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에 이병기

 

27일 임명된 이병기(68·서울) 청와대 비서실장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2인자’ ‘왕실장’이던 김기춘 실장의 후임이라는 점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전임자가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불통’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키웠다는 혹평을 받은 만큼, 이 실장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외무고시를 거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입문했고, 안기부 2차장과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 특보를 지냈다.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캠프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도 당시 박근혜 후보 외교·안보 분야 참모들의 ‘좌장’ 구실을 했다. 2004년 박 대통령이 ‘차떼기당’ 오명을 쓴 한나라당 대표를 맡아 17대 총선을 치를 당시 ‘천막 당사’ 아이디어를 낸 것도 그였다고 한다. 외교관과 청와대 비서관, 국가정보원 등을 두루 거친 경험에 더해 정치적 성향도 편향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아 야당이나 언론과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때 외교·안보분야 좌장 역할

원만한 성격…‘천막당사’ 아이디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전달로 곤욕

 

새로 임명된 김성우 홍보수석
사회문화특보 한달만에 자리 바꿔

 

지난해 국정원장 청문회 때 그를 잘 아는 야권의 중진 의원이 소속 당 의원들에게 “저쪽에서 고를 수 있는 인물 중에서 최선의 인물”이라고 설득하고 다닌 일이 회자되기도 했다. 그 역시 국정원장에 임명된 뒤에는 지인들이나 알고 지내던 언론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핸드폰 번호 안 바꿨다. 국정원이 잘못하는 것 있으면 기탄없이 전화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실장은 이날 임명 뒤 밝힌 소감에서도 “대통령과 국민들께서 저에게 기대하시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는 것을 저는 잘 인식하고 있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의 가교가 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와도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특보로서 불법 대선자금 5억원을 이인제 의원 쪽에 전달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원장 청문회 때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당시 청문회에서 “송구스럽고 뼈아픈 마음으로 살고 있다. 백번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선 외교관 출신이면서도 ‘비서’와 ‘참모’를 오랫동안 해온 그의 경력 때문에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거나 직언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이 실장과 함께 임명된 신임 김성우(56·경북 예천) 홍보수석비서관은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30년 동안 정치부 기자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에스비에스(SBS) 기획본부장을 지내던 지난달 23일 박 대통령의 사회문화특보로 발탁됐다가 한달 만에 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언론계의 신망이 높고 기획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분”이라며 “앞으로 청와대와 국민들 간의 소통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5공화국과 6공화국 시절인 1983~1989년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지낸 김성익씨가 친형이어서, 형제가 모두 대통령의 홍보를 맡게 됐다.
<석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