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과거 쿠데타, 양형 기준 삼기 거부"

NYT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영국의 더 가디언은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 하나는 이날 판결이 2024년 12·3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건 관련 첫 사법적 판결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재판부가 검사의 15년 구형보다 8년 많은 23년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이었다.

 

가디언은 이날 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전 대통령 윤석열의 실패한 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에서 '임무 종사'를 한 혐의로 징역 23년이 선고됐고, 재판부는 즉석에서 그를 법정 구속 조치를 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가디언, 첫 사법 판결· 중형 선고에 주목
"과거 쿠데타를 양형 기준 삼는 것 거부"

 

검사의 15년 구형 사실을 전한 가디언은 "그러나 판사는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에 대한 특별한 위험을 초래한, 선출 권력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고 부르면서 과거 군사 쿠데타들의 전례를 양형 기준으로 삼는 걸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가 "국무총리로서 내란을 막아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녔는데도, 그러지 않고 내란 가담을 선택했다"고 밝혔으며, 한덕수가 재판 내내 증거를 은닉하고 거짓말을 계속한 점을 지적하며 "진정한 반성이 없다"고 보았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한덕수가 보수와 진보 정권을 오가며 5명의 대통령을 모신 직업 외교관 출신이며, 2022년 5월 윤석열이 임명한 이후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한 대통령 밑에서 가장 오래 재임한 총리가 됐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6.1.21 [서울중앙지법 제공] 연합
 

NYT "독재로 되돌릴 내란 행위로 규정"
"한, 성공할지 모른단 생각에 내란 가담"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장문의 기사를 통해 한덕수 1심 선고 사실을 알렸다. NYT는 이진관 판사가 윤석열의 계엄 선포를 "한국을 다시 독재로 되돌릴 수 있었던" 내란 행위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내란에서 중요 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NYT도 검사의 구형은 15년이었지만 선고는 23년으로 대폭 늘린 배경도 전했다. 신문은 이 판사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었지만, 한덕수는 "그 책임을 회피했고, 내란이 성공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담을 결정했다"고 밝힌 내용도 소개했다.

 

신문은 국회의 해제로 6시간 만에 끝난 12·3 불법 계엄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로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한덕수는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4월 헌법재판소 판결로 대통령에서 파면된 후 한덕수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지명을 받고자 했다가 실패했고, 새 정부 출범 이후 윤석열 내란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가 임명된 이후부터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로이터 "다른 비상계엄 재판들 가늠자"
알자지라 "윤에 좋은 징조 아닌 건 확실"

 

로이터 통신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3 불법 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한덕수가 계엄 선포를 뒷받침할 국무회의의 외관을 갖추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국회 같은 주요 기관 기능 마비 계획을 논의한 혐의 등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진관 판사가 "피고인은 간접적으로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였다...그런데도 피고인은 외면을 선택했고...12·3 내란의 일원으로 참여했다"고 판시했다고 소개했다. 통신은 이번 판결이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사법 판결로서 "다른 재판들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타르의 알자지라는 이날 12·3 불법 계엄 관련 첫 번째 판결이고, 선고 형량이 검사의 구형량 15년보다 높은 23년이라고 전하고, 내란 수괴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고 2월 19일 1심 선고를 기다리는 윤석열에게는 "좋은 징조가 아닌 건 확실하다"고 예상했다.

 

방송은 이진관 판사가 한덕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총리로서 의무와 책임을 무시했다"면서 "피고인의 행동 결과로 한국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 민주주의 질서가 침해됐던 어두운 과거로 되돌아갈 위험에 처했으며, 국민들이 오랜 기간 독재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전직 국방부 장관 김용현 등 내란 관련자들이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9. 연합
 

SCMP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 던져"
아사히 "비상계엄 '내란'이라 처음 판단"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밍포스트(SCMP)는 "한덕수 전 총리의 유죄 판결과 예상 못한 중형 선고는 한국의 기득권층에 충격파를 던졌으며, 다음 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탄핵된 전 대통령 윤석열에게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풀이했다.

 

신문은 분석가들을 인용해 "이번 판결은 짧은 시간의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 권한 내에 있다는 윤석열 측의 법적 주장을 해체할 뿐 아니라 법원이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공식 규정한 행위에 대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내릴 준비가 돼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수괴로 기소된 윤석열은 2월 19일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SCMP는 TV 생중계를 중단한 후 이 판사는 한덕수가 유죄 판결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증거인멸을 이유로 즉각 구속했으며, 한덕수는 바로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일본의 아사히 신문은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군 투입 등 일련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불구속 상태로 공판에 임했던 한덕수를 법정에서 구속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판결은 비상계엄이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킬 목적으로 선포되었으며, 다수의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 등을 점거한 건 폭동에 해당한다고 단정했다"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

 

 

 

정의연 "일본, 소녀상 설치 방해 즉각 중단하라"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 앞서 22일 제막식
작년 10월 일본 정부 압력으로 강제 철거
'숭일’ 윤석열 정권, 뻔히 보면서도 방치
"역사 부정과 기억 억압은 또 다른 폭력"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 '아리’가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작년 10월 17일 새벽 기습적으로 베를린 미테구청이 강제 철거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재독단체 코리아협의회는 미테구청이 철거해 보관 중이던 소녀상 '아리’를 돌려받아 22일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ZK/U) 앞에서 제막식 행사를 진행한다. 기간은 1년이다.

 

2025년 10월 17일 강제로 철거되기 직전 독일 베를린의 소녀상 '아리' 연합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다시 시민 품에
베를린 예술·도시학센터 앞서 제막식

 

예술·도시학센터는 예술가와 도시 연구자들이 거주하며 도시 사회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비영리 레지던시 문화공간이다. 철거 이전 소녀상이 있던 베를린 시내 브레머 거리와 비르켄 거리 교차로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다.

 

센터 측은 연합뉴스에 "과거 설치 장소와 달리 소녀상은 영구적 추모 공간이나 고정된 기념물 아닌 만남과 경청, 토론이 이뤄지는 공간이 된다"며 "센터에 머무르는 동안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2020년 9월 28일 코리아협의회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증을 받아 미테구에 설치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그러나 2022년 4월 28일 당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했다.

 

2017년 6월 10일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광장에서 열린 '성동평화 소녀상 제막식'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왼쪽)과 남기창 건립추진위원회 대표가 헌화를 하고 있다.123cm 높이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인권과 명예 회복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아픈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을 주자는 성동구 학부모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7.6.10. 연합
 

작년 10월 일본 정부 압력으로 강제 철거
'숭일’ 윤석열 정권, 뻔히 보면서도 방치

 

그리고 2년 후인 2024년 5월 일본을 방문한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가와카미 요코 외무상과 만난 뒤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는 베를린 소녀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하면서 소녀상 철거 위기가 본격화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베를린 미테구를 포함해 세계 10개국 35곳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해당국에 외교적 압력을 넣었던 반면, 철저히 '숭일’로 일관하며 저자세를 보였던 윤석열 정권은 이를 방치했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철거 압력을 받은 미테구청은 평화의 소녀상 임시 설치기간이 지났다면서 코리아협의회에 철거명령을 내렸지만, 코리아협의회와 미테구 의회, 독일 시민사회는 철거 요구는 부당하다고 맞섰다. 이들은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인권과 평화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아리’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 시민들은 수천 명의 서명을 미테구에 전달하고, 관련 법적 소송도 벌였다.

 

2019년 3월 9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캘리포니아 클렌데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 고 곽예남 할머니 추도 기도를 하는 모습. 2025.09.20. 사진제공 최재영 목사
 

정의연 "일본, 설치 방해 즉각 중단하라"
"역사 부정과 기억 억압은 또 다른 폭력"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의기억연대는 평화의 소녀상 '아리’가 다시 시민의 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이번 재설치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외교적 압력과 설치 방해에도 불구하고, 코리아협의회 등 독일 시민사회와 예술가, 인권활동가들,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시민들의 연대와 지지가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의연은 "비록 '임시 설치’라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 '아리’의 이번 귀환은 역사를 지우려는 정치적 억압이 거셀수록 기억하고 저항하며 지켜내려는 시민들의 힘과 연대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평화의 소녀상을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들면 역사 또한 지워질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명백한 오판이며, 이제는 버려야 할 망상이다"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역사 부정과 기억의 억압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할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존엄을 또다시 침해하는 폭력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세워진 고인이 된 피해 할머니들 흉상 앞에 꽃이 놓여 있다. 2025.8.13. 연합
 

끝으로 정의연은 "베를린 미테구의 평화의 소녀상 '아리’의 영구 설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역사 정의를 지키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더욱 널리 확산시킬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 이유 기자 >

 

3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 맞춰 나하 기지서 급유

독도 비행훈련 이유로 거부한 지 2개월여 만에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된 한일 군사교류 재개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오는 30일 일본 요코스카에서 만날 예정인 한일 국방장관. 사진은 지난해 11월 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난 안규백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  아사히신문1월 21일.
 

지난해 11월 성사 직전에 무산됐던 한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 기지의 연료 급유지원이 오는 28일 처음으로 실시된다고 일본언론들이 보도했다.

 

자위대, 한일 국방장관 회담 직전 급유지원

 

일본경제신문은 21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오는 30일께 안규백 국방장관과 일본 가나카와 현 요코스카 시에서 만나 회담할 예정이며, 그 직전인 28일 오키나와 현 나하에 있는 자위대 기지에서 한국공군 ‘블랙이글스’에 대한 연료 급유지원을 실시한다고 일본 항공자위대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블랙이글스는 2월 8-12일에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에 참가해 에어쇼를 펼칠 예정이며, 이를 위해 나하 기지에 중간 기착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다.

 

블랙이글스       나무위키

 

급유지원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 군사교류 재개

 

이로써 지난해 11월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급유 거부로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해 나하 기지에서 자위대로부터 급유를 받기로 양국이 합의했으나, 급유 대상 항공기 중 T-50B가 독도 인근에서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한 것을 일본 쪽이 문제삼아 돌연 급유를 거부하는 바람에 한일간 최초의 공군 연료 급유지원이 무산됐다. 그에따라 블랙이글스의 두바이 에어쇼 참가도 무산됐다.

 

그 때문에 확장돼 가던 한국 공군과 자위대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은 일본의 급유 거부 조치에 반발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조난 · 수색훈련과 지난해 9월 나카티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서울 방문 때 합의한 한국 군악대의 자위대 음악축제 참가도 중지했다.

 

블랙이글스에 대한 일본 자위대의 이번 급유 조치는 이처럼 중단됐던 한일간 군사교류 · 협력을 다시 재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일본 나라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형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 사이에서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군사교류 중단 조치 뒤인 지난해 11월 28일 고이즈미 방위상 취임 축하차 방위성을 방문했던 이혁 주일 한국대사와 고이즈미 방위상도 한일, 한미일 방위협력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양국 국방장관 회담 조기 개최와 한일 군대간의 인적 교류와 공동훈련 등을 추진하자는 상호 입장을 확인했다.(닛케이 2025년 11월 28일)

 

대만 관련 ‘다카이치 발언’으로 경색된 중일관계도 영향

 

일본이 한국공군 블랙이글스 급유에 대한 태도를 2개월여 만에 바꾼 데에는 자위대의 급유 거부 결정 직후인 지난해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 관련 국회 발언이 부른 중일간의 대립에 따른 갈등과 긴장 고조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21일 출범한 다카이치 정권의 기반세력인 집권 자민당 안팎의 우익세력은 자신들이 일본 고유영토라고 주장해 온 독도(일본명 시마네 현 ‘다케시마’) 인근에서 실시한 한국 공군의 통상적인 비행훈련을 문제삼아 블랙이글스에 대한 자위대의 급유를 강하게 반대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급유 거부 결정은 지난해 10월 30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다카이치 총리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로 그 뒤인 11월 7일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발언으로 중일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대일 제재조치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일본에겐 외교안보 면에서 한일관계를 개선,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오는 3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안규백-고이즈미 신지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온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의 방한 때 양국이 확인한 국방장관 상호방문의 일환이자 한국 쪽의 장관 답방 형식을 띠고 있으나,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출렁이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변동도 영향을 끼쳤다.

 

일본 쪽은 안규백 장관 방일 때 요코스카 시내의 해상자위대와 미군 기지를 시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직전인 28일 공군자위대의 나하 기지에서 한국공군기에 대해 급유할 예정이다.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역사·영토문제가 시험대

 

한일간에는 연료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상호 융통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을 체결하지 않았으나, 항공자위대는 자위대법 116조 규정(자위대의 임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연료를 무상대부할 수 있다)에 따라 블랙이글스에 연료 급유를 지원한다. 이런 급유 지원 조치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한일 및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의 근간이 될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기반조성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한일간 과거사나 영토 문제를 양국이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지가 여전히 중요한 시험대로 남아 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