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의 이재명 대통령 첫 내외신 기자회견 평가

권위주의, 위계질서 없애고, 질문 기자 추첨제 도입
“회견 내내 윤 전 대통령 이름 한 번도 언급 않았다”

 

7월 3일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 소식을 전하는 영국 일간지 의 온라인 기사. '새로운 스타일, 트럼프 관세 문제, 윤석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를 핵심적인 특징으로 꼽았다. 

 

새로운 스타일, 관세, 그리고 윤(석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일, 이 3가지를 이재명 대통령의 2시간에 걸친 이날의 첫 대형 기자회견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핵심 사안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통치 시도가 실패한 뒤 치러진 대통령선거 승리 한 달만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권위주의적인 위엄을 배제하는 등 윤 전 대통령 선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라파엘 라시드 <가디언> 특파원은 아마도 바로 그 점을 가장 인상깊은 변화로 받아들인 듯했다. “이번 행사의 모든 것은 윤석열 전 정권의 방어적이고 고립된 스타일에서 벗어나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였다”고 그는 썼다.

 

라파엘 라시드 특파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 발언내용을 1.다른 유형의 리더십, 2.계엄령 혼란 뒤의 다리 놓기, 3.트럼프와의 관세 협상 난관, 4.북한에 대한 외교와 억제, 5.근무일 단축 등 5가지 요점으로 정리했다. 이를 차례대로 정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2025.7.3. 연합

 

1. 다른 유형의 리더십

 

윤 전 대통령이 중무장한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언론의 출입을 피했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은 청와대를 개보수한 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들과 불과 1.5미터 거리에 앉았으며, 높은 단상과 장중한 장식 등 공개석상에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전임 대통령의 스타일을 제거했다.

 

질문 시간에는 기자들의 이름을 추첨으로 뽑아 소규모 지역 언론사도 대형 매체들 못지않게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그의 답변은 몇 분 동안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개인적인 일화와 웃음이 곁들여졌다.

 

기자들은 이러한 형식이 위엄이나 힘의 위계질서를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았다.

 

2. 계엄령 혼란 뒤의 다리 놓기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의 불운한 계엄령 시도 뒤 대통령에 취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라고 부른 사태를 촉발했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이 대통령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견 내내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치의 특징인 양극화를 지속하지 말고 경제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초당파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쌍방의 불신이 너무 깊어, 야당과의 비공식 회동 때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은 얘기도 비밀리에 녹음해 뒀다가 공격에 악용하는 등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자신의 당이 대통령직과 국회를 모두 압도적 다수로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권력감시)이 취약하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에 이 대통령은 그런 정치적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바로 국민의 선택"이라고 했다. 대선이나 총선 결과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투표로 심판하고 선택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3.  연합

 

3. ‘매우 어려운’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 난관

 

미국의 상호관세 발동 유예가 7월 9일 만료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혔다. "관세 협상은 매우 어렵다. 그것은 분명하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상호 이익이 되고 진정으로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양쪽 모두 원하는 대로 명확하게 해결해 내진 못했다."

 

그는 "8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해 미국에 347억 달러(약 47조 2960억 원) 상당의 차량을 수출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25%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가장 큰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철강은 이미 50% 관세에 직면해 있다. 수익성이 높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또한 취약하다.

 

4. 북한에 대한 외교와 억제

 

부부 갈등을 담당했던 변호사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남북관계를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불화하는 부부에 비유했다. 그의 해결책은? "나는 그들에게 역할을 바꿔 보라고 권하곤 했다. 보통 그렇게 해 본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오해는 오해를 낳고, 갈등은 갈등을 낳고, 불신은 불신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낳는다. 그래서 원래는 사소한 차이였던 것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전쟁 중에도 외교는 계속된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대화를 완전히 끊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강력한 국방력 유지를 강조하면서, 한미동맹 틀 안에서 지속적으로 군 현대화를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을 때 북한이 신속하게 대응한 일에 대해 언급하며 "평화의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을 언급했지만, 압박을 받았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5. 근무일 단축

 

한국의 주 4.5일 근무제 도입 계획을 논의하면서, 그는 극심한 가난 속에 공장에서 일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처음에 우리는 한 달 내내 전혀 쉬지 못했다.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그 다음엔 두 번,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쉬게 해 주었다." 이런 변화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런 계획들이 언제 현실적으로 실행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 한승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