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정 분탕질은 주류 언론이 부추긴 것

                                                                            송요훈 편집위원(전 MBC 기자)

 

윤석열(피고인): “8시 넘어서 오셔가지고 앉자마자부터 그냥 소주 맥주 폭탄을 막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응? 그죠? 술 많이 먹었죠? 그날 내 기억에 술 아주 굉장히 많은 잔이 돌아간 거 같은데 앉자마자 응? 그렇지 않습니까?”

 

책임 떠넘기려 부하 장성 거짓말쟁이 만들려는 군통수권자

 

TV 화면에 비친 피고인 윤석열은 손짓을 요란하게 해가며 폭탄주가 난무한 술자리를 당당하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의 핵심 요직에 있는 군사령관들과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판을 벌인 몰상식을 부끄러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자랑인가? 폭탄주 돌리던 그 시간에 국방은 공백이나 마찬가지였을 텐데?

 

11월 3일 내란 사건 재판에 출석한 윤석열 피고인의 술자리 발언 장면. 오마이TV 화면 갈무리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이 검사 시절도 돌아간 것처럼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상대로 직접 신문을 하며 그날 술 많이 마시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기억하느냐고 따지는 의도는 뻔했다. 폭탄주가 난무했고 곽종근 사령관은 술이 약한데, 그날 술자리에서의 대화를 기억한다는 건 거짓말이고, 따라서 12.3 계엄 당시 본회의장에 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도 거짓 아니겠느냐고 몰아 가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군통수권자였던 피고인 앞에서 곽종근 전 사령관은 심리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기억을 되새겨 보세요’, ‘잘 기억해 보세요’, ‘그런 기억은 없어요?’라며 반복적으로 ‘기억’을 강조하는 윤석열의 고압적인 질문에는 ‘곽종근은 거짓말쟁이’라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었다. 윤석열의 신문에 밀리지 않고 따박따박 세세하게 반박하던 곽종근 전 사령관은 아무리 술을 마셔도 군통수권자 앞에서 군인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이런 폭로까지 하고 말았다.

 

도끼로 제 발등 찍은 '입벌구' 혹부리영감

 

곽종근(증인): “그리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까지 말을 못했던 부분을 하겠습니다. 한동훈하고 일부 정치인들 일부 호명하시면서 당신 앞에 잡아오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그랬었습니다. 제가 차마 그 말은 여태까지 어느 검찰에 가서도 그 말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11월 3일 내란 사건 재판에 출석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진술 장면. MBC 화면 갈무리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던 윤석열은 혹부리영감이 되었다.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였다. 기억력 배틀에서 밀리자 윤석열은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하며 얼버무렸고, 윤석열 변호인은 ‘새로운 내용의 증언을 참 많이 하시네요’라며 반박은 못 하고 허탈한 듯 웃기만 했다. 저 살자고 부하 장성에게 거짓말쟁이 딱지를 붙이려던 내란 우두머리는 잔머리 굴리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었다.

 

윤석열의 주장에 따르면, 윤석열은 ‘기억이 아주 정확한 사람’이다. 헌재의 탄핵 법정에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을 부정하면서 그런 주장을 했는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의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불리한 기억은 지우고 유리한 기억만 남긴다. 거짓말쟁이라는 거다. 정치를 시작한 뒤로 명태균 씨와 연락을 끊었다고 했지만, 대통령 취임 전날의 ‘공천 개입’ 통화는 윤석열이 거짓말쟁이라는 걸 입증했다. 그런 것이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입벌구’라는 별명이 붙었겠는가.

 

 

감시견이 애완견 노릇하니 도둑이 담벼락 넘은 것

 

대다수 언론은 피고인 윤석열과 증인 곽종근의 법정 대화에서 ‘한동훈을 잡아 와라,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는 부분만을 대서특필했지만, 따지고 보면, 한동훈은 그 정도의 정치적 비중이 있는 인물이 아니다. 독재자 박정희, 전두환에게 김대중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정적이었고 윤석열에게 이재명이 그러했지만, 한동훈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업어 키웠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후배 검사 한동훈의 배신에 사적 감정이 폭발한 윤석열이 막말을 한 것뿐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에 목말라 하는 언론은 ‘총을 쏴서라도’에 함몰되어 언론으로서 비판해야 할 중요한 몇 가지를 외면하였다.

 

첫째, 윤석열은 무지한 대통령이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을 책임진 핵심 요직의 군사령관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폭탄주가 난무하는 술판을 여러 차례 벌였다는 건, 그때마다 국가 안보가 공백 상태였다는 거다. 위기는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다. 그래서 대통령의 자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자리다. 그런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무지한 술주정뱅이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는 비판이 ‘조중동’ 언론의 사설에선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과음에 숙취로 지각 출근을 하고, 부산 엑스포 유치한다고 외국에 나갔다가 반강제로 불려온 재벌 총수들과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판을 벌여도 눈을 부릅뜨고 매섭게 비판하는 언론은 없었다. 대신, 대통령이 보고서 읽느라 관저의 불이 새벽이 돼야 꺼진다거나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강행군하는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따위의 아부성 보도는 넘쳤다. 감시견이 없으면 도둑이 제집 드나들듯 담을 넘는다. 윤석열 치하의 언론이 그러했다. 그런데도 반성은 없다.

 

 

비열한 리더를 '형' '의리의 사나이' '영웅'으로 미화했던 언론들

 

둘째, 윤석열은 비겁한 리더였다. 한밤중의 계엄 난동으로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고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고도 반성은커녕 저 살자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대통령 윤석열이 술자리에서 ‘총을 쏴서라도 한동훈을 죽이겠다’고 했다는 걸 곽종근 전 사령관은 가슴에 묻어두려 했으나 통수권자였던 윤석열의 비겁한 행태에 질려 ‘그렇게까지 하시니 이 말을 할 수밖에 없다’며 폭로한 거다. 비열한 장수가 이끄는 군대는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갖고 있어도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윤석열은 그런 리더였다.

 

인간 윤석열과 대선후보 윤석열에 대해 ‘내 사람 건드리면 못 참는다’며 부하를 제 목숨처럼 여기는 의리의 사나이로 치켜세운 언론이 있었고, 수행비서·운전기사와 같이 순댓국 먹었을 뿐인데 서민 풍모의 역대급 리더라고 찬양한 언론이 있었고, ‘오죽하면 나훈아·윤석열 두 형님에게 열광하랴’ 하며 힘들 때면 등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형과 같은 존재라고 떠받든 언론이 있었고, 수레바퀴를 막아선 ‘당랑거철’의 영웅으로 미화한 언론이 있었고, 반려견 산책도 끊고 경제·외교 과외 받으며 열공 중이라고 감읍하는 언론이 있었다. 성분과 약효를 알지 못하면서 만병통치약이라고 속여 팔면 사기죄로 처벌을 받는다. 윤석열을 ‘만병통치약’으로 선전했던 언론사 중에 그때의 보도를 반성한 매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검찰총장 당시 윤석열을 미화하던 기사

 

지금 봐도 얼굴 화끈거리는 불량품 판촉 기사, 칼럼들

 

셋째, 누가 윤석열 같은 무지하고 무능하며 부도덕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가. 그 절반의 책임은 언론에 있다. 12.3 계엄 직후에 <조선일보>에 게재된 칼럼에서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란 얘기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수없이 들었지만 정말 이 정도로 비정상적일 줄은 몰랐다’고 썼다. 윤석열이 비정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다. 그 정도로 비정상이라는 걸 알았다면,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알렸어야 했다. 그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존재의 이유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선을 몇 달 앞두고 <조선일보>에 게재한 칼럼 ‘팀 리더로서의 대통령’에서 김대중 전 주필은 국힘당 대선후보 윤석열은 준비된 ‘대통령 지망생’이 아니고, 대중적 리더십에 익숙하지도 않고,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기회도 없어 그의 ‘그릇’에 대해 불안감이 있고, 검찰 만능주의 사고방식도 걱정이지만, 그는 ‘지도자’라기보다 ‘때 묻지 않은 사람’이고 그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유권자들에게 발상의 전환을 권했다. 노골적으로 '윤석열이라는 불량품 판촉' 활동을 한 것이다.

 

윤석열이 2022년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친윤’ 언론의 노골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 봐야 고작 0.73%의 미세한 차이로 이기긴 했지만. 평평한 운동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했다면, 언론만이라도 공정했다면, 윤석열은 대패했을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괴물 대통령’이 탄생한 배후에는 윤석열을 영웅으로 미화하면서 이재명에겐 혐오 프레임을 씌워 악마화한 언론이 있지만, 반성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른바 주류 언론들,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주류 언론은 달라진 건 없다. 검사실에서 피의자들이 연어회와 소주를 먹어가며 진술 조작을 모의하고, 부장검사가 한밤중에 구금된 피의자를 불러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애들 봐야 할 거 아니냐’는 회유도 하고 ‘배를 갈라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다’는 공갈 협박을 해도 대다수 주류 언론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검찰 내부의 개혁 저항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도 않고 ‘후폭풍’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달아 대서특필하며 검찰 대변인을 자처한다.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도 다르지 않다. 조국 딸의 대학 입시에는 가족을 도륙하는 멸문지화의 폭탄을 퍼붓더니 유승민의 31살 딸이 국립대 교수로 채용된 ‘특혜 의혹’에는 무덤덤하다. IQ267이라는 극우 청년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다는 기사는 출처를 밝히지도 않고 줄줄이 사탕처럼 '복붙'으로 보도한다.

 

오래전에 만난 중견기업의 임원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기자는 참 좋겠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자유는 있는데 책임은 지지 않으니까. 한국의 언론은 자정 기능을 상실했다. 징벌적 배상이든 허위조작 정보 처벌이든, 정화장치를 달지 않으면 언론이 뿜어내는 매연에 모두가 질식할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고, 나라를 망친 주범이 언론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무인기 작전으로 군사상 이익 저해해"

 

김용현·여인형도 일반이적·직권남용 등 혐의
여인형 메모장에 '불안정 상황으로 기회 잡자'
내란사태 논의…특검 "재작년 10월부터 시작"

외환유치죄는 '적과 공모한 증거' 못 찾아
김용현 "불법적 재판이어서 공소 기각돼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있는 모습. 2025.10.15. 연합
 

특별검사 조은석팀(내란 특검팀)이 '평양 무인기 작전' 등 외환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외환유치죄는 적과 공모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적용하지 못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즉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란 특검팀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이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12·3 내란 사태의 명분을 쌓으려고 지난해 10~11월 무인기 작전을 했다고 본 것이다. 북한을 도발해서 공식 보고 체계를 벗어난 군사작전으로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는 것이 특검팀의 결론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에게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적용해 공소제기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교사죄 혐의가 적용됐다.

 

박 특검보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여 전 사령관 휴대폰에서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메모를 발견했다"고 했다. 이 메모는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적의 전략적 무력 실시' '미니멈 안보 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 상황이 와야 함' 등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 상태를 만들어 계엄을 선포하려 한 정황이 담겼다.

 

특검팀은 또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첩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이 군 장성 인사가 이뤄진 2023년 10월부터 비상계엄의 논의 및 준비를 시작했다고 특정했다. 이와 관련한 공소장 변경도 향후 진행할 계획이다.

 

박지영 내란특검보가 10일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과 김용현, 여인형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을 증대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5.11.10. 연합
 

박 특검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혹이 의혹으로 종결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설마'가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은 수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고 비판했다.

 

박 특검보는 이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이라며 "국민 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후 군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면서 작전 준비부터 실행 단계까지 보고 경로와 의사결정 과정 전반을 파악했다. 지난달에는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군사 작전의 성격과 국가 안보 상황 등을 고려해 기소 대상과 범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소 대상에서는 영·위관급 장교들은 모두 제외됐다.

 

박 특검보는 "기소 여부를 결정한 핵심적인 기준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 조성'이라는 목적에 대한 인식 여부"라며 "단순 군사작전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이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란 특검팀은 처음부터 거론됐던 '외환유치'에는 나아가지 못했다. 박 특검보는 "외환 유치는 적과 공모라거나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며 "그런 부분까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협의점을 못 찾았다"고 했다.

 

그는 1월 중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윤 전 대통령과 주요 피고인들의 추가 구속 필요성에 대해 "어찌 보면 국민 입장에서는 (외환 의혹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이상으로 충격과 공포가 있을 것이고, 수사하는 입장에서도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 혐의로 인한)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별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왼쪽)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김용현(오른쪽). 2025.6.16. 연합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불법적 재판 진행이라며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공소장이 송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법으로 구속 심문을 했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아 기피 신청을 했음에도 기각돼 계속 피해를 받았다"며 "공판 절차까지 왔는데도 재판부가 변론을 강요하고 있다"고 했다. 

 

특검팀의 기소에 대해선 "수사 준비기간엔 별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데, 이 사건은 위법하게 공소 제기가 됐다. 공소기각 사유가 된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는 (특검 검사들의) 즉각 퇴정을 명령해달라. 명하지 않고 계속 관여하게 한다면 그 자체는 위법한 공소 유지"라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또한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김민주 기자 >

 

 

 

현장 지휘관 4명도 불구속 기소로 재판행
임성근 등 업무상 과실치사상·군형법상 기소
"임성근 지휘가 채상병 사망의 원인이 됐다"

윤석열 11일 해병특검팀에 출석할 예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2025.10.31. 연합

 

이명현 특별검사팀(해병 특검팀)이 채 상병 순직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속기소했다. 해병 특검팀이 출범한 지 넉 달 만에 1호 기소다. 사건이 발생한지 2년 4개월 만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특검은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로 오늘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박상현 당시 제2신속기동부대장(전 해병대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 등 해병대 지휘관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박모 전 포7대대 간부와 신모 포병여단 군수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했다.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권리대행 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한 해병대 지휘관 5명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내성천 유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작전을 실시했다. 이들은 당시 수색작전을 하던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채 허리 깊이의 수중수색을 하게 한 업무상과실로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이들은 당시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이모 병장에게 30일간 입원, 6개월 이상 정신과 치료 진단을 받는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도 함께 받았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맨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군사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2025.10.17. 연합
 

임 전 사단장은 합동참모본부·제2작전사령부에서 발령한 단편명령에 의해 제2신속기동부대에 대한 작전 통제권이 육군 50사단에 이양됐는데 현장 지도, 수색방식 지시, 인사명령권 행사 등을 통해 작전을 통제·지휘한 혐의도 받았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 혐의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육군에 이양한 상부의 단편명령을 위반해 실질적으로 작전을 통제·지휘했다"며 "대원들의 안전보단 언론 홍보와 성과를 의식해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고 '바둑판식 수색' '내려가면서 찔러보면서 수색' 등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해병대원들은 사고 전날부터 수중수색을 하고 있었고 사진도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임 전 사단장은 수중수색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묵인·방치했다"며 "특검은 임 전 사단장 작전 지휘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고 채수근 해병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박 전 여단장에 대해선 작전 지침을 불명확하게 전파했고, 안전대책 없이 임 전 사단장의 무리한 수색지시와 포병부대에 대한 질책을 하달했다고 봤다. 

 

사단장과 여단장이 실종자 수색을 압박해서 대대장·중대장 등 현장 지휘관들이 안전장비를 확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입수를 시켜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은 데 대해 "일반적인 직무 권한 자체는 있다고 판단되는데, 당시 작전 통제를 하고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편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을 넘기고 이 작전에 대해선 통제하면 안 되는 의무가 있었다고 본 것"이라며 "단편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명령 위반으로 의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직권남용보단 명령 위반으로 의율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당시 채 상병이 속한 포7대대를 포함해 포11대대, 73보병대대 등에서도 수중수색 등 위험한 상황이 있었던 점, 임 전 사단장이 공범들과 주요 참고인들의 진술을 회유한 정황 등을 추가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렌식을 통해 임 전 사단장이 경북경찰청의 해병대 압수수색 당일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모습이 담긴 현장 사진을 보안폴더로 옮겨 이를 은닉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특검팀은 이 외에도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관련 영상기사의 링크를 수신하고,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직후 이용민 전 포7대대장과 통화해 '니들이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지침을 줬냐'는 등 수중수색을 인식했다는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

 

정 특검보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사건을 수사했고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며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한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은 오는 11일 해병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응해 대면 조사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쪽에서 내일 오전 10시에 특검에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윤석열은 특검 사무실 지하를 통해 비공개로 들어갈 예정이다.

 

윤석열 측 변호인단이 특검팀의 세 번째 통보에 응하면서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에 관한 첫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석열 측은 지난달 23일과 지난 8일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변호인들의 재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