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자 칼럼] Pan-Am and Pyung Chang

● 칼럼 2015. 7. 17. 18:52 Posted by SisaHan

지금 토론토는 Pan-Am 경기의 열기로 가득하다. 하지만 사실 나는 별 관심이 없다. 북미와 중남미의 올림픽 같은 대규모의 행사지만 한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외면할 수가 없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이민도시여서 그런지, 주말이면 버스나 지하철에서 중남미의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또는 가족단위로 몰려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캐나다의 국기가 새겨진 옷이나, 아예 빨간 단풍잎이 그려진 대형 캐나다 기를 망또처럼 걸치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개막일 날 마침 나는 시청에 갈 일이 있었다. 시청앞 광장에는 나름대로 시청 앞에서 하는 개막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른 금요일 오후였는데, 남미에서 온 관광객임직한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무대에서 추는 춤을 구경했다. 리허설 임에도 불구하고, 춤이 간단하면서도 구경하는 사람들을 따라 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무관심한 탓이기도 했지만 언제 준비들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평창이 생각났다.


이제 곧 동계 올림픽을 하게 될텐 데, 제대로 준비가 되고 있는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번에 있었던 인천 아시안게임이 엄청난 적자를 남겼고,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용없는 전시성 행사였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어찌보면 지금의 한국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그 중 두가지만 말하자면, 문학경기장이라는 월드컵 축구장을 놔두고, 새로 주경기장을 지었다는 점이다. 정말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표가 매진 된 경기인데 막상 가보면 자리가 비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원회에서 돌린 공짜표가 오지 않은 것이다. 비싼 돈을 주고 샀다면, 정말 경기가 보고싶어 샀다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것은 정말로 게임을 보고 싶어도 못본 사람에 대한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평창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요즘 같이 전산망이 발달된 시대에 표를 가지고도 못오는 사람은 전화를 걸면, 그 표를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Pan-Am의 준비 과정을 보며 평창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토론토는 새로 지은 시설이 별로 없고, 거의가 있는 시설들을 개보수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토론토 시내에 있는 3개의 대학(토론토, 욕, 라이어슨)의 시설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고 우습게 보지못하는 것이 욕 대학의 테니스장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며, 라이어슨 대학의 실내 경기장은 그 유명한 토론토 메이플 리프 가든을 개보수한 것이다. 선수촌마저 시내 중심지와 가까운 호숫가에 위치해 경기가 끝나면 콘도로 변경 분양하기에 쉽게 팔릴 것이다.


IOC에서 여러 가지 사정을 우려하여 일본과 분산 개최를 권유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안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장을 서울에 있는 목동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스키경기장은 무주 스키장을 개보수하는 데는 절대 찬성한다. 그런데 이 안조차 무시되고, 원목들을 잘라내고 산을 깎아내 스키장을 짓는 일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지방이라고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스하키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그리고 경기장을 관리 보존하는데도 돈이 많이 든다. 서울의 큰 대학이라면 모를까 강원도의 한 대학으로는 팀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평창 올림픽이라고 모든 경기가 강원도에서만 있어야 하고, 그것이 강원도만의 행사여야 하는가? 한국은 비교적 작은 나라다. 많은 시설들이 끝나고 무용지물이 된다거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 경기장 일수록 관리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은 너무 늦었을까? 만약에 늦지 않았다면,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 간절하다.
Pan-Am을 보며 Pyung Chang을 생각한다.

< 박성민 - 소설가,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원 / 동포문학상 시·소설 부문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