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윤리국 재정공개보고서 분량만 927쪽
암호화폐로만 14억 달러, 전년의 4배 껑충
두 아들 설립한 회사도, 정책 뒷받침 의혹
서명 들어간 성경, 운동화, 향수까지 팔아

 

미디어 업체 소송 관련 8650만 달러 챙겨
주식 거래 2만 1285회 "펀드가 투자한 것"
본인이 자국 칩 제조 발표하고 엔비디아 거래
정책 결정과 사적 수익의 연관성 흐릿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는 대신 두 번째 임기 첫 해에 비트코인 등으로 적어도 22억 달러의 재산을 불렸다. 게티 이미지 합성

 

해리 트루먼은 월 113 달러의 육군 연금 말고는 아무런 수입도 없이 백악관을 떠났다. 제33대 미국 대통령인 그는 "대통령직의 명성과 존엄성을 상업화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조지 W. 부시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자신의 투자를 백지위임(blind trust)했으며, 임기 마지막 주에 2008년 경제위기가 자신의 순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정부윤리국의 재정 공개 보고서(mandatory financial repor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첫 해에 최소 22억 달러(약 3조 4216억 원)를 벌었는데, 전례없는 엄청난 수입이라고 영국 BBC가 1일 전했다. 그의 2025년 소득은 그 전 해에 보고한 6억 2200만 달러의 거의 네 배에 달한다. 

 

재임 첫 해에 암호화폐 산업에서만 1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는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에 출시한 $TRUMP 밈 코인의 배후로 여겨지는 셀러브레이션 코인으로부터 6억 35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았다고 신고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사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로부터 5억 달러 이상을 받았다고 신고했다. 이 회사는 그의 아들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 그리고 트럼프의 중동 및 우크라이나 특사였던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들이 설립했다.

 

다양한 미디어 기업들과의 소송 합의금으로 8650만 달러란 막대한 돈을 챙겼다. 그 밖에 '대통령이 설마?' 싶을 정도로 알뜰살뜰하게 재테크를 총동원했다. 독특한 서명을 다양한 굿즈 판매에 활용해 수백만 달러를 모았는데, 그 중에는 지난해 1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커피 테이블 북 '세이브 아메리카'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활자가 금빛으로 새겨진 성경은 20만 8000 달러를 벌어들였고, 그의 브랜드 운동화와 여성용 향수 '빅토리 47'(그는 제47대 미국 대통령이다)를 개당 249달러에 판매해 6만 700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뮤지션들은 지난해 한정판 기타 '아메리칸 이글'을 사들여 트럼프의 재정에 약 3만 6000달러를 보탰다.   

 

트럼프의 의무 재정 보고서는 927쪽이나 돼 그 자체로 놀라움을 안긴다. 레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보다는 조금 얇다고 했다. J. D. 밴스 현 부통령은 17쪽,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11쪽 밖에 되지 않았다. 
 

미국의 제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백악관을 떠날 때 월 113달러의 육군연금 외에는 거의 빈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티 이미지 

 

1. 전례없는 재정적 이해충돌

 

역사가들은 미국 대통령들이 백악관에서 일하는 동안 재정적 이해 충돌을 피하는 관행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버지니아 대학교 밀러 센터의 대통령 역사학자 바바라 페리는 "이런 일의 전례는 전혀 없다"며 "대통령직에서 본 것 중 그 어떤 것보다 더 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2025년 막대한 수익은 그가 복귀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사업들은 대통령, 가족, 측근들의 공식 정책 결정과 민간 사업 간의 경계를 종종 흐리게 했다.

 

물론 백악관은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대통령 직에서 이익을 얻었다는 의심을 부인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한 번도 이해 충돌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의 모든 조치는 미국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졌으며, 이른바 '기자들'은 민주당과 기존 언론이 10년간 밀어붙여온 가짜 얘기들을 반복해 공격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은 간간이 부패 의혹을 제기한 금융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있다.역사가들은 남북전쟁 이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재무부 관리들이 금 판매와 관세 징수 등 여러 논란에 연루됐음을 지적한다. 1920년대 워렌 하딩 대통령 재임 기간 내무부 장관은 석유 임대권을 수여하는 대가로 뇌물을 챙겼는데 이른바 '티팟 돔' 스캔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거나 재임 중 개인적으로 돈을 챙겼다는 의심을 받지는 않았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에 취임한 이후부터 여러 대통령들은 백악관과의 연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친척 문제로 어려움을 겪긴 했다. 지미 카터의 형은 맥주 브랜드 홍보 모델로 나섰다. 조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로부터 돈을 받았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과거 사례들이 트럼프가 재임한 뒤 그와 그의 가족 사업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역사학자 페리는 "이것이 트럼프와 그의 가족, 그리고 다른 대통령들 사이의 가장 큰 차이"라며 "공직에서 돈을 엄청 버는 건 불법은 아니지만 비윤리적이다. 대부분의 (과거) 대통령들은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아비를 잘 만나 암호화폐 사업체를 차려 한몫 단단히 챙긴 에릭 트럼프(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큰아들 뒤 제부 재러드 쿠슈너의 얼굴이 보인다. 게티 이미지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하기 전, 트럼프는 가족 사업인 트럼프 조직의 경영권을 아들들에게 넘겼다. 하지만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들이 세운 선례를 깨뜨렸는데, 자신의 사업 이익을 백지위임하지 않았고, 부동산 및 기타 투자 자산에 투자하지 않았다.

 

트럼프도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그의 조직은 두 번째 취임식 전에 그가 대통령 재임 기간 회사의 일상 업무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릭 트럼프도 당시 트럼프 조직이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강력한 윤리 기준"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2. 암호화폐 재벌을 사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자신의 사업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 행정부 관리들과 연계된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여러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7월, 트럼프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자체 디지털 화폐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 회사는 2025년에 트럼프에게 최소 5억 달러를 벌게 해줬다고 그의 재무 공개 보고서가 밝혔다.

 

지난해 10월, 트럼프는 암호화폐 기업 바이낸스의 억만장자 창펑 자오를 사면했다. 트럼프의 가족 사업과 일부 가까운 동료들은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암호화폐 말고 다른 산업에서도 이익을 챙겼다.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트럼프는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미국 기업에 국내 주요 광물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있는 거래를 체결했다.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후 광산 프로젝트에 참여한 회사의 소수 지분을 인수했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의 아들들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캔터 피츠제럴드도 이 거래에 참여했다.

 

트럼프는 1일 재임 기간 자신의 수익이 늘어난 것은 주식시장 상승 덕분이라고 밝히며 가족의 사업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는 내 개인 재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내 돈을 관리하는 펀드가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돈을 많이 벌었고, 그들이 내 돈을 투자해도 나는 그들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리 감시 단체들은 특히 트럼프가 암호화폐에서 얻은 이익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윤리를 담당했던 법무장 수석 변호사 리처드 페인터는 BBC에 "미국 국민들이 대통령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BC는 앞서 '성경, '나홀로 집에'와 향수: 트럼프의 2025년 재정에서 얻은 여섯 가지 핵심 사항'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1. 엄청난 의무 재정 보고서 분량, 2. 굿즈 수입은 앞에서 다뤘다. 나머지 넷을 살펴본다.  

 

아마존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멜라니아'에 4000만 달러를 투자해 박스오피스 수익은 700만 달러에 그쳤다. 게티 이미지 

 

3. 멜라니아의 수천만 달러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아마존이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로 1070만 달러를 벌었다. 그녀 이름은 영화의 프로듀서로 크레딧에 올랐으며, 동시에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아마존은 4000만 달러를 들여 영화를 제작했는데 영화는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을 앞두고 그녀를 따라다녔다. 2025년 박스오피스 수익은 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멜라니아는 또 대체 불가능 토큰(암호화폐의 일종)을 판매해 600만 달러를 벌었고, 그녀의 책 『멜라니아』로 52만 달러를 모았다. 

 

4. 주식 거래 2만 1285회

 

트럼프의 재무 공개 보고서는 지난 한 해 수많은 기업이 연루된 무려 2만 1285건의 주식 거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줬다. 그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기술 대기업 엔비디아였다. 지난해 10월 5조 달러 가치의 첫 상장 기업이 된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무역과 국가안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여름, 엔비디아는 백악관과 협의하여 미국에서 칩을 생산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이로 인해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 칩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을 때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랐다. 

 

그리고 8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가 중국 AI 칩 판매로 발생하는 수익의 15%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달 말, 트럼프를 대신해 투자자들이 5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했다.

 

트럼프의 뻔뻔스러운 해명은 앞에 전했다.  

 

20세기 폭스의 영화 '나홀로 집에 2'에 출연했던 도널드 트럼프. 길을 물어보는 케빈(매컬리 컬킨)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뉴욕 부유층을 연기했다. 20세기 폭스 알라미 

 

5. '나홀로 집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화 및 텔레비전 배우들의 노동조합인 SAG-AFTRA로부터 두 개의 연금을 챙기고 있다. 작년에는 연금 수당이 모두 8만 6532달러나 지급됐다. 그는 '나 홀로 집에 2'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 그의 텔레비전 출연작으로는 진행자로 나선 미국판 '더 어프렌티스'와 카메오로 얼굴을 비친 '프레시 프린스 오브 벨에어'가 있다. 그는 2012년 영화 배우 노조인 SAG와 TV 배우를 위한 AFTRA가 합병되기 전부터 두 개의 연금을 받고 있었다.

 

그는 2021년 미국 의회 의사당 폭동에서 그의 역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후 노조를 탈퇴했다. 그는 조직에서 제명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의 연금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6. 언론사가 지급한 손해배상 8650만 달러 

 

트럼프가 미디어 회사를 상대로 한 여러 소송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8650만 달러나 된다. 가장 큰 배상금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소유주인 메타에서 나왔다. 제출된 서류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의회 의사당 폭동 이후 트럼프의 계좌가 정지된 소송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2450만 달러를 제공했다.

 

CBS 뉴스 채널 소유주인 파라마운트와 ABC 뉴스를 상대로 한 소송으로 각각 1600만 달러 씩의 배상금이 지급됐다. 다만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 관련 수익은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에 기부될 예정이다.

 

트럼프는 2021년 폭동 이후 유튜브 계정이 정지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유튜브로부터 2200만 달러를 챙겼다. 그 돈은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을 관리하는 신탁에 기부될 예정이다. 

 

트위터 공동 창립자 잭 도시는 폭동 이후 플랫폼에서 쫓겨난 트럼프에게 800만 달러를 지급했다. 문서에는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될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 임병선 기자 >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내란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특검의 시계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내란의 실체는 여전히 흐릿하다. 권창영 2차 종합특검의 활동 종료 시한은 오는 24일이다. 출범 당시 품었던 일말의 기대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보여지는 성적표는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는 거대한 벽을 실감케 한다. 그럼에도 특검은 관저 이전 의혹을 비롯해 내란·외환 의혹, 체포영장 집행 방해 사건까지 수사 범위를 넓히며 핵심 인사들을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이어왔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핵심 인물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고, 일부 사건은 기소와 구속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체감하는 속도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특검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는데, 조희대 사법부의 시간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내란 범죄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군, 정보기관, 경찰 등 국가 권력의 핵심 축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 지시와 보고, 실행과 은폐라는 일련의 과정을 입증하려면 방대한 자료를 대조하고 수십 명의 진술을 맞춰야 하기에 신중한 수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신중함이 지나쳐 사법정의의 시계가 멈춘 듯 보인다면, 특검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사를 방해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당시, 이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나경원, 김기현, 윤상현, 권영진 의원들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장 집행을 막아선 행위를 정당한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 주장하며, 오히려 특검을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물론 정치적 견해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을 만드는 입법부의 구성원이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겠는가. 법치주의는 법이 마음에 들 때만 존중하는 원칙이 아니다. 절차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법치의 정당성이 출발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반복되는 집단 대응과 강경한 공세는 수사의 정당성을 다투는 차원을 넘어, 사법 절차 자체를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위험한 행태로 비칠 뿐이다.

 

물론 특검 역시 성과에 집착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압박해서는 안 된다. 내란 사건은 결코 서둘러 결론 낼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정해진 수사 기간 내에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경찰이나 공수처의 수사로 넘길 수도 있지만, 그 피해는 특검의 실패를 넘어 사법 정의 전체의 상처가 될 것이다.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뒤흔든 초유의 사건이다. 이에 대한 책임 규명은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민주공화국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너무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정의가 지체될수록 진실은 흐려지고 책임은 희미해지며, 국민의 피로감만 깊어지기 때문이다.

 

특검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이제 얼마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나 진영 논리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실 확인과 법에 따른 책임의 완수다. 내란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 홍순구 기자 >

 

여 전대 앞두고 전현직 대통령 통합 메시지
"민주정부 성과 잇고…성공한 정부 만들자"
문 "당내 단합이 출발점" 이 "내부단합 중요"
균형발전·검찰개혁 등 폭넓은 공감대 이뤄
당권주자 경쟁 과열 속 내부 갈등 해소될까
당권주자들 "통합" 외쳤지만 신경전은 계속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오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1. 연합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부 갈등이 격화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두 손을 맞잡고 당내 단합과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약 2시간 동안 오찬과 산책을 함께하며 그간의 소회와 여러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청와대 측은 이번 회동이 오래 전부터 조율됐다고 설명했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층 내부 분열이 심화하는 예민한 시기에 이뤄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특히 최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배경 중 하나로 여권 내부 갈등이 지목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동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통합·단합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날 오찬 회동에서 확인된 두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도 시종일관 통합과 단합이었다. 오찬 메뉴로 '화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이 오른 것부터 회동의 성격은 명확했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자마자 포옹부터 나눈 점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두 대통령이 오찬 전 나눈 인사말도 메시지는 일관됐다. 먼저 발언한 문 전 대통령은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의 단합이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과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 더 큰 단합을 이뤄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역시 국민통합입니다.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가 거둔 성과 위에서 더 큰 성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국민통합으로 이렇게 나아가려면 역시 어떤 당내의 단합, 이게 이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 그리고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그런 세력들과의 더 큰 단합을 이루어내야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그렇게 봅니다. 지금 민주당의 단합, 또 민주개혁 진영과의 더 큰 단합 그리고 국민통합까지 나아가는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이재명 대통령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셔서 정말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그 꿈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그렇게 바라겠습니다.

대통령께서 근래 말씀하셨던데, 역시 이재명 정부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 정부의 성과를 잇고, 또 부족했던 부분들은 더 크게 채워서 반드시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그렇게 기원합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라는 약속도 드립니다."

 

이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의 인사말에 화답하며, 국민주권정부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유산을 이어받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한다"면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우리는 민주정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넘어서 현 국민주권 정부가 만들어졌는데, 제가 선거 때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가 있는 성과들 그 기반 위에서 또 하나의 층을 쌓아가는데, 당연히 좋은 점들을 더 키우고 부족한 것은 채우고, 또 새로운 것을 더해서 끊임없이 우리 민주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또 조금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정말 이 나라를 책임지는, 이 국가를 책임지는 민주정권이 또 재탄생하고, 그 기반 위에서 국민과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죠. 역사적 사명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이제 1년 남짓 됐는데, 지금 현재까지 주력하는 것은 대통령께서 어쨌든 5년 동안 만들었던 그 성과들, 그게 엄청 많이 훼손됐거든요. 예를 들면 외교안보, 남북관계, 경제, 문화, 뭐 볼 것 없이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정상화하는 과정, 그 정상화한 위에 이제 또 새로운 우리가 해야 될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을 동시에 하고 있는데, 제가 1년 동안 느끼면서 정말로 많이 망가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통령께서 하신 일 더하기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께서 만든 것이 정말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큰 성과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못 느끼죠, 사실. 잘 못 느끼긴 하지만 엄청난 성과들을 만들어 냈다, 많이 훼손되고 나니까 그런 게 느껴지는 거죠. 그래서 계속 열심히 복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우리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실 우리는 개인 사업을 하거나 뭐 사적인 이유로 일을 하는 게 아니니까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집권해서 모두를 대표해서 모두를 위한 정치를, 또 행정을 해야죠. 그러려면 내부의 단합도 매우 중요하다, 속이 단단해야 되겠죠. 그리고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고, 그래서 저는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거기서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그게 뒷받침되는 거지, 말로만은 안 되지 않습니까? 이 두 가지를 잘 조화롭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오찬 회동 뒤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두 분은 국민주권정부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국정 성과를 창출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주진영의 단합이 절실하고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며,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두 분은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진영의 단합과 외연 확장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가치임을 강조하셨다"며 "가짜뉴스나 멸칭 등으로 누군가를 상처입히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뜻을 모으셨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2026.7.1. 연합
 

정치권과 언론에선 문 전 대통령이 진영 내 단합을 강조한 데 반해 이 대통령은 단합을 기반으로 한 외연 확장을 강조했다며, 두 대통령의 발언이 엇갈렸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 수석은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단합과 외연 확장이 분리된 가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 분 다 단합도 중요하고 외연 확장도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셨다"며 "다만, 자칫 이것이 내부적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서로에게 공격적인 모욕적인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하셨다"고 부연했다.

 

회동에 배석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시민언론 민들레 등 청와대 뉴미디어풀단 9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와대 라이브'에 출연해 "전반적으로 깊이 있고 편안하고 서로 뜻이 통하는 지점이 많은 대화를 했다"며 "(언론에서) 무슨 이견이 있거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자꾸 보려고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두 분이 같은 마음 같은 뜻으로, 민주·진보 진영이 큰 뜻으로 함께 모아야 되고, 또 동시에 외연도 확장해야 되고, 이런 것들을 다 아우르는 역할들을 서로 이야기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균형발전·검찰개혁·한반도 평화도 공감대

 

이날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의 지방 주도 성장 전략이 중요하며, 특히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국가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근래 거두고 있는 아주 획기적인 성과에 축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지역 균형 발전은 역대 민주정부가 아주 중요한 국정 목표로 세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도권으로의 집중, 이것을 막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이 대통령께서 지역 균형 발전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하셔서, 이번에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 서운하다고 말을 하는 지역까지 잘 아울러 주셨다"며 "지역의 인재들이 일자리 때문에 서울로, 수도권으로 이렇게 몰려가는 일이 필요가 없는 그런 나라를 꼭 기필코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균형발전이었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님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정말로 애 많이 쓰셨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지역 균형에 대해) 말은 하고 절박하긴 하지만 (수도권으로) 몰리는 걸 어떻게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사업을 거론하며 "인공지능이 상상 이상의 발전을 이루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용인에 클러스터를 만들었지만 수도권이 꽉 차버리면서 이제는 갈 곳이 호남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면서 "운이 좋은 측면도 있고, 민주 정부의 성과로 인한 새로운 과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대화하며 오찬장인 상춘재로 이동하고 있다. 2026.7.1. 연합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홍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이 이재명 정부의 매우 중요한 개혁 과제로, 이것이 잘 추진돼야만 향후 검찰의 권력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검찰개혁 과제가 국가 사법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세심하고 꼼꼼하게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문 전 대통령의 아낌없는 조언과 역할을 청했고,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은 수시로 소통하면서 국정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민생 회복과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홍 수석은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오찬 전 인사말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내가 할 일이 있다면 힘껏 돕겠다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자주 조언을 좀 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여러 차례 우리가 협의도 했지만 앞으로도 제가 자주 말씀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당권주자도 "통합" 외쳤지만 신경전은 계속

 

민주당 당권주자들도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오찬 행보에 맞춰 통합을 강조했다. 정청래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배출한) 네 분의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의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단결하면 승리했고 분열하면 패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할 곳은 통합하고 연대할 곳은 연대해야 한다"며 "통합과 연대로 운동장을 넓게 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만남은 민주세력의 역사와 시대정신이 하나임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이어 "상대와 싸울 때도 품격이 필요한데 하물며 동지끼리는 두말해 무엇하겠나"라며 "존중과 절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시대를 관통해온 내부 전통이다.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 "단합과 확장을 성과로 만들고 그 성과로 증명하는 '진짜 민주당'을 만드는 게 두 분의 당부에 답하는 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대한민국 전체를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며 "두 분 대통령님의 말씀을 무겁게 새기고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이 끝난 뒤 간부 공무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7.1. 연합
 

다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자들간 경쟁이 가열되는 만큼 내부 갈등을 근본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오찬 회동에도 당내 긴장감은 여전했다.

 

이날 김 전 총리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청래 전 대표가 지금까지의 방식으로 (당 대표직을) 두 번 할 필요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공세를 펼치자,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총리가 정 전 대표에게 대표를 두 번 할 필요가 있나 물었다"라며 "총리를 하다가 굳이 당 대표를 할 필요는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정청래 당대표 시절 비당권파였던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전 총리는) 대통령과 완벽한 원팀으로 총리를 훌륭하게 해냈다"며 "정 전 대표는 이미 기회를 받았지만 '엇박자 대표'였다"고 비난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