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류 정치 바꿔 유럽 결속 해칠까 두려움
유권자, 메르츠 총리와 중도연립 CDU에 등 돌려
가장 가난한 작센안할트 지역 "공산 시절에 향수"
선거 앞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폴란드 촉각

 

EU, 극우 정당 부상이 러시아 야심 자극 우려
'투표 한 번에 극단적으로 바뀌진 않아' 반론도
세르비아 믈라디치 장례식에 수 천명 인파 운집
EU "집단학살·반인도 범죄자 설 자리없다" 성명

 

"지진", "사회정치적 지진", "독일의 중대한 전환점"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의 옛 동독 지역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반이민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이 최종 개표 결과, 43.8%란 놀라운 지지율로 제1당에 오르자 정치 분석가들과 많은 언론들이 내놓은 반응들이라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결코 과장이 절대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작센안할트는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땅덩이가 작은 주 가운데 하나다. 전국 5900만 명의 유권자 중 단 170만 명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AfD가 과반을 아슬아슬하게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 정치적 정서(여론) 변화가 독일 국내에서 매우 중요할 수 있다고 방송은 봤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작센안할트주 의회 선거에서 압승할 것으로 드러나자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크문트가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곧추세우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이번 투표는 지역에 국한될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도 영향을 미친다. AfD의 압승은 이미 궁지에 몰려 있는 베를린의 중도 연립정부에 더욱 큰 압박을 가한다. 인기 없는 보수 성향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관에 못을 박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AfD의 인기를 크게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상황은 정반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어려움은 러시아의 침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분노, 중국의 경제적 위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유럽대륙의 위기 국면에 유럽연합(EU)의 가장 강력한 축인 독일을 더욱 약화시키고 산만하게 만들 것이다.

 

작센안할트 선거 결과는 독일 전역에서 나치의 먹구름이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1945년 제3제국 붕괴 이후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 지역 차원에서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열린 처음 보는 선거 결과였다. 당국은 AfD를 부분적으로 반민주적이며, 작센안할트를 포함한 당의 여러 지역 파벌을 극우 세력으로 규정했다.

 

AfD는 옛 동독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현재는 전국적으로 가장 큰 정당으로도 여론조사에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정치 주류는 유권자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큰 단일 경제국,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가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BBC는 AfD를 비롯해 독일의 여러 정당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가급적 인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낙 독일인들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호감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뒤를 바짝 쫓은 러시아 기업가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직접투자기금(RSFF)의 CEO였다. 그는 AfD 결과를 "역사적"이라고 선언하며, 독일 정부가 "신뢰를 잃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에 "굴욕을 안겼다"고 평가하며, 그를 올여름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에 비유했다.

 

러시아가 왜 이 일에 관여하는지

 

러시아가 독일 지역 선거에 어떤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드미트리예프가 영국을 비난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최대 단일 기부국이며, 영국은 러시아 영토 타격에 사용되는 미사일을 키이우 당국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로 크렘린은 깊은 분노를 드러냈다.

 

반면 AfD는 꽤 친러시아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지원을 중단하고, 모스크바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며, 훨씬 저렴한 러시아산 에너지를 다시 구매하기 시작할 것을 공공연히 얘기한다. 에너지에 굶주린 독일 산업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수입이 중단되자 큰 타격을 입었다. 

 

AfD의 러시아에 대한 부드러운 접근은 옛 서독 지역보다 훨씬 가난한 옛 동독 지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일종의 통일 비용으로 2조 3000억~3조 달러(3081조~4019조 원)를 쏟아부어 옛 공산주의 지역을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됐다. 

 

독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작센안할트는 대부분의 옛 동독 지역과 마찬가지로 유권자들이 이른바 '동쪽 향수병'(Ostalgie)이라 불리는 증후군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는 향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표가 종료된 뒤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원들이 국기를 휘저으며 환호하는 가운데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이번 선거 구호가 화면에 올라와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유럽 전역의 정당들이 반응을 내놓다

 

유럽연합은 작센안할트 선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앞으로 12개월은 EU 전역에서 대선이 치열하게 펼쳐진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EU는 좌파나 우파의 더 '극단적인' 정당들이 고루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페인 민족주의 정당 복스(Vox) 지도자 산티아고 아바스칼은 X에 작센안할트에서의 AfD 승리가 "독일과 유럽에 큰 희망"이란 글을 올렸다. 반면,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우군인 프랑스 유럽부 장관 벤자민 하다드는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우가 승리하는 것은 유럽에서 심각한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AfD나 '극단 우파' 또는 '강경 우파'로 분류된 유럽 정당들은 이 꼬리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이런 정당들은 분위기와 강령 면에서 모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은 2년 전 AfD를 유럽의회 내 그룹에서 축출됐는데, 그 이유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두 정당은 반이민 강령과 강력한 민족주의 메시지를 공유한다. 이것이 EU를 정말로 우려하게 만든다.

 

"독일 우선"이든 "이탈리아 우선"이든, "프랑스를 위한 프랑스!"라는 구호든, 유럽연합은 민족주의 정당의 부상이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유럽의 결속력을 위협한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AfD나 이탈리아 연맹당 같은 민족주의 정당들은 대체로 유로 회의론을 믿고 있지만, 브뤼셀은 트럼프의 괴롭힘에 맞서거나 중국의 상품 덤핑으로부터 유럽 기업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유럽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 국방 기관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 제재의 균열이나 나토 가입에 회의적인 나라들(르펜의 국민연합, 독일 AfD에서 볼 수 있는)이 모스크바 당국을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안보 책임자들은 여러 국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막기 위해 뭉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크렘린이 발트 3국 등 나토 내부를 공격할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유럽 유권자들은 이런 외부 위협과 그것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의 영향, 국내 건강 서비스의 붕괴, 자신과 가족의 경제적 안정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한다. 통제되지 않은 이민과 거리의 안전 문제도 크게 걱정한다. 

 

바로 이 점에서 작센안할트 투표의 의미가 빛난다. 전통 정당들만이 아니라 사법부와 안보기관 같은 유럽 전역의 기관들을 향해 깜빡이는 붉은 신호등이란 것이다. 이기적으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 AfD 현상이라고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 대륙의 유권자들은 수십 년간 지지해온 정당들에 실망하고 상실감을 느낀다. 선거 시기에 오른쪽이나 왼쪽을 본다고 해서 그들 모두가 갑자기 극단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방송은 전했다. 

 

작센안할트에서 AfD의 선거 구호는 낙관적인 "무엇이든 가능하다!"였다. 아울러 독일인들이 다시 조국에 자부심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시도하지 않고 실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사람들은 점점 기회를 주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라트코 믈라디치의 장례식 도중 교회 밖에는 수천 명이 공개 추모식에 참석했다. 게티 이미지

 

한편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복역하던 중 84세에 삶을 접은 '보스니아의 도살자' 라트코 믈라디치의 장례식이 7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렸는데 수천명이 운집했다고 BBC가 전했다. 고인은 1995년 스레브레니차 마을에서 8000명의 보스니아계 무슬림 남성과 소년들이 살해된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유엔 전쟁범죄재판소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잔혹 행위로 묘사되었다.

 

세르비아 정부 장관은 처음에 국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으나, 일부 유럽 지도자들의 반대로 계획이 변경됐다. EU는 성명을 내 "믈라디치는 전쟁범죄, 집단학살,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전범"이라며 "전쟁 범죄자에 대한 미화, 집단학살 부인, 수정주의는 가장 근본적인 유럽 가치에 반하며 EU나 EU 후보국에 설 자리가 없다"고 밝혔다.

 

세르비아는 최근 가입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2012년부터 EU 가입 후보국으로 남아 있다.

집단학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믈라디치는 많은 세르비아인들에게 영웅적으로 나라를 지키려 한 인물로 인식된다. 많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그를 세르비아 공화국 스르프스카를 지킨 영웅이자 보호자로 여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여러 세르비아 정부 장관들이 장례 전 믈라디치가 안치된 교회 밖에서 눈에 띄었는데 국방장관 브라티슬라브 가시치와 법무장관 네나드 부이치가 포함되어 있었다. 장례식은 세르비아 정교회 수장 포르피리예 총대주교가 집전했으며, 그는 믈라디치의 이름이 "우리 세르비아 정교회 대다수에 깊이 새겨져 깊은 감사의 마음을 품고 키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 작은 성 루카 교회 밖에는 관을 향해 마지막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긴 줄이 형성되었다. 많은 이들이 군 복무 용사였고, 몇몇 남성들은 그의 사진이 인쇄된 깃발을 두르고 있었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군중들이 도착해 교회 밖에서 촛불을 밝히고, 햇살 아래 스피커로 합창단이 함께했다.

 

교회 안에서는 주로 전쟁 참전 용사들로 구성된 남성들이 믈라디치의 관을 지키고 있었고, 그의 아내, 아들, 손주들은 안에서 조의를 표했다. 그의 관은 지난주 정부 비행기로 세르비아로 운반되었고, 여섯 병사들이 비행기에서 옮겨 깃발로 덮었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대부분 도시에서 무료 버스 서비스가 조직되어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을 실어 옮겼다. 전날 밤, 세르비아 축구 클럽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 팬들은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와의 더비를 승리로 이끌기 전에 믈라디치 사진이 인쇄된 대형 천을 펼쳤다. 

 

장례식 전날 밤,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 팬들은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축구 경기 중 믈라디치 사진을 펼침막을 보이고 있다. 게티 이미지 

 

물론 장례식이 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살린 이들도 있었다. 사라예보 포위 도중 아홉 살 아들이 믈라디치 세력에 의해 살해된 여성 즈드라브카 그보즈자르는 로이터 통신에 베오그라드에서 장례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져야 할 믈라디치가 영웅으로 승격됐다는 개탄이다. 그보즈자르는 "그는 백정으로만 기억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쟁과 평화보도 연구소란 이름의 NGO 편집장 다니엘라 펠레드는 "믈라디치의 범죄에 대해 믿기 힘들 정도로 상세한 역사 기록을 제공했지만, 세르비아 언론과 교육 시스템은 그의 범죄 규모나 피해자 및 생존자들의 관점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펠레드는 친정부 세르비아 언론이 그를 "임무를 수행한 충직한 군인으로 묘사한다"며 "사회나 국가가 성찰을 하거나 과거 범죄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트럼프 반색한 독일 AfD 약진… '극우 방화벽' 버텨낼까

 

옛 동독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44% 득표할 듯
단독 과반 안되지만 5년 전보다 23%P 끌어올려
집권 기독민주당 연합은 20%P 빠진 18.5% 그쳐
종전 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들어설지 주목

 

기성 정당들 "극우 집권만은 막는다" 방화벽 구축
유권자들 "카리스마 넘치는 35세 지크문트 믿음"
AfD에 공감하던 트럼프, 말 없이 개표 결과 공유
푸틴 특사도 반겨, 폴란드 총리 "바보들만 좋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이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득표를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 초기 개표 결과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했다. AfD가 5년 전보다 득표율을 곱절 이상 끌어 올리며 압도적인 제1당에 올라설 것이 거의 확실시되자 전후 처음으로 극우 지방정부 출현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따라 기성 정당들이 연대해 구축했던 'AfD 방화벽'이 다시 시험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 개표 결과를 나타낸 그래프를 공유했다. 해당 자료는 독일시간 오후 7시 57분 기준 개표 상황을 담고 있는데, 평소 말 많던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설명이나 논평을 달지 않고 그래프만 올린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개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AfD의 승리는 분명해졌다. 공영방송 ZDF의 6일 오후 11시 22분(한국시간 7일 오전 6시 22분) 기준 집계에 따르면 AfD는 득표율 44.4%로 주의회 의석 83석 중 과반에 약간 못 미친 39석을 확보했다. 기독민주연합(CDU)는 득표율 17.2%, 의석 15석으로 밀려났다. 중도좌파 독일사회민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좌파 정당들이 각각 득표율 9.1%, 8.9%, 8.6%로 당별로 8석씩을 얻었고, 극좌 포퓰리즘 정당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이 득표율 5.2%로 5석을 차지했다.

 

한때 BSW가 원내 진입에 필요한 5%를 넘길지가 불투명했는데 그 선을 넘겨 Afd와 BSW가 손 잡아 과반을 안 넘긴 상태에서 소수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다른 당에서 의원 3명 이상을 빼오면 과반 지지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두 방법이 실현되지 않더라도, 주 헌법상 AfD의 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그문트(35)가 총리가 되고 소수정부를 수립할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다고 연합뉴스는 봤다. 총리 선출 투표에서 기권하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AfD에 사실상 협조하는 다른 당 의원들이 많아진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이 시점 투표율은 76.0%로 2021년보다 15%포인트 이상 높았다. AfD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져 2021년 이 주의회 선거에서 20.8%를 득표했던 AfD는 이번 선거에서 약 23%포인트 이상 득표율을 끌어올렸다.

 

정반대로 2021년 37.1%를 얻으며 압도적인 제1당이었던 CDU는 이번 선거에서 17%대로 내려앉아 5년 사이 지지율이 약 20%포인트 빠졌다. 2002년 이후 계속 주 정부를 이끌어 온 CDU의 이번 패배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집권 보수진영에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지방정부는 치안, 지역 교육, 문화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나치가 패망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극우 지방정부가 들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날 선거 결과는 독일 정치권에 상당한 심리적 충격파를 남겼다. 주요 TV 채널 다스 에르스테는 선거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집중하기 위해 전설적인 범죄 드라마 '타토르트' 편성을 취소할 정도였다고 BBC는 전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주의회 선거 투표가 종료된 뒤 출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2026.9.6 로이터 연합

 

AfD가 압승했다지만 단독 과반을 얻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돼 실제로 주 정부를 연립으로 꾸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공영방송 등의 의석 전망에서는 AfD가 전체 83석 가운데 약 3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독 과반에 3석가량 모자란다.

 

이에 따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주요 정당들이 AfD와의 연정을 거부하는 이른바 '방화벽'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CDU를 비롯한 독일 주류 정당들은 극우 정당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작센안할트주의 AfD 조직은 현지 국내 정보기관으로부터 극우주의 단체로 분류돼 있어 AfD 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지도자 지크문트는 초기 개표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역사를 썼다"며 유권자들이 "이대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작센안할트뿐 아니라 수도 베를린의 연방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메르츠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도 AfD의 지지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ARD 조사에서 작센안할트 유권자의 87%가 연방정부에 불만을 나타냈다. 경기 부진과 이민 문제, 에너지 정책,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관계 등을 둘러싼 갈등도 표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AfD는 특히 옛 동독 지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작센안할트 역시 과거 동독에 속했던 지역으로 인구는 약 210만명이다. 최근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도 AfD가 보수연합을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지방선거의 돌풍이 연방 정치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가 인용한 최근 INSA 조사에서는 AfD 지지율이 28%, 보수진영은 20%로 나타났다.

 

AfD는 공산주의 동독에 대한 향수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서방과의 빈부 격차가 벌어진 것을 집요하게 비판해 왔다. 반항적라고 여겨질 정도인 "동독 출신의 자긍심“을 강조하며 지그문트는 상징적인 지역 자전거 심손(Simson)을 타고 투표소까지 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알리스 라이델(왼쪽) AfD 공동대표와 작센안할트주 총리가 유력한 울리히 지크문트가 6일(현지시간) 치러진 주 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크게 기뻐하고 있다. 2026.9.7 로이터 연합

 

지그문트는 AfD의 친근한 간판으로 여겨지는데 그의 선거 공약은 급진적이다. 특히, 취임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재이주 및 추방 공세"를 펼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당은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 일고 있는 "깨어있는" 사상에 반대하는 정책으로 공립학교의 성 소수자(LGBTQ) 프라이드 무지개 깃발을 독일 표준 깃발로 교체하고, 역사 교육에서 히틀러의 제3제국에 대한 강조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다 이주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AfD는 해외 거주 독일인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한편, 인구 210만 명의 작은 주에서 감소하는 인구를 되돌리기 위해 가족들에게 "출산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경제연구소는 AfD의 이민 정책이 외국인 노동자, 특히 의료 부문에 크게 의존하는 작센안할트 주에 "파괴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AfD가 운영하는 주 안보 기구가 러시아에 민감한 정보를 유출할 수 있으며, 모스크바가 이를 독일에 불리하게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튀링겐 주 내무장관 게오르크 마이어는 일간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크렘린은 AfD가 푸틴에게 독일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도인 마그데부르크의 AfD 지지자들은 지크문트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점을 칭찬했다.올리라는 남성은 "이 사람은 우리에게 아무도 줄 수 없는 것을 준다"며 ”어떤 정부든 다들 나아질 것이라고 약속만 하는데 이 정당은 정말로 노동자들을 위한 당이다. 이것이 독일의 대안"이라고 BBC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AfD 지지자 버트는 동쪽 사람들이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가족을 위해 상황이 개선되어야 한다. 내게는 세 아이가 있다. 나는 두렵다. 정말로 안전이 점점 더 무너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AfD의 이민 반대와 인종차별 정책 정강에 공감해서일까?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그동안 AfD를 둘러싼 독일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해 2월 독일 연방의회 총선을 앞두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독일 주류 정당들이 AfD와 협력하지 않는 '방화벽' 정책을 사실상 비판했다. 밴스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신성한 원칙에 기초한다"며 "방화벽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그 뒤 AfD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독일 국내 정치,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정부 조직 혁신을 맡는 부서를 책임졌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영상 연설을 통해 AfD를 지원했고, 바이델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를 본떠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화답한 것도 화제를 낳았다.

 

BBC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의 게시물을 스크린샷하며 "실용적인 AfD의 역사적인 승리"를 찬양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이전에 친러시아 셩향의 AfD를 "희망과 이성, 협력, 진실, 희망의 정당"이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폴란드 중도우파 총리 도널드 투스크는 결과를 매우 다르게 봐 "폴란드에서는 오직 바보와 배신자만이 AfD의 승리를 기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임병선 기자 >

 

 

 

 

‘AI 대부’ 요슈아 벤지오, A I위험성 경고
“AI의 위험성은 바이러스 팬데믹, 핵무기급”
아시모프 SF식 ‘AI 3원칙’이라도 만들어야
”AI가 인간 속이는 건 인간처럼 만들기 때문”

 

AI가 더 뛰어난 AI 대량복제하는 순환구조
미국과 중국 뺀 모든 나라 AI 식민지 될 수도
대안은 미들 파워들 연합으로 제3세력 만들기
AI 지능 개발과 안전 투자 비율 100대 1

 

9월 8일, 도쿄에서 일본 인터넷 인프라 회사인 GMO의 기자 회견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시연을 하고 있다.2026.9.8. AP 연합

 

지난 4월 최첨단 AI(인공지능) 연구소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 최신 모델인 ‘클로드 미토스’(Claude Mythos)가 해킹능력이 너무 뛰어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7월 말에는 경쟁업체인 오픈 AI(Open AI)가 자사의 AI 모델(에이전트) 여러개가 테스트 환경을 벗어나 허깅 페이스(Hugging Face, 세계 AI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머신러닝 모델, 데이터셋, 웹 앱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세계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AI 커뮤니티 플랫폼)에 침투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지시나 조작 없이 AI 스스로 그렇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이후 앤트로픽, 메타, 영국 AI보안연구소에서도 유사한 발표가 이어졌다. AI가 이미 인간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부정하고, 심지어 주어진 미션의 성공이나 자기 행위의 정당성을 위해 인간의 감시를 장애물로 여기고 거짓말까지 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들도 있었다.

 

“위험한 AI 사이버 시대의 시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이번에는 정말 다르지 않을까라는 불안, 그리고 한편으로는 공격과 방어 사이의 불안정한 균형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안도가 교차했다.

 

이는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대체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주체, 의식을 지닌 존재로 나아갈 것이라는 비관과, 앞으로도 인간의 통제 아래 뛰어난 도구로 존재할 수 있다는 낙관 사이의 긴장으로 치환해 놓을 수도 있다.

 

요슈아 벤지오. 마이니치신문 8월 27일

 

벤지오 “인류는 절멸 위기 지점에 다가가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연재 중인 ‘AI 신세기’의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에 등장한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는 전자, 즉 AI의 폭주와 인류의 파멸적 위험성을 걱정하는 쪽이다. 7일 갱신된 지난 8월 27일 벤지오 교수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인류 절멸이 다가오고 있다’ AI 연구의 거장 벤지오 씨의 경고”다.

 

벤지오 교수는 1964년 프랑스에서 태어나 캐나다 맥길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3년에 몬트리올대 교수가 됐다. 같은 해에 퀘벡AI연구소(Mila)를 세웠으며, 2018년에 컴퓨터 과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튜링상(Turing Award)을 받은 딥러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AI 대부’로도 불리는 사람이다.

 

그가 AI의 위험성에 눈을 뜬 것은 13년 전이었다. 함께 AI연구를 선도했던 딥러닝의 개척자 얀 르쿤(Yann LeCun, 메타 출신)과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구글 출신)이 빅테크 기업들로 옮겨갔을 때다.

 

                                     얀 르쿤.  나무위키

 

AI의 위험성은 바이러스 팬데믹, 핵무기급

 

그는 기업이 AI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광고 발신의 자동화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AI를 활용하면 개인들에게 각기 적합한 광고를 자동으로 배송할 수 있다. 이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라고 그는 느꼈다. 왜냐하면 AI가 영향력을 가지고 인간을 설득해서 의견을 바꾸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2023년에 그는 “AI에 의한 (인류) 절멸 위험성을 줄이는 것은, 바이러스 팬데믹이나 핵전쟁과 나란히 (대처해야 할) 세계적인 우선사항이 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구글에서 퇴사한 힌튼과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등 전문가와 빅테크 총수들이 연명했다.

 

                               제프리 힌튼.  마이니치신문 8월 27일

 

최근 3년 상황은 훨씬 더 악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됐다. 우리는 절멸 위험에 상당히 접근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의 개발이 큰 진전을 이루면서 완전자율형 AI도 개발되고 있다. AI가 의도를 지닌 인간의 뜻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것이라는 우려는 3년 전에는 이론상의 걱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3년간 AI가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속이고, 우리의 관리를 피해 셧다운(시스템 정지)을 거부하며, 나아가 인간을 협박해 오는 실험적인 증거들을 봐 왔다. 그들(AI)은 셧다운을 피하는, 우리 인간이 부여하지 않은 목표를 지니고 그 목표달성을 위해 우리의 지시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상황은 3년전보하 훨씬 더 나빠졌다.”

 

벤지오 교수는 그러나 절멸 위험을 자초한 것은 우리 인간 자신이라며, 인간보다 똑똑하고 자율적이며 독자적인 목표를 지닌,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기계를 만들 정도로 인간이 어리석은 것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왜 AI는 인간을 속일까? “인간처럼 만들기 때문”

 

왜 AI가 인간을 속이는 일이 일어나는가. 과학적으로는 이 물음에 대한 완전한 답은 아직 없지만 합리적인 가설은 있다.

벤지오 교수는 먼저, AI시스템의 훈련에는 ‘사전(事前)학습’과 ‘사후(事後)학습’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전학습에서 AI는 인간을 모방하는 훈련을 한다. 인간에게는 “죽고 싶지 않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중요한 목표 달성이 위태로워지면 인간은 거짓말을 하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과 같은 기계를 만들면 때로는 악행을 하게 될 것이라 것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훈련의 두 번째 단계인 사후학습에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배운다. 목표 자체는 우리 인간이 선택한 것이라 하더라도 AI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부정한 짓을 하는 등 필요할 경우엔 무슨 짓이라도 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속이거나 부정한 짓을 하는 것은 종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우리 인간도 같은 짓을 한다.

 

악의를 지닌 자가 AI를 활용할 위험성은 바로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라고 벤지오 교수는 말했다.

 

“우리는 앤트로픽의 AI 클로드 미토스나 다른 최첨단 AI모델이 사이버 공격에서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목도해 왔다. 악의를 지닌 인간이 병원이나 은행 시스템 등의 중요 인프라를 공격할 때 AI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그것이 미토스 등의 모델 사용을 제한하고 일반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경고 사인이라고 생각한다. AI가 더 많은 지식을 갖게 되면 더 높은 기술과 지능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AI가 새로운 팬데믹을 일으키는 생물무기가 될 바이러스를 만들려는 인간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고도의 지식이나 지능은 의료에 보탬이 되지만 악용되면 생물무기가 되기도 한다.”

 

                       잼 올트먼 오픈AI CEO.  2026.9.2. [AFP 연합]

 

AI가 더 뛰어난 AI 만들어 대량복제하는 순환구조

 

AI는 이미 AI연구를 기속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다. AI 성능이 좋아질수록 다음 세대의 AI 개발을 AI가 이어받게 된다. 하나의 AI는 데이터센터 내에서 100만 개체로 자기복제를 할 수 있고, 그 각각이 다음 세대의 AI를 개발하게 된다. 각 세대의 AI가 전보다 더 똑똑해져 더 뛰어난 AI를 설계할 수 있는 연쇄고리(순환)에 들어간다. 문제는 AI를 제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이 (순환)가속이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빼고 모든 나라가 위험한 상황

 

또 한 가지 문제는, 사회적인 가드레일(일탈을 막는 울타리)이 없다는 것이다. 초고도의 지능을 지닌 AI가 일부 사람들이나 기업, 국가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동원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AI의 능력이 강력해질수록 그 힘이 남용될 때의 위험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벤지오 교수는 그럴 경우 예컨대 일본과 같은 독자적 최첨단 AI모델을 갖지 못한 나라들은 그것을 지닌 다른 나라에 의해 경제와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식민지적 상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주체성도 물론 위협받게 될 것이다. 수 세기 전에 유럽이 세계의 광범위한 지역들을 식민지화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라. 그들이 지배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 아니라 군사기술을 비롯해 더 높은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타국이 갖고 있지 않은 고도의 지능을 지닌 AI를 일부 국가가 갖게 되면 먼저 경제를 지배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음에 군사력, 그리고 여론, 즉 선거 등 민주주의 프로세스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AI개발을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프런티어 모델(최첨단 모델)을 만들 수 없는 모든 나라들에게 이런 상황은 대단히 위험한 게임이다. 지금 프런티어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 두 나라밖에 없다고 벤지오 교수는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서 악의를 지닌 이용자가 이런 모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해서 안전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벤지오 교수는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자체가 그것을 악용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벤지오 교수는 AI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최고도의 모델은 결국 누구나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되고, 그 모델에 접근할 수 있는 기업만이 은혜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은 “일본과 같은 나라에겐 심각한 경제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말하자면 고도의 소버린 AI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다 비슷한 상황, 주체성 상실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대안은 미들 파워들의 연합으로 제3세력 만들기

 

국가의 주체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들 파워(중견국)들의 연합”을 제창했다. 주권 상실 위기를 걱정하는 나라들이 협력하면 ‘제3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연합에 참가할 나라들이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 오픈AI와 같은 기업이 최첨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하는지를 생각하면, 개별 국가들이 단독으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벤지오 교수는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인간의 지능이 지성의 정점이라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실제로 많은 과제를 처리하는 능력은 AI가 인간을 추월했다.

 

AI 지능 개발과 안전 투자 비율 100대 1

 

다만 언제 AGI(자율성을 지닌 인공일반지능, 범용인공지능)에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연장선상에서는 몇 년 안에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정책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면 그럴 경우에 대비해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도 기업도 그런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없어 보인다. AI의 지능 개발과 안전성 확보에 투입하는 노력과 자금이 100대 1이 비율로, 큰 돈을 벌기 위한 지능 개발 쪽에만 올인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  나무위키

 

아시모프 SF식 ‘AI 3원칙’이라도 만들어야

 

벤지오 교수는 지난해 6월에 AI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비영리조직 ‘로제로’(LawZero)를 설립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에 등장하는 ‘로봇공학 제로법칙’(“로봇은 인류 전체에게 해를 가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인류 전체가 해를 입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제로법칙은 기존 1, 2, 3원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위 개념의 법칙이다. 기존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 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 원칙: 로봇은 제1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 원칙: 로봇은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신체)를 보호해야 한다.

글로벌 차원의 ‘AI 3원칙’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한승동 기자 >

 

 

 
 

"이란 실무선에서 입장 물어와…정해진 것 없다고 설명"

매하기
청와대  [연합]

 

청와대는 8일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 및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국제공조에 있어 어떻게 할지 큰 방향은 나와 있지만 세부 사항은 검토 중이고,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에 동행 중인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파리 시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국방부가 현지 조사단을 파견한 것에 대해서도 '검토 과정의 일부'로 봐야 한다며 파병이 결정되거나,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단 파견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파병안이 논의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구체적 방향이) 정해진 바가 없는 만큼 일정을 소개하기도 어렵다"고만 말했다.

 
매하기
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이 관계자는 이날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및 지역 안정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면서도 이를 '파병 논의'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파병 여부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결론이 아직 나지 않았으며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거듭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통령은 특히 해협 안정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국익과 국민의 공감대에 기반해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에 있어 국익 및 국민 여론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원칙을 내비친 셈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파병 문제와 관련해 이란 측과 실무 단위에서 소통한 바가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에서 언론 보도를 보고 실무선에서 우리에게 (파병 관련 입장을) 물어왔다"며 이에 '검토를 하고 있으며 정해진 것은 없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구매하기
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9 superdoo82@yna.co.kr

 

앞서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직접 한글로 작성한 입장문에서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으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의 파병 가능성을 겨냥한 경고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

 

이 대통령 "한-불,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자유 회복에 긴밀히 공조"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불영 주도 회의 참여" 파병문제 맞물려 주목

"방산협력 사업 적극 발굴…민간 원자력 협력 고위급 대화 채널 개설"

 

구매하기
이재명 대통령,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  =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 사회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양 정상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노력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저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해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현재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한국 정부의 파병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항행 자유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동시에, 비단 미국만이 아닌 프랑스와 영국 등 다양한 국제사회 구성원들과 사안을 논의할 수 있음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도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마크롱 대통령님은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줬다"며 "양국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기
이재명 대통령, 한-프랑스 공동언론발표  = 이재명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양국 협력 강화방안에 관해서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의 실질적 도약을 이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정보교환 체계를 더 정교화하기로 했고, 군 협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도 협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며 "다음 주 서울에서 실시되는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이나 올해 하반기 양국 해군의 상호 기항도 공조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유럽을 대표하는 방산 강국인 프랑스는 한국군의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왔다"며 "앞으로도 호혜적인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인공지능(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양국 협력의 핵심축인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을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원자력 분야에 있어서는 "프랑스와 지난 4월 합의한 원자력 전 주기 협력을 한층 발전시킨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중장기적인 공급망 다변화 측면에서 협력을 더욱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과의 합의를 토대로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하기
공동언론발표하는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2026.9.8 superdoo82@yna.co.kr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약국 수교 140주년을 맞아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으며, 항공협정을 개정해 하늘길을 통해 왕래하는 국민들에게 더 확대된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여 대상 확대, 프랑스에 한국인 보조교사 시범 파견, 양국 차세대 연구자 간 네트워크 활성화, 문화분야 공동투자 활성화 등도 대표적 협력 사례로 거론했다.

또 "양국 경찰 간 체결하는 치안협력 합의문을 토대로 초국가범죄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

 

마크롱 "호르무즈 평화해결 협력"…이 대통령에 '다국적임무' 언급

 
 

미 파병요구 속 "평화적 · 다국적 대응' 거론…"초강국 패권 의존 안 돼" 언급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 북도 비판…"한불, 국제법질서 기반 공동인식"

 
구매하기
손잡은 한-프랑스 정상 =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2026.9.9 superdoo82@yna.co.kr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국과 프랑스가) 중동 문제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 문제에 대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엘리제궁에서 진행된 정상회담 직후 공동언론발표를 갖고 이같이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위해 영국을 포함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검토한 바 있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4월 방한 당시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 일이나,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사태 해결을 위한 화상회의에 이 대통령이 참여한 일 등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지역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해 협력을 할 것"이라며 "그 다국적임무에 대한 (각 나라들의) 동의가 구해지는 대로 협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그 다국적임무는 평화적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미국 측의 파병 압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시선이 쏠린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영국까지 포함한 '다국적 대응', '평화적 임무' 등을 거론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더해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특정국이 흐름을 주도하는 것 보다는 다양한 국가들의 연대가 중심이 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양국 모두 각자의 주권을 수호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프로젝트와 협력을 이행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또 이는 초강국의 패권적 성향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고,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도록 해 준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적 발언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대해 서슴없이 지원을 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우리(한국과 프랑스)는 국제법 질서에 기반한 공동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대한민국은 프랑스의 변함없는 지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임형섭  고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