뒤바꾸는 거의 보복에 가까운 보도'를 했다는 김 원내대표의 항변이 일리가 있다고 해도 그간 뉴스타파가 다방면의 탐사보도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성과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극단적인 표현은 불필요하다 못해 자해적이고 해당(害黨) 행위에 가까웠다. 수구보수 정권의 부당한 적대적 언론관을 시민들에게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왼쪽)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3일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의 회동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2025.12.23. 연합
 

김 원내대표는 당장 현안인 대한항공 서귀포 칼(KAL) 호텔 로얄스위트룸 무상 이용 의혹부터 겸허하고도 충실하게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민주당 윤리감찰단 조사 또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자청해야 한다. 그는 이날 오후 늦게서야 공보국 공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유 불문 적절하지 못했다"면서 "숙박 비용은 즉각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숙박료는 상당히 편차가 크다. 확인 결과 2025년 현재 판매가는 조식 2인 포함해 1일 30만 원대 초중반"이라며 "앞으로 처신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뒷북 해명인 데다 내용도 부실하고 윤리감찰단이나 윤리특위 조사에 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참여연대는 <김병기 원내대표, 금품수수 의혹 스스로 밝혀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김 원내대표는 (언론 취재에) 호텔 숙박권이 '다른 의원실'처럼 '보좌직원에게 전달되어 보좌진과 함께 사용'했고, 구체적인 취득 경위는 모른다고 밝혔다. 어불성설"이라며 "직무관련자에게 받은 금품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이 크고 정치적·윤리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는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로서 관련 사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또한 "국회는 즉각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김 원내대표가 밝힌 '다른 의원실'이 누구인지, 국회 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의 청탁금지법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김 원내대표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무상 호텔 숙박권의 구체적인 취득 경위조차 몰랐다면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고 여겼다는 것인가. 진상을 스스로 공개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경 기자>

 

김병기 가족 베트남 방문, 대한항공과 ‘의전’ 논의 정황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가족의 2023년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 쪽 보좌진과 대한항공 관계자가 공항 편의 제공 등을 논의한 대화 내용이 포착됐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제공한 초대권을 이용해 160만원 상당의 제주 서귀포 칼호텔 최고급 객실과 서비스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3년 7월18일과 8월12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ㄱ씨가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김 의원 며느리, 손자의 항공권을 보내고 입국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한겨레가 22일 확보한 김 원내대표 보좌진과 대한항공 관계자의 메신저 대화를 보면, 김 원내대표 며느리와 손자는 2023년 8월16일 대한항공 KE455 항공기를 이용해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했다. 출국 약 한달 전인 7월18일, 당시 김병기 의원실 비서관 ㄱ씨는 “며느리와 아기 항공권 관련 이미지 송부 드린다”며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두 사람의 항공권 사진을 보냈다. 출국을 하루 앞둔 8월15일에는 대한항공 관계자가 “하노이 지점장에게 의전 서비스 요청해놨다”고 안내한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다.

 

2023년 8월12일과 15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ㄱ씨와 대한항공 관계자가 의전 서비스 등을 논의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대한항공을 이용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할 때도 비슷한 취지의 대화가 오갔다. 출국 하루 전인 2023년 11월1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 ‘A 수속 카운터’와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 위치 사진과 이용 방법을 전했다. 빠른 수하물 처리와 수속,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이들 서비스는 대한항공 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 이용 고객에게 제공된다. 당시 김 원내대표 부인의 항공권은 ‘일반석’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 카운터 입장 전에 거기 안내 직원이 제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그룹장님께서 입장 조치해두었다고 직원에게 말씀하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2023년 11월13일 대한항공 관계자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ㄱ씨에게 전용 카운터와 라운지 위치 등을 안내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2023년 11월13일 대한항공 관계자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ㄱ씨에게 전용 카운터를 이용한 수속에 관해 안내하고 있다. 제보자 제공
 

김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며느리와 손자가 하노이에 입국할 당시 하노이 지점장으로부터 편의를 받지 않았다”며 “손자가 생후 6개월이라 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사설 패스트트랙인 ‘클룩’을 이용해 입국했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며느리와 손자 출국을 알게 된 보좌 직원이 대한항공에 편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며 “아들도 (편의 요청을) 절대 반대했다”고 했다. 또 “안사람은 프레스티지 카운터와 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았다. 면세점에 있다가 출국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비서관 ㄱ씨는 “(김 원내대표의 지시가 없었다면 내가) 가족들 티켓을 어디에서 구해서 (대한항공 쪽에) 보냈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 부인의 출국 편의 제공과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의 부인이 수속 카운터는 사용했다. 면세점 쇼핑 때문에 라운지를 쓸 시간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 박찬희 기자 >

시민단체,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김병기 뇌물수수 혐의 고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누리집 갈무리

 

시민단체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에서 제공 받은 숙박 초대권을 이용해 제주 서귀포 칼(KAL)호텔에 가족과 머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오는 26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김병기 원내대표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사세행은 “청렴이 기본인 국회의원 자리에서 합병이라는 중요 현안이 있던 대한항공으로부터 160만원 상당의 숙박권을 제공받았다”며 고발에 나서는 배경을 밝혔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22일~24일 대한항공에서 받은 숙박 초대권을 이용해 대한항공 계열 제주 서귀포 칼호텔 최고급 객실인 로얄스위트룸에 머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칼 호텔 예약센터 안내에 따르면 해당 객실은 1박에 ‘72만5천원부터’로, 당시 김 원내대표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2인 조식과 엑스트라 베드 추가 서비스까지 더하면 현재 기준 164만8천원 상당이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다른 의원님과 함께 확인한 결과, 대한항공이 칼호텔에서 약 34만 원(조식 포함)에 구입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반인 대상 가격이 아닌 대한항공의 구매 비용을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다.

한편 사세행은 박대준 쿠팡 대표와 지난 9월 식사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를 업무방해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8일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대장 조광현)는 오는 31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 박찬희 기자 >

 

김병기 “1박 80과 34는 감정이 달라…칼호텔 숙박권은 34만원”

‘1박 72만원’ 보도 반박하며 내부거래 가격 제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제가 다른 의원님과 함께 확인한 결과, 대한항공이 칼호텔에서 약 34만 원(조식 포함)에 구입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초 보도에서 느끼는 감정이 70만원과 3만8천원이 다르듯이, 1박 80만원과 34만원은 다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전날 해명(“조식 2인 포함해 1일 30만원 초중반”)에 대해 한겨레가 서귀포칼호텔 예약센터와 칼호텔 누리집에서 확인한 금액의 절반 이하라며 거짓 해명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하자, 대한항공이 칼호텔에서 구입한 금액이 34만원이라고 다시 해명한 것이다. 한겨레는 전날 “칼호텔 예약센터가 안내한 대로 김 원내대표 가족이 2박3일 동안 이용한 서비스 총액을 계산하면, 숙박요금(145만원)과 조식 비용(12만8천원), 추가 침대 이용 비용(7만원)을 더한 164만8천원”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유 불문 숙박권 이용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며느리와 손자의 공항 의전 서비스 제공 의혹과 관련해 “2023년 며느리와 손자가 하노이에 입국할 당시 하노이 지점장으로부터 편의를 제공받지 않았다”며 “오히려 생후 6개월 된 손자 출국을 알게 된 보좌직원이 대한항공에 편의를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며느리가 사설 패스트트랙을 신청하여 필요 없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더욱이 다른 승객들과 동일한 시간, 동일한 게이트를 이용해 나왔는데, 어떻게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었겠냐”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 사람(부인)은 프레스티지 카운터와 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았다”며 “보좌직원이 대한항공 쪽에 요청했다고 했지만 안사람은 이를 고사하고 면세점에 있다가 출국했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전날 “(김 원내대표 부인이) 출국 하루 전인 2023년 11월1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공항 ‘에이(A) 수속 카운터’와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 위치 사진과 이용 방법을 (김 원내대표 당시 보좌진)에게 전했다”며 “빠른 수하물 처리와 수속,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이들 서비스는 대한항공 일등석이나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 이용 고객에게 제공된다. 당시 김 원내대표 부인의 항공권은 ‘일반석’이었다”고 보도했다.

 

김 원내대표는 “관계가 틀어진 보좌직원이 이제 와서 상황을 왜곡하고 있지만 이 문제로 보좌직원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며 “보좌직원이 제 뜻과 상관없이 일을 진행하였다고 해도 당시만 해도 선의에서 잘하려고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기민도 기자 >

 

우원식·이학영이 200시간씩 사회 땜빵


우원식 "과로로 무제한 토론 운영에 영향"
"정치적 입장과 사회 거부는 별개의 문제"

민주당, 주 부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제출
"본회의 사회 보든지 아니면 즉각 사퇴하라"

" 국힘, 우 의장 화장실 가는 것도 항의해"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왼쪽)과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재선의원 공부 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개최한 '지방선거 D-6개월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나?' 토론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5.12.16. 연합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사회를 내팽개쳤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주 부의장이 22대 국회 들어 진행된 필리버스터 509시간 중 33시간만 사회를 진행한 것을 두고 "이날 밤부터 사회를 맡아 달라"고 했다. 우 의장과 이학영 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각각 200시간 이상씩 맡으면서 심각한 과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주 부의장은 사회를 보든지 아니면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우 의장은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의결된 뒤, 주 부의장에게 "금일 오후 11시부터 내일(24일) 오전 6시까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사회를 맡아달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총 10회에 걸친 필리버스터가 약 509시간 진행됐지만, 주 부의장이 사회를 거부하면서 우 의장이 239시간,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238시간 사회를 봤다. 이날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에 이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임시국회 2회차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다.

 

우 의장은 "이번 2박 3일 필리버스터는 이 부의장과 하루 12시간씩 맞교대 사회를 보고 있고, 2박 3일 필리버스터에서 각 25시간씩 사회를 본다"면서 "주호영 부의장은 (22대 국회 들어) 10회 필리버스터 중 7회 사회를 거부했고 33시간의 사회만 맡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장과 부의장도 사람이기에 체력적 부담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고, 이런 상황에 필리버스터의 정상적 운영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국회법 해설'에는 필리버스터 실시에 있어 회의 진행 중 정전 등 불가피한 사유로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없는 경우 정회할 수 있다고 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사회를 보는 의장단은 과로한 피로에 의해 필리버스터를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없다"며 "주 부의장이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과 사회 교대를 거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회부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사회를 요청하고 있다. 2025.12.23. 연합
 

본회의 사회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3명만 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이 번갈아 필리버스터 사회를 보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을 포함한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우 의장과 이 부의장의 과로가 가중되고 있다.

 

주 부의장은 그동안 국민의힘의 요청을 명분으로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해왔다. 지난해 7월 25일 당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부의장에게 "민주당 출신 우 의장의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주 부의장께서 사회를 거부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해 7월 방송통신 4법의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를 시작으로,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이날), 민생법안과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지난 12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지난 9월), 노란봉투법·방송3법(지난 8월) 등의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했다.

 

필리버스터 사회 거부에 관해 주 부의장은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핑계를 댔다. 핵심 이유는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조희대 대법원장 비판 등이었다. 국회 운영을 위해 정치 중립적 위치를 지켜야 하는 국회부의장이 정치적 이유로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6일 사실상 부의장 역할을 하지 않은 주 부의장에 대해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다음에 주 부의장은 한 차례도 보지 않았다. 인격 살인 수준"이라면서 "이것에 대해서는 국회부의장이자 동료 의원 차원에서도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본회의 사회를 거부함에 따라 장시간 사회를 보던 중 일어서서 발언을 듣고 있다. 주호영 부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정부조직법 처리에 반대하며 "사법 파괴의 현장에서 사회를 보지 않겠다"고 전날 밝혔다. 2025.9.26. 연합
 

민주당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주 부의장이 국회부의장의 역할과 책무를 방기해 왔다"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허 수석부대표는 "주 부의장은 2024년 7월 본회의 사회를 거부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2월 임시회까지 본회의 사회를 상습적으로 거부했다"며 "급기야 지금도 진행되는 필리버스터 중 우 의장이 화장실 문제로 잠시 이석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고 알렸다.

 

허 수석부대표는 "국회 운영을 책임지는 의장단 중 한 명으로 국회 진행을 원활히 수행되도록 의사를 진행할 역할과 책무를 해태하는 것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모자란 상황에서 우 의장이 불가피한 이석마저 항의하는 것은 국회 운영과 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부의장의 무제한 토론 일방적 사회거부는 불법 파업"이라며 "동료 의장단에 대한 인간적 도의도 국민을 섬겨야 할 의원이자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부의장으로서 신의마저 내팽개친 주 부의장은 사회를 보든지 아니면 즉각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