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소망] 기다림

● 교회소식 2016. 12. 19. 21:10 Posted by SisaHan

2016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진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2016년의 시작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 것 같습니다. 빠른 것은 시간만이 아닙니다. 세상 또한 참으로 빨리 변합니다. 예전에는 강산이 10년에 한 번 바뀐다고 말했지만, 요즈음은 10년에 몇 번씩은 바뀌는 것이 예사입니다.
사실 변화의 속도가 느린 캐나다에서는 느끼기 힘들지만, 몇 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보면 세상이 이렇게도 빨리 변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요.
변하는 것, 좋습니다. 그만큼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변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져 가기 때문에 이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대표적으로 너무 빨리 변하니까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단번에 그리고 쉽게 성공하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신앙생활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응답을 차분히 기다리기보다는, 즉석 응답을 기대합니다. 몇 번 기도하다 안 되면, 대충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바람에 기도하는 것을 포기합니다. 신앙에 있어 기다림과 인내는 선택 과목이 아닌 필수 과목인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도 응답의 기쁨을 맛보기를 원한다면, 씨앗을 심어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기까지 오래 참고 기다리는 농부처럼 오래 참고 기다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식물이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는 때는 낮이 아니라 밤입니다. 어둠 속에서 성장합니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때는 햇빛이 비치는 낮이지만, 줄기가 자라고 잎이 넓어지며 봉오리가 벌어지는 세포증식을 하는 때는 밤입니다.
우리 인생에도 밝은 낮만 있지 않고 고난의 밤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둠을 지나가야 하는 기다림이 필요한 이유는 성숙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은 어두움 속에서 진행됩니다. 사람들은 조급하여 서두르지만 하나님은 결코 서두르시지 않으십니다. 정하신 때가 되면 지체하지 않으시고 분명히 이루십니다.


엘리야는 갈멜산 꼭대기에 올라가 3년 6개월 동안 비가 그친 그 땅에 비가 오기를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기도에 하나님께서 즉시로 응답하셨나요? 엘리야가 기도하자 마자 먹구름이 몰려와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나요? 아닙니다. 엘리야는 땅에 꿇어 엎드려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기도하면서 사환에게 “비의 소식이 있는지 바다 쪽을 바라보라”고 명합니다. 그런데 사환이 바다 쪽을 바라보았더니 구름 한 점 안보이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엘리야가 사환에게 명령하는 것이, “일곱 번까지 다시 가서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기도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믿음으로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믿음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합니다. 믿음은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어 줍니다. 영원한 세계를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악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공의가 시행될 그날이 분명히 올 것을 기다릴 수 있게 해줍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을 보내면서 그리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떠나 보내면서 기다림이란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 송만빈 목사 - 노스욕 한인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