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검란’ 사태의 가닥이 서서히 잡히고 있습니다. 첫째, ‘항소 포기’ 논란의 핵심인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직했습니다. 오락가락 변명과 책임 떠넘기기를 거듭하며 사태를 키운 장본인이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항소 포기를 결정하고 관철시켜놓고 조직 내 반발이 커지자 윗선 핑계를 대며 책임을 모면하려다 결국 못 버티고 물러나는 한심한 모양새로 귀결된 듯 합니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과장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장동 사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이진수 법무부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과 연락했다”며 “법무부 쪽에서 수사지휘권을 언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봤을 때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 직무대행,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다 나가야 한다. 항소 포기가 (법무부와 검찰의) 윈윈이라 생각했다.”
마치 법무부에서 알아서 항소 포기를 안 하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압박해 어쩔 수 없었다는 뉘앙스입니다. 그러나 정작 통화 당사자인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통화에서 자신이 전하는 장관의 뜻은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노 대행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 겁니다.
“(통화에서) 이것이 사전 조율이고 협의 과정이지,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식 절차에 따르지 않고서는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이진수 법무부 차관, 12일 국회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이 차관을 통해 ‘신중히 판단하라’는 뜻을 전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수사지휘권 행사 등 외압에 해당될만한 언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항소 포기는 검찰의 자체 결정이라는 겁니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 “수사 지휘권도 발동할 수 있다, 이런 지시를 한 적이 있습니까?”
정성호 법무부 장관: “전혀 알지 못합니다.”
(12일 국회 예결위)
대통령실 개입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 직원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논의한 적 있습니까?”
정성호 법무부 장관: “대통령실과 제가 논의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어떻습니까. 노 대행이 모호하게 수사지휘권을 언급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장·차관은 ‘수사지휘권을 거론한 건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무책임하게 온갖 변명만 늘어놓은 노 대행의 기존 태도에 비춰보면, 정말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면 그대로 옮기지 않았을 거라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차관이 말한 원래 맥락과는 반대로 마치 ‘수사지휘권 행사’ 압박이 있었던 것처럼 들리게 하려는 의도로 ‘수사지휘권’ 언급이 있었다고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자기 한 사람 욕 덜 먹겠다고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한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본인이 검찰총장 직무 대행이라고 한다면 차라리 모든 걸 자기가 책임을 지든지, 책임질 것 같으면 명확하게 해주든지. 이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눈치 보다가 지금 여기저기서 다 까이고 있는 거잖아요. … 야, 검사 너네들아.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정성호가 잘못한 거니까. 얘네가 시켰잖아. 지금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자기 책임 없다고. 그게 뭡니까?”(노영희 변호사, 11일 JTBC ‘장르만 여의도’)
국민의힘에선 장관의 ‘신중히 판단하라’는 한마디도 사실상 수사지휘에 맞먹는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식을 통해서 실질적으로 직권남용 행위가 일어났기 때문에요.”(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1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그러나 이런 식의 의사교섭은 통상적인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반론이 나옵니다.
“카카오 사건 같은 것도 그랬고, 그다음에 이른바 막걸리 부녀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항소 의견이었어요. 그런데 항소하는 게 맞느냐(고 의견을 나눴고). 그러니까 (막걸리 부녀 살인 사건의 경우) 결국에는 대검 차장이 사과하고 상고를 포기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교섭 과정에서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요.”(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1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저는 그 과정에서 검찰이 장관 지휘에 따르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가진 권한과 책임에서 판단하길 바랐습니다. 신중히 알아서 판단하라고 해서 그렇게 알아서 했으면 사실 이게 문제가 되는 사건은 아니었습니다.”(정성호 법무부 장관, 13일 국회 예결위)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이번 항소 포기 외압 논란 자체가 특정 세력의 의도에 의해 과열된 논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의 경우 수사 중단이나 항소 포기를 위한 수사지휘나 의사 전달은 자제되는 게 맞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무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죠. 그러나 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 사안의 성격 또한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된 수사 중단이나 항소 포기 등은 해야 할 수사나 기소를 저지하려 할 때 늘 문제가 됐습니다. 김건희 주가조작 수사, 윤석열 석방 결정에 대한 항고 포기 등입니다.
그러나 이번 대장동 사건은 다릅니다. 뒤에서 자세히 보겠지만, 기원으로 올라가면 대장동 사건은 1차, 2차 수사로 나눠집니다. 1차 수사는 유동규와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며 종결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 들어 기존 수사 검사들을 친윤 검사들로 싸그리 물갈이해 시작된 2차 수사에선 이들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별건으로 수사하고 추가 기소합니다. 실제 목적은 1차 수사에서 기소하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을 엮기 위해 유동규와 민간업자들의 진술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애초 2차 수사 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수사 방식도 매우 위험했습니다. 이 역시 뒷 부분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온갖 법기술을 동원하고 심지어 허위 진술을 협박하고 강요하는 불법 조작 수사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최근 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법정에서 이 조작의 실체를 연일 폭로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대장동 사건 1심 재판부는 2차 수사팀의 기소에 무죄를 내리고, 이들이 증거로 제출한 민간업자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반면 1차 수사팀의 일반 배임 기소에 대해서는 대폭 인정하고, 2차 수사팀이 이례적으로 낮게 구형한 유동규, 정민용의 형량을 구형량보다 높였습니다.
2차 수사팀이 이런 결과에 반발해 항소하려는 건 당연히 자신들이 받는 조작 수사 의혹을 2심에서 돌파하고 이 대통령 등의 무죄 가능성을 저지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애초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된 수사이고 조작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계속 그 프레임으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수사와 기소조차 그래도 일단 엎질러진 물이니 계속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도록 하라고 용인하는 게 과연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일일까요. ‘항소 포기’ ‘외압’이라는 외관은 비슷해도, 실제 내용에선 이번 사안은 과거 윤석열 검찰이 자행했던 행태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셈입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다시 노 대행은 왜 그랬을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최대한 좋게 봐 준다면, 노 대행이 ‘항소 포기’를 선택할 경우 정권과 장관에게 잘 보여서 이후 검찰이 보완수사권 등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윈윈’이라고 한 게 그걸 가리키는 걸지 모릅니다. 그러나 설사 그랬더라도 그건 자신만의 뇌피셜이고 항소 포기는 그 뇌피셜에 기반해 자신이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노 대행은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애매모호한 말로 자신의 책임을 떠넘겨보려는 비겁한 태도를 버리고 이제라도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기 바랍니다.
“7800억 추징 무산” 주장, 정치적 오염 레토릭
둘째, 항소 포기를 두고 친윤 검사들과 친검찰 매체, 국민의힘이 펴온 마타도어성 주장들도 어느 정도 갈래가 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항소 포기로 검찰이 구형한 7800여억원의 부당이득금 추징이 물 건너갔다는 주장이 있죠.
“일반 국민들 사건은요. 초코파이 훔쳐도 항소합니다. 7800억에 대해서 못 받을 구조가 됐는데 이걸 항소 안 한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사실 항소 포기 뒤 가장 국민들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게 바로 이 주장이었는데요. 대장동 일당들이 수천억원의 이득을 고스란히 챙기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국민이 분개하고 누굴 위해 항소를 포기했느냐는 의문을 가졌을 겁니다. 그러나 이 주장 자체가 실은 법과 현실을 무시한 채 국민의 박탈감을 자극하기 위해 선택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됐죠.
“이거는 사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좀 잘못된 거예요. 왜냐하면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있는 사건입니다. 이른바 범죄수익이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요. 그런데 이런 범죄피해재산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몰수추징이 금지돼 있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엄연히 있고, 그 피해자한테 돌아가야 될 돈이 국고로 환수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우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법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보시면요. 제8조에 범죄피해재산에 관한, 우리가 얘기하는 그 횡령, 배임 등 사기 다 들어가는 겁니다. 이런 범죄피해재산인 경우에는 몰수할 수 없다라고 아예 명시하고 있어요. 그 밑에 이제 추징도 마찬가지고요.”(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1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횡령, 배임, 사기 등 범죄피해재산의 경우 피해 당사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직접 피해액을 돌려받도록 돼 있다는 겁니다.
“다만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 예를 들면 범죄 피해자가 장애인이나 70대 이상 고령이거나 다중피해사건의 소액피해 사건들이 있잖아요. 스스로 소송을 통해 권리 행사하기 어려운 경우, 이렇게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는 데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한 때에는 몰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1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대장동 사건의 경우 성남도시공사라는 공공기관이 피해자여서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주장이 엇갈리는 건 검찰이 주장하는 7800억원과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이 인정한 추징액 473억여원에 대한 적용 법조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1심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7815억원의 추징을 구형했습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공직자나 제3자가 얻은 재산상 이익을 몰수·추징하는 벌칙 규정을 두고 있는데, 검찰은 유동규 등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직무 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발생한 택지분양 배당금과 공동주택 분양이익 7800여억원의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한 겁니다.
그러나 이런 검찰 주장은 1심 재판부에 의해 철저히 배척됩니다. 1심 재판부는 서판교터널 위치 정보 등은 비밀도 아니라고 봤고, 대장동 사업 방식 등 다른 비밀 정보를 이용한 행위도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 없다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당연히 추징액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항소 포기로 2심에서 이 부분을 다시 다툴 수 없게 됐다는 점을 들어 7800억 추징이 무산됐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러나 애초부터 검찰이 이해충돌방지법을 끼워넣은 것이 무리했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김용을 엮기 위한 수단으로 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검찰은 원래 배임으로 기소된 대장동 일당에 대해 나중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별건 수사한 뒤 그 수사 조서를 대장동 일당은 물론 이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와 기소에 재활용합니다. 어떻게든 이 대통령을 엮기 위해 법기술을 쓴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검찰이 별건 수사한 조서를 활용한 것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조작 수사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일들을 해서 증거를 작출해서 법원에 제출하거든요. 그래서 법원은 뭐라고 하냐면, … 이 수사가 부당하다는 듯한 뉘앙스로 쓰고 있어요, 판결문에서. 같은 내용을 이름만 바꿔서 이렇게 수사를 해서 증거로 제출하면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이건 부당해서 우리는 증거로 쓸 수 없다라고까지 하거든요.”(김기표 민주당 의원, 10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 부분은 잠시 뒤 검찰의 조작 수사 의혹에서 좀더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이 항소한다고 해서 2심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입니다. 반면 검찰의 진짜 항소 이유가 7800억이 아니라 이 대통령과 측근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7800억을 들고 나온 숫자놀음의 배경을 간파할 필요가 있습니다.
“ 배임 이득 2000억 이미 가압류, 피해 환수 가능”
7800억원 추징 주장의 허구성이 제기되자, 다시 검찰과 친검 세력이 들고 나온 숫자가 4800억원입니다. 검찰은 이해충돌방지법 외에 배임으로 대장동 일당을 기소하며 배임 액수를 4895억원으로 특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1심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분양수익 3690억원은 아예 범죄수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빼버렸습니다. 대신 재판부는 대장동 택지분양 수익만을 가지고 배임 피해액을 직접 1128억원으로 확정했습니다. 택지분양 총 배당금을 5917억원으로 보고, 대장동 일당과 성남도시공사가 각각 절반(2958억원)씩을 가져가야 되는데, 실제 공사가 배당받은 금액은 1830억원이니 그 차액이 범죄 수익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대장동 사건에서 배당된 금액 총액이 한 5900억 정도 됩니다. 계산하기 쉽게 6(천)억이라고 치자고요. 그럼 성남시하고 그 김만배 민간업자들하고 지분이 또 반반이에요. 보통 사업을 벌였으면 성남시 3(천)억, 김만배측 3(천)억이에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받아갔냐면 성남시가 1800억, 민간업자측 4200억 이렇게 받아갔어요. … 그러면 민간업자의 초과 수익이 여기서 얼마냐는 거예요. 법원 판단대로라면 똑같이 5 대 5 지분이면 3천억 가져갔어야 되는데 민간업자가 4200억 가져갔잖아요. 1200억 더 가져간 거. 정확히는 1120억.”(김규현 변호사, 10일 매불쇼)
그런데, 이 1120억 중 실제 1심 재판부가 추징한 액수는 473억원입니다. 유동규가 민간업자들에게서 받은 뇌물 3억1천만원과 김만배로부터 받은 5억원,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주기로 약정한 428억원, 정민용이 남욱에게서 받은 37억원을 합산한 금액입니다. 재판부는 이 중 428억원은 배임에 따른 범죄 수익을 나누기로 한 것이라고 보고 직접적인 뇌물죄 유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만, 추징 대상에는 포함시켰습니다.
“지금 한 470억 정도 추징을 한 거예요. 이건 왜 했느냐? 사실 원칙적으로는 피해자한테 가야 될 돈이기 때문에 추징을 못 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는 뺏어가지고 피해자한테 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이 1120억원 중에서 성격을 보면은 둘로 나뉘어요. 뇌물성 이익이 있고요, 배임성 이익이 있어요. 이거 그냥 제가 임의적으로 나눈 겁니다. 뇌물성 이익은 뭐냐면 김만배가 유동규한테 우리 잘되면 428억 줄게. 뇌물로 주기로 한 거예요. 그리고 저기에 일부 실제 뇌물로 준 게 있어요. 그러니까 뇌물로 주거나 주기로 했던 금액은 뇌물이니까 이건 국가가 뺏어야 돼. 뇌물죄엔 추징이 되니까. 470억에 대해서는 뺐은 거예요. 그럼 나머지 한 650억 정도가 남잖아요. 이거는 그냥 순전히 배임 피해액이에요. 이거는 성남시한테 돌려주는 게 맞다.”(김규현 변호사, 10일 매불쇼)
나머지 650억원 정도도 성남도시공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돌려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검찰 쪽은 이번 항소 포기로 1심 재판부가 추징한 473억원 이상을 환수하기는 불가능해졌다고 겁을 주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수천억을 해놨는데 470억밖에 안 돼서 나머지는 다 풀어줘야 되죠. 그럼 신나게 쓰지 않겠어요? 그럼 그 돈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민사소송을 통해서 그걸 받아낼 수 있습니까?”(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그러나 현실을 도외시한 허위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옵니다.
“나머지 범죄수익은 그 사람들이 가져가느냐? 이미 성남시가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고, 여기다 가압류까지 해놨어요. 추징보전된 2000억에다 가압류를 해놨기 때문에 범죄수익 환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조상호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11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어떻습니까. 이런 가능성을 모두 무시한 채 7800억 같은 정치적으로 오염된 허황된 액수를 내세워 여론몰이를 노려서야 되겠습니까. 계산된 숫자놀음에 현혹되지 말고 정치 검사들의 허위와 왜곡 시도를 가려낼 필요가 있습니다.
“뭐 대장동 일당들이 나와서 재벌된다, 뭐 하루에 천만원씩 된다, 이거는 아니라는 겁니다. 아까 제가 배임죄 설명을 했고, 충분히 그 민사로서 해결이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이거는 논리적인 비약과 공격을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저는 보는 것이고…”(신인규 변호사, 11일 JTBC ‘장르만 여의도’)
셋째, 친윤 검찰의 ‘이재명 조작 수사’의 실체가 본격적으로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7일 ‘정진상 재판’에는 그동안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김용에게 뇌물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해온 남욱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남욱은 ‘검사가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했다’며 검찰의 불법 회유 협박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처음에 검사들한테 ‘배를 가르겠다’ 이런 얘기까지 들었다. (정일권 검사는) 애들을 봐야될 것 아니냐, 여기 계속 있을 거냐, 우리는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들어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 그렇게까지 얘기를 들으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 방향을 안 따라갈 수가 없다.”(남욱, 7일 법정 증언)
정진상·김용을 고리로 이재명 대통령과 대장동 사건을 엮은 검찰의 논리가 추측과 허위 진술로 짜여진 구조물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실제 불법 협박과 강요에 기반한 진술 조작이 이뤄졌음을 말해주는 생생한 법정 증언이 터져나온 겁니다. 그러면서 이제 친윤 검사들이 자행했던 집요한 조작 수사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검찰의 대장동 수사 구조를 먼저 살펴볼까요. 대장동 수사팀은 1차, 2차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말 1차 수사가 시작돼, 이번에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유동규와 민간업자 등 5명이 배임,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1차 수사팀 검사 일부는 이번에 항소 포기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도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선택적 문제제기”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차 수사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22년 7월 ‘윤석열 사단’으로 검사들을 싹 물갈이하며 시작됐습니다. 당시 2차 수사팀을 이끈 인물이 엄희준(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강백신(특수3부장)이었습니다.
이들의 지휘 하에 앞에서 봤듯이 이미 기소된 배임죄와 내용이 똑같이 겹치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별건 수사가 벌어졌습니다. 이미 기소된 범죄를 다시 수사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러니 죄명만 바꿔 같은 내용을 조사한 것인데, 이번엔 이재명과 측근들을 엮기 위해 각종 무리수와 불법이 동원됩니다.
“수사팀을 새로 꾸려가지고 막 유동규나 남욱 이런 사람이 구치소에 있는데 막 압수수색하고 이제 난리를 칩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한 게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수사를 하는데 … 업무상 배임하고 내용이 똑같은데 다시 똑같은 수사를 해요. … 검찰이 결국 그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기소하면서 이재명 정진상을 공범으로 묶는 공소장 변경을 해요. 나중에 수사한 걸 가지고.”(김기표 민주당 의원, 10일 매불쇼)
앞에서 봤듯이 별건 조사를 위해 남욱을 불러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배를 가르겠다고 협박한 것은 물론, 유동규를 24시간 조사하면서 단 한줄의 조서도 남기지 않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면담 나흘 뒤 유동규는 석방되고, 진술이 확 바뀝니다. 정영학이 검찰에 제출한 엑셀파일에 누군가 수기로 '평당 1500만원'이라고 적어넣어 증거를 조작한 의혹도 있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이 대통령의 배임액을 5000억원 규모로 추산했습니다. 실제 정영학은 1400만원으로 기재했다고 기억합니다. 이런 조작 수사가 셀 수도 없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최근 대장동 일당의 증언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난리를 치는 사람들은 1차 수사팀이 아니에요. 강백신, 김영석 이듬해 윤석열 정권으로 바뀌고 나서 이 사건을 재수사하는 2차 수사팀이 난리 치는 거예요. 그럼 강백신, 김영석 같은 사람은 왜 난리를 치냐?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이재명을 잡으려고 조작 수사, 강압 수사 한 게 지금 드러나고 있잖아요.”(봉지욱 기자, 10일 매불쇼)
2차 수사팀 ‘검란’ 주도, “자기들 수사 막으려 최후 발악”
실제 조작 수사 의혹의 장본인인 강백신 등 2차 수사팀에 속했던 검사들은 최근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 조직적 반발도 주도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남욱의 충격적 조작 폭로가 나온 날 강백신 등은 외압 때문에 항소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일제히 터뜨립니다. 남욱의 법정 증언으로 조작 수사 의혹이 커지고 자칫 자신들이 범죄 피의자로 수사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외압 의혹으로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난리친 게 강백신이에요. … 지금 정진상과 이재명을 잡은 그 2차 수사를 자기가 한 거잖아요. 엄희준, 강백신이 지휘를 했단 말이에요. 지금 자기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봉지욱 기자, 10일 매불쇼)
여기에 검찰청 폐지에 위기 의식을 느낀 여러 검사들이 개혁을 흔들기 위해 동조하고 나선 것이 지금 이른바 ‘검란’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란을 부추기고 있는 친윤 검사와 친검 매체, 국민의힘 등이 간과한 게 있죠. 이미 우리 국민들은 이런 검란의 의도나 배경까지 충분히 꿰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들의 조작 수사 범죄의 전모를 규명하고 엄중히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는 이유일 겁니다.
“지금 검찰들이 최후로 발악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 검찰의 조작 수사 이런 것들이 막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걸 감추려고 하고 있고, 검찰개혁에 대해서 최후 발악을 하는 것 같은데요.”(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 1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
나아가 검찰 해체를 더욱 불가역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실제 이런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줬다간 언제 또 국민의 목덜미를 물려고 들지 모르는 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친윤 검사들이 주도하는 이번 검란은 국민들의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며 검찰개혁을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논썰에서 함께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손원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