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증축해 무게 중심 높아”
 
선박구조 전문가들은 객실을 늘리기 위해 세월호를 수직 증축해 무게 중심이 위쪽으로 옮겨진 데 따른 복원력 저하를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선박 개조업체 2곳과 선박 검사업체 1곳을 압수수색해 선체의 구조적 결함 여부를 면밀하게 따지고 있다.
복원력은 선박이 기울었을 때 오뚜기처럼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힘을 이른다. 선박은 물 위에 떠 있을 때 중력과 부력이 서로 작용하면서 평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모든 선박은 40~45도 기울어도 복원력을 갖도록 국제해사기구에서 규정하고 있다. 복원력이 부족하면 전복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세월호는 1994년 6월 일본 하야시카네 조선소에서 건조돼 2012년 10월 국내로 도입됐다. 이 배를 도입한 청해진해운은 넉 달 동안 목포의 한 조선소에서 선박을 개조했다. 이 개조 작업으로 세월호는 총톤수가 6586t에서 6825t으로 239t(3.6%) 늘었다. 승무원을 포함한 총정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116명 늘렸다. 애초 3·4층에만 있던 객실은 4층 홀 공간을 2개층으로 나누는 방법 등으로 3개층에 설치했다. 총톤수의 2%를 초과해 개조된 세월호는 취항하기 전에 복원성 검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취항 전 선박검사는 한국선급이 맡았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선급은 정부를 대행해 선박검사를 비롯해 안전관리 인증 심사, 항만시설 보안심사 등을 맡는다. 한국선급은 1차 검사 때 복원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2차 검사에선 별다른 보완 없이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이 때문에 당시 선박검사의 적절성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두차례 시도 끝에 선박검사를 통과한 세월호는 지난해 3월 인천~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규모로는 길이 146m, 너비 22m, 높이 26m로 국내에서 최대였지만 건조한 지 19년이 지난 낡은 배였다. 더욱이 많은 승객을 싣기 위해 연돌(굴뚝) 윗부분만 증축하는 바람에 날렵한 유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뭉뚝한 깡통형 몸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의 상부가 커지면서 무게중심은 더 위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무게 중심이 높을수록 방향을 돌리면서 기울어질 때 복원력이 작아진다.
김형근(60)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선박을 개조하면서 길이나 너비는 놔두고 수직으로만 증축했다. 당연히 무게 중심이 높아졌고 구조와 제원, 개축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번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사고 지점의 변침 때 복원력이 0에 근접해 원위치로 돌아오지 못하고 기울기 시작했고 화물이 쏠리고 바닷물이 들어가면서 ‘대각도 횡경사’(큰 각도로 옆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사 생겨 전복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고 원인을 밝혀내려면 개조 전·후의 복원력 변화, 화물 무게와 선적 상태, 출항시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도 <한국방송>(KBS)과의 인터뷰에서 “개조하면서 상부가 더 커졌다. 상부가 커져 선박의 무게 중심이 올라가면 선박의 안전운항에 위험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해진해운 쪽은 “세월호는 지난 2월에도 정기 안전검사를 받고 운항을 1년 연장했다. 사고 이전까지 선박의 구조나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는 태도다.
<목포 인천/안관옥 김영환 기자>