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 금지라는 초강경 보복 조처를 내리면서 ‘대만 문제’와 일본의 ‘재무장’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6일 중국 상무부는 올해 1호 공고로 ‘일본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해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모든 물자의 일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이중용도 물자는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광물, 첨단 반도체, 드론(무인기), 항공기 엔진 등을 포함한다. 특히 중국이 세계 가공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희토류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모터 등 제조에 빠질 수 없어 일본 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 전면 금지는 과거보다 수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중국은 16년 전인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 영토 갈등이 벌어지자 희토류 수출 통관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당시는 ‘통관 지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수출 ‘전면 금지’를 공언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겪으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도모했지만, 여전히 중국산에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또 희토류에 제한하지 않고 이중용도 물자 전체로 제재 품목을 확대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11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시사 발언이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발언 철회를 요구해왔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인의 일본 방문 자제 방침, 일본 문화콘텐츠의 유입 제한 등에 나섰지만 중국은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압박했고, 초강경책으로 여겨졌던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금지 카드까지 꺼냈다.
이번 조처는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고는 명확하게 일본의 군사력 증대에 중국의 물자가 쓰일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의 근간인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한 방위력 강화에 의욕을 나타낸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재군사화를 가속하는 위험한 동향”이라며 “중국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희토류와 흑연 등 전기차·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주요 원자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계기로 중국이 대일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기 전까지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지금도 수요의 약 6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이중용도 물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희토류 중에서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되는 중희토류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이른다. 네오디뮴 자석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에 필수적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과거 이들 희토류 공급 차질로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흑연 역시 주요 변수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중국산 흑연 수입액은 103억8590만엔(약 962억원)으로 전체의 90.1%를 차지했다. 흑연은 배터리와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다.
이번 공고에는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처벌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명시됐다. 중국은 다른 나라나 지역의 조직·개인이 중국산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에 이전하거나 제공할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조치의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태도 변화나 중·일관계 전반을 압박하는 중장기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무엇이 통제 대상이 되는지, (일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만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타이밍에 금수 조치를 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통제 대상에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중국의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일본 산업계에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다카이치 총리와 대화를 앞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다음주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인 5일 이재명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80여년 전 중·한 양국은 거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며 양국의 역사를 소환했다. 시 주석은 또한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게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 이정연 박은경 기자 >
일본, 한국과의 대일 “공동투쟁” 시 주석 발언에 신경
“방일 앞선 방중 초청, 한일관계 쐐기 박으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