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일 압력 한 단계 더 올라갈 것”

중 상무부 “일본 군사력 높일 모든 제품 수출 금지”
관영 매체 “희토류 대일 수출 허가 심사 강화 검토”

EV 등 하이테크 제품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대상
중국, 희토류 생산 70%, 희토류 자석 80% 이상 차지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희토류 광산.   일본경제신문 1월 6일
 

중국이 일본에 대한 군과 민간 겸용 제품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첨단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등 중요한 광물이나 화학물질 재료들까지 규제 강화 대상에 포함시킬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이 긴장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희토류 관련 제품들이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될 경우, 중국인들의 일본여행 억제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등과는 차원이 다른 영향을 일본 산업이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 “다카이치 총리 대만관련 발언이 이유”

 

일본 언론들은 6일 중국 상무부가 일본에 대한 군민 겸용(듀얼 유즈)제품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으며, ‘대만 유사’와 관련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의 지난해 11월 7일 국회 발언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 대변인이 이날 발표한 담화는 이번의 규제 강화 배경과 관련해 “일본 지도자가 대만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하면서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개입 가능성을 암시했다”면서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현저하게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군사력 높이는데 쓸 모든 제품 수출 금지

 

이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중국 수출관리법에 따라 “일본의 군사력을 높이는데 활용되는 모든 용도”의 것들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며, 이를 위해 수출처에 대한 심사를 더욱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무부 담화는 “어떤 국가나 지역 조직 및 개인도 규제를 위반해 중국 원산의 군민 겸용품을 일본에 이전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는 규제 대상에 군수관련 기기를 제조하는 기업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조치는 발표 당일인 6일부터 바로 실시되는 것이어서, 수출 절차와 관련한 혼란과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군민 겸용제품 대일 수출 규제 강화 소식을 전하는 일본 아사히신문 1월 6일 기사.

 

아사히는 또 다카이치 총리 국회발언 이후 중일이 충돌하면서 중국이 자국민의 일본여행을 제한하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해왔으나 “이제까지 경제적인 영향은 한정적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의 대일 압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관영 매체 “희토류 대일 수출 허가 심사 강화 검토”

 

아사히는 중국 국영 중국일보(차이나 데일리)가 이날 정보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정부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허가심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상무부 발표와 거의 동시에 국영 차이나 데일리(중국일보) 간부가 중국 SNS(인터넷 사회관계망)에 “일본의 열악한 언동에 비추어 중국정부는 중(重)희토류의 수출관리 심사를 더 다잡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또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6일 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정부가 특정한 희토류 관련제품의 대일 수출에 대해 수출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EV 등 하이테크 제품에 필수적인 중희토류 대상

 

닛케이는 중국 상무부가 아직 희토류가 이번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디스프로슘(dysprosium) 등의 중(重)희토류는 전기자동차(EV)에서부터 무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하이테크(첨단) 제품에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중국이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도입에 대한 대응책으로 희토류 자석 등의 대미 수출을 대폭 축소했다며, 그때 디스프로슘 등 7종의 희토류를 수출 규제대상에 추가해 허가제로 하고 군민 겸용 제품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는 포드자동차 등이 공장 가동을 중지했다. 그 뒤 미국은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해 10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김해공항에서 만난 미중 정상들은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를 유예하고 중국도 대미 희토류 수출 규제를 유예하는 ‘휴전’에 합의함으로써 일단 충돌을 피했다. 중국은 그렇게 해서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 경험 때문에 일본에 대해서도 외교카드로 희토류를 포함시킨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량 추이. 윗쪽 그래프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 단위:톤.  일본경제신문 1월 6일

 

중국, 희토류 생산 70%, 희토류 자석 80% 이상 차지

 

희토류는 세계 생산의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희토류 자석 생산도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희토류 중에서도 정말 필요한 중(重)희토류의 일본, 미국에 대한 수출량은 아직 매우 적다”고 말했으나, 대일 수출이 지체되면 일본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걱정했다.

 

주요 희토류의 종류별 용도를 보면, 세륨(Cerium, Ce)은 반도체 제조용 연마제, 자동차용 배기가스 촉매제 등에 두루 쓰여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란타넘(Lanthanum, La)은 니켈 수소전지, 광학 렌즈 등에 쓰인다. 또 네오디뮴(Neodymium, Nd)과 디스프로슘(Dysprosium, Dy)은 전기자동차 모터용 자석에 들어간다. 이트륨(Yttrium, Y)과 태르븀(Terbium, Tb)은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형광체로, 프라세오디뮴(Praseodymium, Pr)은 고성능 자석 제작에 쓰인다.

 

중국은 2010년 오키나와 남쪽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분쟁이 일어났을 때 희토류의 대일 수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와 일본의 양보를 끌어낸 적이 있다.

                                                                                               < 한승동 기자 >

 

세계 최대 코카인 주산지 꼽혀,  트럼프 군사작전 가능성 언급

페트로 대통령 민중 저항 경고...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 동향 촉각

 

거리 지키는 콜롬비아 군인들 5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와 인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에서 군인들이 군용차량 앞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생포하면서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조어)을 본격화하자 좌파 성향의 중남미 지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표적의 하나로 지목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사진)은 “무기를 다시 잡겠다”고 경고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엑스에서 “콜롬비아 정부에 대한 모든 협박은 불법”이라며 “1989년 정부와의 평화협정 이후 다시는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조국을 위해 원치 않는 무기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로 대통령은 좌익 게릴라 반군 ‘M-19’ 대원이었다. M-19는 1989년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제도권 정당으로 편입했다.

 

그는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은 콜롬비아 대통령을 (미국에서) 체포한다면 ‘민중의 재규어’를 풀어놓는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민중의 재규어’는 민중의 대규모 저항을 뜻한다.

 

그는 또 자신이 국가원수로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코카인 압수를 명령하고 코카인 주산지인 카우카주 플라테아도에서 작물 재배지를 해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마약을 밀매하던 무장단체의 최고위급 지휘관을 사살 및 체포했다면서 자신이 코카인을 수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콜롬비아에 대해 “아주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도 군사작전을 할 거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으로 꼽힌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연합

 

미 재무부는 지난해 페트로 대통령이 관세,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비판하자 콜롬비아를 약 30년 만에 마약 퇴치 비협력국으로 지정했다. 또 페트로 대통령과 그의 가족, 측근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부터 미국의 마약범죄 근절 요청에 협조했던 멕시코도 트럼프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자국 내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러한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정부와 조율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멕시코를 공격할 가능성을 믿지 않으며 그것이 미국이 진지하게 고려하는 사안이라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직범죄는 (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멕시코에 미군을 투입하는 방안을 반복적으로 제안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항상 거절했으며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일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윤기은 기자 >

 

영·프·독 등 유럽 주요국, 트럼프 ‘그린란드 영토 야욕’에 공동 반대 성명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주권 옹호 뜻 모아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모습. 신화연합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심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영·프·독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정상들은 공동 성명에서 전략적 요충지이자 광물 자원이 풍부한 북극의 섬 그린란드는 “그곳의 국민에게 속한다”고 재천명했다. 유럽 정상들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함께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주권을 옹호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번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한 직후 나왔다. 밀러는 전날 CNN 인터뷰에서 “그린란드의 미래를 놓고 미국과 군사적으로 싸우려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세계는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이자 우파 논객인 케이티 밀러는 전날 성조기로 덮인 그린란드 지도를 ‘곧(SOON)’이라는 문구와 함께 엑스에 게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부터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취임한 이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공습 이후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박은경 기자 >

 

 
지난 3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라라고 클럽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체포 관련 기자회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UPI/연합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트럼프식 국제 정치의 성격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힘을 이용한 압박 정치다.

이런 방식에 기대는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외교의 규범을 벗어나고 결국 자국의 품위와 신뢰, 그리고 국제적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정치와 외교의 규범 및 상식을 모두 무시하고 경제력, 군사력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선택을 해왔다.

때로는 상대국을 조롱하거나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를 동시에 당혹감에 빠뜨리는 트럼프식 압박 정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적인 전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기자들에게 즉흥적으로 답하는 말들을 보면, 그것이 전략적 계산인 동시에 그의 본 모습이기도 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됐지만 사업가 기질, 그것도 자기 이익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공격적인 사업가의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유감 없이 정치에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식 접근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규범이 무너지고 나아가 세계 평화가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국제무역 질서를 깨면서 전 세계 국가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한 건 '미국의 이익'이라는 수사에 숨어 국제정치와 외교를 국가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은 상징적인 일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물론 미국과 군사적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게 국방비 대폭 인상을 압박한 것 또한 자국의 군비 부담 축소와 함께 무기 산업의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는 트럼프

그중에서도 최악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사업 확장의 기회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후에는 이런 사업들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사업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이용한 이익 추구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첫 번째 사례는 가자지구 전쟁 휴전 관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4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한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전쟁 후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는 미국 대통령이 아닌 재개발업자가 할 만한 생각이고 발언이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지자 더는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포기한 건 아니었다.

지난해 8월 29일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가자지구를 '가자 리비에라(Gaza Riviera)'로 개발하는 계획과 이미지가 담긴 38쪽의 청사진이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처음 보도됐다. 이는 행정부 차원에서 고려 중인 계획이었고 여기에는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친미 무역 중심지로 만드는 구상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자지구 재건을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10월 10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끈 20개 항목의 '가자지구 휴전안'에도 그대로 담겼다. 휴전안에는 "트럼프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해 가자지구를 중동의 현대적 기적의 도시(modern miracle city) 중 하나로 만든다는 내용과 이를 위한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가자지구를 주민이 아닌 투자자들과 부자들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기존의 국제규범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규범을 모두 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초강대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중재 중인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휴전 협상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적 구상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 AP >는 28개 항으로 이뤄진 미국과 러시아 간 합의된 휴전안 초안을 보도했다. 여기에는 휴전을 중재하고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미국이 원하는 경제적 대가가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었다.

초안에는 유럽 국가들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천 억 달러(약 145조 원)가 미국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투자될 것이며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의 50%를 미국이 가진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나머지 동결 러시아 자산은 미국-러시아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와의 추가 협상을 통해 초안이 수정되면서 이 내용은 사라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12월 24일 기자들에게 설명한 20개 항의 미국-우크라이나 합의안에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기업이 우크라이나 재건과 개발, 그리고 천연가스 기반시설 운영에 공동 투자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우크라이나 재건 투자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얻어낸 결과다.

이전 사례와 다른 베네수엘라 공습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실리아 플로레스가 5일(현지시각) 맨해튼의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 미국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전쟁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사업 확장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식 접근이 정점을 찍은 것은 지난 3일 베네수엘라 공습 및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사건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직접 무력 공격을 하고 전쟁 위험을 높였다는 점에서 이전의 사례와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것이 마약과의 전쟁이며, 체포된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위협하는 마약범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유입되는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작 베네수엘라 공격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계 최고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체포를 밝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무너진 석유 기반시설을 고치고 미국을 위해 돈을 벌 것"이라며 석유가 공격의 주요 이유 중 하나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정치와 군사력을 사업 확장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런 이유로 세계에 트럼프식 압박 정치에 대한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세계의 우려와 공포가 확산하는 보다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이 베네수엘라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공격 직후부터 미국은 덴마크 영토이지만 자치권을 가진 그린란드에 대한 욕심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이었던 2024년 12월부터 미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를 위해서라는 주장이지만 다른 한편 석유, 가스, 희토류 등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취임 이후에는 합병을 위한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면서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압박해왔다.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인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고 이런 발언은 무력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이에 대해 5일 젠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제 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시도를 "환상(fantasy)"라고 일갈했다. 같은 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또한 방송을 통해 "미국은 그린란드를 합병할 권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이 나토 동맹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선택을 한다면 나토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안보 체계는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에 대한 트럼프의 선전포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전 세계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 미국의 이익을 방해하고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 국가는 무력으로 응징하고 지도자는 제거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 세계를 선도해온 국가의 지도자가 세계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무력 사용을 경고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 이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트럼프식 이익 추구와 압박 정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이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세계의 비난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고립이 강화되면 트럼프 대통령 또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 미국이 남긴 선례가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강대국들에게 참고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이 훼손하고 무너뜨린 국제사회의 질서와 규범이 세계인의 평화로운 삶을 위협하고 있다.   < 정주진 평화학 박사 > 

“정부, 국제법과 UN 헌장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 다할 것 당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켜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백악관 X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68인이 6일 공동 성명을 통해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미국의 군사 작전과 관련하여, 국제법적 절차를 결여한 무력 사용이 국제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68인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는 유엔(UN) 헌장 제2조 제4항의 무력 사용 금지 원칙과 제2조 제7항의 내정 불간섭 원칙에 비추어 심각한 결함을 지닌다. 이러한 원칙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이자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예외 없이 준수되어야 한다”라며 “제시된 ‘마약 밀매 혐의’는 국제법상 자위권 행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타국 영토 내에서 해당국의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강제 연행은 주권 존중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 될 수 있어”

 

해당 의원들은 특히 “이번 사태가 우려되는 것은 향후 유사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강대국이 일방적 판단에 따라 타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는 국제질서 전반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삼는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변화가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사진
 

“베네수엘라 사태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 위해 공동 협력할 것 촉구”

 

이어 “정부는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과 유가 변동, 공급망 교란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체계를 가동할 것을 당부한다”라고 밝힌 뒤 “우리는 유엔의 역할과 노력을 지지하며,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적 회복을 위해 공동으로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 역시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에는 강준현, 고민정, 곽상언, 권칠승, 권향엽, 김기표, 김남근, 김남희, 김문수, 김승원, 김용만, 김용민, 김원이, 김윤, 김준혁, 김태년, 김태선, 김현정, 남인순, 문금주, 문정복, 민병덕, 민형배, 박찬대, 박해철, 박홍배, 백승아, 백혜련, 복기왕, 부승찬, 서미화, 서영석, 소병훈, 손명수, 송재봉, 양부남, 염태영, 오기형, 오세희, 윤건영, 윤종군, 윤준병, 이건태, 이광희, 이기헌, 이병진, 이수진, 이연희, 이용선, 이용우, 이인영, 이재강, 이재관, 이재정, 이주희, 이해식, 이훈기, 임미애, 임오경, 임호선, 장경태, 전진숙, 정태호, 조계원, 진성준, 최민희, 한준호, 황정아 의원(가나다 순)이 이름을 올렸다.        <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