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TV토론 "인정받지 못한 학자, 엉뚱하다"

주인공인 시카고대 최승환 교수 반박문 보내와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이어져서 매우 실망"

"그들의 학문업적도, 논문인용지수 알려달라“

""팩트체크해서 알려달라"

최교수 학문성과, 미 싱크탱크 석좌보다 높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최승환 교수 [시카고 트리뷴 캡처]

 

지난 11일 열린 대통령선거 2차 TV토론(한국기자협회 주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난데없이 봉변당한 미국 교수가 있다. 일리노이주립대(시카고) 최승환 교수(종신교수)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안보분야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다 최 교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다. 해당 부분을 활자화하면 이렇다.

 

대선 2차 TV토론 (2:08:00~2:08:30)

▲이재명 : '더힐'이라고 하는 군사잡지에서 "한반도의 전쟁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 4가지 중에 한 원인이 윤석열 후보다"고 한 것 보셨습니까? 외국에서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있어요.

 

▲윤석열 : 그 저자는 국제정치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엉뚱한 이야기하는 분으로 유명한 분인데 이런 대선토론에서 그런 분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가리킨 글은 최 교수가 지난 9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전쟁의 가능성이 한반도 위에 드리우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해당 기고문엔 주변의 4대 요인 때문에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최 교수가 주장한 4대 요인이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해외 미군 재배치로 인한 한반도의 안보공백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하는 바이든 정부의 무능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기술 발전 등 무장력 신장 △윤석열 후보의 대북 선제타격 입장 등 한국의 정치상황이다.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바로 4번째 항목인 윤 후보가 말한 선제타격이 불러올 북한의 보복 위험을 문제 삼은 것이고, 윤 후보는 해당 글을 쓴 최 교수를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분'으로 폄하한 것이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최 교수는 미 육군 장교 출신으로 2004년부터 일리노이대에서 국제관계와 한국정치를 가르치고 있는 미국 시민권자인데 이번 한국 대선TV 토론회에 '엉뚱하게' 소환된 것이다.

 

최 교수는 12일 윤 후보의 언급에 대한 반박문을 CBS노컷뉴스에 보내왔다.

 

자신의 반박문을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이유는 이재명 후보가 TV토론 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최교수의 글을 소개한 CBS노컷뉴스의 기사를 공유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반박문에서 "두 후보 간의 토론이 한국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튼튼히 할 수 있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제 개인에 대한 인격 모독성 발언으로 이어져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썼다.

 

특히 윤 후보가 최 교수를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라고 한 부분에 대해 '흑백논리'라며 통렬히 반박했다.

 

그는 "제가 국제 정치학회에서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학자라면, 윤후보를 돕고 있는 한국정치학자들은 어떤 수준의 학자들로 보고 계신지 윤후보께 여쭤 보고 싶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윤 후보의 외교 안보 정책을 돕는 학자들 중에서 학문적 업적도와 논문인용지수가 저보다 더 높은 분이 있는지 팩트체크해서 꼭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도 했다.

 

최 교수가 말한 '학문적 업적도'(h-index)란 연구자의 생산성과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논문인용지수'(total citations)란 다른 연구자가 해당 연구자의 논문을 얼마나 인용했는지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연구자의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두 지표는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라는 검색도구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2004년부터 교수로 활동중이며 논문 58편, 책 4권을 저술한 최 교수의 학문적업적도는 23, 논문인용지수는 2014로 나와 있다.

 

이 수치가 얼마나 되는지는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워싱턴 카톨릭대 교수, 한국계)의 연구실적과 비교하면 짐작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한반도 안보전문가 가운데 한 명인 여 석좌의 학문적업적도는 10, 논문인용지수는 460이다.

 

지난해 9월 22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 관련 공약발표 자리에 참석했던 김성한 고려대 교수 등 외교안보 전문가 7인의 이름은 '구글 스칼라' 검색에서 찾을 수 없었다.

 

최 교수는 반박문에서 이렇게 글을 맺었다.

 

"정치인들 중에는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편가르기와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선거철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될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 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윤석열 “이재명 ‘스냅백’은 친중·친북·반미”…사실아니다

 

 

㈎ “스냅백이라고 해서 먼저 제재 풀어주고 나중에 뭐 또 (북한이) 핵을 고도화하면 그때 가서 제재를 하자든지….”

㈏ “스냅백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미가) 단계적 동시행동을 할 때 상대방이 어기면 자동으로 (제재로) 되돌아간다는 것이지 ‘선 제재 해제’가 아닙니다.”

㈎ “스냅백은 대북 제재를 풀었다가 나중에 다시 제재하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하겠습니까?”

 

지난 11일 오후,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차 대선 후보 4자 티브이(TV)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주고받은 문답의 일부다. 공격적 질문을 한 ‘가’는 윤석열 후보, 질문에 반박하며 방어를 한 ‘나’는 이재명 후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통일문제·3축체제·종전선언·전시작전통제권 관련 견해에 ‘스냅백’(Snap back) 문제까지 걸어 “결국은 친중·친북·반미라는 어떤 이념적 지향에 단단히 서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스냅백과 관련한 윤 후보의 질문은 두 개의 잘못된 사실관계를 근거로 하고 있다. 스냅백은 ‘제재 먼저 풀기’라거나 ‘중·러가 반대하면 작동불능’이라는 인식이 그렇다. 스냅백은 ‘단계적 동시 행동’을 전제로 한 조처이고, 중·러가 반대하더라도 ‘작동불능’에 빠지지 않게 설계된 장치다. 윤 후보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알고도 그랬을까?

 

미국, 한-미 FTA와 이란 핵협정에 ‘스냅백’ 삽입

 

‘스냅백’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혜택’을 철회하거나 ‘제재’를 복원하기로 하는 안전장치다. 국제 계약법에서 합의 이행을 강제하려고 고안한 장치인데, 일종의 ‘조건부 계약효력 상실 조항’이다.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스냅백 조항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상호 관세 인하가 알짬인데, 관세 인하 조처에도 별다른 ‘성과’가 없으면 관세 혜택을 없애고 제자리로 돌릴 수 있도록 스냅백 조항이 담겨 있다. 두 나라가 각각 추천한 1명씩과 제3국인 1명으로 이뤄진 ‘분쟁해결 패널’(한-미 자유무역협정 부속서 나-5조)에서 판정한다.

 

국제 계약법의 스냅백 조항이 비핵화 협상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가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2015년 7월14일)이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이후 문제가 없으면 이란 핵활동 관련 제재를 일괄 해제하되 ‘비가역적 제재 해제’가 아닌 ‘협상 타결 뒤 10년(최대 15년) 제재 유보’ 방식(스냅백)을 택했다. 10년간 이란이 핵협정의 모든 조건을 지키면 제재를 완전히 폐기하고 스냅백을 무효화한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5년 7월20일 이란 핵협정을 추인하는 새로운 결의를 채택했는데,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엔 안보리가 제재 해제를 연장하는 결의를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란이 ‘약속’을 어겼을 때 중·러가 반대하더라도 미국이 제재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다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폐기하고 제재를 복원하는 일방적 조처를 취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이란핵협정’(과 그를 추인한 유엔 결의) 모두 스냅백 조항은 미국 쪽의 요구로 들어갔다. 요컨대 스냅백은 강자가 약자의 약속 이행을 강압하는 ‘강자의 무기’다.

 

김정은(오른쪽)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28일 2차 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트럼프, 2019년 하노이 회담 때 ‘스냅백’ 도입 공감

 

’북핵 협상’과 관련해서도 스냅백 조항이 북-미 정상 차원에서 진지하게 논의된 선례가 있다. 2019년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그 무대다.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을 취하였지만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들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하였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하였다.”

 

2019년 3월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당시 ‘부상’)이 평양 주재 외국 공관 대표 등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스냅백 협의 관련 언급이다. 요컨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백 방식의 비핵화-제재 완화 교환’에 공감했으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스냅백과 관련한 최선희 부상의 이런 회견 내용을 한-미 두 나라 정부는 공개 부인한 바 없으며, 회담 사정에 밝은 두 나라 고위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론 ‘사실’로 인정했다.

 

유엔 안보리의 마지막 대북 제재 결의인 ‘2397호’(2017년 12월22일 채택) 28조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준수 여부에 비추어 필요에 따라 조치들을 강화, 수정, 중단, 또는 해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하고(affirm)”라는 문구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스냅백을 협상안으로 활용할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경선 후보 자격으로 지난해 8월22일 발표한 ‘대전환 시대의 통일외교 구상’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북핵 문제 해결”이라며 “최선의 해법은 ‘조건부 제재 완화(스냅백)와 단계적 동시 행동’”이라는 정책 구상을 밝힌 배경이다. 당시 이 후보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론적으로 국제 계약법과 이란 핵협상, 북핵 협상 등을 두루 살펴봤을 때 이재명 후보가 북핵 해법의 하나로 제안한 스냅백이 ‘선 제재 해제’라거나 ‘중국·러시아가 반대하면 한번 푼 제재를 복원할 수 없다’는 취지의 윤석열 후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