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강 이스라엘 어쩌다 속수무책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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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가자지구를 분리하는 장벽이 파괴되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7일 이스라엘 쪽으로 건너와 이스라엘 탱크를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7일(현지시각) 새벽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영내로 진입해 최소 22곳의 마을을 습격해 이스라엘인 700명 이상을 숨지게 하며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하마스에 대한 막강한 정보력과 만반의 대비 태세를 자랑하던 이스라엘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왜 그랬을까.

로이터 통신은 8일 하마스가 이번 공격에 앞서 오랫동안 신중한 기만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의 경계 태세를 해제하고, 행글라이더·불도저·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대담한 대규모 침투 전술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번 공격을 위해 무려 2년에 걸친 은밀한 군사 계획을 세웠다.

이스라엘은 2021년 5월 하마스와 대규모 무력 충돌을 벌인 뒤,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이나 서안지구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했다.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에서 일하면 평소보다 10배 이상의 급료를 받을 수 있다. 하마스와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해 ‘당근’을 제공한 것이다.

하마스는 이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이후 지난 2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작전을 삼갔다. 상황을 모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파타 그룹은 2022년 6월 성명에서 하마스 지도자들이 아랍 국가의 수도로 도망가서 “호화로운 호텔과 빌라”에서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의 한 소식통은 그사이 자신들은 ‘무장대원들을 훈련시켰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 모의 이스라엘 정착촌을 만들어 급습 훈련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런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음에도,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본격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작전에 대해선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하마스 내 지도급 인사 대부분도 이번 공격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공격을 위해 훈련받은 1000여명의 무장대원들도 당일까지 이번 작전의 정확한 목적을 알지 못했다.

 

‘알아크사 홍수’라는 작전명이 붙은 침투 작전은 전례 없는 대규모로 이뤄졌다. 작전은 4단계로 구성됐다. 7일 오전 6시30분 가자지구에서 최소 2500발 이상(하마스는 5000발, 이스라엘은 2500발이라고 주장)의 로켓포가 발사됐다.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돔’의 요격률은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한대의 아이언돔 장비엔 요격 미사일이 20발씩만 탑재되어 있다. 20발을 모두 쏜 뒤에는 새로 미사일을 장착해야 한다. 하마스가 ‘물량’으로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어낸 셈이다.

오전 7시40분께부터 일부 대원들이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해 장벽을 넘었다. 이들이 이스라엘 영내로 들어가 교두보를 확보하고 장벽의 전자보안시설들을 파괴했다. 이스라엘의 증원 병력을 요구하는 경계 시설들을 무력화한 것이다. 소규모의 은밀한 침투를 막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 이스라엘의 국경 장벽 등은 무력함을 노출했다.

세번째로 무장대원들이 가자지구 안쪽에서 폭발물로 장벽에 틈을 낸 뒤 불도저를 동원해 길을 냈다. 길이 열리자 무장대원들은 트럭과 오토바이를 타고 이스라엘 영내로 신속히 침투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남부의 여러 지역을 급습해 통신시설을 부수고 병력 동원을 지체시켰다. 마지막으로 신속히 1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 복귀했다.

공격이 이뤄진 7일은 유대교의 명절인 초막절 뒤 안식월이었다. 남부의 여러 키부츠(집단농장)에선 대형 댄스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반격을 위한 보복 폭격을 시작한 것은 첫 공격 이후 2시간이 더 지난 오전 9시45분께였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최근 치안이 불안해진 서안지구로 대거 병력을 이동시킨 상황이었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총리실 안보보좌관은 에이피(AP) 통신에 “하마스는 이를 이용했다”며 “정보 체계 및 남부 지역 군 조직의 거대한 실패”라고 평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