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선포문 최초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없어

                     지난해 10월 북한이 ’남한에서 보낸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드론작전사령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는 것과 관련한 내용을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특검팀이 최근 확보한 군 현역 장교 녹취록에는 지난해 10월 드론작전사령부 관계자가 ‘북한에 침투하기 직전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 쪽에게 보고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뒤 다시 우리나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이 해당 무인기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한다. 이 녹취록에는 지난해 10~11월 평양 무인기 침투를 두고 ‘브이(V) 지시다’ ‘브이아이피(VIP)랑 장관이 북한 발표하고 박수치며 좋아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대통령 지시로 북한 무인기 침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11일 “대한민국이 보낸 무인기가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침투해 삐라(전단)을 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합참 관계자는 무인기 작전 전 드론작전사령부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냐는 한겨레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드론작전사령부는 무인기 작전이 끝난 이후인 지난해 11월 사령부 소속 요원 25명에게 국방부·합참 의장·합참 작전본부장 명의의 표창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는 보면, 드론작전사령부는 ‘드론작전태세 확립’이라는 사유로 국방부 장관 표창 5명, 합참의장 표창 10명, 합참작전본부장 표창 10명을 올렸고, 실제 이들은 계엄 이후 표창을 모두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 의원은 “내란 세력이 표창 수여를 통해 작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참여한 인원들에게 대한 입막음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 연장을 위해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고자 했던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재구 기자 >

 

합법적 절차 건너뛴 최초 계엄 선포문…사후 문건은 ‘급조’ 흔적

 

 
 

 

지난해 12월3일 작성·배포된 비상계엄 선포문과 이틀 뒤 재작성된 사후 선포문은 내용과 양식이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간략한 내용만 들어간 사후 선포문은 급조된 티가 두드러졌지만 최초 선포문도 내용상 계엄 선포의 합법적 절차를 건너뛴 모양새였다.

 

한겨레는 5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수기로 재연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제시한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내용을 확인했다. 여기에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 아래 “2024.12.3 22:00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 한줄뿐이었다. 이 문구 아래에는 대통령 서명란이 있고 “2024.12.3”이라는 날짜 밑에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의 서명란이 뒤따랐다. 강 전 실장은 지난 2월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사후 계엄 선포문을 “2024년 12월5일 워드로 작성했다”고 진술했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손으로 재작성해 검찰에 보여줬다.

 

지난해 12월3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무회의장에서 국무위원들에게 나눠 준 최초 계엄 선포문과 비교하면, 강 전 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은 내용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최초 선포문에는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한다는 계엄 선포 이유와 전국을 상대로 발령하는 계엄인 점과 시행일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이름 등이 담겼다.

 

그러나 최초 선포문에는 총리와 국방부 장관 서명란이 없다. 헌법 82조에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최초 선포문에는 이를 이행할 총리와 ‘관계 국무위원’(국방부 장관)의 서명란 자체가 없는 것이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5일 사후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서명을 받았다. 최초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사후에라도 보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선포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강 전 실장은 같은 날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에게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만들어야 하는데 문서가 있냐?”라는 얘기를 듣고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 서명을 받은 뒤 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7일 오전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튿날인 지난해 12월8일 오전 9시께 한 전 총리가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 문건을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없던 일로 하자”며 폐기를 요청했다. 

 

김 전 장관이 그날 새벽 검찰에 긴급체포된 직후의 일이었다. 강 전 실장은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10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 전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은 “사후에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서명)했다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 사후에 할 수도 있지. 총리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

 

강 전 실장은 이후 대통령실로 돌아와 사후 계엄 선포문을 폐기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서명이 불법 비상계엄 자체를 인지한 정황이라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  정환봉  강재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