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국회의 "한국군, 전쟁 위험 내모는 행위"
참여연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

 

민주노총 "굴종적, 예속적 파병 검토 중단해야"
트럼프 6개월 넘은 이란 전쟁 관련 "별것 아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마침내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 단체들이 미국의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에 미국의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개혁 진영 원로들이 주축인 '국민주권사회대개혁 전국시국회의'(약칭 전국시국회의)는 5일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국군을 내몰지 마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국시국회의는 성명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군함 지원을 명분으로 호르무즈에 전투·비전투 임무는 물론 수색 지원 등을 위한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전국시국회의는 미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해 한국군을 중동의 전쟁터로 내모는 정부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한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연합

 

전국시국회의는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근본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과 이란에 대한 공격에 있다. 미국은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이란을 공격하고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을 키워왔다. 그 결과 평화롭게 통항이 이뤄지던 해협마저 전쟁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으로 변했다"고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군을 보내는 것은 명백한 전쟁 가담이다.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수색·감시 자산이 비전투 자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파병이 아닌 것이 될 수 없다. 전쟁을 지원하는 군사적 역할은 그 자체로 참전이며, 한국군 장병들을 전쟁의 위험 속으로 내모는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국시국회의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이 '동맹'을 앞세워 한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막대한 대미 투자와 핵심 전략산업에 대한 압박에 이어, 이제는 미국의 군사적 부담까지 한국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자국이 일으킨 전쟁의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하는 것은 동맹 협력이 아니라 주권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면서 "한미동맹이 대한민국 헌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익과 주권보다 미국의 요구가 앞설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 즉각 중단 ▲ 미국의 부당한 파병 요구 단호히 거부 ▲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굴종 외교 중단 ▲ 국민의 안전과 주권,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자주·평화 외교 등 4개 항을 주문했다.

 

참여연대도 4일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란 논평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이 전쟁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 범죄"라면서 "우리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전에 군을 파병하는 것은 명백히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 어떠한 형태로도 파병은 안 된다. 참여연대는 침략전쟁 참전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미국은 지난 2월 말 핵 협상 중이던 이란을 이스라엘과 함께 일방적으로 침략한 것도 모자라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 시설에 대한 파괴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 미나브 지역의 초등학교를 오폭한 참사에 이어 최근에는 이란 남부를 공격하면서 한 결혼식장을 폭격해 70여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면서 전 세계가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기여'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참전이고 침략이며 전쟁범죄 지원이다. 그 어떤 명분도 파병과 대미 군사 지원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파병 거부를 촉구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규탄 및 파병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6 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4일 '미 관세 압박에 파병으로 화답하겠다는 이재명 정부 규탄한다'란 성명을 통해 "파병의 성격이 전투용인지 비전투용인지를 따지는 것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전쟁 한복판에 군함과 초계기를 내보내는 순간, 우리는 이미 제국주의 전쟁의 당사자가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예속의 뿌리에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반도체 관세 협박이 자리한다...경제로 밥줄을 흔들고 안보로는 생명과 안전마저 담보로 잡는 것, 이것이 저들이 말하는 '동맹'의 실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의 생명과 안전을 도박판에 올리는 그 어떤 파병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숭미 사대 매국 세력의 강압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진짜 국익이 무엇인지 재고하라. 굴종적이고 예속적인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2026. 09. 04 [AP=연합]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의 지하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곡괭이산'을 조만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곧 곡괭이산(Pickaxe)을 타격할 수도 있다. 만약 그곳에서 뭔가 진행되고 있다면"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우리는 "군사적 충돌로 부른다"며 "그건 우리에게 별것 아닌 사소한 일(small potatoes)"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JD 밴스 부통령이 전날 "이것을 전쟁으로 부르지 않겠다"며 현재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는 데 선을 그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것을 간헐적 (군사 충돌)이라고 말하겠다. 우리는 간헐적으로 (이란을) 공격한다"며 "우리는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전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는 전혀 없다"며 "그들(이란)에게 기뢰가 일부 있었지만, 우리는 소해함으로 그것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파병과 미군 18명 사망이 별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은 기자를 향해 "우리가 베트남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 우리는 지금 (이란에서) 5개월째"라며 설전을 벌였다. 그의 발언과 달리 이란 전쟁은 현재 6개월을 넘겼다.

 

그는 이어 "우리가 5개월 동안 뭘 했는지 아나. 그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게 우리가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우주군의 감시를 통해 "곡괭이산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 이란 전역에서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알고 있다"며 "뭐든 틀어지면 우린 그들을 강하게 타격한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 이란 유조선 타격에 이란도 호르무즈 선박 공격…보복 악순환

혁명수비대 "비승인 항로 유조선 3척 · 미국 관련 선박 3척 공격"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훈련 모습 [EPA=연합 자료사진]

 

미국이 미 군함을 겨냥한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타격하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과 미국 연계 선박을 공격하며 맞보복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의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지나던 유조선 3척과 다른 해역의 미국 관련 선박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공격이 이날 앞서 미군이 이란 유조선들을 타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면서 다른 선박들에도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해역을 순찰하던 미 해군 군함 2척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3척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란 최대 석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 인근의 다우니호와 자스크 인근 스타크1호를 무력화하고, 오만만의 카일로호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은 "우리 선박 2척을 공격하면 3척을 타격해 더 큰 경제적 대가를 부과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송 선단을 추가로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미국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미 군함에 대한 보복은 "이전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며 공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맞섰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를 타격한 이후 다시 격화했다.

 

이후 이란이 요르단과 쿠웨이트 등에 있는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미국이 혁명수비대 관련 표적과 유조선 등을 재차 타격하는 등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 신재우 기자 >

 

 

 

파병으로 방향 잡고 실무작업 중…해상초계기 P-8, 군수지원함 소양함 거론

호르무즈 교전 중임에도 파병 '가닥'…트럼프 '공개 불만' 표명 영향 준 듯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견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달 중으로 국회에 파병동의안을 제출해 정식 파병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병력과 자산을 파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파병 전력으로는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천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한반도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고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 자산을 파병하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의결,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 문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기국회가 시작된 가운데 정부가 이달 중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파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선 운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안정화되고 우리 장병들의 안전이 보장된 이후에야 파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여전히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파병 준비 구체화에 나선 것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소셜미디어에서 한국의 이란 관련 기여가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했다. 실제로 하반기 전구급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반토막났다.

 

직후 청와대는 호르무즈 사태 관련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처음으로 공개 언급하며 달래기에 나섰고, 그 후속으로 실무 부처인 국방부가 파병 준비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에선 호르무즈 파병 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날 국방부는 호르무즈에 군 자산을 파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해당 보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국회 파병동의안 제출 등 시점에 이를 공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며,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국방부도 기존 입장을 회수하고 청와대와 같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여론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파병 추진을 공식화하진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파병을 준비하는 실무부처 내부에선 물밑으로 파병 준비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과 조속한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방안을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현재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 민선희 김철선 기자 >

 

정부, 호르무즈 파병 대비 본격화…트럼프 '전방위 압박'

 

청와대 "한반도 대비태세 큰 손상 없는 범위 내"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
P-8A 초계기·소양함 방어자산 검토 보도도
청와대 "아직은 국회 동의 단계까지 안 가"
연합훈련·안보 협상·반도체 투자 곳곳 시비
이 대통령, 6일부터 나흘 프랑스 국빈 방문
마크롱과 호르무즈 기여, 원자력 협력 협의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받고 실질적 기여 방안을 여러모로 검토해오다가 최근 들어 파병 대비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우리나라의 원유 의존도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자유 통항은 우리 국익에 매우 중요한 문제고, 이곳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월 17일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호르무즈 해협 해상 항행의 자유 구상' 화상 회의에 참석해 국제적 연대에 동참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9.3 연합

 

정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대비 본격화
"대비 태세 큰 손상 없는 범위 내 검토"

 

이란을 선제공격하고도 호르무즈 덫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나라들이라면서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5개국을 지목해 군함 파견을 요구했고, 특히 한국을 콕 집어 수만 명의 주한미군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주는데도 동참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4일 호르무즈에 갇힌 각국 상선들의 통항을 위한 미군의 '프로젝트 프리덤(자유)' 실행 과정에서 한국 화물선이 이란군에 의해 "피격됐다"고 주장한 뒤, 한국군의 동참을 요구했지만, 이튿날인 5일 걸프 동맹국들의 비협조로 작전을 돌연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군사적 기여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그러나 4일 기자 브리핑에서 밝힌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보면 그 기류가 원칙적으로 군사적 기여는 물론, 한국군의 병력·자산의 파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옮겨간 듯한 모양새다.

 

파병 등 실질적인 군사적 기여를 위한 정부의 판단 기준은 한반도 대비 태세와 그에 필요한 국내법적 절차다. 먼저 한반도 대비 태세와 관련해 이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검토하는데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 운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에선 물론 미국과도 협의 중일 공산이 크다. 또한 국내법 절차와 관련해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 않다. 검토는 진행하고 있고 필요한 사안들을 계속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단계에 있기에, 저희가 결정된 바 없다고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의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항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로이터=연합] 

 

청와대 "아직은 국회 동의 단계까지 안 가"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선택지

 

국방부는 3일 호르무즈에 군 자산·병력을 파병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조만간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내용을 검토한다는 MBC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향후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가, "사실과 다르며, 결정되지 않았다"란 청와대의 입장에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이 해프닝은 실무부처인 국방부 내부에선 추후 파병 결정 때를 대비한 물밑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반면, 청와대는 국내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공식화하진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군 자산 투입 방안을 미국·영국·프랑스와 공유하고 그건 군수지원함과 기뢰탐지 장비 등 비전투 자산'이란 보도에 대해 "우리가 하는 것은 여러 측면을 검토하고 있고 그런 검토 과정에서 필요한 나라들하고 협의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라고만 답했다.

 

실질적 군사 기여 방안과 관련해 그는 "전투 참여도 있고 비전투도 있고 여러 가지 다양하다. 수색에 국한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어서 그걸 종합적으로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추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전투 참여, 비전투, 수색 등의 언급은 다양한 옵션에 대한 일반적 설명이다. 현재 실질적 기여와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군수지원함 소양함. [방위사업청 제공]. 연합

 

한편 연합뉴스는 파병 전력으로 넓은 해역을 감시하면서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타격할 수 있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있다고 보도하고 "이들 모두 방어적 성격의 자산으로, 한반도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미국의 군사적 지원 요구에 응하고 이란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한때 미국과 이란은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타결했지만, 다시 미국은 대이란 경제 고사 작전과 함께 고강도 군사 공격을 재개하고, 이란도 이에 맞서 호르무즈를 차단하고 걸프 국가 내 미군 기지들을 타격하는 등 전쟁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당초 이란전 종결 후 뒷수습 기뢰 제거 작업 정도를 검토했던 정부가 전쟁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파병 준비 쪽으로 기우는 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전방위로 진행되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페르시아어로 '제재의 빈 총'이란 제목의 이란 일간지 함샤흐리가 전시돼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가한 새로운 가혹한 경제적 위협을 보도했다. 2026. 08. 22 [EPA=연합]

 

트럼프, 호르무즈 파병 한국에 전방위 압박
연합훈련·안보 협상·반도체 투자 곳곳 시비

 

대표적으로 트럼프는 8월 16일 트루스 소셜 포스팅에 이어 17일 백악관 간담회에서 한미 연합연습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이란 작전 동참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그 후에도 유사한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씀과 우리 검토하는 거는 직접 관련 없다. 그 말씀이 나오기 전부터 실질적 기여를 하기 위해 (미 측과) 협의를 해왔고. 그 이후에도 하고 있다. 직접 관련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설득력은 약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은 한미 간 안보 협상과 반도체 문제 관련 답변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도 없었고 당장은 할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안보 협상과 관련해 "조인트 팩트시트(2025년 11월 14일)에 따라서 진행되다가 금년 초에 일시 정체에 이른 적이 있었다...복원을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다시 복원된 건 5월쯤 된다. (협상이) 진행됐는데 지금 다시 진행이 쉽지 않다. 다른 이슈와 연결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식 환영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6.4.3. 연합

 

이 대통령, 6일부터 나흘 프랑스 국빈 방문
마크롱과 호르무즈 기여, 원자력 협력 협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최근 고강도 관세를 무기로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선 그는 "한미 간엔 다양한 영역 현안이 있고 그 현안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서 어떤 것은 정체 요인이 되기도,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하고 복잡하다. 이걸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투자 이슈도 있고 투자 이슈 중 반도체가 논의 대상인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요구가 대미 현금 투자 약속액 2000억 달러와는 별개이면 이중청구서 개념인데'란 지적에 "제가 알기론 미 측에서 그런 제기가 있고 논의 대상이 된 거는 현실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귀결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초기 단계에서 미 측에서 제기했기 때문에 논의 대상이 된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부지인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미군과의 협의 상황에 대해 그는 "우리 군 시설도 미군 시설도 있어서 양 갈래로 대처하고 있다. 지금 초기 단계다. 특히 미국과 협의는 아주 1차적 단계다. 일단 서로 협조해서 원만하게 이전되도록 하겠다는 기본적 입장만 있고 세부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도하훈련에서 주한미군 장병들이 부교를 건넌 스트라이커 장갑차를 바라보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 연습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미2사단/한미연합사단과 한국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및 7공병여단이 참가했다. 2026.3.14. 연합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6일부터 나흘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하고 8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프랑스 방문 기간에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호르무즈 자유 통항 실질적 기여 방안은 물론 원자력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 관계자는 특히 "프랑스하고 원전 협력도 많은 가능성을 우리가 알고 있어 구체적 진전을 보려고 지금 협의를 하고 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대이란 제재 동참하라" vs 이란 "동참하면 우리 적"

 

중국 "불법 일방적 제재 반대"…UAE는 동참
세계 대부분 나라, 침묵하며 사태 전개 관망
트럼프 "호르무즈는 미국 영토" 거듭 주장
이란 대통령 "힘 있는 지금이 전쟁 끝낼 때"
중 관영지 "미국 곤경, 큰 주먹 집착서 비롯"

 

22일 이란 테헤란의 한 가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페르시아어로 '제재의 빈 총'이란 제목의 이란 일간지 함샤흐리가 전시돼 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해 가한 새로운 가혹한 경제적 위협을 보도했다. 2026. 08. 22 [EPA=연합]

 

"우리는 모든 나라에 선언한다. 미국이 벌이는 경제 전쟁에 가담하지 말라. 우리에 대한 경제 제재 실행에 동참하는 어떤 나라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토요일인 22일 저녁 국영 TV에 출연해 이렇게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란에 대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을 선포하며 전 세계에 대이란 교역 전면 중단을 압박했고, 이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0일 CNBC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동맹국과 나머지 세계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우리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라면서 '택일'을 강요한 데 대한 이란의 대응이다.

 

레자이는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출신으로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군사고문을 맡아오다가 지난 9일 국가 안보 책임자인 SNSC 사무총장에 임명된 대미 초강경파다. 이란의 IRNA와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레자이는 이날 "해상 봉쇄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어떤 경로로든 페르시아만의 석유가 단 한 방울도 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아직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적대적 행위가 지속된다면 그 옵션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을 취한다면 우리의 대항은 지진과 같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용적 협상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 이란 의사협회 총회 연설에서 60일의 기한이 만료된 미-이란 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훌륭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자평한 뒤, 이를 두고 미국에 양보했다고 비난하는 이란 의회 내 강경파를 향해 ""이 합의에서 항복을 뜻하는 단 하나의 조항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의무 사항은 상대방(미국)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맞섰다. 2026. 08. 21. 이란 메흐르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미국, 24일 대이란 추가적 경제 제재 발표
이란 "제재 실행에 동참하면 적으로 간주"

 

미국은 월요일인 24일 이란에 대한 추가적 경제 제재의 세부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한 이란의 교역 파트너들을 향해 "자국의 금융기관과 기업, 공항, 혹은 정부 기관이 어떤 형태로든 이란에 생명줄을 허용한다면 어느 나라든 중대한 경제적 결과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썼다. 구체적 사례로 석유 밀수, 통화 스와프, 현금 이전, 환전소, 선박 등록, 위장기업 등을 거론한 뒤 "이 모든 건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21일 또다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영토'로 간주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에서 행한 달린 그레이엄 후보 지원 연설에서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의 영토로 여기고 있기에 우리가 승리한 것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14일에는 종전 이후 "호르무즈를 미국 영토로 선언할 것"이라고 했고, 18일에는 트루스 소셜에 '새 미국 영토'란 표제가 붙은 호르무즈 이미지를 게시했다.

 

레자이 등 대미 강경파의 목소리가 훨씬 우세하지만, 현시점에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실용적 협상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21일 이란 의사협회 제31차 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춘 위치에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게 올바른 길"이라며 "전 세계가 우리의 승리를 인정하고, 미국이 모든 규칙을 어긴 채 우리의 학교, 병원. 인프라를 공격해 미움을 받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새 미국 영토'란 표제가 붙은 호르무즈 이미지를 게시했다. 2026. 08. 18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호르무즈는 미국 영토" 거듭 주장
이란 대통령 "힘 있는 지금 전쟁 끝낼 때"

 

종전을 주장하는 실용적 협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60일의 기한이 만료된 미-이란 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를 "훌륭하고 가치있는 것"이라고 자평한 뒤, 이를 두고 미국에 양보했다고 비난하는 이란 의회 내 강경파를 향해 "이 합의에서 항복을 뜻하는 단 하나의 조항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의무 사항은 상대방(미국)과 관련된 것이다"라고 맞섰다. 페제시키안은 이란 내부의 모든 불화가 "이기심과 사리사욕"에서 비롯된다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취향을 받아들여야 하며, 함께하면 강력하고 분열하면 파멸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이슬람 공화국 창시 이념에 대한 충성 서약식에서 그는 "정부는 전쟁, 제재, 다양한 압박, 지속적 암살 행위뿐 아니라, 물과 전기, 가스, 연료, 환경, 금융 시스템 등에서 심각한 불균형 문제에 직면해 왔다"면서 "적들은 자신들의 압박과 행동으로 이란의 붕괴를 상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란 민족의 힘과 단결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물은 이란 협상단장을 맡았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다. 갈리바프 의장도 "전쟁을 겪은 입장에서 우리는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안다"며 "우리가 아무리 많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또 국가에 자금이 돌지 않고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WSJ는 "이란의 최고위 정치인들"은 6개월 된 전쟁을 끝내고 마비된 경제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더욱 강경해지는 매파들에 공개적으로 맞서고 있다"고 풀이했다.

 

 

미국 국방부(전쟁부) 건물인 펜타곤 전경. 2026. 07. 15 [AP=연합]

 

UAE는 이란과 교역 중단, 중국은 동참 거부
세계 대부분 나라, 침묵하며 사태 전개 관망

 

이렇듯 미국과 이란 모두 '적이냐, 파트너냐'를 택일하라고 압박 중인 가운데,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중 가장 친미적이고 이란과 가장 적대적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트럼프의 경제 전쟁 선언 당일인 19일 성명을 통해 이란군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고 "이란과의 모든 무역,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UAE는 이란의 외화 조달과 세계 교역망 접근에 핵심 통로 역할을 하는 바람에 '이란의 허파'라고 불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이란 경제 전쟁의 성공 여부는 중국, 러시아, 튀르키예, 이라크, 걸프 국가 등 이란의 주요 교역국들의 협조에 달려 있다.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주요 석유 구매국으로서 이란의 핵심 자금줄 노릇을 해온 중국의 향배가 특히 중요하다. 시장분석업체 케플러 자료를 보면, 중국은 2025년 이란의 해상 수출 원유의 80%를 사들였다. 양국의 교역 규모는 원유를 빼고도 약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로 추산됐다. 세계의 대부분 나라들이 침묵을 지키며 사태 전개를 관망하고 있지만, 중국은 제재 동참에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뒤에서 미소짓고 있는 시진핑 중국 주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2026년 4월 1일자. 

 

중국 "불법적, 일방적 이란 제재 반대"
GT "미국의 곤경, 큰 주먹 집착서 비롯"

 

중국 정부의 첫 반응은 우회적인 '거절'이었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인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경제 전쟁' 선포와 동참 위협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자 즉답은 피한 채 "제재와 압박 전술은 해결책이 아니다. 중국은 관련국들이 책임 있게 행동하고 정치적·외교적 접근법을 견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답변했다.

 

21일 브리핑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린 대변인은 "군사적 수단과 제재는 긴장을 악화하고 상황을 격화시킬 뿐이며, 어느 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관련 당사국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대답했다.

 

뒤이어 미 재무장관의 제재 동참 요구에 대한 중국 입장을 묻자, 린 대변인은 "중국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불법적 일방적 제재에 반대하며, 모든 관련 당사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선포한 이번 대이란 경제 전쟁은 "불법적이고 일방적 제재"인 만큼 중국은 반대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아르헨티나 연안을 지나가고 있다. 2024. 05. 30 [AP=연합 자료사진]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GT)의 비판 논조는 더 거셌다. GT는 '중국은 이란 문제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게임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21일 자 사설을 통해 "이른바 '경제 D-데이' 작전은 미국의 전략적 곤경이 바로 '큰 주먹'에 대한 집착과 '복종을 거부하는 자들을 굴복시킬 방법은 언제나 있다'는 근거 없는 자만심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제멋대로 계속 압박 가한다면, 더 오래 갇히고 더 깊이 빠져들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GT는 "단순히 경제적 압박을 확대하는 것은 갈등을 연장하고 모든 측의 손실을 늘릴 뿐이다. 전 세계가 이를 똑똑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의 '무모한 게임'에 동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 역시 워싱턴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법적, 실무적 관점에서 볼 때 일방적 제재를 강화하는 건 정당성도 실현 가능성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트럼프, '한국 천궁-Ⅱ 우크라로' 칼럼 SNS 공유…한국 압박 가능성

 

친트럼프 인사 "한국에 판매 압박해야…관계개선 최고 방법" 칼럼

트럼프 의도 주목…천궁-Ⅱ 아니더라도 한국에 '추가 기여' 압박 계산 관측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

 

한국이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 '천궁-Ⅱ'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한국에 천궁-Ⅱ의 우크라이나 판매를 압박하는 차원일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꼭 천궁-Ⅱ의 판매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에 더 기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 하에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마크 티센의 칼럼을 공유했다.

'트럼프는 어떻게 우크라이나가 자체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나'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티센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언을 구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형 3축 체계 자산 '천궁-Ⅱ'   = 국방부는 건군 77주년을 맞아 국군이 보유한 유·무인 복합체계 신무기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국군의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공개된 천궁-Ⅱ . 2025.10.1 coolee@yna.co.kr

 

티센은 칼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패트리엇 생산 허가를 받게 된다 해도 당장 요격미사일이 추가로 필요하다면서 "이 긴급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트럼프는 일명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M-SAM II(천궁-II)를 자체 비축분에서 우크라이나에 팔도록 한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티센은 "트럼프는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이미 정당하게 화가 나 있다"면서 "한국으로서는 관계를 개선할 더 좋은 방법이 없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을 제공해야 하는 미국의 부담을 덜게 된다"고 강조했다.

 

티센은 천궁-II의 판매가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된 북한 미사일을 상대로 천궁-II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다는 취지다.

 

티센은 한국이 법적 제한으로 전쟁 중인 국가에 무기를 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쟁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를 판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UAE가 이란의 공격 방어를 위해 천궁-Ⅱ를 조기 공수한 데 대해 UAE도 전쟁 중이라는 논리를 펴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궁-Ⅱ 판매를 정당화한 것이다.

티센은 "이는 한국이 나서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임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티센은 기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생산 허가가 부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 허가를 공언했다가 같은달 말 "합의된 것은 아니고 신중해야 한다"며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다.

 

티센은 최첨단 기술이 적의 수중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정당한 우려 때문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패트리엇 제조 기술을 공유했다가 러시아와 이란, 북한, 중국까지 기술이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첨단 기능은 갖추지 않은 신형 저비용 패트리엇 PAC-3 ACE의 공동 생산을 우크라이나에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티센의 칼럼 제목과 링크를 트루스소셜에 공유하면서 별다른 언급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칼럼 공유에는 한국에 천궁-II의 우크라 판매를 압박하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통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마음에 드는 보도와 기고문을 공유한다.

 

꼭 천궁-Ⅱ를 지목한 것이 아니더라도 한국에 '추가적 기여'를 압박하는 일반적인 차원에서 칼럼을 공유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 비협조를 문제 삼으며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을 공개 비판해왔다.

 

미국 보수진영에서도 최근 비슷한 주장에 제기된 바 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마이크 펜스는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요격미사일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한국 요격미사일 지원을 거론했다.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공중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2024년 전력화가 완료됐다.                    < 백나리 기자 >

 

 

 

 

행안장관, 후보군 중 1인 제청…인사청문회 거쳐 대통령 최종 임명

검사출신 2명 · 판사 1명 · 교수 1명…"추천위 만장일치로 4명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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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 4명 압축  =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인스타그램 @yonhapgraphics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군이 4명으로 압축됐다.

중대범죄수사청장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후보추천위는 지난달 19∼26일 진행된 대국민 천거 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들을 대상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대범죄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인권 의식, 신설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들 4명을 후보자로 선정·추천했다.

 

이주원 후보추천위원장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 개혁의 취지를 올바르게 구현할 적임자를 찾기 위해 위원 전원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천거를 통해 접수된 다양한 의견과 초대 중수청장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 등을 두루 고려해 최적의 후보자들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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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장 후보추천위 회의 =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이주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9.4 saba@yna.co.kr

 

후보 4명 가운데 김관정·김지용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고, 이윤제 교수 역시 검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문홍주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다.

 

김관정 변호사는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으로, 현재 김관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용 변호사도 대검 형사부장과 광주고검 차장검사를 지낸 검사 출신이다. 법무법인 에이펙스 대표변호사다.

 

판사 출신인 문홍주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검에서 특별검사보로 수사에 참여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대전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무법인 일선에서 변호사로 일해 왔다.

 

이윤제 교수는 검사로 7년간 근무한 뒤 약 20년간 법학 교수로 재직해왔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특검의 특별검사보로 활동했다. 경찰수사개혁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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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  = 이주원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김관정 변호사,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등 모두 4명을 선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6.9.4 jieunlee@yna.co.kr

 

앞서 대국민 천거절차를 통해 접수된 피천거인은 모두 23명이다.

법령상 윤호중 행안부 장관도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윤호중 장관은 별도로 추천하지 않았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중 심사절차 진행에 동의하지 않은 12명을 제외한 뒤 나머지 11명을 심사대상자로 후보추천위에 제시했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주장해온 백해룡 경정도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백해룡 경정도 피천거인 23명 가운데 포함됐고 본인이 심사 절차에 동의했기 때문에 최종 심사 대상자 11명에 포함됐다"며 "백 경정의 중수청장 후보자로서 적격성 여부를 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추천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후보추천위가 최종 후보자 4명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11명의 심사 대상자를 두고 여러 차례 논의와 표결을 진행한 결과 4명이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를 받아 최종 후보자로 선정됐다"며 "검찰경력을 가진 심사대상자라고 해서 추천단계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이나 직역 등에서도 일정한 균형이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국민적 관심 속에 엄정하게 심사를 진행해 준 후보추천위원회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 결과를 적극 존중해 조속히 최종 후보자 1인을 대통령께 제청하고, 10월 2일 중수청이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장관은 추천된 4명 가운데 1명을 중수청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후보자는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  양정우 차민지 기자 >

 

초대 중수청장 후보중 3인…윤석열 부부 수사했거나 갈등

 
 

4일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4명은 모두 검찰 또는 법원을 거친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다. 이들 중 3명은 검찰, 1명은 법원 출신이다. 또 3명이 공통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연’이 있다.

 

김관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6기로 문재인 정부 때 대검 형사부장, 서울동부지검장, 수원고검장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김 변호사는 대검 형사부장 때인 2020년 서울중앙지검 차장이었던 한동훈 전 법무장관(현 의원)이 연루된 ‘검-언 유착 사건’ 수사를 지휘한 일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2022년 5월 윤 전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한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사건 처리에 간여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당시 수사팀이 채널A 기자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보고를 하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추천된 김관정 변호사(왼쪽부터), 김지용 변호사, 문홍주 변호사,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 연합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사법연수원 29기로 검사 경력을 지녔다. 그러나 평검사로 검사 생활을 접은 뒤 학계에 몸담았고, 유고전범재판소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그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의 특별검사보를 맡아 윤 전 대통령 쪽을 수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역시 윤 전 대통령이 연관된 해병대원 순직 사건 특별검사로 이 교수를 추천하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31기로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일선의 문홍주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아내인 김건희씨 사건 특검보로 활동했다. 이 사건 특검팀은 김씨가 연루된 주가조작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처럼 초대 중수청장 후보군 4명 중 3명이 윤 전 대통령과 갈등하거나 윤 전 대통령 부부 수사에 직접 참여했다.

 

나머지 한 명인 김지용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펙스)는 문재인 정부 때 춘천지검장과 대검 형사부장을 지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인사에서 광주고검 차장으로 좌천성 인사를 경험했고, 그로부터 1년여 뒤 검찰을 떠났다.                          < 이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