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 보안 조치 않아 부당 이득, 기만적 영업 행위 금지 뉴욕주 법 위반”

 

 
 
법무법인 대륜의 김국일 경영대표(왼쪽 두번째)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동부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쿠팡에 대해 소비자들이 미국 쿠팡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6일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이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 등을 대표 원고로 하는 쿠팡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와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쿠팡 창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 원고들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쿠팡아이엔씨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며, 이는 묵시적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아이엔씨가 적절한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당 이득을 올렸고, 기만적 영업 행위를 금지한 뉴욕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로펌 에스제이케이피(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이날 소장 제출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게 쿠팡 측 잘못을 밝히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민사소송의 원고가 법원의 명령을 받아 피고로부터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기된 소송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나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집단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 남지현 기자 >

‘사상초유’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 일파만파
‘회사 보유분+위탁분’ 9배 금액·14배 수량 오지급
비트코인 폭락…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 닮은 꼴

 

 
 
                     빗썸. 연합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 벌어진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고 수습과 책임 규명 등을 위해 금융 당국이 칼을 빼든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의 신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거래소가 보유하지도 않은 코인 약 60조원어치가 지급되며 시세 급락을 초래한 점 등이 과거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에 착수했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저녁 7시쯤 빗썸은 고객 확보 목적의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 695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비트코인을 잘못 지급했다.

 

전체 이벤트 참여자 695명 중 랜덤박스를 연 당첨자 249명에게 당첨금 2천원∼5만원씩 총 ‘62만원’을 주려다 비트코인 ‘62만개’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당첨금 지급 때 ‘원’ 단위를 ‘비트코인 개수’로 잘못 입력했기 때문이다. 1명당 받을 당첨금 2천원이 2천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2천개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 잘못 풀린 전체 비트코인 규모는 약 60조원어치에 이른다. 일부 이용자들이 오지급된 비트코인 매도에 나서며 전날 빗썸 내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8천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
 

빗썸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 회사가 직접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175개, 174억원어치 뿐이다. 같은 기간 이용자 위탁을 받아 빗썸이 대신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4만2619개, 6조9천억원 남짓이다. 회사 보유분과 회원 위탁분을 합쳐 7조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는 빗썸이  금액 기준으로 약 9배, 수량 기준으로는 14배에 이르는 코인을 뿌렸다는 얘기다. 

 

빗썸 쪽은 전날 저녁 7시20분 이 같은 오지급 사실을 인지해 20분 뒤 보상금 지급자들의 계좌 거래와 출금 차단 조처를 마쳤다. 회사에 따르면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 62만개 중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 99.7%인 61만8241개는 시장 거래 전 회수를 완료했다. 이미 시장에 처분된 1786개도 약 93%는 회수됐다.

 

빗썸은 이날 누리집 공지를 통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고객들의 예상 손실금액이 약 10억원 내외로 파악되고 있다”며 관련 고객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오지급 당시(6일 저녁 7시30분∼7시45분) 비트코인 시세 급락 여파로 동반 저가 매도를 했던 ‘패닉셀’ 투자자들에겐 매도 차액 전액과 추가 보상 10% 등 110%를 특별 보상하기로 했다. 이 시간대의 모든 빗썸 서비스 접속자에게도 2만원을 보상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불투명성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있지도 않은 코인을 실수로 입력해 시세 폭락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다.

 

이 사고가 2018년 4월 발생한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시 우리사주 배당금을 주당 ‘1천원’씩 지급하려다 직원 실수로 자사주 ‘1천주’씩 총 113조원 규모가 잘못 지급됐고, 이를 받은 삼성증권 직원들의 자사주 매도로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이 입고 및 거래됐다는 점에서 ‘유령 주식’이라는 논란도 불거진 바 있다. 내부 전산을 허술하게 설계한 탓에 실제 주식 발행 여부 및 예탁결제원 확인 없이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풀린 셈이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이날 공지를 통해 “오지급 사고로 인해 고객 여러분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 발생 이후 모든 관계 기관 신고를 마쳤으며, 진행 중인 금감원 점검에도 성실히 협조 중”이라고 했다.        < 박종오 기자  >

‘엉터리’ 비판 잇따른 ‘고액 자산가 유출’ 보도자료
이 대통령 “민주주의의 적…엄중하게 책임 묻겠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한상공회의소의 ‘국내 고액 자산가 유출’ 관련 보도자료를 “가짜 뉴스”라고 공개 비판하자, 대한상의 쪽이 이날 뒤늦게 사과문을 내놓았다.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

 

대한상의는 이날 “보도자료 내용 중 고액 자산가 유출 관련 외부 통계를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상의는 앞서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 분석 및 납부 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상의는 “한국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자산가 유출 규모가 세계 4위”라며 세금 납부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영국 이민 컨설팅회사인 ‘헨리앤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 규모가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최근 1년새 2배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세율이 너무 높은 탓에 한국이 세계에서 부유층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나라가 됐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그러나 상의가 인용한 자산가 유출 통계는 신뢰할 수 없는 ‘엉터리’라는 비판이 많다. 이 대통령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 뉴스를 생산해 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는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책을 만드는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 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상의는 사과문을 통해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우선 자료 작성 시 사실관계 및 통계의 정확성 등에 대해 충실히 검증하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도 이 사안을 보고받고 “책임 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상의 실무진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 박종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