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 행동은 위험…"결정적 불쏘시개"
여러 중동 위기, 예측 불가 미국과 결합
이란 시위, 이슬람 공화국 모델 시험대
중동 혼란의 '감정적 진원지' 가자지구
"시리아, 국지적 사건 중동 이슈로 전환"
외국군ㆍ민병대ㆍ정보기관 중첩돼 작전
"이스라엘의 레바논 북부 전선 가장 위험"
"예멘 내전, 중동 다층적 복잡성 보여줘“
"지금 중동 전역이 끓어오르고 있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모하메드 아유브 명예교수(국제관계학)는 '중동은 비등점에 이르렀나'란 14일 자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반체제 유혈 시위가 진행 중인 이란을 포함해 중동 전역이 직면한 극한 충돌의 위험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여러 교차하는 중동의 위기들이 예측 불가한 미국과 결합해 이 지역에 격변의 2026년을 예고한다"라고 우려했다. 인도 출신의 아유브 교수는 이른바 제3세계 국가들의 안보 위협의 본질을 다룬 '종속적 리얼리즘' 이론을 만들고, 이슬람 분야 등에도 정통한 학자다.

"지금 중동 전역이 끓어오르고 있다"
"여러 발화점들, 동시에 위험 증폭"
아유브 교수가 보기에,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행동을 경고한 이란의 시위는 전례 없이 세예드 알리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이끄는 이슬람 정권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지만, 이런 이란의 혼란이 중동의 유일한 불안 요인은 아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파괴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시리아는 여전히 정치적 분열과 싸우고 있고, 이스라엘은 전장을 레바논으로 계속 확대 중이며, 예멘은 다층적 내전을 벌이고 있다.
그 와중에 튀르키예와 미국 등 역내와 외부 강대국들은 공세적이고 종종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그들의 정책은 갈수록 여러 전장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교차하고 있다.
아유브는 "중동이 단 하나의 고립된 위기를 제공한 경우는 드물다"면서 "대신 다수의 중첩된 갈등을 보여주며, 그 충격파들은 난민, 미사일, 교역 흐름, 이념의 형태로 국경들을 넘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중동이 '끓고 있다'고 확실히 느끼는 건 전쟁 하나가 격화돼서가 아니라, 여러 압력 지점이 동시에 달아올라 전역의 온도를 끌어올리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순간의 특징은 위기의 새로움이 아니라 동시성이다. 이들 발화점은 더는 고립되지 않고 함께 전개되며, 위험을 증폭하고 외교 탈출구를 좁히는 방식으로 상호 작용한다"라고 했다.

이란 시위, 이슬람 공화국 모델 시험대
"테헤란 내부 불안정, 내부적이지 않아"
아유브에 따르면, 이란의 시위는 이슬람 공화국 통치 모델에 대한 극단적 스트레스 테스트다. 수십 년의 제재와 정권의 실정으로 극한 상황에 놓인 경제와 민생, 정치적 탄압, 세대 간 갈등이 반복적 불안정의 악순환을 낳았고, 정권은 개혁 대신 무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메네이 지도부의 대응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탄압 강화란 익숙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역사적으로 내부 압력을 커질 때 이란 정권의 대외정책은 자제와 저항 사이를 오갔다"며 "내부의 긴장은 종종 강경 세력을 강화한다. 이들은 (중동) 역내의 공세가 억지력과 혁명적 신뢰성을 확보하고 대중의 불만을 외부 행위자로 돌리는 데 필수적이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민병대, 예멘의 후티 반군과 이란의 관계는 테헤란의 내부 불안정이 결코 순수하게 내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외부 파급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스라엘, 걸프 국가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리스크 계산을 바꾼다. 이들은 이란이 제약받으면서도 예측 불가해 보일 때 억지, 외교, 전략적 인내 중 무엇이 자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동 혼란의 감정적 진원지인 가자지구
"다음 폭발에 필요한 에너지 저장할 뿐"
아유브는 가자를 여전히 지역 혼란의 "감정적 진원지"이고 중동의 "정치적 가속기"로 봤다. 파괴, 팔레스타인 주민의 고통, 통치 문제 등 가자의 모든 일이 전 아랍 국가에 반향을 부른다. 가자는 아랍 대중엔 국제 외교의 불공정과 이중 잣대라는 서사를 강화한다. 이스라엘의 침탈에 무기력한 아랍 정권들엔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스라엘엔 실존적 안보 논쟁을 격화시키고 국제적 비난을 초래한다. 특히 트럼프가 '평화 프로세스' 주도를 결정한 뒤 가자는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결정적 시험대"가 됐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미국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스라엘의 핵심 동맹인 동시에, 가자의 인도적 접근, 휴전의 지속성, 전후 체제를 만들 가장 강력한 나라이지만,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유브는 "동맹국은 미국의 결의를 의심하고, 적대국은 미국의 공정성을 의심하며, 지역 대중은 미국 외교를 변화를 주도하기보다 반응적이며 미국 유권자들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는 외교적 긴장뿐만 아니라 전략적 표류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가자를 위한 성공 가능한 정치적 지평이 없다면, 각각의 휴전은 해결이 아닌 일시 중지가 되고, 그 일시 정지는 단지 다음 폭발에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할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국지적 사건을 중동의 이슈로 전환"
외국군ㆍ민병대ㆍ정보기관 중첩구역서 작전
아유브에 따르면, 시리아는 "동결된 분쟁"으로 불리지만, 진짜 현실은 다르다. 시리아는 여러 역내 경쟁 관계를 잇는 영구적으로 활성화된 단층선이다. 시리아의 파편화로 외국 군대, 민병대, 정보기관들이 중첩된 구역에서 활동하면서 국지적 사건을 중동의 이슈로 전환시킨다.
외부 행위자 중 튀르키예와 미국의 존재가 중요하다. 튀르키예는 PKK(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와 연계된 쿠르드 자치 정부 구축을 막고 난민 관리를 위해 북부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쿠르드 세력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미국은 대테러와 이란 영향력 억지를 위해 동부 시리아에 일부 핵심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유브는 "시리아가 불안정한 건 어느 한 행위자가 혼란을 원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포괄적인 해결을 강제하거나, 촉진할 의지나 능력조차 없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아유브는 "튀르키예와 미국은 오늘날 중동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방관자는 아니지만, 결과를 통제하지도 못한다. 양국은 중첩되고 때로는 충돌하는 목표를 지닌 채 여러 전장에서 작전을 펼친다"고 설명했다. 튀르키예는 안보, 민족주의, 실용적 관여의 균형을 맞추는 지역 강대국으로 자신을 투사한다. 시리아 정책, 러시아‧이란과의 관계, 나토 회원국 지위, 가자 집단학살 비판 발언, 국내 정치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역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으론 강력하나 외교적으론 제약이 있고, 갈수록 국내 경제적 압력을 받는 등 그 영향력은 "불균등"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또한 글로벌 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이란을 억지하고,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동맹을 지원하며, 교역로를 확보하고, 대규모 전쟁을 피하고자 하지만, 그 결과는 주도적이기 보단 반응적이고, 특히 최근엔 트럼프 개인에 좌지우지되고 있어 중동 정세를 예측 불가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북부 전선 가장 위험"
"예멘 내전, 중동의 다층적 복잡성 보여줘"
역내 확전의 가장 즉각적 위험을 보여주는 곳을 이스라엘의 레바논 북부 전선으로 봤다. 그에 따르면, 양측 모두 '억지력'을 내세우지만, 제한된 타격, 보복 사격, 격화하는 말싸움은 갈수록 오판 가능성을 키우고 전면전으로 이어질 흐름을 만든다는 것이다.
예멘 내전은 중동 지역의 다층적 복잡성을 보여준다. 후티 반군과 합법적 예멘 정부 간의 투쟁에서 시작된 내전이 남부 분리주의자, 부족 세력, 지역 후원자, 해양 안보와 연계된 국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여러 중첩된 갈등으로 진화했다.
후티 반군이 이란과 연계되면서 예멘은 테헤란과 워싱턴 사이의 광범위한 대결 구도 안에 놓였다. 홍해 안보와 연계된 미국의 해군 배치와 공습은 국지적 충돌이 어떻게 글로벌 우려 사항으로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반후티 세력 내의 분열,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정부군 지원)와 아랍에미리트(UAE, 남부 분리주의자 지원) 간의 균열은 대리인 연합이 장기전의 압박 속에서 국지적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 어떻게 분열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트럼프 이란 군사 공격은 불쏘시개,
중동 전역, 혼란의 도가니로 내몰 것"
예멘은 홍해에서 인도양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통과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장악한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세계 무역의 12%, 해상 석유 및 LNG 무역의 8~10%가 홍해를 통과한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최단 항로다. 어느 한 지점에서라도 통행이 차단되면 선박들은 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러면 항해 기간은 10~15일 늘어나고 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후티 반군은 2024~25년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파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했다.
아유브는 "중동이 '끓어오르는' 건 그 위기들이 더는 고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면서 ▲ 이란의 내부 불안은 중동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 가자의 파괴는 여론과 무장 세력의 전략에 영향을 주며 ▲ 시리아는 불안정을 수출하고 ▲ 레바논은 이스라엘과의 영구 대치라는 무게에 짓눌려 있으며 ▲ 예멘의 전쟁은 끝나지 않고 변이하고 ▲ 이 모든 것 위에는 떠 있는 튀르키예와 미국은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하지만, 결과는 결정 못 하는 세력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휘발성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군사 개입 위협이 실행된다면, 그것은 결정적 불쏘시개가 되어 중동 전역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이유 기자 >

이란 민중에 필요한 것은 제국의 폭격이 아니다
가자는 외면, 이란은 분노: 서방의 선택적 정의
트럼프가 '이란 민주주의'를 말하는 블랙코미디
팔레비와 마차도: 외세 침략 구걸하는 망명자들
미완의 혁명과 닮은꼴 독재: 79년이 남긴 교훈
제재와 폭격: 이란 민중을 옥죄는 이중의 굴레
장기적 혁명의 과정: 이란 민중의 6번째 봉기
제국주의 폭격기가 아니라 국제적 연대가 필요
최근 소셜 미디어와 서방 언론을 뜨겁게 달군 것은 젊은 여성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초상화에 불을 붙여 그 불꽃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었다. 이 이미지는 서방의 자유주의 언론은 물론, J. K. 롤링과 같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저항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며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 영상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촬영되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서방 언론과 명망가들이 이 영상을 특별히 선호하는 현상은 이란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관점'과 서구적 편견을 보여주는 면이 있다. 야만적이고 중세적인 이슬람 체제에 맞서, 자유분방하고 서구화된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아름다운 여성이 저항하고 있다는 서사가 그것이다.
이러한 '선택적 여성 해방'의 서사는 서방이 중동 개입을 정당화할 때마다 단골로 사용하는 도구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분노'가 나타나는 선택적 장소다. 지난 2년 동안, 서방 정부와 언론, 그리고 롤링과 같은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행한 집단학살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관심과 분노를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에 천문학적인 재정적 지지를 보내고, 미사일과 폭격기를 지원하며, 외교적 방패막이 역할을 해 왔다. 가자의 폐허 속에서 이름 없이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의 삶은 그들에게 '저항의 아이콘'이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하마스 지지자'이거나 '부수적 피해'로 처리되었다.
서방 진영의 이익과 부합할 때만 인권은 신성해지며, 그렇지 않을 때 인권은 지정학적 거래의 장애물일 뿐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상황은 현재 미국 트럼프 정권의 행보에서 나타난다. 트럼프는 '이란의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시위 진압을 비난하지만, 정작 미국 내부에서 그가 자행하고 있는 르네 굿 사살과 같은 일들은 이란 정권의 탄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중무장하고 복면을 쓴 연방 요원들이 영장도 없이 가택을 급습하여, 단지 피부색과 이민 신분을 근거로 부모와 아이들을 갈라놓고 있다. 거리에는 가족을 빼앗긴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가득하다. 자국민을 '국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짓밟는 트럼프가 타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거대한 모순이자 블랙코미디다.
물론 트럼프 정권이 국내에서 아직 무차별적인 학살까지 저지르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국경 밖에서 폭격을 통해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 살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망명 중인 이란의 레자 팔레비(Reza Pahlavi) 왕세자가 트럼프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요청한 사건은 비극적 농담의 절정이었다.
베네수엘라의 극우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그러했듯, 이제 망명지에서 자기 나라를 침략하고 폭격해 달라고 강대국에 구걸하는 행위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팔레비는 아마도 이러한 요청의 대가로 훗날 '노벨 평화상'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벨 평화상은 이미 베네수엘라의 경우처럼 서방의 군사 개입을 위한 사전 작업과 신호탄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란 민중이 겪고 있는 극심한 민생고와 물가 폭등의 책임도 부패한 이란 정권만이 아니라, 40년 넘게 지속된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에 결정적인 책임과 원인이 있다. 서방의 경제 제재는 정권이 아닌 가장 가난한 민중을 겨냥한 '집단적 처벌'로 항상 작동해 왔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란의 도시가 파괴되고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것은 이란 내 민주주의 공간을 더욱 위축시켰다. 외부의 위협은 언제나 독재 정권이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반대파를 '외국 스파이'로 몰아세우는 데 완벽한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군사적 개입은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이란을 제2의 이라크나 리비아와 같은 지옥으로 만드는 길일 뿐이다.

따라서 1979년 혁명으로 쫓겨난 전제 왕정의 후계자가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트럼프에게 군사적 개입을 요청하는 행위는 이란 민중의 고통을 지정학적 체스판의 돌로 여기는 제국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팔레비 왕정 시절의 이란 역시 일당독재, 거대한 비밀경찰 기구(SAVAK), 반정부 인사에 대한 고문과 살해로 악명 높았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역설적으로, 현재의 이슬람 신정 체제가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미국의 개입이었다. 1979년 혁명 당시 미국은 자신들의 하수인인 팔레비 왕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이는 일부 이슬람 성직자 집단이 '반미'를 명분으로 혁명의 주도권을 낚아채는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다.
결국 이란 혁명은 제국주의의 속박에서는 벗어났으나,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민중의 열망은 신정 체제의 억압 아래 매몰되고 말았다. 오늘날의 성직자 엘리트 집단은 과거 왕정이 가졌던 모든 악습을 계승했다. 언론 통제, 비밀경찰, 노동 3권의 억압 등은 팔레비 시절과 소름 돋게 닮아 있다. 당시 석유 수익이 서방 기업과 왕실에 집중되었듯, 지금은 부패한 신정 엘리트와 친정부 기업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반제국주의'는 이제 그들의 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명분과 이데올로기로 전락했으며, 그들은 시리아의 아사드와 같은 독재자와 손잡고 지역적 패권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저항의 축'을 자처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말하지만,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이란 정권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서며 아랍 민중의 연대를 건설하는 데 별로 기여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리알화의 가치는 폭락하고 물가는 폭등하는데, 이란 정권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억누르며 치안 예산만 대폭 증액했다.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며 이란 민중은 다시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슬람 정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던 바자르(Bazaar) 시장 상인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정권의 정당성이 바닥났음을 의미한다.
쿠르드족과 같은 소수민족, 차별받는 여성들, 대학생, 그리고 노동조합원들이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저항하고 있다. 이란 정권은 처음에는 몇 가지 당근을 제시하는 듯했지만 곧 채찍이 전면에 등장했다. 인터넷을 차단하고 무차별 발포가 이루어졌다.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이고 외국의 스파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 시위가 1979년 혁명 당시의 석유 노동자 파업과 같은 결정적 단계로 나아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죽음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오는 행위 자체가 이미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1999년 학생 투쟁, 2009년 녹색운동,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운동 등의 뒤를 잇는 6번째 대중 봉기이며, 우리는 이를 장기적인 혁명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
민주주의와 빵을 요구하는 자국민들 수천 명을 살해하는 독재 정권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편에 있다고 해서 '우리 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의 군사적 개입 또한 절대적인 해답이 될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국주의적 개입이 아니라, 국제 시민사회와 민중의 조건 없는 연대다.
사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이란에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진심으로 바라지 않는다. 이란 민중의 의사를 진정으로 대변하는 정권은 오히려 미국의 중동 패권에 더 강력하게 맞서며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중동의 친미 독재 정권들이 지금 이란 사태의 안정을 바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미국의 급진적 흑인 지식인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죽은 모든 아이는 내 아이다. 울고 있는 모든 아버지는, 슬퍼하는 모든 어머니는 내 부모다. 유해를 나르는 모든 형제는 내 형제다. 돌아오지 않을 자매를 기다리는 모든 자매는 내 자매다. 이 모든 사람들은 우리다. 우리는 그들에게 속하고 그들은 우리에게 속한다."
이것은 가자지구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에게도, 테헤란 거리에서 총에 맞은 여성에게도, 그리고 미국의 거리에서 총에 맞은 르네 굿과 울부짖는 이주민들에게도 똑같이 해당하는 이야기다. 서방 정부와 언론들은 이란에만 관심을 가지고 분노하고, 이란 정권은 가자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자국에서는 억압을 자행하지만, 우리는 이런 선택적 정의를 거부해야 한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2024)은 이란의 현실을 가장 예리하게 통찰한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판사로서 이란 독재정부의 말단 하수인이며 두 딸의 아버지인 가부장을 통해 이란의 현실을 보여준다. 가장 끔찍한 것은 시위하다가 산탄총을 맞은 딸의 친구 얼굴에 박힌 파편들을 주인공들의 엄마가 하나씩 떼어내는 장면이다.
남편을 편들던 엄마는 이 과정에서 두 딸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을 사랑한다던 가부장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장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결국 부인과 두 딸은 여성들의 저항과 연대로 그것에 맞선다.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준 비극적 희망처럼 이란 민중의 저항은 이번에도 실패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승리하고 말 것이다.
하메네이는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향해 '오만한 왕과 파라오들도 결국 권력의 정점에서 무너졌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이것은 옳은 말이지만, 지금 그 화살은 하메네이에게도 향하고 있다. 이란 민중의 저항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정의는 제국주의의 폭격기가 아니라, 거리에서 손을 잡은 민중의 연대를 통해서 실현될 수 있다. < 전지윤 기자 >
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이 정권 이미 무너졌다"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 석권 이란 영화 간판
정치범으로 악명 높은 예빈 교도소 수감 경력
8일 녹화 동영상 통해 "남아있는 건 껍데기뿐"
"16일 기점으로 반정부 시위 확산세 꺾였다"
하타미 "네타냐후ㆍ트럼프, 가혹한 복수" 경고
망명 레자 팔레비 "싸울 수밖에…다시 거리로"

"내 생각에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졌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상적으로, 심지어는 환경적 측면까지 무너져 내렸고,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했고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자파르 파나히(65)가 고국의 반정부 시위 상황과 관련해 이슬람 정권은 사실상 붕괴했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녹화한 동영상에서 털어놓았다고 CNN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왜 이렇게 늦게 보도했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파나히가 제3국으로 떠나 신변이 안전해진 다음 공개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그는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가 "(과거 시위와는) 상당히 다르다"며 "이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인권단체 집계에 따르면 동영상을 녹화한 다음날 갑자기 이란 당국이 초강도 진압에 나서면서 이날까지 최소 2403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고 1만 8000명 이상 체포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파나히 감독은 정권이 붕괴한 뒤 이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자신의 최근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과 관련해 "내게 중요한 것은 미래, 그리고 (이슬람) 정권 이후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죄수였던 남자가 과거 자신을 심문했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납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복수와 용서를 둘러싼 남자의 딜레마는 이란에 닥칠 수 있는 상황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나 소련 붕괴 이후 협력자들이 본보기로 처벌된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일이 우리 나라에서도 벌어질지, 아니면 우리가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모든 것은 결국 폭력의 굴레가 계속될 것인지, 아니면 끝날 것인지라는 질문에 도달하기 위한 계기이자 장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파나히 감독은 과거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을 당시 이란과 이스라엘의 '12일 전쟁' 기간 교도소에 미사일이 떨어졌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 교도소 벽과 출입구가 무너지면서 죄수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들이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잔해에 묻힌 심문관들을 구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죄수들이 심문관들을 용서한 게 아니고, 단지 그들의 인간적인 양심이 승리했던 것"이라며 "그런 양심이 죽는다면 인간도 죽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그 안에서 일하는 개인들은 거대한 기계의 부품에 불과하다"며 "교도소의 하급 교도관들은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는 언제나 정치범들에게 호감을 보였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슬람 공화국이 무너질지 묻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난 이곳(LA)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 정신과 마음은 그곳(이란)에 있다"며 "과거 20년 동안 영화 제작을 할 수 없는 형벌을 받았을 때, 난 영화를 만들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파나히 감독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그는 2009년 선거에 관한 영화를 제작한 일로 이듬해 처음으로 구금됐다. 그는 6년형을 선고받았으나 단식 투쟁 후 보석으로 석방됐고, 20년 동안 해외 출장, 언론 인터뷰, 영화 제작이 금지됐다.
2022년, 파나히는 이란 내 반대파 탄압 중 체포된 동료 영화감독 모하마드 라술루프와 모스타파 알레아흐마드의 체포 경위를 조사하다 붙들려 2010년 선고 받은 실형을 복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또 다른 단식 투쟁 끝에 에빈 교도소에서 7개월을 보낸 후 2023년에 풀려났다.
여행 및 촬영 금지 조치가 해제된 후 첫 작품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지난해 5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베네치아, 베를린,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유일한 생존 감독의 영예를 누렸다.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 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이제 오스카 시상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에 대한 공격이 여전하다. 지난달 이란 법원은 파나히에게 '정치 체제선전을 획책했다'며 궐석 재판 끝에 1년의 징역과 2년의 여행 금지 처분을 선고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판결 내용이 보도됐을 때 영화 홍보 중이었다. 파나히는 지난 4일 항소 심리를 받았으나, 변호사로부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LA에서 시상식 시즌을 언급하며 "정말로 캠페인 덕분에 내가 아직 여기 있을 수 있었다"면서 "모두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모두의 노력을 망치고 떠나는 건 윤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나히는 시상식 시즌을 마치면 이란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란 당국이 연일 대규모 시위를 강경 진압하면서 이날은 불안한 평온을 되찾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강경파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아마드 카타미는 구금된 시위대에 대한 사형 집행을 촉구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가 구금된 시위대 수백 명을 처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군사 공격 가능성을 낮추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처형과 평화 시위대 사살은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설정한 두 가지 레드 라인이었다.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혹한 진압은 지난해 12월 28일 경제 침체에 대한 좌절과 분노로 시작돼 신정 체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번졌는데 이제 기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계속되는 인터넷 차단에도 수도 테헤란의 쇼핑과 거리 모습은 정상화된 것으로 보이며 며칠 동안 시위의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국은 테헤란을 뺀 다른 지역에서도 아무런 소요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800명 이상의 교수형을 취소했다. 이란이 취소한 사실을 매우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란의 누구와 통화해 처형 취소를 확인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 활동가 뉴스 에이전시(HRANA)는 16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를 3090명으로 집계했다. 수십 년 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난 다른 어떤 시위나 소요보다 많으며, 1979년 이슬람 혁명을 둘러싼 혼란을 떠올리게 하는 수치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AP는 독자적으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수 없으며, 이란 정부는 사상자 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망명 중인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는 미국이 개입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 약속을 여전히 믿는다고 털어놓았다. "행동이 취해지든 안 취해지든 이란인으로서 우리는 투쟁을 계속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이란으로 돌아갈 것이다. 17일부터 19일까지 다시 거리로 나서 달라." < 임병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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