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위해 요한계시록과 함께했던 시간이 참 좋았다. 그동안 계시록을 많이 읽었고, 2009년에는 30여 차례에 걸쳐 강해 설교도 했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깨닫지 못한 것을 경험했다. 무엇보다 계시록을 읽는 관점을 새롭게 가진 것이다. 이전에는 계시록 하면 종말에 일어날 일, 특히 하나님의 심판에 초점을 두었었는데, 이번에는 종말에 드러나는 교회의 모습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요한계시록은 단순히 종말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종말론적 교회론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 때에 교회가 대환란을 거쳐 정결한 신부의 모습으로 다시 오실 예수를 맞이하는 내용이다. 계시록의 시작은 소아시아 교회를 향한 메시지이다(계2-3장). 주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핍박 받는 성도들이 끝까지 인내하며 신앙을 지켜야 한다는 권면의 메시지고, 다른 하나는 첫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진정한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다. 그리고, 계시록 사이사이에 승리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14만 4천의 상징적 성도들이 보좌에 앉으신 이와 그 옆에 서 계신 일찍이 죽임을 당한 어린양께 찬송과 경배를 드리는 장면이 나온다(계 7, 14, 19장). 교회는 이미 승리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려야 하는가? 계시록에 기록된 내용은 앞으로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교회는 필히 승리한다. 이것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성도는 끝까지 인내하며 신앙을 지켜야 한다. 성도가 지녀야 할 품위를 잊지 말고 올바로 살아갈 것, 특히 ‘바벨론’의 세력에 무릎을 꿇지 않고, 성도로서의 올바른 삶을 살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로마에 있는 카타콤을 보면 놀랍다. 계시록의 가르침을 따라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지하 도시를 이룬 것이다! 때론 죽음을 선택하면서까지 믿음을 지켰다. 우리 민족의 교회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수많은 시련속에서도 믿음을 지켰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강요하던 신사참배를 거부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그때 순교의 피를 흘렸던 신앙의 선배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맘몬 앞에 무릎을 꿇은 한국교회가 된 것이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세습의 문제는 맘몬과 직결되어 있다. 재정이 열약한 시골 교회의 세습은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평생 지킨 어려운 시골 교회를 아들이 지킨다면 누가 뭐라 말하겠는가? 문제는 막대한 재정과 시설이다. 이런 것이 어느새 맘몬이 되면 그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다.

교회 뿐만 아니라 성도의 개인적 삶에서도 맘몬의 세력을 조심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나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화폐를 조심하자. 이 세상에 어떤 돈벌이라 해도, ‘착한’ 노동 없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결국 제로섬 게임에 속한 것이다. 누군가가 큰 돈을 벌면, 누군가는 큰 돈을 잃어야 하는 게임이다. 정당한 노동 없이 벌어들이는 돈은 결국 도박과 같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런 것 앞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 요한계시록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끝까지 인내하며 믿음을 지키라는 것이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

< 송민호 목사 - 토론토 영락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