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평창때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에

이번엔 혼성계주 ·500m 불운 딛고

마침내 폭발적 질주로 시상대올라

 

최민정이 11일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에이스’는 끝내 메달을 목에 걸었고, 참았던 눈물을 빙판 위에 쏟아냈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첫 메달이다. 세계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 단 0.052초 뒤졌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이번 대회 여자 1000m에는 쉬자너 스휠팅, 아리안나 폰타나(이탈리아), 크리스틴 샌토스(미국) 등 강자들이 즐비했다. 최민정은 이날 준결승에서도 조 3위로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는 유감없이 자기 실력을 발휘하며 메달을 목에 걸었다.

 

긴 여정이었다. 특히 최민정에겐 더욱 그랬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2관왕인 최민정은 뛰어난 실력에 비해 유독 아쉬운 기억이 많았다. 평창 대회 땐 500m에서 실격해 메달을 놓쳤고, 1000m에선 팀 동료 심석희(25·서울시청)와 충돌해 탈락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베이징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굴곡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제대로 된 훈련을 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한국은 지난 시즌 국제대회 참가가 사실상 막히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없어,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지난해 10월 터져 나온 심석희의 고의충돌 논란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2018년 평창 대회 때 심석희가 대표팀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에서 최민정과의 고의충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사위를 꾸려 고의충돌 의혹은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최민정은 심정적으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베이징에서도 고된 날들은 계속됐다. 최민정은 이번 대회 최대 5관왕까지 노렸다. 하지만 5일 열린 혼성계주 2000m부터 예선 탈락했고, 7일 열린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는 ‘꽈당’ 불운을 겪으며 탈락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한국 500m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온갖 어려움에도 에이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민정은 인터뷰 때마다 단단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그는 이번 대회 500m 때 자신을 비롯해 많은 선수가 빙판 위에 넘어져 탈락했음에도, 빙질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는 맞설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한계와 마주하려고 애썼다. 그는 결승선을 지나고 나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자부심이다. 개막을 앞두고 쇼트트랙이 부진과 내홍을 겪으며 ‘위기’라는 말을 들을 때도, 최민정은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은 역시 한국’이라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다. 9일 열린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반바퀴를 남기고 폭발적인 질주로 순위(3위→2위)를 뒤집으며 팀을 구하는 모습이야말로 최민정의 진면모다.

 

이제 첫 메달이다. 아직 최민정은 여자 1500m와 3000m 계주를 남겨두고 있다. 에이스의 질주는 이제야 시작됐을 뿐이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눈물쏟은 최민정 “기뻐서 운다…오늘까지 즐기고 내일은 또 도전”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은메달

‘금’ 쉬자너와 0.052초 차…1500m·3000m 계주 채비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간이 시상식에서 2위로 단상에 올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의 눈물에는 단 하나의 의미만 있지 않았다. 그가 달려온 시간 만큼이나, 눈물의 농도도 진했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기자들과 만나 “저도 이렇게 많이 울 줄 몰랐다”라며 “(그동안) 되게 힘들었는데, 힘든 시간이 결과로 나타나서 울었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대회 1000m 경기를 돌아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이 저를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었기 때문에, 은메달이라는 결과를 일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민정은 당시 1000m 결승에서 팀 동료 심석희(25·서울시청)와 충돌해 넘어지며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더욱이 지난해 10월 심석희가 당시 대표팀 코치와 나눈 개인 메시지에서 고의충돌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돼 고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최민정은 “지금은 기뻐서 많이 눈물이 나는 것 같다”라며 “오늘 아쉬웠던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일단 지금 우는 건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그는 “아쉬운 부분은 제가 노력을 많이 하고 더 성장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최민정은 이날 세계랭킹 1위 쉬자너 스휠팅(네덜란드)에게 0.052초 차이로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최민정이 은메달을 따는 과정도 꽤 험난했다. 특히 준결승에선 조 3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최민정은 “준준결승뿐만 아니라 결승 진출하는 데까지 어려운 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최대한 침착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 결승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대회 첫 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이제 여자 1500m와 3000m 계주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끝내는 거로 하겠다. 내일부터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노력할 테니, 계속해서 응원과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울렸다 웃긴 안경선배…팀 킴, 짜릿한 ‘첫 승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번째 경기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영국과의 풀리그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한 뒤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8엔드의 실수와 9엔드의 반격. 롤러코스터 같던 경기였지만 ‘팀 킴’은 경기 후반 침착함을 유지했고 극적인 ‘첫 승’을 거뒀다.

 

팀 킴은 11일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풀리그 영국과 경기에서 9-7로 승리했다. 전날(10일) 열린 대회 첫 경기에서 캐나다에 7-12로 석패했던 한국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1승1패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5-4로 앞선 8엔드 때 뼈아픈 실수가 나오면서 위기에 몰렸다. 후공이었던 팀 킴은 3점 확보까지 노렸으나 스킵(주장) 김은정이 마지막 투구 때 반칙을 범했다. 투구자는 19.96㎏의 스톤을 던질 때 스톤이 호그라인(빨간선)에 도착하기 전 손에서 스톤을 놔야하는데 김은정이 조금 늦게 스톤을 놨다. 손잡이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장치가 붙어 있는데 빨간 불이 들어왔고 무효 투구가 되고 말았다. 결국 하우스 안의 영국 팀 스톤 2개가 점수로 인정되면서 8-4까지 됐을 수 있는 상황이 5-6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팀 킴은 위축되지 않았다. 9엔드 때 상대 미스샷 등으로 흐름을 가져오면서 김은정의 마지막 샷으로 4점을 쓸어담으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김은정은 0-0이던 2엔드 때 3점을 얻을 기회에서도 마지막 투구가 한국의 스톤을 때리면서 오히려 영국에 선취점을 내줬다. 컬링은 리드(김선영)-세컨드(김초희)-서드(김경애)-스킵(김은정) 순으로 투구가 이뤄지는 터라 김은정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몇 차례 투구 실수가 나오기는 했지만 ‘안경 선배’ 김은정은 가장 중요할 때 정확한 샷을 날려주며 팀 킴을 구해냈다. 김은정의 샷 정확도는 이날 78%였다. 반면 영국 스킵 이브 머헤드의 샷 정확도는 59%에 불과했다.

 

한국은 12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풀리그 3번째 경기(오전 10시5분)를 치르고, 13일에는 경기장 빙질에 익숙한 중국(오후 3시5분)과 상대한다. 이번 대회는 10개팀이 참가했으며 풀리그(팀당 9경기)를 거쳐 준결승(18일)에 진출할 4개팀을 결정한다. 결승전은 20일.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스킵(주장) 김은정(맨 뒤)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영국과의 풀리그 경기에서 스톤을 투구한 뒤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진 컬링은 총 10엔드로 이뤄진다. 경기장은 가로 5m, 세로 45m의 얼음판인데, 페블(미세 얼음알갱이)이 있어서 스톤(돌)의 속도와 방향 조절을 위해 브룸(빗자루)이 필요하다. 엔드 때마다 각 팀은 8차례 스톤을 던지며 하우스(지름 3.66m) 맨 중앙(티)에 가장 가깝게 있는 스톤 순으로 점수가 1점씩 주어진다. 상대 팀 스톤보다 티에 가까운 스톤은 점수로 인정되기 때문에 2점 이상의 다득점이 가능하다. 경기장 뒷편 전광판에 표기되는 시간은 남은 작전타임(총 38분)을 보여준다. 작전타임 때 각 팀은 상대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밀어낼 묘수를 짜내야만 한다.

 

한편, 2018년 평창 대회 때 은메달 영광을 함께 했던 김영미는 후보 선수며 당시 후보 선수였던 김초희가 세컨드의 임무를 맡았다. 팀 킴 경기 때 “영미야~”가 아니라 “초희야~”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김양희 기자

 

유영과 김예림… ‘김연아 키즈’들이 올림픽 링크를 난다

차준환 한국 남자피겨 사상 최고 성적(5위) 기록에 힘내

 

국내 유일 트리플 악셀 선수 유영 · 김예림 등

15일,17일 쇼트프로그램 · 프리스케이팅 출전

 

유영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공식훈련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트리플 악셀, 또 트리플 악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이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수도)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훈련에 나섰다. 이날 오전 서우두체육관 메인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유영은, 오후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출국 날인 9일에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경기도 과천에 있는 훈련장에서 아침 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비행기에 올랐다던 연습벌레다웠다. 유영은 “(오전에 훈련했던 메인 경기장은) 올림픽 링크장이다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무래도 (얼음이) 새롭다 보니, 빙질 차이가 있어서 적응하면서 타고 있다”고 했다.

 

대회 부담감 때문에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유영은 “열심히 안 하면 불안한 마음도 있고 해서, 열심히 해서 마음이 편한 게 나은 것 같다”며 “많이 떨리고 부담도 되지만, 그걸 이겨내면서 올림픽 때 제가 연습한 만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날 유영은 오전과 오후 훈련 때 각각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을 10번 정도 시도했다. 점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을 수행하는 선수다. 트리플 악셀은 김연아(32)조차 하지 못했던 고난도 기술이다.

 

유영은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어린 시절 싱가포르에서 자랐던 유영은 6살 때인 2010 밴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운동을 위해 2012년 한국으로 돌아온 유영은 만 11살8개월이던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상 김연아가 세운 최연소 기록(만 12살6개월)을 갈아치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선 나이 제한 때문에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로 개막식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엔 주인공이 돼 베이징 은반 위를 누빈다.

 

첫 올림픽 부담에 걱정도 많지만, 유영에게 힘을 심어준 이는 전날(10일)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사상 최고 성적(5위)을 기록한 차준환(21·고려대)이다. 이날 직접 경기를 지켜봤던 유영은 “오빠(차준환)가 워낙 잘하고 있다 보니 성적이 잘 따라온 것 같다. (차준환이) 떨지 말고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김연아도 유영을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응원을 전했다. 김연아는 10일 대한체육회를 통해 “지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제가 시니어(성인) 무대에 있을 때 스케이팅을 시작하거나 그 이후에 스케이팅을 시작한 선수들이라고 알고 있다”며 “첫 올림픽이고, 얼마나 기대하고 간절할지 알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정말 많이 응원하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큰 부담 없이,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즐기긴 힘들지만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유영과 함께 베이징 은반 위에 서는 김예림(19·수리고)도 이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예림은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드디어 꿈꾸던 올림픽에 가게 돼 설렌다”며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올림픽인 만큼 한 장면, 한 장면 소중히 기억에 담아오고 싶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유영과 김예림은 15일 쇼트프로그램과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베이징/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