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교육희망 네트워크’에 이어 1일에는 47개 역사 관련 학회·단체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정부는 이 준엄한 시대의 목소리를 똑바로 들어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박근혜 정부의 일탈적 사고가 야기한 또다른 국기문란 행위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현행 역사교과서를 두고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거나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 앞서 여야 대표들과 함께한 청와대 회동에서는 ‘현행 역사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부끄럽다는 것이냐’는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질문에 “전체 책을 다 읽어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언 뒤에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황당한 언사였다. 공교롭게도 국정화 결정을 하던 시점에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있던 이가 바로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 김종률씨였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국정 교과서가 ‘최순실표 역사교과서’라느니 ‘순실왕조실록’이라느니 하는 말들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제작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국사편찬위원회는 집필진 명단도 밝히지 않은 채 밀실에서 집필 작업을 진행하더니,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개발비로 초등 교과서 개발비보다 5배나 많은 돈을 배정하고 집필진 개인의 통장에 교과서 개발비를 직접 꽂아주었다. ‘혼이 없는 비정상’은 다름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대고 해야 할 말이다. 이 정부에 권고한다. 최소한의 부끄러움이라도 남아 있다면 피 같은 세금을 ‘대통령 가족용’ 교과서 집필에 쏟아붓는 짓을 당장 중단하고 흉물이 된 국정 교과서를 지금 바로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