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
내란종식 위해 13일째 단식농성

 

 
 
20일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송경동 시인은 3월8일 한국작가회의(작가회의) 정기총회에서 사무총장에 선임되었다. 강형철 이사장과 함께 앞으로 3년간 이 유서 깊은 문인 단체를 이끌어 가게 된 보람과 포부를 챙길 겨를도 없이 그날 오후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석방되자, 그는 동료 문화예술인들과 논의를 거쳐 11일부터 서울 광화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정윤희 블랙리스트이후 디렉터, 최낙용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대외협력 간사 등이 동참했다. 21일부터는 박수연 부이사장, 김대현 전 비대위원장, 문동만 부이사장 등이 이틀씩 동조 단식을 벌이고 있다. 문인들이 펜을 대신해 몸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23일 현재 단식 13일째를 맞은 송 시인을 지난 20일 낮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가 출범한 게 1974년 11월18일입니다. 박정희 군사 정권의 불법 계엄과 유신 체제에 맞서고자 문인들이 결집한 것인데, 그로부터 반세기 만에 초유의 친위 쿠데타와 내란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태생의 내력도 그러한 만큼, 작가회의가 내란 종식과 헌정 회복을 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단식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송 시인이 사회적 의제와 관련해 단식농성을 벌이기는 이번이 세번째다. 2018년 겨울 서울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2년째 고공농성 중이던 파인텍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27일 동안 이어간 것이 처음이었고, 2020년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해고 철회와 복직을 요구하며 벌인 47일 장기 단식농성이 두 번째였다. 단식농성뿐만이 아니라,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박근혜 탄핵 당시 광화문 캠핑촌 등 투쟁 현장에 빠짐없이 참여해 온 그가 다시 맨몸으로 광장에 나선 것.

 

“국정농단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광화문 캠핑촌을 만들어서 촌장으로 5개월간 싸워 결국 파면시켰는데,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또 다시 광화문에 천막 농성장을 꾸리고 단식이라도 해 보자고 앉아 있는 게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윤석열이 최소한의 단죄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말과 글도 온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헌정을 바로 세우는 것은 한국 사회의 말과 글을 바로 세우는 일이므로 이런 때일수록 작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단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헌재가 아직도 판결 날짜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등 상황은 매우 불투명하다. 함께 단식농성 중이던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의장단에서는 의료진 진찰을 거쳐 녹색병원에 긴급 입원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김진수 선임기자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헌정 기관도 정당성을 지니기 어렵도록 온통 무너져 있는 상황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려서 무너진 헌정 질서를 다시 일으켜 세울 때까지 단식을 계속할 겁니다. 혹시라도 헌재가 탄핵 기각이나 각하 판결을 내려서 주권자 국민의 명령을 뒤집는다면 헌재도 내란 수행 기관이 되는 것이고, 국민은 헌정을 재차 무너뜨린 죄를 헌재에 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저희가 있는 이곳 농성장이 지금 대한민국의 유일한 헌정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아 보이는 농성장을 기점으로 민주 항쟁에 나서고 있는 전국의 모든 광장이 대한민국의 유일하게 정당한 헌정·주권 기관인 것이죠.”

 

송 시인은 최근 전두환·노태우 등 내란 세력에 대한 1997년 대법원 판결문을 다시 읽었노라며 헌재 재판관들과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새삼 상기시키고 싶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문은 1980년 내란에서부터 1987년 6월 항쟁을 거쳐 6·29 선언이 나오기까지 대한민국은 무헌정 상태였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권에 법적 정통성이 없었다는 것이죠. 오히려 불법 계엄에 맞서 항쟁을 벌인 80년 5월의 광주 시민들, 그리고 6월 항쟁의 광장이 그 시기에 유일한 헌법 기관의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판결이 있음에도 지금의 헌재가 엉뚱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건 2차 쿠데타에 준하는 일이 되어 주권자 국민의 직접 행동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해 둡니다.”

 

다행히 윤석열 파면으로 상황이 잘 마무리된다면, 문인 단체 작가회의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한 복안도 들어 보았다.

 

“지난해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등 한국문학에 일대 경사가 생겼는데, 난데없는 계엄으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되고 말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5·18과 4·3 국가범죄 희생자들의 역사를 되새기는 작품으로 상을 받았는데, 그해에 다시 내란이 벌어졌으니 정말 기가 막히는 노릇이죠. 그런데 이런 일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문학의 고민과 상상력이 요구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경을 넘는 문학적·사회적 연대가 필요해요. 또 하나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도 보았다시피 남북 분단 체제를 넘어설 필요가 절실합니다. 남북의 문학 교류를 축으로 해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조성에 작가회의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습니다. 문학이 개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기층의 사회적 고통에 동참하고 연대함으로써 다수 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학으로 다시 발돋움하는 것 역시 절실합니다.”

 

송 시인은 마지막으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즉각 퇴진을 힘주어 요구했다.

 

“불법 내란 국무회의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동료 문화예술인들에게 백배 사죄하고 책임지며 물러나는 게 마땅하겠는데, 유 장관은 더구나 지난 정권에서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사찰하고 검열한 블랙리스트 사태의 몸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이 오욕에 휩싸이지 않도록, 문화예술 책임자로서 즉각 사퇴하기 바랍니다.” < 한겨레 최재봉 기자 >

 “광화문 천막당사를 내란수괴 파면과 대한민국 정상화의 거점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부근 광화문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 ‘천막 당사’를 설치하기로 했다. 조기 대선 앞 ‘장외 정치’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도, 늦어지는 탄핵재판 선고로 국가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내일부터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당 차원의 천막을 치고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들이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파면을 선고할 때까지, 민주당은 광장에서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광화문 천막당사를 내란수괴 파면과 대한민국 정상화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천막 당사를 지키는 등 장외 투쟁의 중심에 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촉구하는 결의안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전원위원회 개최도 추진한다. 국회 전원위원회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열린 적이 있다. 국회법상 주요의안을 상정하기 전후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이 요구할 때 열 수 있다. 장외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한편, 원내에서도 윤 대통령 파면 촉구를 위한 발언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회피하지 말고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때”라며 “당장, 25일에라도 파면 결정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윤석열 당장 파면” 헌재에 목 놓아 외쳤다…절박해진 광장

탄핵소추 100일 하루 앞 16차 ‘범시민대행진’
“언제든 계엄 선포할 수 있는 나라 되게 할 거냐”
시민사회, 25~27일 헌재 향한 파면 촉구 운동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경복궁역부터 안국역 주변까지, 거리와 보도를 메운 시민들이 일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목을 놓아 열 번 외쳤다. ‘헌재는 즉각파면’부터 ‘판결문이 밥이냐, 뜸을 들이게’, ‘민주주의 네버다이’ 등 저마다의 간절함을 담아 손수 적은 팻말이 구호에 맞춰 흔들렸다.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100일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예상보다 크게 늦어지며, 이날 시민들의 분노는 보다 직접적으로 헌재를 향했다. 무대에 오른 시민 박승하씨는 “(계엄 선포가)벌써 100일도 더 전이다. 겨울 초입이었는데 이제 눈이 다 녹고, 그때 국회에 왔던 고등학생들은 대학생이 돼서 동아리 가입하고, 우리 딸은 유치원 2년 차가 됐는데 왜 아직도 윤석열은 파면되지 않은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 탄핵이 지연되며, 불안을 넘어 현실화하는 사회적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시민 성예림 씨는 “선고가 늦어지며 내란 세력이 더 기승을 부린다. 헌재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폭력도 불사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20일 헌재 주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지지자에게 폭행당하는 일까지 벌어진 상황을 되짚은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임재성 변호사도 헌재를 향해 “사회와 미래를 바라봐 달라. 내란죄 피고인이 다시 대통령 자리로 돌아온다면 언제든 계엄이 선포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외국인이 주식을 가지고 있을까, 통장에 적힌 우리 계좌가 언제든 인출될 거라고 믿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혼란 중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파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전날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법원과 검찰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남 창원에서 온 김아무개(36)씨는 “검찰이 영장심사에도 참여를 안 했다고 들었다. 내란수사도, 명태균 수사도 검찰 앞에서 멈춘다”며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김성훈 차장을 구속할 생각이 전혀 없다. 즉시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을 구속 취소했던 때와 판박이”라며 “내란 세력과 검찰이 한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탄핵 선고 지연에 따른 불안과 긴장 앞에 그나마 시민들을 위로하는 건 탄핵 광장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의 존재였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쪽방촌 공공주택 지구 지정 촉구,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 통과, 장애인 탈시설 권리보장, 이집트 난민 인정 소송, 재생에너지 확대 입법 등 빈민, 이주민, 장애인, 돌봄, 생태 등 다양한 시민과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서명운동 부스가 수십 개 차려졌다. 집회에 참여하러 나온 솔라스(닉네임·29)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고 나면 장애인, 성소수자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파면 이후에도 사회대개혁을 향한 힘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파면 결정을 촉구하며 그간 광화문 농성장을 중심으로 단식 농성, 삼보일배, 일인시위 등을 이어왔던 시민사회는 내주 헌재를 향한 파면 촉구 운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남태령에서 시민 연대의 장면을 만들었던 농민들은 25일 다시 한 번 ‘트랙터 상경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26일에는 한국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27일에는 ‘윤석열 즉각 파면 민주주의 수호 전국 시민 총파업’이 이뤄진다.

 

김민문정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이제 거점을 지키고 버티는 투쟁을 넘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네에서 거리에서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주권자 시민의 절실한 열망을 모아내는 전면적 투쟁이 필요하다”며 “인권과 평화, 민주주의와 평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외쳤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주말 광화문~안국역 집회에 100만 명 운집

"이번 주말 집회가 마지막되길…봄은 온다"

"김성훈 처장 구속영장 기각은 법비의 난"
"뻔뻔한 최상목 탄핵 당연…끝까지 싸울 것"

"25일 전봉준 트랙터, 27일 민노총 총파업"
"시민은 언제나 승리했어…다시 반복할 것"

 

당초 이번 주 예상됐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몰려나왔다. 100만 여 명의 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일조차 지정하지 않은 데 대해 불안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쳤다. 또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 즉시 항고를 포기하고,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등 내란 공범들의 영장실질심사에 검사를 출석시키지 않아 구속영장이 기각된 책임을 물어 "심우정 검찰총장 즉각 탄핵"을 외쳤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132차 촛불문화제. 2025.3.22. 사진 이호 작가

 

132차 촛불문화제 "참을 만큼 참았다"

 

22일 오후 서울 도심 집회는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촛불행동이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132차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를 열면서 본격적인 막이 열렸다. 주최 쪽 추산 8만 명의 시민들은 집회에 참가해 "헌재는 지금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참을 만큼 참았다 윤석열을 당장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대열은 안국역 앞에서 경복궁 동십자각까지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졌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여는 발언에서 "헌재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들끓는 분노로 바뀌고 있다"며 "윤석열을 탈옥시키고 김성훈 차장, 이광우 본부장도 풀어준 법원과 검찰에 대한 분노는 윤석열 파면 결정을 지연시키는 헌재로도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이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는 게 아니라 헌재가 윤석열을 파면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며 "헌재가 우리 국민들의 파면 명령을 거역하는 순간 그것은 보다 거대한 항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에 엄중하게 경고한다"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연단에 올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호소한다. 지체하지 말라"면서 "더 이상 시간끌기는 주권자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는 오로지 헌법정신과 주권자 국민의 뜻에 따라 내란 현행범 윤석열을 즉시 파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마지막 주말 집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헌재 주문이 낭독되는 날, 대한민국의 봄날은 비로소 올 것이다. 아무리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해도, 매서운 동장군이 봄의 길목을 막아서도 봄이 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132차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22. 사진 이호 작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내란의 종식에 그치는 게 아니다. 더 나은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더 이상 내란을 꿈도 못꾸는 사회, 평범한 국민 대중이 평화롭고 온전히 내일을 자식들과 이웃들과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매우 정상적인 사회를 우리가 만들어야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이상 헌재 호소하지 않겠다. 국민의 명령이다"라며 "즉각 파면해"라고 외쳤다. 그는 거듭 헌재와 재판관들을 향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과 독립적으로 심판하라"고 했다.

 

부천이음교회 김종환 담임목사는 "윤석열을 대통령에서 파면하는 헌재 선고가 그렇게 오래 고민할 사항인가"라며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실을 놓고 초등생에게 물어봐도 아는 것 아니겠는가. 왜 헌재 재판관들은 이렇게 질질 선고를 끌고 있느냐"고 했다. 김 목사는 "재판관들이란 자들이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댄 불의하고 악한 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니겠는가"며 "헌재 재판관에게 오늘 이 자리에서 요구한다. 내란범들의 심기를 살피는 게 아니라, 헌법을 파괴한 내란범들을 단죄하라고 명령하는 국민들의 속 터지는 마음을 헤아리라"고 외쳤다.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영화 <초혼, 다시 부르는 노래>의 조정래 감독과 출연진들은 무대에 올라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을 불렀다. 전남 여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 레이크로스는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92년 장마, 종로에서'와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불렀다. 배우 정도훈 씨는 '안동역에서'를 개사한 '안국역에서'를 불렀다. 그 밖에 밴드 집시유랑단, 가수 성국 등의 공연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촛불문화제 뒤 범시민대행진 등에 합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22. 연합

 

야5당 "윤석열 파면이 민생과 국정 안정"

 

안국역에서 이어져 내려와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는 오후 4시부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이 주최한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범국민대회에는 최근 테러 예고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안전상의 이유로 이 대표의 불참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윤석열 파면이 점점 늦어지는 상황에서 직접 야당과 시민들의 투쟁을 응원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집회에만 참석하고 연단에 오르지는 않았다.

 

지난 18일부터 단식을 하고 있는 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무대에 올라 "오늘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이것이 마지막 집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치고 있다"며 "헌재가 고민할 일이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고민의 시간이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라고 했다. 권 의원은 "12·3 내란수괴가 비상계엄을 발표했을 때 그 포고령, 헌재의 10번에 거친 심리과정, 내란 동조세력의 수사에서 밝혀진 여러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 무엇을 더 고민하고 숙고해야 하는가"라며 "헌재는 단 한 시간 한순간이라도 더 빨리 윤석열을 파면시키는 것만이 민생이고 국정 안정"이라고 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헌재는 왜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가. 국민의 목소리를 왜 외면하는가. 그 물음과 분노는 정당하다"며 "국민의 권리와 자유,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지금 헌재마저 침묵한다면 누가 이 나라의 정의를 지키는가.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즉각 결정내리라"고 했다. 아울러 김 대행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뻔뻔함의 극치"라며 "헌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런 사람을 탄핵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한줌의 도적같은 내란세력과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22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앞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이 연설을 하고 있따 .2025.3.22. 조국혁신당 제공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윤석열이 돌아온다면 헌재가 윤석열에게 '계엄 자유 이용권'을 주는 것"이라며 "시시때때로 계엄 선포하고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것이다. 윤석열·김건희 수사와 재판은 중단되고 헌재와 주요 요직이 극우 세력으로 채워질 것이고, 전쟁도 불사하고 박정희·전두환 독재시대로 회귀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헌법은 87년에 멈춰있다. 38년 멈춰있는 동안 윤석열, 최상목, 지귀연, 심우정 같은 제2의 제3의 윤석열이 독버섯처럼 자라났고 극우 세력들은 곰팡이처럼 기생했다"며 "파면 이후 세상은 더 이상 윤석열 같은 자가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계엄은 불가능하고 내란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이든 헌법이든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우리 뜻 이루도록,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우리가 반드시 그뜻을 이룰 수 있도록"이라며,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 <영웅>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수록곡 '영웅'의 일부를 불러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힘을 모으고 마음을 모으고 함께 행동하면 (윤석열 파면을) 능히 이뤄내지 않겠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어제 김성훈과 이광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어처구니가 없다. 심지어 검사는 영장실질심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애초부터 검찰은 김성훈을 구속할 생각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즉시 항고도 하지 않고 윤석열 구속취소하던 모습과 판박이다. 내란 세력과 검찰이 한몸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회가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한 지 99일째다. 헌재가 탄핵심판 변론을 종결한 지 26일째"라며 "내란수괴 윤석열을 아직도 파면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해야할 일을 미루지 않고 당장해야 한다"며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끝으로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정계선 등 헌법재판관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당장 25일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을 선고해달라" "참을 만큼 참았다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범시민대행진에 참가 중인 시민들의 모습. 2025.3.22. 사진 이호 작가

 

범시민대행진 "우리가 반드시 승리"

 

야5당 범국민대회에 이어 같은 자리에서 오후 5시부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이 이어졌다. 주최 쪽 추산 100만 명이 참가했다. 지난주와 비슷한 수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형형색색의 깃발과 응원봉, 종이팻말 등이 끝도 없이 늘어졌다. 시민들은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파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석운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14일 동안의 단식 끝에 전날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날 외출 허가를 받아 집회에 나오는 투지를 보였다. 박 공동의장은 여는 발언에서 "사상 최악의 '법비(法匪·법을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무리)의 난'이 현재 진행형"이라며 "법원과 검찰이 장군멍군하면서 윤석열을 법률상 탈옥시킨 것이라든지, 또 검찰이 경호처차장을 구속영장청구를 세 번이나 반려한 뒤, 막상 구속영장 실질심사 석상에는 검사가 아예 출석도 하지 않고 그걸 받아서 법원에서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는 실로 얼토당토않은 구실을 잡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 결과 윤석열 내란의 결정적 증거인 대통령실 비화폰에 대한 증거인멸 기회가 열렸다.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박 의장은 "헌재도 이상한 짓거리를 계속한다. 애시당초 윤석열 탄핵이 중요하므로 우선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실제로 탄핵소추된 지 100일, 변론 종결하고 37일이 지나도록 선고기일조차 잡지않고 있다"며 "대신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는 월요일에 잡았다. 거꾸로 되어도 한참 거꾸로 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윤석열이 주범이고 한덕수는 종범 아니냐"면서 "주범에 대한 심판은 제쳐놓고 대신 종범에 대한 심판부터 하는 것이 웃기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엄중한 상황"이라며 "다음 주부터는 투쟁수위를 더욱 높여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거점인 광화문 투쟁을 더욱 확대 강화 시켜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거듭 요청했다.

 

22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에서 다양한 단체 깃발들이 바람이 펄럭이고 있다. 2025.3.22. 연합

 

시민사회 원로 발언에 청년 학생도 힘을 보탰다. 대학생 성예림 씨는 "80년 5월 광주는 너무나 당연한 민주화 현장이지만, 당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투쟁이 있었겠는가"라며 "윤석열 탄핵도 마찬가지다. 미래세대가 당연하게 여길 때까지 투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 씨는 "내란 세력이 기승부리고 있다. 헌재가 가루가 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폭력을 불사한다"며 "우리는 느리더라도 열 사람이 마음을 모아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다. 진짜 힘은 폭력이 아니라 연대에서 나온다.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광장을 지켜내자"고 외쳤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임재성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좌고우면하는 헌재에 주권자 시민들이 요구해야 한다. 제발 나라 걱정 좀 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왜 헌재가 무책임한 침묵을 이어가는가. 부디 나라 걱정해달라. 지엽적인 법리에 코를 박고 들여다보지 말고 우리 사회와 미래를 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원은 8대0(만장일치 파면)"이라고 외쳤다. 시민들도 "8대0"을 연호했다.

 

시민들의 분노 표출도 이어졌다. 신혼부부라는 지우 씨는 "쿠데타를 일으킨 악랄한 자는 국민을 죽이고 나라 죽이려는 게 다가 아니었다. 과거로 돌리려고 했다. 독재와 왕정과 지배의 세상으로 돌리려 했다"며 "이 과거 회귀를 막았더니 이번엔 헌재가 왜 아직도 오늘에 머물러 있는가. 어서 종지부 찍고 내일로 보내달라는데 헌재 재판관은 오늘에서 나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열불이 터진다"고 했다. 그는 "헌재는 하루빨리 국민요구에 응답해 선고일 발표하라,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소리쳤다.

 

직장인 박승하 씨는 "사실 빡쳐서('화나서'를 속되게 이르는 말) 무대에 올라왔다"며 "12·3 내란이 일어난 때가 겨울 초입인데 이제 눈 다 녹고 조금 있으면 벚꽃이 피고 천지가 변한다. 그날 국회에 온 고등학생이 대학에서 동아리 가입하고 엠티(MT) 가는데, 막내딸이 어린이집 2학년 됐는데, 왜 윤석열은 아직도 대통령이냐, 지금 장난하냐"고 외쳤다. 박 씨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며 "헌재는 장난질 그만하고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했다. "그리고 최상목이 니는 참말로 뭐가 되나?"라며 "주제를 알고 당장 내려와라"고 외쳤다.

 

 22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 2025.3.22. 연합

 

정치권 인사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곡기를 끊고 풍찬노숙하는데, 내란수괴는 따뜻한 안방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어처구니 현실이 견딜 수가 없다"며 "헌법을 파괴한 자, 헌법으로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고,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당 대표)은 "파면이 한 시간 늦어지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하루 후퇴하고, 헌재 심판이 하루 늦춰지면 민주주의가 1년 후퇴한다"며 "돌아온 월요일 윤석열 선고기일을 즉시 발표하라"고 했다.

 

14일 동안 단식을 했던 김민문정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본집회 끝에 무대에 올라 "절대 무너질 거 같지 않던 유신독재를, 그 강고할 거 같은 전두환 군부독재를,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의 힘으로 무너뜨렸다. 박근혜 탄핵의 험난한 고비를 광화문 광장 시민들의 힘으로 넘어섰다"면서 "시간이 지체됐을 뿐 언제나 우리는 승리했다. 반드시 승리했다"고 했다. 그는 "이 역사의 진리를 다시 한번 똑똑히 보여주자" "헌재가 헌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를 멈출 수 없다면 우리 주권자 시민들이 멈춰세우자"고 외쳤다.

 

공동의장단의 14일 동안 단식 뒤, '바통'을 이어받은 2차 단식단은 선언문을 통해 " 3차 긴급집중행동 선포하면서, (이전) 보다 전면적인 투쟁에 들어가기 위해 공동의장단은 단식을 중단했다"며 "이제는 거점을 지키고 확대하는 동시에 주권자 시민을 직접 만나기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들어가려한다. 더 큰 투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했다. 특히 오는 25일 전봉준 트랙터단이 다시 상경하고, 26일 대학생과 시민사회가, 27일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포하고 광장으로 모인다.

 

22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16차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행진하고 있다. 2025.3.22. 연합

 

2차 단식단은 "광화문 앞이 윤석열 파면 목소리로 가득 울려 퍼지도록 공동대표를 포함한 2차 단식단이 이어받겠다"며 "노동자는 일터에서, 농민은 들판에서, 학생은 학교에서 각계각층 시민이 함께 일터를 멈추고 여기 광화문 광장에 모여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자. 마침내 그 힘으로 내란수괴 윤석열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거듭 "헌재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외쳤다.

 

이날 범시민대행진에서는 시민 자유 발언들 사이에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소리꾼 오단해, 밴드 코토바, 민중가수연합 등이 노래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투쟁 열기를 끌어올렸다.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종로와 안국역을 거쳐 동십자각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을 행진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