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조처 때 파티 개최는 “정권핵심 기준 못지켜”

존슨 총리 사퇴 요구 일축… “경찰 수사 기다릴 것”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하원에 출석해 2020년 5월15일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사임 위기로 몰아 넣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영국 정부가 정권 핵심에 있는 이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엄격한 봉쇄 조처가 취해졌을 때 파티를 개최한 것은 “리더십과 판단이 결여된 것”이라며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결론 냈다. 존슨 총리는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사퇴 요구엔 응하지 않았다.

 

그동안 ‘파티 게이트’에 대해 조사해 온 수 그레이 영국 내각부 제2차관(공직윤리 담당)은 31일 12쪽짜리 보고서를 내어 “몇몇 모임에선 정권 핵심에 있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이는) 리더십과 판단이 결여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몇몇 모임에 대해서는 정당화가 힘들다”면서 “일터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어느 때라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레이 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2020년 5월∼2021년 4월 사이에 총리관저에서 이뤄진 16개의 모임을 자세히 살펴 봤다. 이 가운데는 존슨 총리가 참석을 인정하고 사과한 2020년 5월20일 총리관저 파티와 6월 존슨 총리의 생일 파티도 포함돼 있었다. 그레이 차관은 “이 가운데 경찰이 수사했던 사안은 4건뿐이라며 나머지 12건에 관해선 정보를 경찰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보고서의 분량도 12쪽 정도로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 차관은 이번 조사를 벌이면서 70명이 넘는 사람을 최소한 한 번 이상 개별적으로 면담했고 왓츠앱 메신저, 문자 메시지, 사진과 동영상, 총리실 출입 기록 등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정부 전체에 즉시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뒤 존슨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봉쇄 기간 총리실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는 반성해야 하고 더 배워야 한다”고 재차 사죄하면서도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사퇴요구는 일축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파티 참석 사실에 대해 사죄하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큰 비난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영국 국민들은 팬데믹 기간 고통스러운 희생을 치렀다. 존슨 총리는 국민의 희생을 무시하고,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당인 보수당의 앤드루 미첼 의원도 “존슨 총리를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존슨 총리와 주변인들은 해당 규정을 읽지 않았거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면 자신들에게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어느 쪽인가?”라고 되물었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