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로 인상 발언 하루만에
또 협상과 대화 여지 열어두려는 의도


중앙 1면 "세 번 경고 정부·국회 묵살"
외신들은 "다른 나라 겁박하는 효과"

조약 아닌 팩트시트와 MOU 이뤄져
"대법원 판결이 궁극적인 변수" 중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들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협상과 대화 여지를 열어두려는 한 발 물러선 발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이라고 답한 뒤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We'll work something out with South Korea)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두 나라가 어떤 식으로 협상을 벌일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적었다.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지원사격을 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은 한국 측에서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5조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전제로 관세를 15%로 되돌렸다. 두 나라는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한국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 자로 관세 인하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는 15%로 낮춰졌지만,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는데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여권은 다음달 법안 심사에 착수하면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무역 합의 비준이 우선"이라며 법안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캐나다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으로 떠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며,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일의 배경으로 미국 정치권의 압박을 유추하는 이들도 있다. 연방 하원 법사위 공화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를 공유하며 "쿠팡 같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미국 테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정부가 최근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불안을 이유로 연 200억달러 규모 투자 집행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일보는 28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국의 입법에 대한 공개적 우려 표명,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공식 서한 발송에 이어 J D 밴스 미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등 세 차례 미국이 경고했는데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를 묵살했다고 보도했다. 정부와 국회가 나름의 속도 조절을 통해 입법 통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측 당국자들에게 왜 트집 잡힐 짓을 했느냐고 책망하는 식이다.

 

 

영국 BBC는 트럼프가 한 발 물러선 포스트를 내놓기 전 분석 기사를 통해 그의 관세 인상 위협이 실제로 이행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계획에 반대하는 유럽의 무역 파트너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가 최근 원상 복구한 예를 들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주식 연구 책임자 데런 네이선은 "서울에서 워싱턴으로 대표단이 이동 중인 가운데 시장은 이번 최신 변화를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두 번째 임기 들어 외교 정책을 실행하는 지렛대로 관세를 자주 사용해 왔다. 지난 24일 그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26일 중국 관리들은 캐나다와의 '전략적 동반자' 협정이 다른 국가들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며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관리들이 미국 측에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 전에는 트럼프가 덴마크 왕국의 자치령 그린란드를 점령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반대하는 8개 나라에 수입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트럼프는 나중에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서 "미래 합의"를 향한 진전을 이유로 물러섰지만, 이 일은 덴마크 및 다른 NATO 동맹국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다.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루스 소셜 포스트 때문에 수출 길이 막힌 듯이 이 사진을 분석 기사에 맞물렸다. 평택 연합
 

다른 외신 기사들도 간략히 살펴보겠다. 먼저 요약하자면, 공식 조약이 아닌 형태로 이뤄진 양국 합의의 불확실성이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며, 최근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에 대한 관세 위협에 이어 나온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부과 권한은 상호관세 위법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의 발언이 지난 연말 타결된 양국의 합의를 뒤엎는 것으로 비슷한 합의를 한 나라들을 동요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의 발언이 곧바로 한국 정부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양국 무역 협정이 공식 조약이 아닌 팩트시트와 상호양해각서(MOU)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이전에도 다른 나라들이 합의사항을 신속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 당국자는 유럽연합(EU)을 향해 "좀 느리다"고 비난했다. FT는 또 트럼프의 메시지가 최근 유럽 국가들에 고율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격동의 한 주를 보낸 직후에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이날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들어 발표한 일련의 관세 위협 중 가장 최근 사례이지만, 그는 어느 관세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며 그린란드 갈등과 관련해 유럽 국가들에 위협했던 관세는 완전히 철회했다고 전했다. ‘TACO'(Trump Always Chicken Out, 트럼프는 강경 카드를 던졌다가 결국 물러난다는 월가식 표현)가 또 확인됐다는 지적이 따랐다.

 

외신들은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짚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상호관세 등 부과의 근거로 삼은 것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며,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고에 따라 이를 심리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행정명령 등 대통령의 공식 권한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해왔던 관세 관련 발언 중 다수는 법적인 도전에 직면했으며,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임병선 기자 >

 

청와대 "대미특별법 지연에 미 불만…입법노력 상세히 설명할 것"

 
"김정관-러트닉 채널 가장 중요…입법 전 투자프로젝트 사전준비 등도 고민"

"차분하게 해결책 모색…트럼프 발언, 쿠팡·온플법과는 무관"


발언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광주=연합) 17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도시공사에서 열린 '광주 군 공항 이전 6자 협의체' 1차 회의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7 [광주전남사진기자단]
 

청와대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관세 재인상' 발언과 관련,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되지 않아 (투자 관련) 합의사항 이행이 늦어지는 데 대한 불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불만은 100% 국회에서의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실장은 "한국에서 법 심의가 끝나야 대미 투자펀드의 절차가 시작된다는 것을 미국도 알고 있다. 미국은 그 절차가 기대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것 같고, 여기서 답답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프로젝트를 빨리 가동하고 싶은 미국 측의 기대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깔려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회에는 2월에 특별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충분히 하겠다"며 "미국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이런 노력을 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하는 등 차분히 대응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채널이다. 또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예정보다 빨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의 경우 (실무 대화 중) 관세를 올린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그러나 이는 경기를 일으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관세가 조정되려면 관보 게재 등 구체적인 작업이 있어야 한다. 우리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책실장과 산업장관 (서울=연합)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1.9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아울러 김 실장은 특별법이 통과되기 이전이라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검토를 거치는 등 사전 준비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이 통과되고 나서 프로젝트를 검토하면 또 몇 달이 걸리지 않느냐"며 "법 통과 직후부터 신속하게 법 절차가 진행되도록 '대외 경제장관 회의' 등의 결의를 통해 예비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김 실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쿠팡 사태나 온라인플랫폼법안 등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를 아닌 국회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 보내온 서한 역시 (관세 문제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약자 보호 입법’까지 문제 삼는 미국…노골적 간섭에 정부·국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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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타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을 계기로 미국 쪽이 한국의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을 재차 문제 삼으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7일(현지시각)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를 비난한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의 산물인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가 있다. 설명자료에는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있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런 요구는 미국이 수년간 제기해온 것이다.

 

망 사용료 문제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 업체들도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처럼 에스케이텔레콤(SKT) 등 통신사들에 인터넷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입법 움직임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때부터 기존 법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입법을 추진한 온라인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거래공정화법 두 갈래로 나뉜다. ‘위치·재보험·개인정보’ 문제는 구글이 요구하는 초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등을 뜻한다.

 

정부는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대미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쪽은 미국 기업의 부담이 늘 수 있는 입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 등 플랫폼 업체 쪽에 ‘허위조작정보’ 유통 단속 의무를 강화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미국의 불만 사항이 늘었다.

 

미국이 타국의 입법 활동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섭하면서 정부와 국회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 모양새다. 무엇보다 정책적 필요에 의한 입법을 외국의 압력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절차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온라인플랫폼법은 미국이 우려를 나타낸 독과점 관련 조항은 빠지고 ‘갑을관계’ 방지 조항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계속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입점업체를 주로 보호하는 내용이다 보니 배달앱·쇼핑몰이 주로 적용 대상이 되고, 결과적으로 쿠팡 등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한-미 관세 합의 전에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논의를 미뤘고, 관세 합의 뒤에는 ‘쿠팡 로비’라는 복병을 만난 상태다.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관세, 자신은 비관세 분야 협상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언을 지렛대로 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정부는 조만간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으로 보내 협의할 예정이다.                                        < 이본영  김윤주  서영지  기민도 기자 >

 

 

중국ㆍ베트남 "깊은 애도" vs 북한 "방사포탄 발사"

김정일, 첫 정상회담 김대중 작고에 조문단
"민족의 화해ㆍ단합ㆍ통일 염원 실현한 공적"
노무현ㆍ정주영ㆍ정몽헌 타계에 "깊은 애도"

김일성 작고 때 남한 '조문 파동' 흑역사
이명박, 김정일 타계에 "북한 주민 위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5일 타계했다.

중국은 이튿날인 26일 바로 깊은 애도를 표했다. 궈자쿤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해찬 선생은 한국의 원로 정치인으로 여러 차례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중한 관계 발전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면서 "중국은 그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에게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출장 중 자국에서 명암을 달리한 베트남도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팜 민 친 총리 등 베트남 지도부가 한국 정부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반세기 걸쳐 민주 한국을 지탱해온 원로 정치인에 대한 예우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빈소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6.1.27 연합
 

북한, 이해찬 타계에 '조의 대신 미사일'
중국ㆍ베트남 외교부 대변인 "깊은 애도"

 

북한은 달랐다. 이해찬 전 총리의 운구가 27일 오전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된 이날 오후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핵전쟁 억제력 고도화를 위해 "갱신형 대구경 방사포탄 4발"을 시험 사격했고, 현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참관했다.

 

물론 고인이 전면에 나서 남북 관계 역사를 써 내려가진 않았지만, 주요 변곡점마다 평양을 방문해 주요 역할을 해온 인물이란 점에서 북한이 '조의'까진 아니어도 '미사일'로 답하는 모양새를 취한 건 매우 초현실적이다. '남북 단절'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총리는 역사적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처음 평양을 방문했다. 2007년 3월엔 노무현 대통령의 정무 특보 자격으로 비공식으로 평양을 방문해 그해 10월 남북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평양을 찾아 당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남북 국회 회담 등을 제안했고, 그해 10월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 때는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약 150명의 민관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한으로선 꽤 친숙한 인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성능을 개량한 대구경 방사포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 2026.1.28 연합
 

김일성 작고 때 남한 '조문 파동' 흑역사
김대중 정부 때부터 '상호 조문' 정착해

 

미사일까진 아니어도 이 전 총리의 타계에 북한이 조의를 표하진 않을 거란 짐작은 가능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타계 소식을 전한 작년 11월 4일 이재명 정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공식 조의문을 통해 고인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1년 12월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조문' 문제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의 타계 당시 남북정상회담 추진 중이었는데도 김영삼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는 대신, 되레 최고의 대북 군사 경계 태세를 취하면서 남북 관계를 다시 적대적으로 몰아갔지만,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6‧15 정상회담 이후론 '상호 조문'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화해와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소떼 방북'으로 남북 경제 협력의 물꼬를 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3월 21일 작고하자, 북측은 김정일 위원장의 조전에 이어, 사흘 뒤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조문단을 보내 애도했고, 이들 편에 대형조화도 함께 보냈다. 2년 후인 2003년 8월 4일 아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는 충격적 소식이 전해진 그날, 김정일 위원장은 조전을 보내 깊은 애도를 표하고 남북 화해‧협력에 기울인 고인의 노력을 평가했으며, 북한 금강산 온정각에 분향소를 세우는 한편 대형조화를 보내오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00.6.13. 연합
 

김정일, 첫 정상회담 김대중 작고에 조문단
"민족의 화해ㆍ단합ㆍ통일 염원 실현 공적"

 

그 후 남북기본합의서(1991년)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1992년) 체결의 북측 주인공인 연형묵 국방위 부위원장이 2005년 10월 22일 타계했을 때 당시 노무현 정부는 '정부' 명의로 공식 조전을 보내 깊은 애도를 표했다.

 

2009년은 한국 민주주의와 남북 관계의 역사에선 매우 비극적인 해였다.

한 해 전인 2008년 이명박 수구보수 정권이 출범하고 그해 7월 박왕자 피격 사망 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남북관계는 다시 급속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데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8월 18일 유명을 달리했다.

 

악화된 남북관계 와중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은 2007년 10‧4 평양 정상회담의 파트너였던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틀 후 "로무현 전 대통령이 불상사하게 서거하였다는 소식에 접하여 권양숙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본인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석 달 후 첫 남북정상회담 파트너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한 고위급 조문단을 서울로 보내 8월 21일 국회에 마련된 빈소에서 조문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여, 김정일"이란 글귀가 새겨진 대형조화도 보냈다. 앞서 19일엔 공식 조전을 통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이희호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길에 남긴 공적은 민족과 함께 길이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깊은 애도를 표했다. 당시 김기남 비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조문'을 통한 남북 관계 복원 희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7.10.3. 연합
 

김정일, 노무현 타계에 "깊은 애도" 조전
'남북경협 상징' 정주영ㆍ정몽헌에도 예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2011년 1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타개했을 때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았고, 다만 류우익 통일부 장관 담화문 형식으로 "정부는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란 뜻을 밝혔다. 유가족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겨냥한 냄새가 짙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민간 조문단은 방북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6월 10일 이희호 여사가 별세했을 때도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던 시기였다. 한 해 전인 2018년 9‧19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 재개를 약속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네오콘의 눈치를 보며 끝내 재개 결단을 내리지 못한데다, 그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결렬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별세 이틀 후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 부부장을 직접 판문점 통일각까지 내려보내 조전과 조화를 전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성능을 개량한 대구경 방사포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 2026.1.28
 

이명박, 김정일 타계 때 "북 주민 애도"
날로 깊어만 가는 '남북 단절'의 풍경

 

거기까지였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남북 화해협력과 대화의 상징이었던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을 폭파하고, 2022년 4월 금강산 내 남측 시설들을 철거했다. 그리곤 반북 대결과 흡수통일에 매진한 윤석열 수구 보수 정권 때인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했다. 그리고 통일 및 대남 관련 기구를 모두 없앴다.

 

급기야 2024년 10월 15일 민족의 혈맥인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와 철로 북측 구간을 폭파하고 대전차 방벽 구축 등 요새화에 주력했다. 윤석열 내란을 제압하고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평화공존과 남북 공동 성장'을 내세우며 대화 재개와 화해의 손짓을 하고 있지만, 이젠 군사분계선(MDL)을 '국경'이라고 주장하면서 3중 철조망 설치로 대답하고 있다.

 

남쪽에선 이해찬 전 총리 빈소에서 상실의 눈물을 흘리고, 북쪽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지금의 현실이야말로 날로 깊어만 가는 남북 단절의 풍경을 보여준다. 

                                                                                           < 이유 기자 >

 

미주 한인예수교장로회 노회, 1월24일 빌라델비아장로교회에서

 

 

미주 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카나다노회(노회장 김혁기 토론토 사랑의교회 담임목사)는 1월26일 오전 빌라델비아장로교회(담임 김치길 목사)에서 2026 신년하례식을 열고 예배를 드린 후 하례인사를 나누고 오찬도 함께 했다.

 

노회소속 30여명의 목회자와 사모 등이 참석한 이날 먼저 드린 예배는 부노회장 김치길 목사의 사회로 찬송가 29장 ‘성도여 다함께’를 부르고 전일권 목사(예본교회 담임목사)가 대표기도한 후 유충식 목사(토론토 중앙교회 원로)가 요한복음 12장23~25절을 본문으로 ‘한 알의 밀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 올 한해 예수님이 말씀하신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헌신하고 충성을 다하는 한 해가 되기를 축원한다는 말씀을 전했다.

 

 

예배는 찬송가 325장 ‘예수가 함께 하시니’를 부르고 서인구 목사(토론토 소망교회 원로)의 축도로 마쳤다.

 

참석자들은 이어 예배당 앞에 모두 줄지어 서서 반갑게 신년 하례인사와 덕담을 교환했다. 오찬은 장소를 옮겨 스카보로 Eglington 소재 만다린 식당에서 함께 하고 선물을 나누는 등 친교시간도 가졌다.                          < 문의: 416-670-0854, kkksm2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