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탄핵, '계산'말고 '법대로' 하라

● COREA 2026. 10. 17. 10: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탄핵의 목적은 권력의 책임을 묻고 헌법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

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탄핵의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책임을 묻고 헌법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자진 사퇴 촉구’에서 ‘탄핵 추진’으로 기조를 선회하는 모양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법부 수장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사법부의 독립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사법부 수장의 개인적·법적 책임까지 면제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사법부의 미온적 대응부터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관련 사건 파기환송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대법관 재제청 거부,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 집행 의혹까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물론 논란과 의혹만으로 탄핵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각 사안의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검증하고, 헌법과 법률에 비춰 탄핵 요건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따져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검찰개혁의 단초가 되었다면,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개혁은 특정 기관을 공격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권력도 견제와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서 시작한다. 권력을 가진 기관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검찰이든 법원이든 예외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기다렸다는 듯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 이재명 대통령 탄핵이라는 맞불을 놓겠다고 나섰다. 대법원장의 책임을 따지는 문제에 대통령 탄핵을 끌어들인 것이다. 조 대법원장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할 자리에 대통령 탄핵을 맞불로 내세운다고 해서 제기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탄핵 사유가 있다면 그 역시 별도의 근거와 절차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이다. 서로 다른 사안의 책임을 맞불 놓듯 대응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정쟁만 키울 뿐이다.

 

탄핵이라는 무거운 용어가 어느새 우리 정치에서 흔한 일상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 간 힘겨루기를 위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고, 그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인지를 판단하는 엄중한 절차다. 민주당 역시 탄핵을 지지율을 끌어올리거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삼아서는 안 된다. 어떤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그것이 왜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지금 정국에 필요한 것은 ‘조희대 탄핵’과 ‘이재명 맞불 탄핵’의 소모적인 대결이 아니다. 탄핵을 정쟁의 무기로 삼는 순간 헌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탄핵의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책임을 묻고 헌법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헌법의 원칙에 따라 판단할 때 비로소 사법개혁은 정당성을 얻고, 무너진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홍순구 시민기자>

 

 

 

총 보다 잡지를 든 편집장, '박정희의 천적' 장준하

● COREA 2026. 10. 17. 10:0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일본군 탈출 6000리 걸어 중국서 광복군 활동
'사상계' 창간, 한국 지식사회의 중심에 우뚝
박정희 군사정권 월남파병에 반대하다 구속돼
1967년 옥중 출마 국회의원 당선, '사상계' 떠나
김지하 '오적' 게재했다 등록 취소로 발행 중단
긴급조치 위반 15년 선고받고 형집행정지 석방
포천 약사봉 등산 중 추락사… 타살 의혹 남아

 

일본군을 걸어 나온 학병

 

장준하(1918–1975)를 한 줄로 소개하면 이렇다. 일본군을 탈출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고, 해방 뒤에는 잡지를 만들어 독재와 맞서다 산골짜기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사람. 이력서 한 줄이 이토록 무거운 사람도 드물다.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그는 1944년 1월 학병으로 끌려갔다. 이름은 지원병인데 지원하지 않으면 집안이 곤란해지는, 참으로는 강제된 지원이었다. 그해 7월 중국 쉬저우의 일본군 부대를 김준엽(1920–2011) 등과 함께 탈출했다. 혹한과 굶주림을 견디며 6천 리를 걸어 이듬해 1월 충칭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도착했다. 지도도 길 안내 기계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한국광복군 제2지대에서 이범석(1900–1972)의 지휘아래 미국 전략정보국과 국내진입 작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하면서 작전은 중단됐다. 8월 18일 비행기로 여의도에 들어왔지만 일본군의 제지로 돌아가야 했다. 해방된 조국에서 입국을 거절당한 광복군이었다. 그해 11월에야 귀국한 뒤 김구(1876–1949)의 비서로 일했다.

 

장준하 1944년(위키피디아)

 

총 대신 붓을 든 편집장

 

광복군시절에도 잡지 『등불』을 만들었으니, 이 사람의 팔자는 총보다 편집 쪽에 가까웠다. 1953년 4월 월간 종합교양지 『사상계』를 창간했다. 잡지는 돈이 되지 않았다. 편집장은 발행인이자 영업사원이었고, 때로는 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이었다. 원고료 걱정은 끊이지 않았지만 실어야 할 말은 넘쳤다.

 

『사상계』는 대학생과 지식인 사이에서 널리 읽히며 1950~60년대 한국 지식사회의 중심에 섰다. 이승만 정권을 비판했고, 1958년에는 필자 함석헌(1901–1989)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를 발표한 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는 필화도 겪었다. 장준하와 주간 안병욱도 조사를 받았다.

 

1962년 장준하는 막사이사이상 언론부문상을 받았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잡지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박정희(1917–1979) 군사정권의 탄압은 그치지 않았다. 세무사찰과 판매방해가 이어졌고, 장준하는 1966년 월남파병을 비판하다 구속됐다.

 

사상계 잡지 운영했던때 장준하(위키피디아)

 

「오적」이 불러온 탄압, 등록취소라는 칼날

 

1961년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 직후 장준하는 군사정권에 한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이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길로 가자 비판자로 돌아섰다. 한 사람은 일본군을 탈출해 광복군 장교로 복무했고 다른 한 사람은 일제 때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다. 해방된 나라에서는 일본군 장교 출신이 오히려 권력을 잡고 광복군 장교 출신이 감옥을 드나들었다. 우리역사의 짓궂은 비극이다.

 

1967년 장준하는 옥중출마 끝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사상계』의 발행권은 부완혁(1919–1984)에게 넘어갔다. 따라서 1970년 잡지폐간 당시 발행인은 장준하가 아니라 부완혁이었다.

 

결정적인 사건은 1970년 5월호에 실린 김지하(1941-2022)의 담시 「오적」이었다.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다섯 도둑에 빗대 부패한 권력층을 풍자한 작품이었다. 권력의 치부를 날카롭게 드러낸 이 글은 박정희 정권의 탄압을 불러왔다. 부완혁과 편집인 김승균 등이 구속됐고 잡지발행은 사실상 중단됐다.

 

공식적인 등록취소는 그해 9월 29일 이뤄졌다. 문화공보부가 내세운 이유는 인쇄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 인쇄인을 등록해야 한다는 관련규정을 어겼다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인쇄와 등록의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오적」 게재 이후 이어진 탄압의 흐름에서 이를 단순한 행정처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사상계』는 통권 205호를 끝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부완혁은 법정투쟁을 이어갔고, 1972년 4월 대법원에서 등록취소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법적으로 길이 열렸다고 잡지가 되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재정은 바닥났고 필자를 구하기도, 인쇄를 맡길 곳을 찾기도 어려웠다. 박정희는 잡지의 등록을 취소했지만, 그보다 먼저 잡지가 설 자리를 좁혀놓았던 것이다.

 

고상만의 저서

 

약사봉의 물음표

 

1973년 말 장준하는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박정희는 서명대신 수갑으로 답했다.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구속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지만 그해 12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975년에도 함석헌 등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힘을 모으려 했다.

 

그러나 1975년 8월 17일, 그는 경기도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정희 정권은 등산 중 실족해 추락한 사고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망경위에는 의문이 남았다.

 

2012년 8월 묘소를 옮기는 과정에서 두개골 오른쪽 귀 뒤쪽에 지름 5~6센티미터의 함몰 흔적이 발견됐다. 이듬해 유족 측이 의뢰한 법의학 감정에서는 머리를 가격당한 뒤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필자가 몸담았던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앞서 사건을 조사했지만 사망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타살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살해주체까지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규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약사봉의 물음표는 여전히 한국현대사의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장준하와 함석헌(함석헌기념사업회)

 

장준하에게서 오늘을 배우다

 

첫째, 국가가 가진 기록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자료가 공개되지 않아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과거사 조사는 이름뿐이다. 진실화해위원회와 같은 조사기구에는 자료를 확보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낼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하다.

 

둘째, 진실규명에는 유효기간이 없어야 한다. 한시적인 조사기구가 활동시한에 쫓겨 미완의 사건을 남기고 문을 닫는다면 피해자와 유족은 다시 애타게 기다려야 한다. 조사기간을 연장하거나 상설적인 진실규명기구를 두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다.

 

셋째,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고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군사정변에 기대를 걸었던 장준하는 박정희 정권의 실체를 확인한 뒤 비판자로 나섰다. 한 번 틀리는 것은 실수지만, 틀렸음을 알면서도 고집하는 것은 선택이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장동혁, 주진우, 김진숙, 김태규 등 정치인들은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얼마나 돌아보았는가.

 

넷째, 연대는 차이를 넘어서는 일이다. 편집장 장준하와 종교인 함석헌, 민중신학자 안병무(1922-1996). 해직교수 김동길(1928-2022) 등은 민주주의라는 목표 아래 만났다. 생각과 배경이 다르더라도 공동의 위기 앞에서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말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상계』가 권력의 탄압을 받은 것은 사람들이 그 글을 읽었고, 글을 쓰는 이들이 그 대가를 감수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누구나 글을 발표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넓어졌다고 해서 말의 무게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

 

장준하는 총 대신 잡지를 들었다. 그가 남긴 것은 독립운동의 무용담이나 잡지 한 권만이 아니다. 독재 권력이 감추려는 것을 묻고, 잘못된 것을 비판하며,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는 시민의 책임이었다.

 

약사봉의 물음표가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진실을 묻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장준하가 오늘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 김성수 시민기자, 반헌법 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 

 

파주시 장준하 공원에 위치한 장준하의 묘소(위키피디아)

 

 

 

 

브런슨 "새 기준 필요, 대통령 지시해도 위험 보고"
MDTF 한반도 배치 추진...대중 군사 거점화 우려
국방부 "골대 옮기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못해"
브런슨 "한국, 동북아·태평양 전체에서 중심적"
"한국, 방산 막강…현지 보수·정비 '대장간 구상'"

 

"그 관점이 보여 주는 것은 대한민국의 중심성이다. 동북아시아뿐이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서의 중심성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13일 워싱턴 D.C.의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뒤집힌 지도'의 효용성을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도쿄, 마닐라로 이어 보면 그 안에는 3개의 상호방위조약이 있다"고 했다. 세계 무역의 48~52%가 지나고, 세계 조선 물량의 15%가 한국, 10%가 일본에서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지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브런슨의 '강조'는 이어졌다. 그는 "아시아 대륙에 유일한 (미국) 병력은 한국에 주둔해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유리한 위치는 의미가 있다"면서 일본, 필리핀 등 다른 동맹국과 함께하며 "부러워할 만한 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대중국 군사 포위망의 핵심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0.15 연합

 

브런슨 "한국, 동북아·태평양 전체에서 중심적"

 

브런슨은 지난 5월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 심포지엄 후 대담에서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밖을 볼 때 보이는 건 아시아의 심장부에 있는 비수(단검)라고 할 한국"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비수'는 공격형 무기인데,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비수'에 비유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5월 하와이 미 육군협회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은 베이징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맹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해 거센 반발을 샀다.

 

이날 대담에서 그는 '미국이 태평양 국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를 두고 "단지 태평양이 캘리포니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 아니다...우리가 광범위한 지역에 뻗어 있고, 그 지역에 전진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브런슨은 "지금 한국을 보자. 동해와 서해를 내려다보는 조망은 한국에 국력의 여러 요소를 활용해 이 지역에서 행동할 수 있는 주도성을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는 (한미) 동맹을 통해 뒷받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은 ▲ 북한(조선)의 위협 ▲ 미 육군 현대화와 대한민국과의 상호운용성에 미치는 영향, 한반도에서의 공격 화력과 방어 화력의 중요성 ▲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이익과 인도·태평양의 국방 관계 및 동맹들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크게 세 가지를 놓고 진행됐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은 동아시아 지도를 뒤집어보면 한국, 일본, 필리핀 3국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17일 주장했다. 그는 아마 이 지도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연결하는 전략적 삼각형의 존재라며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세 파트너 국가를 각각 삼각형의 꼭짓점으로 보면 이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분명해진다고 말했다.. 사진은 뒤집힌 한반도 지도. 2025.11.17 [주한 미군 제공] 연합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16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 및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방문, 전투통제실에서 작전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2026.10.16 [국방부 제공] 연합

 

국방부 "골대 옮기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못해"

 

다음날인 14일 미 싱크탱크 '골드 국제전략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OPCON) 전환과 관련해 '돌출 발언'을 던져 풍파를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전작권의 임기 내 회복이란 목표 아래 올해 중 미래연합군사령부(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료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이날 브런슨이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에 따른 북한군의 실전 능력 향상 등을 거론하며 전작권 조건의 '변경'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동맹을 현대화하는 전작권 전환에 찬성한다면서도 그는 "우리 중 누구도 여건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주에 북한에서 또 한 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조건이 변했고 우리가 우리의 계획을 바꿨기 때문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새로운 기준(new standards)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미는 2015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합의하고, 이에 따라 향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할 미래연합사의 임무 수행 능력 확보 여부를 ▲ 기본운용능력(IOC) ▲ 완전운용능력(FOC) ▲ 완전임무수행능력(FMC) 등 3단계로 검증하는 절차를 밟아 왔다. 2단계인 FOC 평가를 2022년 마쳤고, 이에 대한 검증을 올해 양국 국방장관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완료하면서 양국 군 통수권자에게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를 건의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었지만, 11월 미국 중간 선거 등으로 한미 협의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기름'을 붓고 나선 것이다. 이에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인적인 자격' 발언을 전제로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철 국방 장관은 연합뉴스에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부분은 계속 저희가 논의를 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미측은 아직 충족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서로 관점이 다른 부분은 있다"고 답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6.9.23 [공동취재 제공] 연합

 

브런슨 "새 기준 필요, 대통령 지시해도 위험성 보고"

 

전날인 13일 CSIS 주최 대담에서도 전작권 문제를 거론했다. 브런슨은 "나는 조건에 기초한(conditions-based) 전작권 전환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그뿐이다. 이것이 바로 협정서에 명시된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내 임무는 일정한 기준에 맞춰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을 지키는 것이다. 기존의 조건에서 벗어나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을 지키는 나의 능력을 침해하는 그 어떠한 조치도 나는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기 또한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그건 내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결국 나의 대통령과 국방 장관이 '지금 즉시 실행하라'고 지시한다면, 나는 "예"라고 답할 것이다. 다만 조건들을 완전히 충족하고, 필요한 핵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이를 진행할 때 내재된 위험 요소들이 있다고 보고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군 통수권자의 지시가 있어도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자격으로 전작권을 전환할 만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계속 반대 의견을 보고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브런슨은 "내가 해야 할 일은 꼭 있어야 할 조건들을 지속해서 확실히 점검하는 것이다. 세 가지 조건이 존재하며, 달성해야 할 수많은 목표가 있다. 그 것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브런슨 사령관의 주문대로 제1 도련선과 제2 도련선을 안내하는 지도를 90도 돌리면 한국은 아시아의 심장 중국에 단검(비수)를 꽂는 모양이 된다. 한국과 일본은 필리핀과 연결돼 중국과 대만에 맞서게 된다.  

 

MDTF 한반도 배치 추진...대중 군사 거점화 우려

 

브런슨은 미 다영역특임단(MDTF)의 한반도 배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감지, 감지, 감지다"라면서 "한반도에서 감지 능력을 다층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의 3개 MDTF 중 독일에 배치된 제2MDTF의 한반도 배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가 선발대 성격으로 미리 들어온 정황도 포착됐다.

 

2017년에 창설된 MDTF는 미 육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한 2100명 규모의 여단급 특수 전투부대다. 500명 안팎의 MDEB가 MDTF의 '눈과 신경망'에 가까운 부대로, 우주·정보·전자전·사이버 작전을 통해 적의 지휘통제, 감시정찰, 통신, 표적획득 체계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새 국면 들어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차단하라. 2026. 06. 04)

 

브런슨은 "한반도가 직면한 문제는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빼는 문제가 아니라 더하는 문제"라며 "한반도에 적절한 역량을 배치한다는 측면에서 MDTF는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사이버·전자전(EW)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즉 이러한 각 영역에서 필요한 핵심 역량들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며 ▲ 우주 영역에선 '위치·항법·시점'(PNT)· 정보를 제공하고 ▲ 사이버 영역에선 '방어뿐 아니라 공세적 작전도 포함'하며 ▲ 전자전은 '전자기 영역에서 신호 및 신호정보'를 기동하는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런 자산들을 도입해 한반도의 작전환경뿐 아니라 더 넓은 주변 환경까지 더 잘 이해하고자 한다"고 말해 MDTF의 배치가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까지 겨냥한 것임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이경렬 전 앙골라 대사는 "한국 입장에서 MDTF/MDEB 배치는 단순히 '미군 신형 부대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한국 영토와 한미연합 지휘체계가 중국 견제 작전에 편입된다는 점이다"라면서 "한국으로서는 이 사안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사드가 방어체계 배치 문제였다면, MDTF/MDEB는 한국을 대중국 군사망의 능동적 거점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브런슨은 또 MDTF의 다층적 감지체계에서 여러 고도의 유·무인 항공기와 함께 '고고도 풍선'(HAB)도 운용될 수 있다면서 "그런 장비를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계류시켜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주시하는, '깜빡이지 않는 긴 눈'을 확보하는 걸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사드 발사대 훈련 사진과 함께 공개한 패트리엇 사진. [미 국방시각정보시스템] 연합

 

"한국, 방산 역량 막강…창정비 거점 구축 가능"

 

이와 함께 브런슨은 북한의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등으로 북한의 위협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면서 다자 구도가 갖춰진 유엔사령부(UNC) 참여국들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미연합 연습을 계기로 "우리 전력이 분산 배치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그런 전력을 어디에 배치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면서 가령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대신 K9 자주포로 일부 임무를 수행하고, 하이마스는 다른 임무에 활용하면 어떨까", 그리고 "우리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동맹국에 결정적이되 보다 제한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이 재래식 대북 억제력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개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2026.08.28. 한화오션

 

브런슨은 전방 현지에서 미국의 군사 자산을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거침없이 밝혔다. 일종의 '대장간(the forge)' 구상이라고 한 그는 특히 "한국 방산 분야의 잠재력은 참으로 막강하다. 본국으로 돌려보낼 필요 없이 지역 내에서 장비를 즉시 수리할 수 있다"며 "F-16 전투기를 수리하기 위해 미국 본토 구석에서 부품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우리가 그 부품을 직접 깎아 만들거나 적층 제조 방식을 사용해 한국 현지 지상에서 즉시 제작해 기체에 장착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산업의 막강한 힘을 활용해 다른 지역으로 호혜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전방의 창정비급 거점, 즉 '지역 지속지원 허브'(RSH) 구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허브를 일본과 필리핀에도 갖추고, 더 넓은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 부품을 유연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전방위적인 대중 전초기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