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루 한나라당 ‘벌집’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방해할 목적으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사주한 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한 사상 초유의 선거방해 및 국가기관 컴퓨터 테러사건과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도 수사선상에 오르는 등 윗선 개입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최고위원 3명이 동반 사퇴하는 등 여권이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최고위원은 7일 동반 사퇴를 밝혔다. 한나라당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사퇴함에 따라 지난 7.4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홍준표 체제’는 사실상 붕괴수순에 들어갔다. 이들 최고위원 3인의 동반사퇴는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의 선관위 홈페이지 해킹사건 등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대형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보인다. 한나라당 당내 일각에서는 “이대로는 내년 총선은 해보나 마나 필패”라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재창당론, 선도탈당론 등 내홍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6일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주도한 공아무개(27·최구식 한나라당 의원 비서·구속)씨와 선거 전날 술자리를 함께 한 박희태 국회의장 의전비서 김아무개(31·전문계약직 라급)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최구식 의원의 비서를 지냈으며, 공씨를 최 의원실에 소개해준 인물이라고 경찰은 밝혔다. 또 이 술자리에는 김 비서 외에 한나라당 ㄱ 전 의원의 비서를 지낸 박아무개씨도 동석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출석에 앞서 지난 5일 국회의장실에 사표를 냈다. 김씨는 기자들에게 “술자리에서 디도스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자정 이후 귀가해 그 뒤 상황은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씨가 이 술자리에서 필리핀에 있던 공범 강 아무개(25·구속)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는 전화를 건 사실에 주목하고, 김씨가 공씨와 디도스 공격을 공모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당시 술자리 참석자들이 모두 ‘사업상 투자 이야기를 나눴을 뿐 디도스 공격 얘기는 나눈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선거 전날 정치권 인사 3명이 모였는데 선거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강모(25·아이티업체 대표) 등 3명의 공범은 앞서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 모씨로부터 “나경원을 도와야 한다”는 부탁을 받고 일을 벌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강씨 등은 공씨로부터 “‘나경원 선거를 도와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지 못하도록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누리집을 공격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서울시장 보선 당시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던 상황에서 출근길 투표율을 낮추려고 누군가 조직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 철저한 배후수사와 함께 국정조사와 특검수사도 거론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씨 일행은 투표일인 10월26일 오전 5시부터 11시 사이에 선관위 누리집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실제 마비는 출근시간인 오전 6시부터 두 시간 정도 이뤄졌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 “투표소 찾기, 후보자 정보, 투·개표 현황 등 각종 선거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은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범죄 당사자는 물론 행위의 목적과 배후에 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국회의원 사무실 직원이 연루된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