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재판장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 질책

증인소환 불응 이상민에게는 구인장 발부와 과태로 500만원 부과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재판에 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말릴 새가 없었다며 “우리도 계엄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하냐”,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쓴소리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5일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6차 공판에는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박 전 장관은 계엄이 선포된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0분께 대통령실로부터 소집 통보를 받았다. 계엄 선포 관련 소집인지 몰랐던 박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무회의가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이진관 부장판사가 지난 9월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심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은 이날 증인신문에 나서 박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에게 한 말이 있냐’고 물었다. 박 전 장관은 “심야에 집에 있다가 연락받고 가서 업무를 논하는 자리거나 다른 자리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엄청난 이 쇼크, 패닉 상황이어서 뭐라 섣불리 말하거나 할 상황이 아니었고, 대화 흐름에 끼어들만한 맥을 못 잡았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당시가) 계엄을 해야 할 상황이었나”라는 재판장 질문에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계엄을 국민 누가 생각했겠나”라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그러니까 생각할 수도 없는 계엄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오느냐”고 다시 물었고, 박 전 장관은 “상황이 끝나 있었다. (계엄을) 할까, 말까 하는 토론이거나, 저희들의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발표했고 그런 상황이었다”며 “저 자리에 참석했다 뿐이지 무게감 있게 (계엄 선포를) 다루거나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장은 재차 “법적 책임을 떠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적절한가”라고 따져 물었고, 이때 박 전 장관은 “저희 국무위원들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국무위원으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이 벌어지고, 검찰에서 두 번 조사받고, 변호사비 들고,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손해”라고 본인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저도 (계엄 선포를 하는지) 모르고 간 것이고, 아쉽고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날 무렵에 재판장은 박 전 장관의 앞선 발언을 다시 꺼내 들었다. 재판장은 “‘국무위원도 피해자’라는 말이 윤석열을 상대로 말씀하신 거면 이해가 된다.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나 다 본 것 아닌가”라며 “증인이 비상계엄 선포 후에나 도착했다는 이유로 말씀하신 건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일반 국민들 입장에선 장관이면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이다. 비상계엄 선포 후에도 반대한다거나 동의하지 못한다고 소수 국무위원들은 말씀을 하신 거로 안다. 그런데 증인은 그 자리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셨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서 ‘소신껏’ 행동하지 못한 처신을 꾸짖은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대통령을 모시는 각부 장관, 국무위원 입장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건 사전에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던지, 말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지를 떠나서 국무위원이었다는 입장에서 송구스럽다”며 재판장의 질책을 수긍했다.

 

재판부는 원래 박 전 장관 증인신문이 끝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했지만, 이 전 장관 쪽은 ‘재판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재판장은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전 장관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고 구인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오는 19일 오전 10시에 이 전 장관을 다시 소환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달 안으로 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태도다.  < 오연서 기자 >

앞서 윤석열과 통화 ...짙어지는 ‘계엄해제 표결 방해’ 정황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을 받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우원식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집결 요청’ 직후에 당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위한 정족수 확보에 분초를 다투던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요청과 달리 국민의힘 의원들을 국회 밖으로 소집한 것이다. 

 

5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회 운영지원과는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4일 0시1분, 국회의원 전원에게 우 의장 명의로 “의원님들께서는 속히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소집 문자를 보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 국회 표결밖에 없어 본회의 개의 결정이 이뤄지기 전부터 국회의장이 직접 의원 소집에 나선 것이다.

 

반면,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은 우 의장 공지가 이뤄진 직후인 0시3분, 의총 장소를 국회 밖에 있는 여의도 당사로 변경하겠다고 공지했다. 국회의원 전원이 2분 전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국회의장 명의 문자를 받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겐 국회 밖에 있는 당사로 모이라고 공지한 것이다. 이보다 앞서 추 의원은 비상계엄 선포 뒤 의총 장소를 국회→당사→국회로 두차례 변경해 국회로 향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상황이었다.

 

추 의원이 막판에 의총 장소를 당사로 변경한 행위는 계엄 해제를 지연할 목적에서였다고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보고 있다. 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을 위한 정족수(재적 의원 과반 출석)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의총 장소를 변경하면, 본회의장에 이미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회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11시22분에 추 의원과 통화했고 이때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추 의원은 설명하지만, 특검팀은 이 통화에서 표결 방해가 논의됐을 거라고 의심한다.

 

특검팀은 추 의원의 의총 장소 변경 이후 행적에서도 표결 방해의 목적이 드러난다고 보고 있다. 추 의원은 지난해 12월4일 0시29분과 0시38분 두차례에 걸쳐 우 의장과 통화하면서 “국회의원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갈 시간을 줘야 하지 않냐”며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다. 당사에 있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갈 시간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인데, 당시 국회 내 원내대표실에 머물던 추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추 의원은 답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했다. 체포동의안은 이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72시간 안에 표결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되며, 가결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정해진다. 

                                                                                              < 강재구  곽진산 기자 >

 

법무부,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추경호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한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첫 출석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법무부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5일 “추경호 의원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체포동의 요구에 따라 국회에 체포동의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쪽 요청을 받고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4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추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의장은 법무부로부터 체포동의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가결시 추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이 정해진다. 부결되면 법원은 영장심사 없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 곽진산 기자 >

 “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4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의 한 바에서 선거운동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트럼프가 태어난 도시 뉴욕만이, 그를 이기는 법을 보여줄 수 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4일 밤 11시15분. ‘당선 축하 행사’가 열리는 브루클린 패러마운트 공연장에 등장한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는 ‘트럼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정치적 어둠의 시기 속에서 뉴욕은 빛이 될 것”이라며 이민자 출신 무슬림이자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자신이 이끄는 뉴욕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싸움 최전선에 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다”

 

맘다니의 당선은 트럼프 시대에 맞선 뉴욕 시민의 선택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극단에 위치한 맘다니의 당선은 반트럼프 세력 결집의 중요 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당선 때 뉴욕시에 대한 연방 지원금 중단과 군 투입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해왔다.

 

맘다니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폭군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그가 권력을 쥘 수 있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로 상징되는 임대인, 억만장자, 고용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가 세운 뉴욕은 이민자의 도시일 것이며 오늘 밤부터는 이민자가 이끄는 도시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다가오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다”라며 트럼프의 이민자 정책도 비판했다.

 

민주당 주류 교체 전운 

 

맘다니의 당선은 민주당 주류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의미도 갖고 있다.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내 민주적 사회주의 흐름이 당의 본류로 이동하는 이정표라는 평가도 나온다. 맘다니 지지자인 대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민주당이 실패를 바로잡을 수 있는 엄청난 전환점”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사회주의 흐름을 지지하지 않으면 계속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류인 중도·온건 성향 인사들은 맘다니의 당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원·하원에서 민주당을 이끄는 뉴욕 출신 두 거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그의 당선을 크게 반기지 않았다.

 

 

뉴욕이 글로벌 자본주의의 심장인 동시에 불평등과 자본권력에 저항하는 진보운동 ‘오큐파이 월스트리트’(월가 점령)의 발원지라는 점에서 맘다니의 당선은 201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가 점령 운동’의 정신이 뉴욕의 ‘정식 권력’을 획득했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날 당선 축하 행사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지지자 셰넌(29)은 “버니 샌더스 같은 사람들이 ‘정부 운영 방식, 예산 사용 방식, 서로를 돌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오랫동안 해온 이야기에 이제야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인의 도시이자 9·11 이후 이슬람 혐오의 그림자를 여전히 지니고 있는 뉴욕에서 무슬림 시장이 탄생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승리는 세대를 초월하는 정치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7살 뉴욕 이주…‘금수저’ 출신 비판도

 

이민자 출신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는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태어나 일곱살 때 뉴욕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컬럼비아대 교수인 마흐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차례 오른 영화감독 미야 나이르다. 이번 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중도 사퇴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이 ‘네포 베이비’(금수저)라고 비꼬는 배경이다. 뉴욕시 명문고인 브롱크스 과학고와 리버럴아츠(인문학 및 순수 자연과학) 분야 미국 명문 중 한곳으로 꼽히는 보든대를 졸업했다.

 

사회생활은 뉴욕 퀸스의 비영리 단체에서 시작했다. 그는 주택 압류 위기에 놓인 이들을 상담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래퍼로도 활동했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맘다니는 2년 뒤인 2020년 6월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뉴욕시 퀸스·애스토리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의원으로 선출된다. 그는 이후 두차례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주의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자 뉴욕시장’ 탄생, 급진적 목소리의 주류 정치 편입 분기점

34살 무슬림 맘다니, 쿠오모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려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4일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의 브루클린 파라마운트에서 열린 선거 당일 개표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 뉴욕이 사회주의자 시장을 택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하원의원은 4일(현지시각)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2위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운 득표율 차로 제치며 111대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은 인종 갈등, 빈부 격차 등 미국 사회 여러 문제에 급진적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주류로 편입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간선거뿐 아니라 이후 미국 정치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평가된다.

 

맘다니 후보는 5일 91% 개표율 현재 103만여표(50.4%)를 얻어 85만여표(41.6%)에 그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67) 전 뉴욕주지사를 여유 있게 눌렀다. 공화당 후보 커티스 슬리와(71) 후보는 14만6000여표(7.1%)에 그쳤다. 미국 언론들이 투표 종료 30여분 만에 앞다퉈 그의 당선을 발표할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였다.

 

투표 열기는 역대급이었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만명이 넘는 뉴욕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이는 최근 50년 내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사전투표자 수도 73만5317명으로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면 뉴욕시 역사상 가장 높았다. 2021년 뉴욕시장 선거 때 사전투표자 수는 약 17만명이었다.

 

1년 전만 해도 정치적 존재감이 거의 없던 맘다니 후보는 치솟는 생활비 문제에 집중하면서 지난 6월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주거·생활비 부담 완화’를 중심 의제로 내세운 그는 공공보육, 무상 시내버스, 시립 식료품점 설립 등 서민생활 지원 정책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웠다. 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2%포인트 세율 인상도 주장해왔다. 전략적인 소셜미디어 활용도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의 공약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많다. 공공 서비스 확충을 위한 증세 카드는 뉴욕주 의회와 주지사의 승인이 필요하다. 생활비 경감을 위한 대책이 경제 이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부터 임기 2년의 주 하원의원에 세 번 연속 당선된 것이 유일한 공직 경력이다 보니 ‘경험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아프리카 우간다 태생으로 2018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그는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다. 하지만 그의 당선은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자 그룹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미래는 어디인가’를 중심으로 격렬한 내부 투쟁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의 당선으로 각종 기록도 세워지게 된다. 그는 최초의 무슬림 시장 및 남아시아계 시장이면서 1974년 취임했던 영국 태생의 에이브 빔 시장 이후 약 50년 만에 이민자 출신 시장이 된다. 1914년 존 퍼로이 미첼 이후 두 번째로 젊은 뉴욕 시장이기도 하다. 

                                                                                < 뉴욕/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