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권력’ 단두대 섰다

● Hot 뉴스 2012. 7. 8. 15:23 Posted by SisaHan

▶대검 현관 앞 포토라인에 선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MB측근 중 19번째, 청와대 향해 “가슴 아프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 집권 초부터 ‘영일대군’ ‘상왕’으로 불리며 MB정권의 최고 실세였던 이상득(77)전 새누리당 의원이 3일 대검찰청에 출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그룹 중 19번째로 검찰 칼날 앞에 불려와 MB정권 몰락의 최대 상징이 된 이 전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 “가슴이 아프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날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저축은행과 기업체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이 전 의원은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짙은 회색 양복에 넥타이를 맨 이 전 의원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가슴이 아프다.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받은 돈을 대선자금으로 썼냐’는 질문엔 “(검찰에) 가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 친형으로서 청와대에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가슴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복한 뒤 변호인과 함께 대검 청사 11층 중앙수사부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의원이 조사를 받은 중수부 조사실은 이 전 의원의 오랜 친구인 최시중(75: 구속기소) 전 방송통신위원장, 자신의 보좌관 출신으로 ‘MB맨’이 된 박영준(52: 구속기소)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장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상대로 임석(50: 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장과 김찬경(56: 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받은 5억여원,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받은 1억5000만원의 성격을 집중 추궁, 16시간에 걸친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대검찰청 앞엔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나와 “이상득을 구속하라” “이명박은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함께 구호를 외치던 60대 여성은 흥분에 못이겨 실신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대검찰청 로비 앞에서 100여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나와 취재경쟁을 벌였다.



도덕성 완벽하게 무너진 MB정권
정권 내내 측근 비리… ‘형님’ 19명째 범법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임기 말에 접어든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2002년 ‘대선자금’ 사례와 견주며 노무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대선 무렵에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은 이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측근·친인척 비리는 정권 초부터 터져나왔다. 첫 테이프는 이 대통령의 사촌 처형 김옥희(78)씨가 끊었다. 김씨는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2~3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을 챙겨 2008년 8월 구속됐다.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불거진 친인척 비리였다. 그 후의 비리적발 정황에 비춰보면 ‘이번 정권은 돈을 안 받은 선거를 통해 탄생했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 측근 비리는 반복돼왔지만 이명박 정권의 비리는 일찌감치 터져나왔다는 특징이 있다. 이미 기소된 주요 측근·친인척만 18명에 이른다. 이상득 전 의원은 19번째로, 기나긴 측근·친인척 비리 행렬의 정점을 찍은 셈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정권이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을 장악했기 때문에 걸려도 청탁을 넣으면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자만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한’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측근 비리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 내곡동 사저 사건이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른 검찰 간부는 “<삼국지>에 보면 부하들이 모두 자신을 닮은 주군을 모시지 않았느냐”며 “일만 잘하면 도덕적 흠결은 문제없다는 이 대통령 탓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