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후배 정재인 검사 직접 쓴 논고로 20년 구형

"검사들이 다시 검사 선서 읽어 볼 필요"
박 전 장관의 취임사 대목 소환해 돌려줘

영부인의 부정한 청탁 거리낌 없이 실행
반성은커녕 갖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
경종 울리기 위해 엄중한 법의 심판" 주문

박성재 "후배들 얘기 들으니 매우 참담"

 

내란특검의 정재인 검사가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결심 공판 도중 구형 논고문을 낭독하고 있다. JTBC 법정 생중계 화면 갈무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결심공판에서 울먹인 것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의 최종의견 진술 가운데 박 전 장관의 무려 35년 후배인 정재인 검사의 '징역 20년' 구형 논고문이 더욱 큰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2020년 9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6년차 검사인 정 검사는 논고문을 직접 쓰고 법정에서 낭독했다. 1993년에 태어나 광주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다 특검팀에 합류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쳐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35년 검찰 선배' 박 전 장관의 입장에서는 '새파랗게 젊은' 후배에게 준엄한 질타를 받은 셈이었다. 

 

정 검사의 논고문 가운데 백미는 박 전 장관의 취임사 가운데 "검사들이 '검사 선서'를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라고 한 대목을 소환한 것이었다. "피고인이 새삼 강조한 검사 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다.(중략)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목도하고도 눈을 질끈 감은 채 '한 배'를 탔다. '정의와 인권',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 같은 것은 피고인의 안중에 없었던 것이다."

 

정 검사는 재판부를 향해서는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의 소임을 망각한 피고인의 공소제기 범죄사실과 같은 행태는, 작금의 검찰청 폐지에 이른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될 것"이라면서 "피고인과 같이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려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 대해서도 "엄중하고 추상같은 판단으로 법 지식과 전문성을 내세운 피고인의 이중성을 단죄하고, 무너뜨린 정의를 바로 세워주실 것을 요청한다"면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성재 전 장관은 최후진술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서 서게 된 사실과 저의 인생을 깡그리 부정하는 특검 측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앞서 피고인 신문 때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상황을 막지 못하고 대통령 설득에 실패한 데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다.

 

정재인 검사가 이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된 이유로는 젊고 소신있으며 무엇보다 35년 차 '검찰 선배'의 면전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시선과 당당한 태도, 논고문을 미리 충분히 읽고 다듬어 호흡과 속도 조절에 흠이 없었다. .

 

더욱이 박상용 검사나 엄희준 검사 등 최근 뉴스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도배된 선배들과 다른 젊은 검사의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점도 화제를 키우는 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 불신이 만연한 요즈음에 대중에게 색다른 검사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 임병선 기자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서울중앙지법 법정 생중계 화면 갈무리

 

다음은 정재인 검사의 구형 논고문 전문이다. 

 

본격적인 논고에 앞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장기간에 걸친 심리와 다수의 공판기일을 통하여 실체적 진실의 규명에 최선을 다하여 주신 재판부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아울러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엄중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피고인 박성재에 대한 구형 의견을 진술하겠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국가의 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고 책임자입니다. 이와 같은 권한은 오직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만 행사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의 허울을 쓰고 내란을 일으킨 2024년 12월 3일 밤, 자신에게 부여된 그 막중한 권한을 헌법 수호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범죄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부화뇌동하면서, 내란을 정당화하고 절차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첫째, 윤석열의 내란 범죄에 적극 동조하여 '합법'의 외피를 씌우고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윤석열이 이른바 '2분 국무회의'를 마치고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나간 뒤 참석자 명단을 적고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이 바로 피고인입니다. 이날 국무회의는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은 물론,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적, 법률적 요건을 철저히 결여한 불법적 행위임을 인지하고 있던 피고인은 그럼에도 사후적으로 합법의 외양을 갖추어 국민을 기망할 수 있도록 '법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공하였습니다.

 

나아가 피고인은 법무부 실무진에 지시하여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정당한 것이라고 강변하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하였고, 이를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 이른바 '안가 모임'에 앞서 보고받았습니다. 내란의 사후 정당화를 위해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둘째, '성공한 내란'을 위하여 반대·저항 세력을 탄압할 인적, 물적 기반을 준비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이른바 '2분 국무회의'가 끝나자 신속히 과천 법무부 청사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출국금지팀을 비상대기하도록 지시하는 등 윤석열의 지시사항을 조치하면서 간부회의를 소집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피고인은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 여력을 파악하고, 곧 꾸려질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도록 하였습니다.

 

내란은 비상계엄 선포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저항하는 반대 세력의 물리적 격리와 사법시스템을 통한 처리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격리를 위해서는 도피를 차단하고 체포하여 수용하고, 수사와 공소제기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지원이 필요합니다.

 

즉 피고인의 행위는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에 저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정치인과 시민·학생 등의 출국을 통제하면서 체포·구금하여 조기에 제압하고, 나아가 탄압과 공포에 기반한 법적 실행력으로 지속되고 증대할 저항세력을 억제함으로써 내란의 성공을 공고히 하려는 사전 조치였음이 명백합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은 일련의 행동을 통해 법 집행의 최후 보루여야 할 법무부를 하루아침에 내란 집행 기구로 불법 전환하여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인적, 물적으로 뒷받침할 만반의 채비를 갖춘 것입니다.

 

또한 법무부 수장의 권한을 남용하여 국민에게 봉사하고 인권 보호에 충실해야 할 법무부 소속 공무원들을 불법적인 내란 행위에 강제로 동원한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셋째, 공사 분별력을 잃고 대통령 부인의 부정한 청탁을 거리낌 없이 수용하고 실행하였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흔히 법 집행의 최후 보루라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은 일반 국민은 물론 여타 어느 공직자보다 더 엄격하게 법을 준수해야 할 법적, 도의적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은 검찰총장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에 대한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2024. 5. 3. 직후 5. 5. 김건희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지시성' 청탁 메시지를 받고, 그에 따라 수사 상황을 점검하였습니다.

 

피고인은 2024. 5. 1.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고 특정 인물이나 단체를 위해 일하는 기관도 아닙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고인은 특정 인물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법 집행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였습니다.

 

김건희로부터 지시성 청탁 메시지를 수신한 7일 후 5. 13. 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검찰청법에 따른 검찰총장과의 협의도 없이, 김건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교체된 지휘부는 검찰총장에 사전 보고도 없이 검찰총장의 명령에 반하는 방식으로 김건희를 조사한 후 무혐의 처리함으로써, 결국 김건희가 의도한 수사결과가 도출되도록 한 것입니다.

 

일반 국민은 물론 하위 공직자라 해도 이런 행동은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법 집행의 최고 감독자라는 피고인이 앞장서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외풍을 막아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과 후배 검사들에게 태풍이 되어 검찰 기능을 파괴한 것입니다.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이 아닙니다. 사인에 불과합니다. 당연히 법무부 장관에게 사사로이 연락해 지시하거나 부탁할 법적 권한이 있을 리 없고, 법무부 장관 또한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소통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력형 유착'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는 피고인이 후배 검사들에게 하던 언행과 달리, 공적인 법 집행의 기준을 사적인 인연이나 권력의 향배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용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징표입니다. 윤석열의 내란에 대한 피고인의 적극적인 가담 행위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넷째, 피고인은 위헌, 위법한 행동에 대한 반성은커녕 갖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피고인은 2024년 1월 윤석열(당시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뒤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습니다.

"임명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법 집행과 국민의 생활 안전,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 취임사에서 법무부 본연의 임무가 "법과 원칙에 따른 법치주의의 실현"이라고 역설하였습니다.

 

'법치주의'는 국가의 모든 권력 작용이 국민의 뜻을 반영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력자의 자의적이고 독단적인 권한 행사는 허용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헌법 아래에 있다"라는 찰스 휴즈 전 미국 연방대법원장의 말처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과 법률 위에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입니다. 그 법치주의 실현의 최전선에서 가장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은 사람이 바로 법무부 장관입니다.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윤석열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척결하고 국회 무력화를 위해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말하는 현장에 임해 있었습니다. 검사 경력 26년을 자랑하는 노련한 법조인으로서 윤석열로부터 설명받은 계엄의 사유가 어떤 헌법적, 법률적 근거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피고인은 "대통령을 만류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진심이었다면 피고인은 윤석열의 면전에서 장관직을 사퇴하거나, 국무회의가 산회한 뒤 비상계엄의 불법·부당성을 공표했어야 합니다. 법무부 장관은 헌정질서 문란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저지해야 할 법적 책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에겐 그럴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태열이 강하게 반대할 때 피고인을 비롯한 누구도 이에 동조하거나 부응하지 않았습니다. 반대할 의사가 있었다면 조태열에 의탁하여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을 것입니다.

 

반대하거나 조태열에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윤석열과 한덕수가 정족수를 채워 국무회의를 하더라도 찬성이 과반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기에, 정당성 구비를 위해 국무회의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할 것입니다.

 

피고인은 대접견실에 대기하면서 최상목과 조태열이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을 윤석열에게 개진할 때 어떠한 동조나 부응하는 태도를 보인 사실이 없고 오히려 최상목과 조태열의 반대 발언에 비아냥대며 '경제와 외교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죠'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도착하여 자신의 옆에 앉은 송미령에게 반대하는 발언을 하도록 제안하는 등 반대를 위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윤석열의 지시를 충실히 메모까지 합니다.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 취임사에서 "검사들이 '검사 선서'를 다시 읽고, 검사의 직에 나서며 약속했던 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면서 "저는 오래전부터 공직자는 투철한 사명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옳은 내용을 설득하고 추진할 줄 아는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피고인이 새삼 강조한 검사 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법무부의 영문 표기가 '정의부'(Department of Justice)라는 사실을 피고인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배 검사들에게 검사 선서를 다시 읽어 보라고 각별히 당부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윤석열의 내란 범죄를 목도하고도 눈을 질끈 감은 채 '한 배'를 탔습니다. '정의와 인권',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 같은 것은 피고인의 안중에 없었던 것입니다.

 

피고인은 국무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과천 법무부 청사로 곧장 달려가 심야 간부회의를 소집하고, 내란의 구체적 실행을 뒷받침할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라고 조목조목 지시하였습니다. 12월 3일 밤 피고인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비상계엄 후속 조치에 발 벗고 나선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범죄 행위를 직접 목도한 후 지휘·감독 대상인 검찰총장과 3회에 걸쳐 통화하면서도, 범죄 대응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부인할 뿐 윤석열로부터 받은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통화였음이 자명합니다.

 

검찰총장은 12. 5. 비상계엄에 대한 수사 개시를 공표합니다. 12. 3. 과 12. 5.의 차이는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한 내란이 실패했느냐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계엄선포를 적극 만류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표리부동이나 언행 불일치, 이중성이나 책임 회피를 넘어,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정면으로 배신한 범죄 행위일 따름입니다.

우리 국민은 암울한 현대사를 통해 국가권력을 무력으로 찬탈한 권위주의 정부가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파괴하면서도 법의 외피만 빌려 독재를 민주정인 양 정당화한 사례를 익히 보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를 정당화하고 국민을 속인 노련한 '법 기술자'들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피고인도 윤석열의 내란 과정에서 충실한 '집행관'이 되기를 자청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실행에 옮긴 일련의 행위는 윤석열의 내란 범죄에 '합법의 가면'을 씌워주기 위한 대국민 기망 행위입니다. 법을 내란의 도구로 전락시킨 전형적인 권력 남용이며, 우리 국민이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일말의 반성조차 내보인 바 없습니다. 그 대신 "법령에 따른 정상적인 장관의 업무"라는 부끄럼과 염치도 없는 파렴치한 변명으로 일관하였습니다.

 

검찰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의 소임을 망각한 피고인의 공소제기 범죄사실과 같은 행태는, 작금의 검찰청 폐지에 이른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될 것입니다.

 

피고인과 같이 법의 이름으로 법을 파괴하는 법 기술자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려주시길 요청합니다.

이에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특검, 박성재 전 법무장관 징역 20년 구형…‘내란 가담’ 혐의

 
 

이완규 전 법제처장엔 징역 3년 구형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이 지난 1월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공동취재사진
 

12·3 비상계엄 때 수용시설을 점검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란사건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조은석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의 심리로 27일 열린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박 전 장관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2·3 비상계엄 다음날 윤석열 전 대통령 측근들이 모인 이른바 ‘안가회동’에 대해 국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를 받는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뒤 참석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라며 “계엄이 사후적으로 합법의 외양을 갖추어 국민을 기망할 수 있도록 ‘법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내란의 사후 정당화를 위해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실행에 옮긴 일련의 행위는 윤석열의 내란 범죄에 ‘합법의 가면’을 씌워주기 위한 대국민 기망 행위다. 법을 내란의 도구로 전락시킨 전형적인 권력 남용이며, 우리 국민이 수십 년간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이 받고 있는 ‘김건희 디올백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선 “법 집행의 최고 감독자라는 피고인이 앞장서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외풍을 막아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과 후배 검사들에게 태풍이 되어 검찰 기능을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안가회동’에서 계엄 관련 논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이 전 처장에 대해선 “자신을 임명한 윤석열의 권력 유지를 통한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계엄을 정당화하는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고, 모임의 진상에 대해 거짓을 일관했다”며 “이는 그 자체로 국민을 기망한 행위일 뿐 아니라 법치주의의 근간을 명백히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특검의 구형 전 이뤄진 피고인 신문을 마치며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계엄) 상황을 막지 못하고 대통령 설득을 실패한 데 대해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재판이 끝난 뒤 특검팀을 향해 “당신들은 검사 선서를 다시 해야 한다”라며 “나는 당신들처럼 안 살았다”라고 말했다.           < 오연서 기자 > 

 

박성준 의원, 국조 청문회서 5쪽 문건 공개해
"검찰 수사 내용, 대검·법무부 거쳐 용산 전달"

대통령실이 제1야당 대표 사건 공유 받았나
권력개입, 하명수사, 수사독립성 논란 불가피

이화영·이해찬 주변인 별건수사 정황도 담겨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1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수사 상황을 매일 보고 받은 정황을 담은 문건이 28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공개됐다.

 

대통령실이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개별 형사사건 수사 상황을 일상적으로 공유받았다는 의미여서, 수사 독립성과 권력 개입, 하명 수사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해당 문건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주변 인물들에 대해 별건 수사를 하며 사건 관계자들을 압박한 정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검찰 조작수사와 관련한 추가 파장이 예상된다.

 

'일보 문건'에 담긴 대북송금 수사 상황
별건수사·주변압박 정황도 문건에 적시
수사 상황, 대검·법무부 거쳐 용산 전달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종합 청문회에서 이른바 '일보(日報·매일 보고)'라고 불리는 제보 문건을 공개하며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이) 매일 수사 상황을 점검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을 통해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입수한 5쪽짜리 '쌍방울 그룹 횡령 등 사건 수사 상황' 문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요상황 4월 28~30일'이라는 작은 제목 아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송민경·고두성 검사 등이 이 전 부지사와 그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사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문건에는 이 전 부지사의 출석 여부나 경기도 관계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뿐 아니라 향후 적용될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까지도 적시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2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3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특히 문건에는 수원지검이 이 전 부지사를 압박하기 위해 이해찬 전 총리 쪽 인사와 이 전 부지사 지인에 대해 별건 수사를 벌인 정황들도 드러났다. 문건은 이 전 부지사 지인인 문아무개 씨의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 관련 수사 내용과 함께, 이 전 총리 재단 후원자인 장아무개 씨에 대한 재단 임대료 지원 혐의 수사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이는 앞서 서민석 변호사가 공개한 박상용 검사와의 통화 녹취 내용과도 맞물린다. 통화 녹취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2023년 5월 25일 박 검사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입장 변화를 하면 여러 가지들은 이제 다른 것들은 다 그냥 안 하시는 거냐"며 문아무개 씨와 장아무개 씨를 콕 집어 언급했다. 이에 박 검사는 "그런 부분은 구체적으로 한번 상의를 하자"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대북송금 수사 당시 이 전 총리나 자신의 주변인 등을 수사하는 데 대해 상당히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변호사가 박 검사에게 이 전 총리나 이 전 부지사의 주변인들 이름을 언급하고, 이들의 이름이 그대로 문건에 등장하는 것은 이 전 부지사 주장대로 실제 별건 수사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4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5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아울러 문건 4쪽에는 '예정 상황 5월 1일'이라는 제목 아래 향후 수사 계획과 공판 상황까지도 상세하게 설명돼 있었다. 해당 주간에 수원지검 박상용 검사는 쌍방울 그룹의 경찰 인사 청탁 유무 관련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보고돼 있었으며, 이화영 전 부지사 측근이었던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 대해선 ▲정보통신망법 위반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적용 혐의와 수사 방향까지 적혀 있었다.

 

해당 문건에 나온 수원지검의 수사 내용은 검찰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된다. 박 의원은 워치독과 통화에서 해당 문건의 보고 라인과 관련해 "윤석열에게 까지 보고된 것으로 확인했다"며 "수원지검에서 대검찰청, 법무부, 공직기강비서관실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박상용 검사도 지난 14일 국민의힘 단독 청문회에서 "그때(대북송금 수사 당시) 저는 평검사였기 때문에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에게는 당연히 다 보고 했고 그러고 나서 대검의 반부패부, 그 다음에 총장 이렇게가 주로 보고 라인이었다"며, 해당 수사가 '윗선'까지 보고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기관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28. 박성준 의원 페이스북

 

워치독은 지난해 쌍방울과 '경제 공동체'인 케이에이치(KH)그룹의 고위관계자가 대통령실 인사와 만나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 2025년 6월 30일자, [단독] "KH그룹 배상윤 회장 구명, 용산과도 논의해").

 

이번에 공개된 문건까지 종합해보면, 대통령실 인사들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개입하거나 사건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답변 못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수사 보고 문건
구자현 "대통령실에 사건 보고 하지 않아"

 

이날 국정조사에서 박 의원은 "일보(매일 보고)를 통해서 공직기강비서관에게도 보고가 됐다고 볼 수가 있다"며, 증인으로 출석한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해당 문건을 보고 받았는지 추궁했다. 이 전 비서관은 대북송금 사건에 적극 개입한 인물 중 한 명이다(☞관련 기사 : 8일자, '찐윤' 이시원은 왜 대북송금 사건에 적극 개입했을까).

 

이 전 비서관은 박 의원의 질의에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일별로 해서, 특히 이재명 대표 사건과 관련된 것은 일보 형태로 일주일에 두 번씩, 아니면 하루에 두 번씩 계속 보고를 했다"면서 "비공개로 이런 경우가 있었느냐"고 질타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이 21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통계조작·'윤석열 명예훼손' 허위보도 조작기소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21. 연합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검찰과 법무부에서도 매우 보기 힘든 형태의 보고 문건으로 추정된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국정조사에서 박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검에서 대통령실(현 청와대)에 사건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 당시 상황은 제가 정확히 알 수는 없다"면서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일선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관련해서 가끔 보고는 오지만, 제가 어떤 특정 사건에서 보고하라고 지시한 적은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  허재현  김성진  김시몬 기자(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

 

이원석 '위증' 논란…"이재명 사건, 윤석열에 매일 보고"

 

"윤석열과 연락 안했다" 증언 흔든 5쪽 문서

대검·법무부·용산 보고 문건…증언과 '충돌'
언론 팩트체크·별건수사·향후혐의까지 담아
한동훈·이시원·윤석열 등 수사 보고 받았나
민주당 국조특위, 내일 이원석 위증죄 고발
정청래 "조작기소 특검 신속하게 추진할 것"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열린 대장동·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위례신도시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증인으로 선서하고 있다. 2026.4.16. 연합
 

윤석열 대통령실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상황을 매일 보고 받은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석열과 연락한 적 없다'고 한 이원석 전 검찰총장의 위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작성자 이름도 없는 이른바 '정보보고' 성격의 문건은 대검찰청, 법무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을 거쳐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여당은 보고 있다.

 

이에 이 전 총장을 비롯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전직 대통령 윤석열 등 당시 보고 라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과 연락 안했다" 증언 흔든 5쪽 문서
대검-법무부-용산 보고 문건…증언과 '충돌'
한동훈·이시원·윤석열 등 수사 보고 받았나

 

이 전 총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에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단 한 차례도 만나거나 통화, 문자, 메신저를 한 적이 없다"며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돼서 저희한테 넘어온 잔여 사건이었지 새로운 수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장) 재임 중에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만난 적도 없고, 퇴임하고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총장 재임 당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은 적이 없고 논의한 적도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전날(28일) 국조특위 종합청문회에서 공개한 문건은 이 전 총장의 증언과 정반대의 정황을 보여준다. ☞ 28일자, "윤석열, 이재명 수사 매일 보고 받았다"…문건 공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28일 공개한 5쪽짜리 대북송금 사건 수사 보고 문건. 박 의원은 해당 문건이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고 윤석열도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그림은 문건 1쪽. 2026.4.28. 박성준 의원실 제공

 

박 의원이 공개한 5쪽짜리 '쌍방울 그룹 횡령 등 사건 수사 상황' 문건은 이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주도한 수원지검 형사 6부 박상용·송민경·고두성 검사 등의 수사 관련 사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른바 '일보(日報·매일 보고)'라는 이름으로 보고된 문건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출석 현황, 이 전 부지사 주변 인물들에 대한 별건 수사 내용, 경기도 관계자의 진술 내용, 향후 적용될 혐의까지 적시돼 있다. 이뿐 아니라 예정된 수사 상황, 공판 진행 상황, 언론보도 팩트 체크, 압수물 분석 상황 항목도 있었다. 문건만 놓고도 수사 진행 상황 파악은 물론 향후 수사 방향까지 가늠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문건은 윤석열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민주당은 파악하고 있다. 박 의원은 "수원지검 형사6부, 대검 반부패부, 법무부 형사기획과 그리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 그것도 비공식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박상용 검사도 지난 14일 국민의힘 단독 청문회에서 "그때(대북송금 수사 당시) 저는 평검사였기 때문에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에게는 당연히 다 보고 했고 그러고 나서 대검의 반부패부, 그 다음에 총장 이렇게가 주로 보고 라인이었다"며, 해당 수사가 '윗선'까지 보고됐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일일 단위 보고 작업은 주말에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공개된 5쪽 문건의 경우 ▲2023년 4월 28일~30일 주요 상황 ▲5월 1일 예정 상황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2023년 4월 28일은 금요일이고 30일은 일요일이다. 날짜로만 따져본다면 주말에 벌어진 수사 상황을 정리해서 5월 1일 월요일에 예정된 수사 내용과 함께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성자나 보고자 이름, 작성 날짜, 표지 등도 없이 상세한 피의 사실을 담고 있는 '정보보고' 형식의 문건은 대검이나 법무부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형태로 추정된다. 전날 국정조사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국정조사에서 박 의원의 관련 질의에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검에서 대통령실(현 청와대)에 사건에 관한 보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후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마친 뒤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6.4.14. 연합
 

법정 절차 밖의 불법적인 '정보보고' 형태로 개별 형사사건 상황이 매일 보고됐다면, 당시 제1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을 상대로 정권 차원의 표적 수사가 이뤄진 것인 만큼 윤석열과 이시원 전 비서관, 한동훈 전 장관, 이원석 전 총장, 김영남 전 수원지검 형사 6부장 등 보고 라인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관계에 따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이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비서관은 전날 청문회에서 박 의원이 "(대통령실 재직 당시) 일보 문서를 받았느냐"고 추궁하자, "답변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다만 그는 문건 자체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오는 30일 이 전 총장을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상 위증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국회 국정조사 활동이 끝나는 대로 특검도 추진된다. 정청래 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조특위에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한 만큼 이후에는 특검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모든 의혹의 전말을 밝혀내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국회 국정조사 특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즉시 특검을 신속하게 추진하여 모든 진실을 남김없이 밝혀내고 모든 책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

 



 

국무회의서 주권국가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전통적 우방 협력, 상호 존중, 상식·원칙 따라야"
한미 긴장 속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거듭 강조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인도와 베트남 국빈 방문 이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모두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국제정세에 대해 "중동전쟁이 촉발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세계 경제와 안보의 구조적인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대에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전략적이고 유연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핵심은 "특정 지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낮추고, 우리의 선택지를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 베트남과의 전방위적 협력 강화는 장기적 국익 관점에서 의미가 크고 "앞으로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외교 지평을 넓혀 가야 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주로 남반구에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신흥국과 저소득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동맹 재정의…"의존 줄이고 선택 늘린다"
주권 국가의 당당함, 진정한 우정 역설

 

이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과의 협력 또한 당연히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특정국을 콕 집지는 않았지만 '전통적 우방' 중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물론 70년 넘는 동맹국인 미국이다.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의 틀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상식과 원칙에 따라 당면한 현안을 풀면서 건강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로 우방들과 진정한 우정을 쌓는 외교에 주력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뭣보다 지난 70여 년의 한미관계에서 양국 간 '상호 존중'과 '상식·원칙'은 실종됐고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당당한 자세를 견지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국과의 '진정한 우정'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엄중한 문제 제기로 들린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이란 미명아래 그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한국은 '노우'라고 못 하고 무조건 맹종하는 관행이 지배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 관련 위협 상황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
 

전통적 우방과의 바람직한 협력 틀 제시
"상호 존중, 상식과 원칙 따른 현안 해결"

 

그러잖아도 이 대통령은 지난 두 달의 이란전쟁 기간에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놨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중동 반출 논란 때는 "반대 의견을 냈다"(3월 10일 국무회의)고 했고, "전시작전권 환수를 통해 미국 부담을 줄이겠다"(4월 2일 미 상원 의원단 면담)고 했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비판(4월 10, 11일 X글)해 '영혼 동맹'인 미국을 불편하게 했고, 이란에 외교장관 특사를 보내고 50만 달러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 그리고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북한의 '구성 핵시설'에 대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언급을 트집 잡아 미국이 정보 공유를 일부 중단한 걸 두고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다"(4월 20일 X글)라고 직접 나서 논란을 정리하기도 했다. '단발성' 행보가 아닌 것이다.

 

최근 한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식적, 고압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 대북 기밀 유출 주장, 쿠팡 사태 관련 한국 사법주권 침해, 작년 10월 한미 정상의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중 안보 합의 불이행 등이 그 대표적 이슈다.

 

23일 서울 광화문 광장 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불법기업 쿠팡 비호, 내정간섭 일삼는 미국 정·재계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23. 연합
 

한미 긴장 속 잇단 '자율 외교' 메시지
자주국방, 전작권 환수 의지 거듭 피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6일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한국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파병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다고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나중엔 한국을 콕 집어 주한미군 '4만5000명'이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지켜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발언들을 연신 내놓았다. 그리곤 정동영 '구성 핵시설' 발언을 문제 삼았고, 4월 13일엔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계 의혹이 있는 극우 인사 미셸 박 스틸(70) 전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을 주한미국대사로 지명했으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4월 21과 22일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사실상 이 대통령의 '2028년 전작권 환수'를 겨냥해 "정치적 편의주의"라고 비난하고 대신 트럼프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분기'를 전환 시기로 제시했다.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오마이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심지어 쿠팡의 3367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한국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과 연계해 한미 관세·안보 공동 팩트시트 상 미국이 이행해야 할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 등의 조치를 차일피일하고 미루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4월 21일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란 항의서한을 강경화 주미 한국 대사 앞으로 보냈다.

 

이에 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이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 하노이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은 기업의 문제인데, 이 문제가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안보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그것이 동맹관계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조현우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이 지난주 방미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 등을 만났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14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훈련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 사령관(가운데)이 장병들과 함께 다리를 건너고 있다. 2026.2.14. 연합
 

"군사력 세계 5위…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
'사즉생' 이순신 정신 강조…"등불로 삼겠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또다시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이 주한미군 빼고 자체 군사력 수준이 전 세계 5위다...연간 군사비 국방비 지출 금액이 북한의 1년 국민총생산보다도 1.4배가 더 높다는 거 아니냐"면서 "왜 자꾸 우리가 무슨 외국 군대가 없으면 마치 자체 방위가 어려울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을 갖느냐"고 개탄했다.

 

이에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일부 세력들이 그렇게 선동하고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이런 객관적인 상황들을 국민한테 많이 알려달라. 제가 이 얘기를 자주 하는 이유가 국가란 국가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느냐, 당연히 그리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 자체적인 예를 들면 군사작전 역량이나 이런 건 준비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 스스로 방어하고 작전하고 전략 작전 계획 짜고 할 준비를 충분히 해놓아야 될 거 아니냐"고 말해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준비를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81주년 기념 다례행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충무공 탄신 제48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순신 장군께서 사선을 넘나드는 전장 속에서 연전연승의 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었던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며 "생즉사, 사즉생! 죽음을 각오하고 오직 이 나라와 백성의 안전을 지켜내야 한다는 준엄한 소명 의식과 애민 정신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 또한 그 시절의 파고만큼 높고 거세다"라면서 "국민주권 정부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등불 삼고, 국민통합의 강한 힘을 원동력 삼아 국난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께서 불과 13척의 배로 열 배가 훨씬 넘는 왜군 함대를 격파할 수 있었던 것도 장군부터 병사와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 이유 기자 >

 

미군 사령관 "한국, 킬 웹의 중심"…'대중 전초 기지' 노골화

 

버젓이 '한·일·필리핀 군 역량 통합 구상' 밝혀
한국 대규모 지상군·첨단 방산에 '눈독'


대만과 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군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국 이재명 대통령의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발언을 겨냥해 "정치적 편의"라고 비판으로 물의를 빚었던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그 장본인이다.

 

이번엔 동아시아의 동맹국들인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하나로 연결하는 3국 간 '킬 웹'(kill web) 구축 구상을 내놓았다. 28일 보도된 일본의 영자지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를 통해서다. 브런슨 미 육군대장은 유엔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겸임)이 21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미 상원 군사위 홈페이지 갈무리
 

미군사령관, 한‧일‧필리핀 통합 '킬 웹' 제안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세우는 위험한 설계

 

이 구상은 이들 3국의 군사적 강점을 단일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통합해 전통적 작전 공간인 육상, 해상, 공중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으로 확대해 미국과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걸 목표로 한다. '킬 웹'은 목표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식별해 타격하기 위한 개념이다. 위성·드론·병사 같은 모든 감지기(센서)가 항공기·함정·미사일 체계 같은 모든 타격 수단(슈터)에 실시간 데이터를 전달하는 네트워크에 기초해 지휘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하도록 한다. 일례로 킬 웹을 구성하는 한 동맹국의 우주 기반 센서가 적 함정을 탐지하면, 다른 동맹국의 지상 레이더가 이동을 추적하고, 또 다른 동맹국이 타격 임무를 맡는 식이다.

 

브런슨은 "현대전의 승패는 재래식 전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히 전자기와 사이버 공간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동맹국들이 억지와 신속하고 조율된 대응을 위해 상호 간 인식을 조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뷰에서 브런슨은 '3국 킬 웹'이 심화하는 북한, 중국,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더욱 조율된 대응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중 군사적 봉쇄 네트워크임을 숨기지 않았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28일 공개된 일본의 더 재팬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필리핀의 군사 역량을 통합하는 '킬 웹' 구상을 밝혔다. 2026. 04. 28 [더 재팬타임스 캡처]
 

브런슨 인텨뷰 "3국 킬 웹의 중심은 한국"
대규모 지상군과 첨단 방위 산업에 '눈독'

 

더 큰 문제는 이 킬 웹 구상의 '중심'으로 한국을 꼽았다는 점이다. 브런슨은 한국의 (지리적) "포지션의 우위는 어떤 다른 동맹국도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전 태세를 갖춘 한국의 대규모 지상군이 억지력을 제공하고 첨단 방위 산업이 역내 군수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방대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길고 취약한 군수 보급망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미 본토 보급에만 의존하지 않고 역내에서 수리·생산 능력을 갖추는 '파운드리'를 구축해야 하며, 여기서 한국의 제조 역량과 3D 프린팅 기술이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미 공군과 제7함대, 제3해병원정군 기지가 있는 일본은 첨단 전투 및 감시 능력, 해상 요충지 통제 능력을 제공하고, 필리핀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접근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에 재팬타임스는 "한반도를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독립된 구역"으로 보던, 동아시아에 대한 미 국방부의 시각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그 대신, 한반도를 이젠 오키나와∼대만∼필리핀∼믈라카해협을 잇는 '제1 도련선' 전체에 걸친 대중 봉쇄망의 최전선 핵심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기다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2025. 09. 03 [타스=연합]
 

한반도에 대한 미 국방부 시각 변화 예고
"북한 억제 초점 맞춘 독립된 구역 아냐"

 

한국이 브런슨의 구상에 동참한다면,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도 전통적인 북한 억지가 아니라 대만 해협,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의 무력 분쟁 시 휘말릴 위험성이 매우 크다. 그 경우 주한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하다.

 

브런슨은 한국, 일본, 필리핀 등 "어느 동맹국도 고립된 채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연결하면 중첩적 강점을 만들어 적이 단일 축으론 대비할 수 없게 한다"며 "우리가 함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사건 발생 후에야 허둥지둥 조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구상을 전투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브런슨은 각국의 역할 분담과 군수 지원 외에 공동의 작전 청사진과 함께 동맹국들의 합동훈련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합동 훈련의 초점을 이제 북한의 지상군 공격이란 전통적 가정보단 제3자(예를 들면 중국) 개입, 분산된 지휘 통제, 해상 분쟁 시나리오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호주의 탈리스만 세이버, 태국의 코브라 골드 같은 합동 훈련에 참여하고 림팩(RIMPAC)을 주도하는 건 "의례적 참여"가 아니라 한국, 일본, 필리핀 3국 협력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저녁 평양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 야외에서 열린 참전열사 추모음악회 '조국의 별들'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6.4.27 연합
 

대만‧남중국해 무력 분쟁 땐 휘말릴 위험
미군기지는 물론 한국도 중국의 타격 대상

 

브런슨은 이미 작년에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11월 17일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아래위를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보여주면서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중심부에서의 깊이, 일본은 기술 우위와 해양 도달 범위, 필리핀은 남쪽 해양 축의 접근성을 제공하며, 각자 고유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브런슨의 '킬 웹' 구상은 유사시 역외 전력 투사를 허용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넘어 아예 한국군의 동원까지 염두에 둔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의 '국익'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이 미국의 군사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먼저 이 구상을 지지할 일본과 먼저 내밀하게 협의하고, 일본 매체를 통해 '애드벌룬'을 띄웠을 공산이 크다. 그러잖아도 브런슨은 인터뷰에서 "나는 주일미군 지도부, 일본 자위대와 적극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이웃이고 동일한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율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주한미군사령관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12일에도 브런슨은 하와이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방미한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몰래 만나는 비상식적 행동을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충남 아산 현충사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 궁도대회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2026.4.28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브런슨 "주일미군‧자위대와 끊임없이 조율"
이재명 정부, 전시작전권 환수 더 서둘러야

 

한국을 대중 군사 전초기지로 삼고 대만 유사시 한국군마저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브런슨이 드러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년 5월 15일 미군 육군협회 하와이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 연설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과 같다"고 말했다. 이른 바 '한반도 불침항모론'이다.

 

한국전쟁의 참화를 겪고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된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5000만 명의 한국민이 사는 한국을 전쟁 수단인 '항공모함'에 비유한 것이었다. 이런 발상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월 19일 발표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 제2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그것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포함되지 않을 거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브런슨은 작년 12월 19일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 팟캐스트 '워 온 더 록스'에 출연해 "대한민국은 인도·태평양 평화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군이 더 적극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도록 하는 것, 대규모 훈련들에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도록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했다. 열흘 후인 12월 29일엔 한미연합사 주최의 '제2회 한미 연합정책포럼'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한국군의 정교함, 그리고 우리의 연합 지휘 구조의 성숙함은 이 나라에 국경을 훨씬 넘어서는 전략적 무게를 부여한다"며 "한국의 역량, 지리적 위치 그리고 대비 태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려는 어떤 노력에서도 중심축이 된다"고 말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주한미군 전력의 역외 투사를 확대하고 한국군을 대중 군사 봉쇄망의 중심이자 전초기지로 삼고야 말겠다는 브런슨의 말과 행동은 일회성이 아니고, 일관성을 가지고 계속 반복되고 '3국 킬웹' 구상과 같이 시간이 갈수록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이젠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브런슨의 입을 빌었지만, 그 뒤에는 미 국방부를 포함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함께 전시작전권 환수를 더욱 서둘러야 할 또다른 계기가 마련됐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