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이익'은 상호 존중, 경제협력 고도화로 '윈윈'

이재명 "한중관계, 되돌릴 수 없는 시대 흐름"
시진핑 "역사의 올바른 편, 올바른 선택 해야"

항일 역사 문제ㆍ보호주의 공동 대응 주문
중국, 최고 예우…최고 지도부 모두 만나

이재명 '하나의 중국' 정책 지지 재확인
"한중, 북한과 대화 재개 중요성 확인"

본격적 한한령 해제까지 시간 걸릴 듯
14개 양해각서…경제협력 외연 확장

 

"저의 답방은 양국의 새로운 30년을 설계하는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동안 불법 계엄으로 인한 외교 공백이 있었습니다. 국민주권 정부가 외교 정상화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오랜 기간 후퇴했던 한중관계를 전면 복원한 것은 최대 성과이자 큰 보람입니다."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베이징 완다문화호텔에서 열린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작년 11월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이 윤석열 정권의 극단적 반중 정책 탓에 수교 이후 최악이었던 한중관계의 전면적 복원이었다면, 5일 베이징 정상회담은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30년을 향한 한중관계의 기본 틀을 구축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2026.1.5 [공동취재 제공] 연합
 

이재명 "한중관계, 되돌릴 수 없는 시대 흐름"
'핵심 이익' 상호 존중, 경협 고도화로 '윈윈'

 

이 대통령이 구상했음 직한 '기본 틀'은 한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인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One-China)' 정책 지지를 명확히 확인해주고, 중국은 한국이 '대중 봉쇄'에 가담하지 않는 한에서 한미 양국의 군사 동맹 및 경제 관계 강화, 한미일 협력을 추구하는 한국의 전략적 불가피성을 양해하는 가운데, 경제와 산업, 민생 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국과 중국이 '윈윈'하는 호혜적 협력을 극대화하자는 걸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의 구동존이와 실사구시 외교, 이재명 정부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2026년을 한중관계 전면 복원의 원년으로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이어 가겠다", "시 주석님과 함께 한중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고 싶다",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견고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등의 발언을 통해 그런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의 뿌리는 매우 깊다. 지난 수천 년간 양국은 이웃 국가로 우호적 관계를 맺었고, 국권이 피탈된 시기에는 국권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싸운 관계"라고 오랜 우호적 '역사'를 강조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된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고려시대 국제 무역항인 '벽란도'를 소환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벽란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기술, 사상과 문화 교류의 장이었다"면서 "더 주목할 점은 외교적 긴장과 갈등이 있었던 시기에도 벽란도를 통한 교역은 중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동아시아의 안정과 번영, 평화와 질서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벽란도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중관계의 미래도 '벽란도' 모델처럼 만들어가자는 얘기였다.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2026.1.5 연합

 

이재명 '하나의 중국' 정책 지지 재확인
중국 예우 최고…최고 지도부 모두 만나

 

만사를 제치고 새해 벽두부터 베이징으로 달려온 것도 이런 취지에서였을 것이다. 분위기 사전 조성 차원에서 국빈 방중을 앞둔 2일 방송된 중국 중앙TV(CCTV)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핵심 이익인 하나의 중국' 정책 지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측 발표문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도 "한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우려를 존중하고 '하나의 중국'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만나고, 그것도 새해 첫 외교 일정으로 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중관계의 전면 복원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는 충분히 확인됐다.

 

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듯 중국의 예우는 최고 수준이었다. 당장 4일 이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관급인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장이 영접했다. 2013년 박근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각각 수석 차관급과 차관보급이 영접했던 데서 급이 상당히 격상됐다. 특히 중국 측이 시 주석(5일)과 경제사령탑인 리창 국무원 총리, 국회의장 격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6일) 등 권력 서열 1~3위 인사 모두와, 차세대 지도자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7일)와의 만남까지 배려한 점은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다. 이런 중국의 환대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시사'를 계기로 중일 분쟁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인데도, 이 대통령이 작년과는 달리 도쿄(1월 중순)에 앞서 베이징을 먼저 찾아 '중국 중시' 메시지를 보낸 것도 도움이 된 걸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26.1.5

 

미국, 일본, 북한 의식해 발표문 따로
시진핑 "한중 새 시대의 든든한 기초"

 

이날 정상회담은 애초 예정된 30분 더 길어진 90분간 진행됐으며, 공식 환영식과 양해각서(MOU) 체결식, 국빈 만찬까지 포함해 두 정상은 4시간 넘게 함께 보냈다. 회담을 마치면서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아주 뜻깊다. 한중 새 시대의 든든한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했다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전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한 대로 경주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도 공동 발표문이 아닌, 각자의 발표로 대체했다. 몇몇 전략적 의제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다는 점과 함께, 논의하고도 미국이나 일본, 북한을 의식해 '발표문'에 담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가 전한 중국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우호 협력을 굳건히 수호하고 양국 관계가 건전한 궤도에 따라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중 양국의 협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지만, 항일 역사 문제와 보호무역주의 반대에서 공동 대응을 주문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어린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6.1.5 연합
 

시진핑, 항일 역사ㆍ보호주의 공동 대응 주문
"역사의 올바른 편에서 올바른 선택 해야"

 

예를 들어, 시 주석은 "중한은 지역 평화 수호와 글로벌 발전 촉진의 측면에서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고, 광범위한 이익 교집합이 있다"며 "응당 단호히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0여 년 전 중한 양국은 큰 민족적 희생을 해 일본 군국주의 항전 승리를 얻어냈다. 오늘날 더욱 손잡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 성과를 지키고, 동북아 평화ㆍ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하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실천하며, 균형 있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포용적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이 "한중은 함께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항전했다. 한국은 중국이 한국의 재중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호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제 조선인민군 주요 화력타격 집단 관하 구분대 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2026.1.5 연합

 

"한중 정상, 북한과 대화 재개 중요성 확인,
중,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위한 건설적 역할"

 

그러나 이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을 거론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발언을 포함해 북한 관련 언급을 물론, 한국 측에서 관심을 보였던 '한한령' 완화나 서해 구조물 설치 문제 등 이견 사항은 발표문에서 뺐다.

 

한국 측의 발표는 달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중 정상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한령 완화' 등 문화 교류와 관련해선 두 정상은 바둑·축구 등의 분야부터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드라마와 영화도 실무협의를 통해 진전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두 정상은 양국 내 혐한·혐중 정서를 해소하는 공동 노력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기대를 모았던 중국 내 K팝 공연 등 본격적인 한한령 해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국빈방문한 김혜경 여사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중국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어린이들을 향해 손 흔들고 있다. 2026.1.5 연합

 

본격적 한한령 해제까지는 시간 걸릴 듯
14개 분야 양해각서…경제협력 외연 확장

 

서해 구조물 문제는 서해에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올해부터 경계획정 차관급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또한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매년 만남을 갖자는 데 공감했으며, 특히 국방 당국 간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꾀하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선 경제, 산업, 문화 교류 협력 분야 등에서 가시적 합의가 도출됐다. 구체적으로 산업단지ㆍ기후환경·교통ㆍ식품수산ㆍ검역ㆍ지식재산권ㆍ중소기업과 기술혁신ㆍ디지털ㆍ아동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14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어 협력의 외연을 확대했고, 중국의 문화유산인 '청대(淸代)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도 채택했다. 특히 '식품안전협력에 관한 MOU'는 K푸드 수출 지원을 담고 있다. 또한 산업 교류 확대를 위해 '상무 협력 대화 신설 MOU'를 체결하고, 산업통상부와 중국 상무부 간 정례 협의체를 구축하기로 했다.

                                                                                        < 이유 기자 >

제프리 삭스 "유엔 헌장 포기 여부 결정해야"


중국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 짓밟아"
러시아 "미국 두려워 침략 정당화 말라"
브라질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규탄 대열

아르헨 파나마 라트비아, 트럼프지지
미국 "마약 테러 수배자들 체포 작전"

베네수엘라 "불법적 무력 공격 당해"

 

"오늘 문제가 되는 이슈는 베네수엘라의 성격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유엔 회원국이 무력, 강압 또는 경제적 옥죄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거나 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지다."

 

제프리 삭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의장이자 컬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센터 소장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현황 보고자 자격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어떤 국가의 영토 완전성이나 정치적 독립에 맞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을 수호할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5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가 발언하는 동안 사람들이 경청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이날 회의는 침략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가 소집 요청 서한을 콜롬비아가 안보리에 전달함으로써 개최됐다. 이러한 삭스의 '정상적'주장에도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일부는 불법 침공과 주권국가 정상 부부를 납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을 비판하지 않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초점을 맞춰 충격을 안겼다.

 

유엔 공보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일단 자국의 불법 침공을 합리화했다. 마이클 왈츠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미국은 "마약 테러리스트 니콜라스 마두로와 실리아 플로레스"로 기소된 두 명의 수배자를 체포하고자 "정밀한 법 집행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나 그 국민에 대한 전쟁은 없다"면서 이번 작전을 1989년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마두로를 수배자이자 "악질 외국 테러 조직"의 리더로 묘사하며, "불법 마약을 무기"로 사용하는 마약 밀매 네트워크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광범위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초법적 살인, 고문, 자의적 임의 구금 의혹을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파나마의 엘로이 알파로 데 알바 대사는 이중적 스탠스를 취했다. 그는 한편으론 다자주의, 주권 및 유엔 헌장에 대한 자국의 약속을 재확인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지속적인 민주주의 침식에서 기인했다면서 "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대한 인정을 거부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정치범들의 즉각적 석방을 요구한 뒤, 2024년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표현된 의사를 반영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올해 최초로 이사국인 된 동유럽의 라트비아는 한술 더 떴다. 사니타 파블루타-데슬란데스 대사는 마두로 정권이 "대규모 탄압, 부패, 마약 밀매를 포함한 조직범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두로 정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해 유엔 헌장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국제법을 약화시켰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라트비아는 베네수엘라의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도 이중적 스탠스를 보였다. 제임스 카리우키 대사대리는 "마두로의 행동이 극심한 수준의 빈곤, 폭력적 탄압, 기초 서비스의 실패를 초래했으며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주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의 권력 장악은 사기였다"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합법적 정부로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국제법과 헌장에 명시된 원칙들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마이클 왈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극우 정권이 잡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역시나'였다. 프란시스코 파비안 트로페피 대사는 트럼프 불법 침공을 "결단력 있는 조치"라고 환영한 뒤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약 800만 명을 탈출하게 만든 탄압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불법 침공 규탄은 콜롬비아가 선도했다. 레오노르 잘라바타 토레스 대사는 "유엔 헌장은 자위권과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무력 사용을 허용할 뿐 다른 국가의 정치적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성토했다.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무력 침공했다고 규탄한 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향해 이중잣대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세계 경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토록 지독한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행동이 "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변호인 배리 폴락, 마크 도넬리와 함께 미국 연방 법정에 출석해 있다. 이들은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돈 세탁 등을 포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장면은 2026년 1월 5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연방 법원에서 작성된 법정 스케치에 담겼다. 2026. 01. 05 [로이터=연합]

 

중국의 겅솽 차석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협적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자주의보다 힘을, 외교보다 군사 행동을 우위에 두며 "베네수엘라의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을 함부로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남미와 그 너머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경고한 뒤 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중남미의 브라질, 멕시코, 쿠바, 칠레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란사 다네지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남미는 평화 지대"라면서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폭격과 대통령 체포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 규범이 이익이나 이념에 근거한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표는 "미국의 행동은 유엔 헌장 위반이자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단호하게, 이중잣대 없이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주권적인 국민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압송에 분노해 반미시위를 벌이는 수도 카라카스 시민들.  일본경제신문 1월 4일

 

쿠바 대표는 미국의 "패권적이고 범죄적 계획"이 지역 안정에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일방적 강압 조치, "경제적 질식", 심지어 해상 테러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러한 행위들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부부 납치가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려는 탐욕에 의해 추진되었다면서 "제국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의 사무엘 몬카다 대사는 자국의 주권뿐만 아니라 "국제법의 신뢰성"과 유엔의 권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지난 3일 미국에 의해 어떠한 법적 정당성도 없고 유엔 헌장, 제네바 협약 및 주권 평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적인 무력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원수의 납치"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묵인하는 것은 "법이 선택 사항"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번 침략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눈에 중남미는 '주권국' 보다 '관리 대상'

● WORLD 2026. 1. 5. 15: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 이권에 도전한 베네수엘라 '실패 국가'로 낙인

강대국 판단이 정의가 되면, 약소국은 불안과 체념뿐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개입 논의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제국의 기억, 자원의 유혹, 그리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의 문법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결과다. 이 글은 찬반의 감정적 대결을 넘어서, 그 내면을 구성하는 구조와 논리를 차분히 해부하고자 한다. 무엇이 미국을 베네수엘라로 향하게 만드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언어가 동원되고, 무엇이 가려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1. 제국은 왜 남쪽을 내려다보는가: 미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에는 일관된 습관이 있다. 그것은 이 지역을 ‘주권적 타자’라기보다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먼로 독트린에서 시작된 이 인식은 냉전 시기를 거치며 반공의 이름으로 강화되었고, 탈냉전 이후에는 ‘민주주의 수출’과 ‘안보 안정화’라는 언어로 재포장되었다. 표현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유지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이 구조적 시선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자국의 정치적 선택이 미국의 이해와 어긋날 때, 그것은 곧 ‘불안정’, ‘위협’, ‘실패국가’라는 낙인으로 번역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제 현실의 복잡성이 아니라, 워싱턴의 정책 프레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이다. 제국은 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다루기 쉬운 이야기로 단순화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파손된 건물. 이 공습 과정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베네수엘라 카티아 라 마르에서 체포됐다. 2026.1.4. 로이터 연합
 

군사적 개입 논의 역시 이러한 단순화의 산물이다. 외교적 실패, 제재의 부작용, 국제 질서의 균열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성찰되기보다, ‘개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미끄러진다. 그 결과, 무력은 언제나 마지막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선택지가 된다. 이것이 제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이다.

 

2. 석유, 제재, 그리고 권력의 경제학: 이해관계의 맨얼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문제를 도덕의 언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그 밑바닥에는 냉정한 경제학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다. 에너지 전환이 진행 중이라 해도, 석유는 여전히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다시 전략적 이슈로 부상한 국면에서, 베네수엘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여기에 제재라는 도구가 결합된다. 제재는 명목상 정권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민중의 삶을 직접 타격한다. 경제가 붕괴되고 생활이 피폐해질수록, 그 책임은 외부의 압박보다 내부의 무능으로 전가된다. 이때 제재는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체제 변화의 촉매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 기대가 현실에서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는가이다.

 

군사적 개입 논의는 종종 제재의 ‘다음 단계’로 등장한다. 제재로 충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 힘의 직접적 사용이 검토된다. 이는 도덕적 분노의 결과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의 연장선이다. 석유, 금융, 지정학적 영향력—이 모든 것이 얽힌 권력의 경제학 앞에서, ‘인권’은 진정성 있는 목표이기보다 설득을 위한 언어로 소환되기 쉽다.

 

3. ‘자유’와 ‘인권’이라는 이름의 수사학: 누가 말하고 누가 침묵하는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담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자유와 인권이다. 이 단어들은 강력하다. 반대하기 어렵고, 질문하기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단어들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그것을 정의하고 집행하는 권한이 특정 국가에 독점될 때, 자유는 무기가 된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웨스트사이드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테러 혐의로 뉴욕의 미국 연방 법원에 기소돼 출두할 예정이다. 2026. 1. 3 AFP 연합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복잡하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실패, 사회적 분열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은 군사적 해결의 논리 안에서 삭제된다. 대신 ‘독재 대 민주’, ‘선 대 악’의 이분법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분법은 판단을 쉽게 만들지만, 책임을 흐린다. 폭격 이후의 삶, 붕괴된 사회의 재건, 민중의 상처는 담론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또한 질문해야 할 침묵이 있다. 왜 어떤 인권 침해에는 즉각적인 분노가 쏟아지고, 어떤 침해에는 전략적 침묵이 유지되는가. 왜 동맹국의 폭력은 ‘안보 상황’으로 설명되고, 비동맹국의 폭력은 ‘개입의 명분’이 되는가. 이 선택적 도덕성은 인권 담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인권이 진정 보편이라면, 적용 역시 보편이어야 한다.

 

4. 침공 이후의 세계를 묻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군사적 개입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빠지는 질문이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침공은 시작일 뿐이며, 끝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외부의 무력 개입이 안정과 민주주의를 가져온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권력 공백, 내전, 장기적 불안정이 뒤따른 경우가 더 많다. 베네수엘라도 예외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입이 국제 질서에 남기는 상흔이다. 힘이 규범을 대체하는 순간, 국제법과 주권의 개념은 공허해진다. 강대국의 판단이 곧 정의가 된다면, 약소국에게 남는 것은 불안과 체념뿐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어떤 규칙 위에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정의는 미사일의 궤적 위에 세워질 수 있는가.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선택과 회복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외부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압박과 위협이 아니라, 제재의 재검토, 대화의 중재, 인도적 지원의 확대여야 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논의는 한 나라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를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지다. 제국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언어의 이면을 묻고 다른 길을 상상할 것인가. 깊이 들여다볼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하나다. 침공은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더 깊은 비극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 박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