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대통령궁에서 가리모프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대통령 6.4민심과 거꾸로가는 국정운영
‘문창극 파문’등 측근·강경보수 임명 강행

박근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에 대한 ‘자원 외교’를 위해 출국한 16일은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두달째 되는 날이었다. 순방을 앞둔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무겁고 어수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익을 위한 순방이라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이 끝나지 않아 여론이 좋지 않은 것 같다. 인사 문제도 툭 던져놓고 떠나는 게, 오만하게 비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문창극 파문’으로 걱정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 두달간 박 대통령이 한 일을 돌아보면 초라하기만 하다. 사고 수습 및 대책 마련,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 등 무엇하나 뚜렷하게 진행된 게 없다. ‘국가개조’라는 1970년대식 구호만 요란할 뿐, ‘독선’과 ‘불통’이 오히려 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최근 잇따른 박 대통령의 인사다. 박 대통령은 참사 발생 한달 남짓인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하나로 단합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최근 ‘인적 쇄신’이라며 내놓은 인선안을 보면, 사회통합이나 국민적 단합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화합을 깨뜨리는 ‘측근’과 ‘강경 보수’ 인사들로 전진배치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사퇴를 촉구하는 인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고 있고, 교육감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과는 정반대의 수구적 인사들을 교육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에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부실한 인사검증과 그간의 국정기조 잘못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끝까지 유임시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반면 세월호 참사 수습 및 원인 규명 등에 대한 진척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는 제자리걸음이고, 정부의 무능과 책임회피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 문제 역시 오리무중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 안팎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두달 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한 일이라는 게 ‘떠넘기기’와 ‘시선 돌리기’뿐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금껏 도피 중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검거 문제를 네번씩이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언급해, 검경은 물론 군까지 나서게 하는 등 ‘이슈 몰이’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구조 과정에서 제기된 정부 기관들의 무능과 미숙한 대처에 대한 책임 문제는 사그라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사회 개혁을 명분으로 한 ‘인적 쇄신’ 문제 역시, 극보수 인사들의 발탁을 통해 국정기조 변화의 계기가 아닌 ‘이념 대결’과 ‘여야 대결’ 문제로 치환해버렸다. 불리한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주류 보수세력들이 흔히 써온 전략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덮었던 것과 유사하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공안검사 출신들을 잇따라 중용하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추진, 촛불집회 엄중 단속 등을 통해 비판 세력과 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엔 ‘갈등 중재’의 시금석으로 꼽히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와 관련해, 건설 예정지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서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진 게 없다. 관료한테 ‘끼리끼리’ 하지 말라면서, 인사는 ‘끼리끼리’ 했다. 청와대에 국민들의 화를 키우지 말고 실수는 과감하게 인정하고 수정하는 게 박수 받는 길이라고 수없이 이야기해도 안 바뀐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 석진환 조혜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