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이 ‘국제 행복의 날’(3월20일)에 맞춰 세계 143개국을 상대로 행복감 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가 118위를 기록했다. 중국·일본은 물론이고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가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보다 순위가 94위에서 24계단이나 떨어졌다. 놀랍고 부끄럽고 한번 더 생각하면 참담하기 짝이 없는 결과다.


설문 내용을 살펴보면, ‘그런 결과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조사 전날 많이 웃었는지, 피로는 잘 풀었는지, 온종일 존중받으며 지냈는지, 하루의 상당 부분을 즐거운 감정 상태로 보냈는지, 뭔가 흥미로운 것을 하거나 익혔는지를 물었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며 이 물음에 자신있게 ‘네’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많이 웃기보다는 표정 없이 긴장하여 지내고, 존중받기보다는 무시당하고, 피로를 풀기보다는 피로가 거듭 쌓인 채로 허덕거리며 지내는 것이 이 시대 많은 사람의 일상이 아니겠는가. 손학규 전 민주당 의원이 ‘저녁이 있는 삶’을 구호로 내걸어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런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병증에 대해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우리는 극히 성과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보다는 물질로 치환되는 성과를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또한 우리는 극단적으로 경쟁 지향적인 문화에서 살고 있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잠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피로사회’이기도 하다. 수평적인 대화 문화도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권위적이며 위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가 많은 조직을 지배하고 있다. 우울증 환자가 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가 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불균형 성장과 억압적 질서 속에서 우리 생활문화의 결 자체가 깊이 뒤틀려 있음을 이번 조사 결과가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몸에 병이 나면 우선 쉬어야 한다. 쉬면서 어디에 고장이 난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병이 몸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국민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에 그친 것은 심각한 신호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달려온 것과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더 이상 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로 인식하는 게 늘 해결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