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 중 다섯번째 기록

 

영화 ‘암살자(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국민의힘 등 정치권과 극우 단체들로부터 역사 왜곡이라고 공격받으며 곤욕을 치른 영화 ‘암살자(들)’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배급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12일 오전 ‘암살자(들)’이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지 19일 만이다. ‘왕과 사는 남자’, ‘군체’, ‘살목지’, ‘호프’에 이어 올해 한국 영화 가운데 다섯번째로 300만명 돌파 영화가 됐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광복절에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습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로, 사건 현장에 있던 경찰과 기자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 있는지 추적해가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과 일부 지지자들은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박정희 대통령으로 지목한다고 비난하면서 상영 철회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고, 출연 배우들과 이 영화를 응원한 다른 배우들까지 비난하는 등 도를 넘는 인신공격을 펼쳤다.

 

일부 극우 단체들이 주연배우 유해진의 집 앞까지 점거하며 배우의 신변을 위협하자 제작사와 유해진, 이민호 등의 소속사 쪽은 예정돼 있던 개봉 영화관 무대인사, 부산국제영화제 참여 행사를 취소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 전체 명의로 이 영화가 개막작으로 예정돼 있던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가 “제작진은 본 작품을 역사적 사건에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설명해왔고, 또한 역사적 결론을 내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며 상영 예정을 알려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또 구미 지역 영화관 등 일부 영화관에서 자체적으로 상영을 중단하는 등 갖가지 악재가 개봉 이후 계속 터져 나왔지만, 300만 고지를 밟으면서 올해의 흥행작 반열에 올랐다.

                                                                                           < 김은형 기자 >

 

 

 

 
 

피고발인 서면조사 1회·영장 신청 0건
윤건영 “증거 확보 의지 있었나” 지적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찰이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수사하면서 자료를 확보한 국내 기관 11곳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대신 협조요청 공문만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관련 수사에 대한 국제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반려한 가운데 이뤄진 국내 기관에 대한 경찰 수사마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12일 보면, 경찰은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수사하면서 국내 기관과 해외 학회 등 14곳에 자료를 요청해 11곳에서 회신을 받았다. 회신 기관은 사기업 4곳, 지방자치단체 3곳, 학술단체 2곳과 전문가 2명으로 모두 국내 기관으로 추정된다. 해외 학술지 등 해외기관 3곳은 자료를 회신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다만 경찰은 이들 기관에 보낸 공문 사본과 구체적인 기관 명단은 수사서류에 포함돼 있거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 고발장을 접수해 이듬해 12월 불송치 결정했다.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한 차례도 신청하지 않았고, 피고발인 가운데 한 의원 배우자 진은정씨를 한 차례 서면으로 조사하는 데 그쳤다. 미국에 있는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신청한 국제 형사사법공조가 2022년 12월 검찰에서 반려된 뒤 추가 공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

 

윤건영 의원은 “경찰이 열심히 수사했다고 내세우는 14건의 협조요청 공문 가운데 11곳은 사실상 강제수사가 가능한 국내 기관들이었음에도 경찰은 협조요청 공문만 보내고 끝이었다”며 “이는 전형적인 면피성·형식적 수사로, 경찰이 정말 실질적인 증거 확보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 박고은 기자 >

 

왜 조국은 털고, 한동훈은 덮었나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고, 누구에게는 털어보기도 전에 덮는 사회라면 문제는 먼지가 아니다. 누구를 털고 누구를 덮을지 제멋대로 결정하는 수사권, 바로 그것이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있을까.

누구든 조사하면 크고 작은 잘못이나 흠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누구에게는 먼지가 나올 때까지 샅샅이 털고, 누구에게는 먼지가 버젓이 쌓여 있는데도 덮어 버린다면, 이는 수사권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관한 문제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는 전방위적이었다. 후보자 지명 직후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 의혹 등이 불거지자 검찰은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섰고, 장관 임명 전부터 수사는 가족과 주변 인물로 빠르게 확대됐다. 조국이 추진하려던 검찰개혁과 수사 시기가 맞물리면서 표적수사와 정치 개입 논란도 거셌다.

 

물론 조국 사건을 정치적 수사라는 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은 재판을 거쳐 유죄가 확정됐다. 수사 과정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법원이 인정한 범죄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국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순간부터 가족과 주변을 향한 전방위적인 ‘먼지털이식 수사’의 한복판에 놓였다.

 

그렇다면 한동훈 딸의 논문·허위 스펙 의혹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논문 대필과 표절, 봉사활동 부풀리기 의혹은 2022년 경찰 수사 대상이 됐지만, 같은 해 경찰은 혐의없음 등의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최근 김지용 중수청장 지명을 계기로 다시 드러난 사실은 의혹의 실체만큼이나 수사 과정 자체를 돌아보게 한다. 경찰은 미국에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했지만, 당시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22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법무부로 보내지 않고 중단했다. 검찰은 자료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가 충분히 확보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사건이 종결됐다면, 수사가 충분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것이 보이는데도 털어보지 않고 덮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한동훈 측은 관련 의혹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국에게는 먼지를 찾아낼 때까지 집요한 수사가, 반면 한동훈에게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게 보이는데도 확인할 기회마저 차단된 채 사건이 종결됐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수사권의 공정성이다. 두 사건의 혐의와 증거가 같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로 수사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의혹은 그가 국민을 대표하는 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조건 덮는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종결된 사건이라도 새로운 기록과 인사, 뒤늦게 드러난 사실 앞에서 다시 사회적 질문으로 떠오른다. 그렇기에 의혹을 제기하는 데 그쳐서도 안 되고, 의혹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를 단정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끝까지 확인하고, 확인된 사실에 따라 책임을 묻는 일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는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고, 누구에게는 털어보기도 전에 덮는 사회라면 문제는 먼지가 아니다. 누구를 털고 누구를 덮을지 제멋대로 결정하는 수사권, 바로 그것이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 홍순구 시민기자 >

 

 

 

 

 
 
 

윤호중 "사회 정의 세우는 기관 간부가 청장 후보 지적질 골몰" 비판

중수청법상 감독권 첫 행사…임은정 "사명감 갖고 잘 대처하겠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윤 장관은 이날 X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의 이번 감찰 지시는 '중대범죄수사청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중수청법)'에 따른 것이다. 중수청 출범 뒤로 행안장관으로서 첫번째 감독권 행사로 받아들여진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그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윤호중 행안장관,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감찰 착수 지시 [X 게시글]
 

윤 장관은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하는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은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저격해 왔다.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SNS 갈무리]

 

임 청장은 이날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검찰 재직시절인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 구형을 지시하는 상사 지시에 맞서다 중징계를 받았던 일을 언급하며 "징계 취소 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을 마련하고 관행 개선을 끌어냈듯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양정우 정다움 기자 >

 

그땐 개혁, 지금은 정치?…'임은정 감찰' 아이러니

 

검찰 저항 땐 개혁상징…중수청선 감찰 대상
검찰개혁 설계 참여한 임은정의 역설적 처지
공직 기강인가 비판 봉쇄인가…여권 내 논쟁
윤호중 행안부 장관"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
임은정 "중수청 1호 감찰…안타깝고 서글퍼"
대통령 SNS·여당 경고 속 김지용 갈등 확산
임은정 감찰 곧바로 착수할 듯…공문 하달돼

 

임은정 광주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 청장은 과거 검찰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징계를 받은 인물로, 폐쇄적인 검찰의 조직문화를 내부 고발해왔다. 이에 검찰개혁의 상징적 인물로도 평가된다. 이러한 이력으로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개혁 청사진을 그리는 데에도 참여했던 임 청장이 그의 소신대로 행동했다가, 이재명 정부에서 정치 행위라는 비판을 받으며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에 오른 것은 아이러니다.

 

정부 안팎에선 과거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것과 새 수사기관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정치적 중립과 공직기강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관행을 바꿔야 할 새 수사기관에서, 내부 인사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첫 대응이 감찰이라는 사실은 여러 질문을 남긴다. 개문발차한 중수청이 아직 궤도에도 오르지 못하고 1호 수사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감찰부터 국민 관심을 받게 됐다는 점 역시 우려를 낳는다.

 

윤호중 "정치하는 기관 착각"…임은정 "서글픈 일"

 

윤 장관은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며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의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며 "과거 검찰의 정치개입과 집단행동 등 잘못된 관행이 중수청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윤 장관은 "중수청장 후보자의 검증은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인사청문회를 책임진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청장은 윤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초대 중수청장 후보가 김지용 전 검사인 것만큼은 아니어도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제가 된 것은 많이 안타깝고 서글픈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검찰 재직 때인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을 지시하는 상사의 지시에 맞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고 '징계 청원'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징계취소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 마련,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서의 위법한 백지 구형 관행 개선 등을 이끌어내었듯 중수청에서도 감찰 1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임 청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초대 중수청장은 1호 중수청 수사관"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1호가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하는 등 김지용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왔다. 윤 장관의 감찰 지시는 중수청 인력과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중수청의 수장도 공백인 상황에서 지방중수청장이 조직의 수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내부 공격을 이어가자, 조직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은정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12. 연합

 

검찰에 맞섰던 임은정, 정부 개혁 설계까지 참여했지만

 

다만 임 청장의 이력을 돌아보면 이번 논란은 역설적이다.

임 청장 자신이 페이스북에 쓴 대로, 임 청장은 2012년 과거사 재심 사건(민청학련 사건 등)에서 '백지 구형을 하라'는 검찰 수뇌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 등으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검사 적격심사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임 청장은 5년간 소송 끝에 2017년 대법원으로부터 법무부 징계취소 확정판결을 받음으로써 검사가 소신있게 무죄를 구형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또한 같은 해 9월 문재인 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임 청장에 대한 징계조치를 시정하고 실질적인 피해회복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개혁위는 법무부에 징계처분 취소소송의 상고를 취하하도록 하는 한편, 검찰 지휘부의 지휘권 오·남용 여부까지 확인하라고 주문했다.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섰던 임 청장의 행동을 징계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징계의 정당성과 지휘권 남용 여부를 따져야 할 검찰개혁의 과제로 다룬 것이다.

 

그 뒤에도 임 청장은 검찰 내부의 비위와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조직과 충돌해왔다. 2018년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을 검찰 간부가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9년엔 김수남 전 총장 등 전·현직 간부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부산지검 윤아무개 검사가 사건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이 낸 고소장을 위조해 사건을 처리한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사표를 수리해 무마했다는 취지였다.

 

2021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회피하고 측근들을 비호하기 위해 관련 민원을 대검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재배당하고, 당시 대검 감찰연구관이었던 임 청장의 감찰을 막기 위해 감찰권한이 있는 자리로 발령내는 것을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2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일자 "검찰이 재소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여 진술을 조작했고, 검찰이 법정을 연극 무대로 삼고 사법 정의를 조롱했고, 검찰이 검찰의 조직적 범죄를 거듭 은폐했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비판자 역할을 맡았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주류로 거센 견제와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아왔지만, 그만큼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시민사회에서는 상징성이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이런 임 청장을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시켰다. 임 청장은 지난해 6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했다. 수사·기소권 분리와 형사사법체계 개편 등 검찰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데 참여했다. 단순히 외부에서 개혁을 요구한 것 뿐아니라, 현 정부의 개혁 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당사자인 것이다.

 

물론 국정기획위 참여가 이후 중수청의 모든 제도와 인사 결정에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대로 임 청장이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의 주장을 모두 정당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을 옹호한 내부 비판자이자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청사진 설계에 참여한 임 청장이,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일환으로 탄생한 새 수사기관의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는 감찰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로 지명된 김지용 변호사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6.9.8 연합
 

정부는 새로 출범하는 중수청 조직의 안정화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 훼손과 조직적 집단행동은 오랫동안 검찰개혁을 발목잡는 이유 중 하나였다. 검찰에서 분리된 새 수사기관이 출범한 뒤에도 고위공직자들이 인사 문제를 둘러싸고 공개적인 압박이나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정부로서는 이를 방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윤 장관이 전날 X에 글을 올리고,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단행동을 경계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윤 장관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지켜라'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내에서 검찰 선후배들끼리 징계 업무를 다루다 보니 징계에 매우 관용적이었고, 집단행동을 하면 모두 징계할 수 없으니까 그대로 용인해 왔던 게 과거 검찰의 관행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행을 중수청에 와서까지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임은정 검사뿐 아니라 모든 중수청 수사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임 청장의 경우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비주류였던 만큼 과거 검찰의 집단행동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윤 장관은 "직위를 이용한 정치 행동은 아닐지에 대해서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임명되지 않은 청장 후보자의 인사 적격성에 대한 공개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역시 논쟁적이다. 가령 임 청장은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감찰1과장 시절이던 2018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처남인 진동균 검사 성폭력 은폐 의혹을 감찰해달라는 민원을 묵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2018년 2월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이 해당 의혹을 살피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 감찰이 어려웠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인사를 문제 삼았다는 사실 자체를 정치적이라며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한다면, 과거 검찰 조직에 대해 비판했던 권위주의적 문화와 무엇이 다른지 질문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 SNS에 이은 감찰 지시…여권 갈등 확산

 

정치권은 감찰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는 14일이 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글과 연계시키기도 한다. 임 청장 감찰인 언급되기 이틀 전인 지난 9일, 이 대통령은 X 게시글을 통해 "순수한 급진성도 문제겠지만, 능력도 안 되면서 큰 자리를 요구하고 인사나 국가정책까지 자기 뜻대로 하려다가 잘 안되니 대의명분 삼아 급진 개혁을 내세우며 내부 공격을 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적은 바 있다.

 

언론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진영 내부에서 반발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지만, 청와대는 "특정 인물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반론적인 언급"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메시지와 그 이후 이어진 윤 장관의 감찰 지시, 여당 지도부의 반응 등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입장하고 있다. 2026.10.1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민주당 조계원 대변인은 전날 임 청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거론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사의 인사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상식적 조치"라고 말했다. 그는 김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내부의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선 "청문회에서 아직까지 질문이 안 된 부분들, 검증이 안 된 부분은 추가 검증을 통해서 얼마든지 풀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증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언론에서 자격 시비를 하는 것,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자격 시비를 하는 것은 이제 옳지 않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김민석) 대표가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7일 당 유튜브에 출연해 김 후보자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에 대해 "당에서 이 문제를 제어할 때가 됐다는 얘기를 했고, 그 문제는 더 말씀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는 12일 오전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 나와 김 후보자를 향해 이어지는 여권 내부의 비판에 대해 "논리나 타깃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대통령이나 당을 끌어가는 데 대한 비판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합리성을 중시하고 비판에도 열려 있는데, 합리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계속 표현한 것 아닌가"라며 "답답함이 제일 크게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판도) 자기가 할 일을 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위치와 역할에 맞게 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져 보이는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대한 전반적인 문제의식"이라고 평가했다.

 

윤 장관이 임 청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는 "제게도 '도대체 왜 (임 청장을) 가만히 두냐'는 이야기가 목이 넘칠 만큼 많이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내부에서 충분히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공직자는 (그런 문제 제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본인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임 청장 감찰 논란은 단순한 공직기강 문제뿐 아니라, 김 후보자의 적격성과 더 나아가 검찰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범여권 내부의 갈등과도 맞닿아 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논란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의 SNS 글을 반박하듯 "내가 정치를 시작한 것은 이루고자 한 과제가 있어서이지 자리를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금도 국회의원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동지들과 함께 진군하고 있을 뿐이다. 설사 그 권한마저 잃더라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라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징계 절차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시기, 고기영 당시 법무부 차관이 사표를 냈던 일화를 소개하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고 전 차관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들끼리 무슨 검증이 되겠는가? 고기영이 차관으로서 윤석열 징계절차를 제대로 진행했다면, 김지용이 한동훈의 억지에 편드는 정진웅 기소를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위기의 순간에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직무를 수행하기는커녕 그 쿠데타에 도움을 준 자들의 자기변명을 6년이 지난 이 시점에 들어야 하는가? 국민의힘 정부도 아니고 민주당 정부가 그 판을 깔아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윤석열 징계반대가 정당해야 김지용이 정당해지는데 그러면 윤석열이 정당해지는 아이러니가 민주정부에서 벌어지다니 온 국민이 웃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그냥 남겨두시라 이재명 정부도 잠깐 흘러가는 한 페이지일 뿐"이라며 "훗날 눈 밝은 누군가가 윤석열 징계의 역사도, 이 시대도 정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전 엠비시(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후보자는 당시에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징계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의사 표시하는 걸 주도했었고, 그 당시에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굉장히 강력하게 내비쳤었던 사람"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짚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저는 누누이 검사들이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같지 않게, 그리고 나만은 다른 것처럼 계속해서 의견을 내왔던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청문회에서) 그 부분을 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연합 자료사진

 

중수청에 임은정 감찰 지시 공문 하달돼

 

임 청장에 대한 감찰이 공식화되면서 논란도 더 커질 전망이다. 중수청은 이날 오후 2시 25분께 윤 장관으로부터 임 청장의 발언 등에 대한 감찰 지시 공문을 접수하고 감찰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허성환 감찰담당관에게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수청이 이달 2일 개청한 이래 감찰에 착수하는 첫 사건이다.

 

감찰은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징계령, 공무원비위사건 처리 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감찰에서는 임 청장의 구체적인 발언과 행위가 공무원의 품위 유지 의무 등 관련 규정에 어긋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임 청장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중수청은 5급 이상 수사관에 대한 감찰 지시가 접수되면 조사를 거쳐 징계 등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해 행안부에 징계 의결 요구를 신청한다. 이후 행안부 장관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면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된 징계위에서 징계를 의결하게 된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임용권자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에 해당하는 징계 의결이 요구된 자에 대해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다만 중수청장과 중수청 본청 2급 감찰관 등이 공석인 만큼 감찰이나 징계 절차에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청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중수청 청사 앞에서 대기하던 취재진과 접촉하지 않고 통제구역인 지하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임 청장 측은 이날 출근길에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겠다고 사전 공지했고, 임 청장은 차량에 탄 채 대기하던 취재진을 그냥 지나쳤다. 행안부 감찰과 관련한 입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로 갈음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