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상관없이 천박하고, 재산과 상관없이 경박한 인간들이 있다. 명박과 친박들이 여기에 속할 것 같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들을 찬양하고 축복하던 자들도 있다. 북한의 김씨 왕조처럼, 교회를 세습하는 자들일수록 더 극성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행하는 야만과 기만을 북한이라는 그림자를 통해 발견한다. 경박, 천박한 인간은 자신의 숨기고 싶은 어둡고 수치스러운 면을 타인에게서 발견하면 참기 어려운 분노로 마구 비난을 쏟는다. 세습에 막말에 착취에… 기적을 행한다고 뻥치는 것까지, 데칼코마니 같다. 대부분 명박을 위해 할렐루야를 외치라고 강요하던 자들이다. 목탁 두드리며 명박을 축원하던 자들은 아예 입에 올리기도 싫어서 그저 말도 말기로 한다.
‘박’들 옆에 서서 호가호위했던 자들은 ‘다음에는 너희들 차례’라고 울분을 토하는데, 아무래도 그 전에 당신들 차례가 먼저일 것 같다. 적폐청산이 이명박근혜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누구보다 그들이 더 잘 알 거다.

어쨌건 22일 저녁에는 쥐불놀이도 하고 치킨집도 불이 났다. 방문을 환영한다는 전광판으로 구치소도 예의를 표할 정도로 감사한 인사가 들어간 모양이다. 쥐불놀이 전통 축제의 시즌에, 닭집의 매상까지 한껏 올려주며 말이다. 503호의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그렇게 쥐를 잡자고 하더니 박정희의 저주인가… 하는 헛웃음 나는 아재 개그도 머릿속에서 막 창조된다.
인정한다, 내가 지금 한껏 비아냥거리고 있다는 것을. 너무 나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렇게 하고 싶다. 반성하지 않는 자들에게 점잖은 필설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다. 루쉰 선생은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에서 물에 빠진 미친개는 몽둥이로 쳐야 한다고 말했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미친개를 구해줘야지 왜 몽둥이로 쳐야 하냐고 묻자 선생은 대답한다. 물에서 구해줘 봤자, 미친개는 은혜를 알 턱이 없기에 구해준 사람을 물어 죽일 수 있다고. 요즘 천박한 자들이 경찰을 두고 한 이야기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탁월하다.
우리가 민주주의 하자고 촛불 들었지, 단순하게 이명박근혜 구속시키자고만 촛불 든 게 아니다. 우리가 적폐청산 하자고 그 추운 겨울에 감기 걸려가며 혁명했지, 정치보복 하자고 그런 게 아니란 말이다. 정치보복은 너희들이 항상 하는 거니까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 되겠지.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거든.


촛불은 우리 자신의 반성이기도 했다. 잘살게 해주겠다는 사기에 현혹되어서 10년 동안 그들을 지지했던 우리의 경박함과 천박함에 대해서 통탄하며 성찰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돈이라는 권력을 탐하면서 사는 동안 약자들은 더 약해졌고, 힘없는 자들은 더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고 농락했다. 남성권력, 지식권력, 문화권력을 가진 나도 거기에서 아주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피해의 미투가 아니라 가해의 미투를 말한다. 그러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더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미투다.
촛불이 거대권력을 무너뜨렸다면, 미투운동은 미세권력을 전복하고 있다. 촛불이 정수리를 깼다면 미투는 작은 세포 하나하나를 바꾸고 있다. 남성 일반을 공격한다고 경박하게 발끈하지 말고, 펜스룰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이제는 남성이 약자가 됐다고 스스로 ‘약자화’하며 천박해지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부당한 권력이 무력화되는 그날까지 말이다.

< 이승욱 -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