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의장 "3·1절에 국민 투표법 통과시킬 수 있어"

"12·3 막은 건 5·18 정신 때문…헌법에 넣어야"
정청래 "5·18 수록 반대하면 우리 국민 아냐"

조국 "국민투표 1200억…지선 때 한번에 해야"
용혜인 "5·18 수록 못한 건 절윤 못한 국힘 때문"

개헌 의결정족수 200명 필요… 국힘이 변수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에 참석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왼쪽 두번째부터), 감기정 광주시장, 우원식 국회의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민주당 정청래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진보당 전종덕 원내부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겸 원내대표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5. 연합
 

우원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광주광역시장·전남도지사, 5·18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 포함한 개헌을 촉구했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가운데, 국회의장과 민주·개혁·진보 성향 정당들이 함께 나서면서 '원 포인트' 개헌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다만 개헌 의결정족수는 재적 의원 3분의 2인 만큼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정신 헌법전문수록 개헌 촉구 국민결의대회'에서 "(우리가) 12·3 비상계엄을 어떻게 막았나"라며 "장갑차와 총구가 향하고 있는 국회로 국민들이 모이고 국회의원들도 잽싸게 담을 넘고 모여서 의사봉으로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그 역사를 5·18 정신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이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확실히 넣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1만 2000명 조사하고 2000명 대면 면접을 했더니, 낡은 헌법을 바꾸고 민주주의 방벽을 더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는 게 거의 65%였고, 90%의 압도적인 우리 국민들이 5·18은 반드시 (헌법전문에) 넣자고 대답했다"면서 "민주주의 방벽을 확실하게 세우고 5·18 정신을 넣어서 다시는 이런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게 만들어야 된다. 이것이 바로 내란 극복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우 의장은 "(안건을 상정하면) 2월 28일 토론하고 역사적인 3·1절 날 국민투표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며 "같이 합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각 정당에도 "힘든 시간 거쳐왔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각 당이 개헌을 논의하는 단위를 만들고, 거기에서 숙의를 통해서 안들을 잘 제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12·3 비상계엄 내란을 우리가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헌법의 힘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노상원 수첩대로 계엄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헌법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것을 반대하는 국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민 투표를 한 번 하는데 1200억 원이 든다는 추산이 있다. 이번 6월 3일에 투표를 같이 하면 그 1200억 원이 들지 않는다"면서 "6·3 지방선거 외에 원포인트 개헌 투표용지가 하나 더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들어갈 때 망월동에 잠드신 영령들은 이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실 것"이라며 "우리가 죽고 난 뒤에도 우리의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도 5·18이야말로 우리 민주주의의 정신이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이라는 걸 잊지 않게 되고 배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5. 연합
 

진보당 전종덕 원내부대표는 "(12월 3일) 불법계엄의 총칼이 다시 민주주의를 겨눴을 때 국민들은 거리로 주저없이 나왔고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며 "그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공동체를 지켜온 연대의 힘 어디서 나왔겠나. 바로 우리 안에 살아있는 5월의 기억, 5월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5·18은 박제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국가 폭력에 맞서 시민이 주권자임을 선언한 민주공화국의 뿌리이자 위기의 순간마다 대한민국을 일으켰던 힘"이라며 "이제 더 이상 나중은 없다. 해묵은 약속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헌법에 당당히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5·18정신 헌법수록은) 국민의힘도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약속을 했고 개혁신당도 이미 오래 전에 찬성을 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안 되고 있는 이유는 하나"라며 "12·3내란을 아직도 부정하고 윤 어게인 세력 눈치만 보고 있는 비겁한 국민의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용 대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5·18 정신 헌법 수록은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 절연하고 윤석열과 함께 몰락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역사에 죄를 짓지 마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아직도 87년 항쟁 이후에 헌법이 개정되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다. 그게 중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필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결국은 정치인들이 대한민국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주춤하고 막아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과 실행의 문제"라며 "국힘이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고 주춤거릴 때 다시 한번 그들에게 경고하고,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가자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여달라"고 했다.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장들과 오월단체에서도 개헌을 함께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윤석열의 내란을 완전히 청산하는 길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확실히 박아 넣는 것"이라고 했고,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바로 이런 5·18 정신을 헌법에 담아낼 절호의 기회"라며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새기는 일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은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18정신헌법전문수록개헌국민추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연 5·18정신 헌법전문수록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6.2.25. 연합
 

신극정 5·18 부상자회 회장은 "5·18은 헌법이 말하는 인간의 존엄과 국민 주권을 목숨으로 지켜온 숭고한 희생이며, 민주주의의 위대한 가치로서 5·18의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고 정치적 논쟁으로 이용하고 지금까지도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특정 집단에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호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국회를 향해 "시급성을 이유로 졸속 처리해서 먼 훗날 헌법 수록 이후에 아쉬움이나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좀 더 세심하고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특별강연을 통해 "(5·18 이후) 많은 젊은이, 노동자, 민주화 운동가들이 남영동 '칠성판'(고문 도구)에서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 박종철이 죽어가고 김근태가 (고문)후유증으로 죽었다. 그들은 모두 광주에서 희생당한 그 영령들을 생각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하고 고문을 견뎌냈다"며 "이 사실을 우리는 명백히 가슴 속에 간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명예이사장은 "광주 이후의 한국 민주화 운동은 광주에 진 빚을 갚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 정신이 오늘 우리를 여기까지 밀고 왔고, 지난 윤석열의 계엄을 물리치고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렇게 굳건히 지켰다. 그리고 이 민주주의는 전 세계에 빛나고 있다"면서 "광주 정신, 5·18 정신의 연장이라는 것을 우린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성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 소집으로 전국법원장 회의
법원행정처장 "숙의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여당 이번 주 3법 입법 드라이브에 저항
'뾰족수' 없자 법원장회의로 반전 노린듯

노태악 대법관 후임 지난 1월 후보 압축
조 대법원장, 34일째 제청 안한 것도 문제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입을 꾹 다문 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
 

불법과 반헌법으로 가득 찬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제대로 된 입장 표명 하나 하지 않던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를 소집해 25일 열린다.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에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공언하는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에 반대 의사를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이들 법안의 위헌성을 제기하며 입법을 반대한다는 위력 시위를 벌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회의에 들어가며 "사법개혁 숙의 과정에 사법부 의견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 선포 이후는 물론이고,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고 내란 척결에 관건이 되는 사안들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에게 직접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한 것에 전국 법원장들이 얼마나 같은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법원장들 태도를 보면 조 대법원장의 저항에 동조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번 회의가 사법개혁 3법과 관련해 법원 내부 의견을 모으려고 소집됐다고 24일 밝혔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 사무에 관해 대법원장 또는 법원행정처장이 부의한 안건에 의견을 내는 기구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으로, 법조계는 ‘판·검사 겁박법’이라며 반대한다. 재판소원제는 법원 재판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에 포함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으로, 대법원은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는 헌법 제101조에 위배된다는 태도다.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에 대해선 증원 규모에 대한 반론과 함께 하급심 부실화를 우려한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부의 이런 대응은 그동안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자신들의 허물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일이라고 많은 국민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뾰족수'를 찾지 못한 조 대법원장과 수뇌부가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끝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많은 법관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9월과 12월에도 각각 전국법원장회의를 열어 대법관 증원이나 법왜곡죄 등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회의 뒤에는 법왜곡죄 신설 법안의 위헌성이 크다는 법원장들 공식 입장을 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원안 그대로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렸다. 당시에도 많은 국민들은 '내란 과정에 입도 벙긋하지 않던 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에 대해선 득달같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식의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법개혁 3법을 두고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정치권에 숙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은 이런 숙의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번 주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처리를 앞두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24일 출근길에는 입을 꾹 다문 채,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아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이번 임시회의는 개혁 입법에 맞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법원장들의 '세 과시' 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사법행정의 최고위직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은 입법부와의 대립이 아니라, 왜 국민이 이토록 강력한 사법개혁을 요구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이어야 합니다. 이미 수차례 반복된 반대 입장을 공동 성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내놓는 행위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와 그 국회를 구성한 주권자를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집단적인 입법 저지 행동을 멈추고 개혁의 파도에 겸허히 동참해야 마땅합니다."  (네이버 블로그 '여기 조금의 기적')

 

또 한 가지, 조 대법원장이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거나 지체한 사례가 있다. 3월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제청을 최종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지 한 달이 넘도록 미루고 있는 것이다. 노 대법관의 퇴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대법관 공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원 안팎에서는 후임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통상 대법관 임명 제청은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물밑 의견 조율을 거쳐 이뤄진다.

 

조 대법원장은 24일까지 노 대법관의 후임 최종 후보자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지 않았다. 헌법 제104조 제2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노 대법관의 후임 후보로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김민기(26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4명을 조희대(13기)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 1부를 책임지고 있는 윤성식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돼 상당한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법률신문이 노태악 대법관 이후 임명된 대법관들의 '최종 후보 압축일'과 '대법원장의 제청일'을 비교한 결과, 노태악 대법관 11일, 이흥구 대법관 18일, 천대엽 대법관 10일, 오경미 대법관 13일, 오석준 대법관 14일, 서경환·권영준 대법관 10일, 엄상필·신숙희 대법관 8일, 노경필·박영재·이숙연 대법관 14일이 소요됐다. 노태악 대법관 후임 후보자의 경우, 24일까지 34일이 흘렀지만 임명 제청이 이뤄지지 않았다. 여느 대법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참 늦었다.

 

현재로선 귀책 사유가 청와대와 대법원장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사법개혁 3법 입법 갈등과 별개로 시급히 해소돼야 할 문제란 점도 명백하다.     < 임병선 기자 >


법원장회의, 작년 재탕 수준… 사법개혁 3법 모두 반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등 언급하며 "심각한 유감"
'사법 신뢰 위기' 인정했지만 원론적인 수준
보도자료 대부분 사법개혁 3법 우려로 채워

"대법원장도 4명만 증원"…작년 의견 그대로
민주 "신뢰 위기 인정하고도 흥정 시도하나"
"조희대가 책임 져야…거취 분명히 하길"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법사위원들 반발
"의총 1시간 전에 갑자기 수정한다고 통보"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한 법원장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전국 법원장들이 25일 여당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입법 추진을 두고 "사법부의 우려 표명에도 공론화와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사법부 멋대로 법을 해석해 내란 우두머리를 풀어주고, 대선에 개입하려고 했던 과오에 대한 구체적인 반성은 없었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수준이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25일 오후 2시부터 6시 40분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3법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박 처장을 포함해 모두 43명이 참석했다.

 

회의 직후 공개한 대법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원장들은 우선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해 현 상황에 이르게 된 점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고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구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함을 깊이 인식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현실에 대해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문제 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구속취소',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국민 법 감정과 괴리된 내란범 선고 등 사법부 스스로 불러온 '신뢰 훼손'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의 입장이었다.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대신 보도자료 대부분은 '공론화 부족'  '부작용 발생' 등을 이유로 들며 사법개혁 3법에 대한 우려로 채웠다.

 

법원장들은 사법부가 신뢰받지 못한 데 대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힌 뒤, "그럼에도 사법제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들이, 사법부와 사회 각계의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공론화와 제도 개편의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법원장들은 먼저,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법 왜곡죄에 대해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법왜곡죄 수정안을 고려하더라도 범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이어서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고, 처벌조항으로 인해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등 심대한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이는 재판의 신속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는 지난해 12월 5일 전국법원장 회의 정기회의에서 나온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다. 당시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 왜곡죄 신설 법안을 싸잡아서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고,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25 [공동취재] 연합
 

이날 법원장들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단 4명만 증원하라는 의견을 냈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법원장 회의에서 나온 의견의 반복이다. 5개월 여만에 열린 회의에서도 전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장들은 "상고심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단기간 내 다수의 대법관을 증원하는 것은 사실심 부실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법관 증원은 현 상황에서 가능한 범위인 4인 증원을 추진하고, 사실심에 미치는 영향이나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지 살펴서 추가 증원을 지속적으로 논의함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재판소원 도입에 대해선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송 당사자들은 반복되는 재판으로 고통받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여당은 법원장 회의 결과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숙의가 아니라 즉각적인 사법개혁"이라고 반박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원장회의는 '공론화 부족'을 핑계로 국회 논의에 '심각한 유감'을 표했고, 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온갖 '우려'와 '부작용'을 나열하며 개혁의 발목을 잡았다"면서 "신뢰 위기를 인정해놓고도 개혁에는 조건을 달고 흥정을 시도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사법부가 할 일은 개혁을 늦추기 위한 논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특히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 첫걸음은 스스로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원내대변인은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은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면 그 정당성도 함께 흔들린다. 사법부는 더 이상 독립성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면서 "독립은 특권이 아니라, 더 무거운 책임을 전제로 한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 도중 심각히 대화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는 법사위에서 통과시킨 '법왜곡죄'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었지만,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해 이 법안에 대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돼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민주당 법사위 김용민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은 수정안 상정을 당론으로 결정한 당 지도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6.2.25. 연합
 

법 왜곡죄 수정안 상정…추미애·김용민 등 반발

 

한편 국회는 이날 오후 법 왜곡죄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사법 파괴 악법'이라며 즉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에 나섰다. 법안은 필리버스터 개시 24시간 뒤인 26일 오후 처리될 전망이다. 법 왜곡죄에 이어 재판소원제 도입법, 대법관 증원안 등도 같은 방식으로 순차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본회의 상정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법 왜곡죄에 대한 '위헌' 비판을 의식해 법 적용 대상을 형사재판으로 한정하고 위법 행위를 구체화 등 법안 내용을 수정했다. 당초 법사위안으로 상정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수정안을 내기로 하면서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원인 김용민 의원 등이 강력 반발했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뒤 페이스북에서 글을 올리고 "법 왜곡죄를 형사재판에 한정해서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다수에 피해를 야기하는 공익소송, 집단소송, 주주이해관계 소송 등에서도 법 왜곡이 우려되는데 민상사 행정소송 등을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지난 12월 3일 법사위에서 통과한 법 왜곡죄는 당시 원내대표단 등과 충분히 상의해서 대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렇게 마련된 대안을 처리하기 직전인 오늘, 당 정책위는 법사위와 아무런 상의 없이 의총 1시간 전에 수정하기로 했다고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의총에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법사위와 소통이 없었음을 의총에서 발언하고 수정안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며 "여러 의원님들이 의견을 제시해 정리가 되어가고 있는데, (한병도) 원내대표가 쟁점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정리하겠다고 나와 거수를 시키더니 갑자기 당론으로 결정됐다고 발표를 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의원총회에선 참석 의원의 과반을 넘는 70여 명이 수정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법 왜곡죄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되고 논의가 됐는데 법원의 재판 전체에 대해 법 왜곡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으로 추진되다가, 오늘 수정안은 형사재판에만 국한해 법 왜곡죄를 처벌하는 것으로 축소시켰다"며 "법 왜곡죄는 판사가 헌법,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않는 경우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제도다. 형사판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많은 국민들이 오늘도 법원의 민사, 행정 등 판결에서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법 왜곡죄의 원조격인 독일도 형사재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재판에 대해 법 왜곡을 처벌하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는) 지금이라도 법사위와 다시 상의해 대안을 마련하고 재수정을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

 

‘그들만의 리그’ 전국법원장회의…조직 지킬 때만 단호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내란 위기 땐 침묵하다 개혁 저항엔 기민
사법독립이 외부 감시 막기위한 철갑인가
기득권 옹호 계속되면 개혁요구 더 거세져

 

사법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한이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은신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조희대 사법부 출범 이후 네 차례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세 차례가 사법개혁 안건이었다. 국가 전체가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내란 위기로 몸살을 앓을 때도 고요함을 유지하던 사법부가, 자신들의 권한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 앞에서는 이토록 기민하고 단호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참으로 수상하다. 사법부가 정의하는 ‘위기’가 일반 국민의 상식적인 판단과 궤를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발의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에 대해 사법부는 일제히 ‘사법 독립 침해’를 외치고 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독립이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기 위한 방어벽인지, 아니면 외부의 정당한 감시를 차단하기 위한 철갑인지 말이다. 사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집결하는 시점은 늘 국가의 안위보다 조직의 권위가 도전받을 때였다.

 

대통령의 국무회의가 중계되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듯, 사법부 역시 독립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자 한다면 그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의 존엄은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밀실에 모여 ‘사법 독립’이라는 주문을 되뇌기보다 그 논의 과정을 국민 앞에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와 납득을 얻는 지름길이다.

 

사법부에 대한 존중은 정의롭고 합리적인 판결에서 나온다. 독립성 침해를 운운하기에 앞서, 사법부는 독립을 말하기에 앞서, 국민이 자신들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국민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과 기득권 옹호 관행이 계속되는 한 사법개혁의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사법의 독립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권한이지, 비판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은신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법부가 진정한 존엄을 되찾고자 한다면, 법원장실의 문을 닫고 모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이 흐르는 광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홍순구 기자 >

 

내란 청산 미적대면서 점점 깊어지는 세상의 죄

세상이 내게 준 죄의 무게를 느껴야

 

                                                   김근수 갈릴래아 편지

 

도대체 조희대 탄핵은 언제 할 건가

내란의 밤, 민주 시민들은 총칼과 장갑차로 무장한 반란군들을 맨몸으로 막아서며 민주주의를 지켰다. 그리고 뒷수습을 정치권에 맡기며 생업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지금 내란청산은 잘 되고 있는가?

추석 전에 마친다던 내란 청산의 약속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추석을 몇 번 더 기다려야 하는가. 민주당은 조희대를 언제 탄핵할 것인가. 조희대를 탄핵할 생각이 있기는 한가.

조희대 사법부 해체는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의 일부이다. 조희대 사법부를 해체해야 내란 단죄와 사법 개혁이 비로소 가능하다.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 개혁 범여권 정당은 조희대 탄핵과 내란 단죄를 빨리 서둘러라. 시간이 없다. 민주당에게 주고 싶은 말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특권과 호의를 잃을까 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방치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유혹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2023.2.4).

판사 개인이 악한 건가, 판사 집단 전체가 악한 건가

“검사는 뇌물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느 집회에서 울려퍼지던 노래 가사 중 하나다. ‘판사는 재판을 개판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런 노래 가사도 어디 있지 않을까? 지귀연의 윤석열 1심 판결문을 듣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윤석열 내란은 성경 읽으려고 촛불을 훔친 것이 아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장기집권을 꿈꾸지 않았던가. 다시는 이 땅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만들기 위해 지귀연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귀연은 신성한 법정을 실성한 법정으로 만들고 말았다.

여기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모든 판사는 조희대나 지귀연처럼 나쁜 사람인가. 판사 하나하나는 예외없이 선하고 정의롭지만, 판사들의 집단은 악하고 불의하다는 말인가. 도덕적인 개인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도덕적인 개인들만 모여서 집단을 이룬다 하더라도, 그 집단은 도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도덕적이지 않거나 사악한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다면, 그 얼마나 불의한 집단이 출현할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판사들이 어쩌다 저렇게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불의한 집단이 되어버렸을까. 슬프고 또 슬프다.

 

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2.5 연합뉴스

우리 사회 전체의 죄 감각이 크게 사라진 이유

판사들만 사악해진 것은 아니다. 판사 검사들만 죄에 대한 감각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도 죄에 대한 감각이 크게 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죄에 대한 비통한 자각이 많이 줄어들었다. 왜 그럴까. 우리 사회와 종교 안팎에 여러 원인이 있다.

1. 들키지 않은 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져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는 생각도 유행하고 있다. 경제 범죄는 죄가 아니라 정당한 경제 활동의 일부라는 것이다.

2. 구조악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정치와 경제 분야의 죄를 알아내거나 뉘우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과 경제인의 범죄는 범죄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실정이다.

3. 죄에 대한 처벌을 돈과 권력으로써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법률 장치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런 장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을 유행하게 했다.

4. 싸구려 믿음과 값싼 용서를 선전하고 팔아먹는 그리스도교의 풍토도 자기 죄에 대한 자각을 훼방하고 있다. ‘하느님이 내 죄를 용서하신다 해도, 나는 내 죄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바람직한 태도는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5. 부자와 권력자에게 자비로운 종교 지배층의 처신은 그들이 자기 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회개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방해하고 있다.

6. 종교 지배층의 죄와 부패는 죄가 아닌 것처럼, 일상적인 관행처럼 통용되고 은폐되고 합리화되고 있다.

7. 내란 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방해하는 언론, 사법부, 국회의 태도가 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

자기 죄 뉘우치고 세상의 죄 똑바로 보아야

나는 여기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누구나 자기 죄를 뉘우쳐야 한다. 동시에 세상의 죄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하고, 세상의 죄도 똑바로 보아야 한다. 내 죄를 보느라 세상의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세상의 죄를 보느라 내 죄를 못본 체 하면 안된다.

내 죄를 보면서, 세상의 죄를 증가시킨 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 세상의 죄를 보면서, 내게 영향을 준 세상의 죄 무게를 느껴야 한다. 남들은 내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고, 나는 남들의 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왜 자기 죄를 반성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설교하는 사람은 훌륭한 인간이라고 칭찬받고, 세상의 악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사람은 빨갱이라고 비난받는가.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남에게 기꺼이 해주고 싶은데, 나 자신에게 그 말은 필요 없는가.

“사람은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창세기 3,19). 라틴어 humus는 ‘흙’, 라틴어 humanus는 ‘인간의’ ‘인간적인’이란 뜻이다. 인간과 흙은 단어뿐 아니라 존재로 연결되어 있다.

흙에 불과한 인간들이 뭐 그리 죄도 많고 욕심도 많은가. 착하게 살자. 오늘은 너, 내일은 나.

 

노벨평화상 추천 소식에 찬물 끼얹은 판결

시민들 자부심과 용기 꺾으려는 정치적 목적
찰스 1세 언급 뒤에 숨겨진 윤 어게인의 암시?
무죄 추정 우기는 장동혁과 반격 꿈꾸는 극우

조희대 사법부와 반혁명 요새 어찌할 것인가
반혁명 채찍 맞고 전진하는 위대한 시민의 빛

 

김용민 화백

 

2월 19일 아침, 날아든 ‘윤석열의 내란을 막아낸 한국 국민들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난 2년간 광장을 지키고, 서로의 손을 붙잡으며, 촛불과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그것은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 시간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처럼 느껴졌다. 우리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재확인하며 벅찬 감정을 나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정반대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내란 사건 선고였다. 그 판결 결과는 무기징역이기는 했지만 마치 많은 시민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당신들이 2024년 12·3과 그 이후 2년 동안 했던 투쟁과 연대는 그리 대단한 것도, 역사적 의미가 큰 것도 아니었다.' 재판부의 논리는 이랬다.

 

윤석열의 행위는 치밀하게 준비된 쿠데타가 아니었고, 불과 3일 전에 즉흥적으로 결심한 어설픈 시도였으며, 스스로 물리력을 자제한 허술한 사태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막아낸 것은 거대한 역사적 만행이 아니라, 미숙한 권력자의 일탈에 불과한 셈이 된다.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그 밤의 승리는 '별것 아닌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노골적인 조롱이다. 

 

 

내란 우두머리 법정에서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이것은 승리한 시민들의 뒤통수를 향한 사법 권력의 비열한 가격이었다. 재판은 단지 법률 조항의 해석이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생산한다. 특히 국가적 중대 사안에 대한 판결은 그 자체로 역사 해석이 된다. 이것은 지귀연 재판부의 정치적 목적이 한국 사회와 역사를 바꾼 '빛의 혁명' 참가자들의 자부심,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놓는 것에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신감과 용기는 계속 발전하고 확대되면서, 단지 특정 정권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를 넘어서 한국 사회를 더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방향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득권 카르텔의 입장에서 보자. 재벌, 고위 관료, 주류 법조 엘리트, 일부 언론 권력으로 구성된 구조적 동맹은 한국 사회의 부와 권력을 오랫동안 독점해 왔다.

 

이들에게 광장의 집단적 각성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시민이 스스로를 정치의 주체로 자각하면, 폐쇄적 엘리트 구조는 균열을 맞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열광과 연대를 일상적 무력감으로 되돌리며 그 힘을 다시 ‘호리병’으로 집어넣는 일이다. 그래서 지귀연이 선택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문제점과 12·3 내란의 위험성을 최대한 축소하는 방향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윤석열은 내란을 위해 북한과의 전쟁을 도발한 적도 없으며, 독재와 학살을 꿈꾼 적도 없는 '야당의 폭주에 가로막혀 길을 잃은 통치자'일 뿐이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존중해야 하며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치행위론의 부활이다.

 

오직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려 한 점만이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장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반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마치 '다음에는 더 일찍 결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하며, 국회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도 비상계엄을 성공할 방법을 찾아보라'는 반혁명적 충고처럼 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6.2.19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또,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꾸짖음은, 한편으로는 감옥에서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한다는 윤석열에 대한 살뜰한 위로처럼도 들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목적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이중적 의미로도 들리고 있다. 그러면서 지귀연은 로마와 영국의 찰스 1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자신의 박학다식을 어줍잖게 과시했다.

 

그 모습은 과거에 윤석열처럼 룸살롱 가서 접객원들을 옆에 앉혀두고 폭탄주를 마시며 '맨스플레인'하는 타락한 법조 엘리트들의 전형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지귀연의 찰스 1세 언급은 단순한 현학적 지식 과시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청교도 혁명은 찰스 1세를 타도했지만, 나중에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변질된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찰스 2세로 왕정 복귀가 이루어지면서 그것은 혁명의 파괴와 피의 복수로 이어졌다. 그러니 혹시 지귀연은 극우를 향해 '빛의 혁명과 민주당의 독재를 끝내고 윤어게인과 복수의 시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실제로 지금 윤어게인 극우 세력은 이번 판결을 통해 반격의 틈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결 자체가 너무나 허술하고 앞뒤가 모순적으로 충돌하며, 곳곳에서 윤석열과 내란을 정당화해주는 내용을 심어 두고 있기 때문에 2심과 상고심을 통한 뒤집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대표 장동혁은 “판결문 곳곳의 논리적 허점은 지귀연 판사가 남겨둔 마지막 양심의 흔적들”이라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 

 

윤석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여건 조성이라는 특검의 소설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며 오히려 '재판부가 나의 진정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는 “제 진정성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군이 국회에 갔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뻔뻔스럽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2.20. 연합
 

물론 이번 판결은 지귀연 개인의 판단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조희대 대법원 체제, 주류 언론, 법조·관료 엘리트가 형성한 담론 지형이 그 배경에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과 정쟁에 몰두해 윤석열의 어설픈 내란을 불러왔다'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설명 방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언론, 지식인, 엘리트들이 노상원 수첩에 대한 지적과 해석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김어준식의 음모론'이라고 했다. 그런 것을 고발하고 개혁하려는 최전선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추미애-나경원 충돌의 아수라장'이라고 했다. 조희대 탄핵 추진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개딸과 강성 지지층의 눈치만 보는 민주당의 무리수'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역시 주춤거렸다. 강력한 사법 개혁과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보다는, 내부 권력 구도와 차기 권력 경쟁에 휩싸여 갔다. 결국 내란 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는 지금도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 '사법부 독립'을 외치며 사법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 윤석열을 풀어줬던 지귀연은 끝까지 재판장 자리를 지켰고 이번 같은 모욕적인 판결을 내렸다.

 

조희대는 여전히 인사권을 바탕으로 강력한 사법부 통제력을 가지고 있고, 새로 임명된 법원행정처장은 더욱 조희대와 가까운 극우적 인물이다. 이진관 같은 정의로운 판사와 올바른 판결은 소수이고 지귀연 같은 의심스러운 판사와 이상한 판결이 더 많으니, 내란전담 재판부나 윤석열 항소심 재판부 구성에도 조희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무도한 특검이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건들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이재명 정권의 신독재 광풍"을 공격했다. 나아가 이번에 지귀연이 수상하게도 판결문에서 '대통령도 수사받을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을 이용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중지할 법적 근거가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2.12. 연합
 

심지어 윤석열은 지귀연 판결 다음날 발표한 입장에서 “저 윤석열은 광장의 재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모든 책임을 짊어지겠다”라고 말하고 "우리의 싸움은 끝이 아니다. 뭉치고 일어서야 한다"라며 극우 세력의 결집과 저항을 선동하고 나섰다. 이는 패배의 언어가 아니라 동원의 언어이고, 광장을 다시 반동의 공간으로 호출하려는 시도이다.

 

이 모든 흐름은 분명히 말해 준다. 윤석열의 내란도, 빛의 혁명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와 집권당의 권력을 서로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사람들도, 이제는 살아있는 권력인 이재명 정부와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 사람들도, 빛의 혁명을 지나간 과거로 생각하며 우리끼리 차이점을 찾는 데 더 몰두하던 사람들도 섣불렀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후퇴할 수 있고 시민의 각성과 연대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 혁명이 공포정치와 제정복고를 거쳤고, 영국 혁명이 왕정복고를 경험했듯이, 혁명은 한 번의 선거, 한 번의 판결로 완결되지 않는다. 혁명은 반혁명의 채찍질을 맞으며 전진하고, 혁명을 절반에 그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는 말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한다.

 

2월 19일 아침의 자부심과 오후의 허탈감 사이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12·3의 밤에 우리가 확인했던 그 뜨거운 연대는 이제 법원이라는 성벽 안에서 공고해진 반혁명의 요새를 허무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법 권력이 역사를 모욕할 때, 그 역사를 다시 쓰는 힘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들의 끈질긴 연대와 투쟁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

                                                                       < 전지윤 사회운동가, 연구평론가 >

 

윤석열을 인혁당 피해자에 빗댄 국힘…“유족에 석고대죄해야”

 

 
 
대법원이 인혁당재건위 관련자들의 상고를 기각한 다음날인 1975년 4월9일 도예종 등 8명이 처형되었다. 4·9평화통일재단 제공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 1심 선고를 ‘인혁당 재건위 조작 사건’ 등에 빗대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과거 동백림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이 전부 다 시간이 흐른 후에 현실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에서 전부 무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박정희 독재 정권이 반유신 시위를 탄압하려 그 배후에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라는 불법 공산 조직이 있다고 조작해 관련자들을 기소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비정상적인 사법절차를 거쳐 1975년 4월8일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고 이튿날 새벽 기습적으로 집행했다. 역사상 최악의 공안조작 사건이자 사법 살인 사건으로 꼽힌다. 피해자들은 모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67년 동백림 사건도 박정희 정권이 유럽에 체류 중인 유학생과 교민, 지식인이 북한 대사관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고 조작한 사건이다.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억울한 누명을 쓴 국가 폭력 피해자들을 윤 전 대통령과 등치시킨 것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왜곡죄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서 찬성 토론자로 나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문명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적인 사법 살인 사건에 희생된 인혁당 피해자분들과 윤석열 내란수괴를 어떻게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폭력에 짓밟힌 희생자들의 처참한 역사 앞에 어떻게 감히 국가 폭력 가해자인 내란수괴 윤석열 이름을 들이미느냐. 이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소득당은 같은 날 노서영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도 “국가권력이 저지른 최악의 사법살인 사건을 내란수괴 옹호를 위한 방패막이로 삼는 국민의힘의 몰염치한 발언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최고위원의 발언은) 인혁당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모독”이라며 “조 최고위원은 인혁당 희생자와 유가족 앞에 석고대죄하고, 후안무치한 비유로 내란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